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까지 잡히며 뭔가 봤는지 심문을 당했다. 그리고는 선장이 너에게 대뜸 우리들을 하루동안 잠시 감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게 내가 듣고 이해한건데, 맞아?"
네드가 시원스레 감상을 말했다, 여러 부분에서 결여가 되어있었지만 근본적인 부분에선 맞는 말이었다.
"그래, 어제 있었던 갑작스러운 일이었지. 자네들에게 곧대로 말할 여유도 없었어, 나 또한 이해가 안되었으니까. 그 후로는 서로 아무말도 못하면서 자네들이 있는 객실까지 온 후 반강제적으로 창고에서 하루를 보낸 것 아닌가, 우리 모두."
"하, 알면 알수록 모르겠네, 그 네모라는 작자. 아니 그건 그렇고 왜 대뜸 멱살부터 잡고 본거래? 그래도 평소에는 냉정한 인간이라 생각했는데."
"첫 만남때부터 콩세유의 콩세유만의 말투를 가지고 콩세유의 멱살부터 잡았던 네가 할말은 아니라고 생각해, 네드."
"너는 그 말투 때문이라도 당연한거야, 콩세유. ...교수, 그래서 뭔가 보였어? 너도 일단 그녀석들이 보던 데를 따라서 본거잖아."
"아니, 아무것도 안 보였다네. 서재에서 책을 읽다가 갑판에서 나온게 심야였으니 더욱 안보였지."
선원들과 네모 선장 너머의 수평선의 풍경은 역시나 멀고,어둡고,흐릿했기에 나 자신또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었다. 그렇기에 네모 선장의 물음에 나는 아무것도 못 보았다고 진실로 말했던 것이고.
"괜찮으시다면 콩세유가 지금 질문을 교수님께 드려도 될런지요."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지금 저희는 어디로 가는겁니까? 창고에서 일어나보니 문이 열려있어서 노틸러스 호의 복도를 거닐고는 있습니다만..."
"노틸러스 호의 가장 앞쪽의, 조타실로 가고 있다네. 자네들도 슬슬 느끼고 있지 않나? 「선내의 선원들을 본적이 없어.」 방금 일어나서 복도를 지나가고 있다만 평소라면 한 두명쯤은 보였어야 정상일테지."
"오오...그럼 탈출의 기회 아니야? 곧바로 갑판의 보트를 타서 이 지긋지긋한 배를 뜨자고!"
"네드, 노틸러스 호는 지금 잠항중이라네. 창들은 왠지 모르게 죄다 철판으로 가려져 있지만...아니, 내 탓인가. ...그러고보면 여기에 왔을 때부터 자네는 계속 탈출을 말하는데, 그렇게까지 이곳이 싫은건가?"
"뭐? 그러는 너는 이런 포로 신세, 그리고 그런 상황까지 겪었으면서 이 배에 더 있고싶어? ―아니다. 넌 원래 그런 별종이었지."
나를 매우 한탄스럽게 보는 네드의 시선이었으나 이해가 안 가는것은 아니였다. 노틸러스에 있는지 거의 반년이 다 되어간다. 미지와 경이에 따르며 어느 정도의 불협화음은 감수할 자신이 있는 나와는 다르게 네드 랜드, 그에게는 육지가 그리울만도 하겠지.
그리고...포로라는 것도 그다지 틀린말은 아니었기에 마땅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는 없었다.
"콩세유에게는 교수님이 어떠한 사람이어도 그 시중을 들 각오가 있습니다."
"별종이란 것에는 부정을 안하는건가 콩세유... 아,저기 보이는군. 조타실의 문이야."
나는 앞서서 조타실의 작은 문을 열었다. 조타실은 거의 대부분이 바깥이 보이도록 창으로 메워져 있어서 내부가 바다의 색을 머금은 그대로 청색의 빛을 보였...어야 했지만. 지금의 조타실은 흐린 회색으로 채워져 있었다, 바다의 색 또한 잿빛이었기에.
"이건..."
"아, 드디어 왔나 교수. ...나머지 둘은 오지 않았어도 좋았다만. 작살잡이, 조수, 그리고 친애하는 아로낙스 교수. 모두 이리로 오도록."
시선을 눈앞의 계단을 타며 점차 올라가다 보면, 노틸러스 호의 타륜과 신비한 잿빛 바다를 등진 네모 선장이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낮잡아보는 저 시선, 몇번이나 봐도 기분 나빠."
"교수님께서 저런 시선으로 콩세유를 보신다 해도 콩세유는 충성을 다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대로의 짤달막한 감상들을 뒤로하고, 나는 계단을 올라가서 선장을 응시하여 보았다.
"변함없는 선명한 눈빛이로군? 참으로 다행이라 할 수 있겠어. 어제 일은 나도 나름대로 신경쓰고 있었으니까 말일세. 이 항해의 길동무이자 내가 존경을 표하는 그대이니까."
선장은 군모를 잡고 눈을 가리며 웃음을 짓고는 그리 말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신경쓰이는게 있었다, 어제 나를 잡으면서도 내 너머의 무언가를 향해 시선을 던지던 선장과 같이. 나는 선장 너머에 있는 그 풍경에 계속 시선을 던진 것이다.
"저 바다는? 흰색이라기에는 조금 탁한데...갯녹음의 일부? 아니,그렇다기에는 너무..."
"아, 이곳은 「산호초가 핀 회색 호」―아니, 말해도 모를테지. 일단 가까이 가보세나."
나는 곧바로 가장 큰 전면 유리로 그 바다를 목도했다. 그야말로 잿빛 바다였지만, 그 중에서도 하얀색의 산호들이 눈 앞의 풍경을 채우고 있었다. 채우고 있다기보다는, 아래에서 위로 뻗어나간다는 표현이 알맞을까.
"신기하지 않나? 이곳의 산호들은 마치 나무처럼 높게 뻗어나가 수면까지 이르거 있어. 수면에서는 짧고 단단히 여러 갈래로 퍼져나가 항해를 어렵게 하지만 수중에서는 가느다란 줄기같이 되어있을 뿐이지."
"수면에서 여러갈래로 퍼져나간다? 그런 성질의 산호는 들어본적 없다만? 게다가 이렇게 길게 뻗어나간다면 정말로 나무라고 해석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이건 어찌된 거지? 그것보다...이 바다는 정확히 5대양중에서라 하면 어디가 되는건가?"
내가 되돌아 생각해보아도 과히 흥분하였다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나 눈앞의 이 기묘하지 경이로운 풍경은 내게 자극을 주기에는 충분하였던 것이다.
"흠, 원리를 설명하라 하면 나 또한 설명하지 못하겠군. 내가 처음 이곳을 보았을 때부터 이곳은 이런 곳이었으니까. 하지만 말일세 교수, 바야흐로 물 있는 곳에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미지가 가득하다네. ...그래, 시선을 아래로 내려보게나."
나는 그 말에 곧바로 아래로 눈을 돌렸다. 그리하여 보면, 하얀색의 산호초들 가운데 붉은색의 산호초들이 바닥을 이룬 곳이 있었다. 그곳의 바닥중에는 땅 한곳이 직사각형의 규격으로 파여져 있었는데, 이윽고 그 주위에 노틸러스 호의 잠수복을 입은 몇명의 인영이 보였다. 분명 선원들이었다.
그들은 이윽고 관을 하나 가져오더니 그것을 파여져 있던 바닥에 그대로 넣고 있었다―
"오늘, 새벽 즈음에 선원이 한명 죽었다네."
―나는 순간 빠르게 네모 선장을 돌아보았다. 어느샌가 선장은 내 옆에서 슬픔담긴 시선으로 아래를 보고있었다. 네드와 콩세유도 지금은 다같이 침묵을 유지하며 선장의 말을 들어보려했다.
"단순한 사고였어. 노틸러스 호가 가속하며 나아가다 부딫힌 충격에 레버가 부러지며, 그 선원의 머리를 짓이긴거야.
저 관 보이나? 곧 선원들이 산호층으로 저 위를 덮는 작업을 할거라네. 그래, 저기의 붉은 산호층들은 모두 노틸러스 호에서 생을 마친 선원들의 자리일세.
이곳의 법칙과도 상충하지 않아 안전하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평화로우며, 평화로워야 할 장소. 우리 노틸러스 호만의 무덤인 셈이지."
나는 잠시 애도를 표하였으나, 곧 의문을 느꼈다. 가속하면서 무엇에 부딫힌 것이란 말인가? 나는 곧바로 그것을 물어보았다.
"암초, 라고 하면 믿어주겠나? 그러지 않을테지, 자네라면. 하지만 나는 말하지 않을걸세, 이 배에 탄 이상 언젠간 자네도 알게 되겠지만...우리들이 다가설 경이또한 많으니."
결국은 답을 말해주지는 않았다, 네모 선장은 그리 짖궂은 말만을 읊으며 이내 수면을 향해 시선을 올렸다.
"자네는 이 노틸러스가 건조된 목적을 알고있나? 해저 여행? 육지로의 도피? 부나 명예의 축적? 연구를 위해? 자네들이 생각하는 것은 대략 그정도겠지, 어느 정도의 생각을 가지는지는 대략 알것도 같아. 그래, 자네들은 그 정도에 머물러주기만 하면 될 뿐이라네. 결국 자네들은 이해 못할테니까."
이윽고 선장의 시선에 무언가의 강렬한 감정이 재빠르게 점멸했다. 어제와도 같은 그 감정, 그걸 나는 알것도 같았다. 강렬한 증오, 네모 선장은 수면을 향해 그 시선을 찔러댄 것이었다. 그것을 가지고 내가 무어라 말하려던 찰나, 선장은 그것을 막고 시선을 내게 향해오며 말했다.
"그럼, 재출항까지는 시간이 조금 있다네 교수. 다음 항해에 대해 한번 이야기나누며 시간을 보내도록 하지. 아, 자네들 두명은 우선 로비로 가보게나, 식사가 차려져 있을테니."
네드는 식사라는 말에 곧바로 콩세유를 데리고 뛰쳐나갔다. 어지간히도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배고팠나보지.
나는 네모 선장의 눈을 다시 한번 보았다, 평소대로의 냉정함과 현명함이 깃든 고결한 눈이었다. 저 선원의 죽음에 대해서 분명 의문점은 많았으나, 결국은 네모 선장이 그것에 대해 말해주지 않으면 영원토록 알 수 없는 문제.
추후에 네모 선장이 내게 그 답을 알려주기를 기대하며, 나는 곧장 네모 선장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