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음...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그게 내 인생의 전부인건 아니구. 가디언으로써 내 목표라는거야. 아하하, 조금 부끄럽지만 나는 친구와 같이 맛있는걸 먹고, 좋아하는 만화를 보고...그런걸 좋아해. 그런 삶이 행복해."
'전부'라는 표현과 기준이 어쩐지 서로 엇갈림을 느낀다. 큰 꿈을 꾸더라도 나는 어디까지나 소시민이다, 소시민. 어색해진 친구와 재회함을 기뻐하고, 착한 후배와의 만남에 행복하고. 허수아비에게 맞아 뒹굴고 음료수 한캔에 감격하고. 그런 일상들이 참으로 행복하고 소중하게 여겨지는 사람이다.
화현이는 노골적으로 실망한 것 같았다. 조금 미안하기도 했지만 낙담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도 어깨에 힘이 풀려, 느슨한 자세로 자연스레 말했다. 실망은 어쩔 수 없어도 오해는 없길 바랬다.
"실은, 옛날에 큰 사고에 휘말려서...많은 무서운걸 봤거든. 사람이 찣기고, 뭉개지고, 부숴지고, 그 속에서 나는 살려달라고 울부짖었어. 거기서 날 구해줬던건 어느 가디언이야. 완벽하진 않고, 대신 필사적이었던."
그다지 이름을 날렸는진 잘 모르겠다. 확실한건, 그다지 여유롭고 압도적인 강함을 보이진 않았다. 엉망이 되어가면서도, 그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사실 겁쟁이고, 울보고, 정에 약해. 가디언 같은거 포기하란 얘길 참 많이 들었어. 그런데도 내가 이 곳에서 노력하는건, 엉망이 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그 사람을 동경해서야. 그 사람이 구해준 나 처럼, 나도 누군가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그게 내가 여기에서 노력하는 이유의 전부야."
호오, 하고 엉망이된 손바닥에 바람을 불며 이야기 한다. 수 많은 비난과 조롱에 방에 틀어박혀 홀로 울던 때가 떠올랐다. 전투만 할 때면 과거가 떠올라 무섭고, 일반인으로써 그저 내 격에 맞는 소소하고 행복한 삶을 살까 생각도 자주 했다. 그러나 저게 내가 남아있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의 전부, 였다.
긴 푸념이었다. 도중부턴 화현이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다독이는 얘기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는 실망하고 떠나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어쩐지 후련해졌다. 시원스럽게 웃었다.
장엄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그. 관심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그가 하는 이야기를 계속 들어준다. 흔히 있는 이야기. 자신을 구해준 누군가를 동경하여 그 사람이 되기 위해서 자신을 바꿔나간다. 그런 이야기였다. 내가 바라는 이야기와 내가 원하는 이야기가 아닌 것에 아쉬움, 실망, 안타까움을 느꼈지만, 그것에 대해 그가 사과할 이유는 없는 것인데.
"당신이 소심하고, 정에 약하고, 거절 못하고, 사소한 일에 신경쓰고, 뒤끝이 있을지도 모르는 성격인 건 알고 있어요. 이른 바 소시민. 작은 것에 감동하고 작은 것을 신경쓰며, 작은 것을 좋아하는 그런 건 이미 알고 있으니까 설명하실 필요는 없어요."
단지, 내가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건 그거다. 작은 사람이 큰 것을 꿈꿨으면, 그것을 계속 바랄 것이지 이렇게 사과를 계속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 왜 당신이 바라는 영웅과 제가 바라는 영웅이 다르다는 것에 사과하는 건가요? 당신이 가디언 같은 거 포기하라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가디언이 되고 싶어 하는 이유잖아요? 왜 그걸 다른 사람에게 사과해요? 당당하게 난 그러고 싶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영웅이다.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난 신경 안 쓴다. 그렇게 말하면 안 돼요? ...신경 안 쓰는 건 못하겠죠. 신경 쓰일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럼... 적어도 사과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당신이 바란 영웅인데, 그걸로 다른 사람에게 사과하면 당신이 잘못한 것처럼 들리잖아요."
" 의념 발화는 기본적으로 의념을 신체에 녹아내고, 그 녹아낸 의념의 힘을 매개체로 일시적으로 불태우는 방식으로 사용하곤 해. 그러다 보니 의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게 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그러다 보니 의념 발화는 '스스로 알아내야 하는'영역에 가까워. "
과자 봉투를 열면서 혜림은 말을 이어갑니다.
" 그래서 의념 발화를 가르쳐달라. 는 말은 많은 학생들이 하곤 해. 하지만 그걸 교사들이 알려줄 수는 없지. 우린 억지로 깨달음을 뚫어내고 답을 줄 수 있는 수준은 아니거든. 물론 청월고등학교는 달라. 그쪽은 수많은 연구와 분석을 통해서 의념 발화라는 기술을 학생들에게 강제로 체화시키거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