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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가운 햇살을 맞으며 눈을 뜬다. 지금 시각은 해가 뜬 직후. 아직 역천의 활동 시간은 아니다. 오늘은 어떤 변수를 생각해야하는지 더 떠올려본다. 아직 겨울은 아니니까 안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다. 모든게 시작되는 초봄 또한 여러 밤을 거쳐 끝났다. 두려운 '왜곡'의 계절은 아직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물건 중 재화라고 할만한 물건은 없고, 인연이 쌓인 물건은 모두 불태워 버렸다. '분해자'의 활동을 막기 위해 음식들은 모두 방부 처리를 끝냈으니까, 당장 대체 개념에 의해 의미불명으로 죽을 일은 없다. 이 모든걸 확인한 뒤, 그 잠깐의 활동에 지쳐 살짝 자리에 앉는다. 불편하다. 분명 앉아있을텐데 선 것과 비슷한 고통. 안식의 개념을 채울 개념이 생기면 가장 먼저 보충해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그리고 어느 사이 해가 조금 더 움직인 시간이 다가왔다. 어둠이 가리고 있던 무너진 도시가 드러나고, 햇빛을 받은 두 사람이 눈을 떴다.
"후우...잘 잤다. 그래서 다음 목적지는?"
"......리더는 오늘도 먼저 일어나 있었던건가?"
둘 다 쌀쌀맞은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어느 순간부터 익숙해진 시선이다. 나는 그 두 시선에 고개를 끄덕이며, 저 앞에 보이는 마천루를 가리켰다.
"오늘 목표는 저 마천루. 저 정도 마천루면 생존자 집단도 몇 그룹 정도는 오갔을테고, 보급품이 없더라도 주변에 안전장소가 없는지 확인은 할 수 있을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무기와 옷을 제대로 챙겨 입는다. 오늘은 역천이든 인간이든 조우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군데군데 구멍난 아스팔트 길을 걷는다. 부서진 거리에는 길과, 한때 사람이 살았을 건물들과 유골, 그리고 기계의 잔해만 있을 뿐이다. 잡담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내지도 않았다. 거북한 침묵만이 세 사람을 감싸고, 발소리만이 그들의 흔적을 1초나마 세상에 남겼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마천루의 입구가 보이는 위치까지 전진하고 난 뒤, 나는 둘에게 신호를 보냈다.
――역천이다.
마천루와 건물들 사이, 다섯 개체 정도 되어 보이는 역천 무리가 이쪽 길로 오는 것이 보였다. 손짓한다. 일단 골목길로 들어가서 상황을 지켜봐야한다. 현재 우리의 사기로는 역천에 대응하기 어렵다. 보통 생존자 집단에는 역천에 대응하기 위한 [권능대항병기]를 준비하지만, 충전 도중 앞과 뒤를 맡길 동료가 필요한데, 지금 사기로는 둘 다 날 버리고 도망가지나 않으면 다행이니까. 선택지는 없었다. 골목길이었을 좁은 통로에 들어가 벽에 밀착한다. 기다린다. 끝없는 기다림이 끝나면, 인간형이 아닌 역천에게 들려오는 기계숨소리. 쉬익하는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구획이 재개발구획으로 지정되었다고 들었는데, 이거 일단 모두 파괴해야하는거 아냐?"
"대적의 힘을 쓸 수 있는 애들 데려다가 대규모 공사 진행한다더라. 우리는 그 과정에서 변수만 제거하고 떠나면 돼"
재개발인가. 이 주변에 있었던 도시가 역천의 도시로 재가공된걸까. 역천끼리 싸우는 도중이었다거나 그 지진 이후 혼란상으로 잠시 지나가는 길이었다면 좋았을텐데. 혀를 살짝 찬다. 역천들은 듣지 못한 듯 서로 수다를 떨며 지나간다. 아마 하루에서 이틀 정도 뒤면, 이 도시도 수백년 전의 모습을 완전히 잃게 되겠지.
역천들이 모두 지나가고, 그 기척마저 '신호기'에 잡히지 않는 걸 확인하고 손짓한다. 그러자 일행 중 남자쪽이 한숨을 쉬며 말을 걸어왔다.
"여기 티엔 한 년 그냥 보내버리지? 내일 당장 여기 날라갈지도 모른다는데 빠르게 점검하고 떠야하지 않겠어?"
"존. 웨이는 우리 집단원이야. 그리고 지금 우리 물자는 3인에 맞춰져 있어. 함께 빠져나가는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야."
"하아...그냥 나가서 잠깐 돌아다니다보면 보이는게 죽어가는 티엔인데, 뭘 그리 사람처럼 다루는지."
존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잠깐 내려놓았던 짐을 모두 챙긴다. 힐끔. 웨이를 보았다.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 집단을 재정비해야할까. 눈앞이 캄캄한 걸 느끼며, 나도 물건을 모두 챙겨 골목을 빠져나왔다. 역천이 지나간 자리에 아스팔트는 모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아마, 기록이나 존재의 힘을 쓰는 역천이 있었던걸까. 아까 전 움직일 때보다는 더 빠르게 마천루를 향한다. 안전한 루트를 확인한 후, 곧바로 도시를 떠난다. 전리품도 중요하지만,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동쪽. '티엔' 지역은 가장 큰 크기를 지닌 만큼 수많은 문화가 존재하고, 이 중 가장 큰 반경은 통일국가가 생겼다가 멸망했다가를 반복하는 등, 안정화 이후에는 내부 갈등이 주였던 쿠리어, 땅이 목적이었기에 땅이 필요없을 경우 말로 해결하는 경우도 잦았던 레닝튼에 비해 그 전쟁의 빈도와 정도가 심각했다. 다만 인구 자체는 가장 월등했기에, 수많은 발명의 프로토타입은 티엔 지역에서 나오고는 했다. 하지만, 이런 발명품은 보통 인구가 넘쳐나는 티엔 지역에서 활용하기에는 수지가 맞지 않아, 다른 지역에 넘어가 그들의 혁신적인 연구 이후 티엔에 돌아오는 경우가 잦았다. 이들은 제국 시대 이전까지 대륙의 질서를 지배했다. 이들 국가 중 하나와만 무역이 시작되어도 타 지역은 사회경제적 안정을 얻을 수 있었고, 그들에게 쓸모 없는 프로토타입 기술을 헐값에 이전받아 다른 국가보다 우위에 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제국 시대에 접어들자, 레닝튼의 제국들은 쿠리어는 존중하나, 거대한 시장이자 자원의 보고인 티엔은 가만히 두지 않았다. 많은 국가가 레닝튼 국가의 식민지가 되거나, 살기 위해 제국에 가담하며 이 시대에는 아수라장이 되었고, 대멸망 직전까지도 그 상흔은 남아, 대부분 국가가 독재나 계엄령으로 인해 반쪽 국가인 등, 가장 혼란이 짙게 남아있었다. 이들은 인구가 많았기에 생존자 집단 중에서도 티엔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하게 되었다. 다만 그렇기에 티엔 출신자는 '싸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이 인식은 생존자 집단에 잘 낄 수 있다는 장점을 주었지만, 반대로 위험한 일도 대부분 티엔에게 돌아가는 단점을 낳아, 지금까지도 수많은 티엔 출신 생존자들의 목은 날아가고 있다.
마천루에 도달하자마자 전선이 있을 법한 곳을 약간 부숴 안을 확인한다. 예상대로 많은 집단이 오갔었는지, 문명으로 인한 손상은 거의 수복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이 정도라면 '전력 공급기'를 사용하면 엘리베이터를 두 번 이용하는데 무리는 없을 터. 빠르게 파악을 마친 뒤, 엘리베이터가 어떤 형태로 움직이는 구조인지 곧바로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 확인해본다. 다행히도, 임시 공급을 통해 작동할 경우 곧바로 반응이 돌아오는 타입이다. 확인 직후, 나는 밖에 멀뚱멀뚱 서 있던 웨이에게 명령했다.
"웨이! 전력 공급기를 네 근처에 있는 두꺼비집에 연결! 불이 들어오는 순간 최상층 버튼 누를테니까 바로 들어와!"
"......네"
웨이는 답한 직후 두꺼비집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 사이에는, 1층 확인을 끝낸 듯 존이 다가와 보고했다.
"1층은 해골밖에 없었다. 쓸만한 건 죄다 털어버린거 같은데?"
"어차피 나흘 정도 버틸 물자는 있어. 지금은 탈출에 집중해."
"한 명 빠지면 여드레 분량인데 말이지."
비꼬듯 그렇게 말하며 존은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왔다. 곧, 엘리베이터의 불이 켜지며, 웨이가 빠르게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이 마천루의 맨 윗층을 누르며, 나갈 길이 있기만을 기도했다.
띵동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열리는 것과 동시에 세 명 모두 밖으로 나와 주변을 살펴본다. 나는 태양의 반대편, 존은 태양 방향, 웨이는 나머지 두 방향. 자연스레 결정된 포지션에 맞춰 도시의 숲속에 안전한 장소가 있는지 샅샅이 뒤져본다. 역천이 깔려 있다. 도시 곳곳에 돌아다니는 역천들이 보였다.
"어제 만났던 생존자들. 죽었구만"
반대편에서 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개념 대체의 일부 실패로 총기 사용 정도가 한계였던 그 그룹이었던가. 다섯이서 사이가 좋아보여서 부러웠었는데, 죽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해졌다.
"...어떻게 죽었어."
"자다가 뒈진 모양. 갈기갈기 찢겨있긴 한데, 가장 온전한 시체가 거의 일자로 누워있었다."
"그런가..."
그러고보면 재개발구획으로 지정되었다는건 이 도시의 사전관리를 위해 역천들이 순찰을 나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방비한 상태의 생존자 집단은, 순찰을 도는 단 한 개체의 역천만으로도 절명한다. 도시가 너무 오래 버려져 있었기에 방심하고 만 두 그룹은, 한 그룹은 살고, 한 그룹은 해체당하는 것으로 끝나버렸다. 그런 이야기였을 뿐이었다.
"...이쪽...역천 없어보여"
"응? 정말?"
어느 사이 둘러보던 장소에서 반대편으로 간 웨이가 그렇게 말하며 어느 한 지점을 가리켰다. 과거, 고속도로라 불렸던 커다란 도로로 향하는 길이다. 그리고, 아주 깔끔한 것을 볼 때 역천들이 온 근원지다.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전력 공급기 설치한다! 둘 다 들어가! 태양 기준 오른쪽! 태양 기준 오른쪽 길이다! 역천이 더 넘어오기 전에 서둘러서 이 도시에서 빠져나간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전력 공급기에 EMPTY 글자가 뜨자마자 뽑아 던지고 엘리베이터에 뛰어든다. 1층을 누르고 내려가면서 지도를 펼쳐든다.
"나가자마자 태양 확인하고 오른쪽으로 바로 달려. 이 방향에 있는 역천은 총 두 개체. 두 개체 모두 뭉쳐 있으며 오른쪽 길의 왼쪽에 있으니 최대한 우편향으로 이동할 것. 존재의 힘 응용으로 큰길은 스캔당할 우려가 있으니까 골목길 위주로 이동한다. 이의는?"
"없어. 나도 일단 살아야지."
"...없어"
둘 다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문이 열리고, 우리 셋 다 밖으로 뛰쳐나갔다. 태양을 본다. 태양이 빌딩들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그림자의 방향을 본다. 태양의 역방향을 확인 후, 그 방향에서 왼쪽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두 사람 모두 나를 따라 달려간다. 중간에 나는 권능대항병기를 꺼내 천천히 차징한다. 임시방편으로 하는 충전이지만, 한 번 정도는 목숨을 구해주리라. 달리고, 또 달린다. 도시 곳곳에서 생존자 였던 것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역시 도시가 큰 만큼 생존자 집단도 많이 모여있었던 걸까. 그리고 곧 큰 길이 나왔다. 지도에 의하면 이제 곧 표지판이라는 것이 보일만한 장소. 찾자마자 그 방향으로 셋 다 달려나갔다.
"그래도 놈들. 정리에 한눈 팔려서 이쪽은 보지도 않는 모양인데? 젠장. 뒈지는 줄 알았는데"
"잡담할 여유가 있나? 아직 도시 안이니까 한눈팔면..."
찰나의 순간, 나는 눈을 보았다. 붉게 물든 기계의 눈을, 존의 머리 너머 골목길에 있는 눈을 보았다. 들켰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존이 고개를 숙이자마자 절단기가 날아온다. 나도 어떻게든 고개를 숙인 뒤, 권능대항병기의 배터리를 확인했다. 대기 중 개념의 20% 정도. 상대방이 어떤 권능을 쓰는지 안다면 한 번 무력화 가능. 모른다면 아직 무리인 정도. 혀를 찬다. 차라리 맨 처음 고민했던 때부터 충전을 시작했다면 지금쯤 충분한 양이 모였을텐데, 당장은 역천이 많이 없으리라는 예상에 너무 풀어져 있었다.
"세실! 충전된거 아냐? 쏘라고 이 년아!"
"패닉에 빠지지 마! 역천의 권능을 확인 후 쏘지 않으면 폭주의 위험이 있다!"
"...사...살고 싶어...사...살려줘..."
웨이가 떠는 것이 보인다. 존의 얼굴에 두려움이 보인다. 선대의 사망 이후 집단이 제대로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성이 둘, 남성이 하나인 걸 이용해서 '사랑'을 키워드로 맞추거나, 서로를 완전히 이해타산적 관계로만 보는 '계약'을 키워드로 맞추거나... 방향성을 정할 기회는 많았을텐데, 내가 우유부단해서, 사회는 이루지 못하더라도 인간적인 삶을 살고 싶었기에 일어난 결과였다. 이를 악물고, 22% 충전된 권능대항병기를 역천에게 들이민다. 그러자 붉은 눈이 핑크빛으로 변하며, 역천이 말을 걸어왔다.
"그거 완전히 충전된 것도 아니잖아. 그럴 일은 없다 생각하지만, 그걸로 협박할 생각인가?"
"나는 살고 싶을 뿐이다. 어떻게든, 더 오래!"
"우리는 영혼이 없으니까 죽는게 꺼림칙하다 쳐도, 인류는 영혼이 있으니 죽어도 다른 삶으로 환생하면 될 일 아닌가? 집착하지 않아도 될텐데"
"시끄러워."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다. 말하는 것을 듣고, 답하며 역천의 모습을 살펴본다. 어떤 힘을 쓰는지는 역천이 어떤 기계장치로 자신의 몸을 치장하였는지로 예측 자체는 가능하다. 대부분은 이미 알려져 있기 때문에, 역천도 이에 대응해서 자신의 능력과 상관없는 치장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게 문제지만. 이를 악문다. 그리고 말투와 치장에서 유추한 이 역천의 권능은――――
과부하와 함께 권능대항병기의 시동이 꺼진다. 대항병기로 사념한 것은 '풍화'. 오염되지 않은 개념 중에서는 꽤나 쓸만한 개념. 20퍼대밖에 되지 않아 그 영향은 역천에게밖에 적용되지 않았지만...아무래도 맞았던 모양이었다.
"말이 너무 많았나보군. 아니아니, 완전히 들킨건 아닌가? 풍화가 먹히는 권능이라는 것만이 내가 알 수 있는 사실이니"
"......기록. 맞지? 길에 있는 풍화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동원된 역천."
"거기까지 맞췄나. 아무튼, 제대로 맞아서 지금은 움직이기 힘들다. 너희의 위치를 보낼 수 있었다면 괜찮았을텐데. 쯧"
"자만한 결과다. 받아들여. 자, 다들 다시 출발한다!"
권능대항병기를 최소화시켜 가방에 넣고, 떨고 있는 웨이에게 외투를 벗어주고, 존에게 눈짓한다. 어서 가지 않으면 한 개체가 권능대항병기에 당했다는 정보가 '하이브 마인드'를 통해 전달될테고, 그러면 목숨을 잃는 건 기정사실이 되겠지.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계속, 끊임없이 뛰어야만 한다. 존은 내 눈짓에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웨이도 우리 둘의 발을 따라 뛰기 시작했다. 도시의 중심이 점점 멀어져간다. 점점, 역천의 모습이 희미해진다.
"오래 가지는 못할거다. 너희의 파티."
기록전파라는 이름의 텔레파시를 통해 전달되는 의사를 무시하며, 달려간다. 레닝튼 지역 중 과거 '프로즈니 제국'이라 불렸던 국가가 있었던 지역. 그곳에서 나. 세실의 일행은, 오늘도 살아남았다. 언제까지 살아남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살아남았다는 것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