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에서의 일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오는 길은 그다지 멀지 않았습니다. 더러워진 눈길을 외면하며-정확히는 그 소리와 색을- 소리 하나 없이 걸어 학교에 도착해서 기숙사 쪽으로 가려 했는데. 어째서 이 쪽에 이런 이가 보이는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의 표정을 희미하게 띄웠습니다. 예전에 만났던 것처럼 길이라도 잃었던 것일런지요.
"..이 곳엔 어쩐 일이신가요." 성만 기억하고 있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순수혈통 중에서도 이씨라는 성은 상당히 많았는걸요. 그래서 성격 더러운 분파 중 하나는 이씨를 독점하자는 과감한 주장을 하기도 했었다고.. 나돌지 않는 기록에 적혀 있었습니다. 다만 이씨라고 해도 성의 한자가 좀 다른 것으로 정해둔 이유 때문에 실행되지는 못했지요.
"이 군이었던가요." 느릿하게 이야기하면서 그녀는 파란 눈으로 그를 무기질적으로 약간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역시, 우리 학교는 복잡한 구조가 맞는 것 같다. 나 스스로를 길치라고 절대 인정하고 싶지가 않다. 즐거웠던, 여명에서의 여행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오고 난 뒤, 자연스럽게 기숙사로 들어가 한숨 자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길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저번에 여명에서도 분명 지도를 보고 갔음에도 원하던 위치가 나오지 않았던 것을 떠올렸다.
"아니, 그건 분명 지도에 표시된 정보가 시간이 지나서 없어졌기 때문일거야. 그도 그럴 것이 돌아갈 때는 제대로 돌아갔잖아?"
그렇게 스스로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을 무렵, 기억에는 남아있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 흐릿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어디서 들었던 목소리인데, 그 때가 옛날이라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고.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뒤를 돌아보자, 과거의 기억의 모습과 큰 차이는 없는 사람이 눈 앞에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분명... 으...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요..."
과거의 그 사람이었다. 예전에 순혈가문들끼리 모이던 파티에서 만났던 사람. 그 사람은 예전에 내가 길을 잃었을 때 길을 찾아주었던 고마운 사람이었다.
세연은 길을 잘 잃어버린다거나, 길을 헷갈리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것과는 다르게 길에 널려있는 것들이 헷갈리게 하는 건 그녀의 잘못은 아니었습니다. 그녀가 느릿하게 강한을 바라보다가.
"길을 또 잃어버린 것이로구나." "나는 이 근처의 기숙사생이기 때문이지." 분명 나름대로 부드러운 답변이었지만, 그녀의 목소리와 분위기는 근본적으로 있을 수 밖에 없는, 누군가를 내려다보는. 혹은 무언가 다른 것들을 본다는 듯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배..라고 불러야 하냐는 말에 잠깐 팔짱을 끼고 턱을 괸 채로 고민하다가.
"세연이라고 부르면 되겠지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쪽의 이름을 고하라. 라는 듯 무감각하게 바라보았습니다.
멍청하긴. 결국엔 포기할 거면서. 마음 한쪽에서 저를 비웃고 지나가는 소리가 있었다. 그를 만나 이러한 기분을 느끼는 게 얼마만이었나. 적어도 시일만큼은 더 늦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가 제게로 직접 찾아올 것이라고는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사기노미야는 제 가능성을 죽이는 사람이었다. 그를 보면 겨우 죽여놓은 무력한 생각과 잊으려 노력했던 그 자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나는 왜 이렇게 되었나. 그 이유는 분명히 처음부터 자신의 잘못에 있었다. 아니 나는 잘못이 없다. 나는 그저 두려웠을 뿐이다. 그것도 아니다. 없는 것이 되어야 했던 것은 자신이었다. 그는 분명히,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불쾌한 상념은 떠오른 그 순간부터 꼬리를 물고 과거로의 연상을 계속해나갔고, 자신은 그것을 좀처럼 막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연쇄되는 상념의 연결을 끊은 것은 그의 말이었다. 이어지는 생각에서 벗어나 그를 보았다. 애초에 저로 하여금 그 생각이 들게 한 것은 그였으나, 의외로 그가 도움이 될 때가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아니."
....할 말이 없어서. 약간의 뜸을 들이다 그 뒤에 덧붙였다. 이것만은 사실이었다. 자신은 그의 앞에서는 할 말이 없었다. 그는 늘 제게 곤란한 대답을 강요했고, 자신의 모든 능률을 밑바닥으로 떨어뜨리곤 했다. 떨어지는 것에는 생각이 있어서, 입 밖으로 나올 만한 말을 생각하는 것마저도 힘들기 짝이 없었다. 무언의 반항이라. 느릿하게 내뱉은 말에 나른한 여유가 넘쳤다. 분명히 자신이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기에 말일 터다. 그가 기숙사에 들른 사이 도망이라도 칠까 했지만 그가 물건을 빨리 찾아온 탓에 명안은 실행할 새도 없었다. 자신은 그가 두려웠지만 그의 모습이 보이지만 않는다면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 그의 말에는 그녀의 명령만큼의 절대성은 없었으니까.
"...오늘은 춥잖아."
그러니까 계속 이렇게 다닐 생각이다. 그런 의미를 담은 눈빛을 비스듬히 흘리며 외투를 끌어올려 입가를 가렸다. 공기가 차기도 했고,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의 표출이기도 했다. 그가 입에 담았던 무언의 반항은 차라리 이쪽에 가깝지 않을까. 저를 빤히 보는 시선이 느껴졌으나 눈은 먼 곳을 응시할 뿐이었다. 되도록이면 그의 눈을 보고 싶지 않았다. 이럴 때만큼은 키가 작아서 다행일지도 모른다. 그런 뜬금 없는 생각은 잠깐 들었다. 가는 곳은 연회장인 모양이다.
>>396 아님다 절묘하게 라임을 맞춘 강한주의 센스를 인정해야 하는 각인데요 이거;;;;
>>398 ㅓ거걱ㄱ 원래 수면 시간이 그러시군요!!!!!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솔직히 오늘 깨어계셨던 시간을 보니까 이제 석양의 유무는 중요하지 않게 되엇습니다..... 축하해요 도윤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근데 왜 잠들어욭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장창 도윤주의 잠 못드는 밤에 리스펙트!!!!!! 하는 의미의 칭호예요!!!!! *''*(의불
>>399 그러게요 더 쎈거 뭐있더라...... 야호 제가 이겼다!!!!! 그러니까 아연주는 공식 비브라늄손임다!!!!!!!!!! 엫 그건 여전히 아닌대오(정-색
>>402 예아 그러함미다 신기하게 딱 5~6시간 지나면 잠이 딱 깨더라구여 ''*이대로 아침형 참치로 바뀐다면 한 부지런함 할텐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헐 그정도임까 크 여윽시 깨어있던 보람이 있지 말임다^-^*흐 제 평생 소원(?)을 이루었으니 이제는 제 삶에 여한이 없어여..그럼 이만 사요나라.....☆(대체 아니 무려 그런 의미의 칭호였던 거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흐으 역시 칭호제조기 사이카주답군여 칭찬스티커 삼백개 쏴드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