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풀이이기는 하지만 이런 옷을 입고 나가도 되는 걸까. 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나온 거 다시 돌아가서 옷을 고르면 분명 지각 그 이상일 겁니다. 약간 어색하게 다림은 오프숄더라서 드러나는 희고 둥근 어깨를 살짝 매만집니다. 허리를 졸라매는 버클이 조금 큰 벨트와 H라인 스커트에 스타킹에 구두라니. 잘 차려입었군요? 뒷풀이를 한다고 막 어디 걸어다니는 건 아닐 테니까 가능한 걸까.
"안녕하세요 에릭 씨." 토마토주스를 마시는 에릭을 발견하고는 다가가려 합니다. 지각인 줄 알았는데. 혼자인가요? 라는 듯한 표정을 띄우고 있네요. 앞자리에 앉으면 귀에 걸린 귀찌형식의 드롭 귀걸이가 희미한 반짝임과 함께 흔들립니다.
>>714 하루주는 이런 귀여운 상황들을 어떻게 제조해내는 검니까... 상상하니 귀여워서 바깥에서 진동모드가 되어버렸어요... 별로 카사 방에는 정리할 만한 것도 그다지 없겠지만! 의외로 단정한 편인데, 무엇보다 가지고 있는 게 없어서리.. 시간 지나면서 달라지겠지만, 생필품외 소유물은 점프슈트x∞ 정도?
캐주얼한 느낌의 옷이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없는 것도 아닌 모양입니다. 사실 다림주가 이것저것 어울리는 거 생각해보는 중이라 그렇습니다.(?)
"아. 사주시는 건가요?" 안 그래도 괜찮은데... 라고 말하고는 메뉴판을 살짝 눈을 내려 보면서 뭐가 좋을지 고민해봅니다. 그리고 눈에 띄는 건 물인가요?
"사주시는 건 괜찮아요. 지금은 물이나 마시려고요. 나중에 같이 시킬 때 주문할 생각이에요." 가볍게 한 번 거절합니다. 사실 다림이가 의념기만 안 썼어도! 같은 느낌이지만 넘어갑시다. 그건 다림주의 필살기 징크스 때문인 건가..(농담) 수고했다는 말에 옅은 미소를 띄우며 그래도 아쉬운 점이 많을 수 밖에 없네요. 라고 말하려 합니다.
"처음으로 간 것이니만큼 부족한 점 투성이였던 것 같지만, 좋은 말을 해 주시니 감사해요" 고개를 끄덕입니다. 에릭 씨도 끝을 내주셨고, 그렇기에 클로징되었으니 수고하셨을 따름이에요. 라고 속삭이며 입꼬리를 올립니다.
성학교 훈련실. 그는 잘 이용하지 않았던 훈련실이었지만, 지훈은 기분전환 겸 이곳에서 수련하기로 마음먹었는지 드물게도 훈련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손잡이를 매만지며 적당히 방해받지 않을 만한 공간을 찾아보던 와중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던가. 엄청나게 울고있었던지라 조금 헷갈리기는 했지만.
" 무슨 일 있어? "
대자로 누워 꺼이꺼이 울고있는 카사에게 뜬금없이 지훈이 말을 걸었을까. 그는 카사 위쪽에서 카사를 내려다보며 뒤집힌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뭔가 억울한 일이라도 있는 걸까.
" 무슨 사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눈물부터 그치자. 응. "
카사가 자신의 물음에 대답했건, 아니면 그저 계속 울고 있었건 간에, 그는 자신의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더니 카사의 눈가를 닦아주려고 시도했다.
길다면 길고 힘들다면 힘들었을 동아리 활동이 끝났습니다! 붕대를 열심히 묶고 묶고 또 묶고... 아무튼 열심히 붕대를 묶으며 보건부 활동을 했습니다. 마음같아선 다른 일도 해보고 싶었지만 지금의 저는 붕대 감기 기술밖에 배우지 못하였기에 어쩔 수가 없지요. 그래도 오늘은 다른 때보다는 한결 즐거운 마음으로 활동을 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하루 선배님과 같이 보건부 활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야~🎵 오늘도 엄청 힘들었네요~ 뿌듯하면서도 엄청 힘들었사와요! "
경쾌하게 푸념에 가까운 혼잣말을 건네긴 했지만, 그와 다르게 매우 가벼운 걸음으로 복도를 걸었습니다. 조금 제가 들뜬 것인지, 아니면 제가 신속A를 적극 활용중인건지 기숙사로 가는 길을 오늘따라 굉장히 빠른 걸음으로 가는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간단히 상황을 설명해드리자면 활동이 끝나고 나머지 공부를 하자는 얘기가 나와, 괜찮으시다면 제 방에서 같이 공부하시면 어떻겠냐는 말씀을 드렸고...그래서 이렇게, 선배님과 같이 기숙사까지 오려 하게 된 것입니다.
"자아 자🎵도착했사와요! 여기가 제 방이랍니다~ 열쇠가🎵 열쇠가 어디있더라~? "
10XX호라 붙은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저는 걸음을 멈추고 가볍게 소개하려 하였습니다. 그리고 조그만 백에서 열쇠를 찾으려 하였지요, 열쇠가...열쇠가 어디있었죠? 분명 이쯤에 집어넣은 거 같은데 어디있을까~🎵
"첫 의뢰인데 부족한 점이 없다면 그것도 이상할지도 모르니까요?" 더 나아가야 하고 부족하지 않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라는 말을 하며 에릭을 빤히 바라봅니다. 그러다가도 바로 화사하게 미소지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라는 말과 그래도 끝났으니 편하네요. 라는 말을 입에 담으며 뭐 시키고 싶은 거 있으신가요? 오기 전에 하나쯤은 미리 정해두는 거죠. 라면서 패밀리레스토랑의 메뉴를 탐독해봅니다.
"서포터로써 해야 하는 일을 최선을 다해야죠." 언젠가는 저도 포지션 변경같은 걸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만..이라는 말은 확신은 없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생겨도 같이 간다면 에릭 씨는 워리어로 가야 하겠지만요?" 메리 양을 포함한 3인이라면 어찌어찌해서 팟은 맞게 되네요. 라는 넉살 좋은 말을 하면서 물을 홀짝입니다. 정수기 물이니까 그나마 평타네요.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오늘은 특별하게, 에미리와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한 하루는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후배와 함께 한 동아리 활동은 꽤나 보람찼고, 기분이 즐거웠으니까. 물론 여기저기 다친 환자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프긴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감정이었다.
" 오늘은 에미리 양이 함께여서 늦지 않게 처치를 할 수 있던 것 같아요. 도움을 많이 받아서 고마워쓴걸요. "
푸념에 가까운 에미리의 말에 상냥한 어조로 답을 돌려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인다. 확실히 동아리 활동을 한번 하고 나면 몸이 지치게 되니까, 그녀의 푸념도 이해가 갔다. 자신도 에미리와 마찬가지로 피로가 쌓였으니까. 그래도 그날 그날 해야할 공부를 미뤄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이렇게 된 김에 같이 공불르 하기로 하고 기숙사로 돌아온 하루였다. 문 앞에 선 에미리가 가방을 뒤적거리기 시작하자,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하루는 무릎을 굽혀 복도에 떨어진 열쇠를 집어들었다.
" 에미리 양, 여기 - 방금 가방을 열 때 떨어트렸던 모양이네요. 조심해야죠, 안그럼 곤란해진답니다. "
하루는 살며시 에미리의 어깨에 부드러운 손을 올리곤, 남은 손으로 열쇠를 건내려 하며 방긋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종종 물건을 떨어트리곤 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이럴 때는 곤란한 법이니까, 살짝 주의를 주는 것도 잊지 않는 하루였다.
얌전히 카사의 눈가를 톡톡 두드리듯 닦아주고 있자니, 더 많이 눈물이 나오기 시작해서 짐짓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어, 어라. 뭔가 잘못 말하기라도 했나. 아닌데. 방금 말한 건 왜 우냐는게 다였는데. 어라라. 무표정의 가면 뒤로 소용돌이치는 의문과 당황을 억지로 눌러놓고는, 카사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려고 시도한다.
...솔직히 전부 알아들을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간신히 대충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정도는 알 수 있었을까.
" 그러니까 한마디로 일이 마음대로 안 되어서 속상하다는 뜻이지? "
뭔가... 이해는 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던가. 그야 자신도 실패한 적은 많았고, 울고 싶을 때도 많았다. 실제로 운 적은 손에 꼽긴 해도 요컨데 카사의 마음을 모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어떻게 위로해줘야 할지 고민하며 카사를 빤히 내려다본다.
이럴 땐 어떡하더라. 잠시동안 고민하던 지훈은 카사를 향해 살짝 팔을 벌리고는, "안길래?" 라며 고개를 약간 갸웃거리며 물었다.
"사람마다 다른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두 명의 서포터에 한 명의 랜스면.. 음 아닌가. 제가 랜스로 변경해서 화살로 찍으면 서포터 한 명에 랜스 둘인가요~" 워리어로 가는 것인지. 서포터로 가는 것인지에 대해선 말을 얹기 힘들기에 그저 미소로만 일관합니다. 다림이 말하는 포지션 변경은 농담인 모양입니다. 진지하진 않네요. 오프숄더인 만큼 쭉 뻗은 목선에서 이어지는 어깨선이 눈에 띄는 건 다림이 등을 기댄 탓이었을까요.
"일단은 수련을 좀 더 해보고.. 그럴 생각이에요. 누가 저보고서포터로써 필요하다면 의뢰를 갈 지도 모르지만요" 제노시아의 전력질주-도 해본다거나요? 라는 말을 하는 표정은 유쾌한 농담을 하는 것 같았을까요?
"재능이 있다니 좋은 말이네요." 눈이 좋지는 않아서, 에릭 씨가 어떤 재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끝을 낸 것은 대단했는걸요. 눈을 깜박입니다. 갈팡질팡 하다고 해서 그게 길이 아닌 건 아니지요. 라는 생각을 말로 내뱉을지는 조금 고민해볼 문제입니다.
자신이 애써 상황을 최대한 이해가 쉽게 설명하려는 데 한지훈의 눈이 몇미리 정도 더 커진 거 같다! 이것은 필시 자신이 최근 겪은 고통과 번뇌를 듣고 놀란 게 틀림없다! 역시 자신이 점 찍은 사냥감, 한지훈은 이해심이 깊었다!
하지만 인간은 욕심이 끝이 없고,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아는 카사의 마음은 지훈의 요약에 와르르 무너진다.
그렇긴 한데.... 그렇긴 한데....!!! 이렇게 서럽고 복잡하게 느껴지는 일이 한 문장으로 단축되니까 왠지 더 서럽다. 그게 아닌데!! 아니 그게 틀린 것은 아닌데, 아니라고!!
카사의 아랫입술이 팝핀댄스를 췄다. 이 서러움과 감정을 서술하라면 책 한권으로는 부족한 느낌이었다! 적어도 7권은 되야한다!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파생게임도 막 만들어지고! 작가가 트위터에서 자꾸 말 그대로의 TMI만 말하면서 점점 팬에서 멀어지다 결국 차별주의 발언을 하면서 자폭하고!! 딴길로 새어버렸지만 하여튼 자신의 고민은 그 만큼 심오하고 복잡하닫는 말이다!! 일이 마음대로 안 되어서 속상한 건 맞긴 맞는데! 맞긴 한데!! 고민하는 지 그냥 바라보는 지훈의 모습에 억울함은 쌓여만 간다. 카사는 침착하고 어른스럽게 이 어리석은 한지훈의 잘못된 지식을 정정해야 했다!
생각대로 '침착하고 어른스럽게' 입을 연 순간, 굳건히 다잡은 마음이 지훈의 최선책에 다시 와르르르르 무너진다.
"...끄흡.... 안길래...."
훌쩍이면서 주섬주섬 바닥에서 일어나는 카사. 혹시라도 한지훈이 마음을 바꿀까봐 서둘러 펼핀 품안에 폭 안겨온다. 안그래도 인간사회에선 스킨쉽이 적어서 얼마나 서글펐는지 모른다! 자기 무리는 그냥 조금이라도 심심하면 막 부대끼는데! 또르륵 흘리는 눈물콧물 지훈의 셔츠에 다 묻쳐가며 서럽게 잡고 운다. 여담이지만, 지훈의 깨끗한 옷에게 이만 안녕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