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는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것에 대해서 큰 감흥이 없었는데, 이렇게 축하를 받으니까 내가 교제 중이라는 사실이 확 와닿는 거 있지. 사실, 고민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갑작스레 시작한 연애라서, 내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한다는 말이 너무 고맙게 들려와. '불안한 게 아니라 부끄러운 거야.' 하루의 모자 뒤에 숨어서 속으로 중얼거려.
시야를 가리고 있던 탓일까, 내 손을 포근하게 감싸는 따듯하고 부드러운 감촉에 손가락을 살짝 움츠렸어. 나는, 그제서야 모자를 든 손을 조금 내리고 맑은 공기를 양껏 들이마셔. 하루의 향에 취해있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어. 남자친구에 대해 물어오는 것이 조금 곤란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이렇게 물어오는데 솔직하게 답해주는 게 그녀에 대한 예의겠지. 그다지 숨기고 싶은 일은 아니었으니까. 나는 떳떳하다구.
"상냥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야. 너처럼." "아직은... 그 사람이 너무 좋아서, 그가 없으면 살기 싫어질 정도는 아니지만, 앞으로 더 많이 좋아할 거야. 분명히."
나는, 내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면서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눈동자만 조심히 떨어뜨렸어. 진화가 이 말을 듣는다면 서운해할까, 기뻐해 줄까.
"걱정은 안 하지만, 곤란한 일이 생기면 네게 먼저 연락할게."
고마운 이야길 듣고도 웃을 수 없는 게 미안해서, 모자를 든 손을 감싼 그녀의 손을, 다른 손으로 잡아서 떼어놓고, 모자를 테이블에 조심히 내려놓은 뒤에 그녀의 손을 맞잡아. 그리고 너의 반짝이는 금빛 눈망울을, 다정다감한 시선을 온전히 내 눈에 담으며 살짝 덧붙이는 거야.
"고마워."
... 뒤에서 들려오는 기척에 잡았던 손을 놓고 테이블을 비워두었어. 곧 주문한 음료와 먹음직스런 애플파이가 테이블에 놓여. 은은한 홍차 향과 달큰한 시나몬 냄새가 부드럽게 어우러져. 나는 애플파이가 담긴 접시를 하루 쪽으로 살짝 밀어놓는 시늉을 하며 가볍게 입을 열었어.
"많이 먹어."
그리고 내 잔을 두 손으로 천천히 들어 올려. 반쯤 감긴 눈꺼풀이, 조금 더 나른하게 떨어져.
의념 화기 논의는 어제 자기 직전에도 살짝 본 것이긴 한데…… 요컨대 의념 화약 병기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받는 건 화약과 의념이 상생관계가 아니고, ‘의념이 화약을 효율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뭐가 됐든 화약이라는 건 의념이 있는 세상에서는 ‘원시적인’ 충격 유발 수단이니까. 특히 트루스톤은 의념기가 폭발인 시점에서, 화약병기를 쓴다는 건 오렐리가 굳이 의념 놔두고 삼각 플라스크와 시약병과 교반기를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는 것과 유사한 느낌이 되겠지? 🤒 오히려 화약이 안 들어 있는 탄환을 가지고도 총을 발사할 수 있는 게 진석의 특징 아닐까 싶은데 과연 어떨까……
"...그런가요. 그거 안심되는 말이네요." "물론 춘심양의 선택을 의심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직접 들으니까 더욱 더 안심이 되요. 분명 춘심양이 그럴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 " 그리고, 그 분은 행복하겠네요. 춘심양이 이렇게 믿어주니까. "
하루는 천천히 모자를 든 손을 내리곤 이야기를 해주는 춘심의 말을 성심성의껏 들어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하루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분명, 춘심을 향한 믿음의 증거가 될 것만 같았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춘심의 생각을 부정하지 않고, 긍정해주며 차분하게 다독여줍니다.
상냥하게 자신의 손을 맞잡고선 이야기를 이어가는 춘심에게 부드럽게 말한다. 곤란한 일이 있을 때, 진정으로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친구로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 없을테니까. 자신도 춘심에게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는 것을, 하루는 상냥한 말로 표현했다. 그저 조르는 것이 아닌, 순수하게 마음을 전하면서.
" 저만 먹으려고 시킨 건 아니니까요. 자, 춘심 양도 같이 먹도록 해요. "
하루는 애플파이를 자신에게로 밀어주는 춘심의 모습에 고개를 살살 저어보이곤, 쟁반에 같이 나온 나이프와 포크로 한조각, 한조각 먹기 좋게 잘라선 두사람의 사이에 놓아둔다.
" 있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은 아름다워 보인다고 했어요. 사랑을 시작한 춘심 양이 방금 전에 예뻐보였던 건, 역시 우연이 아니었네요. "
오늘의 춘심 양은 한송이 아름다운 꽃 같아요. 하루는 살며시 이야기를 덧붙여 말하곤 포크를 문 체로 입꼬리를 살짝 올려보인다. ' 저와의 약속이 끝나면, 그분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기숙사로 돌아가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자주 보면 더 정이 많이 든다고 하더라구요 ' 하루는 짖궂은 농담을 덧붙이고는 흡족하게 홍차를 홀짝입니다.
그리고 릴리주에게 팁. 이건 당장 공개하는 것보다 나중에 밝히는 게 재밌겠다!거나 ㅇ이거 세계관 설정에 충돌하려나.,..뭐 그런 거... 아무튼 뭔가 비밀 설정(흔히 줄여서 비설이라고 합니다)이 있으면 저어기 설문지에 보냅시다! 보내면 캡틴이 문제가 있으면 코멘트를 해주시거나 아니면 (별 문제가 없다면!) 이렇게저렇게 진행에 반영해주실 거에요!
>>252 음…… 화살에 비해 탄환이 안 되는 이유라면 탄이 너무 작아서인가…… 그럼 고폭탄이라면 가능할런지…… 아니면 혹시 따발총 두두두두두 하면 망념이 쌓이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런 것인지…… 아무튼 만날 수만 있다면 릴리가 엄청나게 관심을 갖고 상담해 줄 수 있는 주제인 것 같아!
그리고 놀랍게도 그런 복잡한 설정은 하나도 준비하지 않았다! 시트에 나온 것이 전부다! 나는! 게으르니까!! 음핫핫핫핫 🦥
한편, 오늘의 청천, 괴도 클라우디는, 평소대로 방과후 파쿠르 중이다가 공원 입구 근처의 벤치에서 잠시 쉬는 중이었습니다. 어라? 뭔가 커다란 트럭 같은 게 다가오네요. 이 학원도에 웬 트럭?이라며 청천은 궁금해합니다. 어쩐지 음악 소리도 들리네요?
트럭...처럼 보이는 캠핑카가 공원 주차장으로 향하자, 소리를 잃어버린 걸음은 천천히, 그러나 신속 S답게 지체없이 트럭에게 다가갑니다. 누군가 캠핑카 운전석에서 내리는 것이 보입니다. 키가 비슷한 또래 남학생이네요. 청천은 캠핑카와 조금 떨어진 벤치 뒤에서 눈 위까지 내놓고, 남학생(정훈)을 지켜봅니다. 그리고 말을 걸어볼까, 고민합니다. 바보털과 옅은 먹구름색 미니햇이 삐죽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다가가볼까요. 의념으로 걸음 소리를 잠시 치워둔 채로, 청천은 살금살금 거리를 좁혀 봅니다.
나는, 하루가 먹기 좋게 잘라준 파이를 포크로 쿡 찔러서 입에 넣었어. 몸에 열이 많아서, 목이 퍽퍽하게 메이는 게 싫어서 빵류는 입에 잘 대지 않았는데, 따듯한 차와 함께 곁들이니 입안에서 살살 녹는 것 같아. 달콤한 사과 향이 입가에 가득 맴돌아. 그리고 웃는 대신 눈을 살며시 내리감았어. 감격스런 맛의 조합에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을까.
"사랑받는 사람은 사랑받을 말만 하는구나. 하루는, 사랑을 많이 받아서 그렇게 예쁜 걸까." "... 최고로 예쁜 사람이 예쁘다고 해주니까, 기분 좋네."
나는 그녀가 나에게 해준 것처럼, 포크와 나이프로 파이를 몇 조각 더 잘라놓았어. 이렇게 술술 말하는 게 아무렇지 않지는 않은데, 그녀에게는, 지금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진심을 전할 방법이 없으니까. 속이 조금 울렁거려도 꾹 참고 입밖에 내어보는 거야.
장난스레 입꼬리를 올리며 덧붙이는 짓궂은 농담에 시선을 돌리며 괜히 커피를 홀짝여. 그 말에 진화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궁금해져. 설마 나처럼 다른 여자애와 차를 마시고 있는 건 아니겠지? 하루와 헤어지고 나면 연락이라도 해봐야겠어.
활의 경우에는 화살을 직접 손으로 쥐고 시위를 당기니 '의념 전도'가 수월한 것이고, 탄환의 경우에는 그 탄환을 직접적으로 터치하지 않으니까 의념을 싣기가 어려워서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의념 전도 총기였나? 그런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