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렸다. 두 세계가 이어졌다.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두 세계의 사람들은 손을 뻗었다. 작은 문을 두고 두 사람의 손가락이 닿았다. 떨어졌다. 문 밖에서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오색의 눈, 그와 비슷한 머리카락. 그러나 동양인의 외형을 하고 있는 사람.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을 한 사람.
비설인 부분도 있고 비설...이라기엔 캐해가 작두인 부분도 있네요. 작두 나온 김에 티엠아이 던지자면, 머리 기르기 시작한 거 각성한 이후부터에요 자기 머리가 그냥 라이트블루가 아니라 파랑하양 그라데이션인거 알고 나서부터! 괴도 닉도 일부러 '클라우디'(흐림) 픽함...
검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리고, 그 검을 잡고있던 주인들은 서로 조금 물러나며 상대방을 살폈다. 남궁세가를 상징하는 용의 그림에, 검은색 복장을 입고있던 소년은 아직 제대로 검을 휘두르지도 않았는지 상당히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반면 후드집업을 입고있던 푸른 눈의 소년은 상당히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과연, 과연... 속도는 제가 우위지만, 힘에서는 비등한가요..."
아무리 봐도 평범한 이류 무인은 아닌 듯 하네요. 라며 도복을 입은 소년- 지원이 홀로 중얼거렸다. 뭔가 납득했다는 듯한 그의 표정과는 달리 푸른 눈의 소년- 지훈은 자신의 손에 생긴 상처를 살짝 핥으며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공격했으면서 뭔가 이해한 듯 말하기인가... 너무하네. "
"에이, 그런 것 치고는 공자께서도 절 보자마자 싸우고 싶다는 티를 팍팍 내셨는 걸요. 전 먼저 행동했을 뿐이구요."
" 그냥 변명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어려운 말이라서 곤란하네, 그거. "
지원의 눈빛이 자신감으로 차올랐다. 방금 지훈이 자신에게 보냈던 시선에서, 어쩐지 동질감을 느꼈다. 싸움을 수단으로 생각하기보단, 싸움 그 자체를 일종의 유희거리로 여기는- 무림인들의 특성이라고도 할 수 있었겠지만, 지훈의 그것은 사뭇 달랐다. 자신의 것에 가깝다고 여겼던가. 반면 지훈의 눈빛에는 반쯤 당황함이, 반쯤 흥분이 비춰졌다. 자신의 눈빛만으로 어느정도 파악했다는 것 때문에 놀라 당황했고, 하지만 방금 부딪혀본 검에 의하면 눈 앞의 소년은 자신보다 훨씬 강한 상대였기 때문에 흥분했다. 칼을 맞댔던 부장- 정도는 어려워도, 거의 정식 가디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으니까.
"방금은 조금 봐드리긴 했지만, 지금부터는 안 봐드릴 거니까요?"
" 그게 봐준 건가. 뭔가 자존심 상하는데... 해봐. "
지원이 빙긋 웃자 지훈 역시 피식 마주웃는다. 곧, 지원의 몸이 뇌기를 맹렬하게 뿜어내자 지훈은 압도되는 기분을 느꼈다. 단순 정전기가 아니었다. 저 소년의 몸에서 튀는 뇌기 한 가닥 한 가닥이 곧 고압전선의 그것과 마찬가지였다. 이윽고 지원이 자신에게 뛰어오자 지훈은 반사적으로 검을 들어올렸다.
[ 천풍검법 - 천풍보 - 하늘바람 ]
초식 단 하나. 그것을 막아내는 것에 지훈은 의념을 발현하는 것으로 모자라 팔에 집중시켜야 했다. 이따금씩 자신의 주변을 스치는 번개는 쓰렸지만 당장 자신의 머리 위로 날아온 검을 못 막으면 반으로 쪼개질 것이 자명했다.
팔을 들어 검을 막은 지훈의 모습에, 지원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상대가 아무리 이세계인이라고 해도 고작 이류 무인. 그런 무인이, 손속을 뒀다고는 해도, 자신의 검을 막았다. 이제 이 자가 어디까지 가능할지 궁금해졌다.
[ 천풍검법 - 풍검결 ] [ 천풍검법 - 일풍낙엽 ] [ 천풍검법 - 하늘바람 ]
[ 연속 절단 ]
맹렬하게 검을 휘두르며 자신을 향해 공격해오는 지원. 지훈은 그것을 상대하느라 의념을 거의 바닥내야 했다. 찔러들어와서, 여러번 휘두르고, 뛰어오르며 올려벤 뒤에, 다시 내려찍는다. 이따금씩 들어오는 뇌기나 칼바람은 방어할 새도 없이, 그저 최대한 자신의 팔다리에 의념을 집중해 의념기술로 받아치는 것이 다였다.
"그걸 방어해내시다니,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네요."
지원 역시 이정도는 힘이 드는지 기쁜 듯 숨을 가쁘게 내쉬고 있었다. 지훈은 속으로 "지X하네." 라고 중얼거렸다. 지원에 비해 자신은 힘을 거의 쏟아내느라 기절하기 직전이었으며, 방금 그 방어마저도 지원이 정면으로 모든 공격을 쏟아낸 것이 아니라면 반응조차 어려웠을 것이 분명했다.
" 혼자 압도적인 솜씨를 뽐내고 있으면서 겸손은.. "
"...흐응. 과연, 모르실만도 한가요."
지원은 지훈의 투덜거림에 어깨를 으쓱한다. 분명 지원 쪽이 압도적인 것은 맞았으나, 조금 달랐다. 첫번째로, 지원은 현재 검을 바꿔들었다. 지훈이 눈치채지는 못 했지만 자신의 검이 단 몇 합을 겨룬 것 만으로 부러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현재 이곳에 넘어와서 받은 검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두번째 이유는 바로 자신의 뇌기마저 수차례 지훈이 베어냈기 때문이었다. 지원은 당황하는 동시에 흥분했다. 기를, 이류무사가 자신의 뇌기를 베어낸 것이었다. 정작 그 자신은 모르는 일이었지만 지훈은 그만 픽 웃고 말았다.
"슬슬 흥분되기 시작했으니, 바로 전력으로 갈게요."
" 난 슬슬 욕이 나올 지경이지만. "
지원은 검을 높이 들어올렸다. 자신의 기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걸 본 지훈 역시 검집에 검을 집어넣고는 발도술을 취하기 시작했다.
[ 흑호난지평정 - 영웅일격 ]
사용한 것은 지원이 더 빨랐다. 참격으로 인한 여파가 지훈에게 맹렬히 향했다. 하지만 그걸 본 지훈도 뒤질세라 검을 휘둘렀다.
[ 의념기 - 일섬 ]
거대한 소음과 함께 의념과 기가 충돌하며, 베어진 공간 틈으로 강력한 기운들이 모두 빨아들여지고-
"...하하...죽는 줄 알았네요..."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지훈이 쓰러지자, 지원이 자신의 목을 매만지며 질린 표정을 지어보였다. 공간 자체가 베어지는 섬뜩한 기분에 저도 모르게 자신의 목이 붙어있는지 확인했던 것이었다.
"이류 무인이 이정도라니, 역시 세상은 넓네요...할아버지 말 듣고선 오길 잘했어요."
그럼, 이 사람을 학교로 데려다 줘야겠죠. 라고 혼잣말하며 지훈을 부축하고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