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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라는 날이 곧 찾아오는구나. 그렇다면 이런 날을 그냥 넘길 수 없지 않겠느냐. 받도록 하라."
령과 아이온은 물을 마신다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인 느낌으로 이야기를 했다. 령은 확실하게 부정적인 입장이었고 아이온은 애초에 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냐고 말해왔다. 그리고 리스는...
"응?! 아니야! 아니야! 꼭 물을 마실 필요는 없어! 들어갈 필요도 없고! 그냥...그냥..조금 궁금했을 뿐이야! 이렇게 맑은 물인데 뭔가 조금 이상하니까. 아무것도 살지 않고 이끼도 안 보이고... 그리고 이상하고 그러진 않아. 솔직히 맛은 괜찮았거든. 그리고... 굳이 이 물 너머로 갈 필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 엄마는 물을 건너야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굳이 들어가진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애초에 다 들어갈 정도로 깊지도 않고 그냥 가볍게 목을 축일 수 있을 정도의 웅덩이일 뿐이니까. 아무튼 역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면서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응. 조금 이상해서 본 것 뿐이지만 굳이 마실 필요는 없으니까. 아이온의 말대로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걸."
그러니까 다른 곳으로 가자고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저쪽 방향의 길로 걸아가기로 했다. 이 물을 굳이 마셔야 한다거나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 역시 조금 수상하기도 하고. 하지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누가 여기에 인위적으로 물을 만들었다는건데..대체 누가?
영문을 알 수가 없기에 일단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지금 당장은 갈림길이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쭈욱 나아가는 길목이었다. 이대로 쭈욱, 쭈욱 나아가면 뭐라도 나올까?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남은 부분은 내일 하도록 할게요! 반응 레스를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저 당연하게 자신이 맡은 역할을 하려 했을 뿐인데, 누리 님께서는 깜짝 놀란 듯이 황급히 아니라고 얘기해왔다. 그에 조금 떨떠름하게 멍한 두 눈동자를 깜빡깜빡이며 누리 님을 바라보았다. 굳이 이 물 너머로 갈 필요는 없을 거라며, 굳이 들어가진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이는 누리 님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다가 이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누리 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누리 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굳이 물을 마신다거나 웅덩이 속에 들어갈 필요는 없을 것이었다. ...다만... ...역시, 조금 묘한 느낌이기는 해요. 자연적인 물웅덩이라면 하다못해 작은 이끼라도 있어야 할텐데, 그런 것도 없이 그저 완전히 깨끗한 물이라니. ...누군가가 일부러 물을 만드신 거라면...
잠시 조용히 생각에 잠기다가, 이내 다같이 다시 길을 걸어나가자 천천히 뒤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다행히 지금부터는 갈림길이 나오지 않고 그대로 쭈욱 나아가기만 하면 되는 길이었기에 한결 수월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신' 님. 부디 저희의 앞 길을 비춰주세요. 자신의 '신' 님께 가호를 부탁드리는 기도가 마음 속에 조용히 울려퍼졌다.
"그렇습니다!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 동굴을 통과하다보면 분명히 목이 마를 겁니다! 그렇기에 일부로 비나리에서도 가장 깨끗한 물만 모아서 거기에 있는 비어있는 웅덩이에 가득 담아뒀습니다! 하하하! 혹시나 먹는데 방해가 될지도 모르니 그 근방도 아주 깨끗하게 정리를 했습니다! 아마 그 물을 보면 정말로 맛있게 드실 겁니다!"
비나리 광장. 그곳에서 백호와 가온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가온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자랑하듯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백호는 그것을 들으면서 흐응...스러운 표정으로 가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물을 못 보면 아무런 의미도 없지 않아?"
"그럴리가 없습니다! 통과하는 구간에 만들어뒀으니 보기 싫어도 못 볼 수가 없을 겁니다! 따라가진 않지만 이 정도 도움은 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말로 자신만만하게 웃으면서 가온은 몸을 옆으로 틀었고 동굴이 있는 곳을 향해서 크게 외치듯이 이야기를 했다.
령 님께서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뚝, 뚝, 손으로 눈물을 닦아보지만 령 님의 눈동자는 다시금 촉촉히 젖어들어갔고, 결국에는 얼굴을 손으로 가려버렸다. 성스럽게 들려오던 캐롤 소리 역시 끊겨버렸다. 스테인드 글라스의 빛 줄기와 무감정한 석상만이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좋아한다. 자신이 평생 들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말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을 사랑해주는, 자신을 좋아해주는 누군가가 있었던가? ......없었다. 그런 존재는 없었다. 적어도 자신에게는. 론이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목소리는 쉬이 나오지 못했다. 령 님께서 눈물을 흘리실 거라고,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씀하실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을까.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눈물을 그치게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몸이 천천히 움직여졌다. 령 님께 다가가 그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맞잡으려고 하면서. 자신의 온기로 조금이나마 진정시켜드리려는 듯이.
그리고 그제서야 천천히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담담한,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목소리가. 눈물도, 분노도 묻어나오지 않는 그 목소리와 얼굴 표정은 약간의 쓸쓸함을 제외하면 멍하고도 평온하기 그지 없었다. 평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모습. 격한 감정 변화의 물결 하나 없이 그 모습 그대로 자신의 과거를 조용히 읊고는, 이내 천천히 령 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래, 자신은 그저 고마울 뿐이었으니까. 자신은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령 님께서 자신에게 일부러 상처를 주기 위하여 그런 질문을 던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령 님께서는... 언제나 자신을 따스하게 대해주었으니까. ...그러니까, 부디 울지 말아주세요. 저의 '신' 님, 부디 령 님의 눈물을 가져가주세요.
천천히 손을 들어 령 님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지만, 그 전에 령 님께서는 씩씩하게 남은 눈물을 훔쳐내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자신을 마주 바라보았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마주쳐진, 령 님의 결연한 눈동자. 깊은 밤하늘과도 같은 검은색의 눈동자를 마주하다, 이내 부드러이 두 눈을 접어 웃었다.
"......그 말씀만으로도 충분해요, 령 님. 령 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걸 듣는 것만으로도, 저는 외롭지 않을 수 있어요."
자신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지금까지 있었던가. 과거를 떠올리면 지금은 말 그대로 천국과도 같았다. ...자신이 천국에 갈 수 있을리가 없었지만. 론이 함박웃음을 보였다.
"저도 령 님께서 꼭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어요. 령 님께서도 충분히 사랑 받으실 수 있는 존재이시니까요. ...령 님. '행복'을 바라실 때, 부디 언제든지 제 이름을 불러주세요. 제 이름은 '행복'의 뜻이니 령 님께도 꼭 행복을 가져다드릴 거예요."
부드러이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리스, 리스. 모두의 행복을 바라는, '리스'. 자신은 '행복'을 위하여 스스로 이름을 붙였었다. '행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스스로의 이름을 지었었다. 그것이 정말 '행복'이었을까? 너의 이름은 정말로 '행복'이었을까? 잠시 두 눈을 깊게 감았다 천천히 떴다. 그리고 령 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색이 다른 두 눈동자와 한 시야. 그 안에 령 님의 모습이 담겨왔다. 스테인드 글라스의 무지개빛이 내리쬐는, 우아하고 깊은 검은색으로 가득한 령 님이.
령 님은 자신을 좋아한다, 하였다. 자신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 어디에서도 자신이 상상하던 '신' 님의 모습은 없었다. 그것은 '신' 님이 아니라... '령' 님의 모습이었으니까. 혼란스러운 마음을 품에 안고, 잠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시선을 하얀 석상에게 두었다. ......'신' 님, 저는... 저는... 잠시 두 눈을 감았다. 자신도 령 님을 좋아했다. 령 님께서 행복하시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령 님의 것과는 다른 것일지도 몰라요.
"......저는... 령 님께서 원하시는 '사랑'을 드릴 수는 없겠지만... 대신 령 님께 다른 '사랑'과 '행복'을 서로 주고받는 '친구'... 가 되고 싶어요. ...괜찮을까요?"
한참만에야 느릿하게 감았던 두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 령 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두 눈동자를 부드럽게 접으며 선명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흐릿하여 금방이라도 빛 속에 사라질 것만 같은 미소가 아니라, 빛을 받아 더욱 따스하게 빛나는 듯한 미소를.
태어나고, 죽고, 다시 되살아났던 시간. 길지 않지만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이 누군가에게 먼저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던가. 애초에 '친구'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자신이었다. 처음으로 친구가 생겼었지만, 그 친구 역시 이내 머나먼 곳으로 떠나가지 않았는가. 외톨이에게 '친구'란 있을 수 없었다. 론은 조용히 지켜보았다.
...하지만... 처음으로. 그래, 처음으로... '신' 님이 '신' 님으로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도 위대한 존재가 아니라, 순간이었지만 자신과 동등한 존재로 보여졌다. 그리고... 함께 외로움과 눈물을 떨쳐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피어났다. 그래, '신' 님이 아니라...
'령'과 함께.
/ 그리고... 령이의 말이 너무너무 예쁘고 우는 게 너무 안타까워서 엄청 갈등했는데... 리스의 성향 상 우정이라면 모를까, GL은 좀 힘들 것 같아서...(시선회피) 정말로 죄송합니다, 령주...!ㅠㅠㅠㅠ 그래도 리스를 좋아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965 >>967 ㅋㅋㅋㅋ그게... 리스는 '야생에서 자람 -> 번식을 하려면 이성 짝을 만나야 함 -> 성향은 HL이겠네!'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정해서...(시선회피) 물론 야생 동물들 사이에서는 동성애도 꽤 있다고 하지만 리스는 이성애를 가지고 있을 것 같아서 말이예요. :) 예상하셨었군요... 그리고 길이는 너무 이입하다보니 쓰고 싶은 게 많아져서...ㅋㅋㅋㅋ(창피) 오래 걸렸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