꿉꿉한 느낌이 드는 지하감옥에 도착해서 소년은 천천히 지팡이를 손에 들었다. 검은색 보석이 손바닥에 닿는 느낌이 묘한 안정감을 준다. 소년의 눈이 차분하게 주변을 훑다가 쓰러져있는 파수견의 모습을 발견했다.
머리 셋 달린 파수견. 이제는 뭐가 나와도 놀라지 않을 것 같았다. 학원에 지하감옥이 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고, 게다가 지하감옥을 지키는 것 같은 머리 셋 달린 파수견의 모습을 봐도 별다른 감흥이 없던 소년은 더 아래로 내려갔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대체.. 저건 뭐야?"
까맣고 눈이 새빨간, 유니콘이라고? 소년은 지팡이를 들어올리고 주머니에 넣어둔 거울을 다른 손으로 움켜쥐었다. 저렇게 날뛰고 있는데 제압을 안하면 더 큰일 날것 같다. 몇번만 더 벽을 들이받으면, 저 덩치와 저 힘에 지하감옥이 안무너진다는 보장은 없다. 크기도 거인만해서 잘못하면 저 발굽에 밟힐지도 모르지만.
안전을 위해 택한 기숙사가 흔들렸다. 이렇게 되면 결국 안전은 소용없어지는 게 아닌가. 승하는 입술을 꾹 깨물고 지팡이를 힘주어 잡았다. 교수님들을 찾아보는 게 좋겠다.숨어있는 건 이런 상황에서는 안전하지도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는 걸 느꼈다. 일단 어디부터? 고민을 하는 사이 뱅이 연회장쪽으로 기어가가 시작했다. 급하게 뱅을 잡아 어깨에 올린 승하는 특유의 속삭임으로 말했다.
"뱅, 진짜로 위험할지도 몰라."
승하의 말에 뱅은 어깨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긴장으로 굳은 표정을 지은 승하는 천천히 연회장으로 걸어갔다. 왠지 볻고가 긴 느낌이다. 아마 긴장해서 그렇겠지. 너무 긴장해서인지 심장이 아프다.
아무래도 연회장은 위험하다 판단을 해 기숙사로 다시 돌아왔다. 저녁을 먹지는 못했지만 굳이 위험한 일에 빠지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으니깐. 저의 기숙사로 돌아와 잠시 침대에 앉았다.
“...무슨 일이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기숙사가 흔들렸다. 아스타는 책상에 있다가 진동에 깜짝 놀랐는지 제 품으로 뛰어 들어왔다. 아스타를 제 머리위에 올려놓고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기숙사 밖으로 나왔다. 다른 학생들도 그 진동을 느낀 것인지 많은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교수님들의 대화소리가 드문드문 들려왔다. 실종이라고? 아스타는 어딘가 불안해보였다.
“음, 이렇게 쓰이게 될 줄이야...”
품속에 넣어두고 있던 비밀지도를 꺼냈다. 나는 나쁜 짓을 할 것임을 엄숙하게 선언합니다. 주문을 외우자 아무것도 없던 양피지에서 지도의 모습이 펼쳐졌다. 저는 비화 교수님과 유키마츠 교수님의 점을 지도에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기숙사가 흔들렸다. 채헌이 짜증을 내며 기숙사 안으로 들어갔다. 지나치며 대화 소리를 들으니 교수 두엇이 실종된 것 같았다. 방 안으로 들어가자 침대 위에 앉아있던 나나가 채헌에게 뛰어들었다. 나나를 껴안은 채헌이 책상 위를 대강 훑었다. 딜루미네이터를 코트 주머니에 대강 넣고 다시 기숙사를 나왔다. 지하 감옥은…은 좀 아닌 것 같고. 채헌은 다시 연회장으로 향했다.
숨이 막히는 곳이다. 그 앞에 쓰러진 것이야 두말할 것도 없고, 구역질을 막으려 왼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지팡이를 꺼내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파수견이 쓰러져 있다는 것은 침입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이 주변에. 어쪄면 벌써 사라졌을지도 모르지. 너무 늦게 도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늦었다. 유니콘이 잔뜩 난폭해진 채 눈을 붉히고 있었다. 통상 크기보다 훨배 더 거대해진 채.
큰 소리가 울리는 지하 감옥으로 내려가기 전부터 제인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야 말았다. 하기사 그럴만도 하지. 그 누가 머리 셋 달린 개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그나마 기절해있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는 더 무서워하지 않았다만, 아니. 그보다 대체 여기 뭐 하는 곳이야? 6년간 조용하다가 왜 갑자기 이래? 일이 터져도 기왕이면 나 졸업한 다음에 터져주면 좀 좋아?
" 아 진짜.. 놀래.. ㄹ.. "
미친. 험한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아니, 대체 저게 뭐야. 흑화한 유니콘인가? 너무 놀라면 헛생각밖에 안 난다는 말이 참말인지, 제인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는 딱 거기까지였다.
" ...하. 저거 때문에 벽 다 부숴지겠네. "
아주 학교 건물 가라앉히려고 작정했나? 제인은 손에 들려있던 지팡이를 유니콘에게 겨누었다.
소란이 조금 잦아들었다. 연회장에 남아있던 교수들도 자리를 뜬 모양이다. 그러면 이제 나와도 괜찮지 않을까? 막 그렇게 생각하려던 차에, 서늘한 냉기가 사이카의 전신을 훅 뚫고 지나갔다. 지독한 추위였고, 동시에 며칠 전까지 연회장에서 지겹도록 느껴본 한기였다. 유키마츠 교수. 그가 제게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었을 때도 차가운 기운이 머리에 서렸었다. 그러나 그때의 냉기와는 다르다. 추위가 몰려들고 있다. 이대로면 몸이 얼어 계속 숨어 있을 수도 없게 된다. 그러나 그의 추위를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면 모습을 드러내야만 했다. 팔을 따라 소름이 돋고, 이가 딱딱 부딪힐 무렵까지도 고민을 해봤지만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연회장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면, 자신이 떠날 수밖에 없다. 부디 그가 이쪽을 눈치채지 못하길.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몸을 조용히 움직인다면 들키지 않을 수도 있다. 준비를 마친 사이카는 커튼 뒤에서 몸을 빼냈다.
//얍 요약하면 추우니까 유키쌤한테서 멀어지기임다!!!!!! 유키쌤이 너무 강렬해서 그런지 미셸 교수님이 계신 건 모르고 있답니다.....(절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