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연쟝은 딱히 부끄러움같은 거 안 느낄걸요..? 괜찮을거예요. 추기 전에 나와서 앉혀놓고 춤을 추면 걸린 건 저인데 굳이 하신 것은.. 빚을 지워놓으려는 건가요. 라고 생각할지도요..(사실 세연주가 저걸 보고 아무 느낌도 못 받았기에 세연쟝도 그렇다더라)(물론 하극상 이야기는 농담)
왕게임에 내가 빠지면 섭하지!오늘도 한결같이 깨발랄한 모습으로 입성 성공~! 맨 처음 왕은 진이 형이었다.진이 형은 벌칙으로 뭔가 독특한 춤을 제시했고 놀랍게도 거기 걸린건 세연이 형이었다.
"오오.."
의외로 담백하게 춤을 추는 모습에 도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초콜릿 듬뿍 발라진 도넛을 한 입 가득 베어물었다.이것 때문에 박수는..칠수 있지!왜 못쳐!한 손으로 다른쪽 손등을 가볍게 쳤다.역시 세연이 형.저런 개그적인 춤마저 담담히 받아들이시는구나!존경스러워! 그리고 다음 왕은 다름아닌 자신이었고,이에 도윤은 저도 모르게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아,정말이지.행운의 여신은 내게 미소짓는 게 틀림 없다니까?
"어-랏,이번에도 제가 왕이네여?역시 왕게임의 진 주인공은 바로 저!여러분들의 최고 아이돌!최도윤인 거 같습니다,꺄하하핫!!☆"
상큼하고 발랄하게 웃어보이며,도윤은 바로 영상 자료를 꺼내 보여주었다.마치 오늘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것처럼,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졸업을 한 이후, 계약의 내용대로 그는 알타이르 가문을 이끌게 되었다. 베아트리스는 가주의 자리에서 물러나고, 남은 것은 즉위식 뿐.
즉위식을 앞두고 몸치장을 했다. 눈부시게 새하얀 머리카락의 일부를 반묶음하여 얇은 금 사슬로 엮어 땋아내리고, 향유로 피부를 닦았다. 살갗 위로는 흰 예복을 차려입었고, 목에는 새하얀 끈을 묶어 흉터를 가렸다. 그것은 마법사라기 보단 신비한 마도사에 가까운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순백의 예복을 차려입은 그는 그 날 따라 특히 아름다웠다. 남성에게 아름답다, 라는 말은 어색할 따름이지만 달리 부정하는 말은 없었다. 새로 마련한 지팡이는 카이트의 것 마냥 그의 키와 엇비슷했고, 짚기 편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그 것 또한 새하얗기에 몰래 몸치장을 하는 오라비를 훔쳐본 니베스는 그것이 눈의 왕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가주로 즉위하는 순간, 그것의 주변엔 흰 장미 꽃잎이 휘날렸다. 아마 베아트리스의 배려였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너울대는 소맷깃과 함께 천천히 손을 들어 가주의 반지를 손가락에 끼었다. 뒤를 돌아 가문원들을 내려다보는 그것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 가문원들의 정중한 인사와 함께 그것은 지팡이를 짚고 선조부터 내려온 선포를 입 밖으로 내뱉으며 생각하였다.
저주의 싹을 쳐야한다.
즉위식이 끝나고, 가문원들은 알아서 자리를 물러났다. 파티가 시작 된 것이다. 푹신한 의자에 몸을 맡기고 한 팔로 턱을 괸 그는 제 어미가 머글계에서 특별히 가져온 붉은 와인이 든 잔을 흔들었다. 건배사를 외치는 것이 좋지 아니하겠습니까. 라는 목소리에 그는 가볍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것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문원들을 내려다보곤 입꼬리를 비틀어 웃었다.
"그 분을 위하여."
잔을 거꾸로 뒤집어 바닥에 와인을 쏟자 붉은 물방울이 그것의 예복 하단에 튀어 꽃잎을 그려냈고, 주위는 삽시간에 싸늘해졌다. 이 분위기를 참을 수 없구나. 달싹이는 입술이 다시금 호선을 그었고, 그것은 눈을 휘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잔을 제 뒤로 던지자 깨지는 소리가 났고, 주변 사람들은 그 소리에 놀란 듯 몸을 떨었다.
"뭣들 하고 있느냐. 외치지 않고." "오라버니. 방금 그 말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말 그대로가 아니더냐. 그래, 정확히 설명해주마."
누에를 위하여.
금지된 이름이 입 밖을 타고 나오자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 혼란스러워 하는 자, 숨기고 있었으나 내심 그를 옹호하는 자, 분노에 찬 자들이 이리저리 제마다 속삭였고, 그것은 그 상황이 마냥 즐겁다는 듯 다시금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어찌 이리 피래미들 같은 자 들만 모여 있단말이더냐.
"금지된 자를 추종하다니, 지금 가문의 규칙을 어기시겠단 것 입니까?"
맨 처음 목소리를 낸 것은 그의 여동생, 니베스였다. 그것은 니베스를 경멸하는 눈초리로 쳐다보곤 고개를 내저었다. 명백하게 악의적인 웃음 또한 얼굴에 만연하였다.
"지금부터, 가주가 바뀌었으니 고리타분한 규칙도 바뀌는게지. 네가 왔을 때 반발하던 자 들이 있음을 모르던게냐? 아니, 아무것도 모르지 않았더냐. 저주의 싹아." "거기까지 하거라. 지금 당장 파티를 중단하여라, 저 자를 포박하지 않고 무엇을 하는게냐!!"
베아트리스는 가문원들을 밀치며 지팡이를 든 상태로 그에게 다가갔고, 그것은 의자에서 일어서며 분노에 찬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어딜 감히 다가오는게냐!!!"
정적이 일었다.
"반역은 내 직접 목을 치겠다. 가만히 있거라, 명령이다!! 허튼 움직임을 보인다면 내 즉시 그대들을 엄벌하리라!"
즉위식이 시작되기 이전, 몸치장을 할 순간부터 조용하던 가문원이 칼을 빼들어 그것에게 다가가 절을 올렸고, 몇몇 가문원들이 그의 행동을 따라하자 베아트리스는 경악하였다. 아무리 평등을 교육하였어도, 숨기는 자가 있기 마련이었으니. 베아트리스는 비틀거리며 자리에 주저 앉았고, 그것은 웃음을 흘렸다.
"이것 참. 내가 숨겼더라면 다들 마음이 편치 못하였을 것 같구나. 자, 축배를 들자꾸나."
아수라장이 된 파티장을 바라보며 그것은 즐겁다는 듯 새 잔을 받아들고 와인으로 목을 축였다. 그리고 수 많은 사람들을 헤쳐나와 어느새 자신에게 다가온 지팡이를 보고 코웃음을 쳤다.
"감히. 아아, 물러나라. 나 하나로도 충분하니." "오라버니, 저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하더냐, 엑스펠리아르무스." "으긋..?!"
그것은 웃음을 지웠다. 싹을 자를 시간이었다. 뒤로 나동그라진 소녀를 바라보며 그것은 온화한 표정을 지었다.
"선택해라. 최후의 발악을 할 것인지, 마지막으로 내가 베푸는 온정에 응할 것인지."
소녀는 고개를 내저었다.
"저는 그를 따르지 아니하겠나이다. 오라버님은 어찌 그를 따르는 지 모르겠지만, 저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멍청한 개가 되진 않겠나이다." "그래, 그리하단 말이지."
그것은 낮게 웃더니, 몸을 움직였다. 지팡이를 휘두르는 것 같아 소녀는 눈을 질끈 감았으나,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자 눈을 슬쩍 떴다.
"형." "..?" "난 사명을 완수하지 못했어."
입에서 붉은 피가 흐르고, 코와 눈에서도 붉은 피가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붉게 변한 눈 사이로, 그것은 광소를 내뱉었다.
"하,하하하!!! 춤춰라, 모두 춤을 추란말이다!!! 가주의 명령이다. 이 니플헤임의 명령을 거부 할 셈이더냐!!!"
새하얀 예복이 붉게 물들었다. 그것은 춤을 추듯 너울거렸다. 광기는 야수처럼 거칠었고, 무희의 춤 처럼 우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은, 니플헤임은 끅끅대며 웃음을 흘리곤 자리에 주저앉아 쓰러졌다.
계약을 깬 자는 죽는다고 하였지. 니베스는 제 눈 앞에서 죽음을 맞이한 오라비를 바라보며 뒤로 물러났다. 베아트리스의 눈은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