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552087>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바톤 터치하는 릴레이 소설 어장 :: 8

랍실노예

2022-07-03 21:56:19 - 2022-07-31 16:40:56

0 랍실노예 (5cDFSEXjtc)

2022-07-03 (내일 월요일) 21:56:19

문자 그대로의 어장입니다.

2 이름 없음 (5cDFSEXjtc)

2022-07-03 (내일 월요일) 22:05:07

6월 28일의 나로부터 6월 29일의 나에게

안녕하세요, 어제의 나.

내가 적어놓은 일기의 페이지를, 생판 남인 것처럼 읽는 다는 것은 참으로 새로운 기분입니다.

이것은 호기심일까요, 아니면 과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일까요.
글쎄, 피범벅이 된 일기장과 눈물자국이 있는 글씨들을 본다면 더더욱 의문은 깊어져 가기만 합니다.

오늘의 나는 딱딱하게 굳은 핏자국이 인상적인 하얀 붕대 투성이로 깨어났습니다. 몸 여기저기는 쑤셔오지만 신기하게도 상처가 난 곳은 몸 어디에도 없어서, 도대체가 이게 대관절 무슨 일인지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입니다.

잘 곳도 없고, 갈 곳도 모르기에,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엄습하여 어제의 나보다 더 먼, 오래된 시간 속에 묻혀있는 내게 답을 듣고자 일기장을 펼쳤습니다만

어제의 나, 이 잔인한 사람.

시커먼 잉크로 일기장의 전 페이지를 모조리 도배해놓았더군요.

덕분에 오늘의 나는 신문지 한장을 덮고, 날벌레들과 함께 잠에 들 판입니다.

내일의 나, 기억하세요. 신문지 한 장만 덮고 자는 삶으로 일기장을 도배하기 싫다면, 이 빌어먹을 잉크자국을 지우는 방법을 찾아주기 바랍니다.

3 이름 없음 (5cDFSEXjtc)

2022-07-03 (내일 월요일) 22:09:01

6월 29일의 나로부터 6월 30일의 나에게

안녕하세요 빌어먹을 과거의 나 여러분들아

당신네들 덕분에 저는 도저히 안녕하질 못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입속에 나방이 들어와있는 이 끔찍한 기분을 당신들이 아나요? 심지어 저녁 내 부슬비가 내린 탓에 축축해져서 피부에 달라붙는 느낌을?

최소한 신문지만 덜렁 덮고 가로등에 누울 게 아니라, 어딘가 그늘진 곳에 들어가서라도 쉬었어야지 이 얼간이 같은 놈들아!

빌어먹을, 나는 '나'를 빼면 모조리 얼간이야. 아마 내일의 나도 똑같이 나를 욕하겠지요.

어제의 내가 건내준 쓸데없이 호기심만 자극하는 힌트 덕분에, 오늘의 나는 이 빌어먹게 축축해진 코트를 입고 도시를 방황하고 있습니다.

감기기운도 있고 이러다 픽 쓰러질 거 같은데, 적당히 길바닥에 자빠져 있다 일어나게 되도 나를 원망하지 마요. 내일의 나.

나는 최선을 다했어.

진심이라고.

4 이름 없음 (5cDFSEXjtc)

2022-07-03 (내일 월요일) 22:10:31

6으ㅏㄹ 30일우 나ㅗ부터 6워ㄹ 31이트ㅡㅡㅡ의 나으[ㅔ게

다 좆까

오늘은 마시ㅣㅣㅣ고 죽으ㅡㅡ을거ㅓ야ㅑ

5 이름 없음 (5cDFSEXjtc)

2022-07-03 (내일 월요일) 22:14:27

6월 31일의 나로부터 6월 32일의 나에게

어제의 나.

숙취에 찌들어 일어난 사람들이 머리가 깨질 것 같다라고 표현하는 걸 아시나요?

안다면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내게 대체 어떤 원한을 가지고 있는 건가요?

기분도 더럽고 머리 위의 3개의 달은 4개로 늘어나서 핑핑 돌고 끔찍하게 축축해진 코트에선 곰팡내랑 술냄새가 쩔어서 끔찍하기 그지없습니다.

아, 물론. 길바닥에서 갑자기 기상해서 기분이 참 나쁘셨겠지요.

그런데, 토사물 속에 자빠져있다가 길바닥에서 일어나는건 더 기분이 더러운 일임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내일의 나, 기억하세요. 술 따위 빌어먹을 음료는 입에도 대지 마요.

그나저나, 몸을 추스른 다음, 웬 고서점을 발견했습니다. 오래된 책도 고쳐준다던데, 한번 가보든 말든 알아서 하세요.

나는 정말로

정말 정말 정말로 최선을 다했어요. 진심이에요.

6 이름 없음 (5cDFSEXjtc)

2022-07-03 (내일 월요일) 22:22:02

6월 32일의 나로부터 6월 33일의 나에게

안녕하세요 어제의 나들

지금까지의 일기장을... 그러니까 6월 29일부터 시작된 이 차마 눈 뜨고 바라보기 힘든 참상들을 모조리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무엇인고 하니, 나는 구제불능의 인간쓰레기가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고요? 일단 들어보세요.

먼저 첫 번째. 이 세상에 6월 32일이란 날짜는 없습니다. 31일로 끝이라구요.

그런데 빌어먹을, 왜 내 머릿속은 한달은 40일이야! 따위를 외치며 머릿속을 아프게 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분명 기억이 이 모양이 되기 전의 나는 제대로 된 교육조차 못 받은 얼간이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대체 왜 아무도 신분증이 없이 도시에서 돌아다니는게 불법이라고 이야기해주지 않은 건가요?

덕분에 나는 유일한 재산이던 곰팡내 나는 토 묻은 코트랑 중절모를 경찰에게 빼앗긴 채 유치창에 들어와 있습니다.

간수한테 일기장이 없으면 안 된다고 울고불며 사정을 하니 일기장을 훑어보더니 세상 딱한 사람 본다는 듯 펜과 일기장을 던져주더군요.

그 미친 부랑자를 본다는 듯한 짠해보인다는 표정이란! 빌어먹을!

딱딱한 돌바닥에선 한기가 올라옵니다. 오늘 밤은 눈물과 함께 밤을 지새우겠지요.

내일의 나, 제발 상식을 가져주세요. 부탁이에요, 제발!

7 이름 없음 (5cDFSEXjtc)

2022-07-03 (내일 월요일) 22:25:15

대충 이런 식으로, 일기 식으로 연재하는 릴레이 소설 어장입니다.
6월 33일의 나로부터 6월 34일의 나에게~ 식으로 연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8 이름 없음 (mSR3b7IWb6)

2022-07-31 (내일 월요일) 16:40:56

6월 33일의 나로부터 7월 4일의 나에게

안녕하세요 어제의 나들.

가만 보니 6월은 30일까지지 않습니까, 이 머릿속의 목소리가 뭐든간에 좀 조용히해주면 좋겠군요.

가만보니 어제의 저는 떠돌다가 여기 차가운 방에 끌려온모양이군요. 그래도 안심을.

오늘의 저는 경찰에게 신원조사를 받았고, 없는 사람임이 드러나자 신분증 제작을 해주겠다고 하니까요.

오오, 상냥한 세계로다. 밖에 나가면 너무 춥고 집도 없지만. 그냥 여기서 살까.

내일의 저는 부디 따스한 곳에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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