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렸다. 두 세계가 이어졌다.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두 세계의 사람들은 손을 뻗었다. 작은 문을 두고 두 사람의 손가락이 닿았다. 떨어졌다. 문 밖에서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오색의 눈, 그와 비슷한 머리카락. 그러나 동양인의 외형을 하고 있는 사람.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을 한 사람.
" 그러게 말입니다. 어째서 그런 운명이 당신에게 쥐여졌는지. 어째서 당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해선 저도 글쌔요. 그러게요 하는 심심한 위로밖에 전할 수 없습니다. "
그 말은 얼핏 잔혹하기마저 합니다. 혼란스러운 에릭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있지 않고 단지 동정만이 느껴지는 언어이니까요. 하지만 옆에 있던 하나미치야는 조용히 에릭의 손을 붙잡습니다. 말은 하지 않습니다. 하나미치야는 손을 붙잡고, 꼭 붙잡고 있기만 합니다.
" 솔직히. 에반. 아니 검성님이라 부를게요. "
하나미치야는 에반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 그렇다 해도 당신은 그런 말을 해선 안 되는 것 아닌가요? "
하나미치야는, 지금까지 말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겁을 먹어 손이 파르르 떨리고, 겁을 가득 먹었는지 목소리도 떨리고 있지만 명백히 목소리에는 분노가 느껴지고 있습니다.
" 우리는 아직 학생이에요. 난 에릭에게 이런 존재가 있다는 것도 몰랐고, 에릭도 말하지 않았어요. 맞아요. 난 에릭에 대해 잘 알지 못해요. 단지 의뢰 몇번. 심부름 몇번. 같이 노는 시간 몇 번. 그런 사소한 시간과 수업들을 같이 나눈 친구일 뿐이에요. 그런 내가 에릭에 대해 무어라 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그런데! "
그 눈에는 명백히 분노가 서려있습니다.
" 당신은 영웅이잖아. 에릭은 당신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눈을 반짝이곤 했다고. 서포터로 힐 건을 사용하기 전에 당신을 동경해서 검을 잡기도 했던 애였어. 목표로 당신과 같은 위대한 영웅이 되고 싶다고도 했던 애였다고. 그런데 당신이 어떻게.. 어떻게. 에릭에게 그리 간단하게 위로라는 말을 꺼내는거야? "
하나미치야의 의념이 폭주하듯 주위에 퍼지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문제점. 가디언 칩이 미친듯이 울리고 있지만 하나미치야는 그런 것을 무시하고 에반을 바라봅니다.
"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없어. 에반 보르도쵸프. "
그것은 적의입니다. 한참이나 약한 하나미치야이지만, 하나미치야는 친구의 고통에 걱정해 한번에 에릭에게 달려왔고, 그런 에릭을 진정시키기 위해 데이트란 핑계를 대고 끌려왔으며, 지금은 에릭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에릭은 혼란감을 느낍니다. 어째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혹시라도 하나미치야의 명백한 적대를 느낀 검성이 하나미치야를 베기라도 한다면? 누구도 하나미치야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적의를 받아내고도 에반은 덤덤히 말을 잇습니다.
" 아직 제 얘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
하나미치야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습니다. 그것은 사죄나 그런 뜻이 아닙니다. 에릭은 알고 있습니다. 저것은 적의에 반응하여 나타나는 기운입니다. 적의를 지우기 위해 그의 의념이 아주 조금 방출되었을 뿐이지만 주위 공간은 무너지며,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 증거로 에릭은 지금 조금의 의념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 안에서 에릭은 그저 평범한 일반인일 뿐입니다.
" 하지만.. 하지만!! "
하나미치야는 분노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무력하다는 듯.
"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난 단지 들어주는 것밖에 할 수 없으니까!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게 그런 것밖에 없는데! 내가, 내가! 어떻게 해야 하냐고! "
하나미치야의 말을 들은 에반이 입을 열기 전에.
" 잠깐. "
세계는 정지합니다.
" 에반 보르도쵸프. 여긴 신한국과 마도일본. 중국. 3국에 소속된 가디언 아카데미야. 그러니 엄연히 여긴 내 땅이라고 할 수 있고 말야. "
에반도, 하나미치야도, 에릭도. 단지 '그' 가 존재하는 것 하나만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단지 숨 쉬는 것만을 허락받았기에. 그에게 '대답'을 허락받진 못하였기에.
" 그러니 그 기운. '치워라' "
에반의 기운은 사라집니다. 하나미치야는 겨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 모습을 보며 만족하는 얼굴로 그는 미소를 짓습니다.
에릭의 레벨이 6으로 상승합니다. 스테이더스에 투자할 수 있는 포인트 5를 획득하였습니다.
" 여기는 죽은 자들을 위한 추모공간이니까 말야. "
지금부터 이 곳에서 모든 무력 행위는 금지됩니다.
" 내가 그러기로 했어. "
그 모든 것은
의념기
사상 예속
" 이 유찬영이 말야. "
그가 바라는 대로.
" 그러니 이제 다시 물어보지. "
에릭을 바라보며 유찬영은 입을 엽니다.
" 네게는 두 선택지가 있어. 하나는 지금 내 손에 죽는다. 아 물론 죽는다 하더라도 걱정하진 마. 가족들에겐 시체가 온전히 전해질거고 원한다면 신한국에 작은 작위라도 마련해주지. 겸사겸사 그 핏빛 대가리 쓴 여자도 내가 죽여주고 말야. "
그는 펼친 두 개의 손가락 중 하나를 접습니다.
" 다음 하나는 네가 '노력'해서 그 존재를 통제하는 방법이야. 많이 힘들겠고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내 손에 죽진 않아. 어때? "
기예... 기예... 검으로 할 수 있는 기예... 검은 잘 몰라서 상상하기가 힘드네요.. 막.. 검기 같은 것도 발사 할 수 있을 것 같고... 검으로 가드! 도 가능할 것 같고... 그러면 일단 원근거리는 커버가 된다는 거고... 혈검...이라고 했던가...? 혈검이면 피를 검으로 만드는 거예요?
세상은 역시, 무력으로만 해결되지 않는 곳입니다. 카드를 드리니 바로 해결이 되는 이 상황… 한두번 겪어보진 않았기에 어째 익숙하지요? 이정도면 일이 어느정도 진정이 되었을까 싶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기에, 여기저기로 흩어지신 사람들을 흘긋 바라보곤 무림에서 오신 듯한 아가씨께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사태가 진정되니 아가씨께서도 진정이 되신 모양입니다. 아아… 다른 쪽으로 보면 그건 또 아니군요.
“글쎄 말이어요~? 🎵 소녀는 아직 부족한 몸인지라 지금까지 많은 데를 돌아보지 못하였기에, 소저께서 말씀하시는 무림이란 곳은 아직 다녀와보지는 못하였사옵니다. 이리 하면 충분히 설명이 되었을까 싶사옵니다만…🎵”
이리 말하며 저는 제 손목에 박힌 가디언칩 부분을 탁탁 짚어보이며, 그저 모든 건 번역기 덕택임을 분명히 하고자 하였습니다. 언어란 것은 말입니다, 단어만 잘 선택해 준다면 아주 매끄럽게 번역이 된답니다. 신한국 분들 이외에 이정도로 신경을 쓰게 된 분들은 몇 없는데 마침 이 공녀께서 그 손에 꼽는 분들 중 하나가 되셨네요…🎵소위 ‘중원’ 이라 불리는 곳은 중국어를 사용중일텐데, 모국어가 영어에 제1외국어가 일본어인 제가 이쪽 아가씨와는 절대로 같은 말을 쓰고 있지 않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저는 살짝 입을 가리고 웃다, 오른손을 뻗어 악수를 청하고자 하였습니다.
“소녀의 이름은 사오토메 에미리. 마도 일본에서 온 생도이옵니다. 감히 제가 소저의 성함을 들어봐도 괜찮으련지요? “
나이젤의 중2 같은 기술이라던가... 강화 의념으로 상대를 강제로 강하게 자라나게 하는 거라던가? 통에 넣은 식물이 햇빛을 따라 자라게 만드는 것처럼 틀에 넣고 꽉차도록 잡아늘려 억지로 키우는 느낌으로... 아니면 영웅서가 세계관은 검에도 의지가 있다는 모양이니까, 무기의 의지를 죽이고 텅 빈 무기에 사람의 의지를 채워넣어 단순한 도구가 아닌 사람의 몸의 확장처럼 쓰일 수 있게 하는... 이라니 내가 무슨 소릴 하는 거람. 오글거려! 부끄러워!!
[ 부산의 바람 윤지아 ] 부산의 해안지역에 사는 사람이라면 이름을 모를수가 없는 가디언, 준 영웅 윤지아는 부모가 그러했듯, 수 차례 부산을 위험으로부터 구해냈다. 본능에 가까운 마도의 발현과 재빠른 반사신경, 비록 다른 마도의 길을 걷는 자에 비하면 그 위력 자체는 약하더라도, 압도적인 수비범위와 피아 다르게 들어가는 마도의 정밀성으로는 동세대 내에서는 손가락에 꼽는다. 가장 유명한 클로징으로는 [ 하멜른 - 제 2막 ].
- 지금 루트
[ 아이올로스 윤지아 ] 그녀가 움직이는 곳이 곧 바람이 부는곳이고, 바람이 부는 곳이 바로 그녀가 존재하는 곳이다. 창을 쥐지 않는 창술사, 풍신, 카마이타치 등 각기다른 활약에 수많은 이명이 붙었지만, 가장 유명한 이명은 아이올로스. 바람으로 이루어진 창을 양손에 쥔 채 마치 바람처럼 유연하게, 그리고 때로는 강렬하게 창을 내지르면서도 바람을 활용한 매끄럽고 쫒기 힘든 이동술로 교묘하게 전투에 임하는 모습은 마치 바람의 신이 강림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