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들☆ :>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각 스레마다 이를 위반하지 않는 수위 관련 규범을 정하고 명시할 것을 권장합니다.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타 스레와의 교류 및 타 스레 인원의 난입 허용 여부(이건 허용한다면 0레스에 어디까지 괜찮은지 명시해둡시다)와, 스레에 작성된 어그로성 및 저격성 레스의 삭제 여부, 분쟁 조절 스레의 이용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각 스레의 스레주에게 있습니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분쟁 조절 스레"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처음 오신분은 어려워말고 잡담 주제글에 도움을 청해주세요! 각양각색의 스레들을 가볍게 둘러보는 것도 적응에 효과적입니다.
아영은 소비한 기가 그 몇합으로도 꽤 소모가 컸기에, 겸손떠는 모양새로 주변에 흐른 혈흔들을 마공으로 흡수해갔다. 혈자의휘공(血資意輝功). 이라고 불리는 그 기이한 기술은 혈흔들을 흡수해나가 하나의 붉은 덩어리로 아영의 몸으로 흡수해 들어갔다. 피비린내가 아닌, 다과향을 연상시키는 달짝한 향기를 품어내면서. 다만 그 혈액의 사이에 기이한 기운을 감지해 술의 취기를 날리듯 날려보인다. 무언가 혈자리에 이상이 있는 모양이다. 저 호랑이는.
"이정도로까지 버티는걸 보면 단순한 범은 아니고, 영수인가."
혈도를 그대로 기로 전환해 흡수하면서 아영은 오월이 싸우는 장면을 바라본다. 칠흑색의 갑주가 맹수의 예리하고 날카로운 공격을 분명 범인이었다면 뭉개버릴듯한 파괴력을 가졌음에도 튕겨내는것을 보며, 정도면 주인 자체도 기강이 대단한것이 아닌가하고 이윽고 목을 조르는 기술 하나하나를 파악해간다.
"의술에도 일가견이 있는 모양이군. 난 그쪽으론 까막눈이라, 잘모르긴 하지만 혈자리에 독액을 맞으면 저리 미치는 광인을 본적은 있었군. 쓴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였나 혈을 기로 전환하는데 있어서 위화감이 있던것을 날리려고 했었는데, 그게 독초의 기운이었나."
그렇다면 혈도를 바꿔놓을 필요가 있었다.
"혈자리가 이상한모양인데, 혈관을 절제할줄은 알아? 내 검은 베고 찌르는데 특화되있어서 베어버리면 문제가 있을테고, 그쪽이 의학이 있다면 부탁하고싶은데. 나머지는 내가 방도를 찾을수는 있을거같네."
매일같이 술만 마시는 것도 슬슬 질려가기 시작한다. 정말, 시간이 왜 이렇게 안가는 건지 모를정도로 길게 느껴지니까 문제다. 좋게 말하자면 이 마을이 평온한 곳이라는 증거지만, 그만큼 정신이 몽롱해지는 느낌인지라. 원래부터 반쯤 정신이 나가있는 그로써는 신기하면서도 무서운 일이었다. 방에서 굴러다니다 보면 나가고 싶지 않고, 뭔가 먹고 싶지도 않고... 아무튼 위험한 상태다. 그래서인지 밖으로 나와, 아무 풀숲에나 털썩 앉고는 가만히 주변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대로 방 안에만 있다가는 평생 날계란처럼 늘어져 있을지도 모르니까.
" 고향으로 돌아온 느낌이구만. "
문득 든 생각은 그러했다. 고향과 똑 닮았구나. 하는 느낌말이다. 정작 고향이 평화롭다고 느낀 적은 평생에 딱 3번 뿐이었지만, 아무 일도 없을때의 분위기만 본다면 얼추 비슷해보였다. 넓게 펼쳐져있는 논밭이라던가. 유난히 하늘이 맑다던가.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주문했을 때, 음식이 있을까에 대한 생각부터 시작했다. 그 남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아직 많았고, 파천의 곁에 있으면 충분히 오랫동안 즐길 수 있을거라는 확신을 받은 만큼 그는 의외로 얌전했다.
소태도로 겉 면이 까칠한 소나무에 칼자국을 내고 있을 즈음, 풀숲에 누군가 앉아있는 모습을 발견하자 그 남자는 소태도를 집어넣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남자의 기억에 따르면 저 자는 이전 달이 둥글게 뜬 호수에서 마주친 사람이였다. 요괴 같은 것은 아니였다. 기억상에는 분명...
"음.. 당신은 이전에 봤던 사람이군요?"
남자의 몸에 비릿하게 남아있는 혈향을 사람들은 싫어했다. 그래서 웃는 모습을 연구해서 항상 지어보였는데 오히려 역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
'이 사람은 어떨까?'
살수치곤 효율적이지 못하다, 검객치곤 피를 너무 좋아한다, 검이 미쳐살며, 강자와의 결투를 고대하는 그를 사람들은 괴물취급 하였다.
시원한 바람이 시골길을 스쳐지나가 두 사람을 훑고 지나간다. 남자는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적의 없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 와중에도 상대방을 살피는 건, 투귀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기본적인 것 이외에는 할 줄 모르니 큰 기대는 안 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월은 천옷사이의 주머니를 꺼내더니 작은 검은색의 상자를 꺼내 여는 오월. 안쪽에는 칠흑빛깔의 작은 목도를 비롯한 정체모를 목기들이 들어있었다. 오족의 주민들이 쓰는 간단한 의료도구의 모음으로 월이 쓰는 칠갑과 같은 과정을 통해 만든 것이었다. 어쩌면 신농께서는 이러한 용도로 쓰는 것을 더욱 환영하셨을지 모르지. 월은 조용히 범의 목을 더듬어가며 절제하기 좋을 만한 자리를 찾는다.
"그나저나 아까 전에는 피를 기마냥 흡수하시던거 같은데....저 서쪽 땅에는 피를 마시고 영생을 누리는 흡혈귀라는 요괴가 있다는데 혹시 아영님이 그 부류 아니십니까?"
월은 급박한 상황에서의 긴장을 덜려는 듯이 호랑이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힘을 주는 동시에, 목덜비 근처의 혈관에 단도를 대어 픽-하고 그어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쏟아져 나오는 피. 이야이야 이거 위험한데.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그리 무겁지는 않은 것이 짐승은 아니고, 그럼 사람이구나. 하며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면 마침 저번에 봤던 남자가 서있다. 그때는 강가였고 이번에는 풀숲인가? 생각하면서 천천히 일어나려고 하는데, 너무 오랫동안 가부좌를 틀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몸이 말을 잘 안듣는다. 다리 힘만으로는 버거운지 손을 짚고 겨우 일어난뒤에 당신을 향해 손을 휙휙 흔든다.
" 또여.. 암튼 반가워잉. "
늘어지는 말투는 심히 나른해보여 마치 방금 전에 일어난 사람같다. 말이 끝난 뒤에는 당신의 웃음짓는 모습을 슬쩍 보더니, 팔짱을 끼면서 마주 입꼬리를 올려보인다. 웃는건지 웃는 척 하는건지. 감이 안 잡히는 느낌이다.
아영의 예측이 맞다면 피에서 독기를 걸러내기만 하면되는 부분이었기에, 혈관을 자르는것 자체가 필요했던것이다. 자신의 검으로는 파상풍을 일으키던 숨통을 끊어놓건 둘중하나기에 그것보다는 오월이 무언가 계책이나 도구가 있다면 하는 편이 나았다라고 말하고싶은 것이리라.
"좋아 그정도면. 그리고 흡혈귀라니 너무한거아닌가. 요괴는 아니라고. 그리고 남쪽에 산다는 비연마도 아니니까 이상한소리는 하지말아줄래. 내가 기억은 못해도 확실한건 마공의 영역에 걸친기술이라 잘못하면 피에 취해버린다고."
목기로 절제되는 광경을 보고는 안도했으나, 이윽고 들어온 오월의 농담같은 소리에 아영은 반쯤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본다.
"그럼 혈도의 길에서 독기를 제해보자고."
영수를 해하는건 마을에도 화를 불러올수도 있는 일이기에 응급처치를 하는것이 좋은 선택지라고 아영은 판단했다. 그렇기에 혈을 흡수하고 기로 바꾸는 이 마공에 있어 간단한 응용이라면 그것은 가능할 터이다. 자신의 무공의 경지를 확실히 아는것은 아니지만 간단한독이라면 기로 그것을 정화하는것은 가능했다.
"생각보다는 깊은것같지만.. 이정도라면."
아영의 오른손이 진홍빛으로 빛나며 흐르는 피를 멈추어내고는 정지된 피속에서 독기를 걸러내갔다. 그나마 아까전에 기로 전환한 양이 어느정도있고 영수의 피였던 모양인지 일에는 그 지장이 없어 이내, 호랑이의 거친 숨소리가 편하고 진정되어가는 것을 볼수있었다.
청조검을 잡고있는 상태로 느긋하게 팔짱을 낀다. 여전히 외모와 상당한 괴리감을 자랑하는 말투에 실소가 흘러나올뻔 했으나 고개를 살짝 숙여 올라가는 입꼬리를 진정시켰다. 남자는 손을 휙휙 흔드는 그에게 가볍게 고개를 대각으로 기울여 목례로 답하였고 이내 유수의 질문에 답변해주었다.
"파천이 말한 사산혈왕, 그리고 장군들을 습격하는 시기가 다가오는 만큼 진정하기 힘들더군요. 그래서 조금 기분전환을 위해서 나왔습니다."
남자는 되도록이면 파천의 무리들 대부분과 싸우고 싶었다. 그러나 멋대로 검을 뽑는다면 파천의 무리들에게 미움받을 것 같았기에 최대한 자제하기로 마음먹었다.
'조급해하지 말자. 어차피 싸울 기회는 많이 남아있으니까'
사산혈왕과 싸우는 생각만하고 기다렸다. 어떤 무공을 쓰는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아무것도 몰랐으나 그의 머릿속에는 싸움만이 들어차있었다. 과연, 얼마나 자신을 즐겁게 해줄까.
" 이 상황에서 긴장할 일이 뭐가 있겄어. 앞으로야 그럴지도 모르지마는, 지금은 하는 일이 밥 먹고 자고 술 들이붓고 자고. 반복이여. "
실제로, 최근 4일간의 행적이다. 다른 무인들이 홀로 수련한다던지, 서로 칼을 맞대어 본다던지 하는건 먼나라 이야기같은 말이다. 전투라는걸 도통 안해봤으니 그럴만도 하지. 진짜 전장에 나가봐도 칼 들고 싸울 일은 하나도 없을테고. 칼집에서 칼 꺼내는 날이 아마 저승길로 가는 날일거라 생각하고 있는 마당에, 긴장감이 있을래야 있을수 없는 것이다.
" 겁 집어먹은건 아닌거 같은디.. 아, 당장이라도 싸우고 싶은거구만. 대단허네잉. "
당신의 당당한 모습을 보아하니, 진정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싸우고 싶다. 의 준말으로 이해했다. 또한 실제로 비슷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겁이 없다는건 나쁘지 않은 일이다. 많은 것보다는 백배 낫지.
남자는 유수의 말에 과연 눈 앞의 사람이 전투에 적합한지 훑어보기로 하였다. 어쩌면 파천은 장군이 아니라 군주이기 때문에 이전의 소협이 말했던 것과 같이 머리를 쓰는 사람을 구했을지도 모른다. 눈 앞의 태평한 사람이 백으로 천을 능히 죽일 수 있는 자로 보이는가?
'...'
남자는 섣부른 판단을 보류하기로 하였다. 약한자여도, 강하자여도. 파천의 무리는 그를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직접 싸우지 않는다고 하여도 분명 그들이 보여주는 강자와의 대립은 그에게 흥겨운 여흥이 될 것 이다. 이리 생각하면 그간 기다림이 달콤하게 느껴진다. 마치 당과 같이.
"당신은 다른 이들과 다르게 여유롭네요. 봐왔던 것이 달라서 일까요?"
남자는 빙글 웃으며 한 발자국 다가섰다. 그리고 친절하게 물었다.
"상에서 강하다고 쏜 꼽히는 사산혈왕과 싸운다는데 보통 이런반응을 보이지 않나요? 심장이 쿵쿵 거리는게.."
오월이 아영의 말에 따라 호랑이를 놓아주자 놈은 그래도 겁이 났는지 순식간에 뒤로 물러난다. 허나 금새 자신의 몸에 기운이 돌아왔는지를 아는 것인가, 아까와 같은 맹렬한 적의를 드러내지는 않은채 조용히 자신들을 바라보았다. 뒤이어 주변에 낭자한 맷돼지들의 참상을 보더니 무언가 슬픈 눈으로 침묵을 지키는 범. 이내 놈은 아영과 오월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숲으로 걸어들어간다. 아직 후유증이 남긴했지만, 영물이니 잘 추스리겠지.
"....이거 참 큰일이었군요."
월은 그렇게 말하며 아영을 바라보았다. 말은 거칠게 하고 합리주의를 표방하며 야먕을 부르짖는 이 욕쟁이 할머니 같은 어투의 사람은, 어쩌면 스스로가 말하는 것 만큼 가열찬 사람은 아니지 않을까. 이러쿵 저러쿵 말해도 그 안에 있는 것은 생명을 중히 여기고, 짐승이라도 곤란을 해결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소녀의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어떤 의미에선 안타깝기도 했다. 이런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지금과 같은 태도를 고수하는 것일까.
"그나저나 말입니다. 아영님께서는 제 생각보다는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네요."
라며 칭찬인지 험담인지 모를 이야기를 뻔뻔하게 말하는 오월. OH! 나 외지인이라서 예의에 어긋나는 말인지 몰랐어YO! 스러운 태도로 넘기려는 것 같다. ...역시 한대 정도 때려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