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몇년, 아니, 얼추 열 하고도 셋이나 더 오래 전, 한 쌍둥이가 있었어. 둘은 머리색을 빼고 똑같이 생겼지. 한 아이가 돌아다니다 방에 들어가고, 다른 아이가 나오면 염색을 했나? 싶을 정도로 둘은 닮았어. 하지만 취급은 달랐지. 검은 머리를 한 아이는 천재라고 칭송받으며 살았고, 하얀 머리를 가진 아이는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었어. 그 어느 곳도 갈 수 없었지. 손님이 온다면 방에 틀어박혀 있어야 했고. 가엾지 않아?
응? 이게 무슨 얘기냐니. 당연히 우리 얘기가 아니겠어? 그 얘기를 듣고 싶었던 게 아니었니? 오, 미안. 내가 누구인질 소개하지 않았구나.
내 이름은 아우프가베 레이 알타이르. 니플헤임 세이 알타이르의 형이야. 그리고 알타이르 가문을 이끌 차기 수장이지. 물론, 전부 옛날 이야기지만. 뭐 어때? 옛날 이야기 듣는 거 좋아해? 내가 해줄까? 싫어도 일단 들어봐. 이 이야기는 정말 재밌고 흥미진진 하거든. 아니면 정말 *같을 수도 있지. 난 그렇거든.
앞서 말했듯 우리는 쌍둥이야. 머리 색을 빼고 틀린 점을 들라고 하면 키 빼곤 없었어! 내 동생은 나보다 한 뼘 정도 작았어. 그래서 늘 높은 굽이 있는 신발을 신곤 했지. 우리 어머니께선 나를 아우프가베, 사명이라고 이름 지었어. 나를 꼭 가주로 올리겠다고 하셨고, 마법사 전쟁 이후 가문을 박차고 나가버린 할아버지처럼 대단한 가주가 될 거라고 칭찬하시곤 했지. 나는 어릴 적 부터 마법을 썼거든. 그것도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난 정말 마법을 잘 써서, 어머니가 놀라곤 하셨어. 나는 가주의 귀감이었고, 이대로 자란다면 할아버지를 뛰어넘을 정도의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 받았지. 반면에.. 음.
내 동생은, 소모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어.
우리 엄마는 쌍둥이를 낳을줄 생각도 못한거야. 아우프가베는 한 명만 존재해야 하는데, 또 다른 변수가 생겨버린거지. 그래서 내 동생에겐 니플헤임이란 이름을 지어줬어. 정말 끔찍하지 않아? 아이의 이름을 지옥으로 짓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 오, 여기 있구나. 일단 음. 내 동생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붙여준 역할은... 그림자야. 아우프가베의 그림자. 내가 공식적으로 나오지 못할 때 이 아이가 대신 내가 되어 맡은 일을 하는거지. 내가 아프거나 그래서 파티에 참석하지 못하거나, 그런 일이 있다면 내 동생이 내 역할을 대신 해주는 거야. 물론 겉으론 그렇겠지. 하지만 속은 어떨까. 만약 암살을 당하거나 그런 일이 큰, 위험한 자리에선 나 대신 참석해 죽어라, 그거지. 병신들! 내가 뒈질 것 같았으면 그 엿같은 혼혈 계집년을 데려오지 말았어야지. 자신들이 조져놓고 말은 또 많단말이야.
아, 미안. 잠시 흥분했네. 뭐..취급 또한 좋지는 못했어. 내 동생은 겁도 많고 소심했거든. 그래서 마법도 잘 쓰지 못하고, 다들 그 아이를 나의 그림자로 대했어. 그래서 사랑받지 못했지.
하지만 그 아이는 내 사랑스러운 동생이야. 그런데 동생 취급을 못 받았다고. 내 동생은 여러 가문이 모이는 큰 파티가 있다면 방 바깥으로 나오지 못했어. 그야, 그림자니까. 그림자는 있을 필요가 없었거든. 같이 있으면 내 자존심이 깎인다고 우리 외삼촌은 엄청 화를 내셨어. 우리 세이가 아니었더라면 지팡이로 눈을 찍어버렸겠지만, 유감이었지.
뭐어... 그래서 내 동생은 혼자 방 안에서 놀다가 먼저 잠들거나, 파티가 끝날 순간까지 나를 기다리곤 했어. 안쓰러운 내 동생. 어머니조차 묘하게 내 동생을 꺼려하는 분위기..정확히는 미안해하는 분위기 속에서 유일하게 나만 내 동생을 인간으로, 동생으로 대했어. 그 누구도 다가오지 않았으면, 상처받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내 동생을 내 품에서 직접 키웠지. 어차피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어. 그래서 나는, 그 누구도 내 동생을 함부로 대하지 않도록 나는 내 모든 노력을 쏟았어.
나도 알아, 의도는 좋았지. 하지만..음, 아니다, 계속 들어봐.
사랑하는 내 동생이 더 이상 그림자 취급을 받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지. 사랑하는 내 동생. 우리 세이도 나를 위해서 마음을 열어 주었어. 그 누구에게도 열지 않고, 오로지 나에게만. 나에게 기댄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지. 점점 내 동생을 향한 형제애가 깊어져갔어. 호구같은 가문원 새끼들에게 마음을 열게 하고싶지 않았지. 솔직히 생각해봐.
"나는 형이 좋아!"
이런 말을 하면서 내 품에 안겼다고. 그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말을 했다니까? 환장할 지경이었지. 그래서 나는 이 아이를 나만의 동생으로 두기로 했어. 사랑하는 내 동생.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말아주렴! 그 *같은 새끼들은 다 무시해버려! 오로지 내 말만 듣고, 나와 함께 있는거야.
그래서! 나는 매일같이 아이에게 사랑을 쏟았어. 자기 전 이마에 입을 맞추고, 항상 속삭였어. 내 신념도, 내 생각도, 내 자신을 알려주었지. 나만의 동생으로 두기 위해서!
그런데, 내 사랑스러운 동생과 함께 하려 한 순간 방해꾼이 나타났어. 엿같은 계집. 뒈졌어야 하는 계집. 더러운 머글의 피를 이어낸 혼혈이자 우리를 영원히 떼어놓게 한 주범. 씨발, 생각할수록 짜증나잖아.
결국 난 저주를 받았어. 내 몸은 날이 갈수록 쇠약해졌고, 나는 두려웠지. 물론 죽는 건 무섭지 않았어. 내 동생이 혼자 남겨지는 게 두려웠다고. 여린 아이를 그 누가 받들겠어. 그래서 나는, 그 아이를 나로 만들기로 했어. 거절한다면 받아들이기로 했지. 사랑하는 동생의 인생이 바뀌는 일이니까.
그런데 의외의 일이 일어났어.
"...형." "왜 그렇게 풀이 죽어있어? 역겨운 혼혈이 또 너를 때렸니?" "아빠가 엄마한테 새 동생을 낳자고 했어."
내 동생은 슬퍼하지 않았어. 평소같았으면 울면서 품에 안겼을 아이가 사뭇 달라보였지.
"그런데?" "나와 형을 죽이고, 새 동생을 낳자고 했어." "...뭐?" "그런데 엄마가, 차라리 니베스를 가주 자리에 앉히자고 했어." "뭐??" "난 우리 가문이 기울었다는걸 알아. 혼혈에게 자리를 뺏기기 싫어. 그래서, 나.. 형을 이을게. 응? 우리 가문이 망가지는건 보고싶지 않단 말이야."
그렇게, 이 아이가 나 먼저 사명을 받들겠다 말 했지. 베아트리스는 증인이 되었고, 우리는 맹세했어.
첫번째. 가주의 자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 두번째. 학교를 졸업하면 가주의 자리를 이을 것. 세번째. 이건 나는 마법을 쓰고 작게 속삭였지. 어머니는 듣지 못했어.
"나는 죽을거야. 내 복수를 하지 않고 네가 다시 동생이 된다면, 나는 슬퍼할거야. 아니면, 내 의지를 잇지 않고 동생이 된다면...아아, 니플헤임.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는..나는...." "괜찮아. 나는 뭐든 할 수 있는걸."
그게 그림자의 일이야. 라며 내 동생은 깨트릴 수 없는 맹세를 하고 말았어. 괴로워, 차라리 깨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음.
솔직히. 죄책감이 들지. 동생의 인생을 망치고, 동생은 사실상 내 그림자의 일을 하고 있잖아.
정말 괴로워. 내가 그 썅년을 죽였어야 했는데. 그랬더라면 우리는 행복했을텐데. 뭐어, 그래도 이야기는 여기까지 할까? ...응? 중요한 얘기를 안 했다고? 아아, 맞아. 그랬지..뭘 얘기 안했더라..어머니가 오블리비아테로 가문원들의 생각을 지우고 바꿔 감히 명예를 더럽힌 거? 아,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