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AT필드, 분쟁은 허가하지 않습니다. 1. 아이렌 대륙은 자유도를 추구합니다. 즉, 메인스토리가 없습니다. 2.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3. 그렇지만 PK는 허용불가! 4. 참고로 전투는 계산식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어빌리티>를 이용하여 <능동적인>전투를 벌여야 합니다. 5. 강해지고 싶으시다면 자주 오십시오! 개별적으로도 진행이 가능합니다. 6. 노멀 엔딩의 조건은 <누구든> 마왕을 죽이는 것. 7. 엔딩 이후에도 모험을 원하신다면 계속 하실 수 있습니다.
혼자서 조용히 스테이터스 창을 띄우고 바라본다. 가지고 있는 것은 어빌리티 3개. 내가 화술계 라고 명명한 2개 <진실된 거짓말>과 <약올리기> 그리고 암습계로 명명한 <은신> 약올리기는 언제 생긴지는 모르겠지만 무조건 상대방의 공격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좋은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반격 어빌리티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방의 수준이 높아 공격을 캔슬했을 경우 약올리기로 공격을 유도하여 반격 어빌리티를 성공 시킬 수도 있고. 그 외에 정말 많은 응용성이 있는 것 같다.
독은 .. 비장의 무기로 남겨두자. 아무튼 혼자서 의자에 앉은 상태로 조용히 생각하노라 하면 지나가던 요정이 머리카락을 잡아 당기거나 해서 곤란하다.
"저리가라 좀.."
손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요정들을 내쫓았지만 요정들은 오히려 더 즐겁다는 듯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괴롭혀댄다.
".."
부글부글 끓지만 여기서 사고를 쳤다간 <사기꾼>으로 몰리며 여왕의 쓴소리를 또 들을테니 한숨을 내쉬고 참을 수 밖에 없다.
스테이터스 창을 보니 상당히 현실감이 떨어지는것이 느껴졌다. 이론적으로 이걸 증명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보아하니 이 세계에는 마법이라는 것이 있는 모양이던데 이것도 일종의 마법인걸까. 보유자 개인에게만 보이는 특이성을 가진 마법, 혹은 환각.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훨씬 보기 편했다. 무엇보다 실제로 알고있는 기술이라기보다는 얻은 이곳에 와서 얻은 새로운 기술들이 하나씩 기술되는 것은 신선하다못해 뇌에 부하를 일으킬 것만 같았다. 애초에 약초학이며 마비치료며 평범한 의학의 세부가 아니던가. 그래도 뭐, 평소에 익힌것을 생각해 내는 것 보다야 더 배워가는 느낌이 있어 기분은 괜찮았지만. 이런 감각은 굉장히 오랜만에 느낀다. 무엇보다 이 곳의 요정들은 순수한건지 아니면 멍청한건지 말하면 그대로 알려주니 말이다.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는 데에 있어서는 이곳보다 편할 수는 없겠지. 물론 인간의 마을에서 이 솥을 처분하는 것도 생각을 해봐야한다. 여왕을 제외한 녀석들은 아무래도 메인이 아닌 분야는 약한 듯 하니 이곳의 통화를 알 수가 있나.
"곤란하구만..."
생각에 잠긴채로 마을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더니 익숙한 얼굴이 하나 보였다. 분명히 처음에 떨어졌을때 본 청년이었던 것 같은데... 아마 이름이 백상현이었나. 다시 생각해봐도 특이한 이름이구만. 뭐, 온 세계가 다르니까 어쩔 수 없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에 쓰러졌던 나를 이곳에 업고 온것이 저 청년이 아니었나 싶어 말을 걸어볼까 했다. 물론 파티멤버로서 말이다. 파티의 멤버로서 전원의 역량을 알아두는 것은 중요하니 말이지.
요정들을 쫓아내다가 도저히 화가나서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제서야 자기들끼리 '와~ 와~'하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짜증을 내며 다시 자리에 앉자 이번엔 백발의 그 여자애. 이름이 크로울리라고 했던 늙은 어투를 쓰던 유녀였다.
"딱히 없어. 이 세계에 적응하는 것도, 꼬맹이들이 괴롭히는 것도 전부 괜찮아."
반어법이다. 평소와 다르게 날이 선것 같지만 지금은 꼬맹이에게라도 신세한탄을 해야겠다.
"이세계에 넘어와서 하드하게 일하는 건 좋지만. 어빌리티 라는 개념도, 마법도, 검술 같은 것도 나에겐 전부 낯설어."
결국 일반인인 나는 유감스럽게도 기둥서방 같이 너희들의 도움을 받아먹고 숨어있는게 전부인데 동료들은 여고생처럼 보이는 애가 한명. 광기어린 전투사제, 이상한 실험체라고 주장하는 유녀, 그리고 오늘은 또 복잡하고 고지식해 보이는 검사가 들어왔다. 뭐야 여신. 용사는 착불택배 같은거냨ㅋㅋㅋㅋ 왜 이렇게 따로따로 보내는거야.
"말한번 잘하는 구만. 이곳의 요정들은 모두 순진한 것 같으니 말일세. 아마도 어제의 그 여왕을 제외한다면 종족 전체가 어린아이 같은 거지. 아이들의 장난일 뿐이니 신경쓰지 말게나."
나한테 장난쳤다면 적어도 한놈은 잡아서 해부해봤겠지만 말이야. 뭐, 마땅한 날붙이가 없으니 지금은 그것도 할 수 없는 노릇이고 애초에 지금은 그럴 생각도 없다. 하더라도 쓸모있는 정보는 죄다 불게 해야겠지. 아마도 마법적인 기술을 배우는 것은 여기선 어렵지 않아보이니 말이야. 여왕만 조심한다면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다. 분명히 그렇게 생각한다.
"낯설다고는 하나 어차피 본디 죽은 몸. 원래 세계로 돌아가도 혼란을 일으킬 뿐이야. 적응할 수 밖에 없지."
가슴에 손을 얹고서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떨어지는 시기는 달랐지만 아마도 전부 비슷하겠지. 오늘 도착한 그 검사청년도 말이야. 그래도 그 사제와 검사는 조금 편안해 보이던데, 아마도 이곳과 비슷한 세계에서 오기라도 한걸까. 흠, 여러 세상의 사람이 섞이니 이젠 연금술이 평범한 기술인지조차 의구심이 들 정도다. 물론 나의 기술자체는 완벽하니 문제가 없지만 희소성의 문제지. 이 황금으로 바꾸는 기술이 널리 알려져있다면, 그것도 코스트가 적다면 황금은 딱히 가치가 없다. 완벽한 물질이거늘, 쓸데가 없다니 이상하게 들리지만 어쨌든 가치는 화폐에 있으니 말이다. 이건 인간의 마을에서 알아봐야 하겠지.
"자네정도로 장성한 청년이 이정도로 말인가? 단련을 조금 해야겠구만."
내가 뭐라고 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이 세계에 도착하고 난 이후부터는 왜인지 신체가 전반적으로 강해진 느낌이 든다. 뭐, 특출나게 강하지는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