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웅이 되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박수와 환호 소리, 나에 대한 칭찬을 늘여놓는 매스컴, 모두가 영웅이라 추켜세우는 박수. 나를 사랑하는 사람까지. 분명 행복해야 마땅할 삶이었다. 그런데 웃기게도 나는 영웅으로의 삶보다 과거의 그 삶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소시민다운 생각이었다. 소년은 나를 보며 말헀다. 이제 행복하지 않아? 모든 것을 다 가졌잖아. 나는 답했다. 모든 것을 가지긴 했지. 나 스스로를 빼고 말야. 소년은 그때서야 꺄르르 웃으며 날 바라봤다. 바-보. 그걸 이제 아셨어?
>>164 두 사람은 광장으로 향합니다. 사실, 광장에서 짧게 논다곤 하지만. 생각보다 놀 거리는 다양했습니다. 서로 손을 잡고 공원을 돌아다니기도 했고 미어캣들이 거리 공연을 하는 것을 지켜보고, 솜사탕을 나눠 먹으며 서로 장난을 치고, 사실상 노아에게 진석이 끌려다니듯 돌아다니긴 했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은 놀이였다고 진석은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도중 진석의 머리에선 알 수 없는 두통이 늘어만 갔습니다. 그 두통을 가라앉히기 위해. 잠깐 물건을 사러 떠난 노아에게 양해를 구하고 진석은 벤치에 앉습니다.
- 꽤 즐거운 모양이구나.
시선은 진석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분명 그 목소리가, 딱히 반갑진 않았지만 그 말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무거웠기에 진석은 가만히 듣습니다. 그때 진석의 옆에 누군가 앉습니다. 태양을 보는 듯한 붉은 머리카락, 그리고 진한 노란빛의 머리카락. 190 가까이 되는 장신과, 정장 위로도 보이는 근육들. 그 모습을 표현하자면 전쟁의 영웅이나, 최고의 명장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진석은 그 모습을 보고 짧게 숨을 삼키고 맙니다. 그도 당연할 것이 보통은 이런 곳에서 만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 호오.
그 짧은 감탄사에 진석은 신경을 기울입니다. 아마도, 그가 관심을 가질 정도면 평범한 인물은 아니리라는 강한 감각이 뇌리를 울립니다.
신 한국 국방부 장관 서재용
"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고 하지. 다양한 형태의 사람이 있고 다양한 삶을 가져왔다고 하지. "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박동소리가 진석의 귀에도 들려옵니다.
- 드래곤 하트.
꼰래곤은 그 말과 함께 웃음을 짓습니다.
- 이 세상에도 아직 용을 죽이는 자가 남아있단 말인가?
" 그래서 나는 만남을 좋아하는 편이야. 난 내 감각을 믿고, 내 감각은 날 실망시키지 않았거든. "
재용은 천천히 고갤 돌려 진석을 바라봅니다.
" 그래. 너는 어느 드래곤의 심장을 삼켰지? "
진한 감정의 바람이 진석의 목을 죄이는 느낌입니다.
- 그래. 그럴 수 있지.
꼰래곤은 피식 웃습니다.
- 드래곤의 심장을 삼키고 용인으로 화하는 자가 세계에 없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 기운으로 보아 골드? 아니면, 화이트 쪽인가? "
그런 질문을 들으며 진석은 당황합니다. 그야 진석은 드래곤의 심장을 먹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 거 먹었으면 제가 지금 이러고 있겠습니까? 벌써 아프란시아 학생회장이 되었다?! 같은 라노벨이나 찍고 있었겠지.
195¿Sueñan los monstruos con ovejas eléctricas?
(EmyhCdncQk)
2021-03-28 (내일 월요일) 01:44:57
! 빌런if임... 캐붕 캐붕 ! 잔혹할수도 있는 묘사 있음요 ! 노잼임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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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이었다.
이름 없을 가디언이 걸음을 옮겼다.
"가까워졌어."
후우, 내쉬는 숨결이 추위에 하얗게 피어오르다 사라졌다. 급격히 추워지는 날씨와 다르게 하늘은 여전히 맑았다. 다행이었다. 눈이 내렸다면 움직이기가 힘들어진다. 이름 없을 가디언이 고개를 내려 손가락을 분주히 움직였다. 가디언 칩에서 보이는 지도에 따르면 여기가 맞았다. 푸른 빛이 이 자리에 마을의 입구가 있을것이라고 밝혔다. 숲과 자연을 벗으로 둔 마을은 조용한 곳이라고 적혀있었다.
이름없을 가디언은 고개를 들었다.
마을은 없었다. 그 자리에는 페허와 끈적한 혈향뿐이었다. 입술이 굳게 다물어졌다. 이름없는 가디언은 마을에 들어서며 빠르게 한손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조금 후 UGN으로 보내졌다는 확인창이 뜬다. 곧 지도도 고쳐질 것이다. 이 마을은 애초에 없었다는 듯이.
혈향이 이렇게 자욱하다.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소리다. 수 주의 추적이 성과를 보였다. 서둘러야 했다.
이름없는 가디언은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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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이 휩쓴다. 부러지고 망가진 나뭇가지들이 하염없이 몸을 흔든다. 겨울나기를 위해 잎사귀를 모조리 떨어트린 나무도, 누군가의 휘두르기 하나에 이렇게 허무하게 부숴질리라는 몰랐을 것이다.
그 잔해 사이에 사람들이 있었다.
평화로운 관경은 아니었다. 시체가 흩뿌려진 곳에서 서있는 사람들. 그 중 하나를 따르듯이 미동을 하지 않는 단체, 그리고 그 중앙에 서있는 한 명. 별로 공통점이 없는 무리에서도 그녀는 이질적이었다.
작은 체구의 소녀가 어느 남자의 머리를 밟고 있었다. 무감정한 눈. 지나치게 깨끗하게 갈무리된 동작은 아름답다기보단 소름이 끼쳤다.
천천히. 짐승이 모르는 물건을 처음보듯이, 고개가 기울어진다. 그녀의 발 아래의 남자가 거친 숨을 내뱉으며 그런 그녀를 노려보았다. 울컥, 피가 마른 땅에 흩뿌려진다.
곁에 있는 사내 하나가 말을 꺼낸다.
"이봐. 내가 말했잖아. 포기해. '무리에 들어갈께', 한 마디면 된 다니까?"
남자의 시선을 그를 향해 움직였다. 시선이 맞기 쉽게 사내는 그의 옆에서 무릎을 쭈그려 앉았다. 그 모든 것을 소녀가 말없이 지켜보았다.
"생각해봐. 여기서 죽으면 복수고 뭐고 다 끝난다고. 살고 싶지 않냐."
너도 살고 싶잖아. 우리 다아- 그렇게 살아 있는거야. 그리 말하며 사내는 남자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하나 남은 눈이 서글서글한 미소로 휘어졌다. 남자는 눈을 굴려 소녀 뒤의 인원을 바라보았다. 목숨은 살려준다라.
그들은 많았다. 성별, 나이를 불문한 인원들에게는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눈. 팔. 다리. 혀. 각자 하나씩 사라져 있었다. 짐승에게 물어 뜯긴 듯한 끔직한 흉터만을 남기고 말이다.
조직같은 가슴 따뜻한 말은 아니었다. 그저 힘으로 짓눌러지는 기생충의 '무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워있는 남자가 멍한 표정을 짓다 하, 하고 짧은 웃음을 터트렸다. 자세히 보면 그는 어른보다는 소년에 가까운 나이였다. 그는 실없는 조소를 흘리며 되물었다.
"너희들과 함께하라고...? 미쳤어...?"
젓살이 채 안빠진 볼에 차가운 눈물이 흘려내렸다. 표독어린 눈이 자신을 밟고 선 소녀를 향해 치켜올라갔다. 그 시선의 끝에 있는 소녀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네가 형을 죽였어! 네가 다 죽였어! 넌 괴물이야!!!"
비명을 지르듯히 악다구니를 쓰는 남자는 몸을 비틀었다.
"너 같은 살인자를 따를꺼 같아...? 너 같은 괴물을?! 미친거아냐?!?! 죽여버리겠어, 죽여버리겠어!!! 널 기필코-"
남자의 말은 끝을 다하는 일은 없었다. 우득,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숨이 손쉽게 끊어졌다.
초겨울은 고요했다. 미련도, 그 무엇도 동요도 없이 소녀는 뒤로 돌았다. 떠날 시간이었다. 그것을 알아들은 자들이 발걸음을 옮긴다.
아니, 옮기려 했다.
--"찾았다."
우뚝. 그 모두가 멈췄다.
무리의 일원들이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기도 전에, 고개를 들어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만이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등을 향해 목소리는 말을 계속하였다.
"너무 늦은거 같지만..."
저벅저벅. 마른 잎사귀가 발자국의 소리를 죽인다.
"UGN이 너의 처분을 결정했다. 네가 파괴하고 살해한 그 모든 것의 죗값은 「사형」, 이라고. "
천천히. 천천히. 소녀가 고개를 돌린다. 심상치 않은 자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무리의 일원들이 바삐 뒤로 물러난다. 그 둘 사이에 깨끗한 길이 열려졌다. 소녀의 무감질한 눈동자가 이름없는 가디언의 것을 마주한다. 한숨을 쉬듯, 작은 숨이 이름없을 가디언의 입술 사이로 새어나왔다.
"UGN의 범죄자. 「몬스트로」."
느릿느릿 이어지는 말과 다르게 소녀는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느리게 발걸음을 가디언을 향해 돌릴 뿐이었다. 이름없을 가디언은 조용히 검을 뽑았다. 몇번 보지 못해도 기억에 뚜렷하게 새겨진 검을 소녀는 무미건조하게 응시했다.
"아니...「카사」."
검의 끝이 처음으로 소녀를 겨눈다. 무표정의 소녀와 달리, 그 이름을 선물해준 가디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널 죽이러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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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많이 자랐구나."
"..."
소녀는 침묵했다. 그녀의 호박색 눈이 다가오는 가디언을 따랐다. 달리 할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녀는 패배했기 때문이다. 아무렇게나 쓰러진 그녀의 몸에서 붉은 피가 울컥울컥 흙밭을 더럽혔다.
"예전에는 네가 온 힘을 다해 달려들어도 한 손으로 제압할수 있었어. 내 모가지를 뜯겠다고 이를 갈았지. 지금은..."
가디언은 고개를 들었다. 해가 하늘의 경계선 끝자락에 걸려있었다.
"한 나절이 걸렸구나. 나도 나름 강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놀라운 성장이야."
주변의 잔챙이들은 듣던 그대로 잔챙이였다. 가디언은 그들을 다 해치우는 데에 얼마 걸리지 않았다. 하는 것없이 소녀의 파괴의 흔적을 따라가 건질수 있는 이득이나 챙기는 머저리들에 걸맞았다.
예상은 했다. 소문대로 검을 쓰는 자의 팔을 앗아가고, 천리안을 가진 자의 눈을 앗아가고, 목소리로 현혹하는 자의 혀를 뜯어냈다. 소녀는, 「몬스트로」는 자신을 따르고자 하는 이에게 그리 대했다. 스스로를 방어하지도 못하게, 돕지도 못하게 만들고선 전혀 건들지 않았다. 그런 빌런들을 이끌고 「몬스트로」는 끊임없이 방황했다. 마치 무언가를 찾는 것같이. 지나간 곳에는 피와 잔해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가디언은 소녀에게 다가갔다.
소녀는 피범벅이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소녀의 얼굴에는, 고통의 괴로움도 패배의 원통함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목이 매인다.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린다. 인간을 만나지 않아 위협의 소리밖에 내지 못하던 아이였을때도, 흘러넘칠 듯한 희노애락을 고스란히 내보이던 아이. 시시각각 표정이 바뀌었다. 그렇게 감정이 풍부한 생명체는 처음보았다. 그렇게 작은 몸뚱아리에, 언어도 없는 주제에 표현하고픈게 너무나 많아 보였다. 그게 너무나 신기했다.
그런 아이에게 이런 얼굴은 처음 보았다. 아무 감정도 감흥도 담지 않은 공허한 눈.
"가디언이 된다고 했잖아. 생명을 지키고 싶다고 했잖아."
호박색 눈이 가디언을 향한다. 감정에 물들여진 가디언의 얼굴이 소녀의 눈동자에 비친다.
"친구는? 좋아하게 된 사람들은?"
가디언의 눈길이 이번에는 소녀를 흩다 그녀의 손목에 멈췄다. 무언가를 파낸 듯한 끔찍한 흉터. 가디언 칩이 있던 곳이었을테다. 덕분에 추척하는 데에 애를 먹었다.
"어떻게 된거야."
소녀는 답이 없었다.
"그 곳에서 무슨일이 일어난거야."
소녀의 부르터진 입술에서 옅은 숨소리만이 들린다.
하... 가디언은 조소인지 한숨인지 모를 신음소리를 삼켰다.
그때.
그녀를 그저 산속에 두지 않고, 아카데미로 가서 더 큰 세상을 마주보게 하겠다는 결심을 했을때. 이기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녀를 위한 것이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그런 죄책감속에서도, 이렇게나 끔찍한 선택일 줄은 몰랐다.
무엇을 해야 했을까.
그녀를 아카데미로 보내서는 안됐다. 그녀를 설득하진 말았어야 한다. 아카데미의 '아' 자도 꺼내지 말아, 인간 세상의 어려움따위 하나도 모르게. 잦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해 어둑한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단순한 일상을 보내게. 사람의 슬픔과 언어로 전달되는 복잡한 감정같은 거 하나도 모른 채, 큰 꿈도 지나친 절망도 없는 평온한 나날을 보내게.
아카데미로 보내서는 안됬다. 산속에서 내보내서는 안됬다. 아니, 애초에 가디언은 그날 산을 올라서는 안됬다.
....그 모든 것은 틀렸다. 비틀림의 시작은, 분명 가디언이... 작고 불품없고, 인간의 언어가 아닌 짐승의 울부짖음을 내뱉고, 인생에서 본 그 무엇보다고 강렬하게 살고 싶어했던, 때 끼고 더러운 아이에게 정을 붙였을때 부터였다.
수풀 속 어둠에서 빛나는 그 호박색 눈에 마음을 뺏겨서는 안됬다.
가디언은 그저 그 아이가 지킨다는 것의 행복을 깨달았으면 했다. 그저 그 아이가 자라나, 다시는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속에서 진심으로 웃어주었으면 했다.
이기심이었다. 가디언은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그녀는 오늘 그 이기심의 대가를 치른다. 가디언의 집은 그녀의 품을 떠나 괴물이 되어버렸다.
소녀의 입술이 달싹였다. 가디언의 손길이 그녀의 멱살을 거칠게 들어올린다. 소녀의 무감정한 눈이 가디언의 타오르는 눈을 바라본다.
"날 저주해."
꽈악. 주먹의 악력이 세진다. 얼마나 쎄게 쥐었는지, 그 손의 떨림도 소녀에게 전해졌을 테다. 소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유리구슬같은 호박색 눈의 넘어를 지켜볼 뿐인게 인형과도 같았다.
탁. 순식간에 놓여진 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소녀의 등이 축축한 바닥에 닿았다. 그 소녀의 목 위로 부터 날카로운 칼날의 끝이 들이미여졌다.
"마지막 유언이잖아. 뭐라도 말해봐. 제발 살려달라고 비는 거든 뭐든 말 해!"
너 사는 거 좋아하잖아. 죽는 건 끔직하게 싫어했잖아. 목숨을 구걸해줘. 살고 싶다는 말 한 마디라도 해줘.
칼 끝이 소녀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소녀의 작은 숨결에 서늘한 칼날이 뿌여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을 반복했다. 소녀의 입술이 달싹였다.
오랜 시간 방치된 성대는 제대로 된 말을 내뱉지 못했다. 언어보다는 짐승의 신음소리에 가까운 소리였다. 하지만 겨울은 고요했고, 무엇보다 가디언은 그 아이가 말하고자하는 것을 알기 위해, 아주 옛날에, 아주 옛날부터, 아주 많이 노력했었다.
서걱.
깨끗한 검격과 함께, 페허에서 숨쉬는 자는 가디언 밖에 남지 않았다. 가디언은 느리게 몸을 이끌어 다시 일어섰다. 숙여진 고개위에 차가운 것이 닿는다.
".............마지막 말이 '미안해'라니. 멋없잖아, 꼬맹아."
눈송이다. 차가운 눈이 하나, 둘, 머리위부터 내리앉았다.
첫 눈이었다. 그 아이가 유난히 힘들어 했던 겨울이었다.
새하얀 눈이 하늘에서 느릿하게 떨어진다. 하나 둘 떨어져 핏자국을 덮고, 끔직한 페허도덮고, 자신이 사랑했던 소녀의 시신도 덮는다. 내리고 내려서 이 세상을 깨끗한 하양으로 돌려 놓는다. 밖에 나선 어리석은 생명을, 포근한 추위로 감싸 앉아 죽음의 품으로 상냥하게 이끈다.
시간은 촌극을 다루고 있습니다. 달은 여전히 허공에게 미끄러져, 지상을 비추는 상황에 짧게 보이는 빛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 외에는 지독할 만큼 어두운 풍경입니다. 이미 출혈은 이어져 치료가 불가능한 지경까지 도달했습니다. 곧 숨이 끊어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그는 손을 뻗습니다. 손은 하늘을 향해 있습니다. 얼굴에는 이미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는 데도, 그는 아무렇지 않게 말합니다.
" 즐거웠다. "
그 모습을 바라보던 그의 친구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듭니다. 아주 먼 과거에 단종되어버린 담배 하나를 태워, 친구의 입에 물려줍니다. 그는 피식 웃습니다.
" 눈을 떠라. 눈을 떠라! 이 엔마 고노. 네놈들이 여기서 쉽게 쓰러질 만큼.. 너희들을 약하게 키우지 않았다. 일어나라! 일어났다면 쓰러진 동료들을 업고 뛰어라! 뒤도 돌아보지 말고. "
" 로만 교장 선생님. " " 이거 참. 저도 많이 늙었나 봅니다. 분명 믿어야 하는데.. 서유하는 출장에 유찬영은 행방불명. 차오랑은 게이트에서 또 실종되었고 그나마 올 수 있는 영웅들은 보나마나 시간이 걸릴테죠. " " 저희가 일선에서 벗어난지 꽤 되었죠? 한.. 12년쯤 되었던가요? " " 맞습니다. 게이트에서 눈 하나, 폐 하나씩 잃고 사이 좋게 은퇴했었지요. 그 뒤에 학생들 가르치란 성녀님 말씀 듣고 이 섬에 오긴 했었죠. " " 혹시 최근에 찍은 사진 있으십니까? " " 없습니다. " " 그럼 저랑 사진 하나 예쁘게 찍고 가시죠. 혹시라도 영정사진에 올릴려면 사진은 예뻐야지 않겠습니까? "
" 이상하구나. " " 내가 너희들을 그리 약하게 키울리가. " " 아하. 알 것도 같군. " " 저 개새끼들이 너희가 성장할 시간을 잡아먹었구나. " " 좋아. 여기서 쓰러진 놈들은 전부 특훈으로 갈릴 줄 알거라. " " 대신. 이 박해청. 여기 있는 동안은 너희들이 죽을 일은 커녕 털끝 하나 다칠 일도 없을 거다. " " 잘 보아라. 청월의 '하나의 가디언'이 어떤 존재인지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