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낫다. 아직 약을 쓰진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니 고통은 자연스럽게 경감되어갔다. 그래도 약은 쓸 거다. 딱 봐도 멍들 것 같은 상처니까. 피멍이나 안 들면 다행이었다.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학생의 답이 돌아왔다. 안 돌려줘도 된단다. 엥? 뜻밖의 일에 사이카의 눈이 평소의 게슴츠레한 눈매와 다른 동그란 모양으로 떠졌다.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은데, 진짜로 그냥 주게? 그렇게 묻기도 전에 여학생은 자신이 물을만한 말에 대한 대답을 모두 말하고는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다. 자신이 쓰는 게 더 쓸모있을 것이다. 그래, 약을 준 본인이 그렇다면야 거절할 이유는 없다. 이제 바르기나 해야지. 얼얼한 아픔이 아직 발등에 눌어붙어 있었다.
적당한 자리를 잡고, 모서리에 찍힌 쪽 발의 신발을 벗고 약을 그 위에 사용했다. 치마를 입고 다리를 번쩍 들어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 몸은 숙인 채였다. 청량감과 함께 통증이 무뎌진다. 한결 낫다. 신발은 아직 벗어둔 채로, 사이카는 가져온 책들을 책상 위에 무더기로 쌓고는 태연하게 말했다.
"나도 그럴까? 여기는 다른 건 좋은데 전자기기 사용이 금지란 게 끔찍해.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잔혹한 규정을 만들 수 있는 거지?"
사이카가 약을 바르기 위해 선정한 그 자리가 마침 좀전의 여학생이 앉은 자리의 맞은편이었다. 즉, 앉아서 정면을 보면 여학생이 보이는 위치. 제게 묻지도 않은 말에 답하는 표정은 지나칠 정도로 나른했다. 많고 많은 자리 중에 왜 여학생의 바로 앞자리를 골랐느냐 묻는다면, 글쎄. 별달리 의미를 두고 한 행동은 아니다.
하 진짜 다들 너무 달달하잖아요ㅠㅜㅠㅠㅜㅠㅜㅠㅜ 내 심장을 돌리도ㅠㅜㅠㅜㅠㅜㅠㅠㅜ 음 지애네는 전쟁때 만난 사이라 액션멜로느와르물을 찍었다는 것밖에...
어머니:(깜깜한 골목에서, 목에 완드 들이밀고) 정체가 뭐지, 소속을 밝혀라. 아버지: .....예? 어머니: .........넌 어디 바위 밑에서 살다 왔니? 아버지: 아, 머글 사회에서 살다 와서...(실제로 졸업한 뒤 전쟁터질때까지 어머니 병간호하느라 머글사회에서만 지냈다) 어머니:
어머니 : 어머...? 얘들이 왜 운담...? (현예현애쌍둥이 시절) 아버지 : 아, 우리 공주님들!!! 배고프구나! 아빠가 얼른 타줄게요? 어머니 : 어.. 그렇구나.... 아버지 : 여보? 오늘 회의 있는 거 아니에요? 어머니 : 아!!!!! 아버지 : 여보!!!지팡이 지팡이 챙겨야죠!!!!! 어머니 :고 고마워요!!! 아버지 : 여보!!!!!!!! 그거 지팡이 아니에요!!
인도자의 맹세 마법학교를 졸업 하자마자 머글들의 의학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오도록 하는 이 독특한 가문은 그것만큼이나 독특한 관습이 하나 있는데, 청설과 청운 앞에서 하는 계약이다. 인도자의 맹세라고 불리는 이 계약은 세 가지 질문의 답으로 시작해 청설과 청운의 비늘을 심재로 쓰는 지팡이를 받는 것으로 끝난다. 그 질문은 아래와 같다.
그대는 사람의 삶과 죽음을 다루는 의사, 의원으로서, 그것이 지닌 무게를 인지하고 경시하지 않음을 맹세하는가?
그대는 병자의 말에 귀기울여주고 그들의 가족사, 개인적인 아픔, 그 외 모든 말들을 비밀로 하며 무덤까지 가져갈것임을 맹세하는가?
그대는 의사, 의원으로서 약과 치료법의 연구와 개선을 게을리 하지 않고 늘 발전 시키는 삶을 살 것을 맹세하는가?
위의 맹세에 대답을 하고 손목에 가문의 심볼을 새긴 후에 마지막으로 청설과 청운이 자신들의 비늘을 심재삼아 그 개인에 정확히 맞는 지팡이를 만들어 주는 것으로 계약의식은 종료되는 형식이다. 이 계약에는 특별한 억지력은 없지만, 어긴 이는 예외없이 파문 당하게 된다.
훅 들어온 목소리에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바보같이 되물은 승하의 표정은 당황스러움이 잔뜩 묻어났다. 순간적으로 부끄럽기는 했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일단 혼잣말에 누군가 답했다는 거부터가 놀랄 일이었고, 앞자리에 앉은 모습을 보니 더 놀랐다. 사람을 대하는 게 서툴렀다. 그래서 자리도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잡았는데. 그나마 방금 전 대화(라고 해도 몇 분도 안 했지만)를 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긴장을 좀 풀었다. 머글 태생 마법사인가. 아니면 혼혈?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걸 끔찍하게 여기는 걸 보니 순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특이한 순혈일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머글 태생이나 혼혈로 생각하는 편이 마음 편했다. 순혈은... 살짝 인상을 쓰다 풀었다. 모든 순혈이 차별을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안다. 그저 직접 경험해본 게 있으니까 그런 거지. 앞에 있는 여자아이를 힐끔힐끔 보다 방금의 말에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마법사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잔혹한 규정은 아닐거예요."
사용하지 않으니 편리함을 알 리가 있나. 승하는 머글태생이기는 했지만 딱히 전자기기를 자주 사용하는 편이 아니라 규정에 불만이 없었다. 기계에 약하기도 하고 머글수업에서 높은 점수를 못 받는 이유도 그거다.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니 머글수업에서도 자주 헤매었다. 기계를 잘 다루는 사람들은 어떻게 잘 다루는걸까. 참 미스테리하다. 고개를 들어 여자아이를 잠시 보다 황급히 내리고 책에 시선을 고정했다. 역시 어색하다.
>>137에 이어서. 아버지: 저기 근데 왜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 놓고 그래요. 어머니: ... 아버지: 딱 봐도 제가 연상인데. 어머니: 그럴리가. 이래봬도 동화학원 ○○기다. 아버지: 이쪽은 □□긴데. 어머니: ...... 아버지: .......... 어머니: ................죄송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