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뜬소문은 야사가 되고, 야사 안에는 진실이나 거짓이... ◆SFYOFnBq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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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5 (불탄다..!) 00:23:33
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타치☆★☆★☆:>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각 스레마다 이를 위반하지 않는 수위 관련 규범을 정하고 명시할 것을 권장합니다.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타 스레와의 교류 및 타 스레 인원의 난입 허용 여부(이건 허용한다면 0레스에 어디까지 괜찮은지 명시해둡시다)와, 스레에 작성된 어그로성 및 저격성 레스의 삭제 여부, 분쟁 조절 스레의 이용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각 스레의 스레주에게 있습니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분쟁 조절 스레"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처음 오신분은 어려워말고 잡담 주제글에 도움을 청해주세요! 각양각색의 스레들을 가볍게 둘러보는 것도 적응에 효과적입니다.
수업을 아예 안하면 국립(은 제국) 아카데미랑 가끔 하는 대항전에서 퀴즈에서 우수수 떨어지는 참사가 일어나니까 말이지요. 그러니까 수업도 일정 비율 있습니다!
에밀리아: 에밀리아의 포션교실에 온 걸 환영해! 그래. 포션제조법은 의외로 쉬우면서도 어렵지! 샤릴: 피튀기는 종교강의로다! 이거 의외로 대항전때 ox퀴즈로 자주 나온다고? 그럼 일단 상식 테스트부터 할까? 삼주신 이름은 뭐지? 지운영: 지운영이 운영하는 역사 및 지리학! 어머 샤릴 선생님. 제가 더 자주 나오지 않나요? 그럼 제국지리를 시작해 볼까요? 은 제국의 수도인 리스는 온대기후이며, 프롱 해와 접한 내해의 영향을 받고..(이하생략) 크리드: 너네는 능력을 무기에 각인도 못 시키니? 아..아니 아라님. 아 그렇게 말할 리가요. 제가 좀 뛰어나다 보니 눈높이가 너무 높아졌나 봅니다.
주의! 데플은 없지만 부상 등으로 구를 수는 있습니다. 어두운 분위기도 존재하고요. 개인설정, 개인 이벤트, 환영합니다. 완전 초보라 미숙한 스레주입니다.. 잘 봐주세요..(덜덜덜) 모두들 서로를 배려하고 활발한 어장생활! 캡이 응원합니다! 인사도 바로바로 하고, 잡담에서 끼이지 못하는 분이 없도록 잘 살펴보자고요!
전투 시스템에서 다이스를 사용합니다!! 기본 다이스 .dice 0 10. = 2 0-크리티컬 1-5 빗나감 6-10 명중 인챈트나 다른 다이스가 필요하신 분은 위키에 기재해 둬야 하며, 자신이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앓이도 보내고, 개인 이벤트도 보내고.. 온갖 걸 보낼 수 있는 웹박수: https://goo.gl/forms/SKs7SBRwrQZfsmfr2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D%8B%B0%EC%97%98%EB%A6%B0%20%EC%82%AC%EB%A6%BD%20%EC%95%84%EC%B9%B4%EB%8D%B0%EB%AF%B8 시트스레: >1525406542> 이전스레: >1528696797> 임시스레 겸 선관스레: >1525430363>
로라시아(Laurasia)는 동상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목 윗부분이 있는 동상이었다.
라연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려서, 일기장을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얜 세수하라고 보냈더니 목욕을 하나. 그가 간 방향을 힐끔 보곤 일기장을 열었다. 때마침 잠금 장치가 열려 있어서 안을 볼 수 있었다.
"...어라아?"
훌륭한 외관과 달리 안은 아무 내용도 없었다. 백지, 백지, 백지. 아무리 넘겨도 잉크 한방울 떨어진 자국조차 없었다. 으응? 고개를 갸웃거리며 끝까지 넘겨봐도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혹시나 라연이 비밀 일기 같은 거라도 쓰나 했는데, 아닌가보네. 혼자 중얼거리며 속지를 만지작거리는데 무언가 귓가에 속살거리는 것 같았다.
"...?"
뭐지, 기분 탓인가? 다시 한번 갸웃거려보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뭐 잘못 들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덮은 일기장의 잠금장치 부분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열쇠로 여는 건 아닌 거 같고, 이것도 생체 인식인가...?
보통의 상황이라면 이렇게 왠종일 통화를 할 일도 없었겠지만, 이번 추방작전은 스카기아는 물론 그 휘하의 군단까지 싸그리 몰아내야하는 상당히 대규모의 작전이고, 그만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에르넨은 델 라마루스 공역 그 자체가 본체라는 특수성 때문에 휘하에 누굴 두질 않고, 비스마르크의 아이들은 하피들에 비해 어리고 연약해서 함부로 나서지 못하는 처지인 만큼 이번엔 인간측의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작전이다.
지나치게 한가했던 카페는 어느날을 기점으로 지나치게 사람들로 가득차 붐볐다. 조용해서 좋았던 이 카페에 사람이 왜 많아진 것일까. 몇 가지 추측을 해보자. 첫 째. 예전에 나를 물먹였던 카페의 알바의 이적. 이곳으로 이적한 그녀는 여전히 덤벙대고 잘 웃는다. 두 번째이유. 리모델링. 깔끔하게 리모델링한 이 곳은 수다떨기에 적합하니 단체손님이 많아질 수도 있겠지. 마지막 세 번째. 디저트의 추가. 달달한 초코무스는 어느 새 품절, 다른 케이크도 품절. 이게 이유인가.
하지만, 이런 고민할 새 없이 자리를 찾아야한다. 기껏 카페에서 여유로운 삶을 구가하고 싶었던 내가 아닌가. 품위없이 황가의 자손이 커피잔을 손에들고 벽에 기대거나 밖에서 서서 먹는 몰상식한 짓을 하면 안되니 말이다.
하나 남은 자리. 자그마한(마치 다람쥐 같다는 인상의) 여자의 앞자리가 한 곳 비워져있었다. 맞은 편 자리에 가방같은 영역표시가 없기에 같이 온 것은 아닌 듯 했다. 그렇다면, 수치심을 무릅쓰고 양해를 구해볼까.
한참 통화를 했더니 입이 말라오는 기분이라, 물기가 송글송글 맺힌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빨대에 입을 대고 한모금 빨아 마신다. 아직 시원한 커피의 향을 잠깐 만끽하고 그대로 목으로 넘기니 이야기 하느라 메말랐던 속이 뚫리는 느낌이다. 그나저나...학생인가? 양쪽 눈 색이 미묘하게 다른 합석자의 나이는 어림잡아 17~18세, 백금발에 17~18세의 즘 고지식한 어투를 가진 남자...소문은 들어본 적 있다. 은 제국의 황가 출신이 둘이나 이 아카데미에 입학 했다고. ...는 뭐 사실 여부를 모르니까. 일단 염색일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는거고. 적어도 내가 아는 인맥 데이터베이스 안에선 없는 사람이다.
"......"
우선 내가 취한 행동은 침묵.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면, 이쪽에서 다시 말을 걸어보도록 하자.
...아니, 열 일고여덟 먹었을 애가 정통물도 아니고 소가 뭐야 소가.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어찌저찌 티는 안내고 있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게다가... 저 웨이트리스에게 완전히 호구잡혀 사는것 처럼 뵈는데 저래서야 괜찮으려나 모르겠다. 게다가, 내가 지금 2순위로 미뤄두고 있는 은 제국 황가가 사실이라면 더더욱. 아아, 이러니까 더 궁금해지네.
"실례지만..."
잠시 팔찌로 시선을 뒀다가 상대쪽을 바라보면서...
"합석한 김에 나이랑 이름을 좀 물어도 될까?"
팔찌(형태의 디바이스)에서 내 전자명함을 꺼내 상대의 위치로 날리듯 보내 내 소개를 대신했다. 나보다 어리다, 은 제국 황가의 일뤈일 것이다. 둘중 하나만 맞아도 내 안목 레이더는 대 성공이다.
디바이스에 띠링하는 소리가 들리며 명함이 도착했다는 메세지가 보인다. 사실, 디바이스를 다루어본적이 많이 없기에 적잖히 당황하며 간신히 메세지를 얼였다.
라야 델 포리아. 20세. 아. 포리아 왕국의 공녀이자 기사단장. 특이하게도 게이트의 이용대신 비공정을 이용하는 왕국. 예전에 비공정이 타고싶어 어머니를 졸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비공식적인 방문이기에 더욱 즐거웠던 그날의 추억. 잠시 추억에 잠겨 눈을 감았다가 서서히 떴다.
"부끄럽게도, 이런 장비에 익숙치 않아 이 입으로 소개하지요."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 앞에있는 공녀를 보고 말했다.
"라야 델 포리아 공. 나는 은 제국 방계의 당주이자 후계자인 은 세하라고 하오. 나이는 18세. 귀공보다 미숙하니, 말을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와, 나 이쯤되면 흥신소 차려서 사람 찾는일 해도 될 것 같은데? 어떻게 둘 다 맞출 수가 있지? 오늘 무슨 날인가?
"세하...도 편하게 이야기 해."
존칭을 붙여야하나 말아야하나의 기로에 잠깐 섰다가 내린 결론은 '굳이 공식석상도 아닌데 그럴 이유는 없'다였다. 당장 카페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체면 차리는 것도 좀 뭣하고, 게다가 음... 은 제국과 포리아 공국의 지도자상이 좀 많이 달라서 체면차림이 더 불편하다. 포리아 공국의 지도자는 '가장 마지막에 도장을 찍는 결정권자'에 가까운 이미지라 민원 폭탄을 받으면 받았지 고개 조아림 받는건 영 어색하거든. 내 몫으로 나온 티라미수를 덜어 세하의 접시 한쪽 사이드에 올려두었다.
나는 그냥 세하 군이라고 부를거지만. 왜냐고? 세하군이라는 단어가 제일 잘 어울리잖아? 티라미수를 포크로 잘라 한 입 털어넣고, 아메리카노를 마셔 입을 정리한다.
"뭐, 단걸 좋아한다는건 나쁜 일이 아니지. 단당류는 뇌의 주식이니까?"
오호. 이녀석 봐라. 이걸 이렇게 떠본다고? 보기랑 다르게 핏줄은 못 속인다 이건가? 입학 초기 옛날의 나였으면 이런 것도 못 읽고 '따, 딱히 단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이라고 하면서 얼굴을 붉혔겠지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보니 오히려 나에게서 뻔뻔함 성분과 능청스러움 성분이 더 늘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언제나 처음은 강렬하다 나는 아직도 당신을 처음 본 그 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나에게 걸어오던 당신 첫 느낌
첫 느낌이라는게 있다 처음 그 사람을 보자마자 전해지는 느낌 왠지 저 사람이 좋다는 느낌
인사를 나누고 나서도 사람들과 얘기하는 당신에게 자꾸만 눈길이 갔던 건 느낌이 좋아서였다
그러면 확인하고 싶어진다 이 사람과 느낌이 통하는지 눈을 맞추고 말을 나누어 보면 알 수 있다
나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겠구나
✿
내가 그를 처음으로 만난 건, 아니, 처음으로 내 시야에 인식한 건 역시 그 때였다.
아카데미 결투의 결승전.
그 때의 나는 한창 마음을 닫고 있을 시기여서 그를 대전 상대 이상으로 보지 않았었다. 볼 필요도 없었거니와 그럴 일도 없었다. 지금부터 싸울 상대에게 이기느냐 지느냐 그것말고 가질 생각이 달리 뭐가 있겠는가. 그래서 담담하게 결승전에 임했다. 전력을 다해 대적했고, 호각을 이루던 끝에 근소한 차이로 졌다.
당시의 나와 그는 수치가 비슷하여 어느 쪽이 이길지 쉬이 판가름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 상성이란게 있어서, 결국 내가 졌다. 그의 불꽃 아래 대패해버렸다.
"......"
졌으나 최선을 다했기에 원망스럽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아쉽지 않았던 건 아니고. 결국 상성 차이는 극복할 수 없는 건가~ 같은 연구적 생각을 하며 무대에서 내려갔었다. 그 이후로 나는 그를 보지 않았을 터 인데...
당시의 나라면 그랬어야 했는데 말이다. 아니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는 바보 같은 질문은 하지 말길 바란다. 본래라면 결투가 끝난 후 뇌리에서 사라졌어야 할 그가 한참이 지난 후에도 잊혀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무채색이던 세계에 새빨간 불꽃이 자꾸만 보여왔다. 수업을 듣는 와중에도, 도서관에서도, 시가지에서도.
오해하지 말길. 내가 쫓아다닌게 아니다. 그저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사람이 보이게 된 것 뿐이니까.
...절대 쫓아다닌 거 아니라고!
아, 아무튼 그런 이상 현상은 그 때의 내게 있어 낯설고 이질적이었으므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작정하고 뇌리에서 지워버리는 것이었으나 왠지 그건 싫었다. 기껏 들어온 이상 현상을 지우는 것이 '아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피하는 대신 마주하면 어떨까 싶었다. 당시의 생각은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격언을 행동으로 실천하려 한 것이었으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예상 밖일 수 밖에 없지.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을 시점에서 나는 내 감정을 깨닫지 못 하고 있었다. 그래도 깨닫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전의 무대가 아닌 같은 수업을 듣는 교실에서 마주하고, 처음으로 내가 먼저 인사를 건냈을 때 깨달아버렸다. 나를 보는 그를 보며 알아버렸다.
"안녕. 윤라연."
나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될지도.
아니, 이미 좋아하고 있었어.
결승전에서 마주쳤던 그 순간부터. 최선을 다했고, 그랬지만 져버린 그 결투에서부터.
......
그래! 첫 눈에 반했다고! 뭐 이의 있냐!
어쨌든 나는 그 감정을 깨닫기는 했으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랐다. 사교성도 바닥인데 연애 하는 방법 같은 거 알까보냐. 하물며 고백한다던가 그런 건 생각도 못 했다. 그래서 적당한 화재로 공통 분야를 이끌어 그것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사이로 만들었다. 그가 평소 도서관에서 아바돈이나 관련된 쪽의 책을 주로 본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너무 계산적인 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 땐 그게 최선이었다. 어찌 보면 그 때까지 제대로 된 사교 활동이나 그 흔한 소꿉친구 하나도 없었으니 남을 대하는게 마냥 서툴렀다. 처음 인사했던 기세는 어디 갔는지 마주치면 번번히 입을 다물고 있었고 그나마 하는 얘기도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이론 얘기 뿐. 그냥 친구였어도 매번 그러면 못 견뎠을 건데 그는 아니었다. 매번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를 들어주고 필요한 책이 있다고 하면 기꺼이 찾아주었다. 물어보는 것엔 아는 만큼 대답을 해줬고 가끔은 재미 없는 농담 같은 걸 말해오기도 했다. 그런 그의 옆에서 나는 점차 말이 늘었고 웃을 수 있게 되어갔다. 아기가 부모를 보고 말을 배우는 것처럼, 그를 보며 조금씩 변해갔다.
그리고 좋아하는 마음도 점점 더 커져갔다. 당연하게도.
나 밖에 모르던, 나 밖에 없던 마음에 그의 자리가 차츰 커질수록 묘한 답답함을 느끼는 때가 많아졌다. 혼자 멍하니 있는 때가 늘어났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면 같이 먹고 싶다고 생각하고 새 옷을 살 땐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거울 앞에 앉아,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이걸 치우고 그와 마주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내가 짝사랑을 하게 될 줄 꿈에서나 알았을까. 아니, 애초에 누굴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런 결함제품 같은 내가, 타인을 마음에 들인 것도 모자라 연심을 품게 될 줄이야.
누가 들으면 코웃음을 칠 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쩌면 기함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다시 볼 일 없을 누군가들에게 발목을 잡혀 이 마음을 잃고 싶지 않았다. 태어나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이 가능성을 버리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결심한 그 순간부터 나는 그를 향한 말에, 행동에 내 마음을 조금씩 담았다. 눈치 채여도 좋으니까. 혹시라도 같은 마음이라면 말해주길 바라면서.
그를 향해 담아 내보여도 자꾸만 커지는 마음을 붙들고 하염없이 시간만 흘려보냈다. 그러다 방학을 맞이했고, 본가로 돌아간 그와 달리 기숙사에 홀로 남은 나는 어서 빨리 이 방학이 끝나 다시 볼 수 있는 날만 기다렸다. 다시 만나 그의 얼굴을 보며 웃으며 얘기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가 나를 보며 웃는 그 얼굴을 마주할 날만을 간절히 기다렸다.
정확하게는 넘겨도 넘겨도 모 사신이 붙은 노트마냥 끝이 없겠지만. 덮으면 그것은 그저 고급스러울 뿐. 평범한 일기장으로밖에는 보이지 아니하겠지. 라연이 나오고 흔드는 것을 보고는 눈을 깜박입니다. 당황과는 조금 다른 것 같지만요.
"아. 그 일기장..." 그냥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만 생각하려고. 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렇지. 그것은... 그런 존재이니까. 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파자로 요역(夭屰)의 일기장이었으니. 아니면 그것은 서은(豫言)의 일기장이었다... 그래서 너는 그것을 하루에 딱 한번 펼치어...이 이야기는 그만해도 좋지 아니하니? 그리고 딴사람이 되어 나왔다는 것에
"그래도 엉망인채로 대화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서..." 라고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들어 시선을 회피하려 합니다. 자기도 조금은 그랬나 봅니다. 길개 숨을 내뱉고는 약간은 웃는 낯으로 소파에 앉을래? 라고 권유합니다. 사실은 자신도 앉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릅니다?
//저녁먹기 전에 답레와 잠깐 갱신합니다아.. 다들 안녕하세요! 집에 아직ㄷ..(저녁먹고 들어가야지..)
무얼? 일기장의 대체라고 해봐야 예상가는 부분은 없었다. 뭐의 대체로 쓴다는 걸까. 고개를 갸웃거려보지만 그가 말해주지 않는 이상 알 수는 없다. 딱히 알고 싶지도 않고. 엉망인채로 대화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단 말에 귀엽다는 듯 키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잘 아네. 알면 됐어."
거울 보니 그런 생각이 절로 들지? 키득키득키득. 낮은 웃음소릴 흘리곤 소파에 앉겠냐고 권하는 말에 냉큼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같이 앉자."
물론 같이인 것을 상정한 권유였겠지만 부러 손을 잡아 소파로 이끌었다. 둘이 충분히 앉을만한 자리에 그를 먼저 앉히고, 나는 그 옆에 앉아 그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엎드린 자세로 누워서 그의 손을 내 머리에 얹고 쓰다듬어 달라는 듯 쳐다보았다. 끝이 살짝 올라간 금빛 눈이 가늘게 좁혀지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른 아침, 아니 시간적으로 따지면 새벽에 가까운 이 시간에는 누구도 보는 이가 없기에 이 시간에 눈을떠 하루를 준비하게된다. 누구앞에서 사람의 가면을 뒤집어 쓰지않으면 분명 저건 사람가죽을 쓴 괴물이라고 두려워할테니 말이다.
과거, 내가 두번째 생명을 얻어 죽음에서 되살아 난 그날 이래, 유폐되는것이 두려워 그렇게 애를 써왔건만. 가면을 뒤집어 쓰지 아니하고 사람을 바라볼때는 어떻게 그런 얼굴로 바라볼수가 있냐고 따졌고. 가면을 뒤집어 쓰는 방법을 알았을때는 사람을 흉내내는 것 같아 기분나쁘고 무섭다고 하였다.
무엇을 어쩌란 말인가.
그렇지만 그렇게 말한 녀석은 이미 이 세상에서 없애버렸다.
자기의 손을 더럽히지않고 끌어내버린 누군가. 그렇지만 그 말은 틀리지않았다. 감추기 위해서 없애버린것이지 그말이 틀려서 반박하다 없애버린것은 아니다. 그저 사람이 아니다라고 표현하는 그자체는 분명 기분이 나쁜 말이었지만.
결락된 부분이 있는 감정이지 다 잃어버린것은 아니였으니까. 내가 한 행위가 틀리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것을 빌미로 목숨을 노린것은 그쪽이 먼저였으니까.
"캐캐묵은 지난날을 잘도 기억하는구만 나란 사람은."
거울을 보며 한심하게 자신을 바라본다. 물론 가면을 쓰지않은상태에서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경멸하는 얼굴로도 보였으며, 그것은 아무런것도 읽히지않는 얼굴이었지만, 어떠한 식으로도 해석되는 얼굴이었다.
"자 그럼 릴렉스. 릴렉스합시다."
이내 그 얼굴에 사람의 가면을 뒤집어쓰는것으로, 사람을 흉내내본다. 가식있는 미소였지만 그것으로 일반적인 인식에서는 벗어나지않는다. 그것만으로도 완볏하다.
"다만.문제가 있다면.."
문제는 최근들어서 찾아왔다. 염색을 한지 1주정도가 지나면 다시 검은머리로 되돌아오는 주기정도였지만 최근은 그 주기가 짧아져 3일정도. 그분이 내려준 축복이었지만 감추어야만 하는 비밀이 이런식으로 앞길을 방해한다면 큰 리스크다. 물론 아끼고 있다. 이 머리카락은 그런 황가의 상징이라 말하며 자랑하는 그 한심한 백금발과는 다르다.
"차라리 황녀라는 직분이 문제가 되지않았다면 이렇게 감출일도 없겠지만."
칠흑빛 머리카락은 새벽빛에 반사되어 불길한 보랏빛을 띈다. 그것은 무언가의 피를 이어받은 검은 저주(暗呪)였지만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곧 진이 울고있자 저도모르게 손을 뻗어 그 눈물을 슬쩍 훔쳐주다가 예전에 이안과 있던 일을 떠올린다. ...설마 지금의 진도 무언가에 부딛친걸까 싶어서 잠시 입을 다물고 조용히 물병의 입구를 진의 입가에 갖다대어 실처럼 조용히 졸졸거리며 그의 입가에 물을 흘려보내다가 떼었다.
이럴땐 늘 어찌할지 모르겟다. 사람마다 위로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따끔한 말이 필요하기도 하고... 아예 오히려 누군가가 끼어들면 더 나빠지기도 하니 이아나로서는 지금의 진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아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어제, 우리들 용캐 살아남았네요."
그래. 살아남았다. 이아나는 진을 포함한 모두가 어제의 그 상황에서 살아 돌아왔음을, 뛰느라고 상기된 진의 붉은 얼굴에서 상기하며 바스라질 풀처럼 쌉쌀하게 웃으며 그대로 그의 옆에 앉아서 그렇게 말하였다.
비구름의 에르넨 : 델 라마루스 공역의 결정권자이자 델 라마루스 공역 그 자체. 아바타는 전신이 물로 이루어진 작은 소년의 형태를 띄고 있으며, 본체는 델 라마루스 공역 그 자체이기 때문에 해당 권역의 하늘을 통째로 세상에서 지워버리지 않는 한은 죽지 않는다. 휘하에 하급 아바돈을 두지 않고 있으며, 대신 본체의 막강한 범위와 영향력을 바탕으로 델 라마루스 공역의 날씨를 뒤흔들어버리는 방식으로 공격을 한다.
진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말을 놧다는 것이 기억나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때마다 여자랑 남자는 다르다면서 자신에게 곧잘 주의를 주던 이안이 떠올라 손수건을 내렸다. 이제 나머지는 바람이 해결해주겟지ㅡ.
"그렇구나... 지금은 조금 후련해?"
답답해서 달렸다는 말이 나오고, 어제의 일들이 진의 입을 통해서 나오자 입가를 우물거렸다.
"맞아. 겁에 질려보였고 무척 아파보였어. 상처입은 짐승들이 으레 그러는 것 처럼 말이야. 그 자리의 모두가 저마다 최선을 다해서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잠깐 말을 멈추고 우물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 살아가려고 움직여. 결국엔 살기 위해서. 결국엔 모두가 죽지만. 우리가 해줄 수 있는건 그래서 늘 한계에 부딛치겟지. 멋대로 단정해버리긴 싫지만 아마 내가 할머니가 되어버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아프고 괴롭고 답답한건 어쨋든 우리는 살아있어달라고, 아직 살아있다고 우리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알리는게 아닐까 싶어. 죽어버리면 그런거 할 수 없으니까..."
사실은, 그래서 앨리가 죽었을 때 슬프면서도 이젠 그 아이가 더이상 고통받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기도 해. 라고 하고는 그녀는 눈가에 고인 눈물을 참아내었다.
손사례를 치는 진을 보며 그렇게 투덜거렸다. 그 모든 고뇌가 살아있다는 것을 인식시킨다. 그리고 어제의 불쌍한 앨리가 아프다는것을 다시 느끼기 하고, 동시에 앨리는 살아있는 생명이였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모든 생명은 삶으로 내던져지고 결국 괴로움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다가 저마다의 연민과 애정을 갖게 되어버린다.
이안은 그런건 고문이 아니냐고 하였지만 이아나는 가끔 주제넘게도 그렇게 생각해 버린다.
그 아픔마저도 결국 녹아들어서...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 되어버려서 미워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고.
"나도 그랬어. 앨리를 괴물이 아니라 앨리라고 생각해서... 난 그래서 앨리를 구할 수 없을 때 괴로워했지만 진심으로 빌었어. 앨리가 부디 우리를 더 해쳐서 더 죄과를 쌓지 않고 안식하기를... 하고. 사람은 늘 할 수 있는 일이랑 해야하는 일이 다 같지도 않고, 다 해낼 수 있지도 않으니까."
아주 오랜 세월동안 이어져온 아바돈이랑 인간의 관계를 잘 알기도 하고, 또 아직도 서로에게 상처가 쌓여간다. 그것은 이아나 혼자서 감히 부정하면 안되는 일이였기에 이아나는 진의 입장도 전혀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비류도, 프란츠도, 자신의 친구인 시엔도, 헤일리도, 세하도, 인디고도... 저마다의 사정이나 상처가 있고 번민하는 타인이며 같은 종이라는 점에서의 가족이라고 속으로만 생각한다. 자기 자신도 모르는게 사람인데, 함부로 내가 아닌 타인의 모든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니까.
"우리는 아마 계속 이런 고민을 해내갈테지. 그중에는 확실하게 알 게 될 일도 있을테지만. 어떤건 영원히 모를거고. 아마 사람마다 다른 답을 낼 수 밖에 없는 일도 있을테지만 난 이게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짊어지는 무언가라고 이해하기로 했어."
결국 괴로움도 즐거움도 소중한 사람들도 미워하는 적도... 싫어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모두 다 떼놓을 수 없는 희노애락의 한 부분으로서 다양한 감정과 기억속에서 내 일부가 되어가는 것이라는것을 느껴도, 그것을 말로 옮기기는 어려워 답답했다. 하지만 영원히 살지 않는 우리는 아직 살아서, 저마다의 말을 하고 고민을 한다고 느낀다. 그렇다면 언젠간 해답까지는 아니더라도 안식을 얻거나... 타인으로 만들어진 나 자신과 이 세상에... 영원히 모습을 바꾸며 존재하게 될것이라 여겼다.
책이 불탔을 때의 대용품이라. 생각하기는 싫지만 정말 그런 용도로 쓸 수 있다면 보통 물건이 아니리라. 하지만 역시 그건 싫다. 책이 불탄다는 건...
손을 머리에 얹으며 쓰다듬어 달라고 쳐다보자 그는 당황하면서도 손을 움직여 쓰다듬어주었다. 그 쓰다듬이 기분 좋아 마치 고양이나 낼 법한 그르릉거리는 소리를 흘린다. 지금 세하가 꼈던 그 귀와 꼬리가 있다면 여실없이 기분 좋다는 것을 보여주었을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키득거리다가 라연의 중얼거림에 살짝 돌아보았다.
"꿈 아니야. 이게 꿈이라면 나 울거야, 정말."
정말 정말 원했던 사이인데 꿈이라니. 그 말대로 이게 꿈이고 언젠가 깬다면 나는 슬프다 못 해 아마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그 순간의 절망감은 할당된 엔트로피를 채우고도 남겠지...는 나 뭐래니.
라연 쪽으로 몸을 돌려 누워서 한 팔을 들어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러다 볼을 살짝 꼬집어 조는 듯한 그의 정신을 깨워내었다. 나 불러놓고 잘 거야? 응?
"지금 졸면 장난칠거야~ 아, 맞다."
우리 커플링 할래? 라고 가볍게 얘기하면서 반지 한 쌍을 꺼내었다. 보물찾기 때 얻었던 '맹세의 반지'였다.
"맹세의 반지들이라는데, 이것에 대고 한 맹세를 이루는 동안은 어느 한쪽이 깨질 때까지 착용자를 도와준다나 뭐라나. 으응 대충 그런 거래!"
내가 절대 설명이 귀찮아서 그런 건 아니고! 히히. 웃으며 말하고 완전히 돌아누워 라연을 올려다보았다. 어떡할래? 라는 물음이 담긴 시선으로.
"꿈 아니네..." 꿈이었다면 이때쯤은 끝장이 났겠지. 하는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은 생각을 하고는 졸면 장난친단 말에 아. 그건 안될 말이야.. 하고 증얼거립니다. 헤일리의 커플링 발언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맹세의 반지..?" 어감이 무섭기도 하고 동시에 묘하게 끌리는 것 같기도 해. 라고 중얼거립니다. 내가 끼워줘야 하려나. 라고 멋쩍은 듯 웃습니다. 커플링이라니. 그거 직접 만들거나 그런 거야? 라고 말하다가 맹세의 반지라는 것과 -대의 언어로 알아차린 듯 그거 혹시 특이한 아이템 같은 거려나. 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해도 좋을 것 같은데.." "다만.... 아마도 맹세가 제약이 심할 수록 큰 힘을 얻고, 널널하다면 크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너는 제약심한 맹세를 하진 않겠지. 라는 속삭임이 언듯 들린 것 같았습니다. 맞아. 그건 어쩔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
//답레만 올리고 캡은 이불 속으로 숨어버릴(도망칠) 검다. 어제밤 나 뭐ㅏㄴ 거야..(동공)
이안은 머리가 심각하게 울렸다. 어제 짱코랑 몇 잔까지 걸쳤더라? 머릿속이 지끈거려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이아나-... 물좀... 아빠 물 좀 갖다줘." "아빠 또 술마셔찌! 마시지 마라니까! 아빠 아픈거 시러!"
엊그저께는 뭔 이상한 이유로 삐쳤더니 갑자기 아빠때문에 화가나지만 아빠한테는 알려주지 않을거라며 제 엄마에게 쪼르르르르 달려가 아빠가 뭔 일을 했는지 들어보라며 난리굿을 치던 딸은 입을 삐쭉이면서도 부엌으로 간다. 하하. 이안은 그렇게 건조하게 웃으며 계속 베게에 엎어진채로 멍하게 시간을 보내었다. ...슬슬 일을 하러 가긴 해야 하는데 영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정말 어제 얼마나 술을 퍼 마신 것일까? 짱코 이녀석은...
"어이-! 이안! 자네 얼른 나와!"
양반도 아니다. 어떻게 딱 이 타이밍에 나오는 것인지 원.
"아빠! 아저씨가 나오래." "아빠! 일 하러 가!"
한참 입으로 앓는 소리를 내자 물잔을 들고 돌아온 딸이랑 아들놈이 같이 들어왔다.
"이안-! 자네 왜 이렇게 오래 걸려?!" "기다려줘. 금방 감세."
자신을 닮은 것 같으면서도 아내도 닮아보이는 둘이 참 신기하게 느껴져서 헛웃음을 짓다가 딸이 건넨 물을 마시자 이안은 새삼 장난기가 생겨서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자, 들었지 이안? 어서 내려가봐라. 아저씨가 너 찾으신다."
처음에 이게 뭔 소리인가 싶어서 멍하던 아들이 곧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내젓자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서 가래도? 이안아-."
그러다가... 역시 씨도둑은 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아들이 조금 교활하게 웃으며 말한다. 뉘집 자식인지 벌써부터 싹수가 다르단 생각이 든다.
"뭐 해 이아나! 아빠가 내려가래!" "아니야-!" "이아나- 라고 하셨잖아? 그죠?" "그래 그랬지."
갑자기 으레 곤란해지면 그렇듯 딸이 얼굴을 붉게 하며 입을 꽉 찡그려 불만을 터트린다. 아직은 좀 맹한 구석이 있는 것일까? 벌써부터 이런 장난에 넘어가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이안들은 가만히 두었다. 하지만 갑자기, 딸이 빼액거리는 것에 가깝게 소리를 지르자 부자는 제 귀를 잠깐 막을 수 밖에 없었다.
"아빠! 왜 우리 이름 이러케 지으거야아아ㅏ!!!!"
그러자 드디어 집안의 모든 사람들이 제 방으로 고개를 내비추자 가장인 이안은 결국 너털웃음을 지으며 제대로 일어났다.
"오. 미안. 미안. 우리 딸. 아빠가 일부러 그런건 아니야. 정말로! 그냥 아침부터 아빠랑 오빠가 장난치고 싶어서 그랬지. 나간다 나가."
. . .
"그러고보니 이아나는 뭐든지 참 잘 속았는데 말이에요... 거기서도 잘 할까요?"
이안은 자신의 아내가 마침내 이아나까지 티엘린으로 떠나보내며 걱정하는 것을 보았다. ...분명히 나이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창창하던 시절이랑 다를바가 없는 이 사람에게, 이안은 피식 웃으며 괜찮을것이라고 하였다.
"...후우. 좀 쓸쓸하네요. 엊그제까지만 해도 요만했던 애들인데 떠나보내니까..." "어련히 잘 할까! 걱정하지 말라고."
"자의는 확실히 없을 거야." 어디까지가 자의인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이라고 고개를 기울입니다. 가끔은 차라리 묶어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 않았니? 그래. 행하는 거지. 아니면 잠깐.. 빌려주면 될 일이란다.. 그렇지? 속삭임은 커져가며, 언제나처럼 파편들은 반짝일 것이다. "하기 싫은 건 아니지만. 내가 잘 지킬 수 있을까? 그런 게 없다고는 할 수 없어서..." 바보네...라고 중얼거립니다. 그러다가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는 것과 다른 이에게 준다는 말에
"다른 사람에게 그걸 준다는 건.." 싫어.. 보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하다가 자신도 어째서 그런 말을 했는지 이유모를 감정이 들었습니다. 당혹스러운 감정.
"...맹세의 제약을 푸는 건 어렵지만. 추가하는 건 쉬운 편이니까." 괜찮아. 정말로...라고 덧붙입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싶었다. 자의가 확실히 없다니. 그냥 계속 막히는 말문을 무시하고 뭐라고 말해야겠는데 입을 열어도 말은 안 나왔다. 그저 잠깐 벙긋거리다가, 입술을 꾹 닫았다. 뒤로 감춘 손에 반지의 감촉이 선명하게 달그락거렸다.
지킬 확신은 없지만 다른 사람에게 주는 건 또 싫고, 괜찮다고는 하는데 아무리 봐도 안 괜찮아 보이는 그를 보며 나도 좀 혼란스러웠을지도. 언제나 불안해보이는 그였지만 지금 더 위태로워 보인다면 기분 탓일까. 그가 말하는 괜찮아는 도저히 그 말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단 말이지...
시선을 돌려 빤히 응시하다가 짧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너한테 괜한 걸 씌워서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네 목의 그것도 그렇고,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솔직히."
아니면 나만 모르는 거야? 조금 울적한 목소리가 작게 주눅들어간다.
"자주 보는 것도 아니고, 저번처럼 말 없이 연락 끊길 땐 이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고... 그냥 네 괜찮다는 말을 믿으면 돼...?"
답지 않게 맥없는 목소리였다. 다시 이전과 같은 일이 생긴다면, 이라고 생각만 해도 그랬다. 그런 일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으니까. 그래서 이 반지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건데... 솔직히 그것도 장담할수 없으니 말이다.
"이걸 껴서 돕거나 강화되는 것이 가장 직관적인 방법으로...는 아마 수치가 올라갈 수도 있겠지. 수치가 오른다면 아마 검은 피를 토하고 피를 줄줄 흘리며 온몸이 부서질 것 같은 고통이 오겠지만..." 그가 오지 않는다면 괜찮을 거야. 몸은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상해를 입던 나아져 버리지만, 정신은 치유하기 어려우니까. 스트레스를 받느니. 나는 몸이 아픈 걸 선택할 거야. 몸이 아픈 것에 대해서 그는 무뎌진 듯 무덤덤한 목소리였습니다. 디바이스 말고의 연락용이 될 수도 있겠지. 게다가.. 디바이스는 빼앗기거나 부서질 수 있지만 이건 부서질 수도 방해할 수도 없을 거야. 그렇게 말을 이었습니다.
"이건.. 그런 용도니까.."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는 싱긋 웃습니다.
"그러니까. 정말로.. 괜찮아." 그치만 처음부터 맹세를 나 말고 다른 사람을 바라보면 깨진다라는 식으로 쎄게 걸면 무리다요? 라고 분위기를 전환시킬 말을 해보려 합니다.
//저어녁을 일찍 먹었네요... 는 환기를 열심히 합시다아... 계속 드문드문 들어와서 확인 잔뜩 늦...
포션학*실습포함 역사학*세부사항 참조 지리학*세부사항 참조 종교학 (이상 필수) 인챈트 철학 경제학 기타 등등 (이상 선택) 이었습니다. 필수과목과 선택 n개 이상을 필기를 치고 일정 이상의 점수를 유지하지 못하면 진급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현재 이리저리 치이던 인챈트 교사를 크리드로 완전히 교체한 이상 인챈트가 필수로 올라가게 되었고..
현재 학생들은 인챈트-크리드 종교학-샤릴 포션학-에밀리아 역사 및 지리학-지운영 이라는 시간표를 보고 있었습니다.
어떤 시간표에 들어갈지는 본인의 선택이지만요.. 르투아르는 인챈트에 관심이 생긴 듯 크리드의 시간표를 보고 있었고, 라연은 포션에 관심이 좀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르투아르는 인챈트 교실로, 라연은.. .dice 1 4. = 3 1.종교 2.포션 3.인챈 4. 역사및지리학 의 교실로 향하는군요.
르투아르와 라연, 헤일리, 진, 세하가 인챈트 교실로 가면 크리드가 뭔가 냄비 가득 부글부글 끓이고 있었습니다. 의외로 학생들이 없지 않은데.. 대부분이 수치가 그다지 높지만은 아니한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크리드가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소개랍시고 몇 마디 말하고 나서는-그녀의 인지도가 참치머리 사건 이후로 낮지 않아서 길어지지는 않았다.- 여러분들께 크리드가 직접 만든 얇은 인챈트 기초이론이라는책자를 준 다음 질문을 하나 합니다.
"여러분은. 인챈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_____________
"이 나의 피튀기는 종교강의에 어서오시길-" 구불거리는 흑발과 갈색 피부에 푸른 눈의 샤릴은 시엔을 포함해 종교학 교실에 온 인원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뭐어.. 진지한 이야기라면 진지한 이야기이고 가벼운 동화라면 동화같은 일이지." "고리타분한 이야기는 여기에선 많지 않거든." 책을 펼쳐보면 대략 절반쯤에 있는 걸로 할까. 아니면 다른 걸로 할까. 라고 말하다가 여러분들을 보면서 의견을 묻습니다.
"아르테미스 같은 별과 관련된 것도 좋을 거고, 삼주신님도 좋을 것 같고, 전쟁과 관련된 거나..." 정말 지겨운 이야기라면 유스쿠 교가 있고? 라고 말하면서 무얼 주제로 삼을까나. 하고 물어보는군요. _____________
지은영은 약간 동양식 전통 의상(치파오와 비슷했지만 프릴이 좀 달려 있었다)을 입고는 여러분들이 다 앉을 때까지 기다렸답니다.
"반가워요 여러분. 여러분도 다 아시겠지만. 역사 및 지리학을 맡은 지은영이라고 한답니다."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나서는 칠판에 펼쳐진 아브니르 대륙 전도를 보고, 교탁 위에 올려진 역사학과 지리학 책 두 권을 봅니다.
"시간의 한계상 도시국가나 삼국의 역사를 완벽하게 다 배우는 것은 무리랍니다.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삼국의 역사 중에서도 근대 역사나, 도시국가의 역사 중 야사 같은 것도 몇 개 알려드리고.. 그 외에 지리는 홀로그램을 사용해 아브니르 대륙의 전체적인 지리를 맛보기로 배우고, 하마르 대륙과 프롱 해, 로라시아에 대한 것도 간략히 배울 건데..
혹시 질문 있으신가요?" 은영이 대략적인 수업의 계획을 말하고 나서 질문자가 있는지 묻고는 둘러보았습니다. _____________
"다들 틀린 말은 아니야." "어차피 정답이란 게 딱 정해진 것도 아니기도 하고.." 인챈트는 자기 자신의 능력을 물건에 새기는 것이기에 의미부여이기도 하고, 부가적인 것이기도 하지. 하지만 잘 사용하면 메인 딜을 넣을 수 있기도 하니까. 라고 덧붙이고 나서는 책을 펼쳐보라고 하고
"일단 목차를 보면 기초 인챈트 이론, 기초 인챈트 실습이 제일 처음 나와있지?" 오늘 이 수업에서 할 것은 기초 인챈트 이론에 대해 배우고 여기 학교 소유의 기본 무기에 인챈트를 해보는 것이야. 라고 설명합니다.
"모두들 책을 펴서 기초 인챈트 이론을 한 번 읽어봐." 먼저 예습의 의미입니다. 기초 인챈트 이론은 어려운 말은 적었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무기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가 상상의 형태로 존재해야 하며, 그 물건의 인챈트 슬롯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고, 그 인챈트 슬롯 안에 자신의 능력을 채우는 것이 아닌 새겨넣는다는 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있었습니다. _____________
에밀리아는 진을 보고는 어라? 라고 말하면서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안녕안녕. 포션의 종류는 여러가지가 있지." 크게 분류하자면, 식용 포션과 처치용 포션으로 나뉘어져. 그리고 오늘 우리가 만들 것은 식용 포션. 그리고 그 식용 포션 중에서도 일시적 버프포션이야." 책을 보면 대략적인 전개는 나와 있으니까. 라고 말한 에밀리아는칠판에다가 레시피를 적기 시작합니다. 에밀리아가 직접 만든 책의 목차를 펼쳐보면 목차가 주르륵 나와 있었습니다. -기초포션제작법 >식용 포션 *맛을 내는 법 >처치용 포션 *효율을 올리는 법 -기타 생활포션 -재생 포션 -일시적 버프포션 -디버프포션 -인챈트를 대신하는 포션 -특제 고급 포션
"여담이지만 재생 포션 밑은 티엘린 사립 아카데미에서만 가르치는 포션이니까." 생각보다 유용하게 써먹을 수도 있다고? 라고 에밀리아가 말하면서.. 에밀리아에게서 재료를 받아갑시다! -아바돈 피 -열대과일 퓨레 -기타 등등 _____________
은영은 딱히 큰 질문이 없자 수업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삼국의 근대는 약 300년 전부터 100년 전까지의시대를 말한답니다." 그 시기의 주요 사건이라하면 역시 하마르대륙의 발견이 있겠네요. 라고 간략하게 하마르대륙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 대륙의 자원과 아바돈 등을 두고 벌어진 해안선 전쟁에서 해안가를 차지하고 있던 도시국가들이 굉장히 많이 쓸려나가고 멸망한 것을 몇 가지 사진자료와 함께 보여주었습니다.
"해안선 전쟁이 일어난 뒤에 해안선에 나라를 세우는 도시국가는 크게 줄었습니다. 혹은 삼국에 종속되는 형식으로나마 이어가는 것이 가능했지요." 그 와중에 바다의 신이자 삼주신인 텐게르 님의 심기를 심히 건드리는 일이 어떤 해안선 전쟁 중 일어났고, 텐게르께서 잠깐 천벌을 내리신 일도 있었답니다. 라고 홀로그램으로 띄운 사진자료를 보여주려 합니다. 그것은 사진임에도 텐게르의 신위를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_____________
샤릴은 별 대답이 없자 어깨를 으쓱이면서
"어쩔 수 없나... 시험에 안 나오는 거만 잔뜩 이야기해도 되려나?" 라고 농담처럼 말하고 나서는 당연히 농담이라는 듯
"그럼.. 삼주신님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하려나..." "학문과 천공의 신 리그트. 대지와 파멸의 신 칼라미티. 바다와 축적의 신 텐게르. 이 세 신이자 한 신의 세 면을 삼주신이라고 하지." 여러분 중에서 혹시 삼주신님 안 믿는 사람 있어? 라고 농담으로 말해보지만 설마 있을 리가. 라는 생각이었을지도요?
톡, 비류는 턱을 괴고 다리를 꼰 채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수업의 내용을 듣다가-반쯤은 딴 생각에 빠져있었다- 해안선 전쟁이라는 것에 슬금 눈썹을 치켜올리고 비스듬하던 자세를 똑바로 바로 잡았다.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자 삼주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고있으나 믿지 않았고. 인챈트 수업을 듣기에는 채워져 있는 인챈트가 너무 뚜렷했고. 포션은, 글쎄. 그녀는 포션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한건 역사였지만 그녀는 왠지 이 수업을 선택한게 잘못된것 같다고 조금 생각하고만다.
홀로그램에 띄워진 사진에도 맹수처럼 예리한 눈빛을 가라앉히면서 비류는 다시금 천천히 비딱한 자세를 취했다.
삼국의 전쟁, 해안가 이권싸움, 텐게르의 분노. 요점 필기를 하는 동안 느낀건데, 운영 선생님의 설명은 깔끔하고 요점 위주의 설명이라는 느낌이 강했고, 나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해안선에 도시를 세우는 국가는 거의 전멸, 이라... 국교가 텐게르이고 실제로 아바돈과의 공존을 택한 우리지만, 그래도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경우도 맞기는 하지만..." 괜찮아. 상관없어! 라고 말하다가 유현의 말을 듣고는 구원의 개념으로 믿는 게 아니라....? 라는 표정으로 보기는 하지만 금방 미소를짓고는
"꽤나 도발적인 말이긴 하지만. 칼라미티님의 신성은 파멸. 재앙이기 때문에 구원과는 가깝지 않죠." 물론 종교상의 가르침은 칼라미티의 재앙과 파멸은 자신들의 앞날의 불길함을 파멸시킨다. 라고 하지만. 근본은 세상을 만들고 파괴하는 것이 칼라미티님이란 것은 사실이니까요. 라고 말합니다.
"어.. 어쨌거나. 삼주신께서는 낙원을 만드셨으나. 배신 때문에 낙원은 망가졌고. 삼주신은 이 세계의 시스템을 만드셨지." 그것을 이르는 것이 텐게르의 시스템이자 죄과 시스템(Crime System)이랍니다. 라고 말합니다.
"죄과 시스템에 대해서 아는 사람?" 단편적으로 알고 있다 해도 가산점 1점을 줄게. 라고 말하고는 싱글싱글 웃으며 기다립니다. _____________
"재생 포션도 처치용과 식용으로 나뉘지. 그리고 재생은 도마뱀 꼬리 돋아나듯이 사용되는 편이야." "이번에 만드는 것은 일시적 버프포션." 다만 순식간에 재생되기는 해도 신경과 뼈가 나타나고 혈관 근육 피부층 하나하나 쌓여가는 것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편이라서. 라고 말하고는 레시피를 말합니다.
"아바돈 피는 거의 마지막에 넣는 거지만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것이라서 빼두고." 열대과일 퓨레를 이 냄비 안에 넣고 약한 불로 살짝 졸이는 것부터 시작하지. 퓨레가 타지 않도록 저어주며 3분 뒤에 육두구, 통후추 중에서도 백후추. 스타 아니스. 등 향신료 팩의 팩을 전부 절구에 찧어서 넣는 거야. 라고 하면서 에밀리아는 에밀리아가 들어가도 남을 듯한 거대한 냄비에 퓨레를 넣고 저으면서 향신료 팩의 향신료들을 거대한 절구에 찧고 있었습니다. 저 정도면 거의 몇십 병은 나올지도요. _____________
"세하 학생 능력이 압축이었던가? 일단 생각나는 거로는 검을 얇게 압축하여 극한의 예리함을 주거나. 검이나 물건에 닿는 것을 압축하는 것이 가능하겠지." 세하 학생의 질문에 답하는 건.. 가능은 하지만, 기본 인챈트에서는 힘들어. 아니면 얇게 만드는 것을 토대로 한없이 무거운 거검을 압축하는 식이라면 기본 인챈트에도 가능은 하지.라고 덧붙이고는 헤일리의 질문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무형에 가까운 것에.. 문신이라. 가능은 하지. 예를 들자면 문신이 있겠네. 그런 경우에는 어떠한 조건 하에 인챈트가 발동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어." "그 외에... 로머 구속용 목걸이도 비슷한 기전으로 작용하지. 조건을 어기면 본래의 수치를 삭감시키는 등의 인챈트와 별개로 걸린 고통을 주거나 하는 등의 인챈트가 발동되지." 범죄를 저지른 로머를 구속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까. 라고 말하고는...
"그런 것에도 쓰긴 하지만 인챈트는 생활에 유용한 인챈트가 많으니까." 라고 말한 다음에 모두에게 날이 잘 든 단검을 하나씩 나누어줍니다.
"내가 인챈트 과정을 막 보여준다고 해서 따라할 수 있는 건 아니기에.." 내가 그 단검에 해둔 건 일종의 가이드라인이야. 그 가이드라인을 따라 인챈트 슬롯을 만들고, 그 슬롯을 검사받은 다음 가이드라인을 따라 새겨넣는 작업이지. 라고 설명하고는 칠판에 가이드라인을 아땋게 따르는지도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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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게르님의 분노를 산 해안가 전쟁의 발원지는 운투 국이었고, 그 당시의 군주가 텐게르님께 죽도록 빌어서 가라앉았지." 그래서 현재 운투 국이 가장 해안선의 길이가 짧다고나 할까. 라는 등 여러가지 근대사를 말하던(하마르 대륙과 가까운 로라시아 섬의 시가지 건설, 하마르 대륙에서 일어난 기지 점령 및 신탁으로 인한 이름 붙이기 등., 그리고 삼국 외의 도시국가의 근대의 발전상) 은영은 혹시 질문 있으신 분? 이라면서 잠깐 목을 축였습니다.
"질문에 전부 대답한다면. 야사 두어개만 들을까?" 교탁에 팔을 괴고 턱을 받치고는 싱글싱글 웃습니다.
"도발적으로 들렸다면 사과하겠습니다. 이신론적인 생각을 한다는게 앞으로 수업에 지장이 있을까하는 염려였답니다. 모든것은 일체개고니까요."
일체개고(一切皆苦). 이세상은 고통으로 가득차있다. 그렇기에 이신론적인 주의에 입각한다면, 그 고통을 신이라는 선각자의 입장에서는 무관심하고 전혀 개입할 의사가 없다라고 그런 의견을 내놓는다는건 이 세계에 있어서는 그릇된 생각일까. 그것도 황녀라는 입장에서 이야기한다면 그 파급은 상당할것이 분명할것이다.
그렇기에 필요이상으로 자신의 사상을 설파하지는 않았다. 손해니까.
"자세한건 모르겠지만 죄과라는것을 쌓아갈수록 타락에 이르게된다. 라는 정도의 개념으로 이해하고있습니다.. 다만 죄를 쌓는다는것 자체의 기준은 단순히 이치에 그릇되는 행동인건지 거기까지는 모르겠네요."
로라시아와 크리드를 통해 단편적으로 들은 이야기를 조합한다면 그정도로 개념의 가닥은 잡혀간다. 단지 죄과 시스템자체에 대해선 대체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해선 모호할뿐이다. 세상의 이치에 대해선 생각보다 아는점이 많지않다. 읽는거보단 눈으로 보고 기억하는것을 선호하기에.
날씨가 제법 좋아 수풀에서 쿨쿨 자고있었는데 수업시간이었다! 아악, 늦어서 혼나면 어쩌지? 인챈트 수업교실이 아마 이곳이었지? 좋아, 몰래몰래 들어가도록 하자. 슬금슬금 기어들어가서 간신히 자리에 도착했다. 주변 학생들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좋다!
"그렇다면 제 능력과같이 한계가 분명한 능력의 경우 그 조건에 맞지않으면 발동하지 않는건가요?"
게다가.
"만약 옷에 인챈트를 한다고 하면 과연 발동하는건 인챈트 된 옷일까요, 주변의 다른 옷일까요?"
라고, 처음부터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질문했다. 그러면서 그 칠판에 있는 가이드라인 이라는 것을 바라본다.
"인간과 아바돈이 공존하려던 시도..." 이건 약간 고대 쪽으로 넘어가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 아예 없던 건 아니었지요. 물론 그 대부분의 시도는 인간이 배신하거나, 주위 시선을 견디지 못해서 아바돈이 떠나는 방식으로 대부분 끝났답니아. 일단 혼혈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확실히 섞여 살았다. 라는 증거는 되지만. 완벽하게 공존이라는 것이 어떤 기준이냐에 따라서는.. 그것도 공존이라고는 볼 수 있었을 거랍니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일단. 역사 속에서 배신자. 라고 불리는 사건은 그런 종류가 꽤 있는 법이고 그런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문학 작픔도 많으니까요." "그럼 라야 양은 공존한다면 어떤 방식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질문이었습니다. _____________
"구속용 목걸이는 로머 중에서도 범죄자가 없는 건 아니기에 어쩔 수 없이 인챈트를 하는 경우이긴 하지만. 문신에 인챈트를 새기는 경우는 드물답니다." 구속용 목걸이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하자면, 수치삭감은 99%... 정도로군요. 라고 이어가려는 찰나 기어들어온 겐 군을 발견합니다
"지각 점수 1점 감점이랍니다. 겐 군." 크리드가 상큼하기 그지없는 말로 홀로그램에서 바로 겐의사진에 1점 감점을 넣고 겐의 질문에 답하려 합니다.
"겐 학생의 능력을 새겨넣은 인챈트라면 섬유를 조작하는 능력이겠네요." 인챈트를 쓰는 사람이 창의적이라면 아마도 더욱 강력하게 쓸 수 있을지도요? 인챈트의 품질은 대부분 균등한 편이기에.. 쓰는 사람에 따라 활용은 달라지지요. 라고 말하고 나서는 인챈트된 옷이냐 주위의 옷이냐는 물음에 전자도 가능하고 후자도 가능하니 둘 다라고 해두면 되겠지요. 라고 덧붙이고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슬롯을 만든 학생들은 검사를 받으세요." 라고 말합니다. _____________
"이신론적인 생각을 하는 것 자체는 그다지 방해되지는 않는답니다." 다만 부정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면 문제지만요. 그리고 유현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죄과 시스템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인간의 현생에 대해 작용하는 시스템이랍니다. 인간의 사후의 시스템은 칼라미티 시스템. 즉 삼사라(윤회) 시스템이니까요." 상당히 괜찮은 답변이기에 가산점을 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나서는 보충설명을 위해 홀로그램을 띄웁니다.
"죄과를 쌓는 것은 기본적인 도덕과 법도를 어겼을 때에 쌓인답니다. 저주나. 본인의 쾌락을 위해 필요하지 않은 살해를 저지르는 것. 살인. 거짓을 말하는 것 등이 있고. 배신으로 낙원이 무너졌기에 배신. 배반. 맹세를 어기는 것이 상당히 죄과가 많이 쌓인답니다." 그리고 이렇게 죄과를 철저히 쌓으면 사후. 삼사라 시스템에서의 설정이 나쁘게 잡히게 됩니다. 라고 말합니다.
"가산점에 대해선 감사합니다. 요컨데 죄과 시스템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도덕적 관념을 상념시키고 경고한다는 차원에서 고안한 시스템이로군요."
질문이 있다면, 두 가지정도가 있다.
"이 수업에서 가장 궁금한 질문입니다만 인류가 신에게 자행한 배신은 대체 어떤내용인가 라는것을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고있어요. 그리고, 죄과 시스템을 악용하는 존재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인류사회에 있어서는 큰 위기가 아닌가하고 그런 생각을 할때가 있습니다. 시스템을 악용하는자가 있다면 그것도 죄과가 되지않는겁니까? 조금 어려운 질문을 해서 실례합니다."
전자는 개인적인 이유에서의 의문이었고. 후자를 말한다면 지난번 실습의 건이 컸다. 수업시간의 질문으로서는 꽤나 까다로운 질문이 아닐까하고 생각했지만.
"죄과 시스템을 악용하는 것의 정의는 상당히 넓답니다." 어떻게 보면 죄과를 쌓는 행위야말로 죄과 시스템을 악용하는 것이니까요. 근본적으로는 죄과를 덜어내기 위해 설립된 것이 죄과를 어느정도 쌓아도 괜찮으니..라는 식으로 변질되었다..라는 것이 주류의 학설이랍니다. 라고 덧븥인 뒤
"애매할 때가 가장 문제지만요. 심한 상처로 고통받는 이에게의 안락사에 대한 문제나, 과실치사..." 각 국가를 운영하는 주체들은 거짓이 아예 앖다면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악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속세의 원리에 물든 교리는 어느 정도 용인하지만 아주 오래 전에는 상당히 빡빡했답니다.
"그리고 배신에 관해서는.. 많은 기록이 소실되어 있지만. 삼주신을 유폐하고, 세상을 떡주무르듯 주무른 것 정도... 가 남아 있군요." 그 와중에 세상의 부조리가 나타났고, 아바돈들이 나타났지요. 라고 덧붙이고는.
"그럼 다음 주제로 넘어가기 전에 질문은 하나만 더 받도록 하죠." 그런 뒤 잠깐 쉬는 시간을 갖도록 하죠. _____________
"그 혼합물이 잘 섞여졌을 때 불을 끄고 설탕을 한가득 붓는 거지." "그리고 다른 냄비에 눈물과 쓴쑥과 꽃잎을 넣고 팔팔 끓고나서 15분동안 끓이는 과정이 필요해." 그런 다음 퓨레들과 추출물을 혼합하여 냄비에 넣고 조금 숙성한 뒤. 아바돈 피를 잘 섞는거야. 라고 덧붙입니다.
"든 성분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지." "사실상 과일 퓨레는 맛 좋으라고 넣은 거지만?" 이라는 말을 하긴 해도 뭐.. 맛 없는 것보단 낫잖아? 라고 빙글빙글 웃으며 말합니다. 진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먹으면 어떤 버프를 주는지는 달라.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바돈의 피가 월등히 강력하기 때문에 버프를 받아서 손해는 생기지 않아." 라고 덧붙입니다. 그리고는 숙성이 될때까지는 조금 쉴까? 라고 말합니다. _____________
헤일리의 단검을 검사하고는 괜찮네. 라고 말합니다. 세하의 단검을 보고는...
"음... 나쁘지는 않은데. 공허함이라. 공허감을 느꼈다라는 건 심상을 조금 반영한 거려나?" 라고 덧붙인 뒤에는
"그럼 모두가 검사를 받을 때까지는 잠깐 쉬도록 하죠." 라고 말합니다. 크리드가 교탁을 톡톡 두드리자 학생들의앞에 음료수와 과자가 몇 개씩 나옵니다 _____________
"......" 은영은 상당히 당황한 듯한 눈치였습니다. 그녀가 아무리 여러가지를 예측한다 하여도 여기에 홀로그램으로 뜨는 것 까지는 예상할 수 있었을 리가요. 아마도 아바타가 이쪽에 나타났더라면 상당히 문제가 생겼겠지요. 그건 그녀가 바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공존이라.. 포리아 공국이 어느 정도 그런 형식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았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계약이고, 그 맹약..은 상당히 그쪽에게 위험이 될 수도 있겠군요. 죄과 시스템을 생각한다면 말이예요. 라고 차분하게 말하고는. 몇가지 질문할 점이 있기는 하다는 듯한 학생들에게 눈짓을 하고는
"그럼.. 질문을 하는 겸 잠깐 쉬고.. 지리 방면으로 넘어가도록 하지요." _____________
"하기야. 철저하게 지켜졌다면야 모두다 수도승같은 생활을 했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인간의 입장에서는 결국 편의주의적으로 속세에 맞게 점점 입맞에 맞게 고쳐졌다라고 봐야되겠습니다."
더군다나 선생의 말대로라면, 국가를 유지하는 입장에서 거짓을 말할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것은 틀림이 없다. 인간은 깨끗하지가 않으니까. 무결점적인 통치같은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사고하는 자로서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완벽자는 온전한 인류로서는 존재할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는 황금시대라고 불리던 시대에서 철의 시대로 떨어진건 인류가 스스로 낙원을 걷어찬거군요. 오만하게도. 마지막으로 질문을 하나 하자면 삼주신이 인간에게 배신을 당했다면 굳이 인간을 관리할 이유가 신들에게 존재했을까요. 없애버리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는데."
머리 위에 까치집을 얹고 강의실로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들은 말이 이것이었다. 나는 다시 시간표를 살폈다. <지운영의 역사와 지리>. 내가 지각한 시간 동안 무언가를 했고, 이제 지리로 넘어가야 한다면 역사 수업이 방금 끝났다는 말이고, ‘그 말인즉… 전반부를 모조리 날려먹었군.’하고 나는 생각했다. 뻘쭘하게 머리를 긁었다. 폭탄이라도 맞은 듯 붕 뜬 머리카락을 헝클었지만 가라앉지 않았다. 들은 것이 없으니 질문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살면서 가 본 곳이라고는 지금 여기 로라시아 섬과, 유학을 갔던 운투 국, 그리고 내 고향 뿐이었다. 세상은 넓고 내 견문은 좁았다. 이 수업이 내 견문을 넓힐 자그마한 창이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무작정 지운영 선생님의 수업에 들어온 것이었다. 교실 안에 아는 사람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라야 선배, 그리고 루 메이트너가 전부였다. 나는 루의 금빛 뒤통수를 조용히 내리치며 그 옆에 앉았다.
“늦었구만, 지각생.” 루는 킥킥댔다. “베개에 덫을 깔아? 이 잔악한 녀석아.” 나는 대꾸했다.
경박한 성질과는 달리 학업에 있어선 전적으로 모범적인 학생이었던 루는 자기 공책을 온갖 글자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또박또박한 글씨라 눈에 내용이 쉬이 들어왔지만 모조리 받아들이기에는 많았다. 라야 선배는 옆에 홀로그램을 띄워 놓고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포리아 공국 출신이니 선생님께 지명받은 것인가.
"근본적으로는 유현 양이 말한 것이 맞겠지요. 그들의 오만이 그들을 끌어내렸습니다." 그것을 종교 교리에서는 원죄라고 부르지요.
"인간을 관리하겠다라는 것은 어쩌면 그들이 고통받기를 바란 것일지도 모르지요." "아니면... 기회를 주기 위해서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주 자세하게는 전해지지 않는 것이 아쉽지만.." 모든 인간이 배신한 것은 아니었음에. 사악의 도시국가에 선한 이가 있으면 천벌을 내리지 아니할 거라 하였던 신화처럼. 말이지요.
"그러면.. 이번엔 달이나 태양 같은 별에 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할까요?" 신화상으로는 별에도 신이.. 혹은 주인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지만. 모든 별 하나하나에 정할 수 없으니. 밝은 별 위주로 별의 신은 정립되었답니다. _____________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통해 만들어졌지만." 대부분의 포션은 약학 관련의 로머 연구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지. 나도 약학 관련 로머고. 라고 덧붙인 다음
"여담이지만 목차의 인챈트를 대신하는 포션은 내가 특허권을 갖고 있다고?" 키들키들 웃으면서 커다란 솥에 숙성되는 포션을 보여줍니다.
"숙성이 잘 되었다면 투명한 노란 젤리 같은 형상이 나올 거야. 공정 증 실수가 있었다면 탁해지고 재료를 좀 잘못 넣었디면 색이 노랗지 않겠지." 한번 검사해 볼까? 라고 말합니다. _____________
"흥미롭네요.. 상당히 논문으로 많이 쓸 법한 소재이기도 하고요.." 운영이 쓰던 것 중 그런 게 있었죠? 라고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학생들의 질문시간을 조금 가지도록 합니다.
"전체적인 지리를 한 번 훑어본 다음. 약간 세부적인 것으로 넘어가도록 할게요." 전체적으로는 은 제국, 운투 국, 베리아트 공화국이 있고, 그 외에는 멸망한 도시국가 키리에. 북쪽에는 활화산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고, 암브리시오 국가나. 포리아 공국 같은 해안에 위치한 국가가 있다는 건 알고 있겠지요? 교과서에도 나오는 것이니까요. 라고 말하며 홀로그램으로 아브니르 대륙 전도를 띄웁니다. _____________
"어머. 다친 건 구급용 포션이.." 교탁을 톡 두드리자 헤일리의 자리에 손가락만한 유리병에 담긴 포션이 보입니다. 여러 사람이 검사를 받고 있고.. 겐의 것을 보다가
"음.. 금방 한 것 치곤 나쁘지 않아요. 통과는 드리지만 조금 더 손봐도 좋겠네요." 고개를 끄덕이고는 세하의 개인차가 있다는 것에. 어깨를 으쓱하고는 그럴지도?라고 말한 뒤
"그러면.. 이제. 그 단검 안에. 자신의 능력의 가장 기본적인 것. 가장 근본적인 것을 새긴다는 각오로 새기세요." 능력의 응용성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아주 간단한. 딱 순수한 능력.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새기는 거예요. 라고 말하면서 가이드라인대로 하다보면 될 거예요. 라고 합니다.
가이드라인은.. 약간 선택지스러운 것과 서술형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능력을 아주 간단하게 적고. 선택지를 선택하면 새겨진다는 느낌이로군요.
"저건 버릴 수도 없으니. 언젠가 다시 올려준다면 어차피 또 겪을 일이니까." 원래 고통에 너무 많이 노출되면 무던해지게 마련이니까. 처음 그런 체벌을 받았을 때엔 며칠 동안이나 누워 있었는데. 지금은 하루 정도면 되거든. 이라고 무덤덤하게 말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맹세를 깨뜨리지 않는다는게 이 목걸이보다 강할 거니까.. 라고 중얼거렸습니다. 그리고 목걸이를 보이게 해달라는 것에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보이도록 하였습니다.
[인챈트 해제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로머 구속용 목걸이의 해제 절차는 해제 권한을 지닌 이의 생체 정보(ex. 대표적으로 피)가 있어야지 완전한 해제가 가능하므로, 현재 가능한 해제는 일시적인 해제입니다.] [해제된 이후 일어난 것에 대해서는 페널티 및 조건이 작용하지 않습니다.] 인챈트가 된 단검을 목걸이에 긋자 삐삐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청량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현재 해제할 수 있는 인챈트는 총 3가지입니다. 총 3가지를 해제시 작용 시간은 약 2시간 가량입니다.] [예외 인챈트는 생체 정보가 필요한 구속과 삭감입니다.] 란 소리가 들립니다.
"...이런 거 가능했..던가..?" 약간 얼떨떨한 목소리로 말을 잇습니다. 일단 중요한 것은 그것을 해제한 이후 일어난 효과는 페널티를 받지않는다는 점이 중요하지요.
삭취검: 흥. 이래뵈도 이 몸은 상급 아바돈의 피를 먹기도 하며 마법소녀스럽게 변신도 시켜주는데다가 여러 멋진 기능들이 붙어있는 좋은 무기인데 인간 피를 먹이려 하다니! 무슨 최고급 요리사의 최고급 맞춤 정식만 먹고 자란 이에게 싸구려 쓰레기 음식 먹이려고 하고 있어? 미슐랭 3스타 음식만 먹던 이에게 키친 나이트메어의 음식을 먹이려 하다니! 캡: 삭취검이 조금 네가지가 없습니다..
"아무도 못하는 일이라.. 초석이 엄청 크다고 느낄지도?" 큰 초석이면 초석 위는 얼마나 클지 상상도 안될 것 같아. 라고 중얼거립니다.
"서로가 서로를 지키는 방패가 되기를. 타자의 악의로부터, 위협으로부터 내 힘이 너를, 네 힘이 날 지켜주기를. 내가 널 생각하고, 네가 나를 생각하는 동안 이 맹세가 지켜지기를...." "나도 바라는 바야.." 헤일리가 말하는 말을 듣고 나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본인도 그걸 원하는 바야. 라고 귿게 말하고는 손바닥에 놓인 반지를 집어들어, 헤일리의 오른손. 약지에 끼워주려고 합니다.
"...검지에 끼웠어야 하려나..?" 농담스럽게 말하긴 하지만. 자신에게도 끼워줄 수 있냐는 듯 고개를 살짝 틀며 눈을 딴데로 돌립니다.
상상도 안 된다는 말에 키득거렸다. 사실 나도 나중은 상상이 안 갔기에. 언젠가 돌아보면 엄청난게 완성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중얼거리며 금빛 눈을 곱게 휘었다. 무엇이 되었든 그 결과는 나와 그 나중을 함께 하는 이를 위한 것이 되리라.
"으응..."
맹세의 말을 읊조리고, 그가 내 손에 반지를 끼워주자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역시...응.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보곤 나도 라연의 손을 들어 네번째 손가락-약지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그러곤 그가 고개를 돌린 사이 그 뺨에 기습적인 입맞춤을 선사했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 딴데 보기 있기 없기?"
꽃물을 들인 것처럼 불그스름하게 물든 얼굴로 꽃잎이 벌어지듯 미소지으며 반지 낀 손으로 그의 손과 깍지를 끼웠다.
삭취검: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류 월야 일카이의 생이 끝난 다음에는 다시 별세계로 돌아가야 하는 몸이지. 그 동안 비류 월야 일카이가 허락한 이는 어느 정도는 가능해. 물론 내 기준도 통과하는 사람 한정. 억지로 탈취하면 내가... 후훗. 기대하시라. 캡: 뭘 기대해. 미라로 만들어버린다잖아.
헤일리의 손에 끼워진 것과 비슷한 반지가 라연의 손에도 끼워집니다. 이상한 기분이지요. 그렇죠? 간섭이 적어지지는 아니할 것인즉.. 헤일리의 입맞춤에 순간 인지부조화가 살짝 온 것 같기도?
"엄청 중요한 순간이지만.." 똑바로 바라보기엔.. 부끄러웠다라는 말을 내뱉지는 못합니다. 내가 내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인데... 감히. 라고 생각될 만한 것이었습니다. 뺨에 입맞춤이 어자 얼글이 븕게 달아오릅니다. 깍지낀 손.. 다른 쪽 손으로 헤일리를 끌어안으려고 시도합니다. 약간 머뭇거림이 있기는 하지만요.
"정말... 꿈결같은 기분이야.." 그런데 현실이야... 그래서 더 좋아.. 라고 속삭입니다.
월하향의 비녀: 꽃을 가공하면 무언가가 될지도? 나의 경고가 아떤 식일까는... 청렴결백한 자도. 욕망에 젖은 자도. 나는 파멸을 가져다줄지도 모를 일이지. 마르잔나는 겨울과 죽음이며 동시에 자연과 수확과 봄의 여신이기에. 그 겨울과 죽음은...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까?
"....현실이구나.." 시끄러워 시끄러워. 끔찍하기 짝이 없는 내 억눌림은 누가 보상해주지? 의미모를 말이 스치었지만 아무 것도 없는 양 미소를 지었습니다.
끼워지고 나서 반지가 반짝이더니 어쩐지 둘의 목소리와 비슷한 느낌으로 보이스가 나옵니다.
[반갑습니다. 트리무르티께서 만든 반지의 보조 도구입니다.] ['현재 선택 가능'을 선택하시면 가능한 효능을 보여드립니다] 많은 것이 잠겨 있기는 했지만 잠겨 있지 않은 것은.. '서로의 생'과 '보조용-소환수', 그리고 '공유 lv 2' 였습니다 그 외에 잠겨 있는 걸 보면 참 다재다능한 반지였습니다.
-공유시 서로의 수치가 400씩 상승합니다. -보조용-소환수는 n턴마다 한 번 공격을 하거나 방어를 하는 소환수를 소환합니다. 일상시 요리라던가로도 부려먹기 가능합니다. 다만 소환수의 외관은 레스주의 sd입니다. -서로의 생은 즉사기의 범위에 한 명만 있을 시. 면역이 됩니다.
사랑해. 라는 말을 듣고는 끌어안으면서 눈을 감고는..
"정말. 정말로 좋아했어. 그렇지만 이건 좋아함과는 다른 것 같아. 좋아함보다도 깊어.. 이건.. 이게 사랑인 걸까? 사랑이라면.." 사랑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나 같은 걸 사랑한다는 걸 듣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겠었어... 라고 중얼거립니다.
//캡이 잠깐 갱신합니다아.. 다들 안녕하세여- 하이라이스 만들었더니 양이 생각보다 많아져서 내일까지도 먹겠네요..
"응.. 그래. 현실이야." 그렇지? 라고 약간은 젖은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능력을 읊는 걸 보고는 좋은 기능들이 있네.. 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받은 사랑은 폭력적이고 강압적일 뿐이었는걸.." "서로가.. 서로에게 같이 나눌 수 있다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 나랑.. 별다를 것도 없네.. 괜찮아. 정말이야. 라고 속삭이고는 꼭 끌어안으려 합니다. 절절한 말. 절절한 표정. 없으면 견디지 못할 거란 그 느낌..
"서로의 색이 물든 반지도 좋은 것 같아." 그렇지..? 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서로가 끌어안는 그 체온의 교류는...
응당 받았어야 할 사랑을 받지 못 한 아이와 어긋난 사랑을 받은 아이. 정반대인 우리가 만나 이러한 맹세를 하고 서로를 갈구하는 건 사실 올바른 전개가 아닐지도 모른다. 결국은 파멸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누가 그랬던가. 인간의 오만함과 어리석음은 눈 앞에 보이는 길이 가시밭과 지옥불로 뒤덮여 있어도 걷게 만든다고. 그 끝에 남는 것이 최악 뿐이더라도 나아가는 것이 인간이라고.
나 역시 한 때는 그것을 어리석다 여겼으나 지금은 이해할 수 있다. 그를 위해서라면, 그와 함께인 앞날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험한 길을 걷겠노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나는 받은 것이 없어 나눠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노력할게. 응."
나를 감싸 끌어안는 팔에 몸을 맡기며 중얼거렸다. 위로하듯 달래듯 들려오는 말에 어리광을 피우듯 그의 목덜미에 뺨을 부비기도 하면서.
"서로의 색..."
우리는 아마 정 반대의 색이 맺히겠지만 말야. 적금과 청금이니까. 그 말을 하는 목소리가 조금은 웃는 듯 했다.
그렇게 안겨 있던지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보인 창 밖에 달이 밤하늘 한가운데 떠올라 있는 것을 보고 웅크렸던 몸을 조금 피고 들었다. 시간... 짧게 한숨을 쉬며 아쉽게 말했다.
반대지만, 반대여도 좋아. 그 말에 너무나도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어떤 결과를 내어도 채워지지 않던 마음 한구석이 스르륵 채워지는 것 같은 느낌. 비로소 고개를 들고 똑바로 세상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아. 너를 만나서 다행이야.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돌아가기 싫어하는 나를 싫어도 할 수 없다며 수업 때라던가 만날 수 있으니까, 라는 말들로 달래는 그를 보았다. 이런 저런 이유를 조목조목 드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달까. 어쩌면 주변에 변명을 많이 해야 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버린 걸지도 모르지. 지금은 그러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바래다 줄까, 라는 말에 선선히 웃어보였다.
"그럼 이런 밤길에 여자 혼자 보내려구 했어? 너-무한 애인님이네."
가다가 무슨 일이라도 나면 어떡하려구? 평소의 장난스러운 태도로 돌아와 그렇게 말하고 그의 무릎에서 내려온다. 그러곤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다시 잡으며 고갯짓했다.
"중간까지만 데려다 줘. 그리고 다음엔 네가 데리러 와."
오늘은 네가 아프니까 특별히 내가 여기까지 온 거라구. 생색내듯 말하고 키득키득 웃으며 그와 걸음을 맞추었다.
비류에 대해 설명하자면 되려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다. 다만, 그녀는 움직이는 것을 훈련장으로 한정했다. 실습이나 누군가가 먼저 제안한 대련을 거부하지는 않았으니.
그래서 그녀가 지금 어디있느냐고? 벤치 한가운데에 앉아서 얼음 알갱이들이 아작아작 씹히는 스무디를 빈자리에 두고 고개를 젖혀 일광욕을 하고 있다.
느긋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조금 따갑다싶을 정도의 햇빛에도 불구하고 마치 배부르게 먹이를 먹은 맹수가 햇빛 아래에서 한껏 뒹굴거리는 것처럼 한쪽 팔을 벤치 등받이 너머에 걸치고 다리를 꼰 비딱한 자세로 그녀는 슬금 눈을 끔뻑였다. 간밤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는지 그녀는 몹시 피곤한 낯짝이였다.
리코예고 뭐고간에 그냥 이름으로 부르면 덧나냐는거다! 딱히 별명이 싫진 않지만 아빠가 지어준 귀여운 이름이 요상하게 되는게 싫어서 그렇다. 별 의미는 없다. 그냥 그렇다고. 흥. 흐으응. 그나저나 14분이라면 적당히 한 곡 연습해도 충분한 시간이다. 숙소 방은 거울이 없는데. 창이 딥따 크니까 창에 비치는 걸 보도록 하자! 적당히 고민하다 틀고 싶은 곡을 틀곤 볼륨을 높여놓고 서서히 물러서며 리듬을 탔다. 평소에도 맨발이나 양말만 신은 채로 연습하는 일이 잦아서 잠시 슬리퍼는 벗어두었다. 턴을 돈 뒤 바로 다리를 찢으며 내려앉고 일어서는게 자연스럽다. 그야 한 두번 추는게 아니니까 이거. 노래가 끝날 때 쯤에 라야가 왔다. 잠시 추던 걸 멈추고 오늘의 하이라이트를 들고 달려가기로 하자. 그래 이거 앨범. 앨범 말하는거다. 이거땜에 디바이스로 연락했잖아 이거땜에!
"라아야! 징쨔 내가 어~~~~~~~얼마냐 기댜렸눈지 아라아! 1분 빨리 와쓰니까 바쥰다 징쨔아! "
볼을 부풀린게 영락없는 다람쥐다. 누가 양이라 하면 지금 이 얼굴을 찍어 반박하면 되겠다. 가끔 웃을 땐 토끼가 되기도 하는데 지금은 다람쥐다. 라야가 다람쥐이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 다람쥐는 너가 확실하다.
"흥. 그버댜 이거 바바 이거! 요거 마랬뎐 고야아. 얘 누군지 아라아? "
앨범의 그 사진(빨간머리 애)이 있는 부분을 펼쳐 보여주며 라야에게 물었다. 모르지? 모름 마라 대자보 붙일거야!!!!
//그래도 컴이 돌아와서 너무 기쁘구요 써놨던 답레를 이제야 올립니다 제 등짝 좀 때려주십쇼 ㅜㅜ
확실히 맹약의 갑주를 조율한 후에 내 스타일에 맞는 장비로 바꾸니 생각보다 여러가지로 편한점이 많았다. 우선 갑옷의 금속부를 다 걷어내고 사반신에 플레이트 한 겹에 두꺼운 제복형 망토 형태로 변해서 궅이 갑주를 수납할 이유가 없어진게 첫째, 투박한 6개의 키만한 패널이 내 팔길이만한 다이아몬드형 패널로 바뀐게 둘째, 마지막으로 온도조절 기능을 추가해 여름에도 겨울에도 이거 한벌이면 충분해진게 샛째라 할 수 있겠다. 아무튼, 아는 후배가 친선전을 해달라고 해서 갔다가 훈련장에서 나오는 길에 아메리카노를 하나 사와 어디 적당한 벤치가 없을까 찾아보니...
프론트였던 세르딘의 완전무장 갑주는 브릿지인 라야에게는 큰 불편함으로 다가오는 덕에 에르넨이 세부 요소를 다듬은 새로운 형태의 갑주. 완전갑주에서 제복 코트 상의와 흉부갑주로 간소화 되었으며 패널의 크기도 팔 길이 정도로 줄여 그 위에 라야의 능력을 덧씌워 방패처럼 사용할 수 있게끔 조절했다.
이 후배님을 처음 보게 된 것도 내 오지랖 레이더가 한 몫 거들게 된 탓인데, 딱 봐도 상처를 방치 해 놓고 안아픈척 하는걸 내 레이더가 절대 그냥 둘 리 없었고, 치료 풀코스(생채전기+포션+약품)를 한 뒤에 밥 먹여서 디바이스 번호까지 얻어서 왔던 후배님이다. 뭐, 따지고보면 그때와 지금의 나는 사람이 여유로워졌냐 아니냐의 큰 차이가 있어 조금 인상이 달라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나는 스무디로 축축해..져있다가 닦아서 말끔해진 자리에 털썩 앉았다.
"아, 더워."
아무리 이 제복에 온도조절 기능이 있어도 더운건 더운거다. 가볍게 손부채질로 더위를 식히려다가. 패널 3개를 사출해 덴치쪽으로 선풍기처럼 회전시킨다.
지리는 허구한날 보는게 전도이고, 심지어 집무실을 비롯한 기사단 사무실 곳곳에 붙어있느네 크고작은 지도와 그 위에 붙은 빼곡한 메모들이라 크게 헷갈릴 것은 없었다. 메모는 내 기사단장 사무실에 있는 정보들이 더 디테일한 편이니 수업은 한번 더 되새긴다는 느낌으로 듣는다.
손가락이 베여 잠시 놀란 사이, 내 책상에 크리드가 보낸 포션병이 톡 튀어나왔다. 손가락만한 그것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크리드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러곤 한모금에 마셔버렸다. 상처는 그렇게 나았고 수업은 계속 되었다.
"흠..."
가장...가장 기본적인 거라. 그러고보니 그림자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은 뭐지? 내가 가장 많이 쓰는 건? 잠시 생각해서 몇 가지 떠올린다. 그림자 속 보관 능력, 반자동, 반사적인 방어 능력, 가장 기초적인 수준의 공격 능력... 대상이 단검이라는 걸 생각했을 때 어울리는 걸 넣어보도록 하자. 나는 공격 쪽을 생각하며 가이드라인을 따라 능력을 새겨넣었다.
"이러면 되려나."
보통 때에는 그냥 단검이지만 뽑아서 휘두르면 그림자 날이 뻗어나오는, 그런 느낌으로 넣어봤는데 잘 된건지 모르겠다. 일단은 끝내놓고 크리드에게 가져간다.
순간 머릿속을 어떤 단어가 스쳐지나갔다. 원죄, 인간의 오만이 낳은 결과. 그리고 선한 이가 있다면 천벌을 내리지 않을 거라는 그건 신 앞에서 세상을 정당화시키기위해 평생 의롭게 살 '36명의 의인들'이었던가. 사실 잘 기억은 못 하겠다. 잘 기억은 안 난다. 그런 신화는 잘 기억하지 못해.
밝은 별 위주라면 뭐가 있을까? 다비흐? 알타이르? 사실 어떤 별의 이름이 거론될지는 잘 모르겠다.
책상에 머리 박고 조느라 뭘 들었는지 뭘 하는지도 잘 못 들었다! 라기보단 정신이 쉬는시간 전까지 로그아웃 되었다는게 보다 정확하겠다! 하하하하하하 하 씨 눈물나네..... 유급은 하면 안되는데에..... 확실한건 지금은 지리를 하고 있는거같다! 지리는 재밌어서 좋아한다! 물론 성적은 안나온다.......하......나중에 수업 끝나고 라야한테 잠깐 물어봐야겠다...... 라야 미아내 옆에서 계속 잠만 자써 나.......눈을 부비적거리며 바른 자세로 일어나 수업을 듣기 시작한다. 아 드럽게 졸리네 나 어제 뭐했지????? 아 연습했지???????
"므아아앙"
하품소리 안내려고 입을 틀어막고 하품한 뒤 펜 들고 노트에다 천천히 메모했다. 세 나라는 당연히 알구 암브리시오?? 아 일단 메모해두자. 나 나라 위치는 지잉쨔 젬병이다 잘 못 외운다.
이 세상의 지도란 ― 정확히 하자면, ‘국경선’이란 ― 그다지 의미가 없는 것이긴 하다. 지금 눈에 띄는 전쟁 자체는 없지만, 조금 강력한 아바돈이 등장하면 도시국가 하나둘은 쉽게 무너지니까. 그러니 아브니르의 지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그나마 정확한’ 지리 정보를 습득해 정리하는 것이 과업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무너지기 어려워 보이는 열강들은 명백히 존재한다. 은, 베리아트, 운투 말이다.
아브니르는, 해안선이 복잡하긴 하지만 해외에 하마르를 제외한 다른 대륙이 없다는 면에서는 초대륙형 세계나 다름없을 것이다. 게이트 덕에 해상 무역에 완전히 의존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피센 같은 경우가 있긴 하지만. 결국 대국들이 해안선에 그렇게 집착하는 건, 텐게르와도 관계가 있지만, 결국 하마르 대륙 이외의 목적은 없다는 말이 된다.
"오늘은 은과 운투, 베리아트보다는 도시국가 쪽으로 살펴볼 거랍니다." 눈(noon)의 나라 은 이전의 패권을 지닌 최대국가는 아침의 나라 마탠이었고, 그 즈음에 아바돈의 인식장해장치가 완전히 상용화되어, 도시국가의 봄이라는 시대가 열렸답니다. 전 대륙적으로 도시국가가 산발적으로 만들어졌고, 그 중에서는 강력한 국가도 더러 보였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완전히 남은 도시국가는 엄청나게 많다. 라는 건 아니었답니다. 라고 말을 이으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그것이 오늘 수업 중 지리와 관련되어 있답니다. 라고 말하며 전체에게 질문하였습니다. 그 답은 생각보단 간단하지요. 고립된 도시국가와 개방적인 도시국가. 같은.. 그런 종류...라던가? _____________
"개체에 따라서는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아." "다만... 아바돈의 종류와는 조금 관련이 있다고는 해." 그렇게 답합니다. 물론 상위 아바돈의 피로 포션을 만든다면 잘못하면 몸이 뻥 터져버릴지도 모르는 강력한 포션이 만들어질지도? 라고 답하고는 진의 냄비를 점검합니다.
"음음... 상급 정도의 포션이겠네. 괜찮은 결과야!" 사람이 좀 더 많았다면 아마 두 개를 한 번에 만들었을 텐데. 아무래도 다른 학생들과 비슷하게 나가려면 하나뿐이겠지.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럼 아바돈의 피를 섞어볼까?" 여기에 넣어서 냄비에 천천히 똑똑 떨어뜨리고, 떨어질 때마다 잘 저어줘야 하기에 상당히 고된 작업이야. 라고 말하면서 아바돈의 피를 장치에 넣으라고 합니다. _____________
"그럼 여러분이 알고 있는 밝은 별은 무엇이 있나요?" 시리우스, 안타레스, 알타이르, 카노푸스... 그 많은 밝은 별과 별자리는 상당히 관련이 있답니다. 신화와 다른 것도 많지만요. 라고 말하고는
"대부분의 별의 신들은 온화한 성정을 지니고 있지만, 그것에 상당히 예외가 되는 것은 별이 아닌 행성인 아르테미스와 마르스, 베누스 같은 이들이랍니다." "물론 그 중에서도 좀 온순한 신들은 있지요." 상당히 포악한 성정을 지니고 있는 것 중 유명한 신화로는 악타이온 전설이 있답니다. 아르테미스의 멱을 감는 샘에 온 악타이온을 변신시켜 자기 사냥개에게 죽임당하도록 하였죠. 라고 말합니다.
"그 외 아는 신화가 있으신가요?" 라고 느긋하게 말합니다. _____________
크리드가 세하의 것을 보고는 음... 이라고 생각하는 듯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기본만 새겨도 되는 거였는데.. 괜찮은 실력이네."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헤일리의 것도 살펴보면서 괜찮다. 라고 합니다.
여러 사람들을 검사하고 나서 대부분이 했을 무렵 크리드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기본 인챈트의 마지막은 보조 인챈트야." 아까 너희들이 한 건 주 인챈트고. 라고 하면서 보조 인챈트를 스크롤에 새기는 걸 해볼 거야. 라면서 스크롤을 배부합니다.
후배님의 말에 이어가듯, 조용히 대답을 한다. 물론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문을 닫으면 자연히 도태되기 마련이다. 우리도 끝까지 문을 닫는 선택을 했더라면, 포리아 시국은 커녕 포리아라는 국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도 남았을테지. 하지만, 그게 다일까? 만약 라마루스의 결정권자가 에르넨이 아니었더라면? 알로나의 모든 결정권자가 호전적이고 진보적이어서, 스카기아 이전에 먼저 선제타격을 강행했다면?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럼 오늘은 도시국가 특집이에여???? 초롱초롱 눈을 밝히면서 다시 메모를 시작했다. 아 아까 암브리시오 메모해두기 잘했다. 대차게 메모해두자. 마텐 일단 메모해두고. 도시국가가 딥따 많이 생겼다! 도 메모해두고. 엄청나게 많은 건 아니다도 메모해두고. 산발적으로 생겨서 그런건가??? 왜 엄청나게 안 많은 건지 모르겠다. 지리랑 관련 있다니 일단 고민을.......해보....자? 지리상으로 던전이 많이 생겨서 그런건가?????? 아바돈 때문에??????
“뭔지 알아?” 목소리를 낮추고 루가 물었다. “아바돈이 쳐들어와서 전부 망한 게 아닐까.” 나는 뺨이 짜부라진 채로 대답했다. “흐흥.” 루는 쾌활하게 미소지었다. “나는 전혀 하나도 요만큼도 모르겠지만, 두 가지 이유라고 생각해. 쇄국해서 혼자 망하거나, 개방해서 흡수당하거나. 아바돈이 쳐들어와서 망하고, 강대국에 흡수당해서 망하는 거지. 아바돈으로부터 안전을 얻으려면 대국에 주권을 위탁하는 수밖에 없었을 거야.” “그러니까…?” 나는 이어 물었다. “이를테면,” 루는 대답했다. “네 고향 피센은 무역 국가니까 경제력을 지녔을 거 아냐. 그래서 운투에 접했지만 베리아트의 엄호를 받았지. 게다가 삼두정이니까 정치 구조도 복잡하고. 그러니 운투 국이 합병하지 못한 거야.” “좀 쉬운 말로 해. 또, 우리 나라 이야기는 왜 그리 잘 아는 거야?” “의리랄까.” 루는 윙크하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마음을 터놓은 몇 안 되는 동문이 이런 녀석이라니. 저마다 대답을 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우리 둘은 책상에 머리를 박다시피 하고 조용히 밀담하고 있었다.
"......어, 그러니까. 밝은 별에 대한 신화는 아니지만...... 세드나에 대한 신화를 알아요."
어떤 전승에 나오는, 바다의 여신. 개와 결혼하게 되었던 세드나는 개와의 결혼을 견디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해 바다를 통하는 식으로 도망치려 하였으나 개의 술수로 세드나와 아버지를 태운 배는 침몰할 위기에 처한다. 그래서 아버지는 세드나를 바다로 떠밀고, 뱃전을 붙잡았던 세드나는 결국 공포에 질린 아버지에 의해 열 손가락이 전부 잘려나가며 바다로 가라앉는다. 세드나의 떨어진 손가락은 바다생물이, 세드나는 바다의 여신이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
세 열강이 묘한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은 하마르 대륙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바돈도 지성체고, 하마르에 산재해 있다는 그 아바돈 군락이 일종의 부족 사회나 국가 같은 거라면, 그들도 비슷한 사회 체계를 가지고 있을까. 아바돈 사이의 전쟁, 아바돈의 열강, 아바돈의 도시 국가…. 나는 조금 이상한 생각에 빠졌다.
크리드의 설명을 쭉 들은 후 스크롤을 펼쳤다. 일단 내 능력을 새겨넣는 작업인가. 무기에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하면 될까..라고 생각하며 스크롤에 손을 올렸다. 익숙한 방식이 좋겠지. 그림자로 펜의 형상을 만들어 스크롤에 무언가 쓰는 손짓을 해보인다. 실제로 뭔가 써지지는 않는다. 그러한 느낌으로 크리드의 가이드라인을 따라 능력을 새겨넣는 것을 하고 있었으니.
"...됐나?"
문득 끝났다는 느낌에 손을 멈추고 스크롤을 보았다. 딱히 변화는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거면 된 것인지 크리드를 향해 들어보인다.
"생각보다 괜찮네요." 그렇게 스크롤을 보면서.. 르투아르의 것이라던가. 라연의 것도 바라봅니다.
"여러분에게 미리 과제 하나를 내드리죠." 후후. 별로 어려운 건 아니지만요? 라고 농담하면서 과제를 내주려 합니다.
"여러분의 능력을 인챈트했을 때.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걸 두 가지 이상 서술해 오는 거랍니다." 그리고 마무리로는 가이드라인이 옅은 스크롤에 해보는 걸 해보도록 하죠. 하면서 나누어주려고 합니다. _____________ 증오스러운 것들. 잘근잘근. 그러나 지금은... 여러가지 지리에 대한 것들을 말하면서 필기가 잘 이루어졌습니다. 다만.. 약간은 홀로그램이 흔들거리는 감이 있네요. 이게 잘 안 되네.라고 중얼거린 뒤 그녀는 수업의 마무리를 위해서 과제를 내주려고 합니다.
"자신의 출신 국가의 지리에 대해 조사해서 2장 이내로 서술해 오세요." 그리고 수업을 마무리하고.. 그녀를 위하기 전에 질문을 받아 볼까요? 라고 생각하고는 질문이 있으신가요? 라고 묻습니다.
"특별히 별 관련 없는 것이나. 역사 쪽도 받아볼게요." 라고 덧붙입니다. _____________
"1차에서는 굳지 않게 하고.. 약간의 저주 제거 하고..." 2차와 3차가 진정한 거지. 라고 말한 뒤 고개를 끄덕입니다.
"빠르게 저으면 융화가 좀 덜 되는 부분이 있어서 고인 아바돈의 피가 균질한 품질을 만드는 데 방해가 되거든. 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저주의 제거라는 것에
"일종의 장치에 거르는 거지." 그 과정에서 수치가 상당히 손실되기는 하지만. 손실되는 게 더 나아. 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_____________
별자리를 그리고. 별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이어지고 나서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하고 샤릴이 시계를 보았습니다.
"오늘의 과제를 말해드리도록 할게요." "하나의 별을 정해서 신화를 조사하고 삼주신과의 연관성을 서숙해 오세요." 너무 길면 힘드니 한 장 정도로 줄여보세요. 라고 덧붙입니다.
과제라니. 이마를 감싸쥐었다. 은이나 베리아트 같은 나라 출신들은 자기 나라 지리를 2장으로 압축하는 것도 힘들겠지만, 피센은 풀뿌리 하나하나까지 전부 조사해도 1장이 나올까말까일 텐데. 물론, 자연 환경적인 경계를 토대로 피센, 마르바, 트렌키가 형성되었으니 지리적 특색은 제법 다양하긴 하지만, 나는 마르바 말고는 아는 것이 없었다.
“귀찮아아. 또 도서관에 가야 하나.” 나는 넋두리했다. “끙.” 루도 싫은 소리를 냈다.
“눈으로서, 그대들을 바라보면 간혹 불안해진답니다.” “눈으로써 그대들을 바라보면 간혹 불안해진답니다?” 나는 중얼거리듯 따라 말했다.
루는 어깨를 툭툭 치고 강의실을 나가 버렸다. 나는 여전히 펜을 손에 쥐고 서툴게 빙글빙글 돌리며 교과서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당분간은 도서관 신세를 질 것 같았다. 한참 있다가 나도 일어서서 기지개를 폈다. 텅 빈 강의실은 한산했다. 그럼, 이번 주에 고향에 한 번 갔다 와 봐야지.
>>923 와 공략집! (기쁨)(붕방) 하나만이라 으음.... 근데 아마 막무가내로 쓰진 않을 거에요. 라연의 경우에도 일시적 해제로 패널티를 없앨 수 있었으니까 썼던 거고. 이 스크롤이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이상 꼭 필요하지 않으면 안 쓸 거에요~ 뭔가 인챈트 때문에 곤란하다거나 하지 않는 이상!
928사이드-Reveal The Kynthia ◆SFYOFnBq1A
(7393963E+5)
2018-06-18 (모두 수고..) 00:59:02
마음을 닫고 배신에서 배신으로. 죄과를 쌓아가는 인간에게 정죄를. 배신을 참회하라 호소하는 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아니 인간은... 호소한다고 하여도 절대로 닿지 않는 것이기에 나는 그들을 한없이 깊게 지켜보기만 하였다. 그러면 그럴 수록 남겨둔 이들이 원망스러워진다. 그것이 벌이라 한들. 그들이 인지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벌로서의 효용이 존재할 것인가? 그들은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예언을 우롱하는 이들. 맹약을 쓰는 이들. 아니.. 모든 인간이.
차라리. 리그트 시스템=포텐타트 시스템으로 모든 걸 갈아끼우면 어떻게 될 것인가.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각하되었다. 포텐타트 시스템은. 그러니까 지배자 시스템은 결함이 너무 많았으니까요. 절대적인 군주 시스템. 그 군주의 관을 쓴 인간은 결국 부서지고 말지요. 그래. 그리고 뱀을 임금 삼은 개구리처럼 만든다면 꼴 좋을텐데. 그녀는 그녀 자신이 비틀리고 타락자인 것을 부인하였지마는. 그녀의 생각이 한 번 어긋난 뒤로는.. 모든 것이 비틀려 엤었답니다.
그래서... 그녀는 복수를 말하며 리그트에게 청원하였으나. 떨어져나왔다. 그 방법을 리그트는 방해하지도 돕지도 관여하지 아니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녀는 천공의 눈인 달이었으니까. 모든 부정한 일을 손에 쥐고 있었으니. 별의 예언이니 하는 것을 하는 이들의 행태나. 이어질 맹약이라 하는 우스운 맹약이나. 무역을 하는 도시국가의 시민의 심상이며.. 참으로 증오스러울 따름이로다. 지역들을 말하면서 너는 그 국가들을 철저히 부수어주고 싶을 따름이었겠지만. 인내하라. 그녀가 그들을 눈으로서 비라보았을 때 불안함을 느끼었다 말하였지만 그것은 어차피 칼라미티께서 깨어나신다면.. 다 소용없는 것. 배신을 하고 온갖 악행을 앞장서 저지른 까닭에 죄악이 너무 커 남은 세상 전부동안을 선행에 투자해도 전부 씻을 수 있을지 모를 지경으로 죄과를 쌓아대는 인간들의 악업.... 그래요. 멸망이 답이지요. 그 와중에도 선한 이가 있다고는 하나.. 그게 불안인가요? 그럴지도 모른답니다.
의식의 무대는 준비되고 있다. 피를 바칠 이도 있고, 깨워낸 다음의 시간벌이도 충분할 것이다. _____________
은영은 달이 떠 아무도 없는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하아. 숨을 내뱉을 때마다 달빛의 홀로그램이 마치 빛가루처럼 걸어간 자욱 위에 흩날리며 떨어져가고 있었다. 아니. 그것은 홀로그램이 아니었다. 그것은 달의 힘을 빈 변신이었다. 자색의 머리카락이 점차 검게 물들어 땅에 끌릴 정도로 길어지고, 분홍빛 눈이 달과 같이 광채를 머금게 되었다. 지운영의 옷을 빌려 입은 탓에 그녀의 신체 사이즈가 답답한 나머지 옷을 찢어버려 나신이 되었지만 부끄러움 하나 없이 반투명한 달빛의 천을 휘감고는 부드럽게 지운영의 사무실로 향하였답니다.
"숨은 그림자라니. 악취미도 악취미야." "어머나. 용케 죽이지 않았군요." "말돌리지 마. 죽일 리가 없잖아. 용케 들키지도 않았네.. 이름부터 달라서 바로 들킬 줄 알았는데." "그러게요. 포리아 공국과 맹약을 맺은 중급 아바돈의 아바타가 나타날 뻔했을 때 놀랐답니다. 아마 거기에서 나타났다면 그 아바타를 갈기갈기 찢어주는 겸 맹약과 관련된 피해를 낼 생각도 했는데 말이지요." "아바타 찢는 거 외엔 실제로 그렇겐 하지 않을 거면서....맹약? 중급 아바돈이 맹약이라.. 혐오감.. 상급에 가까운 놈들이었겠군." "유감스럽게도 시스템상 더 이상의 상급은 나타날 수 없으니... 안된 존재라고도 볼 수 있겠군요." 그녀의 사무실에는 로라시아가 진짜 지운영을 감금하고 있었습니다. 날 뭘로 보는 거야. 라로 로라시아가 말하고 있었습니다. 역사 및 지리학을 가르치는 교사인 지운영은 로라시아의 얼굴을 보고는 상당히 놀란 듯했습니다.
"연..연구 결과와 증언 등을 따랐을 때의 형태와 가장 비슷..설마 당신이..그런..." "유감스럽지만. 기억을 만들어주고, 남은 기억은 가져가 주도록 하마." "어머. 그저 당신이 초대한 이가 될 뿐이랍니다?" "비용은 충분히 충당 가능하니." 밝혀지면 상당히 곤란하단다? 그러니 순순히 받아들이거라 라고 로라시아는 웃었습니다. 내부에 숨어들어서.. 속박하고... 준비를 해야지... //자기 전에 사이드으.. 디들 잘자요.. 어라. 다들 자나.. 빨리 갱싱해서 올려버려야 하나..(갸웃)
인챈트 수업 이후, 부쩍 늘어난 능력의 사용은 만족스러운 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었다. 더 세밀한 조종과 더욱 줄어든 무게들. 역시 그 수업을 듣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반대급부의 이야기. 반대로 나의 일은 너무나도 많아져 하루하루 피곤에 쩔어 살고 있었다. 제국의 일과 나의 계획. 아카데미의 과제와 집안 관리. 주변의 시선들과 귀찮게 달라붙은 기회주의자들. 짜증이 밀려올만큼 피곤하다.
그래서 오늘만이라도 쉬기 위해 제국의 전통복이 아닌 일반인들이 입는 사복. 흔히 말하는 이 양복은 아카데미의 경호원같아 보여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눈을 검은 안경(주위가 검게 보이는 단점이 있지만)은 내 오드아이를 가리는데 탁월했다. 만족스럽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겠지.
오전엔 과제를 위해 도서관에 갔다가 오후 훈련을 위해 훈련장으로 가는 길이었다. 원래는 야외에서 할 생각이었으나 이런 날씨에 밖에 굴렀다간 백옥 같은 피부가 홀랑 타버리고 말 거란 생각에 실내체육관 쪽으로 가고 있었다.
짧은 반바지 아래로 드러난 흰 다리를 휘적휘적 걸어가는 발소리는 가볍고 경쾌하다. 반팔 후드집업의 후드를 가볍게 쓰고 어깨엔 물과 수건 따위가 든 크로스 백을 멘 채 가다가 조금 이상한 사람을 발견했다. 양복과 선글라스 차림의 남자였다.
"??"
경호원인가? 차림만 보면 그래보이지만 어딘가 좀 허술해보인다. 내 기억에 저렇게 눈에 띄는 머리색을 한 사람은 이 근처에서 본 적이 없는데... 학생이라면 모를까. 이질적인 감각에 나도 모르게 멈춰서서 그 사람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뭐지...뭘까. 그러다 직접 묻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 성큼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수업도 없고 한가한 오후. 날이 제법 덥지만 중요한 볼일이 있어 시가지로 나왔다. 그 중요한 볼일이란 바로 새 옷을 사는 것! 전부터 카탈로그로만 봐오던 신상이 모 샵에 들어왔다고 해서, 부리나케 사러 나온 것이었다. 이런 거 나랑 안 어울린다고? 그건 모르고 하는 소리다. 내가 얼마나 옷이며 악세사리 같은 걸 좋아하는데.
가벼운 차림-청바지에 흰 반팔셔츠-에 머리는 하나로 올려묶으니 걸을 때마다 묶은 머리가 살랑살랑 흔들린다. 물론 앞머리는 답답할 정도로 길게 내려 눈을 가려둔 상태였지. 그 상태로 용케 샵까지 가서 원하는 옷을 사고, 그 옷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나왔다. 한 팔에 쇼핑백을 걸고 어디 카페라도 가서 커피 한잔 할까 싶어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흠?"
가려는 카페 앞 의자에 누가 앉아있었다. 정장 차림에 선글라스까지 낀 다소 이질적인 모습. 그의 머리색이 더 눈에 띄었을지도 모르겠다. 저 정도 체격에 저런 머리색에 저런 묘한 분위기를 품은 사람은 내가 알기로 한명 뿐이었으니까. 잠시 그가 맞을지 고민하다가 한번 물어나 보자 해서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