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너에게 조언을 해줘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이제 갓 입문한 녀석을 뭘 믿고 내가 조언까지 해주며 정성을 써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 " 선배. 좀.. "
꽤 날카롭게 말하는 장현을 밀어내며 한 선배가 얼굴을 내밉니다. 역시 만만치 않은 덩치를 지닌 남선배입니다.
" 미안미안. 어쩔 수 없어. 그야. 처음 가입하자 마자 내 기술을 보고 평가를 해줘라. 하는 게 듣는 사람 입장에선 목적을 가진 채로 부를 골랐단 생각을 들게 하거든. 그래서 부장이 저렇게 반응했나봐. "
선배는 멋쩍은 얼굴로 진화를 바라봅니다.
" 뭐.. 저리 보여도 좀 지나면 괜찮아질거야. 생각보다 겁이 많은 사람이거든. "
>>970 시X스 침대..
정신력이 회복됩니다!
>>972 선을 그려냅니다. 형태를 잡아냅니다. 그림에 녹아내는 것은 여러 감정들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대상들을 보기에 화가가 느꼈던 감정. 화가에게 주었던 감정과 느낌. 두 사람의 특색과 표현. 그런 것들을 녹아내립니다. 손유는 가만히 그림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까딱입니다. 화현의 팔이 조금 더 부드럽게 움직이지 시작하자 손유는 꽤 마음에 든단 표정으로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그려냅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두 눈에는 어떤 감정을 담을까요? 아마도 두 사람의 감정은 미묘할 것입니다. 하나미치야가 에릭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잔잔한 호감, 애정 같은 것들이 가득했으니까요. 그러니 하나미치야의 눈동자를 조금 더 진하게 표현해봅니다. 마치 이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하는 것처럼 조금 확장된 동공과 얼굴에 볼그스름하게 올라온 붉은 기운을 표현해냅니다. 눈에선 조그마한 호감을, 살짝 올라간 손으로 한복을 잡은 손에는 호감을, 그러나 살짝 지은 미소에서는 우정을, 그런 감정들을 녹아내립니다. 에릭의 눈에는, 호감을 담습니다. 행동은 조금 더 조심스럽도록 살짝 쥐여잡은 옷깃에 손을 올린 채,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에릭의 얼굴은 변화하지 않았지만, 잘 살펴보면 오른쪽 귀가 붉게 달아오른 듯한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풍스런 신 한국의 옷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듯, 살짝 불편한 티를 내면서도 눈의 기울기는 살짝 하나미치야를 바라보도록. 은근하게, 그러나 호의를 가지고.. 그려냅니다.
감정들을 녹아내리고, 표현하고, 만들어냅니다. 손유는 고갤 끄덕이며 말합니다.
" 첫 작품이겠군. "
▶ 봄과 함께 ◀ [ 봄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새로운 시작과 행복, 평온한 사랑. 그런 것들의 기운을 담고, 화가는 이 그림에 의미를 담았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부드러운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서로 부끄러운 듯 했지만 서로를 아끼는 듯 살짝 맞잡힌 손과 언뜻 멀어보이지만 옷깃을 당기는 것으로 끌어당길 수 있는 부분에서 두 사람의 가까운 듯 보이며 먼 거리감을 표현해냈다. 화가 이화현이 평범한 '화가'가 아닌 장인의 영역에 발을 디뎠다는 첫 작품. 사랑과 행복, 한 순간을 녹아내린 작품이다. ] ▶ 장인 미술품 ▶ 장인의 첫 작품 - 수많은 우연과 운이 따라주었지만 제작자가 장인 등급으로 탄생시킨 첫 미술품입니다. 제작자의 명성이 증가함에 따라 작품의 가치가 증가합니다. ▶ 설렘, 미소, 그런 것들. - NPC와 같이 관람하는 경우 작품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호감도가 증가한다. ▶ 좋은 작품에는 여운이 남는다 - 첫 관람 시 망념이 15 감소한다. ▶ 조금 더 매력적으로 - 첫 관람에 한정하여 매력이 2 증가한다. ▶ 서로의 눈에 닿는 곳에서 - 관람한 NPC와 '연인' 또는 '단짝' 관계인 경우 위험 상황에 NPC의 체력을 공유받는다. ▶ 봄이 온다 - 3, 4, 5월에 관람 시 당일 입장한 게이트에 한하여 경험치가 50% 증가한다.
이 화현의 레벨이 21로 증가합니다! 첫 장인 물품의 제작을 축하드립니다! 자유 투자가 가능한 스테이터스 포인트 2를 드립니다. 자유롭게 분배해주세요!
이크, 너무 서둘렀을지도 모르겠다. 의욕이 앞선 것과는 별개로 무례한 행위는 맞았으니까. 상냥해보이는 선배가 말려주지 않았다면 기껏 들어와놓고 단단히 찍혀선 쫓겨났을지도 모른다. 자기가 저지른 잘못으로 의기소침하거나 쪼그라들지 말자. 아무리 궁상맞아도 그런 꼴사나운 짓을 하고 싶지 않아. 나는 말려주신 선배님에게 감사를 담아, 허리를 깊게 숙이며 사과의 말씀을 전했다.
무례는 확실하게 사과하는게 좋다. 이쪽에 그럴 여지가 있었다면 더더욱. 다만, 뭔가 사사로운 목적이나 이상한 꼼수를 익히러 왔다고 여겨지는건 별로 원치 않았다. 그 부분만은 진심을 전해 해명하도록 하자.
"제가 이 부에 꼭 가입하고 싶었던 이유는, 전학오고 나서 담임선생님께 상담했더니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선 가장 추천하는 부라고 하셔서입니다. 저는 동료들이 다치길 원치 않았거든요."
요 최근 누군가와의 대화를 통해, 오해나 어긋남이 생겼을 때 너무 떠벌떠벌 사정을 늘어놓아도 좋지 않단걸 느꼈다. 상대가 내 사정을 알거나 신경써야 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그러니 죄송하다는 마음과, 목적은 순수하다는 것 정도만 전해두자. 그리고 이 성격 좋은 선배님이 도와주신 부분에 대해서도 감사를 표하는게 좋을 것 같다."
>>974 하나미치야는 조용히, 작품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여러가지로 복잡한 듯 보이는 표정 속에는 말로 꺼내진 않지만 다양한 마음이 복잡하게 생각을 어지럽히는 듯 보입니다. 작품을 바라보고, 에릭을 바라보고, 헤실 웃으며 하나미치야는 말합니다.
" 남들이 보기에 우리는 연인으로 보이는 걸까? "
하나미치야의 말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저 오묘했던 감정을 정리하고, 다잡고, 표현하며, 웃어버립니다. 기쁜 듯, 착잡한 듯, 이상한 듯, 웃긴 듯, 그 수많은 생각이 웃음에 담겨 한바탕 긴 웃음을 토해냅니다. 손유는 조용히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화현의 손을 붙잡고 휙 끌고나옵니다. 두 사람이 두 사람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말이죠.
하나미치야는 그림을 바라봅니다. 천천히 손을 뻗어 에릭의 옷깃을 붙잡습니다. 두 사람의 복장은 정복과, 유카타로 그림과는 다르지만, 하나미치야의 웃음과, 살짝 붉게 물든 볼. 긴장한 듯 떨리는 입술과, 여러 가지 감정들을 담아 에릭을 바라봅니다.
" 재미..? 오늘을 재미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을까? "
웃습니다.
" 좀 더 많은 말이 필요해. 응. 단순히 행복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말들이 필요해. 좀 더 떨리고 두근거리고, 그런 감정들을 표현하고 싶은데. "
입이 떨어지지 않네, 하고 그녀는 해맑게 웃습니다. 하나미치야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열어둔 창문 틈으로 아직은 시린 봄바람이 스쳐옵니다. 눈을 닮은 머리카락을 천천히 에릭에게 비비며, 하나미치야는 눈물을 흘립니다. 에릭은 천천히 눈을 감고 그녀를 끌어안았을 뿐입니다. 친구니까. 지금은 그녀를 꼭 끌어안는 수밖에 없다는 듯요.
" 있지. 사실 아직 잘 모르겠어. 왜 나한테 네가 이렇게 해주는지. 그저 날 친구로만이 아니라, 정말로 좋아해서 그러는지. 아니면 단순히 옛날의 '너'가 친절했던 탓인지. 모르겠네 "
사실 하나미치야도 알고는 있었을 것입니다. 그저 지금의 감정들이, 짧게 느껴지는 흔들리는 꼬리의 마음이.. 에릭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그러나 단순히 널 사랑하니까, 와 같은 착각은 느끼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랑한다. 사랑했다. 사랑하고 있다. 그런 말로 누군가를 믿기에는 이 세상은 여실히 위험했고, 사랑의 가치는 지나치게 가벼워 졌으니까요. 그래서 아직도 하나미치야는 의심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에릭이라는 존재를, 에릭이라는 사람의 마음을.
그러니 에릭은 웃는 얼굴로 하나미치야의 머리를 쓰다듬었을 뿐입니다.
너로 하여금 바뀐 수많은 것들이 있었다. 그 것들을 모두 나열하려 한다 한들, 입이 아플 만큼 긴 이야기였을 뿐이었다. 너를 사랑한다 느낀 것은 언제였는지. 적어도 널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 지금이었단 사실을 후회한 적은 없었다. 내가 가진 고집이 내 망집이 되었으며, 너를 바라보던 네 마음이 너와의 거리가 되었다. 사랑한다. 사랑하고 있다. 사랑하고 싶다. 그런 말들로 너를 묶어두고 싶진 않았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네 곁에 있고자 했고, 네 옆에 있고 싶었다. 그런 마음들을, 생각들을 가진 채. 너에게 다가갔다. 왜 내가 너에게 약속을 하지 않았는지, 확신을 주지 않았는지는 단 하나였다. 나는 너의 단 열두시간이 되고 싶었다. 너가 고통에 누운 채로, 꼼짝달싹 할 수 없는 순간의 열두시간. 그저 네가 마지막을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보아야 했다면 그것이 나이기를 바랬다. 내가 너의 모든 것이길 바란 것이 아니라, 네가 나로 마지막을 새기길 바랐을 뿐이다. 에릭 하르트만이라는 쇠가 있었다. 갓 캐어져, 제 성질조차 모르던 쇠는 첫 망치를 잡는 대장장이의 손에 녹아내렸다. 그 곳에서 온갖 불순물들을 삼켜 무뎌지고, 상처입고, 망가져갔다. 그러나 내가 잘못 두드려 지더라도, 잘못 만져지더라도, 너는 날 끌어안았다. 뜨겁게 타오른 쇠를 식히고, 다시금 두드려 단련되어라. 말하고 있었다. 나는 녹아내린다. 언제쯤, 이 불길 속에 내 안에 더러운 것들, 불순물들을 녹아낼지 모르겠으나. 그 날이 오기까지 난 네 품 속에서 식으며, 다시금 두드려 강해질 것이다.
수없이 두드리고 수없이 타오르고, 수없이 식는 사람이 되리라.
에릭 하르트만의 의념 속성이 연단(鍊鍛)으로 변화합니다.
하나미치야는 천천히 에릭에게서 떨어집니다.
" 있지. 내가 무슨 짓 하더라도 놀라면 안 돼? "
장난스런 말을 남기고, 하나미치야는 짧은 무언가를 달싹입니다. 곧 에릭의 눈 앞이 어둡게 물들어갑니다. 시야 대신, 청각에 집중하자 또각, 또각, 하고 작은 발걸음 소리가 들려옵니다. 무언가가 살짝 올려지는 듯한 소리. 옷깃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그런 소리들에서 벗어나면, 이제 느껴지는 것은 따뜻한 온기가 볼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 재미 없게도 안개로 흐릿하게 시야가 돌아올 즈음. 백색의 머리카락이 천천히 다가와 에릭의 입술에 내려앉습니다. 시간은 딱히 길지 않았습니다. 세어 봐야.. 수 초에 끝날지도 모를 순간입니다. 그 촉각이 떠나기도 전에 이제 뚜렷히 상이 잡히기 시작한 상황에서 하나미치야는 에릭을 바라보고 말합니다.
" 아직은 친구 사이니까. 더 앞선 거는 기대만 해줘? "
하고, 웃습니다.
" 그러니까. 지금은. "
사랑해. 에릭. 그 짧은 입모양을 대신하여, 에헤헤 하고 웃어버리는 여우입니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사랑해서. 에릭도 웃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