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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부씨

2021-02-10 01:26:00 - 2023-01-04 22:06:59

0 우체부씨 (gdaWz1Iblg)

2021-02-10 (水) 01:26:00

와작와작.

편지를 우체통에 넣으면 받는 사람에게 배달할 거야.
근데 얼마 전부터 이상한 편지 넣는 사람 누구야? 어이가 없어서...
그런 편지는 내가 뜯어먹을 거야.
맛있는 우표 붙여놔라.

꿀꺽.
📭

543 이름 없음 (3DM0jA0B1U)

2021-10-21 (거의 끝나감) 01:18:57

27,202회차. 실패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즐거웠다.
모닝 커피랑 스크램블이 맛있다던 카페는 못가게 되었어.

544 이름 없음 (Ji4g8jcA3Y)

2021-10-21 (거의 끝나감) 01:38:49

>>542
나의 구원자이신 멘토 선배님께

전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선배님! 저도 지금까지 차원 미아는 교과서에서만 봤다니까요. 근데 그게 제 차원이 될 줄은 몰랐죠. 아주 미치고 팔짝 뛰겠어요.

자연재해요? 강도 조절 잘못해서 쫄딱 망해 버리면 어떡하죠? 저 사실 그 부분 들을 때 졸았단 말이에요. 근데 진짜 알카이스 교수님 수업이 여간 지루해야죠. 그렇다고 제가 잘했다는 건 아니고... 음. 여기 화산 하나 있는데 이거 살짝만 터뜨려 볼까요? 그 정도면 내전은 늦출 수 있지 않을까요?

지젤 조교님 무서워요... 저 진짜 무서워요... 교수님이랑은 다른 느낌으로 무서워... 진짜 바쁘신 거 아는데요 선배님이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그 핀셋 졸업반 전용 연구실에도 있잖아요. 1학년은 허가증 없으면 못 들어가지만 선배님은 들어가실 수 있으니까... 귀여운 멘티 하나 살린다 생각하시고... 네?

아악 재수강은 안 돼요!!! 교수님 수업 재수강하면 한층 더 지옥같아진다고 빈센트 선배님이 그랬단 말이에요. 근데 진짜 멸망하면 어떡해요? 나진짜X됐어...

아주 간절하게 빌고 있는 선배님의 귀여운 멘티,
라흐테스 올림

545 이름 없음 (zpY6h/TaQc)

2021-10-21 (거의 끝나감) 02:15:52

>>544

애초에 그 무거운 돔을 어떻게 통째로 들고 다닐 생각을 한 거야..?
화산을 터뜨릴 거면 수업 첫날 받은 송곳으로 살짝만 찔러 주면 돼. 너무 깊게 찌르면 폼페이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까 조심해. ..그리고 교수님 수업은 웬만해선 들어두는게 좋을걸. 시험은 전부 수업 내용에서 내시니까..
졸업반도 미리 신청하지 않으면 차원 이동자 전용 핀셋은 못 써. 지금 차원관리심화 과제 기간이라 신청이 일주일은 밀려 있을걸.
차원 이동자가 다차원 전쟁을 일으키려 들지만 않으면 멸망하진 않을 거야. 아마도..?

J.

546 이름 없음 (aUvTofOwFs)

2021-10-21 (거의 끝나감) 02:35:09

친애하는 주인님.

그간 무탈히 잘 지내고 계셨는지요.

부쩍 싸늘해진 날씨에 시간을 되짚어보니, 제가 당신의 곁을 떠난지도 벌써 1년이 지났더군요. 하여 이렇게 주인님의 안부를 물을 겸 서신을 띄웁니다.

...라니, 제가 할 말은 아닌 듯 합니다만.

당신께서는 이 서신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을까요. 1년 전, 말도 없이 허락도 없이 도망친 저에 대해 아직도 분노하고 계실런지요. 아니면 저 같은 건 진즉 잊어버리시고 새로운 이를 곁에 들이셨을까요.

답신, 기다리겠습니다.

당신을 그리워하는 종 올림.

547 이름 없음 (ss0Do8SWoc)

2021-10-21 (거의 끝나감) 02:43:00

>>545
더이상 구원자가 아니게 되신 멘토 선배님께

혹시 떨어뜨려 놨다가 그새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교수님도 가능한 자주 들여다보라고 하셨고... 근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집에 놓고 다닐걸 그랬나 봐요. 그럼 적어도 이 꼴은 안 났을 텐데.

감사합니다! 혹시 몰라서 교과서도 다시 찾아봤어요. 분화구에 수직 방향으로 1cm! 힘조절에 자신 없어서 살짝 더 찌른 것 같긴 한데, 다행히 폼페이 현상까지는 안 간 것 같아요. 화산 가까이에 사는 인간들이 비명지르는 거 듣느라 귀가 좀 아프긴 하지만 과제 망치고 교수님이랑 일대일 면담하는 것보단 낫겠죠. 근데 죽는 건 좀 마음아프긴 해요. 이래서 교수님이 인간들한테 정 주지 말라고 하셨나 봐요. 힝. 얘네 귀여운데.

그리고 시험은... ...낙제점만 피하면 되지 않을까요? 교수님 수업 너무 지루해요 재미없어요 수면제가 따로 없는데 그걸 어떻게 집중해서 끝까지 들어요. 선배님같은 모범생이면 몰라도.

진짜요??? 진짜 안 돼요????? 으앙 차원관리심화도 알카이스 교수님 수업 맞죠! 교수님 진짜 너무해!!! 저 발표까지 이 주 남았는데 일주일 뒤에라도 어떻게든 안 될까요? 그 사이에 전쟁 안 나게 제가 최대한 관리 잘 해 볼게요 화산을 한 번 더 터뜨려서라도... 조교님 면담은 진짜 안 돼요 제가 뭐든지 할게요 저 논문도 잘 찾아요 졸업논문 쓰실 때 노예로 부리셔도 돼요 진짜

다차원 전쟁이요? 그거 진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어요? 돔에 금 간 부분에 임시로 차원벽 보수 테이프 붙여 놨는데 혹시 또 뚫고 나가진 않겠죠? 저 재수강하기 싫은데 으앙.

입학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좌절한 선배님의 깜찍한 멘티,
라흐테스 올림

548 이름 없음 (zpY6h/TaQc)

2021-10-21 (거의 끝나감) 03:19:25

>>547

자주 들여다보라는 말씀은 아마 랩실에 두고 자주 들여다보란 뜻이었을 거야.. 랩실 환경은 차원돔 보관에 최적화되어 있으니까.
잘 끝났다니 다행이네. 비명은 화산재 구름이 덮이면 좀 덜 들려. 그리고 지금 받은 돔은 그 학기에만 쓰게 될 테니까.. 너무 정을 주진 않는 게 좋아.
성적은.. 그러지 않는 게 좋을 텐데. 알카이스 교수님이 성적이 후하신 편은 아니거든. 그래도 듣다 보면 재밌는 부분도 있어..
......순서를 바꿔줄 수 있는지 부탁해 볼게. 너무 기대하진 마. 그리고 화산을 자주 터뜨리면 엘드펠화(化)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
차원 미아가 생긴다고 무조건 다차원 전쟁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틈이 5센티를 넘어가지 않으면 보수 테이프로도 괜찮을 거야, 아마..

...노예 얘기는 농담인 거지?

J.

549 이름 없음 (HvMtQwvbFM)

2021-10-21 (거의 끝나감) 04:03:31

>>546

내 종이었던 자에게,

굳이 서신을 보내 온 저의를 모르겠네요.
서신을 통해 추적하여 그대를 생포해 불충의 죄를 묻기라도 바라나요?
허나 그대가 잠적한 그 날부터 그대는 해임처리되었습니다.
이제와서 그리 하는 것도 불필요하고 번거로운 일이지요.
이 답신으로서 나와 당신의 거래가 파기된 지 오래임이 확인되었길 바라요.
해야 할 말은 모두 하였으니 이후에는 답신하지 않겠습니다.

M.V

550 이름 없음 (HvMtQwvbFM)

2021-10-21 (거의 끝나감) 04:04:48

(답신으로서 - 답신으로

551 이름 없음 (aUvTofOwFs)

2021-10-21 (거의 끝나감) 04:39:30

>>549

존경하는 주인님.

불충한 저를 찾지 않으실 때부터 그러하셨을 거라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곁에 누구보다 오래 머물렀던 제가 당신의 뜻 하나 헤아리지 못 할 리가 있겠습니까. 실로 주인님다운 처리라고 감탄하였던 때가 엊그제 같이 느껴집니다.

그리운 저의 주인이시여. 저는 당신께서 사람을 보내진 않아도 답신은 다시 보내주실 걸 압니다. 제가 누구더이까. 당신의 첫 종복이자... 충실한 종이었지 않습니까. 저 이상으로 당신을 이해하고, 그 곁을 견딜 자는 없었지 않습니까.

혹여 찾으셨습니까? 저를 대신하고도 남을 누군가를?

못난 종 올림.

552 이름 없음 (rQepS.s.Qg)

2021-10-21 (거의 끝나감) 05:16:16

>>551

고객님께,

안녕하세요. 발루아 영지 지부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발루아 공작저에서 손님으로부터 온 우편물 일체를 수신 거부하셨기에 안내드립니다.
ㅁㅁ력 ㅇ월 ㅇ일 부로 발루아 공작저로 발신하시는 우편물은 일체 반려되오니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우체국 발루아 영지 지부로부터

553 이름 없음 (aUvTofOwFs)

2021-10-21 (거의 끝나감) 10:58:25

//맥커터 당한거 같아서 좀 아쉬운데...
>>546으로 새롭게 이어줄 참치 있으면 이어주라!

554 이름 없음 (RNtfNArIww)

2021-10-21 (거의 끝나감) 13:11:00

>>546
아, 자네인가. 오랜만일세.
1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던가?

그래. 안부를 묻는건 자네가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 아닌가? 자네는 내 소식을 들었을지 몰라도 이쪽은 전혀 못들었으니까 말이야.

분노라. 사실, 그렇게 분노하지는 않았네. 사람마다 사정이란게 있을테니. 자네에게도 피치못할 사정 정도야 있지 않았겠나?
다만... 그래. 나도 사람인지라 자네가 말도 없이 떠난것에 일말의 분노도 하지 않았다는 말은 할 수 없겠군.
슬프게도 아직 누군가를 곁에 들이지는 못했네. 아직 뛰어난 인재가 없어서 말이야.

아무튼 그래. 이제와서 편지를 썼다는것은 무언가 원하는게 있어서겠지? 혹시 돌아오고 싶다는 말을 하고싶은건가? 만에 하나 그런거라면... 수수께끼를 하나 풀어보게나.

아, 1년이나 나를 떠나있던 자네라면 잊어버렸을지도 모르겠군. 나는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던가? 아무튼 항상 그랬던 것 처럼 자네에게 수수께끼를 하나 내보겠네.
자네는 지난 1년간 가장 가까이에 두었던 종이, 어느날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져버린것을 알게 된 주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겠나? 또, 그 마음을 달랠 수 있겠나?

답신, 기다리도록 하지.

-자네의 주인이었던 자로부터

555 이름 없음 (mSdLgivYY.)

2021-10-21 (거의 끝나감) 17:21:20

이제 와서 용서를 구하지는 않겠다. 사과하는 방법도 배워 본 적이 없다. 그러나 내가 그 때 있었던 일을 조금이라도 잊거나 면피하려는 마음 따위는 없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든 내가 네게 은을 입히는 것으로 행한 일이 만든 죄악의 무게가 조금이라도 덜어지리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내 목과 사지는 이미 너에게 예속된 것이다. 그 때 내가 죽인 목숨 하나마다, 내 팔 하나, 다리 하나, 목까지 나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나의 육신, 그리고 생명은 너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죄값을 덜기 위해 멋대로 이런 일을 정해버렸다고 책망한다고 할지라도 상관없다. 그것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의 권리 또한 너의 것이니까. 이 순간부터 너는 나의 목숨에 대하여 유일무이한 채권자이고, 따라서 주인의 권리로서 나를 죽이는 것도 너의 뜻에 달린 것이다.

또한 네가 다른 누군가의 목숨을 취하기를 원한다면, 그 부정한 행위의 무게를 지지 않기 위하여 나를 사용하더라도 거부하지 않겠다. 청부의 계약금은 나의 육체이니, 몇 명의 목숨을 교환하더라도 개의치 않겠다. 죽음으로 죽음을 갚으려 든다고 책망해도 좋다. 내가 아는, 죄를 짊어지는 방법은 이런 것 뿐이니까.

그러니까, 만약 네가 어떤 죽음을 바란다면, 지금 편지를 보내는 경로로 답신해다오.

네가 어떤 목숨을 원하던 상관없다. 네가 미워하는 누군가, 아니면 나, 혹은 나에게 있어 소중한 다른 이라고 할지라도 괜찮다. 이것은 부당한 살해에 대한 암살자의 맹세이다.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기를 바라는.

(아마도 활줄에 목이 졸린 새를 모사한, 검은 인장이 찍혀있다.)

556 이름 없음 (atqHSMIf3M)

2021-10-21 (거의 끝나감) 18:04:19

>>548
다시 구원자 자격을 얻으신 멘토 선배님께

그러게요... 저도 제가 바보같았다는 거 아니까 너무 뭐라고 하지 마세요... 눈물나니까... 근데 이거 들여다보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그만...

화산재 구름이 덮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아요. 이제는 비명소리랑 울음소리가 섞여서 들리느라 덜 시끄럽긴 한데, 여전히 귀가 아프거든요. 헐 이거 이번 학기 끝나면 더 안 써요??? 얘네 진짜 귀여운데!!!!! 남은 이 주라도 좀 잘해줘야겠어요. 이미 화산 터뜨려 놓고 할 말은 아니지만... 자기들도 전쟁보단 이게 낫겠죠.

으악... 으악 큰일났다... 듣다 보면 재밌는 부분이 있다고요? 전 잘 모르겠어요 선배님... 전 선배님 같은 모범생이 아닌걸요...

!!!!! 감사합니다 !!!!!(주변으로 커다랗고 빨간 하트 여러 개)

엘드펠화... 에이 설마요..... 무서운 소리 하지 마세요 선배님 저 지금 울면서 교과서 뒤지면서 엘드펠화 발생 조건 찾고 있어요... 그럼 화산 한 번 더 터뜨릴 계획은 폐기하고 혹시 모르니까 태풍 부르는 법이랑 지진 일으키는 법 공부하고 있을게요...

어 음 간당하게 5cm는 안 넘는 것 같아요! 다행이죠! 그래도 혹시 몰라서 두 겹 더 붙여 놨어요. 일 터지고 나서 랩실에서 슬쩍했... ...근데 이거 여기다 써도 되나요? 교수님한테 말하실 건 아니죠? 수습만 하고 나면 잘 돌려놓을 테니까... 어차피 재고도 많고요.....

P.S. 농담으로 들리세요? 저 나름 진심이었는데! 저 논문도 잘 찾아요! 필요한 자료 있으시면 시키셔도 되는데!

작은 희망을 발견한 선배님의 소중한 멘티,
라흐테스 올림

557 이름 없음 (aUvTofOwFs)

2021-10-21 (거의 끝나감) 20:06:44

>>554

자비로우신 주인님.

못난 종의 서신에 답을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제서나마 저의 불충한 행동에 대한 사죄를 올립니다.

아무리 피치 못할 사정이라 한들 그 때의 제 행동은 당신께 한없이 무례한 짓이었습니다... 분노하심이 마땅하지요. 본래라면 스스로 앞에 나아가 그 분노를 달게 받아야 하는 것이 맞지만, 그리 하지 못 하는 저를.. 그저 죄송하다는 말 외엔 하지 못 함을 용서하지 마시길.

이제와 서신을 보낸 것은 다시 돌아가고 싶어서임은 아닙니다. 저는 이미 당신의 곁을 지킬 수 있는 몸이 아니게 되었기에. 그러니 다른 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길 조금은 바랐습니다만, 제 바람은 무엇 하나 들어주지 않는 세상인가 봅니다.

그리운 주인이시여. 어찌 제가 당신에 대한 것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 지난 1년간 당신께서 종종 내어주시던 수수께끼를 몇번이나 곱씹었던지요. 그 시간들 하나하나가 저를 버티게 하는 동앗줄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리 삼아 놓고, 지금은 차마 그 수수께끼에 답하지 못하는 죄를 어찌 갚아야 할지요. 이제와 제가 무슨 염치로...(번진 글씨)

못난 종 올림.

558 이름 없음 (JKBA4nEBA2)

2021-10-21 (거의 끝나감) 22:55:47

교수님 좀비는 대학원생은 안 문다면서요

559 이름 없음 (zpY6h/TaQc)

2021-10-21 (거의 끝나감) 23:38:02

>>556

...재밌지. 나도 인정해.
아마 차원 시간으로 3일 정도가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그런데 그 이상 지나도 구름이 안 덮이면 앞으로도 안 덮일 가능성이 높아. 다른 수업을 들을 때는 거기에 맞춰서 차원돔을 새로 지급받으니까.. 그리고 지금 쓰는 차원돔은 진짜가 아니라 교육용 샘플인걸.
......재수강도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을 거야.
아직 될지 안 될지 나도 모르니까 괜히 기대했다 실망하진 마. 하트는 (뭔가를 썼다가 지운 흔적)
아직 못 찾았다면, 조건은 여기 붙여 놓을게. 추가적인 자연재해를 계획 중이라면 지진이나 해일을 추천해. 화산 폭발과 상성이 좋아서 차원에 가해지는 충격이 줄어들 거야.
...어차피 발표 끝나고 다시 수거할 때 검사할 테니까 영원히 비밀에 부칠 생각은 포기하는 게 좋을걸. 차라리 미리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하는 게...

아니, 괜찮아. 정말로. 사고만 칠 것 같 (마찬가지로 뭔가를 썼다가 지운 흔적)

(알아보기 힘든 글씨체로 흘려적은 쪽지가 하나 더 붙어 있다.)
...통상적으로 엘드펠화는 해당 차원의 시간으로 5천 년 이상 활동하지 않았던 화산을 6개월 이내의 간격을 두고 지속적으로 인위적인 충격을 가해 터뜨렸을 때 발생한다. 간격은 화산 주변의 기후와 충격의 강도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엘드펠화가 발생할 시 상당량의 용암이 인근의 마을로 흘러들어갈 수 있으며, 추가적인 기후 조건에 따라 폼페이 현상을 동반할 수 있다. 이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사례는 제 2641지구에서 발생한... (중략)
―A.J.알카이스, 《차원 관리의 이해》中

560 이름 없음 (UaPaBVAlAM)

2021-10-22 (불탄다..!) 01:04:10

>>559
제 사랑을 모두 담아 드리고 싶은 멘토 선배님께

(평소와 달리 빨갛고 분홍색인 하트들이 잔뜩 그려져 있는 편지지. 매우 화려하다.)
편지지를 바꿔 봤어요! 책상 서랍에 들어 있더라고요. 예전에 사 놓고 까먹은 것 같은데, 선배님을 향한 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길래 선택했죠. 예쁘지 않나요? 편지지에 맞춰서 잉크도 빨간색으로 바꿔 볼까 했는데 지금 빨간 잉크도 없는 데다 그건 좀 눈 아플 것 같기도 해서 그만뒀어요.

진짜 재밌어서 틈만 나면 들여다보고 있게 되더라니까요! 쪼끄만 것들이 어쩜 그리 빠르게 발전하는지 모르겠어요. 처음 받았을 때만 해도 돌이랑 나뭇가지 들고 싸우던 애들이 이제는 제법 무기 비슷한 것도 만들더라고요. 그래 봤자 칼이랑 기초적인 수준의 총이긴 한데, 제가 중간에 몇 번 감속시키지만 않았어도 훨씬 발전했을 것 같아요. 이런 게 약간 자식 키우는 느낌 뭐 그런 걸까요?

와 선배님 막 걸어다니는 백과사전 그런 건 아니시죠? 지금 딱 3일째인데 화산재 구름 때문에 아무것도 안 보여요. 소리는 잦아들었고요, 구름 틈새로 가끔씩 들여다보고 있는데 내전 준비는 멈춘 것 같아요. 그나마 다행이네요! 적당히 화산 피해만 수습하고 나면 발표하기에는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요. A는 못 노리겠지만 낙제해서 재수강만 안 하면 감지덕지죠 뭐. 히잉 저 얘네랑 완전 정들었는데... 저 다짐했어요 발표 날까지 최선을 다해서 잘해주기로... 근데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 하더라고요 저 그래서 지금 교과서 정독중이잖아요....

나쁘지 않은 거 맞죠? 빈센트 선배님 표정은 안 그래 보이던데... 그래도 선배님 말씀이니까 믿을게요...

그래도 어쨌든 가능성은 생긴 거잖아요! 처음 이 꼴 났을 때는 진짜 눈앞이 막막했거든요. 근데 이제 나름 방법이 보이는 것 같아요. 여차하면 발표 전날 조교님한테 찾아가야죠 뭐... 그래도 교수님보단 조교님이 덜 무서운... 덜 무서운가...?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근데 교수님한테 직접 찾아갈 엄두는 안 나니까 조교님이 맞는 선택인 것 같아요...

와 감사합니다! 지금 있는 건 교과서 요약본뿐이라 엘드펠화 내용은 없더라고요. 시험범위만 요약했거든요. 도서관까지 가야 하나 고민했는데 덕분에 살았어요. 잘 읽어 볼게요. 그리고 지진이랑 해일 중에 고민해 봤는데, 지진이 나을 것 같아요. 지진 배울 땐 안 졸았거든요! 안 일으키는 게 최선이겠지만, 언제나 마지막 수단 정도는 있어야 하는 법이잖아요.

......내일... 조용히 돌려놓고 오면... 1학년 랩실 담당이 나데주다 교수님 맞죠? 그 교수님은 상냥하시니까 잘 부탁드리면 이해해주실 수도... 어 음 그정도는 미래의 제가 알아서 해 주겠죠. 지금의 라흐테스는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에도 바쁘답니다.

괜찮으시다면 어쩔 수 없고요. 나중에라도 필요한 거 생기면 말씀하셔도 돼요!

선배님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가득 담아,
라흐테스 올림

561 이름 없음 (1neTSeAcVE)

2021-10-22 (불탄다..!) 01:06:21

>>555

답신이 늦었죠. 미안해요. 사실 별로 미안하진 않지만 예의 상 인사는 해야겠네요. 제가 이제서야 펜을 드는 이유는 당신의 편지를 받고 오랫동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냉정하게, 그래요, 냉정하게요. 한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결단을 내리기엔 사람의 목숨이란 너무도 무거워요. 그래서 나름의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여유를 가지기로 했어요. 다행히, 제 나름의 결론은 얻을 수 있었어요. 이에 대해선 편지 후반에서 설명하도록 할게요. 대신, 제가 그동안 한 생각이 무엇인지 잠시만 시간 들여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저는 당신의 제안을 검토해보았어요. 당신은 크게 두 가지의 제안을 하셨죠, 하나는 당신의 삶을 나를 위해 바치겠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내가 원하는 죽음을 가져다 바치겠다는 것이었어요. 전자에 대해 논하는 건 우선은 보류하고 후자를 좀 더 살펴볼까요. 당신은 세 유형의 사람을 예시로 들어주었죠. 내가 미워하는 누군가, 당신 자신, 그리고 당신한테 소중한 누군가.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답은 금방 나왔어요. 당신밖에 없더라고요. 그러니 두 유형만 따져보면 될 것 같네요.

제가 당신한테 자살을 시켰다 가정해보자고요. (맙소사, '자살'을 '시키다'니. 얼마나 모순적인지.) 그렇다면 그 동기는 무엇이 될까요. 나는 왜 당신이 죽기를 바랐을까요? 원망. 질책. 분노. 그런 감정일 거예요. 만약 당신이 죽는다면 나의 이 감정은 해소될까요? 글쎄요. 회의적이네요. 내가 눈물 흘리는 까닭은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부재가 원인이지 당신이라는 사람의 존재 자체가 아니에요. 그래요, 솔직히 말할게요. 잠시동안은 아주 후련할 거예요! 그러나 장담하는데 그 잠시가 지난 뒤엔 시원함이 다른 감정으로 덧씌워질걸요? 내가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 살인자로 전락해버렸다는 절망감. 다른 사람의 목숨을 가벼이 여겼다는 자책. 당신이 스스로 죽은 거라는 변명은 하지 말아요. 다시 말하는데 '자살'은 '시킬' 수 없어요. 만약 당신이 나로 인해 자살한다면 나는 그저 복수에 눈이 멀어 인륜을 져버린 자가 될 뿐이겠지요. 이렇게 말하면 당신이 이기적이란 사실을 깨달을 수 있겠죠? 당신은 당신의 죄를 피하지 않고 마주하여 속죄하겠다 하는데, 정작 당신이 피해입힌 사람은 죄인으로 몰고가려고 한 꼴이잖아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다른 걸 생각해볼까요. 당신한테 당신이 소중한 사람을 죽이도록 시키는 그거요. 그렇다면 죽은 사람들이 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신이 마음을 주었다는 죄? 범죄자와 가까웠다는 죄? 아니면 내가 당신을 아니꼬워했다는 이유? 그 무엇도 그들이 죽어야 하는 이유는 되지 않아요. 직설적으로 말해도 될까요? 멍청한 제안이에요. 무엇보다 나는 부당한 사람들이 죽는 걸 다시는 보고싶지 않은걸요. 당신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해요. 나의 남은 인생동안 죄 없는 죽음은 더 이상 마주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미안해요. 나는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이게 나의 결론이에요. 웃기죠,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이미 죽고 없는데 그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들을 죽인 당신을 살려둔다는 게... 근데 저도 고민 엄청 많이 했다고요. 덕분에 다크서클까지 생긴 거 알아요? 안 그래도 너무 울어서 눈가가 다 짓물렀는데. 케이트가 보면 비웃을 거야.

사실 이대로 답신을 안 보내서 언제 사형선고가 내려올지 모르는 불안함 속에 살게 할까 고민도 해보았어요. 음, 근데 그것도 그것대로 미안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이 말을 해주고 싶어요. 당신은 아무도 죽이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러니 아무도 죽이지 말아요.

이제 알겠네요. 이게 내가 바라는 죽음의 형태예요.

진심을 담아,
아이작 마벨러스.

(편지봉투 뒷면에 휘갈겨쓴 글이 덧붙여져 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원망해도 될까요.
그들은 왜 죽어야 했던 거죠? 당신은 그 날 그 곳에 왜 있던 거야. 하필이면.

562 이름 없음 (nGpAghftPI)

2021-10-22 (불탄다..!) 10:54:41

옆옆집입니다. 혹시 남는 식량 있으신가요? 손전등이나 야구배트(목재, 알루미늄) 같은 걸로 바꿀 수 있을까요.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종이 뒷면에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S. 찬송가를 부르는 기도하는 괴물이 어제 새벽에 아랫층으로 내려갔어요.

563 이름 없음 (iyPq6CgYjY)

2021-10-22 (불탄다..!) 11:33:01

>>557
사죄는 되었네. 이제 와 사죄를 받는다 한들 의미도 없거니와, 자네가 돌아올 의지가 없다면 더더욱 받을 이유가 없지.

분노한 것은 거짓이 아니지만, 자네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세. 그래도 자네가 원한다면야. 용서하지 않겠네. 이유를 알고싶나? 또 하나의 수수께끼일세. 다음 답신에 해답을 풀지 못하면 알려주도록 하겠네. 힌트가 있다면, 난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 정도일까.

누군가를 새로 들이는 것도 생각해보지 않은건 아니네만... 누가 아주 오랫동안 내 옆을 지키고 있었어서 말이야. 대체할 사람을 찾기가 힘들군. 그래도 이렇게 돌아오지 않겠다는 확답을 들었으니, 필요에 따라 새 사람을 들일지도 모르겠군.

이 사람아. 자네는 더 이상 내 종이 아닐세. 이제 자네가 나에게 용서를 구할 일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어. 자네는 자네 한 사람으로써 살아가면 되는거야. 그래도 자네가 내 수수께끼를 기억해준다니 고맙군 그래. 아마 더 이상 자네를 만날 수는 없을것 같으니, 마지막이나마 내가 위에 내둔 수수께끼를 풀어보게나.

....그래도 가장 오랫동안 내 곁에 있었던 옛 종에게 한 번만, 마지막으로 단 한번만 못난 주인의 투정을 부려보자면.

자네는 어찌 그날 한 마디 말도 없이 나를 떠난겐가? 그래놓고 1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얼굴도 내비치지 않고 편지로 소식을 보내오는겐가. 얼굴을 한번 비추었다면 오랜만에 식사나 한 끼 했을것을....

-자네의 주인이었던 자로부터

564 이름 없음 (LNUPx9lHK.)

2021-10-22 (불탄다..!) 13:52:24

>>561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도 낮선 일이고, 답장이 오는 것은 더더욱 드문 일이다. 하물며 내 손으로 답장을 쓴다는 것은, 너무 낮설게 느껴진다. 손아귀의 힘이 잘 조절되지가 않으니, 글씨가 조악하다고 하더라도 개의치 않겠다. 얼마나 늦은 답장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보통 편지가 오가는 데 생기는 시간이 텀이 얼마 정도인 것이 정상적인지를 잘 알지 못하겠다.

이쪽 또한 너의 제안을 검토해야만 했다. 아니, 원래라면 그렇게 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겠지. 당초에 모든 일에 대해 선택권을 너에게로 의탁한 것은 나였으니까. 하지만 역시 나는 무의식중에 책임을 떠넘기려 했을 뿐인 모양이다. 두려움을 직시하지 않기 위해서 너를 마주하는 것을 선택했고, 그 결과는 좋지 않다. 아니, 좋다고 해야 하나.

네 답장을 읽고 비로소 깨달은 것은, 내가 두려워했던 것이 너에 대한, 혹은 내가 행한 부당한 살해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감정에서 내가 느끼는 죄의 무게가 비롯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죄의 무게감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기실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든,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든간에, 철면피를 쓰고 부정할 수 있었더라면 이토록 괴로움을 느낄(미안하다. 정말 괴로운 것은 그쪽이라고 생각한다만, 불가피하게 이런 표현을 감히 내 감정에 덧붙혀야겠다.) 이유가 있었을까.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것은, 그 죄악감이라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사실은 내 감정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 내 부채감은 근원은 나에게서 찾아야만 했다. 너에게서가 아니라.

그러니까, 네 답장은 내 폐부를 찌르는 것이었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든 네가 원하는 죽음을 대신 행함으로서 죄를 대속하겠다는 맹세는 아마도, 아니 분명히 너 또한 나와 같은 죄악감 속에 끌어내려지기를 바라는 추악한 바람이었을 것이다. 행위를 가져간다고 해서 죄를 가져갈 수 없음을 알았어야 했다. 죄를 느끼는 것은 그것을 누가 행했느냐에서 갈라지는 문제가 아니다. 암살자의 손으로 감히 꺼내기 무서운 내용이지만,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각자가 가지는 양심이다.

네 편지를 끝까지 읽었을 때, 아무도 죽이지 말라는 너의 요구 또한 읽었다. 낮선 요청이다. 누구도 암살자에게 그런 요청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역시 그런 요청을 받아들이는 암살자도 없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게 있어서 살해와 상해의 기술은 생애의 전부와도 같다. 그리고 나는, 이 흔들리는 글씨만 봐도 알겠지만, 역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본질적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그 일의 무게로부터 벗어날 모든 길을 닫아버리고 말았다. 이 손이 다시 예전처럼 사람의 목숨을 능히 가져갈 수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너의 마지막 제안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 보겠다.

(예의 검은 인장)

(역시 편지봉투의 뒷면에 조악한 필체로 드문 드문 적혀있다.)
다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날 그곳에서 그들이 내가 받았어야 할 죽음을 가져갔다는 것 뿐이다. 2번이나.

565 이름 없음 (C3McYQ2Bcc)

2021-10-22 (불탄다..!) 23:15:18

>>560

일부러 그러는 (썼다 지운 흔적) ..빨간 잉크는 아무래도 눈이 아프지 않을까.
3학년으로 올라가면 한 학년 내내 관찰하는 프로젝트가 있으니까 훨씬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어떤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느낌이라고도 하던데.. 잘은 모르겠네.
정상적으로 구름이 덮였다면 이제 얼마 안 남았어. 화산이 터지면 근처의 토양이 비옥해지니까 제출하기 전에 양조업 같은 문화를 발전을 시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통 1학년 때는 기술의 발전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문화 쪽으로 파고들어가면 추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도. ..그런데 지금까지 교과서를 안 읽고 있었단 말이야?
......그건 빈센트가 알카이스 교수님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래. 내가 이 말 했다고는 말하지 마..
교수님도 가까워지면 좋으신 분이셔. 상담도 잘 받아 주시고. 그리고 순서 바꿨어. 이번주 금요일에 4학년 제2랩실로 와. ..혹시 모르니까 아무한테도 말하지는 말고.
안 졸았다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거 맞지..? 아마 금요일에 차원 미아를 잘 분리해내기만 하면 지진은 안 일으켜도 될지도 몰라.
...그거 정말로 괜찮은 거야?
그래,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말할게.

J.

566 이름 없음 (OKGgZmJ/tw)

2021-10-23 (파란날) 08:49:08

>>562
여기 요청하신 것들입니다.
무리하지 않으셔도 되니 나중에 도움 부탁드립니다. 아포칼립스에서는 믿을만한 사람이 필요하지요.
P.S.혹시 괴물 연구를 해볼 생각은 없나요?

567 이름 없음 (URjIdiBQwA)

2021-10-26 (FIRE!) 02:16:15

>>540
안녀□앐•¤ㅁ셌￦\뻷●&궧¿귉;돟*% •••
••• ••• •••

이런!
요원님? 칼란? 아직 살아있죠?! 연결이 잠깐 끊겼어요, 미안해요. 시간전쟁 훈련의 여파가 제 통신실에 직격했나 봐요. 그쪽 시간으로는 얼마 정도 지났죠? 아, 이런 간단한 시공간 응용 계산조차 못 하게 되다니. 지금 여기 시간이 섞여서 좀... 자연수를 무한하게 뱉어내고 있는 기분이에요, 양해해 줘요. 그나마 다행인 건 이 와중에도 단말기와 도캣을 꽉 붙들 수 있었다는 거예요. 좋은 소식이죠! 그 덕에 요원님에게 좌표를 전송할 수 있게 됐거든요!

최근에 시간의 흐름이 인위적으로 방해된 구간을 좀 찾았어요. (EON, 9.5.67.4, 파랑) (WKD, 0.54.10.8, 출발) (REW, 80.5.6.3, 포옹) ー 제 판단으로는 이 셋이 가장 유력해 보이네요! 시간여행자들은 문명이 있는 곳을 떠도는 습성이 있으니까요.

세상에나, 식사 제안인가요? 당연히 환영이죠! 지금 저는 이런 엉망진창인 상황에서도 즐겁다고 생각하는 제 자신이 웃길 지경에까지 이르렀답니다. 마땅히 휴가를 함께 보낼 사람이 없어서 원래는 고향 별이 있던 근처로 혼자 여행을 갈 계획이었거든요. 그 전에 누군가와 저녁을 함께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거예요! 오, 물론 우리 인기쟁이 요원님의 휴가에 끼어들려고 벼르던 관리국 직원들이 우는 걸 좀 달래줘야겠지만요!

받으면 연락해요, 통신이 끊긴 잠깐 사이에 요원님에게 큰일이 나지 않았나 걱정하는 중이니까요. 기껏 잡은 식사 약속을 취소하기는 싫어요!

이론적으로 과거와 미래에 동시에 존재하는 중인,
통신 담당 론도라 마나도라

568 이름 없음 (u0gVG5NlmU)

2021-10-26 (FIRE!) 12:07:09

>>567

오 드디어 통신이 된다. 갑자기 통신이 두절되어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다른 요원들에게 연락해서 그쪽 소식은 들었어요. 여긴 다행히도 10분 정도의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어요. 갑자기 훈련장에서 폭발이라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건지 ... 의도된 사항이라고는 하지만 위력 측정을 제대로 못한건 정식으로 항의해야겠네요.

좌표 잘 받았어요. 공교롭게도 이미 한번씩 다녀온 좌표들인데 확인을 못한걸 보면 엇갈려버렸나보군요. 이번엔 다시 한번 찬찬히 찾아봐야겠어요. 사실 이번 시간여행자는 주의만 주는 선에서 끝내라는 지시가 내려왔거든요. 초범이라 정상참작해준다니 어쩌니 ... 그래서 좀 더 여유가 생겼지 뭐에요.

오 이런 휴가를 같이 보낼 사람이 없다니. 상당히 슬픈 이야기로군요. 저는 당신 생각처럼 인기가 많지 않답니다. 관리국 본청에도 잘 안가는 요원이 인기가 어딨겠어요. 저야말로 당신과 식사 약속을 잡았다고 했더니 주변 동료들이 거짓말하지 말라면서 웃더군요. 본인들이 안믿어봤자 바뀌는건 없지만요. 얼마전에 인센티브를 받은게 좀 있으니 이번 저녁은 제가 대접하도록 할께요.

P.S 여행갈 때 도캣을 데리고 가는건 어떻게 생각해요?

추적팀 요원
칼란 드라코사

569 이름 없음 (sVc.xpLofo)

2021-10-26 (FIRE!) 22:07:10

선생님
선생님은 저승사자에요?
여기는 다 하양색인데
선생님은 엄청 까매요!
누구 데리러 왔어요?

570 이름 없음 (U7t1lNNoO2)

2021-10-26 (FIRE!) 22:13:20

사랑하긴 했냐니
그런 말을 해 놓고 어떻게 좋은 꿈을 꾸라고 하니.
[01:22:09]

571 이름 없음 (O4AJ67x6uI)

2021-11-04 (거의 끝나감) 20:12:24

[손만 잡을 센트넬 구합니다]

국가공인자격증 있는 가이드입니다.
가이딩 경력이 길지는 않지만 전담 센트널과 2년 정도 함께 일했습니다.
하지만 파트너가 사망해 가이드 일을 접었다가 급전이 필요하여 글을 올립니다.

제목대로 손만 잡을 센트넬 구합니다.
상황에 따라 포옹도 가능하나 입맞춤 이상은 절대 거부합니다. 각인도 안합니다.
가이딩 회당 가격으로 포옹이 들어갈 경우 두 배로 받습니다.

전담 가이드가 없으신 분, 센트널 등록을 하지 않은 불법 센트넬이신 분, 각성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임시 가이드를 급히 구하시는 분.
제목만 잘 지켜주시고 금액만 잘 주신다면 어떤 비밀이든 보장해드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연락 바랍니다.

572 이름 없음 (gNB//boNNg)

2021-11-04 (거의 끝나감) 21:06:25

>>571
공고 보고 연락 드려요...
혹시 저희 집에 상주하며 가이딩 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거처는 별도로 마련해드릴거고 가이딩 외의 생활은 일절... 외부인을 들이는 것만 아니라면 일절 간섭하지 않을거에요.
가이딩 관련 급여는 달라는 대로 드릴 생각인데 가이딩 주기가 짧고 매 가이딩마다 포옹 정도는 해주셔야 해요..
급전이 필요하시다 하니 원하신다면 몇회분 선금을 지불할 수도 있어요.
긍정적 답변 기다릴게요.

573 이름 없음 (O4AJ67x6uI)

2021-11-04 (거의 끝나감) 21:21:24

>>572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주라고 함은 거실을 같이 쓰고 방을 따로 쓰는 룸메이트 같은 것일까요?
거처를 별도로 마련한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 잘 모르겠는데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만약 룸메이트라는 뜻이라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매일 하루 2회 방문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매회 포옹을 해야 할 정도에 상주, 가이딩 주기가 짧다는 것은 평소에 능력을 많이 쓰는 일을 하는 것인가요?
오래 일할 생각은 없기 때문에 전담 가이드를 구한다는 조건으로 임시 가이드로 일할 생각은 있습니다.
다만 상주는 안 됩니다.

574 이름 없음 (HC5M/WYPTA)

2021-11-05 (불탄다..!) 18:37:02

갱신

575 이름 없음 (82vNTkTJ4E)

2021-11-06 (파란날) 08:23:02

갱신

576 이름 없음 (C/BvGloNew)

2021-11-07 (내일 월요일) 14:09:07

[끌올][손만 잡을 센티넬 구합니다]

국가공인자격증 있는 가이드입니다.
가이딩 경력이 길지는 않지만 전담 센티넬과 2년 정도 함께 일했습니다.
하지만 파트너가 사망해 가이드 일을 접었다가 급전이 필요하여 글을 올립니다.

제목대로 손만 잡을 센티넬 구합니다.
상황에 따라 포옹도 가능하나 입맞춤 이상은 절대 거부합니다. 각인도 안합니다.
가이딩 회당 가격으로 포옹이 들어갈 경우 두 배로 받습니다.

전담 가이드가 없으신 분, 센티넬 등록을 하지 않은 불법 센티넬이신 분, 각성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임시 가이드를 급히 구하시는 분.
제목만 잘 지켜주시고 금액만 잘 주신다면 어떤 비밀이든 보장해드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연락 바랍니다.

577 이름 없음 (V2uSIsPKmY)

2021-11-11 (거의 끝나감) 01:06:03

안녕. 잘지내?
이렇게 시작하니까 무슨 구애인같은데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난게 벌써 5년이나 지났으니까... 지금은 우연히 네 소식을 듣게되서 반가운 마음에 편지를 보내.
사실 받는 사람이 너라고 확신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진짜 너라면... 살아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내가 백작님에게 불려간 그날, 수도로 올라갔던 네가 돌아왔다는 소식과 함께 마을이 도적에게 습격당했고 생존자는 없다는 소식이 들렸어.
한동안은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어. 미친듯이 울고, 소리지르고 넋을 놓고 지냈지.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어. 이제 마을을 생각해도 미친듯이 눈물이 나지 않거든.
아, 편지가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진짜 너인지 확실하지도 않은데말이야.
음... 만약 당신이 내가 아는 그사람이 맞다면, 이제는 사라진 피에르길 마을의 나와 친구였던 그 사람이 맞다면 답장을 보내주길 바래요. 간절히 기다리고 있어요.

피벨 휘앙 보냄.

578 이름 없음 (HFkM5VUapY)

2021-11-11 (거의 끝나감) 01:46:00

>>576
안녕하세요. 게시글 보고 연락드립니다.
돈은 많습니다. 체불 안 할 거고 이웃집에 사셨으면 하는데 거처도 그냥 다 마련해드리겠습니다. 뭐 이사비, 생활비, 돈 필요하면 다 지원해드릴게요. 가불도 필요하면 해줘요.
규칙적으로 올 필요는 없고 호출할 때만 지각 없이 꼬박꼬박 오시면 만족합니다. 포옹할 때마다 돈도 두 배 쳐드립니다.
이 정도면 좋은 조건 같은데 어떠세요?

579 이름 없음 (wGBgeE/p4k)

2021-11-11 (거의 끝나감) 10:57:28

>>578

연락 감사합니다.
계약 이전에 한 번 만나서 면담 및 가이딩 체크하여 가이딩 효과 및 기능 여부 확인 할 예정입니다.
계약서도 미리 작성해갈 예정이니 성함, 나이, 성별, 능력, 일주일 간 평균 능력 사용 횟수 등 상세 사항 알려주세요.
또한 국가가이드 이용하지 않고 연락 주신 이유 알려주시면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려우시면 면담 때 말씀해주셔도 되고요.
이사 하는 곳이 도시 외곽이나 시골일 경우 거절할 수 있음 알고 계시고요. 임시로 하는 것인지 년단위로 하실 것인지도 알려주세요.
이런 일을 자주 하다보니 미리 말씀드립니다만 계약사항 위반, 동의없는 추행과 같은 성범죄 및 납치 감금 등 위반 사항 있을 시 강력히 형사적, 민사적 법정 대응할 예정입니다.
혹시 저에 대해 궁금한 사항 적어주시면 성심성의껏 회신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580 이름 없음 (qXhIqu8zc.)

2021-11-11 (거의 끝나감) 22:24:54

>>579
이지원, 22세, 여성, 염력입니다. 능력 사용 횟수 같은 건 세본 적이 없고요. 연락 드린 이유는 면담 때 말씀드리겠습니다. 환경 좋은 도시니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무엇보다 낯선 사람 추행하는 데 관심 없어요. 기간은 생각 안 했는데 일단은 임시라고 알고 계세요.
저도 제 가이드가 어떤 사람인지 미리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름, 나이, 성별, 직업이 어떻게 되시죠?

581 이름 없음 (dDM7UioGig)

2021-11-11 (거의 끝나감) 23:15:07

>>580
이름은 하현, 26세, 남, 직업은 여러 사람들에게 임시 가이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사에다 생활비까지 지원을 한다는 건 전담을 말하는 건가요? 전담이라고 하면 계약금은 올라가고 나머지 센티널들은 정리할 의향이 있기는 합니다. 아니면 다른 사람을 가이드 중에는 조금 늦을 수도 있겠네요.
날짜, 시간, 장소 정해주시면 시간 맞춰 가겠습니다.

/안녕! 편지로는 더 이어가기 어려울 것 같은데 1:1 스레 조율로 가는 게 좋을까? 아니면 자유상황극 스레에서 즉흥을 이어가는 게 좋을까?

582 이름 없음 (KT6rBvB9ow)

2021-11-12 (불탄다..!) 01:37:32

>>581
네, 처음부터 전담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계약금 얼마든지 높여드릴 테니 정리해주면 좋겠네요.
익일 오전 5시 40분에 만납시다. (뒤로는 주소가 적혀 있다. 대도시권에 소재한 저택으로 사료된다.)

/안녕~! 개인적으로는 즉흥이 끌리는데 참치는 어느 쪽이 편할까? 계속 잇는다면 일반 상극과 상L 중 어느 쪽이 좋은지도 궁금하네~

583 이름 없음 (cUyYHlvTRU)

2021-11-12 (불탄다..!) 08:37:42

>>582
네. 그때 뵙죠.

/일반 상극이 편한 편이야~ 저택에 새벽부터 화끈한데(?) ㅋㅋㅋ 저택이 어떤 느낌인지 잘 상상이 안가서 먼저 자유상황극에서 선레 주면 바로 따라갈게

584 이름 없음 (xJSWejUKvo)

2021-11-13 (파란날) 11:32:41

>>583
/안녕~ 지원주야. 다름이 아니라 선레가 늦어질 거 같다는 사실 알리려 왔어ㅠ_ㅠ 타이밍이 이것저것 조금 안 맞아서 말이야. 최대한 빨리 올릴 수 있도록 힘내볼게!

585 이름 없음 (ve3FMAeezI)

2021-11-13 (파란날) 12:13:44

>>584
/아이고 ㅠㅠ 말해줘서 고마워! 천천히 편하게 줘!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을게~

586 이름 없음 (Y9CmZr6B/Q)

2021-11-14 (내일 월요일) 13:07:08

이거 못 열겠습니다.
거의 1년만에 보내는 연락을 실망스러운 답변으로 시작한다는 것이 저희로서도 굉장히 죄송스러운 일입니다만, 도저히 가능성이 안 보입니다. 무슨 수를 써도 열리기는커녕, 실마리도 안 잡힙니다. 슬슬 이게 애초에 개봉이 가능한 물건인지에도 의심이 가기 시작할 판입니다. 동업자 놈들은 그냥 큰 금속덩어리를 상자처럼 보이게 표면만 조각해놓은 물건이라고 해도 믿겠다더군요.
이제 와서 장인의 자부심이니, 업계 평판이니, 괜히 이야기를 늘어뜨리는 그런 구실도 다 집어치웁시다. 이미 제 자존심은 산산조각나다 못해 잔해도 안 남았으니 말입니다. 반평생을 락픽에만 매달려 산 몸입니다. 아직 오래 살았다고 할 나이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긴 시간입니다. 동네 전당포부터 궁전 침실까지, 어디의 무슨 자물쇠던 제 집 드나들듯이 풀고 지나갈 수 있는 기술을 익혔다고 자부해 왔습니다. 이거 읽으면 비웃을 양반들이 동종업계에 아직 몇몇 남아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감히 쓰건대 굳이 현존 최고의 락픽 기술자를 고를 일이 있다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스스로를 첫 손에 꼽았을 겁니다. 이 의뢰를 받기 전까지는요.
답신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지만,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고 싶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의뢰인에게 물건의 출처를 묻지 않습니다만, 이번 물건은 대체 어디에서 가져온 건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더군요. 대체 어떤 미친 작자가 만든 상자가 이런 잠금장치를 가지고 있는지 말입니다. 복합적인 매커니즘을 동시에 적용한 내부 구조를 열쇠나 락픽이 들어오는 것에 반응해서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거기에 완벽히 일치하는 원본의 역주문으로만 해제할 수 있는 마법적 봉인을 서로 다른 종류 3중으로, 심지어 서로 맞물리게 적용시켜 놓는 구조를 대체 어디의 누가 만들었답니까? 간신히 잠금 구조의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부분만 까서 분석해 본 것만 이 정도가 나옵니다.
위약금이랑 같이 의뢰한 상자도 동봉해 보냅니다. 다시는 이런 의뢰 맡기지 말고요.

-작년 상반기까지 세계 최고의 락픽 기술자였던 사람이-

587 이름 없음 (oEwx.8Xr3A)

2021-11-14 (내일 월요일) 14:55:26

>>587

자네의 편지는 잘 받았네.
하지만 앓는 소리는 넣어두라고 말하고 싶군. 그대가 아니면 이 상자를 열 수 있는 사람은 이 제국 내에선 없다고 볼 수밖에 없으니. 나는 자네가 이 일을 내가 제시한 금액과 그대의 자부심만으로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내 오산이었던 것 같네.

이 상자의 정체를 밝히기 전에 내 정체부터 밝혀야 겠군. 나는 이 제국의 유일한 적통 황녀이자 다음 대 황제의 관을 이을 사람이네. 이 정도만 말해도 그대는 이 상자의 정체를 알았겠지. 하지만 확실히 알려주기 위해 내 친히 설명을 해주겠네.
현 황제의 폭정은 동쪽 숲을 불태웠고 제국민의 고혈을 빨아먹으며 일어나지 않아도 될 전쟁으로 인해 청년들을 죽였어. 또한 그들의 넋을 기린다는 명목으로 연일 파티를 열며 국고를 소진시키고 있지.
나는 그런 황제를 하루 빨리 밀어내고 내가 황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모든 것에는 법도가 있지 않겠는가. 나는 내 손에 피를 묻힐 생각도 하고 있네만 그것은 가장 나중의 선택이 되어야겠지.
이쯤 되면 자네도 알 것이라고 생각하네.

그래, 그 상자는 황가에서만 내려오는 전설의 열쇠가 담겨있는 상자라네.
그런 보안이 철저한 곳에 들어있는 것이 열쇠라니 아이러니하지만 말이지. 하지만 자네같은 락픽 전문가들이라면 다 이 전설 정도는 들어보지 않았겠나. '페레노의 상자를 여는 사람이 황제가 되리라' 라는 어구로 시작하는 전설 말이네.
그 상자가 바로 페레노의 상자야. 초대 건국 신화에 나오는 드레곤 페레노 말일세. 그러니 그런 희안한 잠금이 있다고 해도 이상할 일이 없지. 지금까지 아무도 열지 못한 상자니 말이야.

그대가 그 상자를 열지 못하는 동안 죽은 사람만 해도 동산을 쌓을 걸세. 그러니 앓는 소리하지 말고 그 상자를 열도록 하게.

추신. 위약금과 상자는 다시 돌려보내네. 편지를 가져가는 사람은 황궁의 마법사이고 기밀을 알고 있는자이니 마음껏 부려먹어도 되네. 상자만 열 수 있다면 말이야. 만약 상자를 열 수 없다고 생각이 된다면 직접 가지고 황궁으로 들어오게. 내 친히 기밀을 알고 있는 그대를 입막음 할테니.
덧붙여 이 편지를 읽은 즉시 편지는 불타오르는 마법이 걸려있으니 손을 데지 않게 조심하도록 해. 귀한 손이지 않은가.

588 이름 없음 (aDWXRRuzsA)

2021-11-14 (내일 월요일) 15:25:11

>>586

>>587

선생님. 저는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은 상자를 보내드렸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소위 선생님을 비웃을 양반들에게요. 그렇지만 선생님께서 가신 곳까지 다다르셨던 양반은 한 명도 없었답니다. 선생님만큼 오랜 끈기를 보인 양반도 마찬가지로 없었답니다. 선생님께서는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가지실 자격이 있으세요.

사실 제 창고에 들어와 태연하게 앉아있는 미믹을 보고 영감이 떠올라서 만들어본 상자랍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큐브라던지...있잖아요? 색깔을 맞추는 놀이요. 실제로 보안을 위해서 사용하기에는 어려운 물건이지요. 군도와 예도가 서로 다른 것처럼요. 적당히 머리를 써서 풀어낸다는 느낌이었는데, 선생님께서 이토록 마음을 써주시고 좋아하시니 저는 감개무량할 따름이랍니다. 양반들 중에 누구는 애시당초 열리는 상자가 아닌데다, 퍼즐들은 그냥 상자처럼 보이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폭언을 하셔서 마음이 크게 상했었거든요...

조금 신이 나서 첨언을 하자면, 선생님 말씀대로 1관문은 퍼즐 3개를 풀어야 열 수 있는 구조랍니다. 하지만 단지 퍼즐들을 푼다고 하여 열리는 것은 아니에요. 삼중 혼돈진자의 한 축마다 퍼즐을 하나씩 부여하고, 진자운동에서 나오는 난수에 기반하여 끊임없이 위상값이 변하도록 되어있거든요. 선생님께서 내부구조가 변한다고 말씀하신건 그것 때문일겁니다. 퍼즐들과 동시에 연동되는 위상값까지 풀어내야 열리는 것이지요.

혼자 사는 사람이 무료해지면 사방의 작은 것들도 소중하게 보이기 마련이랍니다. 정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이왕이면 그럴싸한 명분을 붙이는 것도 좋은 선택이겠지요. 제가 보내드린 상자처럼요.

제게 편지해주시고, 제 장난감을 사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 보답의 의미로 상자와 함께 장치 설계도와 열쇠를 보내드릴게요. 제가 드리는 선물이랍니다. 어딘가에 파셔도 좋고, 이리저리 뜯어보고 마음대로 역설계하셔도 좋답니다. 부디 선생님께서 내키시는대로 사용해주세요.

(상자가 그대로 반송되었다. 봉인된 작은 케이스 안에 열쇠가 있다. 상자를 열면 편지와 설계도가 있을 것이다)

//내가 늦었구나... 그래도 써놓은게 너무 아까워서 올리기만 할게. 이건 그냥 스루해줘...

589 이름 없음 (Y9CmZr6B/Q)

2021-11-14 (내일 월요일) 17:09:54

>>587

답장 첫머리를 보자마자 찢어버릴까 고민을 조금 했습니다만, 아까운 손모가지만 숯이 될 뻔했군요. 씨발,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하늘의 혈통에 대고 불경한 단어 하나 정도 썼다고 제 목숨을 가져가지는 않으리라고 믿습니다.
페레노의 상자라, 솔직히 말해서 아주 와닿는 이야기는 아니군요. 저는 당연히 비유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왜, 학자들이 자주 말하는 이야기잖습니까. 상자가 세상이라는 감실, 열쇠가 황권이라는 의무, 뭐 그런 내용이던가요. 그리고 굳이 따지자면, 우리같은 업종이야 많이 죽을 때가 성수기라서 말입니다. 통치가 어떻던간에 일반 빈민은 항상 오질나게 죽어나가기도 하고요.
물론 거절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아무튼, 발 빼지 못하게 거의 모든 내용을 지나칠 정도로 정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참 증오스럽고도 감사드립니다. 아마도 길드의 자원을 통째로 들이부어도 모자랄 사업에 묶여버린 것 같으니, 가뜩이나 이제껏 과로했던 부하들만 더 죽어나갈 테지요. 뭐 어떻습니까. 이제부터 페레노의 상자를 딸 텐데.
다만 그 전설의 용에게는 감사를 표해야겠습니다. 어째 망치로 후려치고 용광로에 쳐넣어도 상자가 흠집 하나 없더니, 후배가 업계의 전설을 박살내 버렸다는 오명을 쓰지 않도록 쓸데없이 단단하게 만들어 준 덕을 조금은 봤습니다.
사설이 길어졌군요. 의뢰자에게 길게 토로하는 것은 프로다운 일이 아니니, 이만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궁전 안에서의 건곤일척에 걸기 싫으시다면 변방으로 가서 군대나 모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만, 일단 이쪽 길을 선택하신다면 써야 할 지출에 대해 미리 경고하지요. 어마어마한 비용 지원과 기약 없는 기다림이 따를 겁니다. 비용에 대해서는 장인의 자존심을 걸고 확언하건대, 보내주신 모든 선금이 이 사업에 재투자되었습니다만, 당장 제게 필요한 액수만 그 2배쯤 됩니다.
당장 필요한 것은 표면상 3중 봉인의 원형에 대한 완벽한 정보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페레노의 전설에 대한 모든 사료나 연구를 제공할 수 있는, 이쪽 업계에서는 가장 권위 있는 정보 수급처, 그러니까 비밀 도서관에 대한 열람권한이 필요합니다. 앞서 말한 2배의 필요액이 대부분 거기에 쓰일 겁니다.
물론 불법 사본만 닥치는대로 긁어모아 놓은 비밀 도서관보다야 황립 도서관이 가장 좋은 선택지이기는 합니다만, 아무리 귀하의 신분이 말씀하신 대로라고 한들, 용이 살아있는데 아룡을 믿고 아가리로 머리를 들이밀기는 힘들겠지요. 물론 그쪽 사정은 그쪽이 더 해박할 테니, 방도가 있다면 황립 도서관의 열람권한을 제공해 주시는 것이 우리 편에서는 가장 좋습니다.
그러니까 부디, 충분한 액수의 추가금이나 황립 도서관의 열람수단, 둘 중 하나를 답신으로 보내주시기를 바랍니다. 주지 않으시면 저희도 방도가 없습니다. 여러 번 맹세하지만, 맹세코 모든 투자는 이 상자 따는 데 쓰일 겁니다. 확실히.
문제로군요. 흥분한 티 내지 않으려고 부던히도 노력했는데, 다 써놓고 읽어보니 문장 하나 하나가 열정의 덩어리인 수준이니, 원.

-다시 최고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락픽 기술자-

//2개 다 잇기 재밌어 보여가지고 고민 좀 하느라 늦음

590 이름 없음 (oEwx.8Xr3A)

2021-11-14 (내일 월요일) 17:47:22

>>589

그대가 어떤 말을 하든 상관은 없네. 그리고 그 상자를 여는 것이 가장 빠르고 사람이 덜 죽는 길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빈민 구제에 대한 부분은 내 이 일이 끝나고 나면 노력을 해보도록 하지. 물론 그대가 거절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
그대도 이 일을 무르지 못하는 건 그 페레노의 상자를 열었다는 영광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것이 아니더라도 성공한다면 그대에게 충분한 만큼의 보상을 내려주지. 폭군을 몰아낸 영웅이 될테니까 말이네.

기약없는 기다림은 안 되네. 딱 반년. 반년 안에 이 상자를 열지 않으면 바로 준비했던 것에 착수할 것이니 말이야. 그대도 알겠지만 현황은 제정신이 아니네. 그 안에 나의 편이 많아. 그대가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러니 황립 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지.

황실 도서관 내에 보수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그 부분을 수리한다는 이유로 그대와 그대의 조수 한 명을 들어가게 할걸세. 시간은 48시간이고 도서관 지하의 기밀 장소까지 사서가 안내를 해 줄거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그 사람도 내 사람이니까. 하지만 목숨이 아깝다고 한다면 돈을 줄 수도 있어.

내가 같이 보낸 마법사는 필요가 없던가? 마도구 전문 제작에 특출난 사람이긴 한데. 성격이 더럽다는 단점이 있지만. 일단 그쪽에서 당분간 데리고 있기는 하도록 하게. 필요할지도 모르니.

답장은 딱히 필요 없고 보낸 사람을 따라 가거나 돈을 받거나 둘 중 하나 선택한 뒤 이후 결과와 함께 답을 주도록 해. 물론 이 편지도 손조심하게.

/이런 내가 빠르게 답을 주긴 했지만 위에 참치가 했던 이야기도 재미있어 보인다. 미안해 참치 8ㅅ8

591 이름 없음 (Y9CmZr6B/Q)

2021-11-14 (내일 월요일) 19:03:12

>>590

늦어서 죄송합니다. 조금 대책없이 시간이 걸렸군요. 1달 반만에 연락드립니다만, 그래도 기쁜 소식이 하나 있어서 말입니다. 너무 화를 내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표면의 봉인, 땄습니다.
48시간 안에 황궁 도서관 순례라니, 사람 미쳐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원래 필요한 정보 수집에 있어서 걸리는 시간의 최소를 보름으로 잡았는데, 덕분에 파격적으로 줄여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냥 암살자를 보내드릴까 답신을 보내려고 했습니다. 차라리 그게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아주 절절하게 들어서요. 그 삼엄한 감시와 촉박한 시간 속에서 이틀밤을 새는 동안 그 생각을 수십번은 했습니다.
보내주신 마법사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마법적 자문보다도 그 암기력이 도움이 되더군요. 과장 좀 보태서, 48시간의 말미 즈음에 계산해보니 그 친구가 서고 20개 정도를 통째로 외워서 나간 것 같았는데요.
아무튼 맞물린 봉인 3개는 각각의 역주문을 찾아내서 조합했는데, 아예 새 주문을 만들어내다시피 했습니다. 봉인들 사이의 연결성이 너무 유기적이어서, 역주문 3개를 동시에 적용시키는 새로운 매커니즘을 짜내야 했습니다. 이것도 그 친구가 여러모로 도움을 줬습니다만, 아무래도 응용 면에서는 좀 모자란 듯 했습니다. 편법 없이 순수하게 역주문 3개를 합칠 생각을 하고 있던데, 마법진으로 도시를 하나 둘러싸도 모자랄 짓이라고 말해 줬습니다.
기계적인 잠금에 있어서의 내부 변화 문제는, 공교롭게도 우리 도둑놈들의 천적이 개발한 기술이 도움이 됐습니다. 제국 치안청이 사용하는 증거보존용 급속냉각기술 같은 건 아마 페레노도 예상하지 못한 신기술이었던 모양이더군요. 원래 특수한 유동성 물질을 사용해 만든 열쇠를 사용해야 했을 거라고 추측됩니다만, 이제는 알 필요 없는 문제입니다. 아무리 복잡한 다중 장치로 구성되어 있다 한들, 움직이지 않는다면 일반 락픽으로도 딸 수 있으니까요.
그랫니 표면부분의 잠금은 풀렸습니다. 이제 내부의 구조를 해제해야 하는데, 이쪽부터가 상당히 가관입니다. 처음 이 상자를 봤을 때 느낀 감정이 무색해질 정도로요.
하나 다행인 것은, 2번째 잠금 구조는 표면과 달리 기계적 잠금과 마법적 잠금이 복합적으로 적용된 구조는 아닙니다. 구조 자체는 지극히 단순합니다. 겹쳐진 4개의 회로가 하나의 열쇠구멍에 의해 관통되어 있는데, 어떤 물질로든 열쇠구멍을 끝까지 통과하면, 즉 회로 4개를 꿰 버리면 열립니다. 구조상으로는 그냥 아무 바늘 같은 거나 가져와서 푹 찌르면 열리는 형태라는 겁니다.
문제는 이 구조 전체가 통짜로 일종의 선언적 저주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각 회로마다 특정한 조건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물질이 그 회로의 열쇠구멍을 지나가면, 즉시 소멸해 버립니다. 즉, 각 회로마다 요구하는 4개의 조건을 충족하는 물질로 열쇠를 만들어야 합니다.
문제는 각 회로의 조건에 대해서는 전혀 추측할 수 있는 바가 없습니다. 물질의 재질인지, 마법적 처리인지, 혹은 성질, 합금 상태, 존재해 온 시간, 속성, 어쩌면 생명인가 아닌가, 뾰족한가 뭉특한가 따위의 사소하고도 무의미한 조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종류와 조건을 충족하는 온갖 물질들을 가져와서 최대한 구멍에 쳐박아 보고 있습니다만, 암담합니다. 이번 잠금은 구조상, 관측자가 첫번째와 마지막 회로의 통과 여부만을 확인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시험해 봐도 2번째와 3번째 회로의 조건이 무엇인지는 알 수조차 없습니다. 저희로서는요.
하지만 당신은 다릅니다.
만약 페레노가 황제의 자격이 있는 이만이 이 상자를 열 수 있기를 바랐다면, 4가지 조건을 유추할 실마리는 그가 생각한 황제의 자격과 연관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페레노의 관념적인 부분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상징성을 가진 물질의 조건을 찾아내려면 말입니다. 제 생각에, 이 시점에서 그것을 알 수 있는 것은 당신 뿐입니다. 당신이 정말로 제국의 군주로서 정당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면 말입니다.
그것을 보여주십시오.

추신: 최근 수도가 심상치 않은 것 같습니다. 부디 몸을 사리십시오. 적어도 제가 이 상자를 다 열 수 있게 되는 순간까지만이라도 살아 주십시오.

592 이름 없음 (oEwx.8Xr3A)

2021-11-14 (내일 월요일) 20:51:52

>>591

한 달 반이라. 마침 좋은 소식이 필요했던 참이네. 사실 그대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했지만 그것을 열지 못할 것이라고도 생각했네. 하지만 이렇게 성과를 가져다주다니 정말 기쁘고 대견하네.
48시간이라는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은 했다만 그것이 최선이었다는 것을 자네도 알았을 것이라 믿어. 그리고 결국에는 해내지 않았나. 그 머저리(두 줄이 그어져있다) 마법사가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군. 하지만 그 녀석이 어떤 정보를 더 가져갔을지 골치가 아파. 물론 그 녀석이 배신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 좀 이상한 물건들을 더 많이 만들어낼 것 같다는 뜻이네.

그대의 보고를 들으니 그대들이 많이 수고해주었다는 것이 느껴져. 이제 내부 구조만 열면 되는 것이로군.
4가지 조건이라. 황실에서는 황실만의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그대도 알다시피 이 제국은 드레곤 페레노가 황제와의 우정을 기리기 위해 황실에 대대로 내려오는 마법을 주었고, 그들의 백성만이 마법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지.
그 이야기는 차치하더라도 페레노와 초대 황제 사이에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네.

"너는 필멸자이나 자식을 가질 수 있고, 나는 불멸자이나 본디 홀로 있는 자. 네 관은 네 피로 흐르고 네 땅은 네 마법으로 하나 될 것이다. 훗날 시간이 지난다해도 네 자식은 네가 아니겠지. 언젠가 너에 대한 내 애정이 끝이날 때 나는 너희를 떠날 것이다."

이미 제국은 수천년이 지났고 페레노는 제국의 곁을 떠났지. 남은 것은 그 초대 황제에게 주었던 그 상자일 뿐이야. 그 상자를 남길 때 이렇게 말했지.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되고, 너와 백성의 뜻이 합치될 때. 그 상자를 여는 이가 황제가 되리라."

예로부터 하늘은 시간을 뜻하고 땅은 마법의 원천이라고 하지. 관은 피로 흐른다고 하니 나를 뜻하는 것은 내 피로 충분하지 않겠나. 문제는 백성이 무엇을 말하는 지 모르겠군.

요즘 수도가 흉흉한 건, 역시 반란군인 것이겠지. 슬슬 그들이 일어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어. 최근 전체적으로 마법의 힘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마법진이 아니면 마법을 쓰기 어렵고 언령 마법은 그 힘이 옛만 못하지. 반란군은 황제의 폭정으로 민심이 돌아서서 마법의 힘도 약해졌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야. 뭐, 무리도 아니라고 생각하네.

반란군은 황실의 피를 다 죽이고 공화정을 세우려는 모양인데. 나는 그들과 만나서 담판을 지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네. 그래서 조만간 그들을 만날 생각이야. 자네가 나에게 몸을 사리라고 한다고 하더라도 이건 내가 물러서서는 안 되는 문제이니까.

국고에 국보인 모래시계가 있는데 그걸 조만간 훔쳐서 보내도록 하지. 아, 훔치는 것은 그쪽이 전문이던가?

(편지에 피가 담긴 유리병과 모래시계가 있는 국고의 위치가 적힌 지도가 동봉되어 있다)

추신. 나는 신경쓰지 말고 그대는 그대 일을 하게.

593 이름 없음 (V7Nak4GoXc)

2021-11-15 (모두 수고..) 07:05:37

>>592 또 이야기 속의 내용에 파고드는군요. 질색입니다.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은 묶는 입장이 되는 것이고, 풀어내는 입장에서의 정석이란 편법을 찾아내는 것이니까요. 정공법으로 임하는 것이 직업적 자존심에 상처가 되고 있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번만큼은 샛길이 없습니다.
당신의 피와 국보의 모래, 그리고 마법사에게 자문을 구하니 땅이 마법의 원천으로서 기능한다는 것은 대지의 형태가 흔히 생각하는 평면이 아니라 거대한 구라는 사실의 증거라더군요. 모든 마법진의 기본형이 원이듯이, 마법의 근원은 필연적으로 구에 수렴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그래서 세운 가설입니다만, 땅의 조건은 열쇠의 형태를 구체로 만들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가설을 수용해서, 지금은 피로 모래를 뭉쳐서 경단을 빚고 있습니다. 이런 락픽을 만드는 경험은 아마 다시 못할 겁니다. 여기까지 해서, 낙관하자면 3개의 회로가 풀린 것 같습니다. 우리가 틀린 것이 아니라면요.
암담한 생각은 집어치웁시다. 이미 돌아가기에는 늦은 것 같고, 백성이 의미하는 조건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아무래도 이 부분은 제가 조금 더 생각해내기 좋은 입장이니까요.
전통적으로 제국 관료가 가져야 하는 통치 기술의 요체는 빈농의 통제라고 하지요. 신민의 9할은 농부이고, 생산되는 즉시 제국 전체를 먹여살리기 위해 전량이 소모되는 식량을 끊임없이 생산해냅니다. 그렇다면, 백성을 상징하는 것은 당연히 곡물이 아닌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이번만큼은 녹록치 않군요. 열쇠에 밀이나 쌀 따위를 배합해 보았습니다만, 성공의 기미가 안 보입니다.
일단 저는 곡물이라는 전제조건을 기준으로 두고 문제에 접근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제공해주시길 바라는 것은 또 자료가 되겠군요. 우선 제국령 전체의 곡식 산출량에 대한 정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체 자료를 통째로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고요.
그렇지만, 이것이 정답이 아닐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반란자들을 직접 만나시겠다고요? 말리지 않겠습니다. 오히려 그들에게서 답을 찾아보시라고 권하겠습니다. 저보다는 그들이 빈농의 입장에 가깝습니다. 제국 신민 절대다수의 대변자들이지요. 어쩌면 백성의 상징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그들에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몸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추신: 표면의 봉인에 있던 3가지 주문과 그 역주문들에 대한 자료를 보냅니다. 마법사의 자문을 들어 보니, 페레노의 상자를 열기 위한 모든 과정에 의미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자를 열어 열쇠를 얻은 자에게 황제가 될 권리가 주어진다면, 상자를 여는 과정 자체가 황제의 자질을 증거하거나, 혹은 적합조건의 충족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친구는 그 주문들보다도 여기 있는 동안 잔뜩 만든 도구들을 보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만, 일단 제안이 틀린 것 같지는 않군요.

추신 2: 이 편지의 전달자는 제가 보낼 수 있는 가장 뛰어난 도둑입니다. 이번에 모래시계를 가져온 것도 그 친구인데, 반란군과 만나실 때 데려가셔도 좋습니다. 적어도 유사시에 몸 빼는 데에는 탁월한 친구라서, 제국의 황녀 정도까지는 옆구리에 끼고 도망칠 수 있을 겁니다.
거북하시거든 돌려보내셔도 좋습니다. 막말로, 제가 변심해서 존귀하신 머리통을 훔치려고 그 녀석을 보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조심하시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