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들☆ :>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각 스레마다 이를 위반하지 않는 수위 관련 규범을 정하고 명시할 것을 권장합니다.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타 스레와의 교류 및 타 스레 인원의 난입 허용 여부(이건 허용한다면 0레스에 어디까지 괜찮은지 명시해둡시다)와, 스레에 작성된 어그로성 및 저격성 레스의 삭제 여부, 분쟁 조절 스레의 이용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각 스레의 스레주에게 있습니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분쟁 조절 스레"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처음 오신분은 어려워말고 잡담 주제글에 도움을 청해주세요! 각양각색의 스레들을 가볍게 둘러보는 것도 적응에 효과적입니다.
[ 최근 일어나는 아카데미 내부의 시설물 붕괴 건에 대하여 심히 유감을 표합니다. 저 디트리히는 2학년의 대표 아닌 대표 입장으로 2학년들 사이에서 시설물 붕괴에 대해 어떤 여론이 돌아다니는지 진중하게 조사한 결과 대다수의 2학년은 별 일 아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증명되었습니다 (참조 - 2학년 설문조사 P2) 위 설문조사 기간은 금일 1교시에 복도에 기제하여 1교시가 끝나자마자 회수하였으나 아무도 어떠한 의견도 적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리 큰 일은 아니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
[디트리히 학생에게. 도대체 1교시 시작에 기제해서 1교시 끝나자마자 회수하는 설문조사가 어디있나요? 다른 학생들이 전부 댁과 같은 줄 아시나요? 다른 학생들은 수업이란 걸 듣습니다! 당신이 시설물을 박살내는 동안! 시설물을 수리하는 돈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시나요? 주말에도 끌려나와서 청소하고 싶나요? 아니면 그 넘처나는 힘을 제가 좀 빼드릴 수 도 있습니다. 반성문은 못 본걸로 하겠습니다. 다시 제출하세요]
대략 이것이 내가 교실에 남아 혼자 펜을 굴리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귀찮은데."
능력을 이용해서 홀로 놀다보면 아이디어가 짠 하고 생각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시작한지 2시간. 이미 교내엔 남은 사람이 얼마 없다. 책상에 머리를 박고 천천히 생각해본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사실 나 역시 아카데미라는 사회의 피해자가 아닐까? 그래 그렇다면 이 아카데미의 사회를 구축한 이사장님이 흑막이다. 땅땅땅 판결 끝
아무리 혼자 있고 싶어도 마음대로 안되는 것이 몇 개 있다. 일단은 학교인 만큼 수업을 일정수준 빠지는 건 역시 불가능하지. 무엇보다 최근에는 혼자 있고싶어서 찾은 좋은 장소가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기라도 한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다닌 시간대에만 사람이 없었던건지 모를 정도로 소란스러워져서 자연스레 피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애초에 학교가 이상한게 아닌가. 가끔은 뭔가 터지는 소리도 나서 무심코 위축되기도 하는데 학교라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서 안전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아니라고? 그러면 이렇게 수업이 다 끝난 시간인데도 아직 교실에 남아있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다른 사람은 알 것 없지만 나에게는 충분히 위협이다. 읽던 책을 두고 오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일단은 천천히 다가가서 책만 가져오면…”
어째 늘어나기만 하는 혼잣말로 마음을 다잡고 조용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빠른 발걸음으로 자리를 향해서 걸어나가면 된다. 물론 아직 문도 못열었지만 그래도 이건 큰 진보다. 먼저 도망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게 어딘가. 아무도 뭐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준이 된 거야. 나는 또 진보하고 만건가…!!
“천천히… 천천히…”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문을 열려고 했지만 끼익거리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아, 보지마. 이쪽 보지마!!! 점점 공포감이 크게 마음을 잡아먹기 시작하고 그건 수치심을 바뀌어가며 얼굴을 붉게 바꾸어 갔다.
조용히 누군가가 들어왔다. 아무래도 나를 아는 사람인가보다. 그게 아니라면 무슨 이유로 나를 경계할까? 하지만 여기서 디트리히에 대한 평가를 잠깐 집고 넘어가자면 그를 착한 사람이라고 불러주는 사람은 몇몇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에요? 라고 물으면 10에 10은 아니 라고 답할 것 이다.
소녀가 어느 정도 들어오자 디트리히는 펜을 내려두었다. 석양을 등지고 고개를 삐딱하게 돌려 에녹을 바라보던 디트리히는 피식 웃고는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약간의 철로 이루어진 문이 쾅하고 강하게 닫혀졌고 그제서야 디트리히는 천천히 일어나 에녹을 향해 다가갔다.
"괜찮아 침착해 나 무서운 사람 아니야"
이 사단을 내고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니.
"그냥 내가 이사장님에게 나좀 그만 괴롭혀달라고 탄원서 비스무리한걸 (반성문이다) 작성하고 있었는데 마침 너가 왔지뭐야? 있잖아 너 몇 학년? 같이 놀까? 나름 나 재밌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
아, 틀렸다. 완전히 들켰잖아. 망했네. 다음 생은 뭘로 태어나게 되는걸까. 이왕이면 돌이 좋겠어. 자갈같은걸로 태어나면 아무도 모르겠지…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워가자 혼란때문인지 점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ㅇ…아니. 나… 아니 저는 책을 가지러… 히익!!”
갓 태어난 송아지처럼 벌벌 떨리는 다리와 흔들리는 동공이 혼란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 했다. 머리에 수많은 생각이 지나가던 사이에 큰 소리와 함께 문이 저절로 닫혀버렸다. 뭐지? 유령? 유령인건가? 아바돈? 유령같은 아바돈인가 아바돈 같은 유령인가? 자기 입으로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대부분 말 그대로 무서운 사람이다. 거기에 이사장님한테 괴롭힘이라니… 아무래도 사상이 나만큼 뒤틀린건 아닐까 싶은 정도이지만 이건 조금… 아니 엄청나게 위험한 사람이 분명하다. 응, 사람을 단정짓는 건 좋지 않은 버릇이지만 이건 확실하다. 위험한 사람이잖아. 여기 학교지? 여기 학교 맞지?
“ㄱ…그러니까! ㅈ 저저 저는 에녹이라고 합니다…? 22… 2학년 입니다…!!”
아, 엄마. 엄마가 보고싶어. 어째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아, 엄마. 왠지 지금 엄청나게 시기도 안맞는 상태에서 위험한 사람과 만난 것 같아요.
어째서인지 반 강제로 착석되었습니다. 이건 무슨 의미지! 지금부터 널 어떻게 해버리기 전에 사전청취를 하겠다는 건가! 왜인지 공포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서 그런지 아니면 평소에도 이랬던건지 흐름에 따라갈 수가 없을정도로 폭풍같이 말을 쏟아내는 남자가 이제는 일부러 공포를 주려고 하는건지 아니면 그냥 불법침입자인지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아… 아니 저는 책 읽는게 노는거라…”
방에서 나가지도 않다보니 이런 사람이 있는 줄도 몰랐다. 이 정도면 상당히 유명할 법도 한데 아니면 내가 친구가 없어서 그런건가. 단순히 정보의 입수가 어려웠을 뿐인건가!!! 면접은 어떻게 통과한건지 신기할 정도로 학생이 맞는 지에 대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학생은 맞나? 맞겠지? 이사장님 이야기를 꺼냈으니 아마도 학생이 맞을거다. 응. 오늘부터는 수업에 나오지 말자. 본국 송환이 되더라도 이런 분위기는 정말로 죽을 맛인걸 사람은 견디기 힘들면 도망치면 되는거야. 약 10분동안 폭포수처럼 막힐줄을 모르는 말이 계속되었고 그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 순간 나의 정신은 이미 아득해져 있었다. 모든 말에 어버버거리면서 정신을 놓은채로 세상의 무의미함을 깨달을 무렵에 귀를 찌르는 듯한 무언가가 들려왔다.
“아니 그래서 너는 이라고 할까 뭐라고 할까 저는 아무것도 아닌데요. 잡초입니다. 네, 잡초입니다. 조금 지나가게 해주시면 이 은혜는 제 평생을 걸어서라도 갚을 테니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자리에서 튀어나가듯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절까지 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말을 뱉었다. 살려주세요. 이정도로 말하는 사람은 왜인지 과거가 생각나서 부끄럽기도 하단 말입니다.
큰일이다.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야. 이건 아마도 전에 봤던 그건가. 니 말따윈 시시해! 내 노래를 들어! 같은 상황인건가. 아니면 그냥 평범하게 성격이 이런걸까. 따라갈 수가 없다. 내가 이렇게 했을때의 사람들의 기분이 이랬던건가. 조금 더 상냥하게 대해줄걸 그랬다고 마음속에서 깊은 깨달음을 느껴가고 있었다. 이미지를 신경쓰는 황족에 미사를 즐기는 사람이라니 이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들이랑 얽혀있는거지. 은 제국의 황족과 사적인 친분이 있는 정도라니 1년을 다녔지만 아직도 궁금증밖에 생기지 않았다.
“ㅈ… 저는 괜찮은데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안도와줘도 괜찮다고 말해봤지만 이미 큰 목소리에 묻혀서 나조차도 들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다음부터는 조금 목소리를 내는 연습을 해야하는걸까. 아니, 지금이 그때다. 공적인 자리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될지도 모른ㄷ… 무리야. 아무리 그래도 공적인 자리에서 이렇게 활발한 사람은 없잖아…
“ㄱ… 저…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법이란 책인데요…”
디트리히는 이미 교실내의 수많은 책을 꺼내 책상위에 올려둔 후였다. 책을 두고 가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면 나도 그냥 내일 올 걸 그랬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무두질이 된 가죽 표지위로 화려하게 제목이 적힌 기묘한 책을 찾아 바로 품에 안았다. 아무래도 이건 들키면 내 왕족으로서의 이미지가 끝이잖아. 그래도 사적인 자리이긴 해도 그런건 영향을 끼치는 법이다.
“ㅇ…운동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하는데요…”
잡초가 취미라니 무슨 뜻이지. 아니 지금은 맞다. 지금 난 잡초다. 길거리에 난 잡초가 되는거다. 더 자세히 말하면 논에 난 피 같은 존재다. 당황해 하지 말라니, 이렇게 다가오는 사람이었을줄도 몰랐는데 당황하지 말라니! 친구가 많은 사람은 다르다는 걸까. 아니면 그냥 이 사람이 특이한 걸까.
이리저리 기웃거리던 디트리히는 에녹이 책을 찾은 것 처럼 보이자 빠르게 다가가 에녹이 품에 안은 책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제목은 보이지 않았지만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물건 같았다. 일기장인가? 일기장이구나! 그러니까 찾으러 온거겠지! 아하!
"운동? 일주일에 두 번? 그런 패턴이 있는거야? 성실하네.."
그리고 시작되는 또 다른 자기 이야기 나는 말이야로 부터 시작해서 쓸모없는 잡담이였지만 디트리히는 안경을 어루만지며 그 잡담을 즐겼다.
"그런데 운동을 하는 것 치고는 상당히 가녀린데? 팔이라던가 몸 전체의 느낌이. 응? 이런 말 하면 실례일려나? 미안미안!"
두 손을 합장하며 사과의 제스처를 보여준다. 이 위의 적당히 긴 묘사에서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대강 4분.
"아 맞다! 너도 실습하지 2학년이면?? 괜찮을려나? 너 토끼 같은 이미지거든!" "하지만 괜찮아! 나 프론트니까 여차하면 보호해줄게! 나는 1학년 온종일 능력을 연구하고 개인 트레이닝에만 시간을 보내서 실습을 어느정도 자신이 있어!" "아 그런데 사실 이렇게 경박한 성격이면 곤란하겠지? ..실습 사실 나도 처음인데.. 아니 하지만 내가 이렇게 허세를 부리면 에(녹)토끼가 실습을 두려워하지 않고 잘 끝낼 수 있지 않을까? 응? 이거 혹시 괜한 참견? 나부터 잘해야하는건가?"
계속해서 책의 제목을 보려고 하는 디트리히를 피해 살짝 뒷걸음질 치고서는 그대로 책상밑으로 들어가 조용히 벌벌떨었다. 오들거리는 팔다리에 책을 얹고서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대로면 위험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어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의 그 문을 닫은게 유령이 아니라 이 사람인 것 같아서 어차피 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더 많이 하면 근육통이 도져서…”
사실 그냥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다. 건강 관리 차원에서 몇 번 몸을 움직이는게 전부인지라 적당히 쓰는 검술에 호신술 조금이 전부인걸. 게다가 저 사람의 말이 틀린건 전혀 아니다. 애초에 그렇게 검술을 잘썻다면 내가 검사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범하게 이런 틀어박히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햇빛을 보는 시간도 저절로 짧아져서 근육은 저절로 줄어들고 말았다. 체중은 오히려 안 먹으니까 빠지기도 했고. 영양실조에는 안걸리게 나름대로 관리를 하고 있는데도 가끔은 힘들다.
“ㄱ…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사과하는 디트리히를 향해서 양 손바닥을 내보이면 최대한 적극적으로 괜찮다는 모습을 피력했다. 이러면 별 문제는 없겠지. 아마도… 그나저나 이 사람은 프론트인가. 이 사람의 행동거지를 보면 잘 어울리기도 한다. 게다가 1학년때 매일같이 능력 연습을 한건가… 난 그때 뭐했더라…
“에토끼…? ㅈ…저는 상관없으니까요. 네, 실습은 괜찮아요.”
무언가 이상한 말을 들은 것도 같지만 첫 인상하고는 다르게 꽤나 상냥한 모습을 보여주는 디트리히씨. 그래도 처음 그 광기서린 눈이 계속해서 잊혀지지 않는다. 그나저나 이 사람 탄원서를 쓴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이 사람을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학자들의 시체 더미 위에 앉아있고 회색 코트 아래에 갑옷을 받쳐입은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테오,오랜만이네. 한 3년만인가?"
"그렇습니다."
내가 어릴적 내 아버지의 동료였고 수많은 아바돈을 사냥했던 로머,회색 늑대 루카스. 이 곳에서,이렇게 만나고 싶진 않았다. 루카스 아저씨를 만난다면 조금 더 나은 자리에서,밝은 분위기에서 만나고 싶었는데. 지금처럼 지하유적에서,학자들의 시체더미 위에 앉아계시고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루카스 아저씨를 보고싶지는 않았다. 나는 까마귀 가면 너머로 루카스 아저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긴 말은 필요 없으리라 믿습니다."
"테오,너에게 실망했다. 얼마나 무심하면 몇년만에 만난,돌아가신 아버지 친구에게 그렇게 차갑게 대할 수 있는거냐?"
"검에는 의지가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회색 늑대는 그 대답이 웃긴지 크게 광소를 터트렸다. 나는 기다리지 않았다. 나는 왼손에 든 단총,마리아로 회색 늑대의 흉부를 쏘았다.
"그래,그래. 무슨 뜻인지 잘 알겠다."
회색 늑대는 이것으로 죽지 않는다. 그는 광소를 터트리며 갑옷을 뚫고 박힌 총탄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부르짖었다. 이미 인간이 아니라 짐승에 가까운 목소리에 난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친구가 있는 곳으로 보내주마."
회색 늑대의 능력이 발동했다. 늑대로 변신한 그는 빠르게 내게 달려든다. 나는 내 왼손에 쥔 단총,마리아를 홀스터에 꽂아넣고 인챈트 스크롤을 찢은다음 월광검을 양 손으로 쥔다. 그리고 방어 자세. 방어 자세를 취하자마자 회색 늑대의 공격이 날아온다. 첫타는 발차기,검신으로 발차기까진 막을 수 있지만 팔이 마비된것 같은 통증이 느껴진다. 아마 두번째는 막기 힘들것 같다. 재빠르게 날아오는 주먹은 막을 수 없으니 차라리 갑옷 위로 맞아준다. 나는 가슴팍으로 날아온 주먹을 정통으로 맞고 한 5m쯤은 날아갔다. 갈비뼈 두세개는 부러진 것 같고 입가에선 피가 흐른다. 나는 피를 삼키고 일어난다.
"크읏."
신음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본능은 어쩔 수 없다. 나는 입에서 신음소리를 내버린다. 그것을 보고 회색 늑대는 껄껄 웃는다. 뭐가 그리 재밌지?
"내 친구가 보면 울겠군! 테오,너무 약해. 겨우 이거 맞고 이렇게 나뒹군다고? 죽고 나서 아버지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나?!"
"부끄럽죠."
나도 능력을 발동한다. 갈비뼈의 통증은 사그라들고 몸이 좀 더 가벼워진다. 저런 강적 상대로 얼마나 싸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운이 좋으면 이길 수 있을지도. 인챈트된 월광검을 양 손으로 잡은다음 재빨리 내달린다. 1초,2초,3초. 3초가 되는 타이밍에 재빨리 인챈트를 날려버려서 월광검을 가볍게 만든다음 4초에서 뛰어오른다. 그리고 5초에서 찌르기,정면 승부다. 살과 뼈를 꽤뚫어버리는 감각이 제대로 느껴진다. 회색 늑대는 손을 뻗어 월광검을 쳐내려고 했지만 그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회색 늑대의 손을 제대로 관통한 월광검은 그대로 갑옷을 관통해 복부까지 찔러들어갔다. 회색 늑대가 몸부리칠 기미가 보이자 나는 그대로 월광검을 한바퀴 비튼다.
검을 찔러넣었으면 바로 뽑으면 안된다. 아바돈을 상대할때건,로머를 상대할때건. 확실하게 확인 사살을 해야하니까. 그렇게 검을 찔러넣고 한바퀴 비틀자 회색 늑대의 몸부림이 그쳤다. 죽은 것인가? 아니다.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확인 사살은 철저해야하니까. 나는 홀스터에 넣어뒀던 마리아를 꺼내고 장전한다음 그대로 회색 늑대의 머리를 조준했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아직 햇병아리군,네 아버지라면 내가 이런식으로 절대 죽지 않는다고 생각했을텐데 말이지."
"무.무슨."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회색 늑대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시야가 캄캄해지고 배에서 뜨뜻한 느낌이 올라왔다. 아,너무 방심했구나.
"잘가라."
"글쎄? 아직 어린애잖아,좀 더 살아있어야지?"
너무나 익숙한,허스키하고 낮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을 끝으로 나는 눈을 감았다. 너무 졸리다.
///
"테오,괜찮니? 며칠동안 일어나질 못했는데.
눈을 감기 전에 들었던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 눈을 깜빡이고 주위를 확인한다. 나는 온 몸에 붕대를 감은채로 병원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는 까마귀 가면과,까마귀 깃털이 달린 코트를 입고있는 여자가 앉아있었다. 내 어머니였다. 나는 어머니에게 대답했다.
"괜찮아요."
"루카스,드디어 미쳐버린 것 같아. 예전부터 딸이 죽고 난 이후로 우울증도 있었고,살아도 사는게 아니라고 수없이 그랬거든. 그래서 그럴 기미는 보였지만."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필 테오랑 같이 갔을때 그럴줄은..."
잘 모르겠다. 지금은 좀 더 잠을 자고싶다. 나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썼다. 어머니는 내 생각을 알았는지 더이상 말을 하지 않으셨다.
어라? 책상에 들어가버렸다. 책상 밑이 좋은걸까? 저러니까 정말 작은 동물 같다. 디트리히는 책상을 똑똑 두드리며 에녹이 나오는 걸 잠시 기다렸다. 오호라 일주일에 2회 이상 운동을 하면 근육통이 도지는 체질이구나. 그렇다면 비슷한 프론트는 아닌 것 같은데 뭘까?
"자주 자주 밖에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 아니면 다른 사람을 만나던지. 지금 피부가 새하얗게 보이긴 하지만 너무 근육이 줄어들면 그건 또 너무 병약해 보이거든" "아 내가 신경 쓸 문제는 아닌가? 미안 나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쏟는 걸 굉장히 좋아해." "그것 때문에 여러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아무튼 재밌잖아? 아 단순히 재미로 다른사람에게 참견하는건 민폐일려나?"
그러나 그 순간. 학교 내부에서 갑자기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슬슬 돌아가라는 하교 신호 같은데.. 디트리히는 종과 에녹의 말에 멈칫 하더니 뒤늦게 책상 위에 방치되어 있던 탄원서(반성문)을 발견했다. 뒤늦게 디트리히는 안절부절 못하다가 제출 시간이 아슬아슬 하다는 걸 알아차렸고 이내 빠르게 뛰어가 반성문을 낚아 챈 다음 에녹을 향해 말했다.
"아 땡큐! 알려줘서! 진짜 위험했거든! 고마워 토끼야!"
"아 맞다 다음에 만나면 그 땐 디트리히라고 불러! 존댓말 쓰지말고! 2학년이잖아 같은?"
자기입으로 문제를 일으키는데도 재미있다고 하다니 위험한 사람인게 분명해 보였다. 그래도 참견이 항상 좋지만은 않다는 건 아는 것 같은데… 본능이라서 멈추지를 못하는 거겠지. 나도 이랬던 적이 있으니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냥 공포로 보일 뿐이지. 가끔씩 과거의 내가 웃으면서 계속 쫓아오는 꿈을 꾸기도 하는데 웃으면서 쫓아오는 그게 얼마나 무서운데…
“솔직히 그냥 무서운데요…”
내 말과 함께 종소리가 울렸다. 아마도 하교 신호겠지만 이대로 돌아가는 건 조금 그렇다. 애초에 이 대화만으로도 하루에 소비할 수 있는 에너지의 90%를 써버린 것 같아서 돌아가면 책도 다 못읽고 잠들게 뻔했다. 그렇다고 길을 걸으면서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상념에 잠겨있었더니 디트리히는 빠르게 탄원서를 낚아채 교실밖으로 향했다. 본명이 토끼인것처럼 불리고 있어서 왜인지 미묘한 기분이 든다. 아니,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이게 뭔가 싶은… 그런 기묘한 기분이다…
“… 만나기전에 도망치는게 맞겠지.”
예로부터 위험은 피할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다. 즐기지 못하니 피하는게 맞겠지. /// 예! 수고하셨습니다 디트리히주!!
현 이사장님이 학생을 상대로 한 부당한 처벌에 관하여 2학년 학생, 저 디트리히 아넬에르벨은 이렇게 탄원서(반성문)을 작성합니다. 지난 1학년 생활을 돌이켜 보면 수 많은 시설물을 부쉈으나 이것은 모두 쓸모없어 처분이 확정된 시설물들 처리한 것 이였습니다. 거기에 저는 능력의 연구를 위하여 약간의 실험을 더 한 것 뿐입니다. 이사장님 언제나 저희를 위하여 노력해주시는 이사장님의 마음은 감동이지만 학생의 탐구열을 탄압하는 것은 이 지식의 전당의 지도자로써 참으로 곤란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디트리히 아넨에르벨은 빽도 없고 미천한 신분에 돈 도 없지만 적어도 로머가 되고싶은 열정과 학구열 만큼은 이 아카데미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저 역시 이사장님과 아카데미의 시설물에 대한 걱정은 하고 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2학년 대표로 다른 학생들을 잘 지도하고 사건의 재발을 최대한 막아보겠습니다. 그러니 이사장님 한 가지 부탁드리자면.... 5월 15일 스승의 날에 있는 행사의 쓰레기 처리, 행사 시설물 설치, 행사 진행 스태프 같은 일은 저 말고 다른 적임자를 찾아주시면 안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