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단다. 손을 놀려두면 그 손에는 다른 게 잡히게 마련이니까 하지만...사.." 긍정의 말 후에 말하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잡힌 손에도 그리 놀라지 않은 듯 순순히 손을 맡겼습니다. 그저 녹인다라는 것에 층실하듯 잡혀진 손을 보았습니다.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모를 표정이었지만, 녹아가는 손을 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쉬이 녹아버리는데. 실패려나. 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를 일입니까? 하려던 말은 더 이상 맴돌지조차 않았습니다.
"한바퀴 빙 둘러 가면 되겠네요." 사화도, 산책도 해야 하니까요. 별 것 아니라면 그냥 두어도 괜찮겠지요. 라고 중얼거리고는 일어선 세연은앉아있던 자리를 물끄러미 쳐다봤습니다. 마치 둥지를 보는 듯 그 자리에 날아든 무원에게 아무 말 없이 어깨를 허락하곤 한발짝 내딛었습니다. 별 일 없다면 같이 돌아가도 될까. 라고 묻습니다.
-선택지가 없어졌어. 무원이 앵무새지만 앵무새답게 지저귀기를 몇 번. 세연이 자주 하는 말이지요.
베아트리스의 안색이 창백해짐을 알고 있었을까, 이름을 부른지도 몰랐을게다. 그는 거울을 바라보지도 못한 채 제 머리를 감싸며 절규하였고, 떨림이 멈추지 않는 손을 아래로 옮겨 제 목을 다시금 후벼팠다. 간지러웠다. 미친듯이 간지러웠고, 차라리 누군가 칼로 베어 분리시킨다면 편해질 것 같았다. 간지러워, 간지러워. 미쳐버린 듯 웃음을 흘려도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불과 몇 시간 전 긁어 상처가 가시지 않은 핏자국을 떼고, 날이 선 손톱은 상처를 무자비하게 후벼팠다. 질퍽거리는 징그러운 소리가 언뜻 들리는 것 같았다. 손가락 첫마디의 반절이 목의 상처를 후벼파고 들어가자 피가 다시금 흐르기 시작했다. 아직 부족했다. 간지러워서, 간지러워서-
"전부 버렸습니다, 전부 버렸습니다, 전부 버렸다고. 내 자신도, 내 인생도, 내 이름도, 내 성격도... 놓아줘, 죽여줘, 차라리 죽여줘...대체 내가 누군데, 형이 내가 될리가 없잖아. 나 같이 무능한 사람이 어떻게 그를 따라하지? 지쳤어..이젠... 제발, 제발...아, 아윽."
괴로워.
거울 사이로 베아트리스는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안색은 창백했지만 가주의 위엄이라도 여기서 보여야겠다는 듯 애쓰는 꼴이 꽤나 가엾더라지. 버린게 아니라, 저 아이는 숨기고 있었던게다. 빛이 있다면 그림자는 있는 법이었다. 추악한 일면, 밑도 끝도 없는 자기혐오는 누구를 향한겐지. 아우프가베? 아니면 니플헤임? 베아트리스는 거울 사이로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세이 알타이르."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듣기 거북한, 살점을 파헤치는 소리만 들려왔다. 그런 주인을 진정시키기 위해 부리로 그의 손을 물어 억지로 당기던 동반자는 겨우 손을 떼어냈다. 손이 떨어지자 붉은 피가 흘러 이불을 적셨다. 그제서야 제정신을 차린 그는 망가진 인형처럼 거울을 응시했다. 손톱엔 살점이 일부 끼어있었고, 손가락은 축축히 젖어 손바닥마저 붉었다. 목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끔찍한 모습을 보였다지. 한참동안 입을 열지 못했던 그가 "부르셨습니까, 베아트리스." 라고 건조하게 중얼거렸다. 동반자는 부리로 거즈를 물더니 디터니 원액을 묻혀 그의 목가를 닦기 시작했다. 익숙하다는 듯 움직이는 것은 둘째치고, 그는 베아트리스와 시선을 마주하지 않았다.
베아트리스는 잠시 입술을 앙 다물었다. 어머니가 아닌 가주가 되어야 했다. 아무리 제 아들이 괴로워해도 그건 자신의 운명이 아니지 않던가.역겹지, 아주 역겨워! 네년이 그 순간 망할 혼혈만 안 데려왔어도 이런 운명을 살지 않아도 되었다고!
"네가 가문의 규칙을 어겼음을 감시자가 알렸다. 심지어 감시자를 공격했다더구나."
베아트리스의 말에 그제서야 옅은 압생트빛 눈동자가 베아트리스를 향해 굴러갔다. 경멸을 담았던 시선은 곧 공허하게 변했다.
"가문의 규칙을 누가 정하였습니까. 규칙이라면 가문원 전체가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덥니까. 말씀 하시죠. 당신이 그 날 모였던 가문원에게 오블리비아테를 쓴 사실까지 싹 말씀하시면 되겠군요. 저주로 죽은게 아니라 모두가 병사한것으로 알고 있지 아니하덥니까. 원래부터 몸이 허약했다 바꾸었고, 제 이름까지 바꾸지 아니하였습니까." "세이 알타이르. 네가 깨트릴 수 없는 맹세를 받아들이지 않았더냐. 선택은 네가 하였고, 뒤따르는 결과에 책임지겠다 한 것이 누구였지?" "죽일 생각이었으면서." "뭐?"
그것은 처음으로 눈에서 눈물을 떨궜다. 단 한 방울 뿐이었지만.악어의 눈물은 거짓을 뜻하였다.
"제가 맹세를 받아들지 않으면 죽일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빈센트가 저에게 용서 받지 못할 저주를 쓸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네 아비를 잘도 모함하는구나." "새 아이를 낳는 게 낫지 않을까, 레이는 가망이 없고, 세이는 사명에 어울리지도 않아. 어차피 6년밖에 지나지 않았잖아. 아직 가망이 있어.. 그렇다면 세이는 어떡하고요, 오라버님. 레이를 대신할 셋째를 낳는다면 세이가 슬퍼할텐데. ...베아트리스, 힘든 결정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만."
그것이 무감정하게 중얼거린 이후로, 방 안은 정적에 휩싸였다. "차라리 그 순간 죽었어야 했는데." 짧은 중얼거림에 베아트리스는 들끓는 모성애를 억눌렀다. 이 아이는, 자신의 아들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살기 위해서 맹세를 받아들였던게냐. 네 의지는 그 어디에도 없었던게냐. 처음 아는 사실이었다. 아이가 변한 이유도 납득이 갔다. 그의 외삼촌이 그를 죽이려 한 이후 변한 것이 아니었다. 두려움에 떨다 결국 받아들인게지. 이것조차 제 탓인가요, 어머니?
"가문의 규칙을 어긴 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지금 이 장소에서 제 자신에게 섹튬셈프라를 쓸 준비는 언제든 되어 있습니다. 맹세를 깰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어머니. "가문원들과 회의를 거쳐 네 형벌을 정하겠다. 조만간 다시 연락할테니 그때 준비를 하도록 하라." "선처를 베풀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어머니."
그것은 뜬금없이 입술을 휘어 웃었다. 등골을 타고 한기가 올라왔고, 몸에 소름이 돋았다. 망가지고 이리저리 부숴진 인형이나 다름이 없었다. 베아트리스는 입술을 짓씹었다. 베아트리스는 거울에 더 이상 비춰지지 않았고, 그의 동반자는 피묻은 거즈를 부리에서 뱉어냈다. 그는 자신의 주인이 연기를 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15 아까 카페에서 친구랑 낙서하다가 그렸어요;;;;;; 제친구 너무 존잘이라서 마음이 좀 비통해졋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뭐ㄴ데요 님 너무 금사빠 아님????? 그리고 츸사 안네케 완전 ㄹㅇ 댕싫어하잖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