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상은 역시 밝히기 힘들다. 본인의 동의도 안받았고 말이지. 사실 그냥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없진 않지만, 역시 서로 상의하는게 예의라고 생각해. 따라서 나는 애매한 힌트만 주곤 입을 다물었다. 하는김에 칭찬도 넣었다. 귀여운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다행이네."
고개를 끄덕이면서 웃다가, 그가 걱정했냐고 묻기에....조금 고민하다가 볼을 긁적이면서 부끄러운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실은 그 여자친구랑 처음 만났을 때, 그...음....여자로 오해 받아서, 여자 화장실에 끌려갈 뻔 했거든."
그러니 네 탓이 크진 않아. 걱정마. 나는 내 흑역사를 대가로 그를 위로했다....슬프다.
"힘든게 해결 되었다면 일단 다행이다. 그리고...."
밝아보이는 그도 그 나름대로 고민이 있는걸까. 힘든 일이 있었다며 말하는 그는, 뒤에서 스스로를 '최악' 이라고 얘기했다. 그런 말을 할 것 같진 않았기에 조금 정도는 의외였다. 그는 나를 귀엽다 귀엽다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나는 선배로써 어딘가 고민 있어 보이는 그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었다. 따라서 나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던 것이다.
"나도 스스로는 참 못난이라고 생각해. 연애 같은거 못할 줄 알았어. 그렇지만, 으응....요즘엔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
남자다움도 없고, 소심하고, 꼴사납고, 도망을 쳐온 나는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아주 낮았다. 누군가랑 사귄다는건 생각지도 못해본걸 넘어서, 상대방에게 민폐가 될테니 하지 않는게 좋겠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렇지만 요 근래의 인연이, 나의 생각을 조금 바꾸었다.
"오히려, 연애란 그런 서로의 단점 같은걸 마주보면서도 좋아해줄 수 있는 사람들끼리 성립되는게 아닐까. 누구나 완벽할 순 없는걸."
나는 그를 보며 부드럽게 웃으며, 내 생각을 전한다. 내 연인인 그녀도 나도, 참 부족함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나는 그녀에 대해 알고 싶었다. 멋지지 않더라도, 꼴사납더라도, 최악이더라도, 알아가고, 좋아하고 싶었다. 상대방의 멋진 모습만 보기엔 우리들은 너무 부족하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그에게 힘내라는 의미로 아까 내가 받았던 것처럼...상냥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키 차이가 어마무시해서 까치발을 들어야 했지만, 신경쓰지 마.
나는 활짝 웃는다.
"네가 사실은 최악인 사람이더라도, 나는 널 좋아할 것 같아.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렴, 후배씨."
"그 누구라도 누군가를 사랑할 권리와,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권리가 있는거란다."
네가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진 나도 잘 모른다. 나는 원래부터 그리 요령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야. 그래서 그저, 스스로가 생각하는 진심을 솔직하게 말해줄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힘 내. 그 마음을 담은 한마디를 말이야.
지훈은 잠시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짓다가도 의외로 순순히 포기했다. 그다지 궁금하진 않았던 걸까? 아니면 그저 진화를 배려해준 것일지도. 어느 쪽이든 간에 그는 더이상 묻는 것을 멈췄다. 귀엽다고 칭찬을 덧붙이는 걸 보면서 청춘이네- 같은 생강은 했으려나.
' ...역시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라니까... "
살짝 중얼거렸다. 위로는 확실히 받았는지 이제는 농담까지 던졌다.
...그리고 이어진 위로들에, 지훈은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바보같은 이야기다. 그래, 진화라면 그럴 수 있다. 그는 원래 조금 의기소침할 뿐이었지 처음부터 좋은 사람이었다. 연애하며 바뀐 것도 있겠지만 그는 원래부터 좋은 사람이었고, 그렇기에 상대가 진화에게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눈쌀을 찌푸리며 바보같은 이야기일 뿐이라 단정지으려던 찰나, 진화의 쓰다듬이 느껴졌다. 부드러운 쓰다듬에 지훈은 저도 모르게 그의 쓰다듬에 부빗거렸다.
" ...바보같은, 이야기야. "
그는 단정지었다. 아무리 잘 포장해도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 듣기 좋은 말일 뿐이었다. 자신과 같은 태생부터 안 될 놈에게는 통하지 않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래도 저런 진심이라면, 저런 사람이 말하는 이야기라면, 한번쯤은.
" 그러니까 딱 한번만 믿어줄게. "
딱 한번만 믿어주기로 했다. 그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간 자신도 사랑받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렇게 된다면 좋겠네. 라는 희망사항에 불과할지라도 어느정도 지친 마음을 위로하기엔 그정도면 충분했다.
" 그리고 진화가 날 쓰다듬다니 건방져. "
괜히 어색해졌는지 심술을 부리며 장난스럽게 진화를 쓰다듬어 머리를 헝클어트리려고 시도했다. 성공했든 실패했든, 그는 옷들을 가리키며 "기왕 온 김에 더 고르고 가자." 라며 희미하게 웃었으려나.
외양이야.. 특징적인 게 동일했으므로 비슷하다. 고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다분했지요. 기묘한 분위기.. 그래도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진 분위기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투명도 80%의 음울함(예전)과 투명도 30%의 음울함(현재)은 다르니까요. 그러다가 미안이라는 말을 하는 은후를 올려다보고는
"염색을 하거나 안 하거나는 선택이니까요?" 사과할 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라고 눈을 살짝 옆으로 굴리는 다림입니다. 계속 한 지역에 살았다면 염색한 걸 보고 세상에. 놀랍네요. 같은 말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되었던가.
"그건 자유죠. 저는.. 운명이라는 말 보다는 우연으로 생각하려나요?" 하지만 그런 두 개의 다른 말로 정의내린다 한들. 앞으로는 같은 곳에 있으므로 비슷한 생활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기에. 은후의 말은 다림에게 긍정적인 말이 될 것이고, 실제로도 맞는 말이었다. 시원스러운 목소리로 제안한 가디언칩 연락 교환은 고개를 끄덕여 긍정하며, 손목을 내밀려 합니다.
>>321 먼저 소서아조씨한테 연락해볼 것 같습니다...청천이가 히어로모멘트를 썼을 때 본 미래에서 소서씨가 죽고 없었거든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좀 해볼까 싶네요...ㅋㅋ 그 뒤에는 기여도 좀 써보고...숙련도쿠폰 쓰고 동아리 활동도 해보고 기술 이것저것 얻어보려고 해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