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이름 사용은 마음대로. ━━━━━━━━━━━━━━━━━━━━━━━━━━━━━━━━━━━━━━━━━━━━━━━━━━
『연재목록』 【네라우오와 겹쳐진 세계 시리즈: 연재중】 1어장: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anchor/1548769679/ 현재 진행 어장: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anchor/1596258297/ 연습장: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anchor/1576772906/
뱀의 지혜, 빨간 뱀으로 텍스쳐가 바뀐 우리의 길몬. 뭔가 머리 굴릴 일이 있을 때마다 언제나 수고해주고 있죠. 묘사상으론 죄악의 과실 발동도 도와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게 우리 내면에 있는건지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과실을 얘가 물고 있으니.
이 과실에 대해 우선 짚고 넘어갑시다. 죄악의 과실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건 하나죠. 선악과입니다. 먹지도 않은 생명의 과실까지 연관되진 않을테니. 아담과 이브는 뱀의 꼬임에 이 과일을 먹었고, 곧 그 때문에 에덴동산에서 쫓겨났습니다. 에덴동산에서 둘은 농사짓지 않고도 먹을 것에 걱정하지 않을 수 있었고, 또 그곳에서 동물들의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었습니다. 거기서 쫓겨남으로서 땀흘려 농사짓지 않고서는 밥을 먹을 수 없는 신세가 되었죠.
에덴동산에서 아담은 전능이라 불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쫓겨났기에 그것을 잃어버렸거나, 최소한 전처럼 마음대로 휘두르진 못하게 되었죠. 선악과라는 수단을 통해 뱀이 인간의 전능을 상처입힌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았을때 비슷한 예가 떠올랐습니다. 십자가에 매달린 독생자를 찌른 창. 신성한 자를 해쳤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신성해진 창. 독생자를 해친 롱기누스의 창은 신성해졌고, 롱기누스는 일화에 따르면 그때 튄 피로 눈이 나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전능을 해친 뱀이 준 선악과는? 그 행위를 통해 전능의 힘의 혜택을 볼 수 있었던 악마왕의 사례가 이것과 다를까요? 이 두 사례는 크게 다르지 않고, 그렇다면 선악과 또한 인간이 가졌던 전능의 힘을 얻은 것이 아닌가 하는 가설이 떠올랐습니다.
위의 가설을 근거로, 일련의 행위를 통해 선악과가 전능의 힘을 얻었다고 합시다. 전능한 과일이라니 뭔가 싶지만 이런게 신화에서 한두번이던가요. 아담의 대에서의 원죄가 지금 대의 사람에까지 이어지는 것이나, 사람 목에 뭐 튀어나온걸 아담스 애플이라고 부르는 것을 고려하면 그때 먹은 선악과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인간이 가진 전능의 힘이 열화되었다는 것을 고려해봅시다. 왜 열화되었을까요? 시간이 오래 지나서? 아마 아닐 겁니다. 시초에 있던 전능자가 끝에서는 전능을 잃어버리진 않으니까요. 누구도 그걸 전능하다고 하진 않겠죠. 위의 문단에서 아담이 전능을 잃었거나 마음대로 휘두르지 못하게 되었을 거라고 썼는데, 잃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누군가의 전능을 완전히 없앨 정도라면, 그것은 최소한 그것과 동등하게 전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악마왕이 전능하진 않죠. 전능했다면 굳이 씨앗같은거 안 뿌리고 있을테니까요. 그렇다면 무엇이 전능한 것인가, 아마 선악과일 것입니다. 하지만 선악과는 과일일 뿐입니다. 지혜의 열매지만 스스로 지혜로운게 아니라 먹은 인간에게 지혜를 줬죠. 전능을 가졌다 한들 다를까요? 이 가설에서 내린 결론은, 선악과가 인간에게서 전능을 앗아갔지만, 동시에 인간에게 전능을 부여했을 것이란 겁니다. 네, 뺏고 준 겁니다. 줫다 뺏은 것보단 낫네요. 하지만 이 말은 전능이 인간 자체에 있는게 아니라 선악과를 통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결론이 됩니다.
전능이 열화되었다는 말을 다시 돌아봅시다. 시간이 지난다고 열화되지는 않을 전능을 열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나누면 됩니다. 선악과는 과일입니다. 이 말은 조각낼 수 있단 얘기죠. 그렇다면, 선악과에 종속된 아담의 전능이 그의 후손들에게도 여전히 이어졌고, 선악과 또한 이어졌다면, 그들이 선악과의 조각을 가지고 있어 거기 담긴 전능 또한 가졌다는 것이 되지 않을까요? 이 가설대로라면 왜 지금 세대에서의 전능이 전능이라 느끼기 힘든 정도인지도 연상할 수 있죠. 전능이래도 60억 등분으로 나누면 안 열화되고 배기겠습니까. 일부가 열반하면서 아예 소실되거나 한 것도 있을텐데.
이제 뱀의 지혜 얘기로 돌아가...기 전에, 이 어장에서 언급된 과실에 관해 얘기해봅시다. 몇 어장에서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이 죄악의 과실이라는게 카센이 일구는거라 건드리기에 따라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는 언급이 있던걸로 기억합니다. 뭐, 농사 잘 지으면 열매 많이 열리고 잘 못 지으면 열매가 안 맺히겠죠. 문제는, 우리의 악마왕씨는 농사지은 과실을 훔치는 양반이라는 겁니다. 만약 이 죄악의 과실이 선악과고, 카센이 카센의 안에서 이걸 농사짓고 있는 거라면, 그것을 누군가 슬쩍하는 일도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만약 선악과가 아니라 이름이 바뀐 다른 무언가라도, 이게 전능의 힘을 일부 가지고 있다는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죄악의 과실 스킬 텍스트를 봅시다. 이 어장의 >>1001을 포기하고 사용하는 스킬입니다. 네, 이걸 직접 하2권으로 바꾸고 그러는게 아니라 포기하는 겁니다. 1001이 인식의 힘과 관련있다는 것은 우리의 미카엘씨가 친히 시범을 보여줘서 입증해줬습니다. 자기가 그 힘을 가진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쓸 수 있다고도 증언했고요. 그렇다면, 이 스킬의 구조가 1001 한 번의 권리를 대가로 하2의 권능을, 1001로 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것들 대신 매우 제한된 권능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거라면?
다행스럽게도, 그 1001들은 과실 목록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습니다. 누가 서리해가진 않았단 얘기죠. 그러면 저것들이 대체 어디 갔느냐? 왜 우리의 권능이 우리가 쓸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곳으로 갔는가? 저는 그것이 카센이 농사짓는 나무에 매달려 있거나, 혹은 뱀의 지혜의 배때기 안에 들어간 것이 아닌가 주장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우선 전자에 대해선 넘어갑시다. 전자면 카센만 조심하면 되는거고, 후자보다는 문제가 작거든요. 누군가가 과일을 물고 있습니다. 왜 물고 있을까요? 보통 먹으려고 물고 있을 겁니다. 뱀의 지혜가 과실을 물고 있다면, 그것은 마찬가지로 먹기 위해서일 겁니다. 이전 문단에서 죄악의 과실의 작동원리가 누군가 1001을 가져가고 하2의 권리를 주는것이 아닌가 추론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주는걸까요?
알려진 바로는 우리의 길몬은 메기드라몬이 되어 다크 에리어에 있습니다. 길몬으로 돌아온게 아니라는 말은 최소한 메기드라몬으로서의 힘이 있단 얘기겠죠. 그리고 그 메기드라몬은 길몬 몸뚱아리니 뱀의 지혜와도 아주 단절되진 않았을 겁니다. 이 상태에서 뱀의 지혜가 과실을 먹었다 생각해봅시다. 과실 하나에는 아마 1001 하나 분량의 전능이 들어있습니다. 메르쿠리우스는 1001을, 인식의 힘을 쓸 수 있다면 그것으로 본신의 힘을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증언했습니다. 그리고 그건 메르쿠리우스만 가능한 것이 아니란 것도요. 그렇다면, 메기드라몬 정도라면 같은 묘기를 부릴 수 있지 않을까요? 전능의 일부가 담긴 선악과를 먹습니다. 뱀은 먹이를 통째로 삼키니 과실은 배때지 안에 들어갔지만 베어물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일부의 전능은 과실에 담긴 채 뱀의 지혜의 것이 됩니다. 뱀의 지혜가 그것의 힘을 빌어 본신의 힘을 끌어올립니다. 메기드라몬의 힘을 쓸 수 있을겁니다. 만약 메기드라몬이 하2를 시전할 수 있다면, 그것을 쓸 수 있을겁니다. 뱀의 지혜가 자신이 가진 하2의 권능을 카센에게 줍니다. 카센이 그걸 사용합니다. 하2의 주사위가 적용됩니다. 아마도 이런 식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가설이 떠올랐습니다.
사실, 뱀의 지혜가 과실을 먹었다는 것 자체는 그것만으로는 별게 아닙니다. 뱀의 지혜가 카센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졌으니까요. 악마왕에게 빼돌리고 있다는 것도 아닙니다. 악마왕은 수 차례 뱀의 지혜가 카센의 것이라 언급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뱀의 지혜가 뱀이라는게 문제입니다. 잠시 뱀의 지혜가 무슨 기능을 가졌나 봅시다. 우리가 필요로 할 때 아카식 레코드에서 정보 뽑아다 가져다 줍니다. 다른 부가 기능도 있지만 일단 이게 메인일 겁니다. 그리고 아카식 레코드에서 어느 정도까지는 원하는 정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곧 어느 정도는 전지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능, 전지, 변화. 변화는 이족보행 도마뱀에서 발 잘린 도마뱀으로 변했으니 말할 것도 없고, 전지는 방금 서술한 대로며, 전능은 추론대로라면 과실 쓸 때마다 쌓이고 있습니다. 이 셋을 가진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이미 수 차례 들어왔죠. 문제는 이런 상태에 있는 뱀의 지혜가 악마왕이랑 동일시하기에 너무나도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발 잘린 도마뱀이고, 과실이랑 관련 있고, 악마의 정의대로라면 전지와도 관련있죠. 만약 악마왕이 어떤 방식으로던 뱀의 지혜랑 자신과의 동일성을 이용해 합체했다고 합시다. 법의 신에 비하면 그 정도로는 미약하겠지만 그는 삼위일체를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악마왕이 프롤로그 종료할때쯤처럼 자신과 루체몬, 카센을 통한 삼위일체를 이룬다고 해봅시다. 수단이야 뭐 이것저것 있을겁니다. 만약 이룬다면, 그는 두 개의 삼위일체를 이룬 것입니다. 무한끼리는 크기 비교가 가능한것처럼 하나의 삼위일체로는 법의 신에게 밀리겠지만, 삼위일체가 두 개라면 삼위일체가 하나인 쪽보다 강력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악마왕은 지금 당장 이런 수를 쓰지 않는가? 아마 충분하지 않아서일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행적에서, 악마왕은 카센의 인식의 지평을 넓히려고 했습니다. 이것이 강함에 직결된다면 이것은 자신의 적을 키우는 꼴입니다. 그렇다면 왜 그것을 넓힐 필요가 있는가? 아마 뱀의 지혜를 좀더 살찌우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카센의 스킬은 카센이 가진 인식의 지평 밖으로 성장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충분히 넓다면 어디까지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뱀의 지혜가 성장한다고 생각해봅시다. 그것은 좀더 수월하게 지식을 가져올 수 있고, 전능을 담아둘 용량도 넓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만약 악마왕이 뱀의 지혜를 탈취한다면 더 완성된 삼위일체를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만약 이 추론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가장 쉬운 방법은 몰론 카센이 뱀의 지혜를 버리는 것일 겁니다. 카센의 인식의 지평이 넓어져 성장한다면, 그 전에 내친다면 성장하지 못하게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악마왕은 우리가 그러지 못함을 압니다. 테이머와 디지몬 사이의 인연이 충분히 무거움을 압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그것을 내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을테지만, 그 생각대로 우리는 내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차라리 이 가설이 사실이 아니길 빕시다. 이 장문의 글이 단순히 오지랖으로 끝나길 빕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