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454069> 【역극/외전/단편】 Project : Delta StarSet = RECORD - 0 :: 1001

창천전야◆wxe.t7R5gc

2022-02-13 11:42:44 - 2022-11-12 21:35:05

0 창천전야◆wxe.t7R5gc (DylOcDwf7E)

2022-02-13 (내일 월요일) 11: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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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천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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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어장은 제 명방 역극 참여자들이 단편을 올리는 어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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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4 아셰니아 (4ULV4CgxQo)

2022-06-07 (FIRE!) 02:58:08

날숨을 따라 허공에 맺힌 서리가 부서져 내렸다.

흐린 하늘에선 눈이 내렸다.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제대로 보기 시작한 것은 고작해야 삼 년쯤 전이었다.

아셰니아는 손바닥을 펼쳐 눈을 받아보았다. 설탕 조각 같은 눈이 그 위로 떨어졌다.
그러고는, 닿기 무섭게 설탕 조각처럼 사르르 녹아버렸다.
어릴 때 자신을 얼려 죽일뻔한 그것이 이제는 한낱 설탕 조각과도 같았다.
아셰니아는 그것이 우스워 살짝 헛웃음을 지었다.

"모처럼인데, 눈사람이라도 만들면서 갈까?"

<안 돼. 작년에 그러다 해 다 지고 돌아간 거 잊었어?>

"에이, 솔직히 본인도 즐겼으면서."

그리핀은 말이 없었고, 아셰니아는 그리핀을 콕콕 찌르며 짧게 미소지었다.

서리가 다시금 부서져 내렸다.

725 아셰니아 (4ULV4CgxQo)

2022-06-07 (FIRE!) 02:58:43

겨울이 내린 산은 터무니없이 고요했다.
동물들은 한결같이 봄을 맞이하기 위한 긴 잠에 빠졌다.
꽃도 나뭇잎도 모두 생을 마친 채 흙으로 돌아갔다.
모든 것이 잠시 죽어있는 곳에서 혼자 살아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많은 느낌을 선사한다.

"공동도 아닌데, 발소리가 울리는 것 같아."

<아무리 겨울이라지만, 정말이지 놀랄 정도로 아무것도 없네…>

있는 것은 아셰니아와 그리핀.
그리고 벌거벗은 나무들과, 그저 새하얀 눈.

봄에는 그렇게 풍성하던 곳이었건만, 고작해야 몇 달의 차이로 이렇게나 황량한 곳이 되고 만다.
그리고 또 그 몇 달로, 이 곳은 다시 초록빛 생명이 무성한 곳이 된다.

아셰니아는 주변의 나무 한 그루를 쓰다듬었다.
지금은 이렇게 차갑지만, 분명 겨울이 끝나면 눈을 파헤치고 새순이 돋겠지.
자연은 이다지도 신비하다.

그래도, 기왕이면 일 년 내내 푸르렀으면 좋았을 것을.

"아무래도, 이만 돌아가야겠지?"

<더 이상은… 의미가 없을 것 같네. 응, 돌아가자.>

새하얀 설원에 발자국을 남기며.
아셰니아와 그리핀은 마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726 아셰니아 (4ULV4CgxQo)

2022-06-07 (FIRE!) 02:59:13

어떤 신화에 따르면, 겨울은 대지의 여신이 딸과 헤어져 있는 시기라 한다.
그 시름에 땅을 돌보지 않아, 꽃도 열매도 맺지 못하는 시기가 바로 겨울이라며.

다신 못 만나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한 번이라도 굶주림을 겪어본 적이 있다면, 다신 그러지 못 할 텐데.

"…사람은 물만 마셔도 한 달은 살 수 있다고 하던데."

<겨울이라고 숨만 쉬면서 살 거 아니잖아, 너는.>

"알잖아, 한 달이나 그러고 있으면 근육 다 빠지는 거."

<근육은 굶으면서 운동하면 더 빠르게 빠져, 아셰니아.>

"…이런."

아셰니아는 침음을 흘리며 허리춤의 보따리를 풀었다.
붉은 구슬들을 녹여 붙인 것 같은 산딸기가 열 몇개.
다르게 말해서, 산딸기 한 움큼.

"평소보다 넓게 나갔는데도 이 정도면, 이제 숲에서 무언갈 얻는 건 포기해야 할지도."

<그동안 많이 돌아다녔으니까… 슬슬 동이 나도 이상하진 않아.>

이것이 겨울 숲을 돌아다니며 아셰니아가 올린 성과이자.
아셰니아가 남은 겨울동안 쓸 수 있는 모든 식량이었다.

"겨울은 아직 한 달은 더 남았었지…"

<괜찮겠어, 아셰니아?>

"괜찮게 만들어야지, 어떻게든."

727 아셰니아 (4ULV4CgxQo)

2022-06-07 (FIRE!) 03:00:04

아셰니아는 숲을 빠져나왔다.
벌거벗은 나무 바깥의 세상은, 안쪽보다 그렇게 크게 다를 건 없었다.
눈이 모든 걸 전부 새하얗게 뒤덮은 탓이었다.

오래 바라보면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세상 속에서, 아셰니아는 자신의 집을 찾았다.
그저 멋대로 숨어들었을 뿐인 버려진 헛간에서, 수 년간 판자를 덧대어 이제는 어엿하게 자신의 집이 되어버린 곳.

애초부터 숲 근처에 지어졌었던 곳이다. 아셰니아는 쉽게 자신의 집을 찾아내곤,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문 앞까지 다가갔을 때 쯤, 갑자기 땅이 꺼졌다.

"?!"

함정… 이라 말하기도 애매했다. 그건 그냥 흙을 몇 마디 쯤 파낸 것에 불과했다.
겨우 그것만으로도, 어린아이를 넘어트리는 데엔 충분했지만.

<이건…>

쿠란타의 귀가 쫑긋거렸다.
귀가 머리 위에 있다는 것은 소소한 장점이다. 얼굴이 파묻혀도 소리는 제대로 들을 수 있으니.
그렇게 들은 것이 마을 아이들의 킥킥대는 비웃음이라면, 과연 장점일까에 대한 의문이 솟아나긴 하지만 말이다.

"…"

아셰니아는 몸을 일으켰다. 몸에 묻어있던 눈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그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 저 너머에서 눈덩이가 날아왔다.
우연의 일치인지 뭔지, 그 포물선의 끝은 정말이지 정확하기 짝이 없었다.

눈덩이 치고는, 제법 묵직한 소리였다.
살짝 흔들리는 시야 사이에서, 아셰니아는 발치에 조그마한 돌멩이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눈덩이를 맞은 부위를 살짝 어루만지던 아셰니아는, 이내 문을 열어 집으로 들어갔다.
그 뒤로 눈뭉치들이 딱딱한 소리와 함께 한 발짝 늦게 떨어져 내렸다.

728 아셰니아 (4ULV4CgxQo)

2022-06-07 (FIRE!) 03:00:41

<…괜찮아?>

고아라는 건, 마을에 유의미한 생산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자기 몫의 세금만은 꼬박꼬박 마을에 부담시키는 녀석이다.
적어도 이 곳에서 고아는 그랬다.

양심인지 뭔지, 직접적인 위해는 없었다.
다만 그만큼, 마을에는 아셰니아를 무시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당연히 한창 미울 때의 아이들이 그것을 눈치 못 챌 리 없었고.

"괜찮아, 그리핀. 쿠란타는 튼튼하니까."

맞붙어서는 이득이 될 게 하나도 없다. 그러니 그냥 무시한다.
어차피 어린애 장난이니 견딜 수 있다고, 아셰니아는 그렇게 말했다.

<아무렴 우르수스만큼 튼튼하려고. 이상한 소리 말고 빨리 맞은 데나 보여줘.>

하지만, 그리핀은 불안했다.
어린아이란 것들이, 제 흥미에 따라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잘 아는 탓이다.

그래도, 한낱 검의 육신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저 아셰니아가 성장해 마을을 떠날 때까지 아무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729 아셰니아 (4ULV4CgxQo)

2022-06-07 (FIRE!) 03:01:21

* * *

"…이제 진짜로, 한계일지도."

한 때 침대로 쓰던 건초를 짓씹으며, 아셰니아가 중얼거렸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오고야 말았다. 겨울은 앞으로 조금이건만, 그 전에 먹을 식량이 기어코 동나버리고 말았다.

"검은 좋겠다, 먹거나 마실 필요 없어서."

<너 말이야… 지금 그런 말 할 때야?>

"네가 이걸 먹어봐야 해. 반쯤 썩어서 진짜 토할 것 같단 말이야."

아셰니아는 입에 있던 걸 목구멍으로 넘겼다.
속에서 역겨운 기미가 치고 올라왔지만, 다행히 그것도 어찌저찌 안쪽으로 넘길 수 있었다.

"…으. 하지만 지금은 그 반쯤 썩은 건초도 감지덕지네."

<…미안해, 내가 조금만 더 신경썼으면 찾았을지도 몰랐는데.>

"못 찾은 건 못 찾은 거지. 너무 마음 쓰지 마."

혹시나 하여 바깥을 뒤져봤지만, 결과야 예상대로였다.
어쩌면 활동중인 토끼나 여우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셰니아는 등을 돌렸다. 발 밑에 쌓인 눈에서 뽀득거리는 소리가 났다.
겨울이 끝날 때까지 뭘 먹어야 할까, 침대를 먹어버렸는데 잠은 어디서 자야 할까.
그런 시덥잖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웠다.

730 아셰니아 (4ULV4CgxQo)

2022-06-07 (FIRE!) 03:01:47

아셰니아가 자주 다니던 숲에는 다리가 하나 있었다.
숲이라고 언제나 땅이 원만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산이 많은 카시미어에는 더욱더.
다행히 그 숲의 땅은 그다지 가파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를 대신하듯, 중간에 작은 협곡이 나 있었다.

그리 깊지는 않지만, 무시하고 직진하기에도 곤란한 협곡.
그 협곡을 잇는 것이 바로 다리였다.
숲을 애용하는 만큼, 아셰니아 또한 그 다리를 애용하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선객이 있는 모양이었다.

"…"

다리 앞에 집결한, 일련의 무리들.
쉽게 알 수 있었다. 평소에 자신을 괴롭히던, 그 아이들이다.
이 숲에 저 아이들의 신경을 끌만한 것은 별로 없다. 그러니 목적은 아마도.

<너일 거야, 아셰니아. 조심해.>

그리핀의 경고에, 아셰니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조심스레 나아갔다.
다리 앞에 몰려있던 아이들은 아셰니아를 기다렸다는 듯, 아셰니아가 보이자마자 단체로 무언가를 꺼냈다.

731 아셰니아 (4ULV4CgxQo)

2022-06-07 (FIRE!) 03:02:09

그건, 빵이었다.
이 매서운 겨울의 추위 속에 있기에, 뜨거워 보일 정도로 따뜻한 빵.
그 고소한 냄새가 얼어붙은 공기 속에서도 너무나 확실하게 전해졌다.

갓 구운 밀가루의 향취는, 식욕에 대한 참기 힘든 유혹이 되어버리고 만다.
아이들이라고 모를 리가 없었다. 오히려 아이들이기에 더욱 잘 안다.
그러니 아이들은 그저 빵을 꺼내들고 물었다. 먹을래? 라고.
아셰니아가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기 충분한 한 마디였다.

732 아셰니아 (4ULV4CgxQo)

2022-06-07 (FIRE!) 03:02:22


그 직후, 아이들은 손에 든 빵을 모조리 협곡 밑으로 던져버렸다.
아, 미안. 떨어트렸네? 대장으로 보이는 아이가 말했다.

733 아셰니아 (4ULV4CgxQo)

2022-06-07 (FIRE!) 03:02:48

빵은 떨어져 뭉개졌을테고, 흙조각과 돌조각이 붙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게 됐을 것이다.
거기에 협곡의 높이는 어림잡아 7-8미터. 주변엔 따로 내려갈만한 길도 없다.
아이들도 그걸 알기에, 아셰니아를 비웃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네, 떨어진 거라도 먹을래? 자.
그들은 협곡 밑을 가리켰다.

그 순수하여 더욱 지독한 악의에 그리핀이 말을 잃었을 즈음.
아셰니아가 말했다.

"그리핀."

<…왜?>

"저기, 떨어져도 살 수 있을까?"

<머리부터 떨어지지만 않으면… 잠깐만, 너 설마?!>

그리핀은 다급히 아셰니아를 말리고자 했으나, 이미 늦었다.
뭉개지고 흙과 돌조각이 묻은 빵. 그래도 먹을 수 있다. 그러면 됐다.
가파른 협곡, 다칠 수는 있겠지만 떨어져도 죽진 않는다. 그거면 됐다.
아셰니아는 몸을 던졌다.

734 아셰니아 (4ULV4CgxQo)

2022-06-07 (FIRE!) 03:04:22

추락은 결코 길지 않았다.
시야가 흐릿한 와중, 얼굴을 비롯한 전신이 화끈거렸다. 구르면서 어디에 긁힌 모양이었다.
일어서려고 했으나, 잘 되진 않았다. 갈비뼈 부분이랑, 팔과 다리가 욱씬거렸다.

쿠란타의 귀가 쫑긋거렸다.
저 위쪽으로, 마을 아이들의 당황한 소리가 들려왔다.
진짜 떨어졌는데 어떡하냐며 소리치더니, 이내 우르르 도망치는 소리가 들렸다.
왠지 한 방 먹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셰니아? 아셰니아?!>

조금 시간이 지나자,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다급한 목소리였다. 본인이 죽지 않는다고 말해놓고서는.

"…그리핀?"

<아셰니아! 다행이다, 정신 차렸구나!>

"…빵은?"

<그게 지금 할 말이야?! 자칫 잘못됐으면 어쩌려고 그랬는데! 아니, 잘못은 이미 됐잖아!!>

아셰니아는, 살면서 그리핀에게 그렇게 크게 혼나본 적이 처음이었다.
압도될만큼 커다란 목소리에, 어릴 때부터 숱하게 들어온 잔소리.
다만, 무섭다던가 귀찮다거나 하는 감상은 들지 않았다.
목소리에 담긴 물기를 어렴풋이 들었기 때문일까.

"…그래도."

<그래도 뭐!>

"지금은… 죽을 뻔 했지만… 이렇게 안 하면… 확실히 죽었는걸…."

<….>

그리핀도 알고 있다.
살기 위해선, 방금 아셰니아가 한 행동이 정답이다.
그냥 집으로 되돌아가봤자, 천천히 고사하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었으니까.
단지, 이성과 감성은 언제나 충돌할 뿐.

그렇기에, 그리핀은 아셰니아를 더 이상 혼낼 수 없었다.

<…다음엔 절대 그러지 마, 바보야!>

"…히히. 알았어."

735 아셰니아 (4ULV4CgxQo)

2022-06-07 (FIRE!) 03:04:48

아셰니아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핀이 극구 만류했지만, 왠지 될 것 같아서 무시하고 두 발로 섰다.
전신이 아파 죽을 것 같긴 하지만 어찌저찌 설 수 있었다.

다만, 걷는 것은 아직 힘들었다.
한 걸음을 내딛으면 머리를 찌르는 듯한 고통이 올라왔다.
기껏 일어선 것이 무색하게, 아셰니아는 다시 벽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았다.

빵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하지.
적어도 줍기 편하게, 한 곳으로 모였으면.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736 아셰니아 (4ULV4CgxQo)

2022-06-07 (FIRE!) 03:04:58


좁은 협곡 안쪽으로, 바람이 스며들어왔다.

737 아셰니아 (4ULV4CgxQo)

2022-06-07 (FIRE!) 03:05:41

쌀쌀하지만 포근한 바람은 아셰니아를 중심으로 휘몰아쳤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이곳저곳에 흩어진 빵을 모으고 있었다.

<아츠…?>

그리핀은, 이 초현실적인 현상을 단숨에 알 수 있었다.
애초에 그녀가 알기로 초현실적인 현상은 아츠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기도 했고.

누가 발한 아츠일까, 그 답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몸체를 이루는 성분 중에는 오리지늄이 포함되어 있다.
그 말은, 자신이 아츠 유닛의 기능 또한 수행할 수 있음을 뜻했다.
그리고, 이 곳에서 아츠 유닛을 사용할 수 있는 이는 하나밖에 없었다.

<…아셰니아?>

이 신묘한 현상을 멍하니 바라보던 아셰니아가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자신이 범인이란 것은 꿈도 못 꾸는 듯 했다.

<이거, 아무래도 네 아츠인 것 같아.>

"…아츠?"

<응.>

"…내 거?"

<그래, 네 아츠.>

추락한 것 치고는, 두 발로 설 수 있을 정도로 부상이 살짝 얕다 싶었는데.
아무래도 이 바람으로 충격을 약간이나마 완화한 듯 싶었다.

"…이게, 전화위복일까?"

<아니, 이럴 때 쓰는 말 아니거든?>

"…히히."

하여간에.
작게 미소짓는 아셰니아를 흘겨본 그리핀은, 바람에 밀려 조금씩 밀려보는 빵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러네. 어쩌면 전화위복이 맞을지도.>

"…?"

<이걸로, 기사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잖아?>

"…응!"

아셰니아가 크게 웃음지었다. 기사에 가까워졌다는 게, 어지간히도 기쁜 모양이었다.
정말이지 못 말린다며, 고개를 저은 - 비유적인 표현이다. - 그리핀은 다시 눈 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아셰니아 또한, 웃는 얼굴로 바람이 부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겨울이 가고 있었다.

738 아셰니아 (4ULV4CgxQo)

2022-06-07 (FIRE!) 03:06:25


─ If Scenario. 검풍(劍風) ─

       -<中>-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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