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간 처음부터 고분고분 대답해주면 될 걸 꼭 저런식으로 한 번 거절해야 직성이 풀리나보다. 여튼간에 대답을 들었으니 만족한다. 너도 예쁘다며 덧붙여 주려다 그만두었다. 그녀의 외모는 퍽 괜찮은 편이었지만 괜히 쓸데없는 말을 덧붙여 자신감을 심어주기가 싫었다. 나른하게 하품하며 이어지는 말에 고개를 까딱였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내가 좋아해준다면 그걸로 만족해야지. 더 큰 걸 바랄줄은 몰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보다 더 큰 보상은 생각나지 않는다. 괜히 까다롭게 고민할바에 직접 물어보는게 나을 것이다. 하품하는 입을 막았던 손을 살짝 떼어내고 나긋나긋하게 말을 건네었다.
"그렇다고 사랑해 줄 순 없잖아? 흐음~ 어쩔까. 원하는 보상이라도 있어?"
기르기 싫어도 어쩔 수 없어. 내가 보고싶다는데 당연히 길러야 되는거 아니야? 몇년을 곁에 두었는데, 아직까지 날 제대로 모르나봐. 난 내가 보고싶은건 꼭 봐야 직성이 풀린다. 어떻게든 그녀가 머리를 기르게 만들거다. 아무리 봐도 긴머리가 100배는 나은걸. 다음부턴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머리를 자르기 전에 내게 먼저 허락을 맡으라고 말해둬야지. 크게 기지개를 켜고 테이블 위에 대강 걸터앉았다. 뺨을 잡아당긴 곳이 아팠나? 내 손에 잡혔던 뺨을 꾹 누르는 행동이 아주 살짝 신경쓰였다. 잠시 망설이다 아팠냐고 물으며 반대 쪽 뺨을 꾹 눌러보았다. 그나저나 이상한 부탁이라니~ 괜히 그런 말을 하니까 짓궂은 부탁을 하고 싶어지잖아.
"실례야~ 매일 하고 다니는 걸. 오늘은 다른 걸 선택했지만."
이럴줄 알았으면 오늘도 네가 선물해준 귀걸이를 하고 올 걸 그랬네. 애초에 내 귀를 최초로 장식한 것도 네가 선물해준 귀걸이였는걸. 그 전까지만 사소한 악세사리엔 관심조차 없었지만 그녀가 귀걸이를 선물해준 이후, 그걸 귀에 걸어보고 싶다는 이유로 큰 마음 먹고 시도해보았다. 생각보다 내게 잘 어울렸기에 현재까지 빼지 않는거고. 하긴 내게 어울리지 않는게 존재하긴 하겠냐만은. 내가 따로 구매한 것들과는 달리 그녀가 선물해준 것들은 나 또한 소중히 보관하고 있는 중이다. 나름대로 의미있는 물건이었기에,
"방학동안 학교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도 재미없지 않아~? 우리 어릴적 기억을 살려, 둘이서 외출이나 해볼까?"
>>787 ㄹㅇ루다가 호주티콘 만들까봐여 >-<* 지금 캡쳐한거 대충 보고 왔는데 영주 캡쳐본 1개 제인주 캡쳐본 한 3~5개쯤?인데 현호주 캡쳐본은 무려 10개 이상!와와우 도윤주의 애정을 듬뿍 받고 계시는군요!축복받을꺼임! ^-^♥️ 엄음 잡담 정주행 안하고 바로 ㅂㅇㄹ 한지라 그건 잘 모르겠고 암튼 지금 중요한건 현호가 큐티프리티스위티러블리 코네코라는 거임!ㅇㄱㄹㅇ ㅂㅂㅂㄱ ㅃㅂㅋㅌ ㅇㅈㄱ임! ㅇ_ㅇ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가급적이면 노력은 해 볼 생각은 있었으니, 딱 잘라 거절하지는 않았다는 게 그나마의 후의였다. 더 이상의 징계는 반갑지 않으니 나 역시도 주의할 생각 정도라면 갖고는 있었다. 어디까지나 '형편이 닿는 대로는'. 사실 사기노미야를 보는 순간에 가만히 있지 않을 생각이라 해도 직후의 전개는 전적으로 그에게 달린 것이었다. 가만히 넘어간다면 그대로 끝날테고, 그렇지 않다면 또 박이 터져버리겠지. 사태가 어찌 돌아갈지에 관해 확신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었다. 혹시 모르는 일이 있다면야 곱게 해결할 의향은 있었다지만. 예를 들면 사기노미야가 순순히 인정하고 물러난다는 기적이라든가. 그러나,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덧붙인 말에 귀신같이 달려드는 후배를 보자니 왠지 이번 예상은 어긋나지 않을 듯했다. 잔뜩 열의에 차서는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그에게 찬찬히 고개를 저었다. 짐작은 했다지만 정말 많이 크고 싶기라도 했던 모양이다. 하기야 원하던 신체조건을 약물 하나로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그에 마음이 기울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잡히지 않는 희망에 매달리는 것만큼 덧없는 일은 없기에, 이번만큼은 친히 그의 염원을 단박에 부정해주었다. 안 돼. 불가능해. 포기해. 그것은 나 역시 그러함에도.
"아니. 내가 혼자 크게 남아서 좋은 점이 뭐가 있다고. 그리고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그거 시중에서는 못 구해. 우리 집안에서 시제품으로 이렇게 저렇게 만들다 폐기 처분하려고 했던 거였거든."
그리고 내가 쏟아버렸고. 중간에 다른 것들이랑 섞이기도 했었던가. 워낙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또렷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았으나 그것이 손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또한 효력 역시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았었고. 버려지는 것들에는 늘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물건도, 동물도, 사람도. 맞다. 아까 내 이름이 판데르발스라고 했었지, 그거 그 마법약 가문 맞고 유출도 안 된 거니까 영영 글렀을거야. 부정의 말은 과단했다. 가문은 저희들의 기술에 대해서는 늘 엄중히 비밀하곤 했었다. 외부에 시판되는 제품들에는 언제나 자신들의 이름을 붙여 모방하지 못하도록 했었고, 발스의 일원들조차 함부로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려 했다. 이익과 실리, 그것들은 모두 허울좋은 이야기라는 것처럼.처음부터 거짓된 이들에겐 당연한 일이다. 그런고로 나는 [ ]. Verdammt, ja scheißegal. "그리고 몸에도 안 좋아. 내가 지금은 좀 괜찮은데 그거 맞고 난 다음에는 꽤 오래 침대 신세 좀 졌었어. 그리고 엄청 아프다?"
평생 겪고도 남을 성장통을 1년이 넘도록 겪었으니 꽤 죽을 맛이었거든. 그러니까 포기해. 두툼하게 자라난 털뭉치 한 군데를 쿡 찌르며 일러주었다. 원래 사람이 자기 처지에 만족하면서 살아야 하는 거 아니겠어? 말하며 웃는 표정에는 진실함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