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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잠에 들지 못한지 벌써 8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후임들 대부분은 뻗어서 잠들거나, 광기가 심해져서 미친듯이 일하거나의 일택. 물론 나는 광기가 큰 편도 아니고, 당장 가장 윗사람이니까, 한 숨도 자지 못하고 그저 미친듯이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후우...이번 주 실종자 명단 확인 완료..."
머리가 지끈거린다. 오늘만 해도 커피를 몇 잔을 마셨더라? 쉬기에는 이미 이 도시 사실상 최고 권력자님에게 찍힌지라, 밉보이면 순식간에 골로 갈게 분명하고. 한동안 아무 일도 없다가 갑자기 남구에 이런 일이 일어난게 원망스러울 뿐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오늘 봐야했을 정리된 서류들을 모두 치웠다.
이번 괴이에 대해서는 저번 괴이 건도 있어서 맡은 이후부터 경찰서 강력팀 전체가 달려들었다. 한 번이라도 유능함을 보여야만 저번 괴이 때 우리들이 벌였던 일종의 '항명'의 형량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데, 이 괴이. 아무리 봐도 바깥에서 어떻게 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조건은 일부 밝혀냈단 말이지? 그런데..."
아직 업무 상황이라 인식하지 않은 것인지, 불안증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지금 자신의 머리는 최고조라 할 수 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이의 진원지...는 도대체 어디지?"
리자 에스텔라에 대해서 조사할 수 있을만큼은 조사했다. 결과적으로 저번 괴이에서 실종되었다 하루도 안되어 돌아왔던 히라가 사이토와 동거중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편, 그녀에게는 운영중인 고물상과 뒷세계라 부르는 도시의 무법자들과의 커넥션이 있다는 부분이 걸렸다. 그래서 그쪽을 파고들고자 했으나, 그들의 신중함과 '시인'이라 불리는 무법자의 인멸로 인해 어제까지도 허탕을 쳤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역시 동거중이라는 그 집인데..."
희망빌딩. 안에 있던 사람의 대략 90% 이상이 죽었다는 사건의 배경.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한 번 찾아가봐야할까.
잠깐 전화가 끊긴다. 믹스커피를 홀짝. 한 모금 머금으면서 기다린다. 그 사도 성격상, 1분 이내로는 답이 나올 것이다. 답이 나온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허가라면 가고, 불가라면 다른 방향으로 수사하면 될 일이다. 자신이 해야할 일을 확실히 정리한 뒤, 시계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57, 58, 59, 60
띠리링-하는 전화벨. 곧바로 전화를 받으니, 방금 전의 아저씨 소리가 들려온다.
"허가났슴다. 그리고 이번 괴이에서 저번 괴이만큼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징벌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하셨슴다."
"못피 그거 무서워...아무튼 고맙다구!"
"제발 좀 업무모드 좀 끄고 사십쇼. 아무튼, 그럼 이쪽도 일이 바빠서 끄겠슴다."
삑- 하는 소리와 함께 사무실에 다시금 정적이 돌아온다. 나는 일주일 넘게 계속된 업무에 순간 뇌가 멈췄다가 다시 돌아왔다. 아직은 시민 피해가 저번 괴이의 1%도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가 알아낸 조건. 그 중 감염 관련한 조건이 맞는다면. ......최소 1개월 안에는 해결을 해야만 한다.
[문이 열립니다. 지금 정류장은 빌딩 밀집가 앞. 빌딩 밀집가 앞. B U I L D I N G M I L Z I P G A A P 입니다.]
사탕을 빨아먹으면서, 당분을 보충하며 버스에서 내린다. 이 인근은 아흐레 전부터 시작된 실종사건, 거기에 경찰에서 공표된 일부 조건으로 인해,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처럼 변해 있었다. 이런 이른 시간에 잠겨있는 쇼핑몰을 바라보며, 나는 뒤따라오는 부사수에게 말했다.
"후우...이제 곧 도착이야. 도착하면 아마 나는 이상해질테니까. 정리 부탁해."
"넵. 근데 진짜 어떻게 안되는겁니까?"
"너는 네 성격장애 어떻게 안고쳐지냐? 이건 저주같은거라고. 후우...그럼, 들어가자."
부사수에게 뭔가 더 말하려다가 내가 바보같아졌다. 나는 남은 사탕을 이빨로 부숴 빨아먹으며, 남은 막대를 대충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이번 사건도 이 막대처럼 간단히 해결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아마 이번 괴이는 그렇게 간단하게 끝나지 않겠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업무라는 생각에 빠져들었는지, 내 정신이 다시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뒤에서 문이 닫히고, 앞에는 나 대신 내 업무를 수행해주는 부팀장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준다.
――띵동...B1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여기는 B를 지하라는 의미로 쓰지 않는구나. 그런 생뚱맞은 생각을 하며 부사수를 따라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간다. 곧 눌리는 3층의 버튼. 그리고 천천히 문이 닫혔다.
"못피 알고 있어. 이 안에 분명 원인이 있었어."
"그야 당연하죠. 진원지는 몰라도 원인은 여기 사는 주민 아닙니까."
"못피 생각한다구? 먼저 그 남친이라는 집으로 가는거다!"
"네에네에. 알겠습니다."
적당히 부사수가 답하고 나면, 띵하는 소리가 엘리베이터에 찼다.
――3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 하루인가. 8일동안 1초도 못잔거 생각해보면 좋은 하루는 이미 튼거 같은데. 그런 이상한 생각을 하며 밖으로 나선다. 주인이 사라진 방들은 모두 경찰청에서 미리 폴리스 라인을 설치해둔게 보인다. 아마, 인간형으로 착각하고 3팀이 나섰다고 했던가? 경찰청에 직접 괴이 신고가 들어와서 먼저 경찰청에서 움직인 사건이었다고 들었다. 그러다가 사도의 명령으로 경찰청은 백업, 저번 사건에서 크게 신뢰성을 잃은 남구 경찰서가 주로 전환되었던게, 8일 전. 아마 그 사도 특유의 보복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폴리스 라인 하나를 넘어, 목적지에 도착한다.
문은 열려있었다. 3팀 조사결과, 마지막에 누군가가 들어왔다는 흔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게 누구인지는 모르고, 그저 히라가 사이토와 함께 맨 처음 들어간 네 사람이 있으리라 예상할 뿐이었다.
"......못피 여기 뭔가 평범해보여"
"그야 사람 사라지고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으니까 당연한게 아닐까요? 들어갑시다."
부사수의 인도에 따라 폴리스 라인을 폴짝 뛰어넘어 들어간다. 내부는 난장판이었다. 누군가 발광한 것처럼 이리저리 어질러져 있는 상황. 맨 처음 보고서에 납치강도가 의심된다고 적혀 있던 것이 이해가 되는 광경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괴이였고, 이는 가장 최근, 하루 전에 실종된 25명이 다른 사례들과 비슷하게 사라졌다는 점에서 이미 확실한 부분이었다.
"음...수상해보이는 것은 없습니다. 핸드폰 같은 건 모두 사라졌으니 원."
"못피 일단 조사한다!"
"앗 네."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왔는데, 아무것도 없으면 안된다. 나중에 사도가 분명 쫄게 분명한데, 그럴 일을 없애려면 아주 조그만한 단서라도 얻어가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움직였다. 방을 구석구석 뒤진다. 이미 3팀이 와서 현장은 모두 찍어갔으니 조금 삐뚤어져도 문제는 없다. 뒤적이고, 또 뒤적인다. 어딘가에는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
306호에는 어떤 증거도 없었다. 즉, 헛고생했다는 말이다. 젠장할. 나는 갑자기 너무 오래 서 있었더니 느껴지는 격통을 견디며, 부사수에게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 여긴 꽝인가보다."
"그걸 본인이 1시간 동안 뒤적여야 알겠습니까..."
"그러게. 내가 업무모드일 때는 빡대갈이라 미안해..."
"괜찮습니다. 일단 돌아가죠"
터벅터벅. 밖으로 나가면 창문을 통해 해가 지는 것이 보인다. 오늘도 퇴근은 없으니까, 그저 시간이 이 정도 되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슬쩍 엘리베이터쪽을 보면, 폴리스 라인이 쳐진 리자 에스텔라의 집이 보였다. 여기가 아니라 저쪽을 뒤져봐야 했나? 폴리스 라인만 아니었다면, 저걸 넘을 수 있으면 그냥 가보는건데. 그런 아쉬운 생각에 눈을 떼지 못하자, 옆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음...그렇게 신경 쓰이면 안만 조금 보고 갈까요?"
"어, 괜찮겠어? 너 강박성이잖아."
"저는 먼저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 있겠습니다. 업무모드만 제-발 되지 말아주시고요."
"...으응...고마워"
부사수가 천천히 걸어간다. 나는 결심을 다 잡고, 305호실 앞에 선다. 그리고, 폴리스 라인을 조심하면서 305호실의 문고리를 돌렸다.
조사가 이루어졌다. 내부는 괴이가 늘 그러했듯 파괴할 수 없는 성분이 확인되었다. 실질적 첫날이라 볼 수 있는 8일 전에 사라졌던 25명 중 17명이 평소 이동경로에서 시체로 발견되기도 했다. 사망자가 광기를 잃은 원인은 '아사'. 명확한 괴이의 증거였다. 일단 증거를 발견했으니만큼, 그것을 모두 보조인 경찰청에 정보를 공유하고, 내 노트북에도 저장해놓는다. 일단 오늘 할 일은 끝났다. 괴이의 정체도 이제 경찰청 내부 데이터베이스 대조로 내일 쯤이면 명확해지겠지. 나는 강력팀 모두를 불러모아 말했다.
"오늘은 회식이다. 마시고 좀 푹 잔 뒤에 모이자!"
우리는 이제 내일이면 모두 끝나리라는 희망에 즐겁게 놀았다. 오랜만에 즐겨보는 휴식은 매우 달달했다.
"업무 전화인데 업무 모드가 아닌건 오랜만이네. 조사 결과. 약육강식 외 해결책 없음. 이라고 했어."
"아니, 그게...그 말은 설마..."
"우리도 모르는 현상이야. 이제 만족해?"
".........미친. 그런게 아직 남아있어요?"
"말 조심. 레이님이 들었다면 형량 더 늘어났을지도?"
"그건...으음...비슷한 괴이도 없어요?"
"몇 개 있긴 한데, 모두 감성인데, 지금 규칙적인 실종은 이성에 가까워. 이쪽도 영문을 모르겠네."
그렇게 말한 뒤, 토고 경위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겠지. 사회성에서 가장 먼 광기를 몇 개나 소유한 사람다운 싸가지였다. 나는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어떻게 찾아낸건데, 어떻게 지금까지 조사했는데. 결론이 약육강식밖에 없다니.
"하아......"
경찰청이 직접 사도를 부르지 않았다는건, 아직 조사할 건덕지는 있다는 뜻. 그렇게 해서 이성이나 감성인 것이 특정되면 다행이지만..... 만약, 정말로 둘이 모두 섞여있는 '약육강식'이 확정된다면, 안에 들어간 사람들은 모두 시체로 돌아오겠지. 그만큼 강렬한 것이고, 그래서 더더욱 나올 때마다 큰 피해를 끼친 것이 약육강식이니까.
"약육강식은...대상을 파괴할 수밖에 없다...였던가..."
후유증이 가장 큰 해결방식이다. 하지만 그것 외에 그런 괴이를 해결한 사례는 손에 꼽힌다. 일례로, 그 유명한 '스테렌아파트'도 복합 광기였기에 한 번 말려들고 나면 대부분이 육편으로 나오지 않았던가. 나는 손을 쥐었다 폈다. 내 전화에 목숨이 달렸다 생각하니, 숨이 막혔다.
"극도의 긴장인가보군요? 저한테 전화 걸면서 못피체가 아니라니, 다시 보았습니다. 앞으로는 극도의 긴장을 유발하고 연락을 하도록 해야겠군요."
"......이번 괴이. 방법 없는겁니까?"
"왜 이번 괴이에 방법을 찾는거죠? 당신은 저번 남구의 대형 괴이 발생 때, 발생원을 지지하고 그를 위해서 피해자를 기만하는 행위까지 일삼지 않았습니까?"
"...으음..."
"결정권자가 다르다는 개소리는 하지 마시고. 일단 저. 인세니에 레이시오날리스가 보기에 이번 괴이는 '이성'이 아님을 알립니다. 저로서는 어떤 방법도 없군요."
"......네. 알겠습니다."
전화가 멋대로 끊어진다. 사도나 사도가 좋아하는 경찰이나 거기서 거기구만. 그런 생각을 하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시도할 수밖에 없나? 정말로 해야만 하나? 아니야. 아직 한 사도가 남아있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전혀 모르겠는 사도지만서도. 믿을만한 건, 이것밖에 없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전화기를 다시 들었다.
그나마 끊는 느낌은 주면서 끊어주는 사도. 하지만 내 마음은 끊기지 않고 계속 미련에 연결된다. 내가 이러려고, 이런 선택 하려고 이 도시의 경찰이 된게 아니었는데. 오늘따라 더 우리를 챙겨줬던, 서장님과 전 구청장님이 그리워졌다. 그 중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분명 좋은 쪽으로 결정해줬을텐데. 나는 불안장애때문에, 이 극심한 불안 때문에 우왕좌왕할 뿐이고......
"젠장..."
나는 조용히 전화기를 들었다. 나나치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하지만, 전화를 걸지는 못했다.
두려움에, 그저 화면을 끄고, 자리에 엎드려 조용히 눈을 감았다. 복합 광기라니, 나올 때마다 재앙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 복합 광기라니. 꿈일거야. 분명. 깨어나면, 사실 9일이나 되는 분량의 꿈을 꾸었을거야.
누군가 흔드는 느낌에 눈을 뜬다. 사실 잠들지는 않았다. 자고 싶었지만, 몸은 이미 커피로 인해 각성상태였으니까. 그 사실을 생각하며 씁쓸하게 웃은 뒤, 고개를 들면 부사수. 부팀장이 있었다.
"그래서, 이제 사도를 부르면 이번 일은 끝입니다. 언제 부르시겠습니까?"
"........."
"저번 일의 대가라고 친다면 싼 대가입니다. 우리는 성좌의 사도를 우롱한 것과 다름 없으니까요. 그걸 사람들을 살리는 것으로 갚는다면..."
"내키지는 않네..."
업무모드가 아닌걸 확인했는지, 부팀장의 표정이 한층 더 심각해진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거리가 보인다. 오늘도 평화롭게 살아가는, 스테렌나흐트의 미치광이들이 보인다. 내가 누르지 않는다면, 또 5명씩. 5명씩 사라져서. 어딘가 다른 공간에서 고통받다가, 시체로 발견되는걸까? 나는 그럼에도 어딘가 석연찮아서, 뭔가, 그때 본 그 눈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