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렸다. 두 세계가 이어졌다.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두 세계의 사람들은 손을 뻗었다. 작은 문을 두고 두 사람의 손가락이 닿았다. 떨어졌다. 문 밖에서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오색의 눈, 그와 비슷한 머리카락. 그러나 동양인의 외형을 하고 있는 사람.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을 한 사람.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을 믿을 수 있다면, 아마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그 무력에 비할 수 있는 존재가 없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기계의 육체가 땅에 누워 있습니다. 영국을 괴롭혔던 안개도시의 시장은, 단 한사람의 손짓에 의해 박살나 무너졌고 안개로 가득했던 런던은 다시금 해를 되찾았습니다.
- 말도 안 되는군.
쓰러진 채로, 지직거리는 노이즈를 통해 '빅 브라더'는 유찬영을 바라봅니다.
- 존재할 수 없는 힘이다.
그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가득합니다. 그런 말을 하던지 말던지. 유찬영을 귀를 후빈 손을 후 불어버리며 말합니다.
" 안개도시. 모든 것을 바라보는 자. 뭐 그런 칭호가 있었다는 거는 이해해. "
등 뒤에는 적색의 날개가 유유히 움직이고, 손에는 영웅들의 의념기라 부르는 힘과 비슷할 만큼의 의념을 담고 있습니다.
" 그런데 하나 착각한 게 있는 것 같더라고. "
그는 웃습니다. 그 웃음 속에 무언가를 눈치 채기라도 한 것처럼, 빅 브라더의 노이즈는 더욱 격렬해집니다. 화면에 나오는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즈음. 유찬영은 다시금 입을 엽니다.
" 말했잖아. 넌 너보다 약한 놈들을 관음하는 관음증 환자일 뿐이라고. "
띠익 - 김 빠질 정도로 허무한 음과 함께 도시의 모든 스크린이 부숴져 흩어지고 있습니다. 도시 전체를 지배하고 있던 빅 브라더의 눈이 걷히고, 먼 곳을 바라보며 희망을 꿈꾸던 이들을 무너트릴 안개가 걷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붉은 날개의 천사가 날갯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천사는, 절대로 인간을 사랑하지 않으나. 그렇기에 누구보다 인간을 지키려 하고 있었습니다. 강한 힘, 단 한순간 전황을 바꿀 수 있는 힘. 그리고, 그에 걸맞는 압도적인 능력. 모두는 보았습니다.
빅 브라더의 채널을 바꾸는 힘에 의해 괴물이 되었던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빅 브라더의 음악에 의해 서로가 서로를 헐뜯고 밀고하던 모습을 보았습니다. 빅 브라더의 연설에 취해 악을 연호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빅 브라더의 모습을 흠모하여 그와 닮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대항할 수 없어보이던 신을, 한 명의 인간이 부순 것입니다. 유찬영은 하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남은 게이트의 존재들은 발악하며 어떻게든 사람들을 데려가고자 발악하고 있습니다. 소리 지르는 여성의 목소리, 아이들의 울음 소리. 그런 소리들이 듣기 싫었기에 유찬영은 손을 들어올립니다.
의지 발현
유찬영의 붉은 날개가 수백의 갈래로 잘려나갑니다. 그 날개는 도시의 하늘을 매우고 있습니다. 천천히 들어올린 손이 땅을 향하자, 에너지는 말 그대로 화살로 변해 도시로 떨어집니다. 화살은 피아를 가리지 않습니다. 인간과, 게이트의 존재. 하물며 시체마저 꿰뚫는 화살을 보고 또 다시 시민들은 절망에 빠진 눈빛을 보냅니다. 결국.. 그 역시 빅 브라더와 다르지 않은 공포의 정치가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변은 그곳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게이트의 존재들은 화살과 함께 천천히 먼지가 되어 흩어집니다. 그들은 화살을 맞은 지금도 자신들이 왜 죽어가고 있는지, 왜 사라지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모든 것들이 먼지가 되어 흩어지고 난 뒤. 유찬영은 다시금 손을 들어올립니다. 손가락을 튕기자 붉은 화살은 백색으로 변하여 천천히 사람들에게 스며듭니다. 오랜 기간 수탈당한 나약한 육신에 힘이 깃들고, 뼈만 남은 시체에 천천히 살이 차오르고, 마침내 숨을 고르고 눈을 뜨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다시금 하늘을 바라봅니다.
그는 날개가 없이 하늘에 서 있습니다. 그는 한 곳을 바라보고 있지만 모든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는 불가능한 기적을 펼쳐냅니다. 그는, 인간을 지키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입에서 하나의 문장이 흘러나옵니다.
" .. 신이시여. "
툭, 한 사람은 무릎을 꿇고 하늘을 바라봅니다. 그 눈동자에는, 수십년간 신앙을 지키던 사제가 신을 영접한 것 같은 눈빛이었습니다. 곧 수많은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유찬영을 향해 말합니다. 그 인사들은 감사와, 속죄와, 회개와, 안녕을 말하는 수많은 문장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유찬영은 그런 모습을 잠시 살피다가 천천히 말합니다.
" 안개도시의 시장은 사라졌다. 지금부터 너희들은 자유다. "
자유라는 말에 사람들은 하나둘 하늘을 바라봅니다.
" 너희들의 삶을 살아라. "
정체를 알 수 없는 말과 함께 유찬영은 날개를 펼친 채, 하늘 높이 사라집니다. 부숴졌던 도시는 천천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바뀌었던 도시의 풍경은, 박살나기 이전의 풍경으로 돌아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에반은 쓴 미소를 짓습니다.
【 천마신교의 기원 】 아주 오래 전에. 중원에서 무를 숭앙하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천하에서 가장 높은 고원에 자리를 잡고 서로 무를 추구했습니다. 그런 이들 중에서도 특출난 이들은 인세를 떠나 선인들이 거주하는 무인의 선계로 우화등선을 하며 넘어갑니다.
하지만 그 중 악인들은 절대 선계에 출입할 수 없었으니, 하늘을 향해 오르다가. 우화등선을 하며 날다가 선계의 입구에 도달하였다가 추락해 죽는 이들은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악인들은 결코 이 선계에 들어올 수 없다며 말입니다.
그러자 악인들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우리가 어찌하여 악인인가? 사람이란 본디 악행을 하는 존재이지 않는가?"
그러자 선계의 선인들은 이리 대답하였습니다.
"그런 악의는 본디 교육을 통하여 억누를 수 있는 바. 그대들은 그런 능력조차 하지 않고 욕구를 풀기 위해 그런 명분에 기대어 숨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악인들은 다시 이리 대답하였습니다.
"그것은 그대들이 정한 규칙이 아닌가? 그저 우리가 그대들보다 약하다하여 핍박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가 재물을 탐해 집주인을 죽이고 재물을 훔쳐 달아났을 때, 그대들은 집주인의 손님으로 들어가 위선을 떨지 않았는가?"
"집주인의 손님이 되어, 집주인의 아내를 유혹하고, 그 딸을 희롱하며, 가정에 불화를 일으켜 집주인의 눈에서 피를 흘리게 하였으며 마침내 주인을 쫓아내고 주인이 되지 않았는가? 결국 그는 강에 몸을 던져 죽었는데, 피를 흘리지 않았다하여 그대는 선인이고 우리는 악인이란 말인가?"
그러자 선계의 선인이 이래 대답하였습니다.
"명예로운 선계의 선인들을 어찌하여 그리 욕보이는가? 그렇기 때문에 그대들은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강제로 문을 닫으니 악인들은 불같이 성토하였습니다.
"저 우라질 위선자들과 우리가 다른게 무엇인가?" "우리보다 저 놈들이 더 악인에 가깝지 않은기?" "어차피 저 놈들이나 우리나 똑같이 악인인데, 왜 저들은 선인이라 불리우며 선계에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저런 치들은 신선이 되는데 우리는 어찌하여 인간으로 남아있어야 한단 말인가?"
그리하여 이들은 고원에서 신선들과 인간들을 합쳐 가장 오랫동안 수련한 자를 찾아갔습니다.
"고인이시여. 어찌하여 우리는 들어갈 수 없단 말입니까?"
그러자 고인이 그 말을 듣고 말하시길.
"둘 모두 악행을 하는 자들이니 그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 허나 그렇다고 하여 너희들의 죄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 그럴 시간에 차라리 반성을 하는 것은 어떠하느냐?"
그 말에 악인들은 분노하여 고인을 향해 검을 휘둘렀고 고인은 죽었습니다. 그리고 남아있던 고인의 어린 제자는 부단히 검을 휘두르기 시작합니다.
어린 제자는 점차 성장하여 절세고수가 되었으니. 사방신들을 모조리 잡아 죽였고, 중앙의 황룡마저 무릎꿇리며 고원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선계나 하계나 무를 추구한다는 자들 중에 악인 아닌자가 없도다. 제깟 힘에 취해 검을 휘둘러 재물과 색을 탐하니 그것이 어찌하여 무인이란 말인가? 통탄하도다. 그 어떤 가르침도 힘을 믿고 날뛰는 놈들을 통제할 방도가 없도다. 부처의 말씀은 민중을 압박하는 수단이요, 도교의 가르침은 선계의 타락을 이끌어냈으니. 천상과 천하의 그 어떤 가르침도 이들을 교화하지 못하였다. 이들은 그저 그들보다 강한 이들을 따른다. 그러니 본좌가 이들을 징치하고 가르칠 것이다. 나는 악인들을 잡는 악인이요, 마귀들을 잡는 마귀이니. 불교의 사천왕이 부처가 되었듯 나 또한 그리 되리라."
그리 말한 그는 곧 고원의 모든 악인들을 참했습니다. 악인들의 비명과 피는 선계에까지 울려퍼졌고 곧 선계에서는 그에 놀라 그를 잡기 위해 신선들을 내려보냈습니다. 너무나도 짧은 시간에, 신선들은 모조리 죽음을 맞이했고, 곧 그는 스스로 하늘로 걸어 올라가 선계의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으니. 고원의 살아남아있던 무인들은 그를 보며 모두 경외하기 시작하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