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들☆ :>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각 스레마다 이를 위반하지 않는 수위 관련 규범을 정하고 명시할 것을 권장합니다.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타 스레와의 교류 및 타 스레 인원의 난입 허용 여부(이건 허용한다면 0레스에 어디까지 괜찮은지 명시해둡시다)와, 스레에 작성된 어그로성 및 저격성 레스의 삭제 여부, 분쟁 조절 스레의 이용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각 스레의 스레주에게 있습니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분쟁 조절 스레"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처음 오신분은 어려워말고 잡담 주제글에 도움을 청해주세요! 각양각색의 스레들을 가볍게 둘러보는 것도 적응에 효과적입니다.
도서관에서 팬더를 만나게 될줄은 몰랐다. 으으,공부해야하는데,공부해야하는데! 결국 공부가 너무나 하기 싫어 '밥도 사줬으니까 팬더한테 보답해줘야지?'라는 내 마음속의 악마의 소리에 굴복한 나는 이 팬더 후배한테 까까 사준다고 카페로 꼬셔왔다. ...아이고,공부해야 하는데,진짜 안하면 이러다 F나온다니까. 나는 카페 테이블 위에 펴놓은 프란츠와 로렌스의 필기 노트를 베껴둔 페이퍼들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쉰다. 머릿속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아. 도대체 왜 역사같은걸 공부해야 하는건데? 젠장! 우리 동네 얘기라도 들어갔으면 내가 말을 안해요,우리 동네는 깡촌인지 말도 드럽게 없으니 머릿속에 들어갈리가 있나. 아니,우리 집에서 수만리 떨어진 은 제국이나 베리아트 공화국 역사는 왜 배워야하는건데?! 엘레노아님의 말이 맞았어,인간은 모두 평등하고 자유롭다니까. 이 망할 황족이나 부르주아 놈들만 없었어도 이런 쓸데없는 역사는 안배워도 됐을텐-
"아,미안. 불러놓고 너무 딴얘기만 했지?"
나는 내 앞에 앉아있는 팬더 후배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얘 근데 은근 비싼거 주문했네) 나는 오렌지 주스를 한모금 쪽 빨고,그 다음 이 팬더 후배를 내려다보고 빤-히 쳐다보다가 말한다.
"공부 열심히 혀,안그러면 이 아저씨처럼 돼."
이번에도 또! 또! F나오면 정말 위험해서 절박하단 말야,으으으,실전 점수만 가지고 평가했으면 내가 4학년 최고인데. 뭔 별 거지같은 필기시험을 봐가지고는. 그나저나 이 팬더 후배,보면 볼 수록 참 묘헌게.
"팬더,일찍 자고 다크서클 없앨 생각 읎니? 그럼 쪼오금 더 이뻐질거 같은데."
응응,잠만 좀 더 일찍자도 지금보다 훨씬 귀여워질거 같긴 하다.
"나는 개가 더 좋은데,보통 사람들은 고양이 더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다크서클 없애고 팬더에서 고양이가 되는거야.알게썽?"
쿡쿡거리고 웃고는 이후에 들은 겐이 목적이랍시고 말하는 말에 슬쩍 표정이 일그러지고 만다.
"당신도 혹시 그런부류인가요. 추종한답시고 별 시답잖은 짓을 벌이고 다니는 치들이 제법있던데. 앞에서는 이야기안하지만 정말 가증스럽거든요."
그런경우의 사람이라면 사절하는바이다. 애초에 큰 권력을 가진것도 아닌데 잘보일려고하는 시점에서 속물이고 하찮다고 그렇게 여기고있던 탓에, 평소의 표정을 유지하기 쉽지않았다.
"날 알고 있다고해서 달라지는건 없을거에요. 그리고 행여나 그런일은 하지않겠지만. 황족관계자를 빙자한 사기라던가 금품갈취등은 좋은 꼴은 못보실거에요. 재판을 제 어머니인 황제 은 사하께서 내릴터이니. 그리고 학교 내에서라면 제 멍멍이랑 산책을 시켜준다음 호수에다가 콘크리트로 묶어서 수행중이라는 팻말을 붙이고 던져버렸을거랍니다."
그로테스크한 심연의 파편이 잠시나마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졌다. 겐의 뒷소문이 그리 좋지는 않았기에 그런일을 하면 알지? 라는 의미로 던진 말이었다. 사기꾼 같은 존재들에게 굳이 아량을 베풀만한 사람은 아니였다 적어도 나는.
"죄송할건 없습니다. 그저 제 이름을 의미없는 곳에 팔아버리거나 위세를 위해 저를 이용하는걸 납득못하겠다는 그런 말이랍니다."
황녀라는 이름을 팔아먹는 존재도, 황녀라는 존재를 시기하며 근거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존재도. 모두 하찮고 가증스러운 존재였기에, 행여나 그런일을 한다면 가만히 있지는 않을것이다. 꽤나 격정적인 반응으로 겐을 대하고 있었기에 다시 표정을 고치고는 너무 공포감을 조장한 탓에 진정하라는 듯 이야기를 계속이어나가본다.
"메디엔 겐씨. 학교의 교우관계로서 친목을 도모하는건 괜찮습니다만 황녀로서라는 전제를 깔고 무언가 해볼심산이 있다면 관두시는게 좋을겁니다. 조금 흥분해버렸는지 표정유지하기가 쉽지않았거든요."
권력을 쓸생각은 없지만 황녀라는 키워드자체가 어느정도 방아쇠를 당긴탓에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수밖에 없었다.
"뭐, 학교에서 교우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이름팔고다니는 그런 행위가 아닌이상 저는 환영합니다. 학생으로서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이는 면모는 좋거든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진 않았습니다. 선배님의 말을 잘 들으면 뭔가 도움되는 건 있을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이것은 내가 10살적부터 깨달은 진리. <처세술을 알면 세상을 다 살은 것이다!> 라는 것의 일부이죠. ...10살때부터 그런 걸 깨닫다니 나도 참 찌들었구나 싶지만요.
"선배님이 스스로 아저씨라고 말하면 전 뭐가 되나요...... 얼굴만 보면 저보다도 어린 것 같은데. 그리고 팬더라니. 음. ......그리고 다크서클은 체질이 이래서 잘 먹고 잘 자도 안 없어지던데요. ......어제도 12시간 넘게 잤는걸요?"
고개를 갸웃. 그러곤 가만히 당신을 보다가 공부에 대한 얘기에서는.
"그리고 저 이론과목 쪽에서는 선배님보다 훨씬 성적 좋을걸요?"
아마 웬만한 과목은 다 높은 점수를 받았으니까. 하지만 그에 반해 실기 성적은 평균정도에 그쳤지. 아마 그녀는 이론과목에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하는 편일 지 모른다.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다. 실제로 투자하는 시간은 비등비등했지만.
"개가 좋으세요? 그런가...... 개도 귀엽죠. 저는 고양이가 좋지만. 그래도 이거 다크서클이 뭘 해도 안 없어지는 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팬더로 남아야겠네요. ......선배님한테 계속 팬더라고 불리는 건 싫지만 이게 뭘 해도 안 없어지는데."
입술을 비죽비죽거리며 당신을 가만히 본다. 그러곤 이내 살짝 삐진듯이 딸기 아이스크림을 한 스푼 떠 입에 넣는다. 맛있어. 맛있는데 저 선배한테 얻어먹으니까 내가 뭔가 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지. 응,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냐구.
"그리고 선배님. 그러는 선배님은 제가 선배님의 그 나이에 안 맞게 저보다도 어려보이는 얼굴을 지적하면 어떨 것 같으신지. 어차피 둘 다 고칠 수 없는 점인거, 그냥 적당히 넘어가죠. 다크서클 얘기는......"
삐진 듯이 맹렬한 눈빛으로 째려봅니다. ......잠깐, 선배한테 이러면 역시 혼나겠지? 분명 그럴거야. 혹시 한 대 맞지는 않으려나? 싶어서 순간 몸을 움츠렸다.
" 도움을 줄수 있는 사람도 많아지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도 많아진답니다. 물론, 서로가 진심으로 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건 친구가 아닌 지인이 되겠죠. "
그렇다고는 해도, 나쁘지 않아요. 그는 말을 잇는 마지막 말에 조금 힘을 주었다. 적어도 어떤 사람을 적으로 돌리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관계가 비교적 가볍더라도 그걸로 좋았다. 생활권내에 적을 만드는 것은 그가 원치 않는 일이었다. 모든 사람과 친해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하지만.. 직접 시도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다.
" 제 능력이에요. 쉽게 말하자면 염력이라고나 할까요. "
그녀가 이어 말을 꺼내고, 그가 대답했다. 너무 당당하게 쓰고 있었으니, 신경쓰이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그는 그녀의 말이 맞다며 봉투를 공중에서 한바퀴 돌렸다. 안의 내용물은 아슬아슬하게 떨어지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틀렸다. 팬더,동안인건 장점이지 단점이 아니거든. 그런고로 하나도 안부끄럽습니다요?"
나는 그렇게 말한다음 낄낄 웃는다. 이야,팬더 후배님 처음에 봤을땐 재미 없고 성격만 드러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재미있잖아. ...자존심도 건드릴줄 알고 말이지!
"야,야. 이론과목 성적 얘기가 여기서 왜나와. 그렇게 따지면 실기는 4학년 학생중에서도 내가 최고중 하나...그래요,저 이론 못해요."
팬더의 표정을 보니 내가 더 우겨봐야 할 말이 없을거 같다. 그래! 나 이론 못한다! 됐냐! 으휴,2학년 애보다 성적이 더 안나온다고 갈굼당하다니. 프란츠가 보면 도련니임? 하면서 이거 3개월 내내 우려 먹을게 분명해! 다행히 프란츠가 이 자리에 없음에 하늘에 계신 엘레노아께 속으로 감사를 표한뒤,이 성질 더러운 팬더 후배가 살짝 움츠러든걸 보고 '으이구'하고 손을 확 들었다 내린다.
"다 긁어놓고 그렇게 움츠러들면 뭘 어떻게 하라는거냐. 치고 빠지는 솜씨가 아주 말벌급으로 예술이구만유?"
어우,열뻗쳐. 나는 속 좀 삭히자는 의미에서 이번엔 오렌지 주스를 쭈우욱 한모금 마신 다음,집중도 안되는 공부를 하느니 잠시 머리좀 식히는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카페의 문 밖으로 날씨 좋은 바깥 풍경을 보다가-
"그나저나 도서관 왜왔어? 시험 공부 벌써부터 하는거야? 나는 보충좀 해야해서 대비하는거지만 너는 왜 온건진 모르겠는데."
흐으음,왠지 이런 꼬맹이는 책을 읽을거 같지는 않은데. 아! 읽긴 읽겠다. 좀 암울하고 설정은 길고 등장인물들은 지들끼리 아는 얘기 해서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무슨 말인지 못알아들을 그런 소설이 요즘 인기니까,그런거 읽으려고 온건가. 뭐,그런 소설들이 도서관에 들어오는지 안들어오는지는 잘 모르겠다.
"안어울리게 핑크핑크한 연애 소설 읽진 않겠지."
응,이건 아니다. 정말 아니다. 너무 아닌거 같아서 도저히 내가 왜 말했는지 이해가 안되는 말이야. 저 팬더는 왠지 연애소설 안 읽을거 같은데 이건 확신 할 수 있어! 내가 지금 가진 돈을 전부 걸 수도 있다구. 연애 소설이나 코미디 같은건 죽어도 안읽을거 같은 오오라가 풍기잖아.
아아,그건 둘째치고 이제 힌트를 얻었으니 얻어낼건 얻어내야지? 나는 한숨을 푹 내쉰다. 자존심 좀 구기는거긴 한데!
"...그런데 이 이론 어떻게 해야 머리에 잘 들어오는거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슴돠. 팬더 싸부님."
잠시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아주 조금 비류는 생각에 잠겼다. 도움을 주고 받고, 진심으로 친하다고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지인이라고 한다. 프란츠의 말을 듣고 잠시 여유롭게 눈을 깜빡여보이던 비류가 비스듬히 미소를 지었다. 적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군. 본국에 널리고 깔린 자신의 - 언니의 - 적을 생각하며 자신의 주변을 한번 살펴볼 수 있었다. 디트리히,는 그 사고뭉치. 그 남자는 친우가 아닌 악우일테지. 눈앞의 이 남자의 말에 따르면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괜찮다니 다행이군. 그럼, 우리는 오늘부터 지인인가?"
여유롭고 느긋한 태도를 고수하며 비류가 배부른 짐승처럼 그르릉거리는 무던한 대답을 꺼내놓았다. 아니라면 말지. 무던하고 담백한 생각이 이어지다가 비류의 머릿속에서 그 생각은 깨끗하게 사라졌다.
느긋하게 비류는 미소를 지었다.
"실생활에 유용해보이는 능력인걸. 내 능력?"
공중에서 한바퀴 돌아가는 봉투를 바라보다가 그녀는 고개를 한번 가볍게 한쪽으로 기울였다가 손바닥을 펼쳤다.
그리 크진 않은 자그마한 얼음조각이 비류의 손바닥에 나타났다가 그녀는 그 조각을 가볍게 던졌다.
"소문을 잠재우고싶다면 능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해보는걸 생각해보시는게 좋을겁니다. 섬유라고 하더라도 가짓수가 제법되지않나요? 친구들에게 자랑할만한 거리를 만든다면 다른방법으로 생각을 해보시면된답니다. 면과 실크가 결합된 재질의 옷이 있다면 같은 식으로 말이죠. 모나 삼베도 있고말입니다. 꽤나 시장에서는 새로운 상품이라고 좋아라할텐데."
계산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공격적인 능력은 아니다. 섬유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수있다면 경제적인 방면으로 생각해볼 여지는 있었기에 이율타산적으로 그의 목적을 이루길 원한다면 이런게 낫지않나라고 그저 제안해볼뿐이었다.
"학교가 로머를 양성하기 위한 기관이라지만 꼭 공격적인 능력을 가지고 오는 사람이 있는 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해보니까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었네요... 그걸로 어떻게 긁을 수는 없던걸까. ...선배님 너무 얄밉단말예요."
한숨을 푹 쉰다. 으으,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진짜.
"그리고 이론과목 성적 얘기는... 그게 사실이니까요? 그리고 실기 과목 그건...... 선배님을 상당히 부러워한다고 해야 하나.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슴다."
빵싯 웃으면서 가만히 당신을 봅니다. 그보다 내가 연애소설을 안 읽을 것 같은 이미지인가? ......나 이래뵈도 이 나이대 평범한 소녀인데? 안 읽을 것 같은 이미지였구나...... 대충격을 받은 눈빛으로 가만히 눈을 깜빡깜빡. 그러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한 얼굴로 잠시 생각하는 듯, 아니면 충격을 받은 듯 가만하고 고요하게 있다가 작게 묻습니다.
"......저 의외로 로맨스라던지 그런 것도... 많이 읽는데요. ......막, 달달한 그런 거. ...왜 아닐 거라고, 안 어울릴거라고 생각하신거죠......? 저에게 감성이라는 게 아예 없을 것 같다는 마냥...... 아......"
그렇다고 운다던지 그러진 않지만 굉장히 아련하게 말한다. 말끝마다 (아련)따위의 지문을 붙여야 할 듯한 분위기이다. 아니 이게 아닌가.
"아무튼 도서관은 천문학 이론 좀 찾아보려고 왔어요. 별을 좋아하거든요, 전. 취미로 별을 보기도 하고요."
뭐, 그녀가 테오도르를 만났을 적에 읽고 있던 책은 굉장히 어려워보이는 제목을 하고 있었기에 취미라기에도 애매해보이지만.
"그보다 그 이론이요? ......어, 그거... 설명해드릴까요? 아니 설명해드릴게요. 머리는 박지 마시고. 이마 빨개졌잖아요. 안 아파요? 많이 아플 것 같은데. 벽에다가 머리 자주 박아봐서 알아요. 그거 엄청 아파. 그러니까 웬만하면 그러지 마시구. 장난이라도 안돼요."
대화를 나누면서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고 있지만, 카페로 도착할 시간은 이제 1분 조금 남았을까. 물론, 동일한 속도로 걸었을 때를 가정한 것이고 실제로는 조금 더 느리게 도착할 것이다. 그녀가 작은 얼음 조각을 보여주며 말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 빙결, 이군요. 꽤나 좋은 능력이네요. 특히 여름에는 더욱.. 그렇죠? "
그는 그녀의 말을 이어주려는 듯이 웃으며 농담하는 것처럼 말했다. 조금 단순할지는 몰라도, 그만큼 활용성도 높은 유동적인 능력이었다. 적어도 그의 생각에서는 그랬다. 그는 그녀의 능력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걸어갔다.
" 여기에요. "
카페의 인테리어는 수수한 느낌이었다. 흔히 카페하면 생각나는 검은색과 갈색이 적당히 섞인 배색이라고나 할까. 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그가 가장 편하다고 느끼는 창가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봉투를 의자에 내려놓은뒤 카운터에서 음료를 주문했다.
"당장에는 불가능하더라도 언젠가 되게 만든다면 좋겠네요. 그러면 투자해볼의향도 있으니까."
능력과시하는 모습이 그리 좋게는 보이지않았지만 노력하는 사람을 비하하기는 싫다. 무언가 장래에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된다면 이쪽은 환영하는 바이다. 다만, 공격적인 방향으로도 응용이 가능하다는걸 말하고 싶은듯 했다. 어떻게 써먹을지는 별로 감이 안잡히니까 적당히 응수하는 차원에서.
큭큭하고 비류는 만족스럽게 웃고는 프란츠의 말에 무응답을 했지만 무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꽤 상냥하게 보인다. 상냥한 느낌의 눈빛을 한번 보내고 모호하게 눈을 슬쩍 접으며 새삼 다시금 미소를 띄운다. 그런가. 지인인가. 비류는 턱을 손끝으로 문지르며 생각한다.
"여름에는 유용하지. 그렇게 써도 상관없는 능력이기도 하고."
시원하고,차갑고. 여차하면 여름의 뙤약볕 아래에서 조금 뛰다가 더우면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식의 아주 유용하고 실용적으로 쓴게 더 물던가. 음, 모르겠네. 아아, 우리 언니 보고싶다. 비류는 귀걸이를 한번 매만지고는 목을 쓰다듬었다.
카페의 분위기는 차분한 느낌이 든다고 비류는 생각했다. 해안 한가운데에 놓여서 요새처럼 뒤덮힌 자신의 본국에서는 전혀 볼수 없는 근사한 풍경이였다. 비류는 프란츠의 뒤를 쫒아서 창가로 걸어가 봉투가 놓인 맞은편 의자에 앉으려다가 이내 그의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