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 아마 그렇겠죠. 가문끼리라면..마법사 전쟁 이전이라면 순혈주의건 뭐건 나름 오래되었다 하던, 신생 가문이던 대부분의 가문들이랑 사이가 나쁘진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그 사이나쁘지 않음의 기저에는 "다른 가문들은 다들 연약하고 아가들이니까.. 굳이 애들 때쓰듯 때쓰고 울며불며 그러면 참으로 일이 많아지니까." 비슷한 생각이 깔려 있었을 거예요. 다만.. 공감각 버프로 인해 각자 다른 색이나 향으로 생각을 하고 있어서.. 마법사 전쟁 당시 본가는 철저히 중립을 지켰으니까요. 분파는 치고박고 싸우긴 했는데...
아마도 세연이는 7~8살즈음에 처음으로 육지 본가에서 좀 지내게 되었으니 과거에 만났다면 그 이후로밖에는 안 되겠네요.
>>427 보통 육지 본가에 있을 무렵에는 정율 분파나 무령 분파와 같이 다녔거든요. 계회는 수장 자식들이랑 간혹 다니고.. 아마도 무령이 그런 자선활동(정율 조금)이나 파티에 좀 데리고 다녔을 거예요.
아마 그 때 만났다면 공감각이 너무 심해서 변신마법사라서 오팔아이를 꺼두지 않으면 사람 얼굴도 제대로 기억 못하는 데다가 이가 종특의 소시오끼와 지배자적인 것의 괴리감+아동학대(크 모 주문 등)..이라서 만나면 꽤나 텅 빈 듯한 세연이일 겁니다. 지금도 공허하긴 하지만. 그때는 약간은 숨기는데에 조금은 미숙했지요.
이 몸. 이 마음 모두를 불꽃에 살라먹으면 벗어날 수 있는 것이었을까. 후계가 너무 일찍 정해진 것 같지만. 내 딸. 총아. 나는 네가 나보다 정율을 잘 이끌어 갈 것을 알고 있단다. 나는 불행히도 정율의 모든 이들과 같은 관점을 반쪽밖에 물려받지 못했단다. 나는 커가면서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었단다.(중략) 미안하구나. 정말로 미안하구나. 네가 그런 감정 같은 걸 별로 중요치 않게 생각한다 하더라도 나는 분명히 네게 미안해하고 죄책감을 가져야 한단다.
이런 유언장을 끝없이 고치고, 덧붙이며 애정을 담을 정도로 그는 언제고 그가 죽을 것임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었을까. 소녀는 느릿느릿하게 유언장을 보고 또 보았다. 그래. 언제였지? 내가 그를 위해 사 온 선물이 뭉개진 날이었다. 비참성의 극대화를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그가 나를 기다렸던 것이었을까. 그는 저가 올 때까지 질기게도 살아있었다. 나에게 유언을 남겼었지. 어린 내게. 짐을 지우고 떠나가셨지. 피칠갑이 된 나는.. 그가 눈을 감고, 마지막 숨을 내쉬는 것을 참된 딸의 의무로써 지켜보았도다.
"회상은.. 여기까지겠지." 붉은 기가 도는 흑발을 올려묶은 그녀는 은빛이 가득 든 병을 품에 품은 채로 느릿하게 제 아비의 시체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아버지란 참으로 저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던 이일진대, 놀랐다. 정도 외엔 아무런 느낌조차 들지 않는다니. 그것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 않겠는가. 분명 그녀는 그에게서 무한한 사랑을 받았을진대.
사하야. 부드럽게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는다. 저를 쓰다듬어주고 가끔은 끌어안아주던 손은 미동도 없다. 슬프지는 않았다. 그저 의무감만이 들 뿐. 그것을 '이해'하고 있기에 그녀는 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자기 자신에게 '공감'할 수 없었다.
"저. 정율 이 씨의 소생 이 총은, 오늘로써 서의 이름을 물려받았습니다." 붉고 붉어 검붉은 빛의 붉은 옷을 차려입고, 그녀는 검을 들어 제 아비를 죽인 이에게 합당한 벌을 내렸다. 이 몸의 아비가 정율에 걸맞지 않았다는 건 이 몸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의 능력은 출중하였고, 정율의 방식이 아닌 비겁한 죽음은 너희를 용서치 못하게 만들었다. 정율의 명예를 더럽힌 것들. 수장의 온건함이 마음에 들지 아니하였더냐?
멍청한 것들. 최고이사는 힘과 능력으로만 받는 것이 아니다. 그가 물러났다 하더라도, 그가 살아 있었으면 그가 추진하던 사업에 이러이러하다. 라고 간섭할 수 있어서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텐데. 그걸 걷어찬 것들을 싫어한다. 라기보다는 쓸모없다고 생각했지. 그러하기에 숙청할 수 있었던 것이었고.
이 정율과 이씨라는 성을 지닌 지배자들-그녀 자신을 포함하여- 사이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안타깝다는 듯한. 어디까지나 듯한 손짓으로 눈을 감은 얼굴을 쓸어내리면 거칠어진 얼굴에 고생을 했다. 라고 인식하지만 이젠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눈물을 흘리면 안 된단다. 눈물이 너무 차가워서 마음을 얼려 버릴 거란다. 아무도 울지 않는 장례식장은 침묵을 몰고 오는 눈이 펑펑 내렸다. 불타오르는 청백색 연기는 그가 살아있었다는 증거를 공기 중에 흩어버린 것이지. 그녀는 결심했다. 유골 일부로 그것을 만들기로. 그리고 추억으로 남기기로.
펜시브 안의 은빛 액체는 한없이 부드럽게 출렁였다. 지팡이로 저으면 그때만 엷은 파동을 내비칠 뿐. 그의 짧지만 내겐 여즉 남은 긴 생애를 보아야 했다. 내가 그를 '이해'하기 위한 긴 여정은 참으로 짧을 테지. 눈을 감고 빠져들었다.(중략)
그는 분명히 나와 내 여동생들을 사랑했다. 어느 누구도 우리들이 사랑해줄 필요가 없었기에 사랑해주지 않을 때 그는 우리에게 사랑을 주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나는 그가 가여웠어. 그래서 나는 여동생들과는 다르게 그애게 호응하려 했고, 배운 것을 흉내내보기도 하였지.
하지만 그것은. 결국엔 전부 다 거짓뿐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 몸은 결국 은을 보았음에도 사랑은 옮겨붙지 못했고 나는 한 번 녹았기에 추하게 굳은 핏빛 촛농만을 가슴에 품었다.
데슈레트의 여왕이 그 붉디 붉은 눈을 떴다. 대적자들이여, 그대가 목숨을 연명해나가고 싶다면 부디. 자비를 구하며 도망치기를. 저런. 이미 늦었군. 그녀는 은원을 확실히 구분하지.
저 자는 언제나 같았다지. 먼저 말하지 않는다면 입을 열지 않는다. 그래, 네가 저번처럼 무례하게 굴지 않는다면 괜찮을게야. 책상 위에 곱게 포개어진 손의 손톱 부근에 힘이 들어갔으나, 그것도 잠시였다. 그래, 아직은 참을 만 한가봐.
"그런 분이었다니. 현호 군 마저 그러하신데 다른 분들은 어찌 반응할지 막막하군요."
거짓말을 하도 자주 하다보니 모두가 그 거짓을 진실로 믿고있다지? 안타깝게도, 그 누구도 진실된 너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은데. 얌전히 포갠 손, 정확히는 한 손에 덮인 다른 손이 차가운 책 표지를 매만졌다. 자신과 눈을 마주하자 그는 잠시 눈을 휘었다. 역겨울 정도로 투명한 라임색이었다. "평소보다 표정 변화가 많았기에 해본 말이었나이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는지요."
그래, 너만 달라질리 없지? 아닌가, 네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일지도 모르지. 세이, 잘 정해두렴. 지금 너를 아우프가베로 둘지, 니플헤임으로 둘지. 그것부터 정하고나서 타인을 바라보지 그러니.
>>453 안이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저 비명지를 각오 딱 하고서 손전등 켜고 봤거든여?안이 근데 암것도 없음;;;;;;;;;;;;;;;곱등쟝이라면 뭔가 뛰댕기는 소리가 들려야하는데 그렇지도 않아여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와 씨 극소름이라 지금 이불 머리끝까지 폭 덮어쓰고있어요 뭐지 대체 그 선명한 감각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ㅈ함다 뭔가 뻘하게 현타가 와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고백버프....고백버프라........(죽창 갈기(???
소년은 저 미소를 알고 있었다. 형식적인 미소. 알고 있잖니 아가야? 가문에서 많이 보던 미소잖니? 아우프가베의 미소는 타인의 감정을 올곧게 마주하여 감정에 대해 인지해서 반응을 보이는 소년이 알아차리기에는 쉬웠다. 형식적인 미소. 소년은 책에서 손을 떼어내고 흰 브이넥 긴팔에 가디건을 걸쳤지만 진에게서 받은 목걸이를 건 제 뒷목을 손바닥으로 덮어서 천천히 쓰다듬었다.
물어보려고 하니 아가야? 묻지말고 의심하지 말고 성실하고 착하게... 오, 너는 더이상 녹슨 사슬을 끌고가고 싶지 않니? 소년은 제 등을 등받이에 기댄 채 기묘하게 차분한 아우프가베의 말을 들었다. 끝까지 그의 말을 듣고 소년은 단단히 팔짱을 끼고 차분하고 평이한, 감정이 깃들지 않은 담담한 눈빛으로 아우프가베를 바라봤다.
"형님. 지금 하신 말씀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알려주시겠습니까."
감정이라도 담지 그러니? 아가야. 오, 그래. 너는 아직 제대로 모르지. 3년이라는 시간은 참 길어. 아가야. 긴 칭묵을 지키던 소년이 입술을 열어 흘려낸건 명백한 질문이였다. 팔짱을 끼고 소년은 가볍고 천천히 한쪽으로 고개를 기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