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들☆ :>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각 스레마다 이를 위반하지 않는 수위 관련 규범을 정하고 명시할 것을 권장합니다.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타 스레와의 교류 및 타 스레 인원의 난입 허용 여부(이건 허용한다면 0레스에 어디까지 괜찮은지 명시해둡시다)와, 스레에 작성된 어그로성 및 저격성 레스의 삭제 여부, 분쟁 조절 스레의 이용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각 스레의 스레주에게 있습니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분쟁 조절 스레"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처음 오신분은 어려워말고 잡담 주제글에 도움을 청해주세요! 각양각색의 스레들을 가볍게 둘러보는 것도 적응에 효과적입니다.
기교가 필요하지 않은 곡. 나는 본래 그런 곡이 잘 맞았다. 뭐든 기초가 탄탄해야한다는 걸 어머니로부터 귀아프게 듣고 자란 탓도 있었다. 스스로도 그걸 알고 있었기에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지만서도. 뭐 그런 곡이라면 나도 연주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연주를 하려면 손을 좀 풀 필요가 있...있으려나?
"...하려면 해야겠지..."
잉크에 대한 건 내가 괜찮다고 하자 알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선선하니 좋네. 가끔 부담스럽게 답례를 하겠다거나 하는 사람이 있어서 싫었는데 이 사람은 시원시원하게 넘어가서 편하다. 음, 어쩌면...
상대가 하얀 끈을 내밀었을 땐 나도 모르게 응? 했다. 뭐지 이 끈은. 아, 내가 머리 만지는 걸 보고 필요한가 했나. 뭔가 화려한 그런 거라면 단박에 거절했겠지만 저건 있으면 가끔 쓰겠다 싶었다. 그래서 선뜻 끈을 받아들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잘 쓸게요."
그렇게 말하곤 즉석에서 긴 머리를 훑어올려 하나로 묶어버린다. 잘 안 묶을 뿐이지 이런 끈으로 묶는 건 익숙했다. 간만에 목덜미가 드러나자 시원함을 느끼며 앞머리만 잘 내려오도록 다듬었다. 앞으로 자주 좀 묶을까. 앞머리는 어쩔 수 없지만서도.
창 밖으로 별이 뜬 것을 보자마자 번뜩 시엔이 생각났다. 연상하게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거겠지. 또, 곧 이렇게 만나게 되리라는 암시이기도 했으리라. 「모든 번뜩임과 영감은 필연을 가리킨다!」 스승님이 하신 말씀은 아니고, 피센에 살던 시절 마을 장로가 한 설교다. 모든 부와 가난은 텐게르께서 쏟으시는 항아리에서 나온 것. 그런 의미다. 마찬가지로, 세상의 끝은 칼라미티가 맺듯이, 인간의 직감과 발걸음은 텐게르께서 점지하시는 것이다. 종파마다 의견은 다르지만, 일단 우리 마을 장로는 그렇게 말했다.
“바람을 쐴까”라면서, 반쯤은 시엔을 찾으려는 의중으로 기숙사를 나섰다. 왠지 반드시 마주칠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이번 주는 수업도 없고 한적하니 저녁에 나다녀도 그렇게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 통금 규제도 조금은 느슨해진 기분이 들었고. 나는 곧장 아카데미를 나서서, 상점에서 음료를 샀다. 과즙이 들어간 설탕물이다. 벌꿀술이나 맥주를 사기에는 눈치가 보인다.
풀밭이 가로 늘어선 길을 걸었다. 여름이 조금은 일찍 종적을 감춘 것 같았다. 마주 불어오는 바람에서 점점 무더위의 흔적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었다. 하늘에 박힌 별자리들은 기숙사 방 안에서 본 별과 다름이 없다.
“셴!”
조금 걷다가, 별을 올려다보고 있는 시엔을 보았다. 직감이 맞은 것일까, 결국 내가 찾을 작정으로 나왔기 때문에 마주친 것일까. 텐게르만 아실 일이었다.
앙투안은 소녀의 말에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하려면 한단 것은 연주에 대한 이야기인 것일까. 곡이 소녀의 마음에 어느정도 맞는 듯했다. 자작곡이 호평받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그다지 없는-비뚤어진 소수의 사람을 제외한다면- 법이며, 앙투안은 다수에 속했기에 기분이 약간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겉으로 보기엔 별 차이가 없겠지만. 무리할 필요는 없어, 라거나 음악실에 피아노가 있으니 거기서 풀면 돼, 라고 하는 대신 앙투안은 가볍게 말했다.
"고마워."
담백한 어조였지만, 곡이 곡이니만큼 화려한 미사여구는 필요 없을 것이다.
"어차피 난 안 쓰니까. 갖고만 있는 것보단 낫고."
만년필을 돌려줬을 때와 비슷하다. 차이점이라면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이 서로 반대가 되었을 뿐이다. 소녀는 층진 머리카락을 시원스럽게 묶어올렸다. 앙투안은 평소에는 볼 수 없던, '머리를 묶었을 때의 끈의 모양'을 잠시 생경하게 바라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묶은머리, 긴 안경이라니 어쩐지 도서관에 있으면 어울릴것 같다고-그리고 그것은 편견이라고 생각하면서.
"아. 혹시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
악기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나중에 앙투안이 작곡 도중 곡의 느낌에 대해 조언을 구할 때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학원은 매우 넓었다. 푸른 머리카락, 소녀, 앞머리를 가린 머리 모양만으로 사람을 찾기엔 많이. 물론,
아무리 직감을 믿어도 다른 사람의 기분까지 파악할 수는 없다. 어째서일까, 기분이 좋아 보인다고 장담할 수 없어서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 잠깐 동안 고요했던 응시, 어려워 보이던 미소 때문이었나. 다행히도 잽싸게 전환할 화제가 이미 있었다.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긴 했는데, 만날 줄은 몰랐네. 아무튼 비슷한 기분은 들었어. 흠흠…, 나도 구경해도 돼?”
혼자 있는 걸 방해한 건 아닐까 싶었다만, 일단 앉고 볼 일이었다. 흙으로 의자를 만들기도 귀찮아 바닥에 털썩 앉았다. 어차피 엉덩이가 젖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점점 빛이 바래는 키 큰 풀 줄기가 등허리를 간지럽혔다. 전에도 같이 별을 봤었지, 분명…. 페가수스자리 하나는 확연히 기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북극성도. 그러나 나머지는 또 가물가물했다. 어릴 적에는 천좌를 읊는 게 해도를 읽는 것보다도 즐거운 일이었지만, 이렇게 빨리 까먹어 버리는 사람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거 마셔.” 음료가 담긴 유리병을 하나 내밀었다. 속에서 보랏빛 액체가 찰랑거렸다. 포션 ― 전장에서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마시는, 치유 능력이 인챈트된 액체 ― 병과 비슷한 모양새지만 병 주둥이에 효력의 정도를 나타내는 표시가 없다. 내 것도 입 근처에 주둥이를 가져다대고 마개를 이빨로 뽑았다. 한 모금 입에 머금어 목을 축였다.
“새로운 별자리, 나타난 거 있을까.”
무언가 해야만 하는 중요한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뻔한 이야기로 시간을 끄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는 일이었다.
신기하다며 웃더니, 바닥에 앉은 널 보다가 네 곁으로 조금 더 다가갔다. 그러곤 살짝 기댔다. 오늘은 왠지 주변에 누구라도 좋으니 있어줬으면 했어. 근데 그게 네가 될 줄은 몰랐네.
"...어, 이거 주는거야? ......고마워."
제게 건네어진 음료를 보다가 마개를 잡고 낑낑대다 겨우 마개를 뽑아낸다. 겨우 뽑아낸 뒤 음료가 담긴 병 끝자락에 입을 대고 음료를 입에 머금고 목 뒤로 금방 넘겨버린다. 혀로 음료의 맛 같은 가벼운 것이라도 감각이 느껴지니까 어쩐지 외롭지만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외로운데도 그렇지 않다고 일부러 착각하고 있는 걸지도 몰랐지만 나는 원래 그런 당연한 거짓말을 하는 존재였으니까 당연한 것이다. 나는 멍청하기 그지없었고, 뭘 해도 그녀에게서 이길 수 없었으니까.
"...별자리, 글쎄. 새로운 게 나타나긴 했을까. ......사실 별똥별만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럴 일 없지만..."
난 별똥별이 떨어지는 게 싫거든. 그렇게 덧붙이곤 가만히 널 보다가 웃는다.
"너는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적 있어? ...아니면 싫은 사람을 잃어본 적 있어? ......별이 떨어지면 그건 사람이 하나 간 거라잖아. 갑자기 생각나서."
나는 지금 어떤 표정일까? 울고 있어? 아니면 웃고 있어? 글쎄, 난 모르겠어. 내 안면근육이 내 마음대로 안 움직이는 기분이야. 분명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데 내 마음대로 안 움직여. 분명 나는 웃고 있는데 사실 속으로는 아니야.
나는 생각에 빠졌다. 피센의 마르바에서 보낸 유년기, 티엘린에 들어오기 위해 2년동안 공부했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잃었나. 엄밀히 말하자면 잃은 것은 없었다. 백척간두 위에서 나는 이상하리만치 잘 버텼다. 하지만…. 그래.
“없어. 변명하자면, 그래서 조금 무서워. 언제라도 잃게 될까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거지, 난….”
천구는 세상 주변을 돈다. 일 년에 한 바퀴씩, 태양과 함께 황도도 운행한다. 별은 어찌 보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루에 머리카락 한 올만큼, 모든 것은 남쪽으로 밀려가고, 동쪽에서 다시 쓸려온다. 이름을 알거나 모르는 별들이 사라지고 또 태어나는 것이다. 이 잔인한 운행에서 유일하게 불변하는 것은 북극성뿐이다. 조금 슬퍼져서 숨이 답답해 콧숨을 킁, 하고 쉬었다.
“그래도 난 다행이라고 생각해. 아직 젊다는 게, 잃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았다는 거잖아. 부모님이나, 스승님이나, 그리고 너나…. 어쩌다 내가 먼저 죽을지도 모르고. 하여튼 마음 준비를 하는 법을 배울 시간이 많이 남은 게 다행이야.”
로머라는 직업을 지망하게 되었다면 각오라는 것이 필요하댔지. 시선은 계속 하늘을 향해 있었다. 밤바람이 조금 차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