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어장주가 초보인 어장입니다. 마이너만 겁나게 파는 답이 없는 어장주입니다. 1. 초차원 마작 액션물 '사키 -Saki-'의 2차 창작이며 오리지널 주인공이 활개치는 이야기입니다. 2차 창작인 만큼 개인 설정이 심합니다. 2. 어장주가 전에 연재했던 '야루오 in 아치가 학원 마작부!'의 후속작입니다. 전작을 모르고 보셔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게 노력 중이지만 전작을 알고 보시면 더욱 재미있을 겁니다. 3. 원작(사키 -Saki-)에서 밝혀지지 않은 부분을 사용하기에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질 예정입니다. 참고 바랍니다. 4. 내 언젠가 파고 만다. IF 시나리오, Nine point eight...
문득 정신 차렸을 때, 창밖은 주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으, 으음…." 가볍게 목소리를 내 봤는데 목이 제법 칼칼했다. 흔히들 목이 잠겼다고 말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뉴속데 야루오는 잠긴 목을 어떻게든 풀며 자신의 현 상황을 파악하고자 했다. 제일 처음 파악한 건 자신의 몸. 몸은 벽에 기댄 채 앉아 있었고 목이 심각하게 뻐근했다. 아무래도 벽에 기댄 채 장시간 목을 숙이고 있던 모양이었다. 다음으로 파악한 건 자신이 있는 장소. 뻐근한 목을 어떻게든 풀며 주변을 둘러보니 익숙한 전자동 마작 탁자들이 서너 개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에게 있어 익숙한 아치가 학원 마작부실이었다. 마지막으로 파악한 건 현재 시간. 야루오는 주머니를 뒤져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봤다. 시간은 어느 덧 5시쯤. 지금이 가을인 걸 감안하면 해가 져 가는 바깥 풍경과 매치 되는 시간이었다. 의식을 잃고 벽에 기대 있던 자신, 익숙한 풍경과 오후라는 시간. 그걸 돌아가지 않는 머릿속에서 조합한 결과 뉴속데 야루오는 자신의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해냈다. "…나 언제 잠든 거래." 뭐. 결론은 이거지만.
"끄으으…!"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켜자 온몸이 짜릿한 비명을 질렀다. 꽤 오랜 시간동안 방치한 모양인지 잠자고 있던 근육들도 짜릿하게 떨렸다. 기지개를 켜고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마지막으로 목을 푸는 걸로 기동 완료. 야루오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창밖을 봤다. '그런데 내가 왜 여기서 자고 있었더라.' 야루오는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두뇌를 회전 시키기 시작했다. 몸은 기동이 완료 됐는데 푹 자다 일어난 머리는 아직도 기동이 덜 돼 조금 멍했다. 그런 와중에도 어떻게든 떠올릴 수 있었던 사실. 야루오는 그 사실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아아. 참. 그랬지. 갑자기 여기 오고 싶어져서 왔었지." 자기가 말하고 봐도 참으로 뜬금없는 이유였다. 오늘이 일요일이라 학교를 쉬는 날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문득 오고 싶어져서 왔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오직 그뿐이었다. 그렇게 행동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 뉴속데 야루오란 인간은 하기로 했으면 해 버리는 인간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데 왔는데 뭐 하지." 보통 하기로 했으면 해 버리는 인간은 그 뒤를 생각 안 하기 마련이었다.
오고 싶어서 왔다. 그러다 잠들었다 깼다. 그것이 뉴속데 야루오의 현재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이 뒤에 뭘 할지를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이곳에 오는 것 자체가 과정이자 목적이었고 이미 그걸 다 이룬 이상 더 이룰 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 왔으니까 그냥 돌아가자, 라고 하기엔 뭔가 허전했다. 그래서 야루오는 생각했다.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새로운 목적을 찾아냈다. '그래. 청소를 하자.' 이리하여 아닌 저녁중에 마작부실 청소가 시작 됐다.
* * *
마작부실의 청소함을 뒤져보니 청소 도구가 여러 가지 놓여 있었다. 그 중에는 낯익은 앞치마도 있었다. 쿠로의 것이었다. 야루오는 잠깐 고민하다가 앞치마를 꺼내들고 그걸 내려다 봤다. 그리고 잠깐 또 고민. "…킁킁." 변태다! 경찰 아저씨! 변태가 여기 있어요! "아, 왜. 어차피 이미 해 볼 짓 못 해 볼 짓 다 했구만." 그렇다고 너무 대놓고 말 걸지는 마라. 지금은 아코가 없다. 메메타아─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중얼거리는 모습은 누가 보면 정신병원 강제 이송 루트를 태웠을 모습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걸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쿠로가 쓰던 앞치마 끈을 매고 머리두건까지 확실하게 장착. 그것으로 뉴속데 야루오의 청소 준비 모드가 완벽하게 끝났다. '그런데 쿠로가 쓰던 앞치마를 내가 써도 되나.' 생각해 보니 이거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야루오는 생각하기를 그만뒀다. 사실 답은 이미 나와 있었으니까. "쿠로면 뭐, 야루쨩의 냄새가 나…! 하면서 기뻐하겠지." 채점 받을 수 있었다면 100점 만점을 받았을 훌륭한 정답이었다. 야루오는 적당히 자문자답을 끝내고 빗자루와 걸레를 챙겨 들었다. "…그런데 걸레란 단어는 굉장히 음탕한 단어 같단 말이지." 이러지 마라. 이래 보여도 일단 이 어장은 참치게시판의 심의규정을 준수하는 어장이란 말이다.
그리하여 혼자 시작하게 된 아치가 학원 마작부실 청소. "와. 이거 혼자서는 못 해 먹을 짓이네." 그리고 그냥 집에 갈까 고민하게 되는 데까지 걸린 시간 단 3분. 작심삼일도 아니고 작심삼분이라니, 이건 좀 문제가 심해 보인다. 하지만 야루오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정상참작의 여지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우선 이 부실, 이렇게 보니 굉장히 넓다. 평소에는 잘 몰랐는데 혼자서 청소를 해 보려 하니 그것이 확 와닿았다. 야루오는 참여한 적 없지만 어린이 마작 교실을 열 정도였으니 넓이는 충분히 넓었다. 다음으로 청소할 게 굉장히 많았다. 간단하게 한다 쳐도 넓은 바닥과 항상 신세를 지고 있는 전자동 마작 탁자 정도는 닦아야 하고 세심하게 하자면 마작패와 창문, 창틀과 사물함 위까지. 치워야 할 곳은 엄청 많았다. 그러니 야루오가 3분만에 질리려 한다 해도 정상참작의 여지는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3분만에 질리는 건 조금 심했지만서도. 하지만 이 지루한 걸 일주일에 한 번, 2년 간 혼자서 우직하게 해 온 사람이 있었다. 야루오는 그 사람을 알고 있었다. 야루오의 소꿉친구이자 여자 친구인 마츠미 쿠로였다.
모두가 돌아올 거라며 목요일마다 혼자서 마작부실 청소를 하던 마츠미 쿠로. 야루오는 그걸 떠올리며 잠깐 마작부실을 둘러봤다. 당시에는 마작이 싫다는 트라우마가 있어서 마작부실은 오기도 싫었다. 그래서 그 당시, 아치가 학원 마작부가 부활하기 전의 마작부실 청소를 도왔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쿠로는 혼자서 2년 간 마작부실을 지켜 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목요일만 되면 반드시, 남자인 야루오도 질려하는 마작부실 청소를 혼자서 묵묵히 해 왔다. "나 참. 그 녀석은 진짜 묘한 데서 고집이 세단 말이지." 가볍게 투덜거린 야루오는 질리려던 마음을 환기 시켜 다시 목적의식을 불태웠다. "여자 친구가 힘을 냈는데 남자가 우는 소리 하면 안 되지." 그리고 하기 싫을 뿐이지, 가사는 야루오의 전매특허 중 하나였다. 집안일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류몬부치 고교에서 봤던 초인 집사에게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자. 그러면 해 봅시다." 야루오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빗자루를 손에 쥐고 움직였다. 빗자루가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