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뜬소문은 야사가 되고, 야사 안에는 진실이나 거짓이... ◆SFYOFnBq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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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5 (불탄다..!) 00:23:33
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타치☆★☆★☆:>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각 스레마다 이를 위반하지 않는 수위 관련 규범을 정하고 명시할 것을 권장합니다.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타 스레와의 교류 및 타 스레 인원의 난입 허용 여부(이건 허용한다면 0레스에 어디까지 괜찮은지 명시해둡시다)와, 스레에 작성된 어그로성 및 저격성 레스의 삭제 여부, 분쟁 조절 스레의 이용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각 스레의 스레주에게 있습니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분쟁 조절 스레"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처음 오신분은 어려워말고 잡담 주제글에 도움을 청해주세요! 각양각색의 스레들을 가볍게 둘러보는 것도 적응에 효과적입니다.
수업을 아예 안하면 국립(은 제국) 아카데미랑 가끔 하는 대항전에서 퀴즈에서 우수수 떨어지는 참사가 일어나니까 말이지요. 그러니까 수업도 일정 비율 있습니다!
에밀리아: 에밀리아의 포션교실에 온 걸 환영해! 그래. 포션제조법은 의외로 쉬우면서도 어렵지! 샤릴: 피튀기는 종교강의로다! 이거 의외로 대항전때 ox퀴즈로 자주 나온다고? 그럼 일단 상식 테스트부터 할까? 삼주신 이름은 뭐지? 지운영: 지운영이 운영하는 역사 및 지리학! 어머 샤릴 선생님. 제가 더 자주 나오지 않나요? 그럼 제국지리를 시작해 볼까요? 은 제국의 수도인 리스는 온대기후이며, 프롱 해와 접한 내해의 영향을 받고..(이하생략) 크리드: 너네는 능력을 무기에 각인도 못 시키니? 아..아니 아라님. 아 그렇게 말할 리가요. 제가 좀 뛰어나다 보니 눈높이가 너무 높아졌나 봅니다.
주의! 데플은 없지만 부상 등으로 구를 수는 있습니다. 어두운 분위기도 존재하고요. 개인설정, 개인 이벤트, 환영합니다. 완전 초보라 미숙한 스레주입니다.. 잘 봐주세요..(덜덜덜) 모두들 서로를 배려하고 활발한 어장생활! 캡이 응원합니다! 인사도 바로바로 하고, 잡담에서 끼이지 못하는 분이 없도록 잘 살펴보자고요!
전투 시스템에서 다이스를 사용합니다!! 기본 다이스 .dice 0 10. = 2 0-크리티컬 1-5 빗나감 6-10 명중 인챈트나 다른 다이스가 필요하신 분은 위키에 기재해 둬야 하며, 자신이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앓이도 보내고, 개인 이벤트도 보내고.. 온갖 걸 보낼 수 있는 웹박수: https://goo.gl/forms/SKs7SBRwrQZfsmfr2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D%8B%B0%EC%97%98%EB%A6%B0%20%EC%82%AC%EB%A6%BD%20%EC%95%84%EC%B9%B4%EB%8D%B0%EB%AF%B8 시트스레: >1525406542> 이전스레: >1528696797> 임시스레 겸 선관스레: >1525430363>
로라시아(Laurasia)는 동상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목 윗부분이 있는 동상이었다.
라연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려서, 일기장을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얜 세수하라고 보냈더니 목욕을 하나. 그가 간 방향을 힐끔 보곤 일기장을 열었다. 때마침 잠금 장치가 열려 있어서 안을 볼 수 있었다.
"...어라아?"
훌륭한 외관과 달리 안은 아무 내용도 없었다. 백지, 백지, 백지. 아무리 넘겨도 잉크 한방울 떨어진 자국조차 없었다. 으응? 고개를 갸웃거리며 끝까지 넘겨봐도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혹시나 라연이 비밀 일기 같은 거라도 쓰나 했는데, 아닌가보네. 혼자 중얼거리며 속지를 만지작거리는데 무언가 귓가에 속살거리는 것 같았다.
"...?"
뭐지, 기분 탓인가? 다시 한번 갸웃거려보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뭐 잘못 들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덮은 일기장의 잠금장치 부분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열쇠로 여는 건 아닌 거 같고, 이것도 생체 인식인가...?
보통의 상황이라면 이렇게 왠종일 통화를 할 일도 없었겠지만, 이번 추방작전은 스카기아는 물론 그 휘하의 군단까지 싸그리 몰아내야하는 상당히 대규모의 작전이고, 그만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에르넨은 델 라마루스 공역 그 자체가 본체라는 특수성 때문에 휘하에 누굴 두질 않고, 비스마르크의 아이들은 하피들에 비해 어리고 연약해서 함부로 나서지 못하는 처지인 만큼 이번엔 인간측의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작전이다.
지나치게 한가했던 카페는 어느날을 기점으로 지나치게 사람들로 가득차 붐볐다. 조용해서 좋았던 이 카페에 사람이 왜 많아진 것일까. 몇 가지 추측을 해보자. 첫 째. 예전에 나를 물먹였던 카페의 알바의 이적. 이곳으로 이적한 그녀는 여전히 덤벙대고 잘 웃는다. 두 번째이유. 리모델링. 깔끔하게 리모델링한 이 곳은 수다떨기에 적합하니 단체손님이 많아질 수도 있겠지. 마지막 세 번째. 디저트의 추가. 달달한 초코무스는 어느 새 품절, 다른 케이크도 품절. 이게 이유인가.
하지만, 이런 고민할 새 없이 자리를 찾아야한다. 기껏 카페에서 여유로운 삶을 구가하고 싶었던 내가 아닌가. 품위없이 황가의 자손이 커피잔을 손에들고 벽에 기대거나 밖에서 서서 먹는 몰상식한 짓을 하면 안되니 말이다.
하나 남은 자리. 자그마한(마치 다람쥐 같다는 인상의) 여자의 앞자리가 한 곳 비워져있었다. 맞은 편 자리에 가방같은 영역표시가 없기에 같이 온 것은 아닌 듯 했다. 그렇다면, 수치심을 무릅쓰고 양해를 구해볼까.
한참 통화를 했더니 입이 말라오는 기분이라, 물기가 송글송글 맺힌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빨대에 입을 대고 한모금 빨아 마신다. 아직 시원한 커피의 향을 잠깐 만끽하고 그대로 목으로 넘기니 이야기 하느라 메말랐던 속이 뚫리는 느낌이다. 그나저나...학생인가? 양쪽 눈 색이 미묘하게 다른 합석자의 나이는 어림잡아 17~18세, 백금발에 17~18세의 즘 고지식한 어투를 가진 남자...소문은 들어본 적 있다. 은 제국의 황가 출신이 둘이나 이 아카데미에 입학 했다고. ...는 뭐 사실 여부를 모르니까. 일단 염색일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는거고. 적어도 내가 아는 인맥 데이터베이스 안에선 없는 사람이다.
"......"
우선 내가 취한 행동은 침묵.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면, 이쪽에서 다시 말을 걸어보도록 하자.
...아니, 열 일고여덟 먹었을 애가 정통물도 아니고 소가 뭐야 소가.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어찌저찌 티는 안내고 있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게다가... 저 웨이트리스에게 완전히 호구잡혀 사는것 처럼 뵈는데 저래서야 괜찮으려나 모르겠다. 게다가, 내가 지금 2순위로 미뤄두고 있는 은 제국 황가가 사실이라면 더더욱. 아아, 이러니까 더 궁금해지네.
"실례지만..."
잠시 팔찌로 시선을 뒀다가 상대쪽을 바라보면서...
"합석한 김에 나이랑 이름을 좀 물어도 될까?"
팔찌(형태의 디바이스)에서 내 전자명함을 꺼내 상대의 위치로 날리듯 보내 내 소개를 대신했다. 나보다 어리다, 은 제국 황가의 일뤈일 것이다. 둘중 하나만 맞아도 내 안목 레이더는 대 성공이다.
디바이스에 띠링하는 소리가 들리며 명함이 도착했다는 메세지가 보인다. 사실, 디바이스를 다루어본적이 많이 없기에 적잖히 당황하며 간신히 메세지를 얼였다.
라야 델 포리아. 20세. 아. 포리아 왕국의 공녀이자 기사단장. 특이하게도 게이트의 이용대신 비공정을 이용하는 왕국. 예전에 비공정이 타고싶어 어머니를 졸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비공식적인 방문이기에 더욱 즐거웠던 그날의 추억. 잠시 추억에 잠겨 눈을 감았다가 서서히 떴다.
"부끄럽게도, 이런 장비에 익숙치 않아 이 입으로 소개하지요."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 앞에있는 공녀를 보고 말했다.
"라야 델 포리아 공. 나는 은 제국 방계의 당주이자 후계자인 은 세하라고 하오. 나이는 18세. 귀공보다 미숙하니, 말을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와, 나 이쯤되면 흥신소 차려서 사람 찾는일 해도 될 것 같은데? 어떻게 둘 다 맞출 수가 있지? 오늘 무슨 날인가?
"세하...도 편하게 이야기 해."
존칭을 붙여야하나 말아야하나의 기로에 잠깐 섰다가 내린 결론은 '굳이 공식석상도 아닌데 그럴 이유는 없'다였다. 당장 카페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체면 차리는 것도 좀 뭣하고, 게다가 음... 은 제국과 포리아 공국의 지도자상이 좀 많이 달라서 체면차림이 더 불편하다. 포리아 공국의 지도자는 '가장 마지막에 도장을 찍는 결정권자'에 가까운 이미지라 민원 폭탄을 받으면 받았지 고개 조아림 받는건 영 어색하거든. 내 몫으로 나온 티라미수를 덜어 세하의 접시 한쪽 사이드에 올려두었다.
나는 그냥 세하 군이라고 부를거지만. 왜냐고? 세하군이라는 단어가 제일 잘 어울리잖아? 티라미수를 포크로 잘라 한 입 털어넣고, 아메리카노를 마셔 입을 정리한다.
"뭐, 단걸 좋아한다는건 나쁜 일이 아니지. 단당류는 뇌의 주식이니까?"
오호. 이녀석 봐라. 이걸 이렇게 떠본다고? 보기랑 다르게 핏줄은 못 속인다 이건가? 입학 초기 옛날의 나였으면 이런 것도 못 읽고 '따, 딱히 단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이라고 하면서 얼굴을 붉혔겠지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보니 오히려 나에게서 뻔뻔함 성분과 능청스러움 성분이 더 늘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언제나 처음은 강렬하다 나는 아직도 당신을 처음 본 그 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나에게 걸어오던 당신 첫 느낌
첫 느낌이라는게 있다 처음 그 사람을 보자마자 전해지는 느낌 왠지 저 사람이 좋다는 느낌
인사를 나누고 나서도 사람들과 얘기하는 당신에게 자꾸만 눈길이 갔던 건 느낌이 좋아서였다
그러면 확인하고 싶어진다 이 사람과 느낌이 통하는지 눈을 맞추고 말을 나누어 보면 알 수 있다
나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겠구나
✿
내가 그를 처음으로 만난 건, 아니, 처음으로 내 시야에 인식한 건 역시 그 때였다.
아카데미 결투의 결승전.
그 때의 나는 한창 마음을 닫고 있을 시기여서 그를 대전 상대 이상으로 보지 않았었다. 볼 필요도 없었거니와 그럴 일도 없었다. 지금부터 싸울 상대에게 이기느냐 지느냐 그것말고 가질 생각이 달리 뭐가 있겠는가. 그래서 담담하게 결승전에 임했다. 전력을 다해 대적했고, 호각을 이루던 끝에 근소한 차이로 졌다.
당시의 나와 그는 수치가 비슷하여 어느 쪽이 이길지 쉬이 판가름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 상성이란게 있어서, 결국 내가 졌다. 그의 불꽃 아래 대패해버렸다.
"......"
졌으나 최선을 다했기에 원망스럽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아쉽지 않았던 건 아니고. 결국 상성 차이는 극복할 수 없는 건가~ 같은 연구적 생각을 하며 무대에서 내려갔었다. 그 이후로 나는 그를 보지 않았을 터 인데...
당시의 나라면 그랬어야 했는데 말이다. 아니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는 바보 같은 질문은 하지 말길 바란다. 본래라면 결투가 끝난 후 뇌리에서 사라졌어야 할 그가 한참이 지난 후에도 잊혀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무채색이던 세계에 새빨간 불꽃이 자꾸만 보여왔다. 수업을 듣는 와중에도, 도서관에서도, 시가지에서도.
오해하지 말길. 내가 쫓아다닌게 아니다. 그저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사람이 보이게 된 것 뿐이니까.
...절대 쫓아다닌 거 아니라고!
아, 아무튼 그런 이상 현상은 그 때의 내게 있어 낯설고 이질적이었으므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작정하고 뇌리에서 지워버리는 것이었으나 왠지 그건 싫었다. 기껏 들어온 이상 현상을 지우는 것이 '아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피하는 대신 마주하면 어떨까 싶었다. 당시의 생각은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격언을 행동으로 실천하려 한 것이었으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예상 밖일 수 밖에 없지.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을 시점에서 나는 내 감정을 깨닫지 못 하고 있었다. 그래도 깨닫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전의 무대가 아닌 같은 수업을 듣는 교실에서 마주하고, 처음으로 내가 먼저 인사를 건냈을 때 깨달아버렸다. 나를 보는 그를 보며 알아버렸다.
"안녕. 윤라연."
나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될지도.
아니, 이미 좋아하고 있었어.
결승전에서 마주쳤던 그 순간부터. 최선을 다했고, 그랬지만 져버린 그 결투에서부터.
......
그래! 첫 눈에 반했다고! 뭐 이의 있냐!
어쨌든 나는 그 감정을 깨닫기는 했으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랐다. 사교성도 바닥인데 연애 하는 방법 같은 거 알까보냐. 하물며 고백한다던가 그런 건 생각도 못 했다. 그래서 적당한 화재로 공통 분야를 이끌어 그것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사이로 만들었다. 그가 평소 도서관에서 아바돈이나 관련된 쪽의 책을 주로 본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너무 계산적인 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 땐 그게 최선이었다. 어찌 보면 그 때까지 제대로 된 사교 활동이나 그 흔한 소꿉친구 하나도 없었으니 남을 대하는게 마냥 서툴렀다. 처음 인사했던 기세는 어디 갔는지 마주치면 번번히 입을 다물고 있었고 그나마 하는 얘기도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이론 얘기 뿐. 그냥 친구였어도 매번 그러면 못 견뎠을 건데 그는 아니었다. 매번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를 들어주고 필요한 책이 있다고 하면 기꺼이 찾아주었다. 물어보는 것엔 아는 만큼 대답을 해줬고 가끔은 재미 없는 농담 같은 걸 말해오기도 했다. 그런 그의 옆에서 나는 점차 말이 늘었고 웃을 수 있게 되어갔다. 아기가 부모를 보고 말을 배우는 것처럼, 그를 보며 조금씩 변해갔다.
그리고 좋아하는 마음도 점점 더 커져갔다. 당연하게도.
나 밖에 모르던, 나 밖에 없던 마음에 그의 자리가 차츰 커질수록 묘한 답답함을 느끼는 때가 많아졌다. 혼자 멍하니 있는 때가 늘어났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면 같이 먹고 싶다고 생각하고 새 옷을 살 땐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거울 앞에 앉아,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이걸 치우고 그와 마주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내가 짝사랑을 하게 될 줄 꿈에서나 알았을까. 아니, 애초에 누굴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런 결함제품 같은 내가, 타인을 마음에 들인 것도 모자라 연심을 품게 될 줄이야.
누가 들으면 코웃음을 칠 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쩌면 기함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다시 볼 일 없을 누군가들에게 발목을 잡혀 이 마음을 잃고 싶지 않았다. 태어나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이 가능성을 버리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결심한 그 순간부터 나는 그를 향한 말에, 행동에 내 마음을 조금씩 담았다. 눈치 채여도 좋으니까. 혹시라도 같은 마음이라면 말해주길 바라면서.
그를 향해 담아 내보여도 자꾸만 커지는 마음을 붙들고 하염없이 시간만 흘려보냈다. 그러다 방학을 맞이했고, 본가로 돌아간 그와 달리 기숙사에 홀로 남은 나는 어서 빨리 이 방학이 끝나 다시 볼 수 있는 날만 기다렸다. 다시 만나 그의 얼굴을 보며 웃으며 얘기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가 나를 보며 웃는 그 얼굴을 마주할 날만을 간절히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