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할 수는 없다. 다만 잘라지는 과정에서 절삭력을 높이는 것, 잘렸다는 결과를 검과 의념으로 동시에 도출해내는 것, 둘 다 일정 지분을 차지하고 있을 수도, 아니면 한쪽씩 사용하는 걸 수도 있다. 확실한 건 테스트를 해봐야겠지만.
" 겉모습은 똑같을지라도 그 속에 담긴 것은 다르다는 건가... "
지훈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속에 담긴 역사, 의미, 그런 것들이 다르다는 것이겠지. 가치 있는 걸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는 말에, 지훈은 "어쩌면 네가 될지도 모르지." 라며 그녀를 바라보다가 희미하게 웃었다.
" 무엇이든 벨 수 있는 의념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
너무나 터무니없는 것 아닌가, 그것은. 너무나 아이같은 생각 아닌가.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그것을 열망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 한지. 속으로 농담을 던지다가, 화현의 말에 잠시 고민했다.
검을 사용하는 이유. 검을 든 이유. 검을 들고있는, 놓지 않는 이유...
" 가장 익숙한 무기여서. "
지훈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어린 나이에 가장 익숙한 병기류는 검이었으니까. 다만 그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 검은 한자루에도 다양한 기능을 내포하고 있어.
" 롱소드로 보자면, 검날과 손잡이를 잇는 부분에 길게 뻗은 크로스가드는 상대방과 검을 부딪혔을 때 손이 다치지 않게 보호해준다. " " 손잡이 끝의 폼멜은 무게추 역할을 하면서 상대방을 타격하는 둔기로도 사용되지. " " 옆날을 세우면서도 포인트- 끝부분은 뾰족하지. 찌르기에 적합해. "
꽤나 장황한 설명을 이어간 그는 잠시 숨을 골랐던가.
" 요컨데 나는 그 매력에 빠졌던 거야. 하나의 무기로 수많은 일을 한다. 단순히 팔과 주먹의 연장이 아닌 좀 더 다양한 것들을. 오직 검 하나로. "
그렇기에 많이 찾아보았고, 그렇기에 익숙해졌으며, 그렇기에 첫 무기로 삼았다. 어렸을 적부터 그 매력에 빠졌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지금도 그 매력에 빠져있기에 좀처럼 검을 놓치 못 했던가. 사실, 검을 놓지 못 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을지도 모른다
저를 이용하겠다는 사내에게 기꺼이 친구로 남아주겠다는 그런 말을 쉽게 할 사오토메가 아니지요. 이용하는 만큼 이용되어 주겠다는 말에 그저 말없이 입꼬리만을 올려보일 뿐 대답은 없었습니다. 요컨대 서로가 언제 놓아도 이상치 않을 줄을 잡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상대가 어떤 의도이냐에 따라 겉모양만 좋은 끊어지기 쉬운 줄이 될수도, 내실까지 꽉 찬 잘 끊어지지 않는 줄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놓게 된다면 그건 바로 제 쪽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관계에 있어 지훈군과 제 견해는 크게 차이가 나는 듯 보였고 실제로도 그랬기에, 그래보이기에. 하지만 저는 몇 안되는 소중한 꽃 중에 하나를 정리할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설령 정말로 나쁜 꽃이었다 해도 치우지 않았을 겁니다. 에미리의 화원의 꽃들은 모두 소중하답니다. 정말로, 소중하답니다. 거짓말이어요. 정말로 거짓이랍니다. 하지만 저는 더는 잃고 싶지가 않답니다. “긴장이 풀리셨다니 조금 기쁜걸요…..🎵 “
한결 편해지신 지훈 군을 보니 저 역시 편해지는 것만 같았답니다. 때마침 온(어쩌면 이미 와 있을수도 있을) 음료와 다과들을 흘긋 보고는 조용히 제 쪽으로 차를 가져갔답니다. 긴장을 푸는 덴 캐모마일 티만한 게 없긴 하지만, 이미 음료가 도착했기에 뭘 더 권해드리는 건 무리이겠지요.
“자아 자🎵 아무튼간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니까요. 콜라 한 잔으로 좀 더 마음을 편히 하시는 건 어떠시와요? “
그리 말하며 저는 지훈 군 몫으로 온 콜라 잔을 밀어보였답니다. 자아 자, 담화도 식후경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