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전체적으로 위에서 봤을때 밑의 예시처럼 생겼다. ---------- ㅣ ㅁ=ㅁ=ㅁ ㅣ ㅣ □ [==] --[==]----
이렇게 생긴 곳 중에서 ㅁ=ㅁ=ㅁ 처럼 생긴곳은 크게는 본관, 세부적으로 말하자면 왼쪽부터 구관/중앙관/신관으로 불리며 서로 연결되어있다. 그리고 본관의 아래에 있는 □은 운동장을 사이에 둔 체육창고와 체육관이다. 참고로 운동장과 체육창고를 감싼 것은 학교 울타리이며 [==]는 정문과 후문이다.
체육관: 어어어첨 넓다! 무대도 있고 해서 의자만 깔아두면 강당이 된다. 그래서 창고에는 접이식 의자가 많이 쌓여있다. 체육 관련 동아리들은 전부 여기를 시간대까지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나눠쓴다.
내부: 옥상을 제외하면 모두 공식적으로는 1~5층까지 다닐 수 있음.
중앙관~신관
1~2층: 교무실 및 교장실과 급식실이 있다. 여기서 뛰지 말 것! 선생님들한테 걸리면 잔소리를 듣는다. 3층: 아끼고 사랑할 고3들 교실이 있다. 수능일에 가까워지면 역시 이곳은 조심해야 할 곳이 된다. 동아리방 2개가 있다. 4층: 2학년들의 교실. 동아리방 3개가 있다. 매점이 있다♡ 5층: 1학년들의 교실이 있다. 동아리방 2개가 있다. 1학년들은 매 학기 초반마다 왜 우리가 꼭대기냐는 불만을 많이 토로한다.
구관: 매번 정기적으로 보수공사를 하고 청소라던지 기티 단장을 하긴 하지만 중앙관이나 신관에 비해서 디자인 자체가 낡은 느낌이 있다. 과학실, 미술실, 사진부 전용 암실, 제빵부와 조리부가 영역다툼... 아니 사이좋게 나눠쓰는 조리실 음악실, 연습실 등등의 특별한 시설이 필요한 교실은 여기있다.
현재 시각은 10시 30분. 피곤한 고3 진성과 짱짱한 유하나가 당신들과 함께 구관의 어느 빈 교실에 숨어서 수위아저씨(6시까지 정말이지 이잡듯이 구석구속 돌아다니는 턱에 3학년 교실에 숨어있던 당신들을 이곳까지 오게 만들었습니다.)를 따돌리고 동동 떠다니던 자세히 보지 않으면 대부분 보지 못 할 작고 흐릿한 파란 불빛이창문에만 비추어지던 것 또한 구경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20분 넘게 아무것도 오지 않음을 알고 그 둘이 조용히 빈 교실의 사각에 향을 고정해서 피웁니다.
"그래. ...음. 대부분 처음 보는 얼굴이네? 어쩌다가 올해 백물어에 참가한거야? 아 처음보는 사이니까 이름도 밝혀주면 고맙고!"
백물어. 백가지 괴담을 하는 이야기. ...GM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매년 주관하는 학생 2~3명을 필두로 말이 백물어지 사실 100가지를 한 경우는 드물고 10가지, 대게는 30가지에서 이야기를 끝내고 학교에서 밤을 샌다는 전통 아닌 전통에 각자의 이유로(오기로 한 친구가 사정이 생겨 대신해서 온다던가, 이런 바보같은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을 놀려주려고 한다던가, 아니면 이런데 참가하는 사람이 걱정된다거나 단순한 호기심 등등으로)온 당신들을 보며 여러모로 교내에서 유명한 그녀(공식적으로는 체육계의 별, 나쁜 쪽으로는 소문난 트러블메이커)는 당신들에게 미리 준비한 것인지 작은 후레쉬를 건네주고는 당신들의 대답을 기다립니다.
전날 밤을 샌것이 화근이었다.평소 같았으면 제한 시간보다 5분 일찍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라는 방송을 하고 집에 갔을 테지만..안타깝게도 오늘은 그 제한시간을 훌쩍 넘겨서 깨어버린 것이었다.당연하게도 바깥이 무서워서 함부로 나갈 생각을 하지 못 하다가 아주아주 간신히 오늘 백물어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곳까지 왔다.일단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으니 덜 무서워서 좋았지만 그래도 창문에만 비치어지던 파란 불빛은 무서웠어.
자그마한 후레쉬를 꼬옥 쥐고서는 마른침을 한번 삼키고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다들 초면이니만큼 자기소개 시간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제 차례가 되자 입을 열었다.
"저어는 2학년 강 진혁이예요-차기 방송부장이자 점심시간마다 하는 GM라디오의 진행자이고..백물어는 우연히 참여하게 되었습니다아-"
자초지종을 설명하자면 길어질텐데,긴 설명은 귀찮아서 질색팔색이었기에 적당히 뭉뚱그려서 설명했다.으으,집에나 가고 싶다.무섭단 말이야.자기소개를 마치고서 다시 후레쉬를 꼬옥 쥐었다.
어두컴컴한 교실에 지루하다는 듯이 멍한 표정으로 쭈그려 앉아있던 지안은 소리없이 하품했다. 중간중간 이상한 파란 불빛 같은 것을 본 것도 같지만, 글쎄 피곤해서 그렇겠지. 그나저나 경비 아저씨도 일 참 열심히 하신다고 생각할 무렵, 슬슬 아이들이 눈치를 보고 조용히 향을 피우는 모습에 혼자 조금 웃었다. 분위기 나네. 하나가 입을 열고 자기소개 라던가 백물어 라던가 하는 얘기를 하자 굳이? 라는 생각도 잠시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타이밍을 재다 한쪽 손을 번쩍 들고 나 할래, 하고 짧막하게 내뱉고서 방긋 웃었다.
"안 지안, 3학년 연극부."
후레쉬를 소리나게 탁, 켜고서 천장을 비추더니 맑은 목소리로 속닥거리듯 비교적 간단하게 소개를 하고서 보기좋게 웃었다. 첫인상 이라는 게 중요하다고들 하니까. 나쁘게 보일 필요는 없겠지. 한동안 잠시 멍때리다 생각해보니 오게 된 이유도 말해야되는 구나, 싶어서 잠시 생각하며 눈을 깜박였다. 백물어를 참가하게 된 이유는, 글쎄. 나의 담력을 자랑하기 위해서? 는 아니고.
"ㅡ아, 친구들이랑 가위바위보에서 이겨서."
지안과 그녀의 친구들은 재미있는 것이나 흥미있는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데, 이번에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두 명이 백물어에 나가기로 했다. 이긴 사람은 지안과 겁이 많은 한 명이었는데, 막상 시간이 되니 무섭다고 학교 교문 앞까지 와서는 잔뜩 울먹이길래 결국 그냥 돌려보내고 혼자왔다. 그렇게 구구절절하게 설명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 같아 지안은 그저 짧고 간결하게 대답한 후 방긋 눈웃음 지었다. 그러다 들고있던 후레쉬에 호기심이 갔는지 조용히 혼자 후레쉬를 껐다 켰다 반복했다.
평소였다면 진작에 집에 돌아갔겠지만, 이 시간까지 남아있었던 것은... 밤의 학교 풍경을 찍어보고 싶다는 매우 단순한 이유였다. 카메라를 들고 조심히 교실 밖을 나오니, 생각보다 밖에 어두워서 순간 몸을 흠칫 떨었다. 일단 카메라를 손에 꼬옥 쥐고 학교를 돌아다니며 풍경들을 찍다가, 구교사의 불빛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였다.
미미한 푸른 빛을 쫓아 들어와보니 같은 학교의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여섯명... 갑자기 들어온 저를 향해 시선들이 느껴지기에 얼떨결에 한 자리에 앉았다. 자기소개... 라니?
"이...이름인가요? 1학년 김우현...이 아니라. 이런거 들키면 큰일나지 않을까요?"
일단 나도 이 자리에 끼어들어버린 이상 공범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물어볼 건 물어보자. 라는 생각이였다.
잠깐 진성의 싸늘한 한 마디에 너무해.. 라고 중얼거리던 하나는 곧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밝게 웃으면서 인사를 합니다.
"얘는 박 진성! 민속학을 공부중인 3학년. 그리고 난 유 하나! ...음 더 올 사람 없지? 그러면 규칙 설명할게! 지금부터 우린 모두 교실 가운데에 앉아 돌아가면서 괴담이라고 할만한 이야기를 할거야. 종류는 상관 없고, 많이 많이 하면 좋겟지만 오늘은 10개만 채우면 나머지는 할 사람만 하게 둘 예정이거든. 어쨋든 이야기를 하면 진성이가 이 낡은 책에다가 그대로 이야길 적을거고, 이야기를 마친 사람은 후레쉬를 끄면 돼. 질문?"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진성과 함께 미리 낮에 빼둔 것인지 가운데에 있는 의자에 앉아 당신들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첫 번째는... .dice 1 5. = 1 부터 하면 좋겟어."
1ㅡ하나 2ㅡ진성 3ㅡ진혁 4ㅡ지안 5ㅡ우현 공책과 붓펜을 꺼내어 준비를 마친 진성은 당신들과 똑같이 생긴 후레쉬-지안이 보기엔 무우우우척 평범한 것입니다-를 적당한 곳에 두어 공책을 비추었습니다.
다양한 학년이 있는 것을 보고 뭔가 동아리 활동 같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다. 재미있네, 귀여운 후배들도 있고 낯이 익은 아이들도 있고. 후레쉬를 딸깍 거리고 있자 누군가 신경쓰는 듯한 기분에 양심이 찔려 살며시 후레쉬를 끄고 손에서 놓았다.
"첫 번째는 하나?"
이름이 하나여서 첫번째냐고 되도 않는 아재개그를 치고 싶었지만 꾹꾹 눌러담고 쪼그려 앉은 채 무릎에 얼굴을 기대어 고개를 기울였다. 괴담이라던가 하는 것은 정말 백개를 들어도 오싹하거나 무서웠던 적이 없어서, 딱히 긴장되거나 하진 않았다. 공포영화를 보든 괴담을 듣든 무서워하는 다른 사람을 보는게 훨씬 더 재밌어서 좋아한다. 그나저나 무서운 얘기, 기억 나는 게 있던가.. 머리를 열심히 굴려가며 생각해보지만 쉽게 떠오르진 않아서 눈을 굴렸다. 그러던 중 하나가 입을 열어주는 덕분에 지안의 관심이 금방 하나에게로 옮겨갔다.
>>47 앗 알겟습니다! // "아-. 딱 열명만 모이면 한 사람당 10개 해서 100개 채워버리는건데ㅡ. 그보다 왜 나부터야?" "그렇게 많이 아는 사람은 잘 없기도 하고, 원래 이런건 주최자가 시범을 보여야 후발주자들이 잘 따라하잖아?" "작년엔 그래서 다들 하다가 떨어지니까 폰 켜고 스×× 레전드 검색해서 할 때도 별 일 없었잖아. ...뭐 맞는말이네."
그렇게 괴담을 시작하려던 하나는 진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합니다.
"말 놔 말 놔! 나야말로 존대는 어색하니까. ...그건 어쩔 수 없어. 반드시 꺼야 해. 그래도 끈 다음에 딱 66초 뒤에 다시 셀 수 있으니까 버텨봐!"
등을 힘있게 팡팡 두들긴 그녀는 이흑고 입을 열었습니다.
"...이건 내 친척이 작년 가을에 겪은 일인데... 걔가 주말에 알바를 하는 곳에서 벌어진 일이야. S시의 ##바다 알지? 왜 저번달에 연애인들이 맛집으로 찾아간 회랑 해물 두둑하게 주는 곳. 그래서 손님이 많고 식당도 커서 직원한테 돈을 두둑히 주는 대신 사람을 많이 뽑아서 일을 해야 가게가 겨우 돌아가. 뭐 그런만큼 힘들어서 왠만큼은 다들 하다가 그만둔다고 하는데 걔는 집이 좀 어려운 편이라 알바비를 포함한 교통카드랑 자기 휴대폰 요금도 내려면 주말에만 일하면서 돈벌곳이 거기밖에 없었대나봐. 아무튼 그래서 드물게 5개월동안 일을 하는 덕에 일하는 사람들 얼굴은 전부 외우기도 했고, 가게 뒤편에서 손님들한테 남은 회나 조개찜은 길거리 고양이들 빕으로 주는것도 알아.
...그런데 거기는 말이야, 가끔 무척 바빠서 사람들이 밥주는걸 잊을땐 기묘한 직원들이 나온다나봐."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슬금, 지안과 진혀구 우현의 눈치를 보았습니다. 자 다들 아직까진 안 무서워 하겟죠?
하나와 진성이가 티격태격 거리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며 지안은 얌전히 눈을 꿈벅였다. 짤막한 괴담들 이라면 몇개 기억이 나지만 말이야.. 의외로 후레쉬가 없으면 꽤 많이 어두컴컴 한게, 누구 한명이 없어져도. 혹은 누구 한명이 새로 자신의 옆에 앉아와도 모를 것 같았다. 뭐 어때, 나한테 피해만 안주면 말이야.
"기묘한 직원?"
어쨌든 하나가 이야기를 시작하는 중이었으므로, 지안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똘망한 눈망울로 그녀를 응시했다. 아, 거기 맛있다던데 가보고 싶다. 얘기를 열심히 듣고있긴 하지만 바다라던가, 해산물 이라던가, 설레잖아. 고양이 밥으로 무언가를 준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생각할 만한 것이었는데, 기묘한 직원이 온다는 건 대체 무슨 말일까. 지안은 아무리 혼자 생각해도 의아해서 고개만 갸웃했다. 짐작 가는 것도 그다지 없어서. 지안의 눈에는 정말 순수하게 그게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만 가득할 뿐 무서운 기색은 전혀 안보였다.
짧게나마 같이 있어본 감상이였다. 그냥 별 의미 없이 중얼거린 말이라 대답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저 켜지 못하게 하는 플래쉬의 버튼을 만지작거린다. ...사실 괴담같은 것은, 대부분 지어낸게 아닐까? 아니면 그저 우연이 교모하게 뒤섞여서 정교한 괴담으로 만들어지는 것 뿐이고. 친척이 겪은 실화라고는 하지만 별 공포스러움은 느끼지 않은 채, 그저 이야기로서 관심을 가진 채로 귀를 기울였다.
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것을 잊어버리면 기묘한 직원이 나타난다.라,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의 흐름에 그저 고개를 갸웃 기울일 뿐이였다.
반드시 꺼야한다는 말에 무서운듯 몸을 작게 떨며 제 책가방을 꼬옥 끌어안았다.이 와중에 등을 팡팡 두들기는 손길에 흐엑,아파아..하고 작게 신음했다.으으,무슨 여학생 힘이 이렇게 센거야. 아무튼 곧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었다.무려 자신이 가장 공포심을 느낀다는 11미터 모형탑..이 아니고 레알팩트 실화 괴담이었다.
"싫어어.."
앞으로 누가 S시 놀러가나 봐라..애초에 귀찮아서 잘 안 놀러가기는 하지만,이번 일을 계기로 그곳에 발을 디딜 일은 절대로 없을것이다. 아직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S시라는 대목부터 한껏 긴장한듯한 모습의 진혁이었다.
"..."
결국 기묘한 직원 이야기가 나오자 그대로 얼어붙었다.눈만 갸우 깜빡이며 책가방을 더더욱 꼭 안았다.이러고 있기 귀찮은데,근데 무서우니까 어쩔 수 없잖아.심박수가 미친듯 증가하는 그런 기분이었다.역시 어제 밤을 새면 안 되었어..
"응. 그게... 걔 말로는 얼굴도 익숙하고 매번 비슷한 옷 위에 앞치마를 쓰고... 굉장히 일을 서툴게 하는데다가 몰래몰래 남은 해물을 먹어대서 자기도 자주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가도 눈을 마주치면 그런 말이 쏙 들어가는 아주머니인데 이상한건 그렇게 바쁜 시간이 지나가면 아주머니가 보이지 않는다는거야. 게다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주머니의 얼굴이... 그게, 고양이같은 느낌이였다는 것 빼고는 아무도 떠오르지 않다는거래. 여기까지는 별로 안 이상하지?
근데 말이야.
좀, 그 아주머니가 일하고 난 자리에서는 그게 자주 보인다나봐. ...고양이 털 말이야.
그리고 요즘 그 고양이가 임신해서 배가 불렀다거든? 근데 그 아주머니가 요샌 뜸하게만 나오고, 왠지 아주 가끔 보일때는 무척 배가 부른 모습이래ㅡ"
그리고 하나는 내 얘기는 끝! 이라고 말하며 후레쉬를 끄고,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dice 1 4. = 4(1 진성 2 진혁 3 지안 4 우혁)에게 다음차례를 넘겼습니다.
아니면 돈이 진짜 얼마 없어서 잔뜩 굶주려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길고양이들을 잡아 먹고 산다던가 그런 말은 현실성 없으려나? 지안은 혼자 속으로 그렇게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니면 옷 안에 작은 고양이들을 잔뜩 숨겨놓고 몰래몰래 해산물을 집어서 고양이들 한테 나눠준다던가.. 하고 지안은 이것저것 가능성을 생각해보다가 히죽 웃었다. 너무 진지하게 생각했네. 고양이가 사람이 됐다던가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말이야. 그녀는 기지개를 쭉 피며 지금 몇시쯤 됐으려나, 하는 고민을 잠깐 했지만 굳이 나서서 찾진 않았다. 귀찮거든.
"그래서 다음은?"
아, 쟤. 이름이.. 그러니까, 우혁이? 아니야 우현이랬지. 생각보다 많지 않은 인원들이라서 노력한다면 쉽게 외울 얼굴들과 이름들 이어서 외워두는 편이 편하겠지. 기대한다는 얼굴로 그를 가만히 응시하며 그녀는 몸을 뒤쪽으로 기울였다. 이런 애기 할 때는 누군가 무섭다며 소리를 꺅 질러줘야 재밌는 건데, 생각보다 여자애들이 겁이 많았는지 여자애는 나랑 하나 뿐이고, 딱히 비명지를 여자애들도 아니여서 기대하긴 어려운가. 방송부라던 저 아이도 얼굴을 처음봤을 땐 자신보다 예뻐보여 여학생인 줄 알았는데.
눈을 느리게 깜박거리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야, 고양이가 변한 직원이라니 그것도 배가 고파서... 상상할수록 무섭기는 커녕 오히려 귀여웠다. 진위여부는 둘째치더라도.
곤란한 듯 건네받은 플래시를 빤히 쳐다보다가, 한바퀴 빙 돌렸다.
"어라... 제 차례인걸까요. ...뭐 들은 이야기는 있으니 그거라도 이야기 해볼게요."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입을 연다.
"요즘, 수국이 길가에 이쁘게 피어있더라고요. 그 수국을 보면 벌써 여름이 왔구나. 그런 느낌이 물씬 풍기기도 해서 좋아하죠. ...그래서 가끔 수국의 사진을 찍기도 해요. 꽃다발이 탐스럽고 풍부해서 예쁜 그림이 잘 나오거든요."
...쓸데없는 사담이네. 사진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괜시리 흥분해서, 헛기침을 살짝 한다.
"근데 수국을 보면 색이 참 다양하지 않나요? 분홍색이 있기도 하고 파란색이나 보라색도. 사실 수국은 토양의 성분에 따라 색이 달라지곤 하나봐요. 알칼리 성은 분홍빛, 산성은 푸른빛. 듣고보면 더욱 신기하지 않나요? ...지금 말하려는 수국은 조금 신기하다 못해 섬뜩하지만요. 유독 붉은색이 강해서, 정말로 피처럼 새빨갛다라는 표현이 어울릴정도였죠. 뭐, 그래도 섬뜩한 색이 예뻤던 사람이 있었나봐요. 그 사람은, 수국 몇다발을 꺾어서 자기 집에다 장식했다고 해요."
괴담에 제대로 몰입했..다기보단 그저 겁이 많아서인지,거의 반쯤 패닉 상태가 되어가고 있었다.그래도 미쳐 날뛰는 타입은 아니라서 간신히 참고 있었지만..집에 가고싶다.엄마 보고싶어.세상에 왜 얼굴이 고양이같은 느낌이라는것밖에 안 떠오르는거야 왜.핸드폰은 폼이야?폼이냐구!사진 찍으라고 있는걸 왜..!
"히익..!"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에 다시금 숨을 확 들이켰다.그렇다는건 그거 정말로.... ....싫다 싫어.엄마 보고싶어 진짜.이젠 고양이한테 눈길도 안 줘야지. 초조한 눈빛으로 이 시간이 언제 지나갈까 손전등으로 시계를 비추고 시간을 보았다.아직 한참 남은건가..
직원.... 고양이..... 흠. 비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고양이가 변신해서 직원이 되었다는 이야기인가? 근데 그러면 돈은 어떻게 지급하지? 중간에 해물 집어먹는걸로 퉁치는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머리아프다는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는 사이에 벌써 다음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다음 이야기는 수국 관련 이야기인가? 생각해보면 꽃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참 많은것 같다. 그게 좋은 이야기던, 나쁜 이야기던. 근데 이 상태면... 나도 이야기를 하나 끄집어 내야 하는건가? 무서운 이야기가 어떤 게 있었지? 흠.....
꽃 받는 거 여자라면 다 좋아하니까. 화창한 여름 날 잔뜩 피어있는 수국을 상상하며 지안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천천히 우현의 얘기를 들으며, 생각해보니까 수국은 다른 꽃들에 비해 다양한 색들을 자주 마주할 수 있었던 게 떠올라서 그랬구나, 하고 중얼거렸다. 근데 붉은 수국은 본 적 없는 거 같은데. 꺾어 갈 만 하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얌전히 그의 말을 기다렸다. 붉은 색을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특별한 건 인기 있으니까. 실제로 한번쯤은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클리셰대로 수국을 들여온 날 부터, 그 사람은 매일 밤 가위에 눌리고 악몽을 꿨다고 해요. 새빨간 원피스를 입은 어떤 여자아이가 어두운 곳에 덩그라니 서서, 답답하다고, 나가고 싶은데 움직이지를 못하겠다고. 물어보더라도 계속 울먹거리기만하는.. 그런 꿈을요. 심지어 수국이 시들어 버리고 난 다음에도요. 결국 버티다 못한 남자는, 무당에게로 찾아갔다고 해요."
"그 무당은 남자에게 말했대요. 어떤 물건을 가져온 이후로 악몽을 꾸기 시작했냐고. 그 물건에 원혼이 붙어있어 원한을 풀어주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거라고... 무당의 말을 듣고 한 가지의 결과에 도달한 그 사람은, 꺾어왔던 수국이 있던 나무 밑 땅을 파보았죠. 그리고 그 밑에는 붉은 원피스를 입은 유골 하나가..."
나는 여기서 꽤 놀랐던걸로 기억하는데... 무서운 이야기를 살리는 재주는 나에겐 없었다.
"...알고보니 몇년전에 어린 아이의 실종사건이 있었고, 범인은 붙잡혔지만 끝내 시체는 찾을 수 없었다나봐요. 결국 그 여자아이는, 백골로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죠. ...유독 붉은빛을 띄던 수국은, 여자아이가 자신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알리려던 수단 아니였을까요?"
...실제였다면 꽤 슬픈 이야기였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면 뉴스에 탔겠지. 이야기를 마무리했다는 의미로 숨을 살짝 내뱉으며 플래시를 옆사람에게 넘겼다.
수국이 새빨간 색이라길래 차라리 토양이 엄청난 알칼리성이었으면 하는 반전을 기대했건만,역시 괴담에 그런 건 없었다.제기랄.빌어먹을.젠장할. 한숨을 삼키는 부분부터 긴장감이 고조되더니만 악몽을 꾼다는 부분에서부터 절정이 되었다.마른침을 삼키며 가만히 이야기를 들었다.
아냐 안돼 그거 아니야 파지 마..하는 생각이 속으로 스쳐갔고 결국 유골 이야기가 나오자 온 몸에 소름이 쫘아악 돋는 기분이었다.
"흐엑.."
제 책가방에 반쯤 고개를 파묻고는 불안해보이는 모습으로 이야기를 들었다.계속 무서워하고 있는것도 귀찮지만,그래도 무서우니까 어쩔 수 없잖아..차라리 핸드폰이라도 만지작거리면 나아질것 같아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손에 쥐었다.분위기를 망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화면은 켜지 않았지만.
"...ㅈ..저런,그건 좀 딱하네에ㅡ"
살짝 말을 더듬으며 반응을 보였다.무섭기는 하지만 조금은 슬픈 이야기인것 같았다.그런 사연이 있었다니..
하나의 말대로 지안 역시 꺾었는데 피가 나온다는 둥, 그런 것을 기대했는데 내용은 생각 외라서 조금 의외였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어서, 그런 일을 겪는 사람이 나라면 섬뜩했다기 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클 것 같았다. 아이는 죄가 없었으니까. 어쨌든 무서운 이야기야. 사람은 무섭다구. 어린아이를 그런데 묻어버리고 말이야, 유골이 될 때까지 못 찾은 것도 너무 불쌍해. 그녀는 여러 복잡한 표정으로 눈을 굴리다 흔들리는 커튼으로 시선을 옮겼다. 분명 커튼이 흔들렸는데, 지안 자신의 머리카락은 흔들린 기색 조차 보이지 않은 걸 보니 바람은 아닌 것 같고, 그럼 결론은.. 모기인가? 그녀는 벌레는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약간 얼굴을 찌푸리며 혹시 주변에 나방 같은 게 날아다니지는 않는지 주위를 살폈다.
한 손으로는 여전히 스마트폰을 꼬옥 쥐고서 플래시를 돌려받았다.뭔가 이야기를 하려고 입을 열려던 찰나 저쪽의 커텐이 약간 흔들리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고 하마터면 새된 비명을 지를뻔 했다.가까스로 비명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마음 같아서는 저거 왜 저러냐고 하고 싶었으나,귀찮았으니까.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겠지 뭐어..
"으음..간단한 이야기인데에..어딘진 정확히 모르겠지만.아무튼 어떤 지방에 살아있는 인형이 있다는 이야기가 돈 적이 있었어.당-연히 그런 이야기는 보통 말도 안되는 괴담이었던 경우가 많았지만,그래도 방송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방송소재이기에..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기자가 취재하러 간적이 있었다나봐-"
"그리고 기자가 그 장소로 갔을때,인형은 그 자리에 우뚝 선채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었지..인형이 움직이지 않으니 역시 말도 안 되는 소문이라고 생각한 기자는 다시 돌아와서 현지인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는데,그 이야기를 들은 현지인들은 대번 안색이 파래졌대."
"그 인형은 원래 앉아있는 자세라고 하면서."
제법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듯..싶었지만 이야기를 하는 자신도 무서운건 어쩔 수 없었기에 살짝 울상이 되었다.간신히 추스리고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끝마쳤다.마무리는 완벽하게 해야지..
"그 이야기를 들은 기자가 황급히 인형이 있는곳으로 돌아가자 인형은 앉아 웃고 있었대..으으,나는 기자 안 할꺼야.."
아니면 누군가에 장난이 아니었을까~, 하고 지안은 속으로 생각했지만 차마 말하진 않았다. 방송부지만 기자는 하지 않는다, 현명하네. 그나저나 아무도 얼굴 밑에 후레쉬를 켠다던가 하는 장난 같은 거 안하네. 내가 해볼까, 하고 산의 손에 쥐어지는 후레쉬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다양한 아이들의 반응을 보곤 다들 진짜 깜찍하네~ 하고 작게 말하며 킥킥 웃었다. 다음은 야구로 유명한 아이인 같은 학년의 백 산이었다. 이번엔 어떤 종류의 얘기가 나올까 싶어 기대하는 듯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다음은~? 하고 웃었다.
커튼이 펄럭이는 소리에 크게 놀라며 그 쪽을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다들 같은 생각을 했나보다. 닫혀있는 창문의 커튼이 움직인다는 건... 도대체... 마침 무서운 이야기를 하고있었으니, 몰래 숨어들어온 누군가의 장난이 아니였을까? 다소 무리수였던 생각이였지만, 아무래도 진짜 귀신이 있는 것보다는 나았으니. 제가 플래시를 건넨 선배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히...소름끼치네요 그거... 확실히."
믿지 않는 건 둘째쳐도, 상상하면 소름 끼치는 장면이다. 다시 돌아가서 보니 앉아서 웃고 있었다는 말에 살짝 앓는 소리를 내었다. 나라면 진즉에 버렸을거야 그 인형... 뭐, 진혁 선배가 제가 한 이야기에 더 놀라는 바람에, 조금 긴장된 심리가 풀어지긴 했지만
바짝 긴장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아까 파란 불빛도 보고 커튼 흔들려서 심란한 기분이 되어서는 다시금 제 책가방을 껴안고,화면이 켜지지 않은 핸드폰을 한 손에 쥐었다.그 나름대로의 안정을 되찾는 방법 중 한 가지였다.
"..그건 그렇지마안-무서운건 어쩔수 없는걸.."
일단 결론이고 자시고 간에 자신이 무서운것이 지금은 더 중요했다.완벽한 이야기를 할 담력은 어른이 되고 나서도 갖춰지지 않을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으으,이러다가 모두한테 겁쟁이 이미지로 남게 되면 어쩌지..여튼,지금은 다음 이야기를 얌전히 기다리는 게 우선인듯 싶었다.
그렇게 재미난, 혹은 친구들에게 말해준다면 꽤나 흥미로운 괴담들을 몇 개 듣고있자니 벌써 자신의 차례가 와버리자 즐겁게 후레쉬를 손에 쥐고 턱 밑에 갖다대며 즐거운 얼굴로 방글방글 웃었다. 어두운 불빛에 홀로 켜진 웃는 얼굴은 무서웠지만..
"있지, 여기 혹시 귀신 무서워하는 사람 있어?"
지안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활짝 웃어보이며 앉아있는 아이들을 쭉 훑고서 아이들의 반응을 잠시 살폈다. 생각외로 다들 무서워하는 거 같지는 않아보여서 익살맞게 눈꼬리를 접어 웃으며 그렇구나~, 하고 작게 읊조린 후 아이들에게 가까이 모여보라는 듯 손짓하며 분위기를 잡았다.
"안 무서워? 그럼 찾아볼래?"
한껏 아이들을 가까이 모이게 해놓고선, 지안은 사뭇 진지해진 얼굴로 분위기를 잡으며 혹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는 아이가 있으면, 바로 손가락으로 쉿 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쥐죽은듯 조용해진 빈교실을 쭉 훑어보았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귀신의 흔적을 찾는 듯한 그녀의 눈은 어느새 어두컴컴한 한 쪽을 가만히 응시했고, 아이들이 수근거릴 땐 그녀는 그저 작게 웃으며 빨리 찾아봐봐, 하고 장난스럽게 말할 뿐이었다.
가끔 보이는 걸로 판단하자면 그렇게 무섭진 않았다. 아직 직접 대면한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글쎄. 디테일하게 본다면 무서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
" 찾아보라고? "
내가 왔울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없는것이거나, 안 보이는 거겠지. 가끔 보인다고 해서 다 보이는건 아니잖아? 하여간에, 고개를 두리번 거리면서 귀신을 찾아보았다. 역시, 보이지 않는것 같은데.... 괜히 겁주는거 아니냐며 농담을 던질 셈으로 지안을 보았다. 하지만 지안은, 어딘가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후레쉬를 턱 밑에 갖다대고 장난치는 모습에 질색팔색을 하였다.안 그래도 주위 분위기가 싱숭해서 엄청 무서운데.. 귀신 무서워하는 사람 있느냐는 말에 냅다 손을 들었다.아마,살면서 가장 빠른 반응속도를 보였을 때일테다.다만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상대방은 그저 장난인줄만 아는 듯 싶었다!
"아니 그-..정말 엄청 무서운데..요..."
가까이 모이게 해놓고서 찾아볼래?하는 말에 엄청나게 주눅이 들어서는 주위를 살피는둥 마는둥 했다.이 와중에 지안의 시선이 한 쪽에 고정되어있는걸 보고 정말 울것같은 기분이 되었다.정말이지,다음부터 내가 밤을 새나봐라..절대로 밤 안 샐거야..
그녀는 응시하던걸 멈추고 갑작스레 손뼉을 큰 소리가 나게끔 짝, 하고 친 후 아아들의 시선을 모았다. 당연히 귀신을 봤다던가 한건 아니고, 그저 멍때렸을 뿐. 하지만 주변 아이들의 반응이 꽤나 재미있어 지안은 속으로 만족스러웠다.
"왼쪽, 오른쪽, 구석구석 다 찾아봤어?"
그녀는 직접 고개를 왼쪽, 오른쪽 돌려가며 귀신이 있는지, 혹시 이야기를 듣는 아이가 한명 더 늘어난 것은 아닌지, 열심히 찾는 시늉을 보였지만 역시나. 귀신이라던가 하는 것은 머리카락 조차 보이지 않았고, 아이들은 그런 지안을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런 아이들의 시선에도 지안은 굴하지 않고 혼자 히죽 웃을 뿐. 그러다가 고개를 천장으로 드는 아이를 발견하고 재빨리 그 아이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고 자신의 눈과 마주치게 하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작게 읊조렸다.
"하지만 절대 위 쪽은 보지마"
사실, 그녀는 보이는 걸 싫어하거든.
작게 속닥거리며 덧붙이고서 한껏 무겁게 분위기를 잡다가, 이내 킥킥 웃으며 끝이야~, 하고 후레쉬를 옆에 있는 산이에게 느릿하게 옮겨주었다. 후레쉬가 꺼져있는 동안 적막한 분위기의 캄캄한 교실은 꽤나 볼만했었다.
갑작스러운 박수 소리에 조금 놀라며 시선을 다시 지안에게로 돌렸다. 다 찾아봤지. 네가 보던 곳까지 봤지만 보이지 않았다고. 가벼운 놀림인가?
그러다가 누군가의 볼을 턱 잡으며 천장을 절대 보지 말라고 했다. 노림수는 이거였나...!
하여튼 이야기가 지나가고, 지안은 나에게로 랜턴을 넘겼다. 꺼져있는 덕분에 어두침침한 분위기가 나름 스산했지만, 신경쓰지 않고 후레쉬를 켰다. 빛이 주변을 밝혔다. 버릇처럼 야구공을 던졌다가 받듯이 후레쉬를 던졌다 받았는데, 주변이 클럽처럼 되는것을 깨닫고 그만두었다. 그저 평범하게 빛을 밑에서부터 얼굴로 비추었다.
" 뭐..... 그렇게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야. "
넉살 좋게 웃으며 시작했다. 평소에 목소리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목소리 데시벨을 줄이는 것에 심혈을 기울이며 말을 시작했다.
" 방송부의 한 친구 이야기야. 이 학교는 아니고. 여튼 그날은 방송 사연을 읽어주는 날이라서 방송 사연을 정리하는 저녁이었지. 어쩐지 그날따라 방송사연이 너무 많은거야. 그것들을 그냥 버리거나 할 수는 없었어. 학교에서 방송 기록들은 잘 정리해놓으라고 지시했었거든. 그래서 밤늦게까지 그것들을 정리하던 도중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 뭐랄까... 스피커에서 뭔가 이상한 소음이 작게 나는 느낌? 하지만 기분탓이라 생각하고 넘겼지만, 그 소리는 계속 귓가를 맴돌았어.
갑작스레 나는 손뼉 소리에 마치 여학생의 하이톤처럼 높은 음의 새된 비명을 지르고는 가방에 고개를 푹 파묻어버렸다.울어?아니,울진 않아..아마도. 한참 그렇게 파묻고 있다가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울망해진 모습이 아무래도 조금은 운 것 같았다.으으,정말이지.미워 진짜.
"..선배님 완전 바보 멍청이야..미워어..."
살짝 울먹이며 진혁이 할수 있는 가장 험한(?) 말을 하고서는 삐진듯한 모습이 되었다.여기서 손뼉을 왜 치는거야.무섭게.. 그래도 이 와중에 구석구석 다 찾아봤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끄덕였다.대충 찾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살펴보기는 했으니까. 그러다가 갑자기 한 아이의 얼굴을 잡고 낮게 읇조리는 모습에 제가 더 화들짝 놀랜다.
"ㅅ..싫어어-.."
오늘 이후로 당분간 진혁이가 밤에 천장을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정말,완전 무서운 시간이 지나가고 다음 사람으로 넘어갔다.이번엔 덜 무섭기를..
아이들의 재미난 반응에 크게 웃기도 잠시. 산이가 재차 말을 이어가자 입을 꼭 막고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귀신이란거 있을 리가 없잖아~ 있다면 니 뒤에 정도?
그나저나 버릇 같아 보이는 산이의 후레쉬를 야구공처럼 다루는 모습에 불빛이 이리저리 사방으로 튀어 요란스럽긴 했지만, 지안은 썩 마음에 들었다. 분위기 사네. 지안 자신이 얼굴에 빛을 비추었을 땐 안보여서 잘 몰랐지만, 이렇게 남이 하는 걸 보니까 묘한 기분이고 그렇네. 자주 써먹어야겠다.
"응응, 그래서?"
아무튼 산이의 얘기를 귀기울여 들으며 방송부?하고 고개를 슬며시 진혁에게로 옮겼지만 이내 아, 다른학교. 하고 익살스레 웃어넘겼다. 진혁이는 그런 경험 없으려나? 없겠지.
참다못해 결국 스피커를 고치려 학교 종을 틀어보았지. 어차피 방송부 내에만 소리를 재생했기 때문에 밖으로 새나갈 일은 없었어. 그런데, 아까 그 이상한 소리가 학교 종소리를 덮어버린거야. 그 아이는 너무 무서워져서 소리를 끄고 집으로 갔어. 하지만... 그 아이는 집에 도착하지 못했고, 어느 골목에선 학교 스피커에서 난 그 소리와 똑같은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지. 그 소리는 뭐였냐면... "
[끼익... 으드득.... 으득... 으적.. 으적... 으득..]
그 순간, 빈 교실 내부 어딘가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작지도, 크지도 않았지만 확실히 모두의 귀에 들릴 정도로.
" 아, 그래. 이런 소리였지. 똑같은걸? "
후레쉬가 아닌 다른 곳에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 출처는, 교실 안에 떨어져있던 휴대폰.
산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디선가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려왔고 지안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계하듯이 주위를 살폈다. 뭐야 누가 혼자 과자 먹나? 이 시간에 그럴 사람이 있나? 음, 경비아저씬가? 하지만 과자를 먹는 소리라기엔 너무 음침하고 무거웠다. 귀신일 거라고는 생각 조차 하지 않는 지안이기에 사람일거라고 확신하고 검지로 머리를 톡톡 치며 고개만 갸웃했다. 지각생인가?
그러다 저기 떨어져 빛나는 휴대폰을 발견하고 물끄러미 보았다. 마침 그것을 산이도 발견했는지 아무렇지 않게 대응하는 것을 보고 그를 멀뚱히 쳐다보는데, 갑작스레 불이 다 꺼진 덕에 깜깜하기만. 이제 여기서 누가 소리 한 번 질러줘야 재밌는건데, 지안은 곰곰히 생각하다 이내 '꺅' 하고 크게 소리를 내며 옆에 있던 산이의 어깨를 덥썩 잡았다. 그리고서 지안은 후회했다. 아 타겟을 잘못골랐네, 우리 귀여운 후배한테 했어야했는데.
방송부에다가,방송 사연을 읽어준다니.완전 나잖아 이거!!순간적으로 진지하게 방송부 활동을 그만둘까 생각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안돼안돼.그것만큼은 스마트폰과 콜라와 더불어서 내 인생의 몇 안되는 즐거움인걸. 밤늦게..라는 말에 조금은 안심된듯한 모습이었다.자신은 밤까지 남아있지는 않았으니까.좀 늦게까지 있긴 하지만..그리고 그 모습은 이어지는 말에 다시 무너졌다.
"흐엑..."
오늘 정말로 무슨 날인가보다.어제 밤샘을 한것을 정말 죽을만큼 후회했다.만약 지금의 진혁이 타임머신을 타고 어제로 돌아간다면 아마 기절시켜서라도 잠을 재웠겠지.그랬다면 지금 여기서 이런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좋았을까나. 그리고 갑작스레 들려오는 소리에 패닉 상태가 되었다.이리저리 둘러보고서는 당황을 감추지 못 하는듯 싶었다.
"ㅁ..몰라,이젠 정말..!"
정말 무서워졌기에 가방을 들고 그대로 뛰쳐 나가려다가 교실 안에 떨어진 핸드폰에서 나오는 빛에 멈춰섰다.저걸로 재생한건가..?진짜 엄청 놀랐잖아..!다들 나한테 왜 그러냐구!소리가 들렸을때 당황하지 않는 모습이 그제서야 떠올랐다.으으.낚인걸까..
느닷없이 지안이 자신의 어깨를 잡으며 소리를 지르자 흠칫 놀라 지안에게로 고개를 휙 돌렸다. 이 타이밍에선 누군가 놀래야 한다고 생각한걸까? 어떤 판단인지는 몰라도 일단 놀래키는 데는 성공했다. 생각지도 못하게 ㅡ사실 누군가가 놀래키는 장난을 칠 거라곤 생각했지만, 타이밍도 그렇고 본인에게 칠 줄은 몰랐다ㅡ 훅 들어와서 놀라버렸다.
" 타겟 선정은 잘 한것 같아서 다행이야. "
심호흡을 하듯 숨을 푹 내쉬고 진혁을 바라보았다. 저 친구한테 했으면 분명 당장에 뛰쳐나갔을거다. 나갔어도 어두운 학교 내부를 보고는 다시 돌아왔을지도 모르지만...
청소시간이 끝나고,종례를 마친 학생들이 각자 집으로.혹은 여가생활을 위해 각각 흩어지는 시간.플레이 리스트의 곡이 전부 재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래 담당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긴 머리를 이불삼아 곤히 잠들어있는 그는 세상 편안한 모습이었다.자그마한 숨소리가 고르게 퍼져 나갔다.핸드폰을 하다 잠들었던 것일까.왼 손에는 화면이 켜진 스마트폰이 그대로 들려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갈때 즈음,간신히 잠에서 깨어난 진혁은 작게 기지개를 켜고서는 부스스해진 머리를 정돈했다.지금이 몇 시인가 싶어 시계를 보았다.시간은 어느새 6시 5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우음..세이프다아-"
아직 여전히 비몽사몽한건지 조금은 낮아진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귀차니즘을 무릅쓰고 주섬주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더 늦기 전에 집으로 향해야 한다 선생님께서 또 한 말씀 하실지도 모르겠지만,일단 그것보다는 어두운 학교에 혼자 남아있는게 무섭다는 이유가 더 컸다. 짐을 다 챙기고 나가려다가,방송실의 마이크에 시선이 갔다.귀찮은데 그냥 갈까.. ...아니야.그래도 혹시 몰라.느릿하게 마이크 앞으로 가서는 교내 전체 방송으로 바꾸고 입을 열었다.
"아직 교내에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학생 여러분께 알립니다아-이 방송을 들으신다면 얼른 짐 싸서 안전하고 포근한 집으로 가 주세요오..밤의 학교는 아-주 많이 위험하니까-"
한 마디를 끝내고 방송실에서 나서기 전.모든 장비를 꺼 두었는지 다시 한번 체크했다.귀찮더라도 이런거 안 하면 부장 형아한테 혼나..늦장을 부릴 여유 또한 없었다.시간은 6시 55분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불을 끄고 나가..려다가 문득 쎄한 기분이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어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소름이 돋는 듯 싶었다.
"..아니겠지-아무 일도 없을거야아.."
애써 자신을 진정하며 문을 닫고 교문으로 향했다.교문을 나선 시간은 6시 59분.
아,교문으로 향하는 길에스피커에서 이상한 잡음이 들린 것 같았지만.. ...기분 탓이겠지.
정숙주의 선레라..!상황은 정숙주께서 편한걸로 아무거나 해 주셔용~ 가끔가다가 비싼 개체들이 그런 경우였군용 ㄷㄷ 판타지 팩맨이 막 이런저런 색 섞인 그런 애들인가요?그건 오네이트였던가..(흐으릿 여튼 완전 알록달록하네요 빨주노초파남보 다 존재할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ㅎ..(아니다 이 진혁주야
정체 불명의 무거운 물건을 반 애들이랑 같이 옮기고나니 허리가 다 뻐근하다. 참,방송부에서는 도대체 무슨 물건을 이렇게 옮기라는거야? 그냥 컴퓨터,마이크,스피커만 있으면 학교 방송은 다 끝나는거 아니냐구. 빨간색 초록색 버튼이 달려있는 이런 괴상하게 큰 기계들은 딱히 필요 없는거 아냐?
"으아아아암."
다 옮기고 나서는 늘어져라 하품한다. 거 참,집에 갈 시간에 이런 물건 옮기느라 다들 고생이 많구만,여기서 힘도 썼으니 가서 플스 키고 게임이나 실컷 해야지. 아냐,안돼 안돼! 이렇게 게임이나 할 생각 하고 말야! 안그래도 성적 나쁘잖아! 진짜 이렇게 되다간 성적 바닥 깔고 대학도 못가고 엄마 일 이어받아서 무슨 총각귀신에 들린 무당일 해야 할 수도 있어! 그 거지같은 무당 일 하고싶어?! 아니잖아! 열심히 공부하자고! 이렇게 마음을 다 잡은 뒤 힘을 꽉 주고 주먹을 쥐고,눈에 힘을 팍 주고 기지개를 편다. 좋아,열심히 공부하자. 집에 가서 복습도 하고,예습도 하고,학원도 알아 보ㄱ...?
"?!"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러 가려는데,내 눈 앞에 천사가 나타났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길고 아름다운 검은 생머리,환하게 빛나는 흰 피부에,예쁜 얼굴까지. 천사라고밖에 말 할 수 없는 여자 선배의 등장에 내 눈은 크게 떠지고 온 몸에 힘이 싹 빠져버렸다.
흐아아..오늘도 혼나버렸다아.담임 선생님께서는 매번 늦게 집으로 귀가하는 자신이 많이 걱정되는듯한 모양이었다.요즘도 아슬아슬하게 6시 58분이나 59분에 교문을 나서는 일이 허다했으니까. 근데 그래도 어쩌랴.핸드폰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잠이 몰려오는걸.미인은 잠이 많다는 말은 헛소문이 아니라며 능청스러운 생각을 하던 진혁은 문득 오늘 방송부 부장 형아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맞다아-그러고 보니 오늘 물건 받아놓으라고 하셨는데-"
귀찮다고 안 하겠다고 했다가 머리에 딱밤을 한 두대정도 먹었더라지.하여튼 우리 부장이 형아는 친절한데 가끔 이렇게 폭력적이란 말야..언젠가 삐뚤어질테다아.. 불만을 자기 개인 블로그에 표출하여야겠다고 생각했는지,핸드폰을 꺼내들고 한참 화면을 들여다보며 타자를 치고 있었다.그러느라 불만사항은 어느새 까맣게 잊혀졌고,자신도 방송부 앞에 도착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 순간마저도 핸드폰의 화면에 시선이 집중되어 앞도 제대로 안 보고 걷다가 하마터면 제 앞에 서있는 학생과 그대로 부딛힐뻔 했다.다행스럽게도 적당한 거리에서 간신히 핸드폰 화면에서 눈을 떼었기에 멈춰설 수 있었다.아무래도 초면..인것 같은데.왜 그러고 서 있는거니.
"..."
자신은 낯을 심하게 가리는 성격이었던지라,초면인 상대 앞에서 잠깐동안 말 없이 상대를 바라보다가 검지로 살짝 제 볼을 긁적였다.내 얼굴에 뭐라도 묻은건가- 아무튼 일단 상대방은 방송부는 아닌 듯 싶었다.그렇다면,짐을 날라주러 온 학생이 되려나.
"앗..으응,안녀엉-"
뒤늦게 들려오는 인사에 잠깐 놀랐다가,이내 헤실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그러고는 이내 흔들던 손으로 저 쪽에 놓여있는 기계를 가리키며 이거 날라주러 온 거냐고 물어보았다.하여튼 부장 형아도 너무하지.이런건 3학년들끼리도 할 수 있는데 궂이 새파랗게 어린 후배님들을 시켜먹는건 무슨 심보야..
아무튼 조금은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후배의 대답을 기다렸다.조금 더 친화력이 높았다면 자연스레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갔을테지만..역시 현실에서의 자신은 넷 상의 자신과 조금은 다른 듯 싶었다.집에서 캠 켜고 방송할때도 이렇게 낯 가리지는 않았는데.
아,남자였구나. 남자 목소리를 듣고나니 다른 의미로 무릎의 힘이 탁 풀리는 느낌을 정통으로 받았다. 그래,이 세상에 예쁜 여자는 이미 다 짝이 있다카잖아...하지만,하지만!!! 어떻게 남자를 보고 두근거릴수가 있지! 으아아아! 죽고 싶다. 지금 당장 창문 열고 다이빙 하고 싶다아아아아!!! 천사는 무슨 천사! 젠장! 그래! 평생 나는 혼자 살다 죽어버릴테다아아아아! 나는 속으로 그렇게 부르짖으며,몇번 헛기침한다.
"크흠."
아,하긴 저 선배가 무슨 죄겠어. 그리고 저 선배는 엄청 인기있는 얼굴일거 같은데-잠깐 어디서 목소리 들어본거 같은데-의외로 낯을 좀 가리는 성격인지 말을 뜨문 뜨문 하신다. 그럼 내가 좀 적극적으로 말하는게 좋겠지? 나는 썬캡 너머로 저 선배의 얼굴을 바라보며 (...부럽네)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네! 저 정체모를 무거운 기계 옮겼슴다! 뭐하는 기계인지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선배님,어디서 목소리 들어본거 같은데 말임다. 어디서 들었더라?"
헛기침을 하는 후배님을 살짝 올려다보며 더더욱 알수 없다는듯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뭐야 왜그래.정말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싶었는지 손거울을 꺼내 확인했다.이상한거 안 묻었는데.뭐가 문제지. 아무튼,역시 자신의 예상대로 저 기계를 여기까지 옮겨다 준 친절한 후배님이 맞는 듯 싶었다.물론 이 후배님 말고 다른 후배님들도 이번에 힘좀 썼겠지.
"으응,역시 그랬구나아..수고했어어-여기까지 들고 오느라 힘들었을것 같은데에."
아,초콜릿이라도 줄까..하며 제 가방을 열고는 자그마한 ABC초콜릿 몇 개를 꺼내었다.오늘 쉬는시간에 간식으로 챙겨 먹으려던거였는데 깜빡 잊었지 뭐야.다행히도 녹지는 않은 모양이네.하여튼 꽤 용기를 내어 초콜릿을 권유하던 진혁은 이어지는 말에 아.하고 잠깐 말이 없었다.
"..매번 점심시간마다 하는 GM라디오 방송,내가 하는 거니까아-아마 한번쯤은 들어봤을걸.그거 말고도 인터넷으로도 방송 하기는 하지만-"
설마하니 이 후배님이 자신의 구독자라거나 하는 것은 아닐 터였다.구독자라면 자신을 알아보았을 테니까.그렇다면 자기 목소리를 들을 시간은 매번 점심시간마다 하는 방송 외에는 자주 없었다.같은 학년이 아닌 후배님이라면 더더욱.
"옮겨다준 기계는 방송기기일거야-얼마 전에 방송기기를 새로 주문했다면서 부장 형아가 엄청나게 들떠 있던걸 본 적이 있었으니까아-.."
그렇게 말하며 저 쪽에 놓여있는 방송기기에 흘긋 눈길을 주었다.세팅..도 내가 해야 하려나아.귀찮은데에... 그래도 다행인것은 저 큰 기계를 후배님들이 이곳까지 옮겨 주었다는 사실이었다.만약 후배님들 아니었으면 나 혼자서 엄청 힘들게 옮겨놓아야 했을 것이었다.어쩌면 부장 형아는 그런걸 감안해서 후배님들에게 시킨 걸지도 모르겠네..그건 조금 고마운거얼-
앗,감사합니다. 쪼그만 쪼꼬렛들을 주시길래-내가 쪼꼬 좋아하는건 어떻게 아셨지!-감사히 받아들고 포장지를 깐다음 입에 하나 던져넣는다. 으음,달달하고 쌉쌀한 맛,감동적입니다요★ 그리고 다음 이어진 말은 살짝 충격이었다. 아니,GM 라디오 방송 진행자가 이 예쁜 누님같은 남자 선배였다고?! 목소리랑 완전 딴판이잖아아아아!!! 나는 속으로 부르짖고,최대한 침착함을 가장한다. 침착하자,침착,침착. 그런데 그 다음 나오는 부장 형아-라는 말에 더 참을 수 없었다.
"쿨럭."
절로 기침이 나왔다. 그리고 저 선배가 준 물건이 쪼꼬렛이라는데 진심으로 감사했다. 만약 커피나 콜라였으면 코로 뿜었을테니까. 아니! 이거 이래도 되는거냐고?! 완전 현실에 튀어나온 만화 캐릭터잖아!!! 형아라니까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이다. 그야말로 현실에 튀어나온 만화캐릭터 같은 너무나 귀여운 사람을 보는 기분이라,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카와이데스네를 외치고 싶어진다고. 후우,침착하자 침착. 저는 당황하지 않습니다. 침착. 또 침착.
"아,박정...박정숙이요. 진짜 실명 맞고요,정숙양이라고 부르지 마세요.제발."
다행히 정신줄을 잡는데는 성공했다. 나는 침-착하게 선배님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래요,박정숙입니다. 맨날 중학교때는 정숙 표지판 쓰러트리고 애들이 정숙이 쓰러졌다 이러질 않나,애들이 정숙양 정숙양 자꾸 그래서 성이 정씨고 이름이 숙양인걸로 착각할 지경이었다니까요.
"그나저나 선배님,손거울은 왜 들고다니심까. 화장하는 여자애도 아니고. 솔직히 화장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어짜피 예쁜사람은 화장 안해도 예쁘고,안이쁘면 화장 해도 안이쁘잖슴까."
앗앗 그 머지 진혁이 목소리는 약간 중성적?소년틱?한 느낌이에용!변성기가 오긴 왔지만 정말 미미해서,일단 목소리에서 남자애라는간 알아챌수 있어도 외모랑 그렇게 큰 괴리감이 없답니당 ><..이거 설명을 시트에 써 뒀어야하는데 제가 그때 이래저래 빼먹은게 많았네요 ㅠㅠㅠㅠㅠ 이 기회에 지금 목떡 올려봅니다!지녁쟝 목떡이에여!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조금은 경계심이 풀어진건지 옅은 미소를 띄었다.그래..어짜피 같은 학교 후배님인데,너무 담 쌓을 필요는 없겠지.마음이 흐뭇해지려는 찰나 후배님이 다시 기침을 하였고 이내 아까전에 미처 말하지 못했던것을 말했다.
"우으음..혹시 어디 아파아..?"
처음 보았을때도 멍하니 있고,기침을 자꾸 하는게 아무래도 감기 때문에 그런것은 아닐까 조금 걱정이 되었던건지.조금 망설이던 진혁은 이내 조금 긴장한듯한 표정으로 조심스레 손을 뻗어 후배님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으응,열은 없는것 같은데에.아무리 생각해도 도통 이유를 알 수가 없었기에 그저 아리송해진 기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앗,그-렇구나아-정숙이라니 예쁜 이름인거얼.정숙양..은 별명인거야-?"
들려오는 말에 살짝 웃음을 흘렸다.확실히 여자애라고 착각할만한 이름이었다.이름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을지 조금은 예상이 간다.자신은 지금 당장은 놀리지 않겠지만,나중에 좀 더 안면을 튼다면..글쎄.실컷 정숙양이라고 불러주지 않을까.원래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게 사람의 심리인 법이다.
"아아,이거는.."
화장할때 쓰는 용도가 맞다고 대답하려다가 이어지는 말에 순간 침묵하였다. ..역시 후배님도 여자애가 아니고 나같은 남자애가 화장하는거,이상하다고 생각하는구나.그래.충분히 이상할 수도 있겠지.. 조금은 주눅이 든 듯한 모습이 되어서는 다시 입을 연다.
"....화장할때 쓰는 거 맞아..가끔 머리 정돈할때도 쓰고 있긴 하지마안-...그리고 그건 그렇지..?안 이쁘면 화장해도 안 이뻐어.."
내 인터넷 방송을 보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이쁘지도 않은 놈이,여자도 아닌 사내놈이 화장 떡칠한다고,앞에서는 칭찬하지만 뒤에서는 오만가지 뒷담을 까고 있는건 아닐까.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슬퍼져버렸어.
자신이 조금 낯을 가리고 심한 귀차니스트이기는 하지만,그런 것들만 배제한다면 자신 역시 다른 아이들과 같은 18살 남고생일 뿐이었으니까.별명을 가지고 장난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었다.일단 확실한 건 자금 당장 그러지는 않을 것이고,장난을 치더라도 조금 순화시키기는 할 것이라는것 정도..?
"...정숙이 후배님때문에 기분 나쁜건 아니었어..그냥 좀 생각이 깊어져버렸을 뿐이랄까..? ...방송하다 보면 이런저런 사람들이 많으니까아-.."
왠만한 사람들은 자기 방송을 보며 잘 어울려주지만,간혹가다가 분탕을 치는 악플종자들이 있기 마련이었다.평소에 험한 욕을 잘 입에 담지 못하는 성격이었던지라,타이핑으로도 그런 악플러들에게 일침을 날리지 못 했었고 그것은 트라우마가 되었지.소심한 성격이 아니라지만 누구든지 그런 경험을 몇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처가 되는 법이다.
"집에서 캠 켜고 방송하다 보면,그것보다 더한말을 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아.."
실시간 방송이라면야 직접 댓글창을 관리해주는 사람들이 차단을 먹이고 하니 큰 상관은 없었다.가장 큰 문제는,역시 녹화본을 올리고 나서의 댓글창이었다.댓글창에서는 차단을 하고 영구정지를 먹이는 것이 불가능했기에,왠만한 악플러들은 전부 그 곳에서 미쳐 날뛴다고 보아도 무방했다.그렇기에 자신도 왠만해서는 댓글창은 잘 보려고 하지 않는다.오만가지 병림픽과 악플을 보며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느니,차라리 안 보고 말지.
"..그건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인걸,후배님.나는 쭉 반말을 하고 있었는거얼-?혹시 후배님이 아니라 후배라던가..동생이라는 말이 듣고 싶었던거야아..?"
아니면 그저 자신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한 서비스였을까.어찌 되었든,진혁은 다시 예쁘게 미소지었다.나는 지금까지 쭈욱 반말을 유지했는걸.어제 왕게임 처음부분 빼고.
"아,방송도 하셨었어요? 캠방하시나 보네요,하긴 방송 하다보면 별 이상한 놈들 많이 오잖아요. 웃어 넘기긴 힘들겠지만,그래도 감정소모 안하는게 좋아요! 그런 쓸데없는 놈들한테."
방송 하는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진짜 억만금 받지 않는한 도저히 못해먹을거 같더라,큰 방송이면 따라오는 나쁜 놈들이 있다니까. 진짜 그런 놈들을 보면 쓸데없이 감정소모 하지 말고 그냥 쿨하게 무시해버리는게 가장 중요할거 같아. 저번에 보겸이었나? 그 스트리머도 진짜 말도 안되는걸로 억울하게 욕 먹고 고생하던데. 액시스마이콜 그 아저씨도 바른 말 좀 했다고 욕 사발로 먹고. 스트리머들은 이렇게 악플 달리는거 보면 진짜 하루에도 욕하고 싶은거 수십번은 참을거 같다디까.
내가 당사자가 아니라 선배님께 이렇게 말하는게 좀 그렇긴 하지만 감정소모 하지 않는게 중요할거 같긴 하다. 응.
"아,후배님보단 차라리 동생이 낫죠! 후배님이 뭐에요,후배님이. 앞으로 동생이라고 불러주심 감사하겠슴다!"
그래! 후배님보단 동생이 훨씬 낫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선배님! 이렇게 웃으니까 얼마나 좋아! 심각하게 가라앉아있는 것보다 훨씬 잘생기셨잖아. 암,그렇고 말고. 그나저나,선배님은 이 시간에도 왜 여기에 계신거지? 슬슬 다들 집에 갈때 아닌가? 나는 머리를 긁적이고 썬캡을 푹 눌러쓴다음 선배님께 질문한다.
"선배님은 그나저나 이제 집에 가실때 아니에요? 방송부는 점심시간에만 방송 하는거 같은데,이 시간까지 방송부에 남아계실일은 없을거 같아서요."
솔직히 학교에 있으면 할거 없잖아! 빨리 집에 가거나,친구들이랑 같이 피씨방 가서 겜이나 한판 때린다던가. 그럴텐데. 으아아아...생각하고보니,나도 친구들이랑 같이 게임 한지 진짜 오래됐네.
"으응,캠방이야아-요즘도 계속 하고있고,주로 다루는건 화장품쪽..?게임 스트리머도 생각은 해 봤는데 아무래도 그건 소재가 금방 고갈날것 같아서어.."
새로운 게임들이 나온다면야 그것들을 리뷰하겠지만 자신은 인터넷 게임은 그렇게까지 잘 하지 못한다.배틀그라운드도 PC보다는 모바일에서 치킨을 더 자주 먹었지. 아무튼 후배님의 말에 백번 공감하는듯한 눈치였다.확실히,방송을 하다 보면 정말 별에별 부류의 미친것들이 많이 꼬인다.그것은 안티나 악플러들뿐만 아니라 몇몇 극성 팬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가끔보면 안티보다 더더욱 성가시고 무서운 존재들인것 같았다.
"으응,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그런 애들한테 감정소모 할 시간에 차라리 내 취미활동을 하는게 더 이득이긴 하니까아..."
배시시 웃으면서 후배님을 올려다보았다.꽤 괜찮은 후배인것같은 기분이 들었다.처음에 조금 낯을 가렸던게 미안해지려 할 정도로.이런 후배라면 조금 더 친해져봐도 괜찮겠지.유순한 미소를 유지한채로 뒤이어지는 말에 답했다.
"그러면 이젠 정숙이 동생..으로 부를게에-어감 괜찮은걸-?"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망설임 없이 오케이 콜 해버렸다.저렇게까지 격하게 긍정하는데 동생이라고 안 부를 이유가 없잖아.그나저나 이렇게 부르니까 디게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그 친근함이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누군가와 친해지는 건 조금 힘들긴 하지만,그래도 보람찬 일이니까.
"우음,점심시간 외에도 청소시간에 노래를 트는것도 방송부가 할 일이니까아- 게-다-가,오늘은 부장 형아가 저거 받아놓으라고 했구.세팅도 간단하게 해 둬야 하니까 아직은 아니야-"
추가적으로 매번..은 아니고 꽤 자주 하는 집으로 돌아가라는 방송도 직접 해야 하니까 진혁의 귀가시간은 더더욱 늦었다.그래도 오늘은 용캐도 기절잠하지 않고 이 시간까지 깨어있었기에 조금은 앞당겨지겠지.이어서,이번에는 진혁이 정숙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는 정숙이 동생은 집에 안 가..?"
하고 말을 건내던 진혁은 문득 아직 자신은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음을 깨달았다.으으,실책이야 실책.
"방송이라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니까아-우리 방송부는 GM고 학생들에게 늘 최상의 방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늘 힘쓰고 있다구..?"
부장 형아가 쓸데없는 기계를 그냥 막 들여올 사람은 아닐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기에 그렇게 말하고는 살포시 웃었다.뭐,방송부가 아닌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냥 쓸데없는 기계로 보일 수도 있을것이다.게다가 갑작스럽게 저런 무거운걸 옮기게 되었으니 불만사항이 없지는 않겠지.
"그렇구나..늦지 않게 돌아가길 빌게.밤의 학교는 위험하니까-"
꼭 귀신이라거나 하는 것들이 아니더라도 위험한 사람을 마주할수도 있으니까.이곳의 치안은 그렇게까지 좋은 편이 못 되었다.자칫 잘못하다가 묻지마 살인마라도 만난다면 귀신을 만났을때와 다를바 없는 상황이 연출될지도 모른다.물론 그런 사람을 마주할 일은 없다시피 하겠지만은.
"공부에 너무 크게 스트레스받지는 마-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인건 맞지만,필수조건은 아니니까아.."
공부를 못 한다고 해서 어른이 되자마자 즉결 사형당하거나 하는것도 아니었으니까.공부가 아니더라도 사회를 살아갈 길은 많았다.성공할수 있는 방법도 널리고 널려있다.단지,공부를 잘 하는것이 성공할 기회를 조금 더 올려주고 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 뿐이다.
"아앗,고마워어-이름을 바꾼다니.그렇게 해도 재밌을것 같은거얼-"
만일 그런다면 이름 때문에 더더욱 헷갈릴테지.특히 이쪽은 남자라고 자신이 직접 말하지 않는 이상 여자로 알 확률이 극히 높았다. 각설하고,슬슬 기기 세팅을 하기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귀찮지만..내일 부장 형아한테 안 혼나려면 어쩔수 없겠지-
>>199 진혁쟝은 무서움과는 거리가 한참 먼 아이에용!귀차니스트에 낯 가리는 아이일 뿐..!독설가..설정은 앵간해서는 크게 부각되게 하지는 않을 추가옵션 같은 느낌이라서.. 일단 진혁이가 정숙이를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니까 친해지는데에는 무리가 없을거에요!홧팅 ><
오늘 비가 온다고 분명 듣긴 했는데, 했는데.. 귀찮아서 굳이 가져오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오네. 비 오는 것을 딱히 싫어하지도 않아서, 굳이 말하자면 좋아하는 편이라서. 해가 저물고 있지만 비는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고, 지안은 그저 생각없이 3학년 교실에 홀로 앉아 창밖을 내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누가보면 뒤늦게 중2병이 온 센치한 여자아이 같았겠지만, 딱히 그런 건 아니고. 지안은 창밖을 보며 잔뜩 멍을 때렸다. 언제쯤 그치려나? 그치긴 하나? 안그치면.. 글쎄, 어떡하지.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는데.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있고 싶진 않았지만 지금 당장 누군가에게 연락을 해도 달려와 줄 수 있는 사람도 없어서 그저 휴대폰만 손에서 만지작거렸다. 외롭거나 한 것은 아니고.. 아닐걸?
"아 진짜 심심하다 진짜"
한숨을 폭 내쉬고 이내 책상에 엎드렸다. 그덕에 볼살이 잔뜩 눌려 우스꽝스런 모습이었지만 어차피 아무도 없으니까. 휴대폰을 하기엔 배터리도 별로 없어서 하지도 못하겠고, 비도 안그치고. 주변에 아는 애라도 지나간다면 당장 불러서 같이 놀자거나, 혹은 우산이 있으면 같이 씌워달라고 할텐데. 복도는 생각외로 무지 조용했다. 학교 소문이 꽤 무서워서 그런가? 다들 집에 일찍 가버린듯 했다. 그렇다고 잠을 자버리면 정말 해가 다 지고 캄캄해질때 일어난다거나, 밤을 새버릴 것 같아서 잠을 자는 것만은 피하려고 노력했다. 근데 약간 졸린 거 같기도 하고.. 조용한 빗소리, 고요한 교실에 나른해짐을 느끼며 지안은 천천히 눈을 꿈뻑였다. 아, 자면 안되는데..
그렇게 눈이 스르륵 감겨 발소리도 듣지 못하고, 잠이 막 들었을 참에. 무거운 눈꺼풀을 이겨내지 못하고 밤 늦게까지 자버리려는 순간에, 콰앙.
"와아, 씨"
욕이 나오려던 것은 아니고, 그냥 놀라서. 화들짝 놀라 몸을 크게 들썩이며 번쩍 몸을 일으켰다. 순간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소리의 근원을 찾아 고개를 돌려보니, 익숙한 얼굴의 한 남자아이가 굉장히 밝게 인사하며 들어오고 있었다. 동그란 눈으로 3초 정도 벙쪄서 그를 멀뚱히 쳐다보고 있다가 이내 상황파악이 끝났는지 눈을 치켜 세우고 그를 잔뜩 노려보았다.
"혼날래 진짜, 놀랐잖아"
만약 지안의 손에 무언가 쥐어져 있었다면 당장 산에게로 던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한숨을 한 번 휴 내쉬고 한 쪽 손으로 턱을 괴고 그를 나른하게 쳐다보았다.
"근데 왜 왔어?"
아까 집 간거 아니였나?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지안은 그가 하는 행동을 멀뚱히 지켜보았다. 아, 마침 잘됐네. 같이 집가자구 해야지. 지안은 속으로 생각을 끝마치고 같이 가자고 말 할 타이밍을 기다렸다.
뒷산은 좋은 곳이다. 이름 모를 꽃들과 해가 지는 풍경이라던가. 운이 좋으면 귀여운 다람쥐나 특이한 새들, 고라니까지. 정확히는, 그런 자연물들을 종이 한장에 새겨넣는 것을 좋아하고 있다. 그래서 하교시간에도 나 혼자서 뒷산에 오르고 있다. ...뭐, 그럴때마다 항상 수수하게 생겨먹어서 비싼 취미를 가지고 있냐는 둥, 괜한 시비가 따라 붙긴 했지만. ...이제 곧 하교 시간이다. 슬슬 돌아가야겠지?
뒷산에서 부터 학교까지 걸어가며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넘겨보다가, 다시 카메라를 들고 빙 둘러보기도 한다. 문득 렌즈에 누군가가 잡혀있어서, 카메라를 내리고 그 쪽을 쳐다보았다. 아, 백물어 때의 그 선배님이였었지? 유독 화려한 색채의 머리카락을 기억하고 있었다.
"...저기, 안녕하세요!"
어느새 자연스래 친해진 양 말을 걸고 있었던 것은, 막상 말을 걸고 나니 머쓱해져서 괜히 제 뒷목만 긁적인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에 정말이지, 놀라면서 겁을 잔뜩 집어먹었던 모습이 꽤나 인상 깊게 남아서 그랬던걸까?
"그, 저번에는 그래도 잘 돌아가셨었나 보네요. 많이 놀라셨던것 같은데... 지금은 괜찮으신가요?"
그게 노크였어? 그게?? 발로 꽝 찬 게 아니라?? 어리둥절한 얼굴로 약간 미간을 찌푸리고 산과 열려 있는 문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이내 푸흐, 하고 어이 없다는 듯이 웃었다.
"와, 한 대만 때려봐도 돼??"
지안은 손가락으로 산이를 한 번 가리키더니 이내 들고있던 손을 꽉 쥐고 주먹으로 허공을 툭툭 때리는 시늉을 했다. 저, 저, 얄밉게 웃는거 봐. 진짜 한 번만 꼬집어 주고 싶어.
"덜렁이네, 너"
휴대폰을 두고 왔다며 책상을 뒤지고 있는 산이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이내 샐쭉 웃으며 놀렸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말이야. 어쨌든 산의 반응을 보니 산이 역시 휴대폰의 배터리가 없어보였다. 동병상련이네, 하고 생각했지만 굳이 말을 꺼내진 않았다.
"응, 씌워 줄 거야?"
타이밍을 재고 있었는데, 마침 눈치를 챈 듯 한 산이가 자연스럽게 먼저 물어봐주자 고마움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이고서 부드럽게 웃어보였다. 알고 있었지만 역시 활기찬 아이네, 싶어서 지안 역시 한 손으로 허공에 빵 하고 쏴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슬그머니 산의 옆으로 가서 산의 허리를 손으로 가볍게 팡, 치더니 히죽 웃었다.
산의 연약하다는 말에 다시 한 번 어이없다는 얼굴 표정으로 입을 약간 벌리고 그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지만 쾌활한 그에게는 소용없는 공격 같았다. 보통 얌전한 아이들이라면 이런 표정을 짓고 빤히 바라보면 머쓱해 하기 마련인데, 지안의 눈에 비치는 그는 고작 이런 공격에는 끄떡 없어 보였다. 장난인걸 알지만 말이야, 윗 옷을 벗으면 배에 뭐가 써져있을 것 같은 이 친구가 말이야. 어?
"착하네, 덜렁거리는 야구 소년아."
감기 걸린다는 말에 킥킥 웃으며 수긍했다. 일부러 소년아-하고 부르며 강조했다. 하긴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누구든 불쌍해서라도 같이 가주려나? 나는 아닌데. 그나저나 이런 날에 마침 타이밍 좋게 휴대폰을 놔두고 간 산이는 정말 운이 없는 건지. 역으로 말하면 지안은 정말 운이 좋았다. 이대로 아무도 찾아 오지 않으면 어쩔 뻔 했어?
"아파? 아프라고 때린 거야."
아픈 건지, 연기인 건지. 애초에 지안은 손에 힘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능청스레 웃었다. 그러다 그 뒤에 들려오는 산의 말에 금방 얼굴이 굳어졌지만. 분명 문 닫혀 있었잖아? 아까 내가 분명히 봤다구. 그런데 문이 닫히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닫히는 과정도 보지 못했다. 근데 어느새 닫혀 있는 문을 보고 잔뜩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음표를 열개쯤 띄웠다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산의 말에 금방 정신을 차리고 그를 재빨리 따라갔다. 뭐, 바람 이라던가 경비 아저씨라던가. 경우의 수는 많으니까. 모르겠다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니까.
"야 비 진짜 많이 와. 우산 커??"
산을 따라 학교 계단을 내려가는데 흐린 날씨 때문에 학교는 잔뜩 깜깜했고, 비 때문에 바닥은 축축해서 미끄러지기 딱 좋았다. 지안은 바닥을 열심히 내려다보며 괜히 넘어지지 않게 조심조심해서 계단을 내려갔다. 그래도 괜히 불안해서 옆에 있는 산을 힐긋 쳐다보다가 그의 옷자락을 괜히 잡았다. 뭔가 혼자 슝 사라질 것 같고, 눈 한 번 감았다가 뜨면 저 멀리 먼저 가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들어서. 왠지는 모르지만.
착하네- 까지는 참 좋았는데, 덜렁거리는 야구 소년이라니. 내 별명은 대체 어디까지 길어지는거야?
" 어째 아까부터 별명이 늘어나는것 같은데.... "
기분 탓은 아니지? 그리고 어째서 소년에 강세를 주는건지 모르겠다. 뭐, 하여간. 착하다는 말은 꽤나 오랜만에 들어봤다. 주변에서는 그런 말을 자주 해주지 않았다. 왜 일까? 내가 운동에 열중하다보니 착한 일을 많이 하지 못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그래도 오랜만에 들으니, 나름 기분이 좋았다.
" 너무하네- "
중얼거리듯이 말끝을 길게 늘이며 말하고는 키득거렸다. 지안은 문이 닫혀있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고, 이내 나를 따라왔다. 문이 왜 닫혀있는지, 애초에 내가 열어두긴 했었는지. 의문이 여러 개 들긴 했지만 굳이 신경 쓸 필요 없었다. 우리한테 해가 되지는 않았으니까!
" 나쁘지 않은 크기야. 누구를 씌워준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
아직 실내인데도 괜히 우산을 한 번 펴서 크기를 확인해보았다. 어찌어찌 둘이 들어갈 크기는 되어보였고, 확인을 마치자 다시 우산을 접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지안이 옆에서 내 옷자락을 잡았지만, 고개를 돌리진 못했다. 바닥에 물기가 있어서 미끄러지지 않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으니까. 그러다가 한 층 내려간 후에 주변을 살피려 고개를 돌리다가, 무언가 이상한 것이 포착되었다.
" 어.... 잠깐만. "
발걸음을 우뚝 멈추고 자신이 품고있는 의문이 확실한지 확인하기 위해서 지안에게 질문을 던졌다.
" 우리 교실, 3층이잖아. 맞지? "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곳은, 중간 벽에 붙어있는 층 안내판이었다.
" 그리고 우리는 한 층 내려왔고. 근데 왜.... "
뒷말을 흐리며 손가락을 들어 가리킨 안내판에는, 3이라는 숫자가 출력되어있었다.
" 그리고 바닥도 이상한게, 왜 이렇게 젖어있지? 애들 집에 간 지가 언젠데, 아직도 젖어있어? "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며 한 번 산이의 얼굴 표정을 살폈다가 이내 킥킥 웃었다. 백 산, 백두산. 짧고 마음에 들어? 라고 한 술 더 뜨려다가 괜히 맞고 싶진 않아서 곧 그만두었다. 놀리는 걸 좋아하는 성격에 친구들의 별명을 곧 잘 만들어 주곤 했다. 지안의 별명은 글쎄, 안지안은 거꾸로해도 안지안? 주의 깊게 들은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여기서 우산 들고 튀면 어떻게 돼?"
지안 역시 고개를 들고 우산을 빤히 쳐다보다 이내재밌는 게 생각 났는지 활짝 웃으며 우산을 손으로 가리켰다. 물론 산 역시 운동 선수이기 때문에 달리기는 몹시 빠른 걸 예상하고 있지만, 지안 역시 달리기라면 자신 있어서. 재빠르게 우산을 낚아 채고 운동장까지 전속력으로 뛰어 갈 상상을 해보았다가 일단 우산을 낚아 챌 힘이 없을 것 같다는 것을 깨닫고 곧 포기했다. 게다가 이런 날 뛰어다니면 엉망진창으로 넘어질 게 뻔해서.
"흐음"
처음 산의 말을 들었을 땐 말도 안된다며 괜히 겁 주려고 장난치려는 것 같아서 한 번 꼬집어 주려다가, 두 눈으로 확인한 덕에 금방 그만두었다. 듣고보니 확실히, 이상하리만큼 축축한 계단과 분명 조심스럽게 내려왔음에도 써져있는 3층 이라는 표시. 빗소리는 억세게 쏟아지고 있었고 절전을 위해 잔뜩 까맣게 꺼져있는 빈교실들은 소름끼쳤다. 지안은 알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고개를 한 번 기울였다가 이와중에 생각 난 장난에 씩 웃음지었다.
"...꺅! 무서워라"
한 발 늦은 비명이긴 해도, 이런 음침한 날에 비명 소리가 울리긴 충분하지. 어제의 일을 떠올리며 지안은 다시 한 번, 이번엔 산의 허리를 양 손으로만 덥썩 잡아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를 냈다.
"꽤 흥미롭네 이거, 다시 내려가보자"
그리고선 아무렇지 않게 콧노래를 부르며 다시 계단을 내려가자는 듯 산에게 눈짓했다. 능청스레 눈꼬리를 접어 웃어보이는 것 또한 잊지 않고. 이런 기묘한 상황에도 지안은 즐겁기만 할 뿐, 공포와는 거리가 멀었다. 어차피 옆에는 든든한 야구 소년도 있고 말이야. 그래도 마음 한켠은 불안한지 이번에도 산의 옷자락을 눈치보며 슬며시 잡았다.
그리곤 콰광 하는 효과음을 입으로 내며 키득키득 웃던 차에, 정말로 이번엔 입으로 내는 효과음이 아닌 진짜 천둥번개가 때 마침 콰광. 하고 캄캄한 학교에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거, 우연이라기엔 타이밍이 너무 절묘한데. 천둥 소리에 조금 놀란 지안은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괜한 소리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다짐했다. 비가 과하게 많이 오는 것도 문제인데, 천둥번개님 까지 오시다니. 이거 좀 과한데요.
"3학년에 백 산 놀리는 거라면 맛있긴 하더라."
놀리는 거에 맛 들렸냐는 말에 방긋 웃으며 냠냠, 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어쩜 이 건장한 남자 아이는 한결 같이 놀라주는 건지. 재밌는 아이라고 생각하며 지안을 쳐다보는 산을 왜? 라는 얼굴로 능글맞게 쳐다보았다.
"아니, 발 밑 조심하라구"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무어라 말을 하려다 이내 참은 듯한 산을 바라보며 지안은 재밌다는 듯이 빙글 웃었다. 둘다 넘어지면 안 되니까 그치? 그렇게 변명아닌 변명을 늘어놓고 다시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갔다.
"못 나가면 너랑 나랑 여기서 단둘이?"
내려가던 중, 지안은 계단의 갯수를 하나하나 세는 시늉을 하더니
"분명 아까는 계단이 13개 였는데.."
라는 클리셰 덩어리가 가득한 말을 진지하게 내뱉고서 소름끼친다는 얼굴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씩 웃었다. 물론 그냥 지어낸 말 일 뿐. 그나저나 진짜 어떡하지 이거. 둘은 한 층의 계단을 분명 다 내려갔음에도 3층의 표시는 여전히 변함 없었고, 주위를 둘러봐도 3학년들의 교실들 또한 그대로였다.
"여기 말고 다른 계단을 가봐야하나?"
아니면 계단을 올라가 본다던지, 아니면 빠르게 뛰어 내려가볼까? 방법의 문제라고 생각한 지안은 고개만 갸우뚱 거리며 해결책을 찾고 있었다. 진짜 산의 말대로 여기 이렇게 평생 갇혀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둘다 휴대폰 배터리도 없고 말이야, 곤란하네.
저주보다는, 이라는 말은 차마 들리지 않는지 지안은 이런 상황에도 방긋 웃으며 자기 자랑을 내세웠다. 학교가 학교다 보니, 은근 겁이 많은 아이들이 많아서 장난 치는 데 도가 터버렸다. 하지만 또 한 번 크게 치는 천둥 소리에 금새 기가 죽어 얌전해졌지만.
"맞으면 산이 한테 다 이를거라고 말해야지"
맞을 지도 모른다는 말에 지안은 수긍한듯 말없이 곰곰히 생각하다 이내 씩 웃어보이며 자랑스럽게 산을 올려다보았다. 산이야 야구를 잘 하기로 유명하니까, 때린 아이도 찍 소리 못하겠지? 지안은 그렇게 찰떡같이 믿고 걱정 없다는 듯이 즐거워 했다.
"그럼 네 번은 어때?"
세 번은 안 속는다는 말에 조금 소리내어서 웃고있던 지안은 이내 손가락으로 4를 만들어 흔들었다. 뭐, 그러다 진지해보이는 산을 눈치 채고 장난은 여기까지만 할까 싶어 손을 살며시 내렸다.
"어.... 그게, 음.. 그게 좋겠지?"
찢어지자는 말에 지안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진심이냐는 얼굴로 산을 빤히 보았다. 겁먹은 듯한 모습을 보이긴 싫어서 한참 고민하다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역시 남자애라서 그런가, 정말 겁도 없구나 싶었다. 이러다 둘다 내일 아침 뉴스에 나오는 건 아닌지 몰라. 지안은 조금 불안한 얼굴로 한 없이 캄캄해 보이는 계단과 멀쩡해 보이는 산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눈을 빠르게 깜박였다. 귀신 같은 건 있지도 않고 나올 리도 없으니까 무서운건 아닌데 어, 그러니까...글쎄.
"해봤자 죽기 밖에 더 하겠어, 그치?"
지안은 웃으며 괜히 오기를 부리더니 천천히 산에게서 한 발자국 느릿하게 멀어지려 했다. 아 괜히 불안하네, 이거.
그녀의 명성은 익히 들었다. 것보다 같은 반이라서 제일 잘 알지만. 장난도 장난이지만, 다른 친구들의 반응이 크다보니 그녀도 멈추지 못하고 계속 하는 모양이다. 그렇게 신이 나서 얘기하다가, 천둥이 한 번 더 치자 조용해졌다. 저런.
" 흠. 효과가 없진 않겠네. "
나를 알고있는 친구들에 한해서지만. 근데 국대까지 하고 있는데 웬만하면 알고있지 않을까? 내 명성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기에 뭐라고 단정지어서 말하기가 힘들다. 일단 우리 반에서는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지. 당연하지만. 1학년 후배들은 아직 잘 모르지 않을까 싶다.
그녀가 4번은 어떠냐는 말에 대꾸를 하려다가, 이러다간 끝이 없을 것 같아서 그냥 한번 웃고 넘겼다. 그녀도 내 속마음을 아는지 슬며시 손을 내렸다.
" ........ "
대답 없이 그저 지안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딘가 불안해보이면서도, 그것을 내비치고 싶어하지 않아보이는 모습. 난 그런 모습을 그저 한동안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 그녀는 죽기 밖에 더 하겠냐면서 한 발자국 뒤로 가려 했다. 그 때 내가 움직여서 그녀의 팔목을 잡기 위해 손을 뻗으며 피식 웃었다.
" 농담이야. 설마 혼자 보내겠어? "
그저 오기였는지, 아니면 진심이었는진 모르겠지만 이런 곳에서 혼자 돌아다니게 냅둘 정도로 나는 냉혈한이 아니다. 나 같아도 혼자 있으면 겁을 좀 먹을 것 같았다.
지안 역시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산이가 이번에도 또 홈런이래! 역시 산이답네 멋있어~ 하는 여자애들의 호들갑이나, 그 정도 가지고 뭐가 멋있냐고 그러는 남자애들의 질투나. 뭐 그런 거? 나야 뭐, 내 친구고 우리반 이니까 당연한거라고 생각하지만.
"오, 역시 백 산. 든든해"
효과가 없진 않겠다며 인정하는 모습에 지안은 히죽 웃으며 손을 높이 뻗어 산의 어깨를 톡톡 쳤다.산이를 건드릴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역시 운동하는 애들은 몸이 다른 것 같아. 본인도 알고 있으려나?
"그.. 사실 조금 무서웠던 거 같아, 응."
산이에게 팔목을 잡히자, 지안은 내심 안심한듯 숨을 크게 내쉬며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캄캄하고 미끌거려 보이는 계단을 내려보고 있자니 심장이 빨리 뛰는 것 같아 혼자 남겨두고 가지 않아 준다는 산의 말에 크게 고마움을 느꼈다. 솔직하게 털어 놓은 지안은 약간 부끄러움을 느끼며 산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괜히 딴청 피우다 올라가는 계단을 손짓했다.
"응, 빨리 안오면 놔두고 간다?"
그리고선 먼저 올라가는 계단으로 앞장서서 올랐다. 근데 진짜 이러다 학교에서 밤 샐 것 같은데.. 에이 설마 아니겠지. 선생님이 절대 학교에 밤늦게 까지 남지 말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그렇게 성큼성큼 올라가던 지안은 중간중간 산이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뒤돌아 보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ㅋㅋㅋㅋㅋㅋ부엉이 산주 ^ㅁ^..!! 처음엔 휴대폰이나 뺏어야지 했는데 가만히 있게 하는 건 글쎄요 생각해보니까 어려운 일이네 그것도 ㅋㅋㅋㅋ 선생님한테 혼나서 벌 받는다거나 하는게 아닌 이상.. ㅋㅋㅋㅋ그나저나 이러다가 진짜 산주 알바 끝날때까지 깨있을거 같은데여 저 ㅋㅋㅋㅋ
오늘은 반드시 일찍 집에 가라는 담임선생님의 훈계가 있었다.이번에도 집에 늦게 돌아간다면 내일은 더 크게 혼날것 같아서,최대한 기절잠을 하지 않으려고 청소시간 음악은 자동재생에 맡겨놓고 밖에 나왔..다만,막상 나오니 심심했다.다시 방송부까지 돌아가기 귀찮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얼른 다시 방송부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이놈의 귀차니즘,심해지면 나도 주체할 수 없어지니까.
"흐아아-담임쌤도 부장 형아도 나한테 너무 가혹해애.."
두분 모두 좋은 분들이지만 나한테 바라는게 너무 많단 말이야.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만큼.. 하여튼 방송부로 가는 길에도 그놈의 핸드폰은 손에서 떼어놓는 법이 없었다.넷 상에서 유저들과 소통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었다.프로 귀차니스트인 자신이,방송과 더불어 귀찮아하지 않는 몇 안되는 일 중 하나였기도 했다.나머지는 뭐..콜라 사먹는 일이라던가,방송 소재를 찾는 일 정도랄까. 그렇게 걷고 있자니 누군가가 인사를 건네었다.어디서 한번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인데..요리조리 살펴보며 혹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부른 건 아닐까 확인하고,주변에는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서야 그쪽을 바라보았다.역시.백물어 할때 보았던 후배님이다.
오늘은 반드시 일찍 집에 가라는 담임선생님의 훈계가 있었다.이번에도 집에 늦게 돌아간다면 내일은 더 크게 혼날것 같아서,최대한 기절잠을 하지 않으려고 청소시간 음악은 자동재생에 맡겨놓고 밖에 나왔..다만,막상 나오니 심심했다.다시 방송부까지 돌아가기 귀찮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얼른 다시 방송부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이놈의 귀차니즘,심해지면 나도 주체할 수 없어지니까.
"흐아아-담임쌤도 부장 형아도 나한테 너무 가혹해애.."
두분 모두 좋은 분들이지만 나한테 바라는게 너무 많단 말이야.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만큼.. 하여튼 방송부로 가는 길에도 그놈의 핸드폰은 손에서 떼어놓는 법이 없었다.넷 상에서 유저들과 소통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었다.프로 귀차니스트인 자신이,방송과 더불어 귀찮아하지 않는 몇 안되는 일 중 하나였기도 했다.나머지는 뭐..콜라 사먹는 일이라던가,방송 소재를 찾는 일 정도랄까. 그렇게 걷고 있자니 누군가가 인사를 건네었다.어디서 한번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인데..요리조리 살펴보며 혹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부른 건 아닐까 확인하고,주변에는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서야 그쪽을 바라보았다.역시.백물어 할때 보았던 후배님이다.
"으응,안녀엉~"
일단 한번 본 적은 있었기에 그렇게 큰 낯가림은 없는 듯 싶었다.그래도 아직까지는 약간의 어색한 감이 없지는 않았다.그때 봤다고는 하지만 뭔가 이렇다고 할 대화를 해 본 것도 아니었으니까.뭐,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일단 그때 모인 사람들은 자신만큼 낯을 가리는 성격이 아니었던 것 같기도 했고.
"우현이 후배님..이었던가아-"
그때 처음 자기소개를 했을때 얼핏 들었던 이름을 말해 보았다.그때 1학년은 이 후배님 한 명밖에 없었으니까,더더욱 기억하기 쉬웠다.자신이 남들 이름을 헷갈리고 그러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이어지는 후배님의 말에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다.
"아,나-는 무사히 잘 돌아갔었어-내가 겁이 좀 많다 보니까 그때도 많이 놀라버렸지 뭐야아.."
특히 안 그래도 무서웠는데 막판에 3학년 누나가 깜짝 놀래켜서 엄청나게 놀래 버렸었고 3학년 형아가 핸드폰으로 이상한 소리를 재생하는 바람에,하마터면 중간에 그대로 뛰쳐나갈뻔 했기는 하지만.어찌어찌 끝까지 잘 버티고서는 중간에 이탈하는 일 없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었다.집으로 가서는 다시 기절잠을 잤지만,학교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이 꿈 속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꿀잠을 자진 못했다.덕분에 피부 상할까봐 일어나서 한참을 케어했었지.
"솔-직히 아직도 조금 무섭기는 한데에..그래도 지금은 괜찮아-"
아직 그날 들은 이야기를 잊지 않았기에 약간의 공포심은 남아 있었다.그래도 지금은 어찌저찌 극복한 상태였다.만약 극복 못 했다면 학교에 나오지도 않았겠지.
지안은 그렇게 얘기하며 키득키득 웃었다. 나도 나지만, 산이도 만만치 않구나 싶어서. 산과 실없는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생각해보니 누가보면 맑은 날, 쉬는시간에 교실에서 시시덕 거리는 평범한 학생 두 명 같았다. 전혀 아니지만서도.
"어? 응 다음부턴 꼭 붙어있어, 잃어버리잖아."
네 휴대폰처럼. 지안은 짓궂게 웃어보이며 손가락으로 대충 산의 휴대폰이 있을 만한 곳을 가리켰다. 예상치 못한 산의 말에 조금 놀라서 전혀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려다 그냥 그만두었다. 진짜 산이 말대로 내려갔으면 진짜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거든. 지안이 무섭다고 내뱉은 이유는, 전혀 안무서웠다며 혼자서 이런 거 누가 못가냐며 허세 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했던 말인데. 역시 착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며 지안은 웃었다.
"어엥"
그녀는 그렇게 툭 내뱉고서 이상하다는 듯이 허리를 옆으로 기울여 안내판을 유심히 보았다. 4층? 주위를 둘러봐도 여기는 3학년 들의 교실이 아닌 2학년의 교실이었고, 지안은 어라. 하고 벙쪄서 산을 느릿하게 바라보았다.
"4층이네! 어째 더 불길하다"
지안은 애써 밝게 말하고서 안내판을 유심히 노려보며 허리에 손을 올렸다. 흐으음, 어떡하지? 그런데 우리는 학교를 올라 갈 목적이 아니라, 탈출이 목적이니까..
"저주가 풀린 게 아닐까! 다시 내려가보자"
그래도 계속 3층인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지안은 밝게 웃으며 산의 손목을 잡고 이끌어 가려했다. 그리고 둘이 다시 밑의 층으로 내려갔을 땐..
킥킥거리며 말하고는 지금이 다른 시간 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만약 한낮에 이렇게 걸으며 (층을 빙빙 돌고있다는 사실은 제외하고) 실없는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이었다면, 완전 평범하겠네. 지금은 별로 평범하지 않지만.
" 알았어. 것보다 내 휴대폰은 잃어버린게 아니라 잊어버린 거지만. "
깜빡하고 두고 왔을 뿐이라구. 물론 내 책상 속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는 장소였으면 누군가가 가져가서 잃어버린 게 될 수도 있었지만, 사소한건 신경쓰지 말도록 하자.
" ........4층? "
아니 뭐, 당연하 3층 에서 한 층 올라가면 4층이긴 한데, 뭐지 이건. 놀리는 것도 아니고. 너무 놀라질 않으니까 재미 없어서 장난을 관둔걸까? 아니, 애초에 진짜 귀신이 그런건지 의문이 들었다. 그냥 우리가 갑작스러운 정신 착란을 일으킨건....? 그럴 리가 없지. 차라리 귀신 쪽이 더 신빙성 있었다.
" 그런가...? "
저주가 풀린 게 아니냐는 지안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잠시간 고민하다가 이내 그녀가 내 손목을 붙잡고 움직이자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내려가자, 이번에는 1층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 허어? "
1층? 다른 층도 아니고 1층? 방금 분명 2학년 교실들을 보고 왔는데? 아니 뭐 좋은 게 좋은거다만....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잠시 제 소개를 안했다는 것을 깨닫고 말을 하려 했다가, 제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것에 옅게 감탄사를 내며 놀란듯 한 반응을 보였다. 이름도 아니고 나를 기억하고 있었냐는 질문은 조금 이상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애초에 나 뭔가 존재감이 옅어서... 타인과 몇번을 만나더라도 계속 잊혀져버리는 것이 익숙해져 있었으니. 초면으로 한번 만났던 사람이 저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던건 그리 흔한 경험이 아니였다.
학교로 돌아가는 길일까나. 자연스래 선배에게 따라붙는다. 나도 일단 하교준비를 하려면 학교로 돌아가야 했으니까, 제 질문에 대한 답변에 선배의 옆얼굴을 바라보곤, 약간의 미소를 띄우며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그런 이야기는 전부 허구나 망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니까요.- 그냥 그렇게 생각하면 덜 무서울지도요?"
물론 휴대폰이 울렸을때나 갑자기 다른 선배가 장난을 쳤을때는 저도 덩달아 놀라긴 했지만, 그건 놀란 것이지 무서웠던 건 아니였거든... 그렇게나마 자기합리화를 하며 의식의 흐름을 이어나간다. ...그렇다면, 그 빈 교실에서 있었던 기묘한 현상을 무엇이였을까. 등골을 타고 서늘한 기운이 올라온다.
필수는 아닐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4번째 이야기 이후로 계속 괴담을 이어나갔던 나머지 이야기꾼들은 누구였을까. 게다가 두 선배들이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꽤나 중요한 것 같아서... 그날, 백물어 이후로도 계속 그 일이 신경쓰였던 것이였다. 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호기심이 많을 줄은 몰랐지만, 방과후에 잠깐 들리는 것 정도는 가능하니.
자신이 안면인식장애라던가 기억력이 극도로 안 좋은게 아니었으니까 이런것 정도는 기억하는게 당연했다.물론,그때 후배님이 이 아이 한명 뿐이라 조금 더 기억에 남는것도 있긴 했지만. 하여튼 꽤나 놀랍다는 듯한 반응에 아리송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 기울인다.내가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게 그렇게나 놀랄만한 일이었던가..?
"우음..."
허구나 망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말을 듣고 다시 어제 일이 떠올랐는지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우으,어제 완전 무서웠단 말야아..의지할만한 게 내 책가방밖에 없어서 더더욱 무서웠었어.아는 친구라도 있었으면 친구한테 의지했을텐데..
"..그렇게 생각해도 무서워어..더-군다나 그런 허구나 망상으로 만들어진 이아기가 실제로 일어난다고 생각하며언-.."
으으,정말이지.또 무서워졌는지 자기 자신을 가볍게 끌어안는듯한 시늉을 해 보이며 살짝 몸을 떨었다.얼른얼른 방송실 돌아가서 정리 끝내고,재생리스트 꺼두고 집에 가야지..하던 찰나 후배님의 말이 들려왔다.맞아,그러고 보니 오늘 또 그 모임이 있다고 한 것 같았는데..
"...솔-직히..귀찮기도 하지마안-귀찮다기보다는 무서워서...."
정말이지.우리들이 이야기하지 않은 내용이 공책에 적혀있질 않나..갑자기 글자가 빨갛게 물들지를 않나..으으,공포 그 자체라니까. 그래도 그런 공포심 속에는 약간의 호기심이 남아있었다.평소 같았으면 귀찮음에 잔뜩 파묻혀 절대 꺼내어지지 않을 호기심이었지만,공포심은 의외로 진혁의 귀차니즘 치료에 도움이 되어주는 듯 싶었다.
"...그래도,마지막 이야기가 궁금하기는 하니까아-.."
게다가 방과후는 자신이 방송부에서 자고 있을 시간이었기에 무서움이 조금은 덜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자신은 방과후가 좀 지나고 나서 간신히 잠에서 깨어 집에 갔었으니까.
"...휴. 그러면... 일단 다들 핸드폰 플래시를 켜주길 바래. 어두우니까 설명을 하려고 해도 역시 보이지 않으면 좀 그렇네."
그렇게 하나는 여러분들이 어느정도 주변을 볼 수 있게 되자 진성의 가방에서 그저께 보여준 책을 꺼내서 한 장 한 장 보여줍니다. 물론 그때 본 것 같은 아스키아트같은 그림은 그대로지만.... 자세히 보면 글자가 움직입니다.
"지금부터 할 얘기는... 믿기 힘드니까 만약 다 듣고 거짓말같다거나 지루해지면 손을 떼어도 좋아. 어쨋든 설명할게. 이건 살아있는 책들중 하나, 괴담을 먹는 책이야."
그 뒤로부터 하나와 진성이 하는 말은 놀라웠습니다. 괴담을 먹음으로서 해당 괴담 자체의 기이한 비틀림을 먹음으로서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 G시의 평화에 약간의 기여를 하는 이 책은 아마 십수년 전부터 선배들을 통해서 학교에 들어와서 이상한 사건사고를 줄게 하는 역을 후배들에게 물려주었다는 것입니다. 주기적으로 행해지는 백물어는 결국 1차적으로는 이 학교를 조금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 2차적으로는 괴담을 먹지 않으면 종이가 바스라지면서 결국 죽어버리는 책을 보존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군요.
"...해서. 우리는 슬슬 3학년이니까 이 역할을 물려받을 사람 및 도우미 역할을 해줄 사람들을 모집하기 위해 그저께 학교에 남은거야. 기왕이면 내년도에 이 책을 맡아줄 사람을 구하고 싶은데 혹시 지원자 있어? 미안하게도, 우리가 보장하는건 스릴넘치는 재미밖에 없지만 말이야."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핸드폰 플래쉬로 책을 비춰보니 글자가 요리조리 움직인다. 이거 그 특수필름지에 잉크 집어넣어서 이리저리 움직이게 하는 그런건가?
그 다음 이어지는 이야기는 솔직히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아니,괴담을 먹어치운다구요? G시의 평화에 기여한다구요? 유하나 선배님이 무서워서 오긴 왔지만 정말 말도 안되는것 같은 이 말을 들으니 웃음이 터져나올것 같지만,다들 조금 진지하게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웃는건 참는다. 어쨌든 이야기를 다 듣긴 했는데...좀 말도 안되는거 같은데,나는 웃음이 터져나오려는걸 간신히 눌러 참고. 하나 선배님과 진성 선배님께 말한다.
"아니,세상에 그런 귀신이 어딨고 유령이 어딨어요? 너무 순진하신거 아니에요? 대한민국 자살자가 하루에만 750명은 된다고 들었는데,이중 10%만 귀신이 된다고 가정해도 진작에 우리나라는 망했을걸요?"
맞아 맞아,그렇게 귀신이 많았으면 우리 엄마는 벌써 귀신들려서 죽었겠다. 나는 이어서 두 선배님들께 말한다.
"선배님들 사실 엄청 마음 약한거 아님까! 잘때 막 불도 안끄고,곰돌이 인형 껴안고 주무시고,그럴거 같은데요?"
무서우나 어쩌니 하긴 했지만 결국에는 이 곳으로 다시 와버렸다.숨어있는 내내 수위 아저씨께서 제발 찾아내주시길 간절히 기원했으나 애석하게도 그 기도는 하늘에 닿지 못했다.
"우으,역시 신은 죽었어어.."
그렇게 중얼거리며 숨어있던 것에서 나와서는,플래시를 켜달라는 말에 정말 빛의 속도로 플래시를 켰다.아까 숨어있을때도 핸드폰을 손에 들고 있었기도 하고..공부할때랑 방송할때 빼고는 하루 24시간 내내 핸드폰을 들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아이였으니 이 정도 속도는 기본으로 나왔다.
이어지는 말을 들으며 신기함 반 무서움 반 섞인 표정이 되었다.왠만해선 그냥 농담이라고 생각할법도 했지만..글자가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말이 그저 실없고 지루한 이야기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그럼,이 책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괴담이 먹힐 일이 없게 되어서 결국 학교는 물론이고 G시 전체가 괴담에 잠식되는 걸까.그건 끔찍하다고 생각했다.물론 그럴 날이 온다면 당장 이사를 가면 해결될 문제겠지. 아무튼,역할을 물려받을 사람을 찾는다는 말에 쉽사리 손을 들지 못하였다.모두를 지키는건 좋은 일이지만...
"...."
쉽사리 용기가 나지 않았다.당장 나 하나 지키기에도 벅차고,게다가 엄청난 겁쟁이인 내가 그 일을 맡는다면 잘 할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분명 남들에게 민폐만 잔뜩 끼치게 될 것이 분명했으니까.입술을 가볍게 깨물며 눈치를 보았다.혹시 다른 후배님들이 해 주지 않을까..하는,선배로써의 리더쉽은 단 1도 찾아볼수 없는 모습으로.
정숙이 비춰본 그 책은... 글자만 빼면 낡은 종이냄새를 폴폴거리는 것이 영락없는 오래된 공책처럼 보였습니다.
"유령이 없다라... 그럼 내기할래? 오늘 여기서 혼자 있거나/우리랑 같이 학교를 좀 돌아다니는 동안 이 세상에는 유령이나 귀신이나 요괴 등등의 것들은 절대 없다는 생각이 안 바뀌면 내일 3-6반에서 얘 돈 10만원을 받아가!" "잠깐 왜 내 돈이야?!" "그거야 100% 우리가 이길 내기니까."
여러분은 플레쉬의 불빛 안에서 썩어가는 진성의 표정을 보았습니다.
"재미있어보인다면 후배님들의 전력이 되어줄 겸 같이 해보는게 어때? 실은 저번년도엔 그래도 5명이 교대를 하거나 몰려다녀서 편했는데 올해는 우리만 남아서 인원이 부족하거든."
그렇게 말하며 불쑥 산에게 하나가 눈을 빛내는 사이에, 진혁을 슬쩍 진성이 토닥여줍니다.
"나도 이거 하기싫다고 했는데 쟤랑 친구인 죄로 하는 것 뿐이지만 그렇게 쫄 필요는 없어."
사실은 글씨가 작년 맴버중에서 가장 예뻐서 맡았을뿐인 진성은 누구 하나에게라도 바톤을 넘기려고 가증스럽게도 이렇게 겁에 질린 당신을 위로합니다.
"뭐 어쨋든! 오늘은 그때처럼 백물어를 할게 아니라... 곧 기말이잖아? 알지? 대부분 슬슬 시험준비를 해야 할텐데도 여길 온걸 보면... 음 보통은 우등생이라고 하고싶지만 그렇게 안보이는 사람이 있으므로! 오늘은 따라오기라도 한다면 시험에 도움이 될 일이 있을지도 몰라? 싫으면 저기 사물함에 담요도 넣어놨어. 따라올 사람 외에는 여기서 밤을 새며 남아있어도 좋아. 어쨋든 우리는 출발할게."
하나는 갑자기 진성을 들어서(...) 교실을 나가려고 합니다. 당신들은 여기 남을것인가요? 아님 저 둘을 따라갈것인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느쪽도 안전은 보장 못 합니다.
"ㄱ..그치마안..나처럼 갑 많고 나약한 사람이 이런 걸 맡으며언-여럿에게 민폐가 되지 않을까아..."
무섭기도 무서운 것이었지만 그 이전에 자신이 남의 짐이 될거라는 것이 조금 더 걱정되었다.이런것도 어느정도 깡이 센 사람이 맡아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지,괴담 이야기만 들으면 겁에 질려서 가방이나 꼭 끌어안아야 하는 자신이 맡는다면 결과는 뻔했다.
"...고마워어.."
토닥여주는 손길에 조금은 긴장이 풀린건지 떨림이 살짝 줄어드는듯 싶었다.쫄것 없다고 말해준것 역시 고마운 일이었지만,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없던 용기가 솟아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조금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달까.
"흐엑,잠깐마안..?!"
그러다가 갑자기 나가는 모습에 정말 심하게 당황한다.아니,잠깐만.나는 저 책 생각하느라 이야기도 제대로 주의깊게 못 들었단 말이야..!갑자기 나가버리면 어쩌자는거야!사물함에 담요..라는 말은 용하게도 들었는데.뭘 어쩌면 좋을까.으으.이미 따라잡기에는 너무 멀리 가버린듯 싶었다.하는 수 없이,이곳에서 밤을 지새우기로 결정했다.
"...부디..꼭 돌아와줘어.."
남아있는다는 것이 어떤 일을 불러올지 몰랐으니까.무서웠는지 얼른 담요를 꺼내와서 폭 덮어쓰고는 핸드폰을 끄적였다.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다 보면 무서움이 잊혀질지도 몰라..
당신들은 핸드폰 플레시에 의존해 길을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거의 깜깜하기만 한 학교를 가만히 걸어가느라 쫄리는 것도 잠시, 거의 하나가 55%의 수다를 혼자-자신들이 갈 곳은 맨 윗층 빈 교실이라던지, 이번 한화의 선적이 어떠하냐는지 등등-서 떵며 말이죠. 조리실을 지나가던 즈음에 갑자기 들리는 소리에 하나와 진성은 말수를 줄였습니다.
>조리실을 살펴보시겟습니까?
....당신은 유독 혼자 있는 이 교실이 추워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핸드폰이 혼자 지직거리고... 음. 담요를 두르고 있어서 다행이군요. 담요에 닿은 부분만 따뜻합니다.
..결국 혼자 남아버렸다.최악이야.절망적이야.그냥 얌전히 집에나 갈걸,왜 궂이 따라 나섰다가 이렇게.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핸드폰마저 말썽인데다가 교실이 점점 추워졌다.왜.어째서.여름이잖아.에어컨도 안 틀었단 말이야.
"우으.."
담요를 머리끝까지 뒤집어 쓸까 생각했지만 그러면 앞이 안 보이니까 더 무서울것 같았다.아니,보여도 무섭기는 한데.어쩌지.. 그래도 다행인건 아직 제 직감이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핸드폰 화면이 지직거리는건 혹시 배터리 때문은 아닐까 하며,100%로 가득 차있는 배터리칸을 무시하고 보조배터리에 연결된 선으로 핸드폰을 충전시켰다.시간아 얼른얼른 가버려라..
..결국 혼자 남아버렸다.최악이야.절망적이야.그냥 얌전히 집에나 갈걸,왜 궂이 따라 나섰다가 이렇게.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핸드폰마저 말썽인데다가 교실이 점점 추워졌다.왜.어째서.여름이잖아.에어컨도 안 틀었단 말이야.
"우으.."
담요를 머리끝까지 뒤집어 쓸까 생각했지만 그러면 앞이 안 보이니까 더 무서울것 같았다.아니,보여도 무섭기는 한데.어쩌지.. 그래도 다행인건 아직 제 직감이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핸드폰 화면이 지직거리는건 혹시 배터리 때문은 아닐까 하며,100%로 가득 차있는 배터리칸을 무시하고 보조배터리에 연결된 선으로 핸드폰을 충전시켰다.시간아 얼른얼른 가버려라..하며,진혁은 위험신호가 오기 전까진 주구장창 폰만 하고 있을 심산으로 개인 블로그에 들어갔다.떨리는 손으로 셀카를 찍고,블로그에 올렸다.
흐음, 우리 예쁜 이 친구 상당히 겁을 먹은 거 같은데. 지안은 옆에서 휴대폰을 하며 표정이 수시로 바뀌고있는 진혁을 물끄러미 쳐다만 보았다. 아무래도 교류가 없는 선후배 지간이다 보니 안 친한게 당연한거고, 서먹할 수도 있단 말이야. 하지만 여기 안지안이 있는 한 그럴 순 없지. 어떻게하면 재밌는 장난을 칠 수 있을까 한참동안 고민하며 진혁을 내버려두고 있던 지안은 무언가 떠오르는게 없는지 생각외로 얌전히 있었다. 하지만 반응이 제일 좋은 귀여운 후배님을 두고 가만히 있으면 안되지.
"귀여운 꼬맹아, 네 옆에 그 아이는 니 친구야?"
이내 지안은 진혁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더니 아무것도 없이 캄캄하기만 한 빈자리를 손으로 가리키며 방긋 웃어보였다.
"아까부터 너랑 휴대폰 같이 보던데, 나도 끼워주라"
지안은 해맑게 그렇게 말하며 응? 하는 얼굴로 어둡기만한 빈자리와 진혁의 얼굴을 번갈아보는 시늉을 하였다. 물론 그런 거 없고 지안의 철저한 연기, 혹은 구라. 겁이 없는 아이였다면 이상한 장난 좀 치지 말라며 정색할 상황이었지만 순수한 우리 후배님이라면 다르겠지. 지안은 굳게 믿고 여유롭게 웃고있었다
이런저런 댓글 중 사진에 이상한게 찍혔다며 그걸 궂이 확인시켜주는 한 블로거 때문에 정말 울망한 표정이 되어서는 그건 그냥 먼지가 빛에 반사된거라며 혼신의 힘을 다해 반박하는 댓글을 달았다.나한테 왜 그래 징쨔아..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자신을 톡톡 건드리는 손길에 화들짝 놀라고야 말았다.
"흐이익..언제부터 여기 있었어어..?"
분명 전부 가버린 줄 알았는데,자신 말고도 남아있는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다.아마도 극도의 무서움에 미처 남이 있는지 없는지 신경쓰지 못 했던 것이겠지. 맘같아서는 한번 본 적이 있는 선배인걸 확인하고 낯 가리니 어쩌니 하는간 집어치우고서 와락 안겨버리고 싶었는데..이 선배님,갑자기 아무도 없는 옆을 가리키면서 그 아이는 네 친구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ㄴ..내 옆에는 아무도 없는거얼-..?"
있는 그대로 말하며 다시 울듯한 표정이 되었다.아니 누나 왜 그레애..혹시 잠이 덜 깬거야..?이런저런 생각이 머릿 속을 스쳤으나 입 밖으로 낼수 있지는 않았다.사람이 극도의 공포와 직면하면,정말 아무것도 못 한다고 하던가.그게 지금 자신의 상황인 듯 하였다.
"....우으으..ㅅ..사생활 침해야아..저리 가라고 해줘어-.."
결국에는 지안이 가리킨 자리에서 멀리 떨어져서 다른 곳에 앉아버렸다...인데.갑작스럽게 제 손에 들려있는 핸드폰의 빛이 사라졌다.
"..?!"
....거짓말이지.말도 안돼.분명..분명 100%였는데.보조배터리도 충분한데.어째서..?반쯤 패닉 상태가 되어서는 핸드폰의 전원을 다시 켜려고 시도하였..으나,그게 가능할 리 없었다.진혁은 극한의 공포심에 사로잡혀서,재빠르게 지안에게 꼬옥 붙어섰다.
두 사람이 들어오자 하나가 순식간에 두 사람의 뒤로 다가가 팔을 뻗었습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살피는 것도 잠시, 두 사람은 하나의 손에 아까는 없었던 식칼이 쥐어진 것을 보았고, 이윽고 그 식칼이 그대로 빠르게 던져져서 벽에 부딛쳐 아무 소리도 없이 벽에 부딛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내가 안전은 보장 못한다는 얘기를 했었던가."
어쩐지 당신들의 몸이 굳어간다고 느낄 때 쯤, 하나는 갑자기 두 사람의 등을 한 번 씩 두들겨주었습니다.
원래부터 있었는데 말이야. 내 존재감이 원래 이렇게 흐렸했던가, 그럼 그런거겠지. 굳이 또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맞아, 아무도 없어"
딩동댕! 밝게 말하며 지안은 활짝 웃었다. 짜식 똑똑한데. 무서운지 잔뜩 움츠러들어있는 진혁을 힐긋 보았다가 이내 머리를 헝클이듯 쓰다듬어주려 하였다. 보고있자니 약한 동물 같아서 묘하게 지켜주고 싶네, 이런게 보호본능인가? 아닌가?
"음, 그럼 우리 어디에라도 숨어볼까?"
휴대폰 불빛도 꺼졌겠다, 이렇게 캄캄한 곳에서 아무것도 안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잔뜩 겁먹은 듯한 이 토끼같은 아이도 있고 하니까. 옆에 꼬옥 붙어선 진혁을 쳐다보다 너 초식 동물 같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내 참았다. 아무튼 숨자고 말은 꺼냈으니까, 어디에 숨는 게 좋을까. 캄캄하긴 했지만 대충의 실루엣과 기억하고 있는 위치 상의 물건으로 봤을 땐, 교탁 밑이라던가, 청소도구함, 사물함? 사물함은 너무 낑겨서 들어갈 것 같고.
"숨바꼭질 놀이 하는 거야."
지안은 부드럽게 웃으며 진혁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놀이라고 치부했다. 소문은 소문일 뿐이겠지만 혹시 모르잖아?지안은 진혁에게 청소도구함으로 안내하고 들어가는게 좋겠다는 눈치를 보냈다. 들어가기 싫다고 한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들어갈지 안들어갈지는 자유니까. 물론 지안은 들어 갈 생각이 없다. 밖엔 내가 있을거니까, 라고 입모양으로 진혁에게 조용히 알려준 후, 뒷문과 창문, 그리고 앞문까지 차례대로 잠그려 시도했다.
머리를 헝클어지는 것은 조금 그랬지만 쓰다듬어지는 느낌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역시 누군가가 쓰다듬어준다는 것은 좋은 일인것 같아.어느새 조금 풀어진 기분이 되어서는,빠르게 안정을 되찾는 듯 싶었다.
"일단은 그래야겠지..?이대로 있으면 뭔가 위험할 것 같으니까-.."
살짝 불길한 예감이 들었더란다.이대로 있으면 큰일이 날것만 같았다.자신의 촉은 매번..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정확한 편이었기에 일단 조금이라도 불길하다는 생각이 들면 얼른 뭔가 해결책을 찾아내야만 했다.
"숨바꼭질 놀이.."
나 이제 그런 놀이 할 나이 훨~씬 지났는데.입을 조금 오물거리다가 그냥 말하지 않기로 했다.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해준 말일텐데 거기다가 대고 태클을 걸 수는 없었다. 일단은 자신은 들어가기는 했는데,지안이 누나는 밖에 남아있을 생각인 모양이었다.우으,뭔가 불길한데에..
"..조심해야 해애..조-금이라도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숨는게 나아-.."
그렇게 조언해주고서 이내 자신은 숨을 죽였다.간간히 조금씩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는것 빼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문을 단단히 잠군 뒤, 어둡고 싸늘한 교실을 한 번 쭉 훑어보았다. 숨을 참고있는지 진혁의 숨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일단 교실 문을 잠궜으니 안전하다는 생각에 지안은 기지개를 쭉 피고 떠난 아이들은 언제쯤 올지 기다려졌다. 진혁의 걱정스런 목소리 대로, 어딘가 숨어있는 게 좋을 듯 하긴 한데, 대체 어딜? 교탁 밑 같은데는 탁 뚫려있다보니 괜히 숨어있다가 무언가와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그 무언가가 나올 리도 없고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학교에서 숨는다는게 이상하긴 하지만. 지안은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하며 느긋하게 하품을 하고 있을 참에, 이상한 노랫소리와 박자가 들려왔다. 다른 아이들의 장난인가? 싶었지만 곧 들려오는 처음듣는 장난스런 목소리에 그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게다가 묘하게, 춥지 않아? 여기. 근데 또 답답한 거 같기도 하고. 인상을 잔뜩 찌푸린 지안은 무어라 말은 하지 않고 가만히 노랫소리와 목소리에 집중했다.
"무거운 건 못들지만 부탁 정도는 들어줄게."
듣기 싫은 웃음소리와, 무언가 스친 듯한 느낌에 지안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지만 그저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누가 꾸민 짓인지는 몰라도 정교하다고 칭찬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부탁을 들어달라는 말에 까칠한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와중에 농담 하는 것 또한 잊지않고.
잠깐동안 정말 소름끼치는 정적이 돌았다.화면이 꺼져버린 핸드폰을 여전히 손에 꼭 쥐고 만지작거리며 아무런 일이 없기만을 빌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하늘은 제 소원을 쌩까버렸다.역시 신은 죽었어.
분명히 지안이 누나 목소리는 아니었다.그렇다면 도대체..하는 생각이 들 무렵 머리먹기 놀이라는 말이 들려왔고,자칫하다간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온 몸을 휘감았다.뭔가,부탁을 들어주면 봐준다는듯한 말이 들렸지만 잠깐 망설였다.저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도 괜찮을까.귀신의 말이 과연 믿을만한 말일까?우리들을 꾀어내기 위해서 그럴싸한 말을 지어내는 것이라면?
"..."
....신중하게 생각해야 했다.일단 목소리의 주인이 대답을 기다리는 듯 싶었으니,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면 분명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나겠지.이렇게 된다면 밑져봐야 본전이다.
"ㅁ..무슨 부탁...인데에-.."
잔뜩 겁에 질린듯한 모습으로 청소도구함 밖으로 살며시 몸을 빼내었다.막 나왔더니 신체 일부분을 달라던가 하는 부탁은 아니겠지.
죽이라니,누구를?들려오는 섬찟한 말에 그 자리에 그대로 얼음이 되어있던 진혁은 목소리가 고민하는듯한 소리를 내자 고개를 살짝 갸웃였다. ...엄청 단호할것 같았는데 의외로 현실적인 성격인건지,계속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것에 대한 타협안을 찾아내고 있었다.
다만 그 타협안 속에서 찾아볼수 있었던 것은,어느 쪽이든 우리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들 뿐이라는 것이었다.처음에 말한 그 년은 누군지 모르니까 넘어간다 쳐도,두번째 제안은 확실히 우리가 손해였다.살아있는 책을 가져다준다면 분명 그것을 들고 사라진다거나 하겠지. 다만 그게 가만 안둔다는 말으로 짐작하건데,그렇게 높은 급의 영혼은 아닌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높은 급이라면 다른 존재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니..아무튼,세 번째 제안은 약간 아리송했다.갑자기 이곳을 청소해달라니.어째서?
"우응..청소는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긴 한데에-..갑자기 청소는 왜애..?"
사실 청소하는건 끔찍이도 귀찮아했기에 내키지 않기는 했지만,여기서 귀찮다는 말을 하면 그 자리에서 머리가 사라질까봐 차마 그렇게는 하지 못했다.대신 어떻게든 잔머리를 굴려 나온 질문을 던졌다.과연 이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해줄지는 둘째치고..
반팔에 반바지밖에 안입었는데. 지안은 춥다고 느끼며 툴툴거리는 얼굴로 주절거리는 목소리를 얌전히 듣고만 있었다. 생각보다 고민이 많은 아이네, 결정을 잘 못한다거나, 아니면 마음이 약한건가? 아니면 힘이 없는 건가. 지안은 진지하게 고민에 빠져있다가 이내 청소를 해달라는 말을 듣곤 엥, 하고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청소? 그게 다야? 지안은 어느샌가 청소도구함에서 빼꼼 나와있는 진혁을 보고 한 소리 하려다가 끙, 하고 참았다. 알고보니 이거 그냥 선생님 이신 거 아냐? 학교에 늦게까지 있는 거 들켜서 괘씸해서 청소로 벌 주시는 건가. 지안은 그렇게 믿는 것이 마음 편하고 빠를 것 같았다.
"나, 청소 잘해! 근데 너무 어둡다."
하지만 머리먹기 놀이라는 것은 약간 잔인하기도 하고, 싫어하는 놀이니까. 일단 거절할 수는 없는 입장이므로 최대한 자신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쪽이 무엇인지 머리를 굴렸다. 생각을 마친 지안은 청소 도구함 쪽으로 걸어가 도구함 문을 열려다가 이내 손을 놓고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보인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지안은 아예 식은땀이 나고 이빨이 떨릴만큼의 추위를 느끼게 되기 시작합니다. 악마의 목소리가 점점 또렷하게머릿속에서 들리었으며, 당신의 옆에 무언가 까만것이 당신을 보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아니. 분명히 있습니다. 여기에 있어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이지만 저건 분명히 까맣고 작은 생김세라는 판단이 섯습니다. 그와 동시에 분명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은 여전힌데도 불구하고 지안은 이 교실의 구조를 선명히 이해할 것 같다는 기분이 듭니다.
[따뜻해지고 싶지 않아?]
악마는 가소롭게 자신을 떠보는 두 사람-아직도 진혁에기는 악마의 존재가 지안에 비해서 약하게 느껴져서인지 오싹한 느낌이 들 뿐 그 이상으로 무언가를 느끼진 못 합니다-을 바라보며 이죽이는 악마는 둘의 대답을 기다립니다.
인간들은? 지안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단어가 들리자 이질적이라고 생각했다, 만.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한기와 오한이 몰려왔기에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을 멈추었다. 아, 실수한 거 같네. 지안은 그렇게 작게 중얼거리며 몸을 덜덜 떨었다. 식은 땀으로 젖어 축축해진 손으로 몸을 감싸고 눈을 빠르게 깜박거리다 이내 꼭 감았다. 듣기 싫은 목소린 걸.
"음, 항복."
지안은 여전히 몸을 덜덜 떨며 웅크리고 앉아 나즈막히 토하듯이 말을 내뱉었다. 다음부턴 담요를 들고 다니던가 위에 뭐라도 걸쳐야겠다. 아니 그전에 옆에 저건 대체 뭐야? 기분 나쁜데.
"잘 못 했어, 얌전히 말 들을게"
따뜻한게, 좋아. 지안은 띄엄띄엄하게 말을 끝마치고 얼굴을 무릎에 푹 묻었다. 아, 요즘 너무 심하게 장난을 쳐서 벌 받는 건가. 온도계로 장난치는 건가, 아니면 꿈을 꾸고 있는 걸지도. 예상치 못한 상황들에 판단력이 흐려진 지안은 옆의 진혁을 신경 쓸 생각 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 자신은 악마를 이기고 자시고간에 얼른 아침이 되서 이 말아먹을 곳을 빠져나갔으면 하는 생각 뿐이었다.아니,아침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학교인데 왜 밤만 되면 이러냐구.. 아무튼 자신이 지금 저 목소리의 주인을 살짝 떠보려고 한 말을 간파한듯 역시 제대로 된 답을 해주지 않았다.그나저나 지-인짜 오싹하네.여름 맞나 싶을 정도로.담요를 더더욱 꽁꽁 싸매..려 했는데,이상하게 자신보다 더 추워보이는 지안이 누나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결국 두르고 있던 담요를 지안이 누나의 어깨에 걸쳐주었다.누나 감기걸리면 안 되잖아.
"우으,귀차나아-"
그러고는 이내 청소도구함쪽으로 걸어가서 청소용구를 꺼내었다.시키는대로 했는데 고작 이런 불만사항 하나 가지고 죽이고 그러는 속 좁아터진 귀신은 아니겠지. 평소 청소를 자주 안 하다 보니 작업속도는 현저히 느렸다.세월아 네월아 빗자루질만 하던 진혁은 입을 열었다.
박수를 추며 덩실거리는 악마는 곧 진혁이 청소도구함을 열어 빗자루질을 하자 잘했다는듯 꼬옥 쓰다듬어줍니다 지안에게 향하던 열렬한 관심이 결국 진헉에게 향해서일까요? 아니면 담요때문인가요? 지안은 다시 시야가 어둠만을 인식.....악! 눈이 약간 따갑습니다만 몸의 추위가 한 번에 풀립니다.
[그거야 난 기계가 싫으니까. 날 지켜보는 분들이랑 비슷한거거든. 그건 특히 그래서 싫어! 그래도 망가뜨리진 않았어.]
무게가 없는 것인지 진혁을 와락 껴안으며 올라탔건만 뼈가 시리게 추워지는 것 빼고는 별다른 것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 하는 것 같았지만 그것도 잠시, 두 사람의 눈에 아주 철저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교탁 밑의 부적들, 청소함 뒤에 배달린 이상한 불자, 책상 서럽 밑의 이상한 사발과 나무막대기, 아까 담요를 꺼낸 사물함에 같이 있는 담요 등등이 빛 한 줌 들지 않는 공간에서 선명히 보입니다.
[대청소를 시키고싶지만 힘들지? 난 저것들을 그냥 다 바깥으로 버리기만 해줘도 충분할거라고 생각해. ...음. 아닌가? 너희들이 해줄리도 없고... 역시 너희를 .....]
어디선가 들어봣다고 해도 될민큼 흔하고 부드럽지만... 애석하게도 둘 다 처음들어보는 이 목소리의 주인은 거울속의 선생님이냐는 말에 조옹히 웃었습니다.
"설마 학생들도 시험문제때문에 온거야 하하. 매번 말하지만 가장 좋은 답은 스스로 공부해서 얻는 지식이잖아. ...그래도 거기 서있지만 말고 다들 어서 들어와."
진성과 하나는 당신들과 함께 들어옵니다. 들어와서 보인 교실은... 먼지가 바닥이고 책상이고 할 것 없이 수북하게 쌓인 것을 제외하면 그저 평범힐뿐인 교실이였습니다만... 발자국들이 찍혀있어서 이미 누가 다녀갔음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발자국의 끝, 잘 닦여진 아크릴 칠판(뒤는 일반적인 칠판이라 까맣게 보이고 달빛과 플레시 빛에 흐릿하게 교실 전체와 두 사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머. 처음보는 학생들이네? 어떻게 여길 온거니?"
산이는 아주 흐릿한 형체로만 아크릴 칠판 속의 그녀를 알아볼 뿐이지만 우현은 왠지 흐릿하게나마 그녀의 윤곽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마음에 든다는 말과 함께 추위가 사라지자 지안은 놀란듯 몸을 움찔, 하고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눈을 뜨니 왠지 모를 따가움에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부비적 거렸다. 귀신이라는 건 정말 존재 하고 있는건가, 아니면 그냥 진짜 에어컨을 심하게 틀었다가 꺼준건가. 지안은 과학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들 것 같은 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랬더니 눈에 띄는 것은 정말로 청소를 하고 있는 진혁이 눈에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이 존재가 멍청한 게 아니라면 괜히 청소를 시킬 리 없다고 생각해서 고분고분 말을 들어 주는게 옳은 일인지 고민하던 차, 갑작스레 무언가 눈에 띄였다. 저거, 내가 생각하는 그거 맞나? 맞다면 지금 좀 위험한 거 같은데. 또 다시 고민하는 듯한 목소리에 지안은 다급해졌다. 제일 좋은 결과는 아이들이 다시 빨리 이곳으로 내려오는 일 뿐인데, 과연 그때까지 시간을 끌 수 있을까? 그리고 혹시라도 다른 아이들도 잘못 됐다면? 그럼 진짜 답이 없는데.
그냥 여기서 도망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도망가다가 무슨 일이 나겠지. 우선 지안은 눈치를보며 사물함 속의 담요를 꺼내 어깨에 둘렀다. 추위는 사라졌지만 내려간 체온을 위해서. 근데 저게 거슬리는 거라면, 저게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 건가? 그러면 직접 해를 끼칠 순 없는 거 아닌가? 잘 모르겠다 사실. 게다가 결론적으론 청소해 달라는 말을 들어주긴 했지 않나?
"우리가 없으면 너는 또 혼자 아니야?"
도와 줄 사람도 없고 말이야. 지안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그나저나 아까는 자신을 이용해먹는 인간들이 싫다더니, 결국 다를게 없네. 괜히 또 도발하고 싶진 않았으므로 조용히 속으로만 생각하고 인상을 조금 구겼다.
조심스레 교실 안으로 들어간다.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책상을 쓸었다가 묻어나오는 먼지에 작게 으으 거리며 손을 털었다. 이미 학생들이 오고 갔는지 새겨진 발자국을 따라가 보자, 아크릴 칠판에 누군가의 윤곽이 보였다. ...상황이 이해할수 없는 지경까지 돌아버리니, 생각을 그만두기로 했다.
"아, 안녕하세요? ...시험문제 때문은 아니지만..."
이거 정직하게 말해도 되려나, 잠시 고민한다. 우습게도 약간의 오차가 있기는 하지만, 전교생에서 항상 50%대를 유지하는 것이 제 성적이였다. 나도 가족들도 성적에는 그닥 집착하지 않았었으니... 하지만 약간 욕심은 나는ㄷ... 아니아니, 명백한 부정행위잖아? 쓸데없이 정직한 심리에 마구 휘둘리는 우현이였다.
은근 착한 귀신님이다.시키는대로 했더니 쓰다듬어줬어.이왕 쓰다듬 받을거면 사람한테 받는게 더 좋기는 했지만 귀신님께 받는 쓰다듬은 또 다른 기분이었다.뭐가 어찌되었든,기분이 동글동글 한없이 유순해지는것을 느꼈다.뭐야아.이런 거라면 쉽게 해줄수 있겠는데에-
"..뭐 인마?골까네.고작 그런 이유로 핸드폰을 꺼트려?망가트리지만 않으면 다인줄알지?"
이어서 허,하는 조소와 함께 터져나온 말은 명백한 적의 그 자체였다.지금만큼은 죽음마저 두렵지 않았다.제법 날이 서있는 말은 평소 진혁에게서 나올 말이라고는 생각조차도 못 했던 말이었다.
"너는 시X 폰 켜봤는데 조금이라도 하자 생겼으면 귀신이고 나바리고간에 바로 현피야."
하여튼간 정도를 알아야지.핸드폰이 고장났는지 고장 안 났는지 자기가 어떻게 안단 말이야? ...심각한 스마트폰 중독자가 자기 핸드폰을 사용하지 못 허게 한 사람에게 보이는 폭력성을 아낌없이 내비치며 빗자루를 한번 붕 돌렸다가 다시 원래대로 잡고 삭삭 쓸기 시작했다.일단 핸드폰 켜지면 다시 보자,너는.빡침이 한 바탕 지나가자 그제서야 시리도록 추운 추위가 몰려오는 듯 싶었다.으으,담요 건네어준게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건가아.
이어지는 말에 어이가 나가버렸다.아니 하라는대로 하면 그만이지 뭐가 더 필요해?청소 해줬으면 일단 죽이는건 그만두는게 정상 아냐?
"있지,귀신씨-너어도 귀신이니까 너같은 귀신들이 보일거 아냐.내가 너한테 죽으면 엄청 한이 깊은 귀신이 될 거 같은데에,감당할 수 있겠어?"
문득 예전에 친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 기억났다.사람이 죽으면 귀신이 되는데,그런 사람이 귀신한테 죽으면 나중에 서로 귀신으로 만났을 때 죽인 귀신과 죽은 귀신 둘 다 얼마나 뻘쭘해질까 하는.그땐 애들이 그런 걸 무서워하는 날 위해 장난스레 말해준 내용이었지만,왠지 지금 상황에서 써먹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것 같았다.진짜 가는데마다 질질 따라다니면서 오만가지 참견과 태클은 다 걸텐데.그때는 둘 다 귀신의 몸이니까 뭘 어떻게 하지도 못 할거 아냐?게다가 원래 귀신은 한이 깊은놈이 짱이라는 말을 예전에 웹서핑하다 본 적 있었다.
"일단 기다려봐아-안 하겠다는건 아니니까.우-선-은,교실 청소부터 좀 끝내고 천천히 치워보던가 할게-"
묘하게 까칠해진 태도가 되어서는 빗자루질을 이어간다.핸드폰 꺼트려서 이러는건...맞아.완전 맞다고.빌어먹을 귀신놈아.게다가 진혁은 정말 저것을 치울 생각이 없었다.다만,어서빨리 나갔던 형아 누나들과 후배님이 돌아오기를 빌 뿐이었다. ...그런다고 해서 뭔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지만,그래도 얼른 와줘..
[히히히... 인간들은 말이야 늘 머리를 굴리느라 사실을 모른다니까. 내 눈에 그대로 보이는 것들중에 일부를 보여줘도 마찬가지야. 내가 일브러 여기에 모습을 나타내어도 마찬가지고, 너희를 좀 만져도 마찬가지고... 너희를 보면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맨날 생각해. 답은 언제나 없지만.]
또 혼자가 되느냐는 말에 악마는 왜 여기 우리 셋만 있는거냐고 오히려 질문을 질문으로 대답하는 몹쓸 답변을 합니다. 저 악마놈은 가정교육도 제대로 못 받은게 분명합니다. ...그나저나 이 담요 하나의 것일까요? 두겹 다 두르니 왠지 그녀가 떠오릅니다.
[...뭐 내 고민은 늘 너희들을 어떻게 대하는 거냐는 거지만... 니 말을 들으니 난 오늘도 같은 방법을 써야겟네? 그리고 좋은거 하나 알려줄까?]
되봐야 잡귀인 네가 별의 부하인 나를 이길 수 있는지 말이야. 라고 중얼거리는 이 작고 꼬물거리는-3살 꼬마만한-까만 악마는 천천히 그 이를 길게 늘리어 진혁의 목을 갈갈거리며-아픔은 무서울만큼 느껴지지 않는데 목에서 따끈한게 흐른다는 수준이 아니라 뿜어지는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나한테 도움안되는 사피엔스를 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너희들 사피엔스를 그 영혼까지 깔끔하게 뜯어먹는 거였어.]
아크릴 칠판을 빤히 바라보았다. 역시 윤곽이 살아 움직이는 듯 하였다. 무슨 표정인지 조차 알아볼 수도 없었지만, ...일단 아크릴 칠판 앞까지의 발자국이, 누군가 이미 다녀갔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괜...찮지 않으려나? 천천히, 그리고 일부러인듯 그 발자국 위를 겹쳐서 따라가본다.
"무엇이든 물어보면... 답해주는 건가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은 다시 되묻는 듯이 중얼거렸다. 정말 시험 문제라도 물어봐야 하는 건가? 하지만 그 전에 궁금한건...
....그럼 정숙이는 음.... 하나가 어제 참가를 못 한 부분에서 정숙이에게 내기삼아 10만원 걸고 귀신이나 초자현적인 현상을 믿을 수 밖에 없을거라는 말을 하면서 교실에 남는거랑 따라가는거 둘중 한 쪽을 고르게 했는데 정숙이라면 어느쪽으로 했을지를 선택지만 알려주신다면 따로 추가 판정 레스를 반영해드릴게요
하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글러브-스파이크가 박힌게 제법 사람 한 명 잡게 생겼습니다. 이런 흉악한 무기를 누가 현직 여고생에게 쥐어준걸까요?-를 끼고 대기하며 진성과 당신이 여선생과 나누는 말에 귀를 귀울입니다.
"물론. 하지만 내가 모르는건 알아봐서 알려줘야 하니까 하루정도는 더 걸리는건 어쩔 수 없어."
즉 모르는 사실도 있다는 말이군요.
"여기는 다른 차원. 아니... 그보다는 이 학교에 한정한 학교의 뒷면이라는 말이 맞겟지? 흔히들 이 학교에서 만들어진 괴현상이 괴이한 일이 아니라 일반적인 규칙이나 질서가 되는 곳이고, 여긴 그런 곳과 연결된 불안정한 통로야. 영안이라는게 트이지 않은 사람들에겐 밤이 되어도 무언가가 보이는 일이 적지만 덕분에 여기에 오면 평상시엔 안 보일것들도 보이지. 여기선 시간대랑 규칙만 맞는다면 다른 공간이나 시간들도 순식간에 왔다갔다 할 수 있지만 역시 전혀 다른 규칙들로 이뤄진 곳이니까... 내가 사는 곳에서 이걸로 너희들을 보려면 여러가지로 어렵고 제대로 보이거나 들리지 않는게 보통이라서 가능하면 난 많은 학생들을 교사로서 만나고 싶어도 여기에 너희들이 찾아와주지 않아서 외로워..."
순순히 말해준 것에 놀라운듯 진성이 잠깐 움찔하지만 얘기가 길어지자 단번에 하는 말을 잘라버리고 질문합니다.
"그럼, 거기로 가는 방법은?" "어머 찾아와줄거니?" "위험한건 아니라면..." "밤에... 너희로 따진다면 중앙관 계단에서 3층을 올라가고 2층을 내려가고 거기서 다시 3층을 올라가고 2층을 내려가. 그러뉴방식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마지막에 5층에 도착하면...두 눈을 손으로 가리고 10초간 숨을 멈추다가 곧바로 5걸음을 직진으로 뛰면 올 수 있다고 하더라고. 올거니?"
여러모로 말이야. 지안은 예상치 못한 진혁의 반응에 잔뜩 놀란 듯 진혁을 말없이 꿈뻑, 쳐다보다 이내 재밌다는 듯 씩 웃었다. 내가 얌전히 있으려니까, 이제 진혁이가 그러네. 지금 상황은 어떻게 해도, 그러니까...아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 아껴 먹으려고 남겨 둔 과자 먹고 올 걸 그랬네. 지안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진혁에게로 뛰어갔다.
"겁주는 건 이만하면 됐잖아!"
진혁에게 붙어있는 존재를 떼어내려고 안간힘 썼지만, 글쎄. 끙끙거리던 지안은 위에 있을 하나의 얼굴을 떠올리며 울상지었다. 아, 다 어디갔니 얘들아. 그런데 진혁을 괴롭히고 있는 그 장면이 퍽 보기 좋지 않아서. 이내 지안은 덮고있던, 왠지 모르게 하나가 떠오르는 그 담요로 녀석을 덮었다. 아 제발, 후배 앞에서 소리 지르고 싶진 않은데. 근데 이거 진짜 위험한 상황인거 맞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을땐 이미 때는 늦었다.별의 부하라는건 또 뭔데.뭐냐고..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하지만,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는 확실히 감이 오는 듯 싶었다. ..나,죽는구나.
"..아..."
조금씩 힘이 빠지고 추워지는 와중에도 슬쩍 지안이 누나에게 시선을 주었다.미안,이런 몹쓸 꼴을 보여서..
"..나 아직 안 죽어어-.."
하지만,난 안 죽을거야.아직..아직 못 해본게 많단 말야.. 이제부턴 정신력 싸움이었다.제 목을 더 물어뜯지 못하도록 잽싸게 손으로 막으며 있는 힘껏 눌렀다.목을 뜯기는것보단 손을 뜯기는게 그래도 나았으며,이게 정말 피라면 더 흐르지 못하도록 지혈하는것이 급선무였다. 그러고는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지만 조금씩 교탁쪽으로 나아갔다.이어서,거기 붙어있는 부적 중 하나를 떼어 악마에게 가져다대었다.
"..저리 꺼지라고..!"
효과가 있을지는 장담하기 힘들었다.그래도,아무것도 안 하는것보다는 나을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제발.부디 이 방법이 맞기를.효과를 볼수 있기를.
세 사람의 앞에 펼쳐지는 일은 귀신이니 초자연적인 현상같은것에 제대로 연결되었습니다. 이 끔직하고 믿기지 못 할 일들은 도대체 왜? 어쩨서 벌어지는것이죠? 모두 다 이해못할 일들 투성이였습니다.
[하지만 너희들은 연장자에 대한 존경과 경외심이 없는걸.]
이빨을 빠득거리며 악마는 지안의 말에 대답만큼은 꼬박꼬박 해주다가 지안이 자신을 떼어내려고 하고, 진혁이 힘껏 버둥거리며 목을 가리자-부적까지는 거리가 멀어서 결국 부적을 부쳐버리려는 시도는 캔슬되었습니다.-악마는 버릇없어! 라고 하다가 제대로 담요에 감겨 괴상한 소리를 지르다가 잠요를 저만치 멀리 던져버리며 바닥을 굴렀습니다.
[이거 그년거지?! 망할! 망할! 뜨거워!!!!]
...그제서야 당신들은 담요에 뭔가가 수놓아져 있음을 알아봅니다. 그와 동시에, 담요도 저기 멀리에 있고 다른 물건도 멀리 있는 상황에서 순식간에 2m짜리의 덩치가 되어버린 악마가 달려듭니다.
[역시 너희들은 그냥 영양섭취를 하는게 가장 나아!]
그 때, 갑자기 정숙의 눈이 가리어지며 작게 키득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오빠. 오빠는 정말로 내가 없다고 생각해?
정숙은 갑자기 무척 심한 어지럼증을 느낍니다. ...당신은 아마 잘 하면 저 둘을 돕긴 커녕 제 몸을 건사하기 힘들지도 모르겟군요.
와,미치고 팔짝 뛰겠네! 이게 다 뭐야? 무슨 환각제라도 뿌렸나. 설마 그 하나랑 진성 선배 두 사람이 무슨 환각제라도 뿌리고 도망간건 아니겠지? 지금 진혁 선배는 정체모를 뭔가-뭔지 감도 안온다-한테 당하고 있는거 같고,갑자기 2m짜리 괴물이 튀어나오더니 뭐라뭐라 알아 듣기도 힘든 말을 하는데. 저기요? 그냥 쿨시크하게 '너희들을 다 죽여버리겠다!' 이렇게 얘기할 것이지 뭐 이렇게 복잡하게 얘기를 하십니까!
"어휴,어짜피 좀만 있으면 이거 다 안보일거에요. 이거 다 환각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지금 집단 히스테리나 약물에 취해서 이런 환상을 보고있는거에요. 진혁 선배,지안 선배. 모두 진정하시고. 심호흡 하시면 좀 나아지실거에요,자꾸 흥분하면 더 이런 이상한 환각 본다구요."
자아 자아,저 따라해보세요. 쓰읍- 하아- 뭐야 이 목소리는? 이번에는 또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으윽,머리야. 마치 무거운 책으로 머리를 짓눌러 뭉개려는 것 같은 두통이 생긴다. 아아,진짜 무슨 약을 뿌렸는지는 몰라도 하나 선배,진성 선배,정말 독한 마약을 뿌린 모양인데? 기다려,나중에 고소할테니.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머리를 감싸쥐고는,먼저 목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예쁜 목소리를 향해 말한다.
>소녀와 대화를 한다.
"솔직히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고,사실 없을거 같다고 생각하는데...이 두통부터 좀 없애주면 안될까? 서로 대화할 준비도 안되어 있잖아.이거."
연장자도 연장자 다워야 존경과 경외를 해주지 않겠냐고 지안 역시 꼬박 말대꾸를 하려다 담요에 괴로워하는 녀석을 보고 지안은 당황했다. 뭐야, 이번에도 운이 좋았나? 어쨌든 여전히 당황스러운 상황이였고, 어쩔 줄 몰랐다. 어떡하지? 진혁을 챙기기도 전에 어느새 덩치가 저만치 커져버린 것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악마가 달려들자 지안은 무의식적인 반사신경으로 재빠르게 옆으로 구르다싶이 해서 튀려했지만, 그 순간에도 다친 듯한 진혁이 걱정되었다.
"일단, 일단 도망치자!"
지안이 건장한 남자였다면 진혁이를 들고 어떻게든 도망다녔겠지만. 지안은 힘이 없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도망에 성공했다면, 일단 지안은 눈에띄는 것이라면 모조리 주워 악마에게 던지려 하였다. 부적이든, 의자든, 담요든 뭐든.
여전히 한 손으로 목을 가리고서 지안에게 감사 인사를 표했다.어둑어둑한 탓에 이게 진짜로 데미지가 들어간건지 아님 느낌만 그런건지 아리송했지만,일단 지혈하듯 누르고 있는 게 더 나을테니까.
"존경과 경외심 좋아하시네..연장자같이 생기지도 않았으면서-"
한번 죽을 위기를 넘기고도 정신 못 차렸는지 다시금 비아냥거린다.사실 정신을 못 차렸다기보단...응.나는 어떻게 되더라도,누나는 살아야지.사실 정숙이 동생과 나,그리고 지안이 누나 셋 다 살아남는게 가장 이상적이기는 하다만.. 하여튼 곧 이어지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 기울인다.어랏,담요에 뭔가 있는데에..? 담요를 다시 주으러 가려니 갑자기 쪼끄만했던 귀신이 엄청 커졌고,아까까지만 햐도 눈꼽만큼도 없던 위압감이 갑자기 생겨났다!엄마 저게 뭐야.....
"꺄아..!"
부적과의 거리도,담요와의 거리도 너무 멀었다.그렇다면,그냥 닥돌하기보다는 저 놈의 이동경로를 보며 조금씩 접근하는게 낫겠지.일단 담요는 완벽한 해결책이 못 되는듯 싶었다.아까 전에 작은 상태에서는 그냥 꽉 잡아둘수 있었지만,저렇게 커져버린 이상 담요로 계속 잡아둘수 없었기에,일단 달려드는 악마를 피하며 부적 쪽으로 조금씩 미묘하게 이동하려 시도했다.그리고 그 와중에도 혹시 모를것을 대비해서 손을 떼지 않았다.
"날 이곳에 혼자 두지 말아줘! 누군가가 오지 않는다면 여긴 너무 무서워...! 설마 선량하고 무고한 사람을 영원히 여기 놔두고 갈건 아니지? 어떻게? ...나, 날 여기 두고가면 후회하게 될거야! 그 책! 다 지켜봣어! 너희들은 지금 가장 중요한걸 그 둘이 말하지 않고 그냥 넘겨버렸다고 아대로 있...."
상쾌한 바람소리가 날 것 처럼 빠르게 주먹을 휘두르는 하나덕분에 여러분은 그 다음말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한 번, 두 번, 세 번, 넷....... 하나는 아크릴 칠판을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부숴뜨려버리다가 진성이 억지로 뜯어말리자 갑자기 진성이 말리는 와중에 몸을 억지로 움직이려고 하였습니다.
"갑자기 왜 그래?! 야! ....야야! 유 하나! 정신차려!"
그렇게 말하며 잠시 실랑이가 벌어지고 나서야 갑자기 하나는 하던 것을 멈추고 멍하니 있다가 진성의 얼굴을 보며 말합니다.
"....나... 뭐한거야?" "뭐...?"
이게 뭔 일일까 싶을 때 아랫쪽에서 어렴풋이 소리가 들리자 하나와 진성은 잠깐 입을 다뭅니다.
두통이 조금 사라지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이번엔 복도로 나왔다. 이건 대체 뭐람? 그리고 진혁 선배,지안 선배는 또 어디에 간거지? 아,이러면 의리가 없잖아 의리가. 혼자서 내뺀꼴이 되어버리는데,지금같은 상황이면 혼자 내뺐다고 욕 먹을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좀 많이 미안하다고. 잠시 후에 목소리가 들려오더니...아,이 G시에 있는 중학교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허어,거 참 놀랍구만. 여기는 고등학교인데 왜 중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나타나는거지? 나는 복도에서 일어나 때묻은 교복 바지를 탁탁 털고 중학생에게 말한다.
"뭐,그렇게 심하진 않았는데.아프긴 했지만 너무 신경쓰지마,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거니까."
그리고 이 말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 이 중학생 꼬마에게 한마디 더 던진다.
"만약 네가 유령이라면-그럴 일은 없겠지만,지금 원하는게 뭐지? 솔직하게 말해봐,일단 들어나보자. 뭔 말도 안되는 얘기라도 일단 안하는 것 보다야 훨씬 나으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입술을 지그시 깨문뒤 도대체 나머지 선배님들은 어디 계신건지,목소리를 들을 수 있나 싶어서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당신이 하지 않은 말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 차원에서 이 곳으로 돌아오는 방법은요? 그 쪽으로 넘어가면 다시 여기로 보내줄 생각이긴 했어요?"
애원하는 여선생의 목소리에 더욱 단호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다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채 듣기도 전에, 여선생의 갑작스런 폭탄 발언에 잠시 벙쪄서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잠깐만... 중요한 걸요...?"
선배들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서 턱 끝에서 떨어진다. 하나와 진성의 책에 대해서 하지 않는 이야기는 도대체? 그런 생각도 잠깐, 갑자기 아크릴 칠판을 주먹으로 부숴버리는 하나를 당혹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이어, 진성과 함께 하나의 팔뚝을 세게 붙잡아 말리려고 했다.
"하나 선배! 선배! 진정하세요...! 그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잖아요!"
실랑이 끝에, 갑자기 하나의 행동이 멈춰버려서 되려 당황한다. 이미 아크릴 칠판은 초전박살, 정말로 여고생의 근력으로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는지, 제 눈을 의심하게 하였다. 게다가, 자신이 그렇게 만들어 놓고 기억을 하지 못한다니? 어떻게 튈지 가늠조차 가지 않는 상황들에 기진맥진 해 있는것도 잠시였다.
"...?!"
쓸만한 것은 청각 뿐인지라, 소리가 들려오자마자 그 쪽으로 귀를 귀울였다. 그리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신경을 바짝 세웠다.
저 커다란놈이 흠씬 두들겨맞는 꼴을 보자니 속이 다 시원했다.그건 좋은데,문제는 이젠 지안이 누나가 위기에 몰렸다는 것이다.
"그 더러운 아가리 저리 안 치울래?!!!"
그 광경에 경악하며 이젠 진혁이 아무거나 잡히는대로 악마를 구타하기 시작했다.일단 물리적인 충격은 받는 모양이다.그러면,아주 흠씬 두들겨서 다진 고기로 만들어놓으면 그만 아닐까?..라기보다는,잠깐 사고가 마비되었던 것이 크겠지만. 그러던 진혁은 문득 제 핸드폰을 고장낸 건 아니라는 말에 얼른 스마트폰을 다시 꺼내서 화면을 켜 보려고 하였다.고장난거 아니라며!켜져라 제발!!
"기껏 청소도 해 줬는데!정말 이러기야!이 그지 깽깽아!"
그러면서도 의자로 머리를 내리지는걸 멈추지 않았다.이러다가 이빨이라도 좀 부러져줘라 제발.
하나는 당신들에게 말로 설명을 하려 했지만 횡설수설을 하다가 결국 포기해버렸습니다. 하는 수 없이 잠깐 지친듯 입을 다물자 그들은 교실에 오랫동안 방치된 것 처럼 걸려있어도 아직 째각거리는 시계소리 외에도... 아랫층에서 두 사람의 비명이 들리는 겁니다.
"일단 나머지는 나중에 설명해줄게! 너흐들은 계단으로 내려가!"
하나가 잠시 창문을 열고 아랫층과의 거리를 살펴봅니다. ....바로 밑이군요? 이정도라면...
"미친...!"
하나가 곧바로 아랫층 창문을 박살내며 아랫층 교실에 가버리자 이것을 살피던 진성이 재빨리 두 사람에게 우리도 내려가자며 먼저 계단을 향해 발을 돌립니다.
지안&진혁
"절대 그렇게는 안돼!!!!"
목이 물리려던 지안과 함께 진혁을 치워버리려고 그 두툼한 팔을 휘두른 덕분에 그릇과 봉이 굴러 떨어진 그 지점까지 날라갔을 때 였습니다. 둘이 동시에 핸드폰을 쓰면서 핸드폰-물리 와 핸드폰-빛 일격에 악마가 주춤하는 이 기묘한 순간에 두 사람은 하나가 창문을 뚫고 위에서부터 들어오는 것을 슬로우모션으로 보았습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여러분은 정말로 눈 깜박할 새에 악마에게 달려들어 주먹으로 때리는 퇴마-물리가 특기인 현직 여고생을 보고 계십니다. 여고생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오늘 하나가 사람 여럿 살리는구나. 지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다는 생각에 푹 주저앉아 맞고있는 악마와 일방적으로 때리고 있는 하나를 멍하게 구경했다. 다음에 하나 만나면 맛있는 과자나 줘야지.
"하나야 기다렸잖아~"
역시 하나가 제일 멋있어. 지안은 언제그랬냐는 듯 다시 웃으며 걷진 못하고 슬금슬금 진혁의 근처로 기어가 괜찮냐며 물었다. 이 스펙타클한 상황은 마치 파워레인저에 나올 것만 같네. 나는 거기에서 휘말려버린 일반인 같고 말이야. 어쨌든 지금의 일로 지안이 깨달은 것은, 꿈이었으면 좋겠다..정도.
아팠다.아프다.더럽게 세네,저거.아까 달려들때 그대로 있었다면 아마 지금쯤 산산조각이 나 있었겠지.끔찍한 생각을 뒤로 하고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에 다시금 안도했다.기계 싫어한다는 말이 가짓은 아니었던 모양이네. 자 그럼 어떻게 마무리를 할까 잠깐 고민했지만..그런 고민은 안 해도 되었다.마지막 순간 먼저 위층으로 올라갔던 선배 중 한 분이 창문을 깨고 극적인 연출과 함께 저 몹쓸놈을 실컷 두들겨 패 주었으니까.
"누나 파이팅~아주 작살을 내 버리라구-"
꼴 좋다.비웃으며 일부러 악마놈을 클로즈업해서 사진을 찍었다.동영상도 남겨 두었다.나중에 짜증나는 일 있으면 이거 보면서 해소해야지.. 그러다가 지안이 누나의 괜찮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일단은 괜찮아아-상태가 어떤지는 봐야 알겠지마안.."
다시 평소의 동글동글 유순한 성격으로 돌아와서는,우선 손으로 막고 있던 자신의 목 상태부터 확인해보려고 했다.괜찮니 내 목아?막 피칠갑되어있고 그러면 나 무서워서 울텐데.
이라고 전대물에 나올 주인공처럼 말하며 다시 힘차게 주먹을 날리던 것도 잠시, 그녀는 악마와 거의 엎치락 뒷치락 위, 아래 옆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개싸움을 벌입니다.
[이익! 아아아악!]
순간 모두의 머리가 아프다 싶은 것도 잠시, 진혁의 휴대폰에 갑자기 금이 가버리며 꺼져버리며 지안에게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모두 고통을 줍니다. 그 소동에 하나가 잠깐 눈을 돌린 순간 악마에 의해 벽으로 내던져지자 그녀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려다가 비틀거립니다.
"힘만 오질라게 쎄네...." [이 망할 계집...!]
악마가 달려들자 충격때문에 아픈 것인지 그녀가 비틀거리다가 얻어맞길 잠시, 다시 악마와 뒤치락 엎치락거리듯 약간씩 하나가 밀려가는 모습이 보여지던 중에 갑자기 시계의 초침소리와 함께 그녀와 악마의 머리쪽으로 시계가 떨어지는 것이 보입니다.
>>565 하나의 공격은 세계관 인간중 순수 물리와 잠재력 '만' 고려하면 원탑, 못해도 다섯 손가락에 들 수준이긴 하지만... 그녀의 내구도와 집중력, 지능 등등은 인간의ㅜ한계점 안에서 논다는게 함정이랍니다!
참고로 세계관 평균치나 상성 등으로 분류하자면
신(4대 종교는 당연히 악마들을 이겨먹음)=악마>요괴>귀신>인간 및 다른 생물
이정도 입니다. 다만 상성이나 상황이나 재능과 잠재능력, 아이템이나 가호 등등의 것을 고려하면 위의 분류를 넘을 수 있습니다. 일례로 하나는 앵간한 요괴랑 잡귀는 그냥 패고 다니느라 저 악마를 나름 방심해서 때리기만 하고 있었어요. 악마랑은 싸워본 적이 없어서 저게 비록 쩌리악마지만 한 번 밀려버리면 지는건 순식간일거에요.
다른 아이들도 슬슬 윗층에서 내려오는지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생각해 보니까 문 잠궈놨었네. 지안은 하나와 악마가 투닥투닥 하는 사이 힘겹게 몸을 일으켜 뒷문으로 뛰어가 잠겨있는 문을 열었다.
"와~ 반가운 얼굴들이네"
나도 그 쪼끄만게 이렇게 커져서 소란해질 줄 몰랐지. 지안은 해탈한 듯 웃으며 이리로 뛰어오는 아이들에게 손짓했다. 그러던 중 악마의 비명소리에 몸을 움찔하고 알 수 없는 고통에 다시 몸을 웅크리고 앉아 끙끙댔다. 다시 하나를 힐긋 쳐다보니 벽에 부딪힌게 정말 꽤나 많이 아플 것 같은데.
"아."
지안도 도와주기 위해서 억지로 몸을 일으켜 다가가려는데 이미 한 발 늦은 듯, 지안은 그녀에게로 다가가다 시계가 떨어지는 관경에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이걸 원했던 게 아닌데.
핸드폰에 금이 감과 동시에 내 멘탈에도 금이 가버렸다.아니,멘탈은 그 순간 공중분해되었다.아까는 그냥 화면만 꺼졌는데 이젠 금마저 가버리니 다시금 곱게 내려두었던 명품인성 스위치가 켜질 시간이었다.목 다친건 지금의 진혁에게는 상관할 바 아니었다. 너 좋아하는 기계나 맘껏 쳐드세요 이 스바라시야.하며 이젠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는 핸드폰을 냅다 악마에게 던지고서 의자도 냅다 던져버리고서는,아까 미처 못 붙였던 교탁에 있는 부적들을 한 뭉텅이 뜯어왔다.
"이거나 쳐먹어라 가정교육도 제대로 못 받아먹은 이 개-----야,니도 이따윈데 니 상관이라는 놈은 얼마나 썩어 빠졌을지 버-얼써 눈에 훤하다!"
누구 없는 애들이 누구 없는티를 팍팍 내고 다닌다더니만 그 말이 아주 딱 맞아 떨어지네.패드립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저 몹쓸놈의 몸뚱이에다가 한 뭉텅이 뜯어온 부적을 정성스레 붙여 주었다.내가 아까 말했지?폰 고장나면 인간 귀신 이름표 때고 현피나 한판 뜨자고.이거나 퍼먹고 좀 꺼져주렴. 그러다가 시계가 떨어지는 모습에 주춤한다.아까 하나 누나 조금 밀리던 거 같은데..
"..위험해..!"
잽싸게 하나 누나의 곁으로 다가서서는 시계가 떨어지는 지점을 벗어나려 몸을 날렸다.아무리 하나 누나라도 저런걸 맞는다면 무사하지 못할테니까.
아래층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나 귀를 기율여봤다. 조용한 주변 덕분에 소리가 잘 들렸는데, 그건 사람의 비명소리였다.
" 어, 어,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지 않아, 친구? "
창문으로 가는 하나를 보며 발만 동동 구르다가, 안되겠다 생각하며 뛰쳐나가려 했을 때, 깨지는 소리가 나서 잠시 뒤를 돌아보니 하나는 이미 사라져있었다. 알만하네. 직선루트인가.
" 진-짜 대단하단 말이지. "
중얼거리듯이 말하고 씩 웃으면서, 한 시름 놨다고 생각하고 아래층으로 뛰어갔다.
아래층에 도착해서 지안이와 진혁이가 있던 곳으로 뛰어가는데, 지안이가 문으로 나와서 우리쪽으로 손짓을 하고 있는게 보였다. 그러기도 잠시, 지안이는 뭔가 고통스러운 듯이 몸을 웅크렸고, 교실 안쪽에서는 이상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나도 머리가 조금 아프긴 했지만, 악으로 버텨내며 일단은 교실 안을 확인했다.
뭐... 이런걸 두고 가관이라고 하는 걸까.
하여간 들어가자마자 보였단 것은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하고 떨어지려 하는 시계. 그 밑에는 유감스럽게도, 하나와 이상하게 생긴 무언가가 있었다.
그 말만 남기고서 교실 밖으로 같이 뛰쳐나갔다. 뭔지 모르겠지만, 아래층이라면... 선배들이. 불안한 심정에 무리하게 다리를 재촉하였다.
"으아아아아...!"
하나가 창문을 깨고 밖으로 나가는 걸 보고서는 놀라서 비명밖에 지를 수 없었다. 잠시나마 손 잡혀서 두근거렸던 내가 바보였지이이...! 어째 귀신보다 하나덕분에 놀라는 것이 더 많은 것 실화인건가?
그래도, 산과 진성을 따라 계단 밑으로 빠르게 달려간다. 발밑도 조심하지 않고 넘어질듯 말듯 하며 빠르게, 더 빠르게. 1층에 도달하자 마자 쾅, 하는 소리가 들려와서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달려갔다. 교실 안으로 무언가 보이지 않는걸 마구 때리는 하나와, 크게 다친 듯 피를 흘리고 있는 진혁, 무언가 고통에 시달리며 끙끙대고 있는 지안.
"진혁 선배! 지안 선배! 괜찮으신건가요?!"
꽉 잠겨있는 목으로 커다랗게 외치며 뛰어갔다. 그러다 벽에 강하게 부딫치는 하나를 보고, 잠시 멈칫하여 몸을 크게 떨었다. 아...아아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나는 어떻게? 갈팡질팡 하며 앞으로 나아가려다가 의자에 다리를 부딫쳤다.
이 긴장감 넘치고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에서 지안의 행동으로 모두가 드디어 교실에 들어왓습니다. 그리고 진성이 부적을 악마에게 바리바리 치덕거리고 시계가 떨어지려고 하고, 동시에 하나를 뒤로 끌어당기려고 하는 순간 악마가 귀신같이 몸을 돌려 두 사람을 사정권 안에 넣을때 시계가 순식간에 나무베트에 의해 박살이 나며 잔해가 사정없이 튀기는 가운데 우현은 결국 정강이에 멍 하나가 생기는 이 상황에서 패드립을 당한 악마는 순식간에 진혁과 진성과 지안, 하나와 산의 눈에서 갑자기 극심한 통증과 함께 피눈물이 흐르게 만들었습니다.
바로 그쯤에 유황의 냄새가 스멀거리며 모두가 갑자기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곧이어, 찬란하면서도 새까만 무언가가 나타나 입을 열자 악마는 혼비백산하여 하나부터 해서 진혁을 날려버리며 그 존재에게 다시 작아져 머리를 숙입니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벌레와 까마귀들은 덤이요, 스산한 고양이 우는 소리는 더더욱 덤입니다.
[아, 아...니야 너도 알잖아?! 내 힘을 저놈들이 갑나기..........너ㅓㅇ어타.......ㄴ.너너ㅡ매ㅐ드.... 의 힘이 야ㄱㅎ ㅐ....아아ㅏㅡ아럏야야타야양야ㅏㅇ아아아아아]
당신들에게 위협적이던 그 검은 악마가 말 그대로 피 하나도 흘리지 않고 흩어지며 제가 있던 자리에 잠깐동안 푸른 불꽃을 남기고 사라지자 그것은 한숨을 쉬길 잠시, 몸이 풀리자 마자 진성이 지안쪽으로 가서 사발을 잡고 나무막대기를 사발에 갖다대어 뱅뱅이자 그것이 묘한 말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 •••... ••• ••••...]
그리고 갑자기 모든 고통이 사라지며 당신들은 그제서야 들어오는 달빛에 의해 엉망진창이 된 교실과 함께 처참한 몰골의 진혁과 지안과 하나, 그리고 우현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교복이 피눈물로 엉망된 모습을 살필 수 있었습니다.
당신들 모두 영안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모든 악마와 요괴들의 영향력... 즉 간섭하는 정도가 당신들에게 조금씩 심해졌습니다. 그러나 당신들은 퇴마할 수단이 없습니다. 하나와 진성은 이야기가 다르지만. 지안과 진성은 악마들과 만날 확률이 많아졌습니다.
다행이도 모든 아이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도운 덕분에 하나는 시계에 맞지 않았고, 진혁이는 패드립을 했고.. 우현이는 정강이가 아파보이고..등등.
"와 진짜 혼란이다"
그렇게 말하자마자 눈에서 무언가 뚝 떨어지기에 지안은 당연히 눈물인 줄 알았다. 내가 이정도로 울 사람이었나 생각도 잠시, 극심한 통증에 주저앉아 몸을 부들거렸다. 내일 몸살 걸릴 거 같아, 아파 죽겠네 진짜로 몇 번째야.. 평탄하던 지안의 인생에 개입한 그것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무어라 얘기했고, 그와중 진성이 다가오더니 지안은 이해할 수 없는 행위를 하자 그것들은 사라졌다.
"이거, 진짜 피야?"
사라짐과 동시에 고통 또한 사라져 지안은 크게 숨을 들이쉬며 한숨을 내쉬었다가, 흰 옷이 피에 젖어있자 화들짝 놀래서 주위를 보니 대부분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지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작게 중얼거렸다가 이내 순간적으로 위가 역류할 것을 간신히 참고 헛구역질을 연신 해댔다. 피라면 주사 조차 질색하는 지안이라 눈을 질끈 감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코를 막고 있는데, 하나의 질문에 살며시 실눈만 떴다.
"ㅡ숨바꼭질 놀이?.."
상당히 아파보이는 하나를 보고 죄책감과 미안함이 몰려왔지만 지안은 피냄새가 진동하는 이 교실에 더 이상 있으면 정말 토를 내뱉을 것 같아 교실 밖으로 물러섰다. 와, 철분냄새 진짜 싫어. 그나저나 다들 꼴은 진짜 웃긴데, 아 진짜 역하다. 이걸 어떻게? 그냥 오늘 일 전부 꿈이고 안본걸로 하고싶다..
정말 이런저런 일이 순식간에 벌어졌다.악마놈의 사정권에 들어오는 순간 시계가 개박살나고,저쪽의 후배님은 의자에 다리를 부딛히고.자신의 패드립에 열이 뻗쳤는지 뭔가 이상한 것을 사용한듯 눈이 매우 아팠다.하지만 이게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눈물?아니면 다른 무언가? 그리고 곧 이어서 유황 냄새가 강하게 났다.
"..뭐야?"
도대체가 이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건가 싶어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어 저 썩을놈이 다시금 자신을 날려버렸다.아니 좀 곱게 다루면 어디 덧나냔 말이야!패드립을 그렇게 집어먹고도 지X육갑을 떨고 싶니! 아무튼 뭔가 겁은색의 존재에게 머리를 숙이는것을 간신히 몸을 일으켜 볼수 있었다.도대체 저게 누구야.아까 내가 잠깐 깠었던 악마의 상관쯤 되는 놈인가..?
이어서 그 악마놈은 사라졌다.흥,꼴 좋네.그리고 저 검은 물체,아까전부터 자꾸 뭐라고는 하는데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뭐지.뭐라 말하는건지 궁금한데..
"..아,끝...?"
그 검은 물체는 머라머라 하더니 역시 사라졌다.그리고 곧 이어 달빛이 들어왔고,그제서야 교실 안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기보단,피로 엉망이 된 교복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아까 흐르던 건 피였을까.제 손을 보았다.다행히도 목에 구멍이 뚫려버리는 일은 없었던 듯 하였다.
"..별 건 안했어어-..그냥 있었는데 갑자기 저 멍게같은 애가 들어와서는 난리친 거야아-"
이어서 아까 던져버린 핸드폰쪽으로 다가가 핸드폰을 주워들고 주머니에 넣었다.켜 보려는 시도는 궂이 하지 않았다.아니..정확히는 할 생각이 없었다. 이제 정말 전부 끝났다는것을 깨달았기에 저절로 몸에 힘이 스르륵 풀려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으니까.안도감 때문이기도 하지만..묘하게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아까 물린 것 때문일까.
악마쟝: 태초부터 존재하였으나 작고 보잘것이 없어 이리저리 적당히 몸을 숨기고 다니며 힘을 모았다. 최근 몇년동안 GM고가 살만해서 해당 교실에 터전을 자리잡으려던 찰나 작년 졸업한 선배들한테 한 번 털려서 몸을 사리며 이를 갈다가 악마의 자리를 뺏으려 일부러 향으로 핀 결계가 약해진 틈을 탄 다른 요괴들이 악마의 장보를 책에 적게 하며 자기 힘이 너무 많이 빨려나가서 최약체가 되어있었다. 때문에 책을 자신이 먹거나 없애버리는 것/유 하나를 먹어 더 강한 악마가 되는 것/혹은 교실에 남아있다가 우연히 인간들이 들어오면 한 열명까지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먹어서 제 몸을 보전하며 다시 기회를 기다리는 것중에 하나를 택하려고 하였다.
혼란한 상황 와중에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선배가 벽에 처박히든, 시계가 머리 위로 떨어지든, 피를 흘리고 있었든. 너는 아 무런 행 동 도. 유황냄새가 가득 풍겨와서 머리가 아프다. 아파. 환청 때문에 귀가 아파.
"...아...아아..."
모든 상황이 끝난 것처럼 보였다.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고개를 숙인채 얼굴을 감싸 시선을 가린다.
"...죄송해요."
피눈물을 흘리거나, 심하게 다치는 등 상태가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딱히 아픈 곳은 없었다. 정강이를 살짝 부딫친것 다친 곳도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나는 이렇게까지 괴로운 거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겁에 질려서 얼어붙은 것 이외에는. 너는 또다시 방관자가 되었구나.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서 선배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다리가 덜덜 떨리는 것을 강제로 옮겨가며.
"괜찮으... 아니 아니라... 으... 금방 1...119 부를게요..."
뒤늦게 하나와 진성, 진혁, 지안과 산의 상태를 살폈다. 괜찮을리가 없었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땀이 가득 찬 손때문에 자꾸 미끌어진다. 다 끝났는데도... 앞으로 이제 이런 일은 없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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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 토템은 어째 아무것도 당하지 않았지만 정신 데미지만 가득 받았습니다... 이것도 시트의 그 과거 때문이지만요.
갈빗대가 아픈지 인상을 쓰며 대답한 하나는 곧 자신이 일어날 수 있다는듯 간신히 일어나는 모습을 보이다가 진성에게 부축을 받으며 피실거립니다.
"뭐야 이래선... 너희들한테 아무 일도 일어나게 하고싶진 않았는데."
그러다가 구급차라는 말에 얼른 우헌부터 진정시킵니다.
"부모님한테 학교에서 이런거 알면 나 못해도 전학감이야! 참아줘. .....아니 어 다른 애들 상태까지 본다면 일단 학교 밖으로 나가서 부르자. 여긴 음.... 우리학교 CCTV는 구관엔 과학실 빼고 없으니까 안 들키고 나가는건 쉬울거야."
어쨋든 그렇게 당신들은 진혁과 하나의 상태가 특히 나빠 학교를 몰래 빠져나가 근처에서 놀다가 다른 불량한 깡패들에게 이렇게 맞아버렸다는 식으로 증언까지 말을 맞춘 뒤에 엠뷸런스를 불러 기다리고 있었...
"사이비!!!!!"
진성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학교쪽을 바라보다가 말합니다.
"우리 한 명 두고왔잖아!!!! 그 정숙인가 뭔가하는 애!" "으악!!!!"
그러던 차에 갑자기 당신들.... 그러니까 어... 이럴수가.... 길거리 가게의 유리에서 튀어나온 진성과 하나와 정숙과 정인과 진현과 산과 우현의 모습에 멍해지다가 하나가 거울에서 튀어나온 진성이 말합니다.
"우선.... 너네가 뭔 생각 하는지 다 알아. 안다고. 우리가 그... 상당히 괴상한 상황이라는것 잘 알아. 그래도 일단 놀라지 말고 들어. 우린 몇일 뒤 미래의 너희고, 지금 다들 몸이 좀 거지같지? 그래서 우리는 좀 쉰 다음에 얘 구하려고 다같이 미래에서 과...에이씨! 내가 설명하려고 해도 엿같은 소리네! 믿든 말든 알아서 해! 어쨋든 사실대로 다 말했다고! 가자!"
그렇게 다시 자칭 미래의 당신들은 다시 유리 안으로 사라지고, 딱 맞춘듯한 타이밍에 엠뷸런스가 도착하였습니다.
>>617 좀... 제 역량이 부족해서 뜬금없는 전개와 과도한 설명에 비해서 구성이 약한 면이 있어서 이해 안될 상황들이 많았죠. 죄송합니다..
>>619 막 7대 악마같은 무시무시한건 안 나옵니다. 다이죠브! ....사실 악마쟝 죽을때 루시퍼가 나오는 레스로 쓰려고 하다가 작성 전에 너무하다 싶어서 다른 준 보스들중 하나를 잠깐 출현시키는 것으로 바꿧습니다. 악마쟝도 만약 1년 전 슨배들에게 털림과 백물어만 아니였더라도....
일단 악마와 신들은 최대한 약치 위주로 나오게 하고싶디고는 생각합니다만 확답을 드리긴 어럽네요.
"아, 신경쓰지 마세요. 왠지 모르겠지만 저랑 제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어서요. 그냥 신기했을 뿐이에요."
아리송한 표정으로 저를 올려다보니, 아마도 놀란 것에 대해 의문을 가졌나보다. 대충 눈치로 알아채고 설명을 했다. 보통은 이름을 기억하는 정도로는 그닥 놀라지는 않으니까... 그냥 존재감이 없는 사람으로서, 그런 대접에 너무나 익숙해져 왔던 것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선배는 상상력이 뛰어나서 그래요. 공포는 무지에서 온다. 라는 말도 있잖아요?"
실제하는 일이 아닌데도, 미지의 영역을 상상하는 것에서 두려움이 오는거에요. 결국 사람의 상상력이 더 무서운거죠. ...뭐, 몇시간 후에, 나는 이 말을 철회하게 되었지만. 설마 그 이야기들이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그걸 우리가 겪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결국 진혁 선배도 신경쓰이는 건가 보네요..."
겁이 상당히 많아보였는데... 실은 나도 그닥 용감한 편은 아니여서 확신은 서지 않았었지만. 역시 가보는 것이 맞는 판단 인걸까? 뭔가 직접 듣지 않으면 계속 찝찝하게 남을 것만 같은 느낌이였다.
"...으음, 그러고보니 밤의 학교는 경비가 돌아다녀서. 그 눈을 피하기 힘들었었죠. 선배는 어떻게 들키지 않았던거죠?"
일단, 나의 경우는 뒷산에 숨어있다보면... 모기에 잔뜩 뜯기기만 했었다. 결국, 대충 교실 창문 밑에 쭈구려 앉는 식으로 숨어있었다. 그렇게까지 해서 방과후에 남아 있는 일은 꽤나 드물긴 했었지만.
고개를 모로 갸웃이며 다시금 의문을 표했다.왠만해서는 사람 이름정도는 다들 기억하지 않던가?도대체 얼마나 존재감이 없길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일까.그렇다면 이래저래 불편할것 같은데.만나는 사람마다 일일이 자기 소개를 다시 해줘야하니까.
"내 상상력은 그-렇게까지 뛰어나지도 않은데에.."
그냥 내 마음이 여려서 그런 거 아닐까 하고 덧붙였다.음,사실 나도 나 자신이 어떤지 잘 모르기는 하지만 일단 그렇게까지 상상력이 뛰어나는 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상상력이 뛰어나다면 평소에도 이런저런 몽상이나 공상에 푹 잠겨있는게 당연할텐데,정작 자신은 공상이고 뭐고 귀찮음에 푹 쩔어있었으니까. 이어지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무섭기도 하지마안,동시에 호기심이 생겨서어-.."
공포감 속에 보일듯 말듯하게 내제된 호기심은 모험 정신을 더더욱 자극했다.그랬기에 맨날 무섭다고 투덜대면서도 어찌저찌 잘 따라나설 수 있게 되는 것이겠지.
"우으음..백물어 했을 때-? ...그냥 방송실에서 푹 자고 일어났을 뿐인거얼-"
수위아저씨는 교실 안쪽은 잘 체크하지 않으시는 것 같았다.만약 체크하신다면 내가 그렇게 아슬하게 깨어나는 일도 없겠지.그래도 무턱대고 다음부터 방송실도 좀 체크해주세요 하기 애매한것이 수위아저씨는 문을 잠그시는 일만 하시는데다 그 많은 교실을 일일히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기도 힘들 것이다.그런것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그래서 우리들도 그 헛점을 이용해서 교실 안에 꼭꼭 숨어있다가 나왔던 거 아니야. 조금은 피곤한 듯 손으로 눈을 부비작거리며 작게 하품하고는 말을 이어갔다.
그리 대답하고서는 허허...하며 실소를 슬쩍 흘린다. 누군가 이 문제를 두고 눈에 띄는 개성이 없어서 그런다. 라고 했었나? 아니, 개성이 없는게 개성이라고도 할 수 있으려나... 뭐, 존재감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하기로 하자. 조금 슬퍼질 것 같거든.
"아, 그러고보니 방송부원이라고 하셨었죠? ...생각해보니 점심시간 때 듣는 목소리랑 비슷했었네요. 진혁 선배가 맞는 거죠?"
아, 겨우 생각해냈다. 급식을 먹을 때나, 아니면 선잠을 잘 때 항상 뒷 편에서 들려왔던 목소리의 주인공이였다. 어딘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르는 목소리라 유독 기억에 남았었지.
"뭐... 저도 조금 다른 이유지만, 동아리 활동때문에 학교에 남았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목에 걸려있는 낡은 카메라를 만지작거렸다. 한밤중에 선생도 학생도 없는 학교를 찍는 것은 꽤나 색다른 경험이였었다. ...몇 장 찍다가 결국 이상한 것들이 너무 많이 찍혀서 그만 둬버렸었지만. 인터넷에 올린다면 심령사진이라 불릴 만한 것들이였나. ...아무래도, 낡은 카메라가 고장을 일으킨 것이라 여기기로 했다.
"...저는 일단 5층에 올라가 있을건데. 선배는 역시 방송실인가요?"
어느새 본관이였다. 본관 계단을 타고 올라가려다, 뒤를 돌아보며 물어보았다. 조금 피곤해보이는데... 항상 방송실에서 쉬는 건가요? 라고 뒤에 덧붙여 물어보며.
말없이 후배님을 토닥여주었다.아구구,이래저래 마음고생이 많았을 거 같은데.측은한걸. 겉으로만 보면 이쪽이 동생이라고 착각해도 될 키 차이였지만 여하튼 연장자는 연장자인지,제법 형다운 모습을 보였다.키는 쪼끄맣지만 내가 형아야.
"으응,맞아-3학년 올라가면 부장이 되겠지이-"
부장 형아가 나 3학년 되면 부장 하라고 벌써부터 말해줬는걸.그-러니까 부장 형아의 기대를 져버려선 안 돼.진혁이 방송부 활동에 열을 올리는것은 적성에 맞다는 이유도 있지만,한켠으로는 자신을 믿고 부장 자리를 흔쾌히 맡겨준 현 방송부 부장을 실망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도 있었다. 곧 이어서 점심시간때 듣는 목소리가 제 목소리인갓을 알아본 후배님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점심시간만 골라 잠을 자거나 외출을 하지 않는 이상,모를리가 없지.
"정답-GM라디오 진행자,나 맞아아-"
그래도 이렇게 듣고 알아봐주니 마냥 고마웠다.자신은 방송으루진행할때 단 한번도 제 이름을 언급한 적 없었으니까.그러는데엔 익명성 보장과 함께 혹시 모를 비난을 피하기 위함이었다.누군지 딱 밝햤는데 교실로 찾아와서 그따위거 왜 하냐고 쏘아붙이면 자신은 그저 그들의 비위를 맞춰주는거 빼곤 할수 있는게 없었으니까.물론 아직까지는 그런 일이 없었다.학생들 사이에서의 평가도 혹평 없이 좋았었다.아직 자신이 밉보일만한 짓을 방송으로 하지 않았기도 하니까.
"우으음..진짜아..? ...그래도 너무 늦게까지 남아 있으면 안돼애-밤의 학교는 위-험하니까ㅡ..맞다.우현이 후배님은 사진부야-?"
그렇게 말하는 자신도 항상 엄청나게 늦게 가서 맨날 쌤한테 혼난다는 게 아이러니하지만.어쩌면 앞으로는 늦게까지 남아있지 말라는 말을 안 하게 될지도 모른다.저 후배님,전에 백물어때 같이 있었기도 하고 오늘도 늦게까지 남을 생각인듯 했으니까.괴담같은거에 흥미가 생겨서 학교에서 밤을 지새운다면 그런 충고 아닌 충고는 필요없게 되는 일이다. 여튼 곧 자그마한 손으로 목에 걸려있는 카메라를 가리켰다.사진기 들고 다니는 동아리는 아마 사진부밖에는 없을 테니까.
"..글쎄에....아마 그렇지 않을까아-?"
상당히 애매모호한 대답을 하며 말끝을 늘렸다.아마 왠만해서는 방송실에 짱박혀 있겠지만 혹시 모르지.방송실에 있다가 찾아가는게 무서워서 가까운곳에 숨어 있을지도..?
"그건 아닌데에..맨날 방송실에서 깜빡 잠들어버려어-.."
진짜다.플레이리스트가 전부 재생될때까지 기다리는게 귀찮아서 핸드폰을 잠깐 하다보면 이상하게 졸음이 몰려오고,잠깐 엎드렸다가 일어나면 어느새 시간은 6시 50분대에 접어들어 있었다.이 정도면 방송실에서 쉰다고 봐도 무방하겠지만 진혁은 휴식으로 치부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이 학교에 들어 온 걸지도. 지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웃었다. 오늘 일을 어디가서 친구들에게 이야기 해봤자 잘 믿을 것 같지도 않으니 결국 나랑 산 둘 밖에 모르는 일이 되버리는 건가? 애초에 아직까지도 헷갈린다, 우리가 헛것을 보고 숫자를 착각한건지, 아닌지. 생각해보면 3층에서 계단을 두 번 내려왔고, 다시 한 층 올라갔다가 내려온 것이니 1층이 맞긴 한데.. 그럼 그 교실들도 헛것이었나?
"백 산 은근 멍청해"
혼자 골똘히 생각하느라 산을 신경쓰고 있지 않았는데, 산이 이마를 퍽 치는 소리에 놀라 그를 쳐다보니 정황 상 또 꺼진 휴대폰을 본 것 같았다. 지안은 이내 샐쭉 웃으며 놀렸다.
"같은 방향인 줄 몰랐는데!"
잘 됐다. 하고 덧붙여 말하며 지안은 반갑게 웃었다. 뭔가 저번에 지나가다 봤을 땐 산이 왼쪽으로 간 것 같았지만, 잘못 본 건가? 무언갈 사러 갔다거나. 굳이 이렇게까지 됐는데 너 왼쪽 아니야? 라고 캐묻진 않기로 하고 지안은 냉큼 산의 옆으로 낑겨 들어가 우산을 같이 썼다.
"응! 우산 고마워"
아무튼 오늘은 운수 좋은 날, 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걸 막레로 하고 마무리 지을까요 :3c??? 일상 수고하셨어요 산주! 재밌었어여!!!!
노래를 잘 부르는 편은 아니다만, 그래서 가끔 무의식적으로 흥얼거리다보면 친구에게 욕을 들어먹곤 했었다. 아니 그렇게까지 끔찍한 수준은 아니라... 그냥 부르다보면 한번씩 뒷통수를 까이는 정도? ...그래 나 못 불러. 인정.
"...이런걸 들고 다니는 이상은, 알 수밖에 없겠네요. 사진부 맞아요. 방금전에도 사진 찍으러 뒷산에 올라갔었으니까요."
사진 찍은것 한번 보실래요? 카메라를 가리키는 것을 본 나는 진혁에게 그렇게 권유해본다. 나는 두가지 종류의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DSLR 카메라와, 두고 왔지만 다른 하나는 작은 크기의 필름 카메라. 둘 다 연식이 제법 오래되어서 작동하는 것이 용할 지경이였지만. ...찍은 것들은 제법 분위기가 제대로 살아있었으니까. 지금의 화질이 좋은 카메라도 별로 부럽진 않았다.
"가끔이니까요. 뭐... 치안이 나쁘다지만 이제까지 불량배 한명 만나본적은 없어요."
앞으로도 마주치지 않는다, 라는 보장은 없었지만 일단 지금까지는 그렇게 되었다. 대충 그런 안이한 생각으로 한밤중에 학교를 돌아다닐 수 있었었다. 물론 처음에는 들킬까봐 조마조마 하긴 했지만... 원래 처음이 어려울 뿐이지 나중에는 불이 꺼진 학교에서도 제법 잘 돌아다닐 정도로 익숙해져 있었다. 진혁의 항상 깜박 잠들어버린다, 라는 말에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한다.
"방금전에는 위험하다면서... 진혁 선배야 말로, 집에 가서 주무시는게 좋지 않나요?"
약간 동태눈(?)을 하며 진혁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투로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한다. 나야 뭐, 겉으로 보기엔 비실비실 해보인다지만 그래도 남고생 한명 분은 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진혁은 작은 체격에, 힘도 약해보이니 늦은 시간까지 밖에 있는다는 것 자체가 꽤나 위험해 보였다.
라디오를 잘 듣고 있다는 말에 저절로 기분이 업 되었다.누군가가 자신의 방송을 재밌게.혹은 귀 기울여 잘 들어주고 있는것만으로도 저절로 힘이 나는 기분이었다.인터넷 방송도 마찬가지였다.그렇기에,안티들이 아무리 욕하더라도 꿋꿋이 버텨내고 방송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었다.고작 몇몇의 시선이 두려워서 자신의 방송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킬 순 없었으니까.당장 그때는 풀이 죽더라도 지나고 나면 아무런 일 없었다는듯 훌훌 벗어버릴수 있을 것이다.
"..당연하지-사진기 들고 다니는건 왠만해선 사진부밖엔 없으니까아...앗,나 한번 볼래.보고싶어.보여줘."
과연 사진부의 사진솜씨는 어떨지 궁금해졌다.자신이 자주 올라가지 않는 뒷산의 풍경 역시 궁금했었다.뒷산에서 본 풍경과,뒷산의 풍경은 어떨까. 무엇보다도 최신식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오래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과연 어떨지가 가장 의문이었다.내가 쓰고있는 스마트폰을 포함해서 몇몇 스마트폰들은 왠만한 카메라 저리가라 하던데,차이를 한번 보고 싶었다.
"우음..안 만났다면 다행이지마안-그래도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야아.."
혹시 알까?귀신 대신에 학교에서 불량배를 마주칠지.귀신 만나는게 무서워서 싫다면 불량배를 만나는건 또 다른 의미로 싫었다.귀신은 적어도 돈을 뜯어가지는 않을 거 아냐.대신 엄청나게 무섭게 생겼겠지만. 이어지는 우현이 후배님의 말에 고개를 살랑 저었다.
"..그래도 7시 전에는 집 가니까 괜찮아아-게다가 겨울때는 그렇게까지 늦게 안 남아있구.."
겨울에는 5시가 한계 시간이니까,깜빡 존다 어쩐다 할 겨를이 없었다.게다가 자신의 직감이 겨울에는 졸지 말고 집 가라고 강렬히 어필하고 있었으니까.정작 여름에는 그 직감이 조금 느슨해져 항상 기절잠을 자게 되는것 같지만.결정적으로,기절잠이 습관화되다보니 이젠 방송실이 내 침실마냥 편안한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다시금 늘어져라 기지개를 켜려 했..을때 후배님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자연스레 놀라게 되었다.
"흐엣..?!ㄴ..내가..?"
예쁘다는 말,나름 자주 들어봤다.그랬음에도 쉽게 적응하기 힘든 말이었다.캠을 켜고 방송할때 댓글로 예쁘다는 말이 달리면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고맙다고 할 수 있는데,자음모음 몇 자를 보는것이 아닌 실제로 직접 듣는것은 역시 댓글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어...음...저어....."
"ㄱ..고마워어-..."
저도 볼을 확 붉히고서는 한참을 우물쭈물하며 서 있다가 간신히 한 마디 꺼내고서는 시선을 옆으로 살짝 내리깔았다.으으,진정하자 진정.댓글로 많이 보고 학교에서도 많이 들었잖아.이쯤 되면 면역이 생길법도 한데.
대답을 해드리자면 정숙이는 일단 무사합니다. 거기가 워낙 마굴이긴 하지만 미묘하게 여러 애들의 영역이 겹친 중립지역이라던가 좀 우호적인 애들도 있고 시간대도 이상해서... 덛붙여서 말하자면 그 공간은 타임패러독스가 밥먹듯이 일어나게 만드는 곳이라 현재 동 시간대에 그쪽 세상에는 첫 번째 이벤트 당시의 정숙이가 여중생이랑, 다른 캐들이 있는 세상은 다른 시간대(좀 미래)의 정숙이가 있습니다.
>>668 앗 위키.... 좀 고민하고 있었는데 역시 모두가 불편하다면 만드는 편이 좋을까요?
앗참 루프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루프 자체는 몇 번을 해도 괜찮지만 어느 이벤트를 하는 중이냐에 따라 루프로 인해 일어나는 상황 및 루프한 캐릭터의 요소나 기억에 영향이 각각 다릅니다.
첫번째 이벤트에서 루프를 했을 경우를 예로 들자면 선생님 쪽을 한 사람은 악마쟝을 죽인 그 양반과 일시적으로 협력관계를 갖을 수 있는 동시에 최종보스님께 어어어어엄청 미움받을 예정이였고, 악마쟝이랑 있던 쪽에서 루프가 발생할 경우 최종보스전을 하기 전 까지는 최종보스님이랑 계약을 하는것도 가능하지만 엔딩 이후 몇몇 사건에 한해서 누군가에 의해 해당 캐릭터들은 기억소거를 당할 예정이였습니다.
보여달라는 말에 바로 자연스래 진혁의 옆으로 다가가 허리를 숙인다. 카메라를 들어 찍혀있는 사진들을 보여주기 위해서. 나무 위에서 쉬고 있는 새의 사진, 작은 들꽃의 사진, 나무 사이로 비춰지는 석양의 사진. 한장 한장씩 천천히 넘긴다. ...이 사진은, 평범하게 숲의 전경을 담은 듯 했지만, 자세히 보면... 어두운 곳에 희미하게 하얀 얼굴 같은 것이 찍혀 있었다.
"...아, 이건 신경쓰지 마요. 렌즈에 문제가 생겼는지 조금 이상한게 찍히더라고요."
아무래도 노출 과다로 희게 찍힌 것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빠르게 사진을 지우고선 다음 사진으로. ...이번에는 선명한 손의 형태가 사진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저번에도 그렇더니만, 렌즈의 문제가 아니였던걸까?
"카메라가 고장이... 어, 꺼졌다..."
오랜 연식에 배터리가 금새 닳는다지만, 조금 전까지는 가득 차 있었던 것이였다. 삼촌이 쓰던 시절부터 10년, 슬슬 떠나보내야 될 때인걸까... 으음... 약간의 신음을 흘리며 카메라를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결국 체념하였다.
"하아...나중에 수리점에 맡겨야 되겠네요."
어느새 교실이 있는 5층이 가까워져간다. 다만 중간부터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지만. 조금 전의 실언이라던가, 심령사ㅈ... 아니아니 이상하게 찍힌 사진때문에 조금 의기소침 해져버려서 말이다. 꾹 다물고 있던 입을 연건 5층에 도달해서였다.
"뭐어... 7시까지는 일어난다니까 다행이지만요. ...그래도 조심하시라고요. 너무 늦게 일어나면 곤란해지잖아요."
출입을 단단히 통제할 정도면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 아닐까. 그것도 야자가 필수적으로 스케줄에 들어가는 고등학교에서, 야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로도, 낮에는 활기찬 학교가 밤에는 위험한 마굴로 돌변해버린다는 의미였으려나.
"그리고, 방금 한 그 말은...잊어주세요! 아... 그, 그러니까 진혁선배가 안 예쁘다는 건 아니지ㅁ... 아니 뭐라는거야."
새의 사진과 들꽃 사진을 보며 푸스스 미소지었다.어쩜 저렇게 조그맣고 귀여울 수가 있는걸까.저게 과연 이 세상 귀여움일까?싶은 생각이 들었다.우으,지구 상에 사람으로 태어난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야. 꽤 분위기있는 석양의 사진을 보며 역시 아무리 스마트폰이 좋다고 하더라도 카메라 특유의 느낌은 따라가지 못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다음 사진으로 넘어갔...는데.
"..흐엣?!"
이상한 얼굴같은 것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고는 울망한 표정을 짓고 그 부분을 가리켰다.후배님은 렌즈에 문제가 생긴 거라고 하는데,아무리 봐도 렌즈 이상때문에 찍힌건 아닌것 같단 말이야..렌즈에 이상이 온다고 해서 얼굴 모양이 나타나지는 않았으니까.게다가 렌즈 이상때문이라면 저렇게 급하게 지울리가 없지.
"ㅇ..이것도 렌즈 이상 때문에 찍힌거야아..?"
이번엔 선명하게 찍힌 손을 보며 온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버렸다.갑자기 쎄한 기분이 들었다.절대 렌즈 이상같은게 아니라구 이 후배님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고장이라고 말하려던 후배의 카메라가 갑작스레 꺼졌고,힉 하며 후배님의 뒤로 숨어 고개만 살짝 내밀고 카메라를 보았다.뭐라도 튀어나오면 무섭잖아. ...다행히도 그러지는 않은 것 같았지만.
"ㅅ..수리점에 꼭 가져가봐아-.."
고개를 끄덕였다.수리점에 딱 갔는데 기계에 이상이 없다는 말을 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더더욱 무섭겠지.어쩌면 심령사진을 그냥 지워서 그런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넷 상에 따도는 풍문으로는 심령사진을 지울 때도 무슨 제령의식 같은 걸 해야한다고 들었는데.
아무튼 갑자기 이야기가 뚝 끊기자 급 어색해졌는지,우물쭈물하다가 결국 핸드폰을 꺼내어 들었다.역시 어색할때는 폰 하고 있는것만큼 좋은 선택지가 없다니까. 그리고 5층에 도달해서,곧 들려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음,그렇지이-?너무 늦게 일어나지 않게 힘내볼게에-"
사실 이번에 백물어를 할 때에도 전날 밤을 새버려서 학교에서의 수면시간을 오버해버리기는 했지만,그것은 그냥 비밀로 하기로 했다.별 이유는 없었다.그냥 내 마음대로인거지 뭐어. 문득 7시 넘겨서 집에 가면 어떨까 아주 잠깐 궁금증이 솟았지만,그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어두컴컴한 복도...까지만 상상해도 벌써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걸.
"..."
그리고 이어 들려오는 말에 다시금 볼이 새빨개져서는 그저 멀뚱히 서 있었다.우으,그런 말에 면역 없어서 쑥스럽단 말이야.막막 부끄러워 하는 진혁이었지만 그러면서도 당혹스러워하는 후배님을 보며 살짝 미소지었다.후배님도 은근 귀엽네.무서운 양아치 선배누나들이 왜 후배님들이 당황스러워하는걸 보며 귀엽다고 하는지 조금은 알것 같았다. ...물론 그것과 이건 좀 다르기는 하지만,하여튼.
그런소리를 많이 들었을 법한데, 생각보다 더 쑥스러워 한다고 해야하나. 사실 나는 누군가에게 외모로 칭찬을 들어본 적이 드물어서 말이다. ...아무래도 외모 이전의 문제였던 것 같지만. 어쨌든 그런 감정을 잘 모르긴 한다. 진혁의 얼굴에 붉은 기운이 퍼져나가는 것을 보고, 그저 머쓱한 듯이 볼을 긁적거렸다.
....어느새 갈림길이였다. 방송실은 1학년 교실이 모여 있는 곳과는 반대 방향에 있었으니. 5층에 1학년 교실을 두게 한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였는지 모르겠다. 학기 초부터 꽤나 고생했었으니까.
"큼...! 나중에 만나요 그럼. 왠만하면 말리고 싶긴 하지만..."
차마 모임에 오지 말고 귀가하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저도 호기심이 솟구쳐서 다시 학교에서 밤을 새려는 마당에, 내가 진혁선배에게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 할 처지는 되지 않았으니. 바로 앞에 있는 교실에 들어가려다, 문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다시 외쳤다.
"아마 아무것도 아닐거에요! 그... 그러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시라고요....!"
정말, 아무것도 아닐것이다. 그 책이라던가 심령사진도... 그저 우연이 만들어낸 산물일 뿐이였을 것이다.
-이건 일종의 규칙 내지 경고이다. 우리 학교가 밤만 되면 별게 다 튀어나오는 마굴이라는 것이야 잘 알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날 남는 녀석들은 바보든지 대단한 놈이든지 간에 자기 책임이지 내 알바는 아니다. 하지만 미리 말하자면... 자기 얼굴을 내보이지 않고 구석에서 벌벌 기거나 떨고 있다가 갑자기 오는 그것들을 조심하라고는 말해둔다. 평소엔 얌전해도, 겉보기로 보기엔 굉장히 하찭고 보잘것 없고 초라하게 생긴 그런것들이 오히려 더 무섭다. ...시체로라도 집에 돌아가는게 좋긴 하잖아? 그것들처럼 되는 것 보다는.
....진짜 다른 키워드에 비해 스포일러성이 짙은거였네요!!!!! 악! 왠지 저 이벤트는 데플 한 번도 안 뜨고 클리어하실 것 같아요!
진성은 슬슬 퇴원할 날짜를 이틀 앞둔 하나의 병실을 찾아가기 위해 학교가 마치자 마자 [평화 종합병원]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하다가 당신을 보았습니다. 같은 방향인것 뿐이라고 생각중이였는데, 정신차려보니 버스의 종점인 평화 종합병원역에 도착할 때 까지 차 안에 둘이 남고 나서야 진성은 그도 같은 병원에 간다는 것을 알았죠. 그날 다른 애들은 조치만 받고 퇴원했었고... 거기서 몇 일 뒤인 지금까지 그때 일로부터 병원에 남은 것은 하나뿐이였으니 아마 하나를 만나러 가는것이라고 생각한 진성은 차에서 내리면서 당신의 어께를 두들깁니다.
그러고보니 이 여자애,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도대체 누구를 닮은지 모르겠다. 일단 이게 내 환각이라고 가정하면-가정하지 않더라도-내가 알고 있는 여자랑 비슷하다는 뜻인데,내 인간관계가 협소하다보니 내가 아는 여자가 있어야지. 그나마 기억나는게,유하나 선배? 아니면...설마 엄마는 아니겠지. 그런데 유하나 선배라고? 둘이 닮았나?
그리고 화 안낼거냐고 물어보는데,이 상황에서 화내면 집에도 못가잖아! 뻔한거 왜 묻는거냐아.
"화 안낼테니까,우리 깔끔하게 얘기하자. 너는 누구고,나는 왜 여기 있고,무슨 위험한 일이 일어날 예정이고,어떻게 해야 집에 갈 수 있는거야? 이거 4개만 대답 해줄 수 있어도 정말 고마울거 같은데."
그래,이거에 대한 대답만 해줘도 지금 정말 고맙지. 그렇고 말고.
...그리고 양심적으로,니가 진짜 귀신이라면 이정도 대답도 못해주겠냐. 뭐 이녀석도 귀신이 아니라 내가 보는 환각에 불과하겠지만 (귀신이 있다면 이 세상은 진작에 망했을테니까.)
우연히 같은 시간대에 같은 목적지였다는 걸까. 진성 선배와 버스에서 마주치게다. 저보다 뒷자리에 탄 진성 선배에게 뭔가 말하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말을 꺼내려 입을 열었다가, 벙긋 하고는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음, 역시 약간의 어색함은 남아 있었으리라. 결국 병원의 정류장에 도착할 적에야, 어깨를 건드는 진성을 돌아보았다. 형식적인 인삿말을 꺼내려다, 병실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래도, 소식이 들었던게 며칠 전이라, 바뀐지도 몰랐었던 것이였나.
"맞지만, 어... 저도 따라갈게요."
그렇게 말하고선, 진성 선배의 뒤를 따라가려 한다. 하나 선배에게도, 진성 선배에게도, 둘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은 똑같았었으니까.
k양은 당신의 질문에 무언가를 생각하는듯 잠시 입을 다물고 눈동자를 도로록 도로록 거립니다. 어쩐지 고양이같은 인상이기도 하고, 몸매는 마른데 특정 부위들만 볼륨감있는게 훌륭하군요! 아이돌을 해도 될 것 같아 보입니다.
-난... 어. 아마 언니를 찾아서 여기왓어. 그런데 그 뒤로 여기에 너무 오래있어서 난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 그래도 여긴 어딘지 알아! 저쪽에선 거꾸로 된 학교라고 불리는 곳인데 학교랑 이어진 반전차원이라고 했어. 난 오빠랑 오빠 친구들이 나쁘고 무서운 애한테 공격당하는걸 봐서 그냥 두면 큰일나니까 잠깐 여기로 데려왓다가 돌려보내려고 했는데 걔가 갑자기 날 보는 바람에 당황해서 오빠만 데려왓어.
대망의 나가는 방법은? 이라는 부분에서 그녀는 당신과 눈을 마주치지 못 합니다.
-그... 여긴 시간과 공간이 이리저리 꼬인 곳이래. 그래서 돌아가거나 오는 통로가 고정된 곳도 있지만 불규칙하게 막 여기생겼다 저리생겼다 그러거든. 방금 생각보다 빨리 저기로 통하는 통로가 닫혀서... 다른 곳을 찾아야 할 것 같아.
거 참,내가 진짜로 환각을 보는거면 포켓몬 기라티나를 너무 인상깊게 하는게 분명해. 그리고 이 여자애,진짜 이쁜데...어디서 본거 같은 느낌이고,도대체 누구야? 누구를 닮아서 이렇게 예쁜거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잠자코 이 중학생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래.얘기를 들어보니 얘는 자기 언니를 찾으러 여기 왔는데 어쩌다보니 너무 오래 있어서 자기가 누군지 이름조차 잊어버렸고,나와 선배님들을 구해주겠다고 선의로한 일인데 지금 상황으로 보면 차라리 안하느니만 나았을거 같은 상황이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도 지금 닫혀서 새로운 출구를 찾아야 한다고 한다. 거 참 그지같은 반전세계구만. 나는 이 중학생을 지그시 쳐다보고,한마디 한다.
"굶어 죽지는 않지? 몇주일쯤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네가 네 이름도 잊어버릴정도로 이 곳에 있었다는거 보면,이 곳은 빨리 나갈 수 있는 곳은 아닌거 같으니까 말야. ...뭐,무슨 말을 더 하겠냐. 그래,나가는 길이나 찾자."
나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두통이 조금 가신걸 느꼈다. 바지 툭툭 털고 자리에서 일어난다음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그리고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나가면 선배 두명,고소해서 돈 왕창 뜯어야지."
도대체 무슨 환각제를 썼길래 이런 개같은 환각에 시달리게 만든거야. 그 선배 두명. 여기 나가고 나서 바로 경찰서 간다음 고소하겠어.
기운차리라고 얘기를 하는 그녀는 자신을 지긋이 쳐다보는 당신의 시선에 천장에서 구불거리는 길게 늘어난 깡통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음. 하나가 토끼상인데다가 이쪽은 고양이상... 심지어 이쪽이 심각할 수준으로 더 예뻐서 비교가 힘든 수준입니다. 아니. 뭐. 하나도 예쁜 편에 드는 얼굴이긴 하지만...
아니,애초에 이 공간 자체가 내가 생각한 환각일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진짜 이 여자애...누구려나. 내가 환각으로 이 여자애를 보고 있다고 가정하고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면,분명히 내가 봤던 사람이 모티브가 된거일텐데 말야. 그게 기억이 안난다니까?
다행히 운이 좋으면 빨리 나갈 수 있는 모양이다. 게다가 식당도 있으니,한 24시간 잡고 탐색한다고 가정하면 배고파서 쓰러질 일은 없겠구나. 정말 다행이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리고 누구를 고소할거냐고 이 여자애가 물어보는데,음,너도 알고있지 않나? 내 환각이라면 내가 생각하는건 다 읽을 수 있을거 같은데 말야. 뭐...일단 마냥 걷기만 하는 것도 심심하니 서로 얘기하면서 걷는게 낫겠지?
"그 선배 두명 있거든,유하나라는 여자 선배랑 또 이름 기억 안나는 남자 선배. 아마 내 생각이 맞다면 그 둘은 망할 사기꾼이 분명해,나랑...나랑 같이 계시던 선배분들한테 환각제를 먹이고 발광하게 만든게 분명해. 그도 그럴것이,이 세상에 유령이니 악마니 하는게 존재할리가 없잖아! 그건 죄다 환각이라고!"
진짜 여기 나오기만 해봐라,저 두명 고소는 기본에 고소 실패하면 진짜 집 앞에서 드러눕고 손해배상금 왕창 뜯어낼거니까!
"일단 음,이 건물부터 출구가 있나 찾아보자고. 다른 건물에 출구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니까 일단 가까운 건물부터 찾아보자."
→구관을 탐색한다.
"...맞다.너,장래희망이 뭔진 기억 나?"
진짜 이 여자애의 정체가 궁금한데,얘 장래희망을 듣는다면 내가 현실에서 알고 있던 사람중에서 어떻게 이 여자애의 모티브가 된 사람을 찾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지만,눈빛에서는 뭔가 비장함이 느꺄지는 진혁이었다. 전에 악마놈과의 사투가 있었던 때,잠깐 모습을 보이고 사라졌던 장숙이 동생이 심히 걱정되었던 탓이었다.그때,돌아갈때도 같이 있지 않았는데.혹시 그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진 않았을까.새로 장만한 최신식 스마트폰을 쥔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ㄱ..괜찮아아-..아는 동생이 사라졌는데,나 몰라라 하고 있을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여전히 무섭기는 했던 모양인지,불안한듯 떨리는 목소리였다.그래도...그래도 용기 낼거야.힘내보겠어. 일단 받아달라는 말에 그때의 경험을 되살려서,하나가 차던 손목시계를 받았다.악마를 봤을때도 하나 누나의 물건이 유용하게 작용했으니까.
박정숙, 아는 것은 같은 1학년이라는 것과 이름 뿐이였지만... 신경쓰이는 일이 있다며, 선배들은 다시 한밤중에 학교에 침입을 하였다. ...알고있다. 그 날 그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뻔히 알면서 또다시 그 밤의 학교에 뛰어드는 것은 미련한 짓이였다. 하지만... 그 상황을 알고있는 이상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그 위험한 모임에 또다시 동참하게 되어 버린 것이였다. 이어 하나와 진성의 설명에, 조용히 침 삼키는 소리를 낼 뿐이였다. 겨우 말을 꺼냈다.
"저번보다 더 위험한 것이라면 도대체..."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는 것일까? 손에 들려있는 물건을 번갈아보았다. 조심스럽게 둘 중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목이 은근히 신경쓰였다.조금은 가려운것 같기도 했고.붓기는 많이 가라앉았다만,거울을 통해 비쳐본 자신의 뒷목에는 여전히 상형 문자같은게 남아있었었다.이것 때문인지,귀여운 멍멍이들도 나를 피했고.흑. 하여튼 그것 이외에는 상당히 괜찮은 컨디션을 유지했기에,진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방송실에서 기절잠을 청하던 것도 여전했다.
제법 시야가 밝아지니 마음이 조금 놓였더란다.신관의 계단에서 뭔가가 위로 지나가는걸 보기 전까지는 말이지.
"..흐엣..?!"
그 모습에 화들짝 놀라 급하게 진성이 형아한테 찰싹 달라붙었다.불안한듯 떨려오는 눈동자를 애써 진정시키려 하며 진성이 형아를 올려다보았다.
계단을 조금 왔다갔다 했을 뿐인데 빈혈기가 일어난다. 고등학생들한테 운동할 시간이 어디있어... 평균이라고 이 정도는...! 그런 것 치고는 하나 선배는 지치는 기색도 없었다. 역시나... 하나 선배는 보통 사람은 아니였다. 이내 하나선배의 방법이 번거롭다는 말에 격하게 동의를 했다.
"이러다가 윽... 다른 세계는 개뿔... 먼저 쓰러질...헥..."
중간중간에 숨을 몰아쉬면서 말을 했지만, 끝내 한 문장을 못 마친다. 오, 다리가 이제 내 다리가 아니게 된 것 같아라... 잘 가라 무릎아, 어서오렴 근육통아.
나...나아는 여기까지야... 후후... 먼저 가요. 하나 선배... 하나 선배의 구원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업힐래? 라니 정말 간절히 원했던 말... 이지만...
"...아뇨! 아니요! 괜찮아요. 진심으로...!"
아무래도 그렇지, 조금 그렇다고! 그... 이 나이 먹고서 누군가에게 업히는 것 자체가 말이다. ...마지막에 진심으로,라는 말을 내뱉었을때는 약간의 망설임이 섞여있었던것 같지만. 결정을 번복하지 않으려는 듯이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강제로 계단 위에 옮겼다. 그래, 쓸데없이 쉬기 위해 멈추면 더 힘들뿐이였으니.
그냥 놔두자고 하려다가 멈칫.혹시 이전처럼 알고보니 엄청 강한 녀석이었다거나 한다면 좀 곤란해질게 분명했다.지피지기면 백전백승.우선 상대를 파악하는것이 급선무였다. 다만 혼자 올라가기는 여전히 무서웠다.괜히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드는게,내 위기 센서가 울리고 있는것만 같았다.하나 누나의 시계가 있으니까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이어서 진혁은 다시 진성을 올려다보았다.
지금까지 자신은 선배들을 전부 그렇게 불렀으니까.호칭을 바꿀 생각은 죽어도 없는듯한 모습의 진혁이었다. 하여튼 진성이 형아를 대동하고서 천천히 올라가보니,창문에 뭔가가 비춰진 채로 지나가는 모습이 보여 다시 화들짝 놀라며 진성의 뒤로 쏙 숨어서는 고개만 빼꼼 내밀어 그것을 확인하려 했다.
하나 나름대로 배려를 해주었지만 조금 많이 지친 탓인지 대충 대답을 해버린다. 여튼 천천히 올라간다고 올라갔지만, 너무 어질어질하다. 나... 원래 이정도로 체력이 없었던건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고지가 눈 앞에 있었다.
"드디어... 도착이ㅇ..."
순간적으로 눈 앞이 점멸된다. 어라 언제 밖에 나와있었냐... 우와아아 오늘따라 별이 차암 예쁘네. 하나아 둘... 잠깐 정신줄을 놓고 반짝이는 별을 헤아렸지만, 금새 다시 본래 시야가 돌아왔다. 어라 바닥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 아니 가까워지고 있잖아아아아...!
꿈을 꾼 기분이였다. 평소처럼 아침에 어머니가 깨우러 오는 꿈을, 처음에는 조금 사근한 목소리, 두번째에는 꿈결에서도 들릴정도로 크게, 마지막에는 등짝에 불타는 듯한 아픔을 얻고 나서야 겨우 깨어났었지. 그냥... 흔한 옛날 이야기였다.
"아...!"
팔 안쪽 약한 살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단말마를 지르며 눈을 뜬다. 눈 앞에 귀신...대신에 하나 선배의 얼굴이 보여 안심했지만... 순간 누구의 무릎에 머리를 베고 있었는지 깨달아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주변을 돌아보니 같은 학교... 였지만, 빨간색과 초록색의 조명으로 가득 차있는 것이 평소보다 더 기괴해 보였다. 후덥지근하고 쾌쾌한 기운에, 턱으로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았다.
무서워서 쭈그려 앉아 있는데도 그 흔한 괜찮냐는 말 한마디 없었다.흥,부장 형아라면 이렇게 쌀쌀맞게 굴지는 않을텐데.삐뚤어질까. ...근데 그러기는 또 귀찮았다.그냥 이대로 있어야지. 거울속 형체가 둘이 되는 모습에 살짝 동공지진을 일으키다가 이어 들려오는 진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그래.아직 이렇다 할 만한 것도 나오지 않았고..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손전등이 깨진것 빼고는.침착하자.침착해야만 해.. 열심히 제 핸드폰을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면서 안정을 되찾는듯 싶었다.그러면서도 슬쩍 창문을 보고 그쪽을 가리켰다.
예전의 나였더라면 이상한 조명을 빌려와서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제와서 새삼스레 부정할 기운도 없었던 것이다. 하나선배가 가리킨 곳을 보자, 올라온 계단의 층계가 사라져 있었다. ...제대로 들어온 것은 맞는 것일지도. 정작 여기에 들어오고 나니, 뭘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도 않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를때는, 일단 차근히 살펴봐야죠."
그렇게 말하고선 앓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조금 자다 일어나서 그런가? 그래도 계단을 왔다갔다 했던 피로는 조금 가신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일단 이 층을 조사하기로 하며 계단이 아닌 복도를 향하여 걸어다니기 시작합니다. 어둑어둑하고 으스스한, 아니 기괴한 조명을 벗삼아서 걸어다니는 그 복도는... 학교 공고문이며 포스터이며 하는 것이 붙어있는 벽도, 칙칙한 화강암 바닥도 그대로였지만 어딘가 다릅니다. 조명이 있어도 빛 한 점 보이지 않는 교실과 어딘가 어질거리는 몽롱한 기분이... 으음...
조명이 있지만 빛은 보이지 않는다? 그건 확실히 기묘한 광경이였다. 복도로 나갔지만, 그곳도 일반상식에서 확연히 벗어난 듯한 공간인것은 마찬가지였다. 역시 기분이 나빠... 게다가 멀미가 올라오는 듯 어질어질하고... 하지만 여기는 탈 것 위가 아닌 지상이였으니까. 아무래도 이 곳 자체가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겠지. 하나의 손에 의지해 비칠거리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 잘은 모르겠지만... 오랜시간 있으면 안될것 같아요."
오래있으면 정말 정신이 나가버릴지도... 빨리빨리 해치우고 나가야지. ...뭐를? 일단 눈 앞에 있던 교실 문을 열었다.
갑자기 하나 선배가 무언가를 느꼈는지 저를 번쩍 들어올린다. 아...아 잠깐 이 자세 굴욕적이라고요오오!! 당황스러운 마음이 앞서 팔다리를 버둥거린다. 이내 강한 멀미감에 괜히 움직이는 것도 그만두었다. 그래도 복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몇 발자국, 몇 발자국만 더 가면...!
그러나 하나 선배도 극심한 어지럼증 때문인지 격하게 휘청거렸다. 다시 발을 바닥에 디딘 나는 그런 하나 선배를 애써 붙잡으려 했다. 아... 그리고, 그거 있었잖아! 카메라 가방 주머니에서 뒤적이더니 바닥에 동전 하나를 던지듯 내려놓았다.
불길에 당황하여 펄쩍 뛰었다... 사실 그럴 기력 따위는 없어서 그냥 주저앉아 버린거였다. 부적은 부적인지, 불길이 뜨겁지는 않았고 그저 주변에 이상한 문자들이 새겨진 것 뿐이였다. ... 일단 이걸로 안심이였을까? 이내 힘이 빠져서 저에게 기대고 있었던 하나 선배에게로 신경을 돌렸다.
"하나 선배! 괜찮으븝..."
말하던 도중에 입이 틀어막혔다. 그저 눈을 데굴 굴리기만 할 뿐으로. 무엇이 있는거지? 하나 선배가 보던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당신은 흐릿한 시야로도 그것은 무서웟습니다. 당신은 시선을 돌려서 시계태엽과 이상한 칼날, 그리고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것들이 쑤셔박힌 살점덩어리를 목격하였습니다. 물론 그것은 당신들을 못 볼 것입니다. 아주 확실하게 단정지을 수 있는 사실이지만... 세상에... 그래도 안심되지 못 할 만큼 무섭습니다. 당신의 입을 막은 하나의 손이 작게 떨리다가 멈추는 것도, 시계가 째깍이는 소리랑 찔걱이는 소리가 조용한 복도에 가득차는것도 너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꿀꺽.
하나에게도 그건 충격적이거나 위협적이게 느껴지는 것인지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당신에게 들립니다. 그 외에는 저 살점의 소리 빼곤 아무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저..저거 뭐야... 희미한 형체 일뿐이였지만, 그것의 모습에 눈을 떼지조차 못하고 온 몸이 굳어버렸다. 지금으로서도 꽤나 그로테스크한데, 저 것의 실체를 직접 봤다가는... 그저 조용히 입을 다문 채로 그것이 지나가길 만을 기다릴 뿐이였다. 침묵 와중에 들려오는 단조롭게 시계가 울리는 소리와 살점이 움직이는 끔찍한 소리. 째깍, 찔거억, 째깍, 질퍽, 째깍, 꿀럭.
마른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나 선배도 긴장을 했나보다. ...하긴 더욱 선명하게 보일테니까. 소리와 희미한 형체만으로도 공포감이 극도로 높아지는데, 그녀라고 다를까.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제 입을 막고있는 하나선배의 팔을 잡았다.
저것을 어떻게 하는게 좋지 않겟냐는 당신의 말에 진성은 조금 찜찜하지만 이라는 말을 덛붙이긴 했어도 건들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점점 더 저것은 뭔가 눈에 익은 형상으로 변해갑니다. 으... 악마의 일도 생각나고 계속 보긴 좀 그렇군요. 그래도 가위눌린 것 처럼 몸이 고정되었다거나 저것만 볼 수 있는건 아니라서 고개를 돌리거나 다른곳으로 가려고 한다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당신의 뒤에도 말이죠, 저걸 피해 고개를 돌리고 벽만 보는 학생도 있으니 꼭 당신이라고 저걸 볼 필요는 없단말이에요?
불안하긴 하지만,일단 진성이 형아가 놔두는게 좋을것 같다고 했으니 렇게 하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았다.괜히 또 멋데로 행동하다가 예전같은 꼴 나면 어쩌려구. 하여튼,많이 무서웠는지 쌀쌀맞은 진성에게 꼭 붙어서는 떨어질 생각을 안 했다.조금씩 익숙한 형상으로 변해가는 저것을 계속 보고있을 엄두가 나지 않았기에 진혁은 진성의 소매를 잡고서 살짝 끌었다.
불안하긴 하지만,일단 진성이 형아가 놔두는게 좋을것 같다고 했으니 렇게 하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았다.괜히 또 멋데로 행동하다가 예전같은 꼴 나면 어쩌려구. 하여튼,많이 무서웠는지 쌀쌀맞은 진성에게 꼭 붙어서는 떨어질 생각을 안 했다.조금씩 익숙한 형상으로 변해가는 저것을 계속 보고있을 엄두가 나지 않았기에 진혁은 진성의 소매를 잡고서 살짝 끌었다.
"..형아-나 무서워어.."
내려가서 아까 못 돌아봤던 층을 마저 조사하자고 덧붙이며 살짝 몸을 떨었다.이제 슬슬 내려가야지. .......근데,여기 우리 말고 누군가 또 있네?
"..?!"
소스라치게 놀랐다.뭔가 말이 나오려다가 뚝 멈춘 기분이었다.분명 아까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그래.자신의 예상대로라면 여기에는 진성과 자신밖에 없어야 정상이었다.근데 저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같은 GM고 학생? ...아니.적어도 그랬다면 아는 척이라도 했거나,인기척이 들려왔어야 정상이었을 터.십박수가 미친듯이 급증했다.
꿈을 꿨다. 살점덩어리에 시계와 칼날이 쑤셔박힌 무언가의 꿈. 유독 커다랗게 들려오는 시계소리와 살덩이가 움직이는 소리가 자극적이였다. 찔걱, 째깍.
돌연, 의식이 깨워졌다. ...기억이 나질 않았다. 꿈인지 현실이였는지 모르겠지만, 무언가 끔찍한 걸 본 것 같았다. 와중에 느껴지는 푹신한 감각에 눈을 뜨였다. 눈앞에는 하나 선배? 화들짝 놀라 다시 잽싸게 몸을 일으켰다. 다시... 이런 상황이 또 있었던것 같은데, 희미한 데자뷰현상에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설마, 여기도, 이런 상황도 처음인데.
"그렇다면 여기가..."
어쨌든 기분 나쁜 곳이였다. 쿰쿰한 기운에 턱으로 흐르는 땀을 닦아내었다. ...일단 자리를 옮길까요?
꿈일까요? 그야 당연히 꿈이겟죠. 그런거 현실에 있는게 이상한걸요. 꿈일거에요. 꿈일거야. 꿈이여야만 해요. 어쨋든 당신은 지금 팔 안쪽을 꼬집히면서 일어났잖아요? 게다가 지금 이 현실이 더 말도 안된다고요. 초록빛 빨강빛의 색맹은 도저히 배려 안하는 조명색이며, 사라진 계단이며 도무지 다 현실적이지 않다구요.
"어. 다른 세계로 오는데 성공한 것 같아. 일단 여기부터 살펴볼까? 시간이 좀 걸리겟지만 아직 새벽까지는 괜찮겟지?"
하나하나 살펴보자는 말을 하는 하나는 당신을 보호하듯이 당신의 손목을 잡으며 복도로 갑니다.
다른걸로 보이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다시금 무서웠는지 진성을 빤히 바라보았다.왜 그래요 왜.나한테만 저게 조금씩 익숙한 모습으로 변하는거야..?그보다,보듬보듬 토닥토닥 해주면 어디 덧나는건가.결국 다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무서웠지만 의지할만한 것은 핸드폰 뿐인 듯 싶었다.
"역시나-.."
저건 나만 본게 아니었구나.이제 보니 같은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남학생...인듯 했는데,그래서 더 신경쓰여.아는척 말을 걸었다가는 무언가 무서운걸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진혁은 살짝 울망한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전에 악마놈 만났을때처럼 핸드폰이 맛이 갈게 분명했다.이거 아직 약정도 다 안 끝난 새폰이란 말이야!그렇게 되면 안된다구!울며 겨자먹기로 지퍼백과 스마트폰 전용 장갑을 받아들고서는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저쪽으로 가자는 말에 옆을 봤다가 소스라쳤다.어두컴컴한게 정상이긴 하지만 무섭잖아..!근데 여기는 더 무섭거든! 어짜피 5시까지 버텨야 한다.그렇다면 일단 교실에 있는게 훨 나으려나.
저런. 너무 안좋으면 돌아갈 방법부터 찾아보자. 라고 하는 그녀는 결국 화장실의 문간에 서있습니다. 쓰읍! 어른들이 보면 경을 칠 것입니다! 문간에 서있으면 복나가는데 말이죠! 어쨋든 당신은 총 6개의 칸이 있는 화장실에서 자신의 입을 막으며 어느 칸이든지 들어가려는 당신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 거울도 같이 보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남자화장실 까지 들어가기는 곤란했던건지, 하나 선배는 문간에 걸쳐 기다리기로 했다. 저도 급하게 볼일만 해결하고 나올 요량으로 화장실 안으로 뛰쳐 들어갔다. 화장실 안 거울에는 익숙한 모습이 비춰졌다. 평소와 같은 얼굴에 평소보다 조금 사색이 되어있는 모습. 뭐, 이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
문이 전부 닫혀있는 건가? 잠금장치가 걸려있는 건지 아닌지까지는 모르겠다. 일단, 아무런 화장실 칸에 들어가...려다 노크를 해보았다.
그래도 당신들이 그런 놈들을 지금 만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게다가, 고오오오맙게도 앞과 뒤의 녀석들은 당신들의 대화소리에 반응을 해주지 않아 의외로 두 사람은 일촉측발의 상황에서도 쾌적한 상태였습니다. 악마쟝을 생각해 보시와요. 그 얼마나 거지같은...! 후. 잊어버리죠. 나쁜 말 튀어나올라. 뭐 게다가 저기는 어둡긴 해도 당신들이 맘먹으면 손전등을 써도 되니 아예 안보이진 않습니다.
신관의 오른쪽으로 간 당신들은 교실과 도서실들이 있는 곳에 도착합니다.
"잠깐 저기서 쉬었다가 갈까?"
사실은 바로 뭔가를 하고싶은 진성이였지만 인심써서... 아니. 사실은 그냥 전력이 될지도 모를 당신이 겁에 질려 떨거나 트롤링을 하거나 아니면 쇼크하는 상태를 막기위해 그는 교실이나 도서관에서 쉬자는 제안을 합니다.
도대체 이런 사랑스러운(?) 스마트폰의 어디가 싫길래 그러는걸까.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의 진혁이었가.하여튼 다행히도 앞뒤에 있는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그리 싫어하지 않는 모양이었다.대화에도 그렇게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우리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건가..싶었지만 쓸데없는 짓은 하기 싫었다. 문득 악마놈이 떠올랐다.그놈은 진짜..어후,말을 말자.패드립좀 더 먹여주지 못한게 한스러웠다.뭐,덕분에 새 핸드폰을 장만할 수 있기는 했다만.
아무튼 이내 교실과 도서실들이 시야에 들어왔다.살았구나.하고 안도의 한숨을 폭 내쉬다가도 어두컴컴한 주위를 보고는 다시금 히익,하며 겁에 질린듯한 모습이 되는 것이었다.
"우으음..그럴까아-.."
일단 쉬면서 몸을 추스리는게 우선일듯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봐야 어두운 곳에 가면 다시 겁에 잔뜩 질릴테지만.
어-라,이게 잠겨있으면 안되는데.고개를 갸웃 기울였다.교무실이라면 모를까,교실이 잠겨있을 리 없잖아..?뭔가 불길한 예감이 언뜻 지나갔지만 기분탓이라고 생각하며 살짝 몸을 움츠렸다.하나의 재채기 소리는..당연히 들리지 않았다.저 세계로 가 있으니 당연하지. 이어서 실핀이나 철사같은게 있냐는 물음에 입을 열었다.
"잠시마안-"
철사는 몰라도 실핀이라면 아마 제 주머니 안에 있을것이다.방송부 누나들이 헤어스타일 세팅할때 쓰라고 몇개 쥐어준게 있었으니까.잠깐 기다리라는 제스쳐를 취하고서는 실핀을 찾기 위해 주머니를 뒤적였다.
학교가 끝난 방과후, 다른 아이들은 학원이라던가 하는 이유 때문에 서둘러 집에 돌아가고 없었지만 지안은 오랜만에 몸풀기로 운동이나 할 겸 운동장에 남아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몰라도, 움직이니까 생각보다 더운 날씨에 지안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근처에서 하드 아이스크림을 사와서 먹고있었다. 그늘 진 벤치에 앉아 가끔씩 선선하게 부는 바람이 평화롭다고 생각하며 하품했다.
운동장이나 몇바퀴 돌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영 귀찮아져서 운동장을 도는 것도, 집에 가는 것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고개를 젖히고 등 벤치에 기대어 하드를 입에 문 채 흘러가는 구름이나 보고 있었다.
지나가는 구름들을 하나하나 세고있을 때 쯤, 꽤나 소란스런 소리에 고개를 들어 운동장을 쳐다보니 아마 야구부 아이들인 것 같았다. 지안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를 잠깐, 그러고보니 산이가 야구를 했었지. 아는 얼굴이라 그런지 금방 눈에 띄는 산을 멀뚱히 보고 있는데, 어느샌가 지안을 발견한 산이 손을 흔들어주자 그 모습이 조금 웃겨 킥킥 웃다가 지안 역시 손을 붕붕 흔들어주었다.
"아, 운동장 뛰기는 틀렸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내심 신이난 듯한 목소리였다. 사실 이런 날씨에 열심히 뛰고싶진 않았거든. 거의 다 먹어갈 쯤에 아이스크림은 어느새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었고, 지안은 손이 끈적해지기 전에 얼른 입 안에 다 넣어버렸다. 손으로 턱을 받치고 연습하고 있는 야구부를 얌전히 지켜보고 있었다. 경쾌하게 깡, 하는 소리가 끈적한 여름 오후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잘치네. 하고 중얼거렸다
"어, 다 마셔버린다"
벤치에 여전히 앉아서 휴대폰을 보거나 야구 연습을 구경하고 있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꽤 지나있었고, 야구부는 쉬는 시간인 것 같았다. 자신의 쪽으로 다가오는 산을 느릿하게 쳐다보며 안녕, 하고 인사하기를 잠깐. 산의 손에 들려있는 음료수에 눈이 갔다.
"네 음료수 뺏어 마시려고 기다리고 있었어."
뭐하고 있었냐는 물음에 지안은 딱히 할 말이 없어 잠시 고민하다 이내 그렇게 둘러대며 더워보이는 산에게 대충 손부채질을 해주었다. 그나저나 진짜 덥네.
킥킥거리면서 그렇게 말하고서 음료수 뚜껑 위에 올려져있던 종이컵을 들어 지안에게 건네주었다. 사실 나는 조금 마시고 왔으니 나중에 친구들 것을 뺏어먹으면 되지만서도.
" 운동? 그러고 보니까 달리기 좋아한다고 했었나? "
지안에게 직접 들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친구들에게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것보다 우리가 연습을 하고 있던 와중에는 지안이가 운동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 우리 연습하기 전에 하고있던건가? 아니면 할 생각? "
지안이가 힘들어보이거나 하진 않으니까 아마 전자인듯 싶지만, 야구부 연습하는 도중에는 아마 못할 거다. 공이 수시로 날아다니니까, 근처에 있으면 꽤 위험하거든. 여기는 거리가 조금 있으니까 그렇게 많이 오질 않을테지만. 우리 연습은 아마... 1시간 정도? 더 하다가 끝날 것 같다.
지안이의 손부채질이 큰 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에 조금이나마 바람이 부니 그래도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안 그래도 더운데 나만 시원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띄우고 종이컵에 음료수를 따르려다가 방향을 바꿔 지안이의 볼에 가져다대려 해보았다.
못마신다는 얘기에 지안은 짓궂게 잔뜩 웃으며 종이컵을 받아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하루에 물 1L씩 마시는 것도 어려워서 1L이상 씩 사람도 대단하게 여기는 지안이기 때문에 절대 다 못마시지만.
"응! 술래잡기 좋아하지, 나"
달리기 좋아했었나, 나? 지안은 의아한 표정을 짧게 지었다가 금새 웃는 얼굴로 해맑게 말했다. 잘하는 거니까 좋아하는 것도 맞나. 달리기는 이것저것 써먹을 때가 많으니까 좋아하는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유용하잖아?
"할 생각 이었는데, 방금 사라졌어"
가볍게 운동장을 뛰고 집에가서 목욕이나 할 생각이었지만, 이런 더운 날에 땀 흘리는 아이들을 보고있자니 운동할 생각이 싹 사라진 지안이었다. 역시 이런 날은 집에 짱박혀서 맛있는 거나 먹으면서 집에 있었어야 했는데, 그래도 이왕 나온 거.
"마치고 같이 집 으악"
산에게 의견을 물으려다 갑자기 닿은 차가운 음료수에 짧은 외마디를 내뱉었다가 차가워! 라고 소리치며 산을 빤히 노려보았다. 예상치 못한 일에 당한 것이 분한지, 지안은 여전히 노려보는 얼굴로 산을 보고있다가, 이내 한 손으로 산의 손목을 꼭 잡으려하였다. 왜냐하면, 열이 많아 더운 날이 되면 손이 무척 뜨겁거든. 여름에 친구의 손목이나 손을 잡으면 항상 뜨겁다고, 더우니까 하지말라고 매번 부탁받던 지안이었다.
그러다간 내 목이 말라버린다고! 것보다 지안이는 이 1L나 되는 대용량 음료수를 마실 수 있는걸까? 나는 가끔 한다. 운동을 빡세게 하고 나서 마시면 정말 끝없이 들어간다. 무서울 정도지.
" 나도 싫어하지는 않는데... 금방 잡혀버리더라. "
술래잡기란 자고로 술래를 피해 뛰어다니는 것만이 아니다. 숨어서 느끼는 스릴도 있어야지. 하지만 숨어있을 때 마다 술래가 옆으로 지나가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고, 거기에 큰 목소리가 더해져 백이면 구십팔 정도 들켜버린다. 그래서 오래 살아남은 적이 없지. 잡힐 때 마다 먼저 잡힌 친구들이 어떻게 잡혔냐면서 놀라기도 했었다.
" 이 더운 날에 운동해서 뭐해. 집에어 에오컨 틀어놓고 쉬는 게 제일 좋지. "
지금까지 운동한 주제에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해놓고 웃었다. 나도 빨리 끝내고 에어컨 바람 맞으면서 누워있고 싶다고 생각하며 멀리에서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부원 친구들을 보았다.
" 좋-지. 더운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 "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나를 노려보는 지안이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지안이가 내 손목을 잡는 행동에 의문을 느꼈지만, 그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 근데 이거... 꽤 뜨거운데? 놔주면 안될까...? "
손목이 데워지는 것을 느끼면서 약하게 팔을 휘적휘적 흔들었다. 진짜 뜨거운데!? 점점 더 뜨거워져! 놔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