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을 받는 성질과 탐욕적인 부분인가요." "'나'를 보석으로 두고 탐욕이 나에게로 오게 만들면... 그게 지금의 활용이네요. 단단하지만 전투에서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 워리어에게 시선이 끌리게 만들 수 있다는 건, 가치의 혼동을 일으킨다는 것... 한순간 워리어가 없을 때 공격을 받으면 안 되는 랜스와 서포터를 공격하는 것보다 워리어를 향하는 게 더 중요한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 이걸 더 세부적으로 나누면, 상대가 어느 쪽으로 공격할지 유도해서 방어하는 데 좀 더 수월해진다던가. 가능할까요." "아니면 다른 걸 '보석'으로 두고 그것을 나나 다른 사람이 탐욕하게 만든다면, 그것 하나에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가 나올 수도..." "나를 '원석'으로 두고 보석을 '목표'로 둔다면... 원석을 깎아서 보석이 된다, 는 것처럼 내가 나 자신을 깎아내는 것으로 어떤 목표에 달한다? 한쪽을 깎아서 다른 한 쪽을 더 돋보이게 하고, 뭔가를 덜어내서 더 나은 것이 된다?"
일단은 같이 논의하고 있는 거니까 생각나는 걸 다 말해보고 있다. 그리고 밖에서는 졸려서 한창 아무말을 쓰는 중입니다.
"망념을 쏟아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 아닐까요?"
메타발언으로는 망념 30으로 책 관찰이라던가... 아무튼 나는 망념만으로 다 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망념을 쏟았는데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망념이 부족한 게 아닐지 생각해봅시다.'라는 가디언넷의 오랜 명언... 은 잠시 치워두고.
- "결과가 아니라 과정인 거야?"
절단된 건 결과지만 절단하는 건 과정... 그런 뜻일까? 의념은 절단하려는 것과 절단하고 있는 것과 절단하려던 결과 어느 쪽에 작용하는 걸까.
"어디서 생산되었는지, 누가 세공했는지, 어떤 모습이 되었는지. 부터 어떤 내포물이 들었고 어떤 색을 내는지, 얼마나 희귀한지에 따라서 값은 달라지니까. 별 의미를 가지고 한 말은 아니야."
최대한 따라하더라도 진짜 보석을 많이 보는 사람 눈엔 완벽히 같지 않다는 게 확연히 보인다는 것 같다.
"지훈 씨께서 절단이라는 것은 결국 벤다는 것이니, 절단 = 벤다 로 해석하신다면... 무엇이든 벨 수 있는 의념으로 진화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검사가 아니라서 해석은 잘 못하겠네... 그런데, 검사들에게 중요한 것은 검인가? 아니면 의념인가? 과학의 발전, 의념의 발전이 계속되어 평범한 총알 대신 의념으로 만들어진 총알을 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검을 놓지 않는 가. 그것은... 아마... 한계가 없는 무기라서 그런 게 아닐까? 의념은 일단 치워두고 생각해보자. 총은 총을 쥔 사람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총에서 발사된 총알의 위력이 중요하지 않아?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저격총, 산탄총, 소총, 기관총 같은 여러 총기류가 탄생했고, 총알도 여러 종류가 생겨났지. 그렇기에 총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총이 가진 그 자체의 한계가. 여기에 의념이나 다양한 기술이 들어가면 또 모르지만... 총에서 기술이라고 할 만한게... 있나? 하지만 검은? 검을 쥐는 방법, 휘두르는 방법, 각도, 검을 쥔 사람의 신체 능력 등등... 다양한 것에 따라 한계가 없다고 생각해. 거기에 여러 유파로 나뉘기까지 하잖아.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검을 쥐었고, 검을 휘둘렀다는 거겠지. 이들이 검을 쥔 이유는 뭘까? 더 멀리서 안전하게 인류의 적을 죽일 수 있다는 이점을 놓고 검을 선택한 이유는? 지훈 씨는 왜 검을 쥐었을까?
"갑자기 든 생각인데, 지훈 씨는 왜 검을 무기로 선택하신 거예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후우... 생각을 너무 많이 했어. 지끈거리는 머리에 눈가를 문지른다. 사비아도 여러 생각을 했는지 말을 내뱉는 것을 하나하나 귀담아 듣는다. 주목과 탐욕. ...아, 말을 듣다보니 하나 더 생각나. 보석은, 그 자체로는 가치가 낮지만 가공을 통해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지. 보석을 깎는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잖아. 모양도 그렇고.
"보석... 보석은 다양한 가치를 지닌다. 그러니, 가치...를 정할 수도 있겠네요. 자신을 깃발로 본 것처럼, 사람을 보석으로 생각하고 그들의 가치를 매긴다... 혹은, 보석을 가공하듯이 사람, 물건, 개념등을 가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어우... 의념 해석에 대해 수업도 해주면 좋겠다!!!
"그래도 혼자서 고민하는 것보다 생각나는 것을 바로 말하며 의견을 교환하는 편이 더 생각이 깊어지긴 하네요. 사비아 씨는 어떤 무기를 쓰세요?"
개인적으로 알고 싶기도 해요... 지훈이가 왜 검을 선택했는지... 아버지가 검사여서 그렇다. 도... 충분한 이유긴 하지만... 약간 그 뭐라고 해야하지... 원초적인 이유. 오니잔슈 때문에 정신력까지 깎이면서도 오니잔슈를 버리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지 않고 검을 고수하는 이유...
확신할 수는 없다. 다만 잘라지는 과정에서 절삭력을 높이는 것, 잘렸다는 결과를 검과 의념으로 동시에 도출해내는 것, 둘 다 일정 지분을 차지하고 있을 수도, 아니면 한쪽씩 사용하는 걸 수도 있다. 확실한 건 테스트를 해봐야겠지만.
" 겉모습은 똑같을지라도 그 속에 담긴 것은 다르다는 건가... "
지훈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속에 담긴 역사, 의미, 그런 것들이 다르다는 것이겠지. 가치 있는 걸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는 말에, 지훈은 "어쩌면 네가 될지도 모르지." 라며 그녀를 바라보다가 희미하게 웃었다.
" 무엇이든 벨 수 있는 의념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
너무나 터무니없는 것 아닌가, 그것은. 너무나 아이같은 생각 아닌가.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그것을 열망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 한지. 속으로 농담을 던지다가, 화현의 말에 잠시 고민했다.
검을 사용하는 이유. 검을 든 이유. 검을 들고있는, 놓지 않는 이유...
" 가장 익숙한 무기여서. "
지훈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어린 나이에 가장 익숙한 병기류는 검이었으니까. 다만 그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 검은 한자루에도 다양한 기능을 내포하고 있어.
" 롱소드로 보자면, 검날과 손잡이를 잇는 부분에 길게 뻗은 크로스가드는 상대방과 검을 부딪혔을 때 손이 다치지 않게 보호해준다. " " 손잡이 끝의 폼멜은 무게추 역할을 하면서 상대방을 타격하는 둔기로도 사용되지. " " 옆날을 세우면서도 포인트- 끝부분은 뾰족하지. 찌르기에 적합해. "
꽤나 장황한 설명을 이어간 그는 잠시 숨을 골랐던가.
" 요컨데 나는 그 매력에 빠졌던 거야. 하나의 무기로 수많은 일을 한다. 단순히 팔과 주먹의 연장이 아닌 좀 더 다양한 것들을. 오직 검 하나로. "
그렇기에 많이 찾아보았고, 그렇기에 익숙해졌으며, 그렇기에 첫 무기로 삼았다. 어렸을 적부터 그 매력에 빠졌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지금도 그 매력에 빠져있기에 좀처럼 검을 놓치 못 했던가. 사실, 검을 놓지 못 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