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6 그치만... 학교 가기 전 아침에 씻으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바빠지는걸요... 샤워는 밤이나 새벽에 주로 하는데.. 홈트레이닝...? 스트레칭...? 으윽 인생을 제대로 사는 사람한테 어울리는 단어들이 갑자기 나오다니 정말 이러다 위궤양 오겠어요. 근데.. 팔벌려뛰기를 2분이나 해요...?
그녀와 얼마나 서로 안고 있었는지 스스로는 잘 모르겠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던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오랫동안 안고 있었던 것도 같다. 그러고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눈치채게 된다. 맹렬하게 울리는 고동은, 확실히 하나가 아니었다. 내 심장소리 외에도 크게 요동치는 맥박이, 그녀가 숨쉬면서 호흡할 때 부풀어오르는 가슴의 감촉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긴장하고 있는걸까, 설레이고 있는걸까, 혹은 기뻐하고 있는걸까. 표정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저 추측할 수 밖에 없었다.
이상하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가디언 넷에서 [친구는 어떻게 사귀는 거야?] 라던가, [사귀지 않는 사이끼리 접촉은 어디까지가 자연스러운거야?] 따위의, 그야말로 친구가 없어보이는 하소연이나 올리고 있었다. 그게 어쩌다가 거리에서 여자애와 서로 밀착해 오랫동안 부둥켜 안는 흐름으로 이어진걸까. 돌이켜봐도 잘 모르겠다.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는 예측할 수 없단걸까. 그러고 보면, 서희는 그 화제에 대해서 뭐라고 했더라. 분명히, 옆에 있으면 자꾸만 건드리고 싶은 사람. 거기서 더 나가면 좋아하는 것, 이랬던가. 여태 건드리고 싶은 사람은 많았다....라고도 했던 것 같다.
그러니 어쩌면 그녀에겐 친한 사람과의 접촉은 다 이런 느낌 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속 어딘가에서 왠지 모를 아쉬움이 피어나는건 어째서일까. 나에겐 이렇게 친밀하게 접해본 사람이 그다지 없었기 때문에, 그녀를 특별히 여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무척이나 특별하는 것이 상대에게 있어선 흔한 일상이라면, 그건 확실히 어딘가 아쉬울테니까. 그녀에게 있어서 나는 어디쯤인걸까. 호감은 확실하게 느껴지고 있지만, 이제는 그 정도와 깊이가 어디일지에 대한 궁금증이 뭉게 뭉게 솟아났다.
솔직하게 인정하자. 여자애라던가 계집애라던가 여러 착각이나 조롱을 듣곤하는 나지만, 마음은 정상적인 남자애라고 생각한다. 귀여운 여자애와 이렇게 사이 좋게 밀착해서 껴안고 있으면, 당연히 얼굴도 붉어지고 심장도 뛰기 마련이란 이야기다. 이런 경험이 많았으면 능숙하게 눈치채거나 답을 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부끄럽게도 가디언넷에 하소연할 만큼 이러한 것에 대해 면역이 없다. 원래 이런 것을 태연하게 할 정도로 당당하거나 친화적인 성격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소심해서 깜짝 깜짝 놀라는 나에겐 지금의 행위는 굉장히 특별한 사태란 것이다. 누군가 내게 답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Crei 가 연애에 대해 물어보라고 했던 사람 닉네임이 누구였더라. emiya 였나.....
".........."
속으로 열심히 고민하는 나와 별개로, 서희는 날 계속 껴안고 싶었나보다. 주변에서 이목을 끌고 있는게 느껴지는데도 말이다. 우릴 보고 낯 뜨거운 커플이라고 생각할까. 조금 부끄러움이 느껴졌지만, 그게 어리광을 부리는 그녀를 밀쳐낼 만큼 강하진 않았다. 왠지 내가 먼저 밀어내면 굉장히 아쉬워하는 얼굴을 지을 것만 같았기에, 나 치곤 드물게도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 곳 하지 않고 그녀를 안아주었다. 나로써도 어쩐지 남들이 뭐라하던 그다지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껴안고 있을 뿐이라면 별로 문제가 될 것도 없지 않은가. 그렇게 스스로의 안에서 합리화를 마친 나는, 발돋움을 하는 그녀가 조금 편해지도록 등을 쓰다듬던 손을 허리에 감아 붙잡아 받쳐 주었다. 턱이 누르고 있는 어깨가 조금 간지럽고, 그녀의 머릿결이 가끔 뺨에 닿는다. 목소리 또한 평소보다 훨씬 가깝다. 어쩐지 간질거린다. 구체적으론 몸이 아니라 마음이.
"나도 좋아해."
갑자기 튀어나오는 '좋아' 라는 말에,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이건 그런 의미인걸까. 아닌 걸까. 착각을 해선 망신을 당하거나 그녀와 어색해지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나름 열심히 고민한다. 전해져오는 느낌으론 그다지 연애적인 의미는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이렇게 흔들리는건, 내가 경험이 적고 순진해빠진 성격이라 그런걸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무엇을?' 이라고 되묻고 싶은 심정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됐어.
나도 지금 이 순간이 좋았다. 그녀가 말한 '좋아해'가 어떤 것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 나도 비슷할 것이란건 확신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나는 붉어진 얼굴로 수줍게 미소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