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희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너희가 날 사랑해주었기에 이 먼 길을 여러분과 같이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장은 아직 한참 남았고, 여러분과의 추억도 이제 시작이니만큼 더 즐겁게, 기쁜 마음으로 어장의 완결까지 함께하길 바랍니다. 사랑하고 고맙고 예쁘고 착하고 아끼고 있어요. 이 마음은 첫 진행을 시작한 날부터 지금까지 바뀌지 않고, 쭉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주의 할만한 부분은 허수아비가 생각보다 대응력이 훨씬 뛰어남. 말이 허수아비지 사실 대련 인형이라고 봐도 무방. 대놓고 면전에서 방어력과 회피가 감소하는 의념기를 쓰면 얻어맞고 컽 당할 가능성이 꽤 높다고 생각해. 어떻게 맞출진 이제 나름대로 고민이나 연구가 필요한 부분. 이거 때문에 내가 굉장히 고생해서, 사실 팁 줄 때 일부러 말 안했음.
허선생에게 배운건데, 나는 맨 처음에 #의념기를 씁니다! 로 선언하자 다음 결과에서 쉴새없이 맞고 뻗어있었음. 단순히 의념기 선언만으로 끝낼게 아니라, 그래서 그걸로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행동 할건지가 필요함. 이 부분은 나랑 효과는 정반대지만 유형은 비슷한 정훈이에게도 해당될거야.
그는 입술을 달싹거린다. 대답을 망설이는 걸까. 역시 터무니없는 제안이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여자애가 대뜸 사귀자고 하니 충분히 당혹스러울 법도 하다. 예쁘게 포장된 거절의 말들이 머릿속에 가득히 그려진다. 침묵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서로를 잘 아는 사이는 아니야-하는 것으로 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래.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렇기에 그에 대해서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의 말대로 가까이 지내다 보면 서로에 대해서 실망하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사귀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부분들을 평생 감춰낼 수는 없다. 단점이란,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거절 멘트에 꼭 등장하는 자기 비하가 이어진다. 겁도 많고, 소심하고, 남자답지 못하다. 내가 그를 처음 보았을 때 여자로 오인했던 만큼, 친하게 지내다 보니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을 자연히 알게 된 만큼 부정하기 어려운 말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은 거절의 이유가 되지 못한다. 아직까지는 납득하기가 어렵다.
나는 눈꺼풀을 지긋이 내리감았다. 그리고 내 단점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말수도 적고 감정 표현도 서투르다. 아까처럼, 좋든 싫든 매사에 무표정으로 일관하기 일쑤다. 그런 습성들은 그가 나와 함께하고 있음에도 외롭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내가 그에게 상처를 입히는 경우는 조금도 상정하고 있지 않았다. 나는 이기적이었다. 거절의 이유가 납득되지 않더라도 수긍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 말에 다시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는 여전히 내 눈을 올곧게 응시하고 있다.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떨어져도 괜찮을 수 있다. 나는 거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나도 널 좀 더 알아가고 싶어." 나는 눈을 깜빡이는 방법을 잊었다. 봄바람에 눈물이 말라 눈이 시큰한데도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대답은 그뿐이면 충분했다. 불안한 의구심이 눈 녹듯 사라진다. 너라는 존재가 온전히 내 마음속에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잘 부탁합니다." "그래."
나는, 무심하고 무신경한 대답을 끝으로 그에게서 시선을 떼어놓았다. 그리고 그의 옆으로 걸음을 옮겨, 그의 팔을 일방적으로 끌어안았다. 두 팔 가득히 품 안에 끌어안았다. 마지막으로, 또 처음으로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사실 캐릭터의 전투능력이 얼마고, 의념기의 효과가 어느정도고, 어떻게 싸워야 되는지는,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우니까. 허선생 챌린지는 캡틴이 훈련이기 때문에 그런걸 철저히 짚어줘서 요령이나 팁을 따낼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히 있어. 물론 내 기준으론 울 것 같은 처절한 사투를 벌여야 했지만, 이스터 에그에 집착하지 않더라도 아주 나쁜 선택은 아닐지도 모르지.
실은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다른사람이 도전하는걸 좀 더 보고싶을 뿐이야. 다림이꺼 보는건 재밌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