그녀는 내 쇄골을 깨무는 것이 꽤나 만족스러웠는지, 상당히 열중하고 있었다. 차분해보이는 그녀에게 이런 면모가 있다니, 솔직히 잘 몰랐다. 적극적으로 달라붙어오는 것도 그렇고, 어쩌면 나의 여자친구는 내 상상 이상으로 어리광쟁이일지도 모르겠다. 그게 별로 싫지는 않았고, 오히려 무척 귀엽게 느껴졌다. 나는 누군가 내게 어리광을 부리는 상황에 약한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귓볼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더니, 그녀는 그야말로 화들짝 놀란 고양이 마냥 몸을 떨었다. 꼬리와 귀가 있었다면 분명 쭈뼛 하고 곧게 뻗었겠지. 싫었던걸까 싶어서 조심스럽게 바라보니, 너는 고개를 움츠리곤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아마 간지러웠던걸까? 아니면, 소심해 보이는 내가 이렇게 돌려줄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던걸까? 어쨌거나 가볍게 돌려주었다는 만족감에 내 입꼬리는 절로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
"히엣."
....
그렇게 속으로 잠시 우쭐거리고 있더니, 그녀는 말 없이 자세를 바꾸기 시작했다. 옆에서 비스듬히 안겨있는게 불편했던 것일까, 그대로 자연스럽게 다리를 들어 내 허벅지에 걸쳐, 마치 올라타서 마주 앉는 자세로 이동한 것이다. 어쩐지 그 동작 하나하나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요염함이 깃들어 있기에, 후끈 달아오르는 머리가 내 정신을 어지럽게 뒤흔들고 있었다. 뭘까. 조금 전만해도 첫 데이트라서 긴장하고 있지 않았던가, 우리. 얼어붙은 분위기에 망했다고 스스로를 책망하던게 조금 전이었는데, 지금은 상당히 과감한 스킨쉽을 나누고 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고백도 이런 식이었던 것 같은데. 어색함, 어쩐지 좋은 분위기, 그리고 스트레이트한 애정의 교환. 커플이란 원래 다 이런걸까(철학적인 고찰)......솔직히 그 어떤 경험도 없는 나로썬, 비교 대상도 지식도 없으니 알 도리가 없다.
그런 아련한 생각을 하고 있자니, 내 여자친구께선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곤 옷깃을 끌어내려, 내 새하얗고 야들야들한 목덜미와 어깨를 아낌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아예 본격적으로 깨물어보고 싶어진걸까. 그녀는 지금의 행동이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 이해하고 있는걸까. 졸지에 첫 데이트에게 여자친구에게 상의가 벗겨진 나는 당황스러움이 초월적으로 한바퀴 빙빙 돌아, 오히려 침착하게 사고할 수 있었다. 혹자는 이성적으로 생각하길 포기했다고도 표현한다. 물론, 별 다른 생각 없이 감정에 휩쓸려 간단히 선을 넘을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아마도 여자친구에게 어깨를 물리는 것 정도는 건전한 축일 것이다.
건전한 축이지? 그렇다고 말해.
어쨌거나,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나는 다시금 고개를 기울였다. 대답은 결정했으나 어쩐지 이걸 대놓고 말하는 것은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부끄러운건 지금 내 모습이라고 누군가 말할지도 모르지만, 부디 조용히 하길 바란다. 어쨌거나 나는 방금 그녀에게 입맞췄던 귓가에 다시금 입을 가져다대어, 평소와는 다른, 어딘가 열에 들뜬 어조로 수줍게 속삭이는 것이다.
구매 완료! 자 그럼 이제....다 구매한건가? 나는 잠깐 달리 살 것이 없나 고민해봤다. 받아내는 역할로써 필요한 장비들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최우선적인 것은 역시, 방패와 갑옷이겠지. 방패....는 조금 있으면 해결 될거다. 그러나 갑옷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나는 영웅을 꿈꾼다】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음. 남은 돈은 8500 GP. 비상금을 뺀다 치면 8000 GP.... 이걸로 뭔가 하나 구매해볼만한게 있을까?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맨 몸보단 훨씬 낫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