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잊어버리셨다면 다시 아군으로 돌려줄 수는 있어요." 그렇죠? 라고 말하면서 그럼 제가 뭐라 말했었죠? 라고 물어봅니다. 물어보는 표정이 부끄러움 있는 소녀스러움이란 언밸런스하군요.
"오해가 쌓이면 곤란하신가요?" 그럼 오해가 아니라 진짜로 만든다거나. 오해를 살 만한 짓을 하지 않으면 되지 않나요? 라는 말을 해보는군요. 후자는 몰라도 전자는 곤란하지 않아? 많이 곤란한데? 짖궂은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바..바다양의 복수와 오늘 제게 할 것들을 미리 복수합니다..?" 되는 대로 말하기는.. 네가 거울나라의 앨리스냐.. 살짝 바둥거리는 지훈에게 고개를 숙여서 눈을 마주하고는 너무 바둥거리시면 저.. 못 버텨요..? 라고 속삭입니다. 절 깔고 싶으시다면야..? 라고 농담같이 말하지만..
"...공주님 안기보다 부끄러운 일이면 대체 뭐길래.." 그..그런 건 없을 거니 헛된 협박일 것이다! 라고 생각한 다림은 공주님 안기를 유지한 채 공원 안쪽으로 걸어가려 시도합니다. 아냐.. 지훈은 더 부끄러운 일도 시전하는 게 가능할 거야..(머리짚는 다림주가 보이시나요?)
>>896 그랬다면 다행이네요. 비아는 영웅을 꿈꾸곤 있지만 자기 자신이 나아가는 방향은 '이상적인 가디언'에 가까워요. 사람들을 지키고, 이끌고, 의지받으며, 자기 자신으로서는 부족한 점이 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의지도 하는, 그런 모습을 갖춰놓고 업적을 쌓아올리면 그게 영웅이니까. 그래서 레벨이 오르지 않아도 성실하게 의뢰에 참여하고, 묵묵히 뜻있는 순간마다 정성을 다하며 살아왔던 거에요. 둘 다 의지는 강하지만, 그 표출방식은 완전 다르네요... 근본은 같아도 미숙한 이상과 아무튼 성실한 것 중 뒤쪽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보니, 이렇게 갈라진 건가.. 아무튼 비아는 진화가 자기 앞에서 강한 척을 했다면 '진화가 내가 도와주는 걸 원치 않는다'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거에요. 움츠려드는 걸 보고 보호의 대상으로 지정하긴 했지만 정서적인 위로 이상을 지원하지 않을 정도가 되도록... 그러면서 이 정도면 진화가 스스로 이겨낼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하게 되도록... 영웅이라는 목표를 탑으로 비유하자면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둘의 모습은 얇디얇은 나무막대 지지대 위에 올라간 벽돌 하나 / 이제 겨우 벽돌로 한두 줄 쌓아올린 담... 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진화의 꿈은 자신이 원하는 탑의 '높이'까진 닿았지만 너무 위태롭고 약하고 우습게까지 보이는 모습이고, 비아의 꿈은 탑까지 닿기엔 너무 아득해서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진 않지만 '아무튼 뭔갈 만드려고 쌓고 있는가보다'하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결국 지지대는 부러지고 말았지만, 성학교에 가서는 그 지지대를 기둥 삼아 더 튼튼한 탑을 지을 수 있겠죠...?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곤 아직도 자신을 째려보는 뱀의 머리를 꾸우욱 누르려 시도했지. 요리조리 손을 피해다니자 끄응.. 하는 소릴 내더니, 아예 정말 목도리 풀듯 뱀의 몸통을 잡아 둘둘 풀어버리려 했고. 저러다 물리지 않을까- 싶어도 용케도 안 물린다. 이것이 우정!!! ....이라기보단 그냥 제압에 익숙한것 뿐이였지만. 목에서 푼 뱀을 옷소매 속으로 쏙 넣어버리고 나서야 다시 지훈을 쳐다본다.
"귀찮은건 사실이지만~ 그런 배려는 부끄러워서~"
전혀 부끄러워하지않는 표정으로 부끄럼 운운하더니 지훈이 자신을 향해 손을 뻗자 다시금 손을 피해 몸을 뒤로 빼며 장난스레 빙긋 웃는다.
"보통은 부끄러워하거나~ 얼굴 붉히거나 그러는데-"
말을 잠깐 끊곤 빙긋 웃는다. 한쪽 손을 입가로 향한 채로 우후후후후.. 하고 웃음소리를 흘렸을까.
아마 결국 영웅을 꿈꾸는 목표가 과거의 참상에서 생겨난건지, 혹은 추억에서 생겨난건지가 그 차이를 가른걸지도 모르겠네요. 진화는 과거의 참상과 그걸 해결했던 가디언을 보면서 '자신도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 라고 생각하게 된거니까. 그 안에는 사실 '죽고 싶지 않다' 라고 간절히 빌었던 비참함과, 자신과 똑같은 조건이었으나 참살당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 그 때의 구원자에 대한 보답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이러한 상처가 있기 때문에 이상을 꿈꾸되 현실적인 조건에 맞춰 자신을 생각하고 조정하면서 덤덤히 나아가는 비아와는 달리 '나는 이래서는 안 돼!!' 라는 사고가 부정적인 루틴을 이어가게 만들고, 그 결과 외부에서 보기에도 불안해보이는 것이 된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초조함의 유무가 둘의 차이를 가른걸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그런 이상과 꿈이 완전히 트라우마에서만 발현된 발작증세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설정하고 싶어요. 그런 요소도 분명 포함되어 있지만, 반대로 결국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본인의 근본적인 상냥함이 크게 관여한다는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예를 들면 비아에게 강한척 했다는 것은 분명히 '동정하거나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 된다는, 친구에게 그런 처지가 된 자신에 대한 비참함이나 자존심을 위한 허세의 요소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이유는 결국, '가장 친한 친구에게 부족하더라도 힘이 되어주고 싶다.'라는 상냥한 마음씨가 주를 이룬다는 느낌처럼 말이죠! 아마 그런 의미에서 진화는 결국 비아랑 1학년 초기 때의 그 웃고, 즐겁고, 친근하고, 진실되던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었을 뿐일지도요.
후 첫날부터 원래 이렇게 길거나 깊은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었는데! 관심을 가져주시다보니 신나서 그만...
다림이 물어보는 것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내놓았던가. 더이상 자극하면 어떤 식으로 그 짓궂음의 대가를 돌려받을지 모르니 처신 잘 해야... 그 표정의 언밸런스함은, 어쩐지 이질적이면서도 생경한 기분이었을지도 모른다.
" 후자는 내 마음대로 가능한게 아니고... 전자는 너까지 곤란해지는데, 진심이야? "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다림을 빤히 쳐다보았다. 오해가 오해가 아니게 만들라니 그건... 어... 잡혀가도 할 말 없게 되지만 그럼 당하는 사람도... 라는 생각을 했나.
" 그런게 어디있어. 이건 횡포야... "
자신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 하는 자세를 취해놓고 정작 그 이유는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짓이나 다른 이에게 한 짓에 있다니, 조금 억울했을까. 속삭이는 것에 "이대로 안 놓으면 진짜 사람 별로 없을 때 밑에 깔아버릴 수도.. " 라며 응수했지.
" 하아... 언제라도 놓을 기회는 있으니까, 잘 선택하길 바래. "
정말 늦어버리면 곤란해질지도 모르니까. 라고 속삭였나?
다림의 목 뒤쪽과 어깨에 손을 짚더니, 그대로 잡고 상체를 일으켰다. 입가를 목덜미에 가까이 가져가고 혀를 살짝 내밀어 지그시 누르고는, 입을 갖다대더니 조금 세게 입질하여 자국을 남기려고 시도했을까. 물론 그 과정은 굉장히 느렸고, 다림이 지훈이를 놓았다면 그는 곧바로 그만뒀을 것이다. 아니면 저항해도 그대로 그만뒀을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