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47714> [크로스오버/무림비사/영웅서가/육성] 영무도하가 - 4 :: 1001

◆c9lNRrMzaQ

2021-03-26 18:40:24 - 2021-03-27 04:01:18

0 ◆c9lNRrMzaQ (miM28MNhg6)

2021-03-26 (불탄다..!) 18:40:24

문이 열렸다.
두 세계가 이어졌다.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두 세계의 사람들은 손을 뻗었다. 작은 문을 두고 두 사람의 손가락이 닿았다. 떨어졌다.
문 밖에서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오색의 눈, 그와 비슷한 머리카락. 그러나 동양인의 외형을 하고 있는 사람.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을 한 사람.

세계는 일순 하나가 되었다.

영웅서가 위키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98%81%EC%9B%85%EC%84%9C%EA%B0%80

무림비사 위키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B%AC%B4%EB%A6%BC%EB%B9%84%EC%82%AC%E6%AD%A6%E6%9E%97%E7%A7%98%E5%8F%B2

516 김캡 ◆gFlXRVWxzA (p9kxpfjii.)

2021-03-27 (파란날) 00:47:19


거대한 문이 열린다.

아주.

거대한 문이.

.
..
...
....
.....

우르릉....

비가 거세게 내립니다.
마치 모든 것을 쓸어버릴 대홍수처럼. 신이 인간의 오만과 악을 징치하기 위해 내리는 멸망의 비. 수천 년 전의 멸망이 다시금 재림한듯이 끊임없이 내립니다.

그 속에서 한 남자가 가만히 서서 문을 바라봅니다.

아삭.
피처럼 붉은 사과 한 알을 한 입 베어먹습니다.

우물우물.

딱히 별 위기감 없어보이는 무표정한 얼굴. 하지만 그 뒤에 선 사람들은 침을 꼴깍 삼킵니다.

"...야. 홍왕. 정말 괜찮은거 맞아?"

서유하가 의문을 가득 담아 물어봅니다. 물론 홍왕 유찬영은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습니다. 에반은 아론다이트의 손잡이를 조심스레 만지작 거립니다.

"지금까지의 게이트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입니다. 솔직히 전 자신이 없는데요. 저건 초대형 게이트를 넘어선...무언가입니다."

거센 빗줄기 사이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문은 천천히 열리기 시작합니다.
오색찬란한 오방색의 구름들이 흘러나와 하늘을 잡아먹듯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온다."

유찬영이 처음으로 입을 엽니다.
그 말에 12명은 긴장합니다.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유찬영은 여전히 무표정인 채로 열리는 문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 ♪♬♩♬♩♪♪

모두의 귀에 음악소리가 들려옵니다.
태평소와 아쟁, 금 등 동양의 전통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화음.

- 마하반야바라밀다....관자재보살...

누군가에게는 익숙할지도 모르는 불경을 외는 소리 또한 들려옵니다.
짙은 향내음과 연꽃 냄새가 뒤섞여 후각을 색칠해갑니다.

포옹. 포옹. 퐁.

문 주위로는 아름다운 연꽃들이 펼쳐지고 승복을 입은 동자승들이 나와 꺄르르 웃어대며 자리를 잡습니다.
뒤로 오는 전통 중국의 무장과도 같은 행색을 한 붉고 푸른 피부를 가진 장수들이.
인자한 미소를 지은채로 나타나는 헐벗은 승려들.

- 인자하신 광명으로 임하소서...

그 마지막에.

거대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연꽃 위로 누군가가 사뿐히 내려앉습니다.
그 크기는 사람의 눈으로 담을 수 없으면서.
평범한 사람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연꽃위의 사람은 한쪽 다리를 허벅지에 올리고 눈을 감고 미소를 지은채로 양 손을 천천히 올립니다.

《 시무외인 》

쿵!

그저 손바닥을 폈을 뿐인데도 무거운 무언가가 마음을 짓누르는 느낌입니다.
오직 한 명만을 제외하고.

파아앗.........

이윽고 휘황찬란한 오방색의 광채가 그의 특이한 머리에서부터 은은히 퍼져나갑니다.
이마에 있는 터럭 백호, 넓직하고 아래로 쳐진 귓볼. 주황색 가사.
누구인지는 어렵지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석가모니?"

누군가가 그렇게 중얼거립니다.

- 지상을 거니는 신선과 미련을 버리지 못한 중생들아. 두려워 말라. 나는 너희를 해치고자 함이 아니니.

눈을 감고 미소를 띈 석가의 목소리가 울려퍼집니다.

- 삼라만상이 두려워하고 산천초목이 울부짖는 지상의 신선아. 어이하여 속세에 미련의 굴레와 족쇄를 끊지 않고 놔두고 있느냐. 네가 지상을 거닐면 거닐수록 수레바퀴의 축대는 점점 더 뒤틀어질 터인데.

"개뿔이."

하 -
유찬영이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면서 대답합니다. 잔뜩 비웃는 기색입니다.
여전히 석가는 웃음을 띄고 있습니다.

"야. 뭔 개폼을 잡으면서 거창하게 등장하는지 모르겠는데. 니가 뭔데 남의 세계 일에 간섭질이냐?"

- 지상의 신선아. 그대는 승천함이 옳으니.

"지랄. 승천이고 나발이고 내가 승천하면 여긴 누가 책임지냐? 여긴 내 땅이야 이 새끼야."

- 차분히 분노를 가라앉히고 생각하거라. 지상의 신선아. 삼라만상과 우주에는 그 이치와 법도가 있는 법. 그대는 마땅히 승천하여야 함이 옳다.

"말이 안통하는 꼰대새끼네. 너가 그 이번에 혼천이일도세의 상위차원인지 뭔지에서 온 놈 아냐? 그럼 몬스터지. 몬스터 주제에 말이 많아."

모욕적인 말에도 석가는 빙그레 인자한 웃음을 보입니다.

"꺼져. 기웃거리지 말고. 여기는 니 새끼들 따위가 발 디뎌도 되는 그런 곳이 아니니까."

- 시간의 흐름이 그대에게 깨달음을 건네줄 터. 그 때가 되면 후회할지도 모르니라.

"후회?"

유찬영은 한껏 비웃으면서 바지춤에 손을 찔러넣습니다. 나머지 한 손으로는 석가를 향해 삿대질합니다.

"수백, 수천, 수만 번을 후회하더라도 난 안 떠나. 시발아."

- 왜 이제야 온 것인지를 탓하느냐. 맞다. 내가 너무 늦었구나.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

"응 아니야. 왜 안오냐고 한 적 없어. 오라고 한 적도 없어."

- 너의 말이 맞다. 지상을 거니는 신선아. 하지만 분명히 후회할 것이고, 슬퍼할 것이다. 굴레를 끊고 탈각하여 승천함이 너와 이 세상에 이로울 것이니라.

"그딴 후회는 이미 끝난지 오래다. 이 멍청한 불상아. 아니 귀쟁이냐?"

"수십, 수백, 수천, 수만 밤을 눈물로 지새우고. 후회로 비명을 지르고. 고통에 내 몸을 찢더라도."

유찬영은 삿대질 하던 손을 주먹을 쥡니다.
이윽고 한 손가락이 펼쳐집니다.

"난 안가. 엿이나 쳐먹어."

- 안타깝구나.

"내가 있는 한 너같은 시답잖은 것들은 결코 이 땅에 발을 디딜수도. 기웃거리지도 못해. 그러니까!"

쾅!

영적이고 신적인 무언가가 석가를 향해 터져나갑니다. 오색찬란한 후광은 어머니가 아이를 달래듯 부드럽게 무언가를 감쌉니다.

"막아?"

유찬영은 눈을 찡그리곤 석가를 노려봅니다.

- 내 말했지 않느냐. 굴레를 끊지 못해 미련과 슬픔 속에 잠겨 허우적거리는 중생아. 지상을 거닐면 거닐수록 속세의 사슬은 더욱 너를 집어삼킬 것이다.

"삼켜지지 뭐. 이 한 몸 삼켜져서 여길 지켜내면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으니까."

- 안타깝구나. 안타까워.

"그럼 이제 그만 안타까워 하고 돌아가라. 더 하면 니 부하들 다 죽여버릴테니까."

석가는 서글픈 미소를 띄면서 손을 거둡니다. 천천히 동자승들과 장수들, 승려들이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 시간의 유예가 얼마남지 않았느니.

마지막으로 남은 석가는 인자한 얼굴로 유찬영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물론. 유찬영은 대답하지 않고 중지를 올리는 것으로 그에 화답합니다.

석가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유찬영을 바라보며...

사라집니다.

쿵.

"닫....혔다."

마지막 숨을 내뱉듯이 누가 말하자 다들 주저앉거나 한숨을 내쉬거나 하며 긴장을 풉니다.
오직 단 한 명.

홍왕 유찬영만이 무표정한 얼굴로 문이 열렸던 장소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여전히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을겁니다.

오색찬란한 구름과 멸망을 일으킬것 같던 비가 그칩니다.
비가 내려 맑고 높은 하늘과 함께 쾌청한 바람이 살금살금 다가와 머릿칼을 간지럽히고 떠납니다.

태양이 떠오릅니다.

지구의 태양이.

지구의 신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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