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가 가늘게 떨리자 지훈은 일부러 놀리려는 듯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이미 춘심의 감정을 눈치챘음에도 질문하는 의도란... 그녀가 팔을 내리려고 시도했지만 잠시동안 힘을 주어 버텼을테고, 어째서인지 곧 포기해버리자 지훈 역시 팔에서 힘을 풀고는 가볍게 춘심에게 팔을 두르고 있었겠지.
냄새 맡지마. 작게 말하는 것에, 원래라면 따랐을테지만, 어째서인지 짓궂음이 먼저 들어버렸나. 춘심의 머리에 고개를 살짝 부빗거리던 지훈은
" 향긋하네.. "
일부러 춘심이에게 들으라는 듯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물론 실제로도 향긋한 샴푸 냄새가 진하게 남아있던 만큼 거짓말을 하는 기색은 아니었을까. 단지 속으로 생각하면 될 것을, 그녀의 부끄러움을 조금 더 가중시키기 위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던 것일 뿐이다.
여러가지 의미. 시험 공부... 나도 해야 하긴 하지만~~ 시간이 많이 있으니까!!!! 괜찬괜찮!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영웅이라는 단어는 해석하기 힘들긴 해요. 자신이 영웅이 될 것인지, 아군을 영웅으로 만들 것인지 구분 하는 것도 힘들 것 같고..."
이런저런 생각. 자신이 영웅이 될 것인가, 아군을 영웅으로 만들 것인가... 하지만, 영웅이란 대체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보는 게 제일 중요할지도? 단순히 악과 맞서 버티기만 한다면, 그게 영웅인가? 인류의 적과 맞서 싸우면 그게 영웅인가? 비슷한 것을 찾자면... 과연 무엇이 선이고 악인가 같은 고민일까? 그냥 동료를 지킬 뿐이라 선언하는 그를 보며 가만히 있다가 입을 뗀다.
어색하게 웃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기초를 익히고 있는 것만해도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러나 본심적으로 말하자면, 눈에 띄는 무언가의 성과를 얻고도 싶은 것이다. 나를 걱정해준 사람도 있고, 나를 믿어준 사람도 있다. 그들에게 무언가 '나아갔다'라는 증거를 보여주기 위해, 나는 필사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그 방향성은 확실해. 나는...영웅이 되고 싶으니까. 다만 그렇네, 해석하기 애매모하다고 해야되나~...명확한 이능과 특징이 살아나는 이념들과 비교하면...음."
비아는 보석의 힘을 다룬다, 청천이는 사라지게 하는 힘을, 눈 앞의 화현이는 그림에 관련된 힘을 다루겠지. 그렇다면 나는? 의지를 힘껏 다지면 어쩐지 용기가 솟고 각오가 생기고 힘이 나는 기분이지만, 뭐랄까, 응용할만한 방향성은 전혀 모르겠다. 어쩌면 허선생에게 열중하는 것은 그래서 일지도 모른다. 의념을 응용한 전투가 쉽지 않은 만큼, 나는 기본기를. 그리고 더 나아가선 나 자신의 힘을 기를 필요가 있었다.
"그걸로 만족할 수 있냐고?"
예상치 못한 질문이 들어와 조금 놀랐다. 그걸로 만족할 수 있냐, 라. 여기서 선배다움을, 남자다움을 표현하기 위해선 '그럴리가!' 라면서 거창한 목표를 얘기해야만 할까. 흥미주의적으로 보이는 이 후배에겐 그것이 만족스러웃 답일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디까지나 나는 단순하고 소박한 인물이다. 나는 그저 웃었다. 부드럽게 입꼬리를 올려, 눈을 맞춘체 타이르듯 속삭였다.
"그게 나에겐 전부야."
인간의 삶은 덧 없다. 필사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빛나면서도 가볍게 유린당하고, 망가진다. 그것을 지키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누군가를 지킬 수 있는 것. 나는 오로지 그것만으로 좋아. 비참한 광경을, 슬픈 상실을, 깊은 절망을, 누군가가 겪을 불행을 막아내, 언젠가 그 사람이 웃어준다면, 오로지 그것만으로 만족해."
명성을 드높인다던가, 칭찬 받는다던가, 업적을 세운다던가, 그런 것과는 다르다. 나는 그저 빛나는 삶의 미소를 지키고 싶었다. 그것은 하염없이 덧없으면서도, 더할나위 없이 빛나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