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기운이 덜 가신 나른한 표정을 하고 있으면서 제 허리를 두 팔로 꽉 감싸안는 모습에는 웃음이 절로 났다. 제인은 당신의 머리카락을 몇번 더 쓰다듬다가, 문득 그 손을 멈추며 하하하, 하고 말간 웃음을 뱉어냈다.
" 네가 더 예뻐. "
웃음기가 가득 섞인 그 목소리는 제 입술을 두어 번 톡톡 두드리는 손길에 서서히 잦아든다. 이어 상체를 일으켜 앉는 당신을 잠시간 빤히 올려다보던 제인은 다시금 픽 웃으면서 당신의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
" 정말 이런 건 누구한테 배웠는지 모르겠네. 글쎄, 가고 싶은 곳이라.. 어디가 있을까.. "
당신과 함께 하는 것은 크게는 조금 멀리 나들이를 나가는것부터 시작해 작게는 앞뜰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좋았기에, 제인은 짐짓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했더랬다. 자연스레 이마에 당신의 입맞춤을 받고, 품에 안겨졌는데도 어떠한 이상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신과 몇 년간의 세월은 몹시 부드럽고 달달해서 제인의 상처와 트라우마까지 상당수 희석시키기에 충분했으니까.물론 여즉 희석되지 못한 것도 있었지만. " 으음, 어렵네. 오랜만에 학원 구경을 가도 괜찮을 것 같고.. "
턱을 괴고 작게 중얼거렸다. 글쎄, 현명한 선택일지는 모르겠네.
"아니면 역시 그냥 집에 있어도 되고. "
집. 새삼스레 생소한 단어였더랬다. 제인은 문득 제 몸에 힘을 실어 당신을 살짝 뒤로 밀어냄과 동시에 제 몸을 옆으로 굴려 도로 침대 위에 쓰러지듯 누웠다.
네가 더 예뻐. 란 말에 청년의 눈썹이 가볍게 치켜올라갔다. 예쁘다했더니, 돌아오는 건 저가 예쁘다는 말에 청년 호의 눈가가 미미하게 찌푸려졌다.
예쁘다는 것과는 거리가 몹시 떨어져있으니 청년이 이해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애정이라는 게 느껴지는 것 같아 청년은 네가 더 예뻐라고 이야기를 할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마저도 훌훌, 제인의 웃음과 행동거지에 청년의 머리속에서 깨끗하게 사라진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제 뺨을 아프지 않게 꼬집은 행동때문이였다.
"누구한테 배우다니요. 저 좀 억울해요. 배웠으면 이것보다 몇배는 더 잘했겠지."
뻔뻔하게도 뺨이 잡힌 채로 고개를 끄덕이며 청년은 진지하고도 담담한 표정을 짓고 차분하고 평이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제 손길에 경직하던 때와는 달리, 참 편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입맞춤이나 끌어안는 것을 받아들이는 제인의 머리카락에 손을 대고 가만히 쓰다듬으며 제인의 중얼거림을 들었다.
어느곳이든, 기꺼이 어디까지나 함께 갈 요량이 있다. 제인의 말대로 저는 그녀의 것이니까.
몸을 굴려 요령 좋게도 제 품안에서 벗어나 침대 위에 도로 누워버리는제인의 행동에 청년은 픽하고 실소를 지었다.
"사화 같네. 예전부터 느꼈는데 되게 고양이 같아요. 누나. 특히 침대 위에서 그렇게 데굴데굴거리는 거. "
짐짓 진지하게 제 입가를 매만지면서 청년은 제인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다가 여전히 변하지 않는 차분한 몸짓으로 침대 위에 누운 제인의 짧은 머리카락을 쓸어준다. 잠깐 생각하고 있을래요? 청년이 허리를 숙여 팔로 몸을 지탱해 쪽 하고 입을 맞춘 뒤 제 이마를 제인과 맞대며 묻는다.
"사화 밥만 챙겨주고 올게."
패밀리어가 방에 들어오지 않은 걸 보니 그리 춥지는 않지만.
청년이 허리를 반듯하게 세우고 길게 눈썹까지 내려오는 제 머리를 쓸어넘겼다. 제인의 쓰다듬에 헝크러짐이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머리는 헝크러져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난 청넌은 한껏 제 몸을 쭉 펴서 기지개를 피다가 문득 무슨 생각을 햏는지 그는 다시 침대가에 걸터앉는다. 손가락으로 제인의 뺨을 콕 하고 찔러보다가 이내 부드럽고 다정하게 그 뺨을 감싸 쓰다듬었다.
"요 바로 앞인데 같이 나갈까? 그렇게 데굴데거리지 말구요."
몸의 근육을 풀고잠에서 깨기 위한 기지개는 그리 큰효과가 없었다. 청년은 여전히 잠이 덜깬 나른한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