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세유는 눈앞의 벽면을 가득 매운 거대한 수조 안의 한 물고기를 손가락으로 가리켜 그리 물어봅니다.
"아로와나, 골설어네. 귀한 취급 받는 물고기지만 튼실해서 먹기에도 좋지."
"조기어강 골설어목 골설어과 골설어속...확인했어, 그럼 저건?"
콩세유는 또다시 눈에 띄는 물고기 한마리를 가리키며 물어봅니다.
"체리바브. 관상어라 하는데 나는 그쪽엔 관심 없어, 화려할 뿐이지 먹기도 어렵고."
"조기어강 잉어목 잉어과 푼티우스속......"
결국은 수조 안의 물고기를 전부 알 때까지 그런 내용으로 말이 이어져갔습니다. 그리고, 콩세유는 마침내 지금껏 무언가 고민하듯이 계시던 자랑스러운 교수님에게 다가가서 말을 건내어 보았습니다.
"...교수님, 지금까지 정확히 50종류 되는 물고기들을 주제로 말해왔으나 교수님이 끝까지 끼어 주시지 않은것에 콩세유는 불만입니다. 또한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상황'. 그것이 본론이죠. 몇 시간 전, 교수님은 언제나처럼 노틸러스 호의 서재에 갈 것이라 말하셨고. 그리고 조금의 시간을 네드와 같이 보내니, 갑작스레 노틸러스 호의 선장 네모가 교수님을 데리고 와 우리들에게 말한 것입니다.
'전원, 오늘 밤은 노틸러스 호 로비의 창고에서 보내도록. 이유는 묻지 않아주리라 기대하지, 물어도 대답할 생각 없으니 헛짓거리하지 말고. ...갑작스러운 것은 알고있지만, 우선은 따라준다면 좋겠네.'
콩세유는 선장과 교수님을 차례대로 보며 그 얼굴에 보이는 감정을 읽어내려 애썼습니다. 선장은 평소와는 달리 무언가 신경질적인 분위기가 감돌았으며, 교수님은 말없이 그저 바닥으로 시선을 향한채 조용히 계시더군요. 아무튼, 그 갑작스러운 명령에 네드는 언제나처럼 욕지거리를 해대었지만 별 수 있을리가요.
애초부터 우리에겐 선택권은 없었으리라 생각되었습니다만, 이내 교수님 스스로가 그 명령에 끄덕거려 수락을 하였으니. 네드와 콩세유는 그것에 특히나 당황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리하여 지금, 저희는 노틸러스 호의 로비의 창고에 있습니다. 문은 바깥에서 잠겨져 있었기에 사실상 밀실 감금에 가까웠죠, 콩세유는 이 상황에 대해 교수님께 마음을 담아 물어봅니다.
"네모 선장과 같이 계셨던 것으로부터 추측해본다면 현재 네모 선장이 어째서 저런 명령을 저희들에게 내린 것인지를 알고 계시리라 콩세유는 생각했고, 그렇기에 교수님께 질문 드립니다.
네모 선장의 명령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단순히 눈에 보이는 대로만 생각해도, 추측할 단서는 보였습니다. 들어올 때부터 눈에 보였던 딱 우리 3명을 위하여 배치한게 눈에 보이는 3개의 침낭들부터, 이 노틸러스 호에는 바닷속 풍경을 뇌리에 새기기라도 하려는 듯 창이 매우 많았지만, 이 창고에는 없었던 것. 그 외에도 이것저것 있으나, 콩세유는 잠시 머리 회전을 멈추고 교수님의 대답에 경청하려 합니다.
"나는...나도, 모르겠군. 상황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저 명령에 대해 확실하게 무어라 할 수 있는건 없어, 전혀. 그래, 어느것이든 지레짐작에 불과할테지."
순간 네드가 또 무어라 말하려 앞에 나서는 듯 했으나 콩세유는 손을 뻗어 제지했습니다. 교수님은 언제나 스스로의 생각과 추측에 확신을 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셨으니까요, 이전의 일각고래 설 또한 본인이 주장하셨으면서도 틀리면 지탄을 받으리라며 서재에서 한동안을 고심하며 보내실 정도로. 지금에 와서는 그 일각고래가 이 노틸러스 호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이게 중요한 것은 아니죠.
콩세유는 눈을 크게 떠보면서 교수님의 존안을 살펴보았습니다.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것을 본 것입니다.
교수님의 옷매무새는 흐트러져 있었습니다. 그것까지는 넘길 수 있어도 목 근처의 옷에 보이는 선명한 주름이 눈에 띄었죠. 그 이외에도 원래 반듯했던 모자 챙이 구부러져 있다거나하는, 소소한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무리 저라도 곧바로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였으나,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네모 선장과 같이 왔을때부터 저런 상태였습니다.
...교수님께서 무언가 네모 선장과 다툴 일이 있거나 했던걸까요? 콩세유는 막연한 추측을 품으나 확실한 답을 찾아내지는 못했습니다. 교수님의 성격이 콩세유에게 물들어 오기라도 한것일까요, 그런것이라면 나쁘지는 않겠습니다만...
"교수님."
지금 콩세유는 여러 생각들을 정리하진 못하였으나 그런 생각 없이 순수하게 든 생각을 내어봅니다.
"생각이 복잡하시다면, 우선 휴식을 취하시는 것을 콩세유는 권장합니다. 네모 선장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고 무엇을 말하였는지는 저로써도 모르겠습니다만...적어도 현재 교수님의 상태가 안 좋다고 느꼈기에. 어떤 문제든 내일가서 생각하고 추론하여 답을 내어도 늦지는 않을 것이라 조언을 하여봤습니다."
콩세유는 스스로 그리 말하였음에도 왜 그렇게 말을 하였는지 납득이 안 갔습니다. 방금 막 머릿속을 스쳐간 해석만 하여도 네모 선장은 바깥, 그러니까 바다의 풍경을 보이지 않도록 그 많은 방 중에서도 바깥을 볼 수 없는 창고에 우리들을 이동시켰다는 가설부터, 교수님에게 네모 선장이 무엇을 한것인지에 대한 직설적인 질문 등등.
...그러한 여러가지 이성적이고 진보적인 문답을 이끌 말들을 저버리고 판단의 보류를 말하다니. 콩세유는 스스로를 나무라며 눈을 감았으나, 이윽고 교수님의 말이 들려왔습니다.
"...그런가, 지금 생각해봐야 별 수 없는 일이지. 나로써도 하고 싶은 말들이 많지만 정리가 되지 않는 상황이니. 내일까지 생각을 정리하여 말해봐야겠어, '아까 전에 겪은 것'이 너무나도 갑작스러웠지만 단편적으로만 보면 그렇지도 않으니까...덕분에 조금은 편안해졌나. 언제나 고맙네, 콩세유.
콩세유는 교수님의 존안을 다시 한번 눈에 담아봅니다. 그나마 방금 전의 혼란과 두려움이 눈에 보이는 그런 모습이 희미해져서 다시 친근한 분위기의 교수님으로 돌아온 듯 했습니다.
스스로의 말이 효과가 있음에 확신을 가지지 않았던 콩세유로써는 교수님의 감사에놀랐습니다만, 제 말이 교수님께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이야기는 다 끝났냐?"
뒤를 돌아보면, 네드는 침낭을 다 열고 누울 준비를 하였습니다. 아마도 콩세유와 교수님과의 대화에 피곤함을 느낀 것이겠죠, 참으로 그 답습니다.
이내 콩세유를 포함한 셋은 각자 침낭에 들어가 누웠습니다. 창고란 매우 어두웠고, 불빛이라 해도 수조에서 나오는 바닷속같은 푸른 빛이 전부였지요. 오히려 수면을 취하기 좋은 분위기가 되어서 둘 모두 금방 잠에 들더군요.
저 또한 점차 잠의 수렁에 빠져갔습니다. 점차 아까전의 교수님의 감사를 몇번이나 머릿속에서 돌려보며 되새김질을 하며 눈꺼풀이 완전히 닫혀갔을 때 쯤, 콩세유는 무언가 미세한 진동과 충돌음을 느꼈습니다.
벽에 기대듯이 누웠기에 그런 것이리라 생각했지만,참으로 묘했습니다. 마치 무언가가 충돌하기라도 한 듯한 그런 느낌이었죠. 암초에라도 부딪힌건가 싶으면 곧 적막이 계속해서 공간을 메웠습니다.
교수님은 실크햇을 머리맡에 둔 채로, 네드는 어떻게든 작살을 침낭 안에 끼워넣은 채로 각각 평온하게 자고 있고, 계시더군요. 그렇기에 콩세유또한 대수롭게 생각치 않으며, 내일의 교수님을 기대하며 눈을 감은 것입니다.
...교수님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겪으셨는지는 모르나 저는 알고싶습니다. 그리고 같이 이해를 나눌 수 없다 해도 저는 그 발자취를 따라 이어 밟아보고싶은 마음이며, 지금 또한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교수님이 이 배를 좋아하시고, 이곳의 선장을 따라가겠다 한다해도 콩세유는 그 누구도 아닌 교수님을 위할 것입니다. 그것은 콩세유의 결의이자 충성이며, 존경이자 각오이므로.
갑자기 피쿼드호의 NPC들이 선원(PC)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계도를 알고싶어진 PL. 세대별로 나누자면 비교적 경력이 긴 트위치나, 노엘, 덴지같은 멤버라던가. 연재 초창기 시점 멤버인 즌코, 디에고, 토키오미, 제프, 라이네스, 노이, 카림, 페트루스, 아야노, 세탄타나 중간에 합류한 라일리, 메리, 키사키, 솦모, 이지스, 히카루, 엠포, 라서애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