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펜을 들었다. 양피지 위를 스쳐지나가는 종이의 감촉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내려놓는다. 양피지를 조용히 접는다. 소년은 모든 행동을 그 어떤 짜증도, 목소리도 없이 펜을 놓고 구기고를 반복했다. 소년의 손이 제 패밀리아를 쓰다듬었다. 소년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코트에 팔을 꿰고 그대로 숙소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망설임이 없는 행동이였다. 그런 소년의 뒤에서, 애처로이 패밀리아가 울었다.
네, 내가 이상하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낮이였다. 산장을 찾는 이는, 없었다. 가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이들이 찾았다. 소년은 그런 그들의 근처를 지나쳐서 걷는다. 산장의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선다. 삐그덕거리는 소리도, 음산한 기운도, 소년을 흔들지 못했다. 아니, 흔들더라도 소년은 흔들리지 않았다. 검은색의 머리카락, 홍채와 동공의 구분이 묘해지는 눈동자. 소년은 스스로를 보면 떠오르는 이의 얼굴을 떠올리고, 더듬고, 붙잡으며 걸었다.
아가 너를 흔드는 게 있더냐 모르겠습니다.
귓가를 스치며 속삭이는 조용한 누군가의 목소리에 소년이 입속으로 답했다. 소년은 양손을 들고 얼굴을 감쌌다가 그대로 조용히 문질렀다.
아가 너는 무엇이더냐 저는, 현 가주님인 현시애를 어머니로 두고 있으며, 저는 현 후계자의 막내 돋생이며, 저는, 현가의 아들입니다.
입속에 맴도는 말소리를 소년은 내뱉었다.
아무것도 묻지 마렴. 압니다.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
관심을 두지도 말렴. 압니다.
너는, 그저 안온한 생활을 하면 되는 것이란다. 압니다.
너는 그러한 궁금증을 속에 품을 필요가 없단다. 압니다.
소년의 산장으로 들어서는 걸음을 멈추고 소년이 눈을 깜빡이다가 그대로 눈을 감았다. 큰 사랑으로 감싸지 말고, 차라리 네 감정을 드러내라 말씀해주시지 그러셨습니까. 당신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차라리 그랬더라면 좋았을까요. 떠나지 말라 빌었다면, 당신은 살아계셨을까요. 소년은, 얼굴을 감쌌던 손으로 얼굴을 문지른다. 재미없는 소리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떠났겠지요. 당신이 줄수 있는 큰 사랑을, 당신이 품을 수 있는 모든 것을 품고.
아무도 없길 바랬다. 다행히도 산장 안은 조용했다. 침묵했고, 그 어떤 말을 내뱉더라도 공기 중으로 흩어져, 흩어져, 흩어져, 사라져버리는 고요함. 낮임에도 불구하고 을씨년한 분위기는 소년을 흔들지 않았다. 낮임에도 불구하고 기이한 분위기에 소년은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
소년은 처음으로 부르는 것처럼, 입술을 움직였다. 아버지. 잘근잘근, 씹다가 꾹 다물었던 입술이 무겁게 열렸다. 아주 먼 과거의 일에 있는 건강에 관한 점괘. 권지애 선배님은 다르게 해석하셨지만, 나는 차라리 그게 좋았다. 당신이 떠올랐지만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한 목소리로 차분하게 그렇습니까 그리 대답했다. 호크룩스에게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지팡이를 휘둘러 주문을 외웠다. 다른 이들이 혼란과 혼돈을 겪을 때 소년 홀로 평소와 다름없이, 아니 그보다 더 침착하고 조용했다. 이상하잖아? 왜 너는 아무렇지도 않니? 무섭지 않아? 무섭지 않았어? 그 피투성이가 되어서, 정신이 없었는데, 아가야. 너는 끝까지 지팡이를 휘두르더구나. 아가야, 너는 끝까지 네가 본 것에 대해 침묵하더구나. 무서웠을 텐데. 무서웠을 텐데? 속삭이는 목소리에, 소년은 미미하게 흩어져버릴 미소를 지었다. 감정기복이 심하지 않은 아이. 감정을 잘 다스리는 아이. 현가의 남자라면 무릇, 그래야하거늘. 속삭이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운다는 게 뭔가요. 슬프다는 게 뭔가요. 화가 난다는 것은? 외롭다는 것은? 희노애락의 정의를 누군가가 알려줄 수 있나요? 즐겁다는 것? 두렵다는 것? 공포란 무엇이고, 누군가를 마음에 담았을 때의 그 가슴 떨리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태어났을 때 봤던 것에 대한 어서오렴 아가야, 네가 살 세상은 그 어떤 것보다 안온하단다. 처음으로 눈에 담았던 그 태초의 아름다움은 대체 어떤 거였습니까.
너는 그저 안온한 학원 생활을 하렴.
"당신들은 이해못합니다."
소년은 주먹을 쥐고 그저 그 한마디만을 공기중으로 흩어지듯이 내뱉었다. 그저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들만이 소용돌이 치고, 소용돌이 치다가, 파도가 되어 넘실거리다, 그대로 바스라지는 물거품처럼 소년은 그저.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래도 제게 보이는게 맞는거같습니다ㅋㅋㅋㅋㅋ핫쒸 모바포스트 왤케이리많이 오타나는거얏ㅇ___"ㅇ....네 내가 이상하다는 건 잘 알고있습니다 거기랑 운다는게 뭔가요 부분에서 딱 찌통터졌다구요ㅠㅠㅠㅠ!!!!감정에 대한 현호 생각 잘 알수있는 독백이었습니다 현호...역시 감정을 모르는군요 잘'ㅁ.....억누르는건 아닌거같고...
>>627 아 사실 좀... 그, 뭐지? 아가야, 아가야 하는 호칭이랑 운다는 게 뭔가요랑, 시작할때 네 내가 이상하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랑, 감정. 그러니까 희노애락에 대해 나열하는 것, 무엇인가요, 무엇인가요 하는 것.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감정 자체도 메마른 감상평을 늘어놓는 것이랑 차라리 네 감정에 솔직하라고 하시지 그러셨습니까 라는 말에 신경을 좀 많이 썼습니다.
네, 저 감정을 모르게 된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네 엄마와 누나들을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우는 누나들이랑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거기서부터 누르다가 자라먼서 완전히 모르게 된 케이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