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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내 안에서도 가장 조용한 곳, 둘러보면 눈밖에 없는 곳에는 외딴 섬 마냥 가게 하나가 뚝 떨어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언제나 낡은 안락의자가 움직이는 소리와 타닥거리며 벽난로의 불씨가 튀는 소리만이 들려오며, 언제까지나 주인 혼자서만이 지키고 있을 것 같았던 가게 안에는 이번엔 회색의 고양이가 홀을 지키고 있었더라. 은빛의 포장지 바스락 거리는 소리도 같이 들려온다. 주인은... 아 마침 2층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트레이에 무언갈 잔뜩 담아오고서.
"저... 점장님. 저 언제 퇴근시ㅋ..." "그거 다 포장할 때까지." "아니 이미 밤을 샜었" "다 포장 할때까지."
...너무해. 고집을 꺾을 리 없는 주인에게 고양이는 불만스러운 듯이 얇은 회색의 꼬리를 바닥으로 탁탁 내리친다. 그러거나 말거나 2층에서 내려온 주인은 조금 비어보이는 곳에 단 것들을 쏟아 부었다. 테이블 위에는 눈처럼 하얀 알사탕이 있었는가 하면, 반대로 화려한 색색의 검볼이나 젤리빈도. 유령 모양으로 아이싱 되어있는 쿠키와 흔히 있는 빨강하양 조합이 아닌 주홍 초록의 캔디 케인까지. 나름대로 실력을 드러낸 모양이였다.
"우는 소리 하지마. 너만 일하는 것도 아니고,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아니 어째서 쓸데없이 열심이에요?! 평소에는 안 그러면서! 아아! 이러면 또 파업할거에요! 파업!"
결국 캔디케인에 묶는 리본과 씨름을 하던 고양이 신은 결국 리본을 앞으로 휙 내던지며 앞으로 엎드린다. 포장지가 한꺼번에 구겨지는 소리가 경쾌하다. 점장님 미워요... 라고 앓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그런 태도를 나무라던 주인이 다시 알바생에게 다가가려던 찰나.
가게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손님이네. 오늘은 안 올 줄 알았는데." "하아... 언제는 손님이 왔었나요." "그러니까 늘리려는 것 아니야. ...높으신 분의 민원이니 관리자 일도 할 겸. ...손을 쉬고 있잖아, 포장이나 열심히."
중간의 문장은 입속에서 중얼거리는 지라 묻혀버린다. ...눈도 내리고 있는데 이만 손님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 아직도 임시 파업 상태인 알바생을 뒤로하고, 가게 문을 열었다.
오늘 내가 찾아온 것은 미리내이다. 이곳은 눈이 많아서 정말 예쁘기도 하고, 뽀드득, 뽀드득 눈 깨지는 소리가 참으로 아름답다. 물론 내가 여우라서 그렇게 느끼는 걸지도 모르지만... 일단 여우는 개와 비슷하다고 하니까. 물론 그렇다고 내가 강아지인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이곳에 있는 관리자, 세설의 카페의 문 앞에 나는 서 있었다. 언제 한 번 놀러가기로 했으니까.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때였다. 휘파람을 불면서 나는 천천히 문을 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문이 먼저 열렸고 나는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문을 여는데 괜히 방해가 되면 안되니까.
아무튼 문이 열리자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설의 모습이었다. 안에 있었구나!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안녕! 설아! 전에 카페에 놀러오겠다고 한 거 기억나? 놀러왔어!"
환하게 웃으면서 나는 꼬리와 함께 손을 흔들었다. 그와는 별개로 아까 들어오기 전에 카페에서 뭔가 티격태격하는 목소리가 들렸기에 그에 대해서도 물어볼겸, 나는 설을 바라보면서 질문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카페 안에서 뭔가 말싸움을 하는 것 같았는데, 지금 바쁜 상태야? 바쁘다고 한다면 다음에 올게."
아무리 내가 고위신의 딸이자, 고위신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바쁜데 마구 들어가는 행동을 할 마음은 없었다. 장차 라온하제를 지배할 이로서, 지킬 것은 지켜야만 하는 법이니까!
형식적으로 인삿말을 건내고, 올거라면 가온도 올거라 생각했던 주인은 가게 밖을 슬쩍 훑어본다. 아마 누리 못지 않게 단 것을 좋아하고 항상 붙어있으니 같이 올거라 생각했지만... 주인에게 당장은 보이지 않는다. 상관 없겠지.
"...바쁘다고 해도, 온 손님을 내쫓을 만큼은 아니야." "자기는 안 바쁘니까 그런 소리를 하는 거지..."
여전히 테이블 위에 엎드려 마징가 귀(...)처럼 불만스래 커다란 회색의 귀를 접고 있는 알바생이 태클을 걸어온다. ...그냥 내쫓아버릴걸 그랬나. 오, 방금 주인의 속마음이 흘러나온 듯 한건 기분 탓일거다. 그러니 신경쓰지는 말고, 온 손님을 들여보내기 위해 문 옆으로 비킨다.
"엣, 누리 님이잖아요...? 저, 전부터 만나보고 싶었어요!"
가게 안으로 누리가 들어오자, 팔 위로 누구인지 살피던 고양이 신은, 반가움에 어느새 빠른 속도로 문 앞을 마중나와 꼬리를 바짝 세운 채 반짝거리는 눈으로 누리를 바라보았다. 손님에게 실례잖아. 눈치를 주는 주인의 볼멘소리도 들려온다.
"...이 고양이 신은 신경 쓰지마. 비어있는 곳에 앉아. 지금은 조금 너저분하긴 하지만."
너저분...하다기엔, 한 테이블 안에 쿠키와 캔디가 쌓여있을 뿐으로 그리 어지럽지는 않았다. 이것도 그저 형식상의 말인 듯 하였다.
"호위? 아. 가온이 말이야? 가온이는 내가 부르기 전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아무래도 비나리의 관리자니까 할 일도 있으니까. 대신 내가 찾으면 언제든지 나타날거야. 불러줄까? 가온이?"
많은 신들이 착각하는 것이지만, 가온이는 항상 내 옆에 붙어있는 것은 아니다. 비나리의 관리자 일도 있고 그렇다보니, 내 옆에 없을 때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내가 부르면 가온이에게 신호가 가기 때문에 그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나타난다. 그렇기에 이렇게 가온이가 없어도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고... 물론 가온이보다 내가 좀 더 강하긴 하지만...
아무튼 바쁘다는 것은 사실인듯 보였다. 실제로 부정하진 않았으니까. 역시 다음에 올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갑자기 저 안에서 고양이 수인 신이 나에게로 달려왔다. 반짝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전부터 만나보고 싶었다는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 신을 바라보았다. 일단 누구인 것일까? 설이는 신경쓰지 마라고 했지만 그래도 아에 무시할 순 없었다.
"후훗. 어떻게 신경을 쓰지 않겠어? 이렇게 나를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데. 누군진 모르겠지만 정말로 반가워! 네가 말한대로 내 이름은 누리야. 은여우 은호의 딸, 누리. 그런데 나는 왜 만나보고 싶었던 거야? 나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
뭔가 만나고 싶은 이유가 있는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볼일을 물으면서 나는 일단 비어있는 자리에 적당히 앉았다. 저쪽 테이블에 과자와 사탕이 쌓여있는 것이 눈에 보였고 나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물었다.
"그런데 그 사탕과 과자는 뭐야? 이 카페에서 팔고 있는 거야? 아. 그리고 나는 달콤한 음료 하나! 제일 달콤한 것으로 부탁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