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타치☆★☆★☆:>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각 스레마다 이를 위반하지 않는 수위 관련 규범을 정하고 명시할 것을 권장합니다.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타 스레와의 교류 및 타 스레 인원의 난입 허용 여부(이건 허용한다면 0레스에 어디까지 괜찮은지 명시해둡시다)와, 스레에 작성된 어그로성 및 저격성 레스의 삭제 여부, 분쟁 조절 스레의 이용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각 스레의 스레주에게 있습니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분쟁 조절 스레"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처음 오신분은 어려워말고 잡담 주제글에 도움을 청해주세요! 각양각색의 스레들을 가볍게 둘러보는 것도 적응에 효과적입니다.
누아르. 검은 채색의 세상.
그것은 리에츠의 시대에 성행하던 뒷골목의 배신과 마약과 괴물들이 드글거리던 세상을 기억하던 이들의 심상이었다.
로라시아라는 지역은 마피아와 삼합회와 야쿠자와 조폭을 다 섞어놓은 듯하며 구룡성채만큼이나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조성되어 있었으니.
모두는 그에 맞게 살아가고 있겠지.
이 로라시아 지역의 가장 큰 조직은 티엘린 조직이었다...
느와르 AU!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입니다! 그냥 원래로도 돌릴 순 있습니다!
주의! 데플은 없지만 부상 등으로 구를 수는 있습니다. 어두운 분위기도 존재하고요. 개인설정, 개인 이벤트, 환영합니다. 완전 초보라 미숙한 스레주입니다.. 잘 봐주세요..(덜덜덜) 모두들 서로를 배려하고 활발한 어장생활! 캡이 응원합니다! 인사도 바로바로 하고, 잡담에서 끼이지 못하는 분이 없도록 잘 살펴보자고요!
전투 시스템에서 다이스를 사용합니다!! 기본 다이스 .dice 0 10. = 4 0-크리티컬 1-5 빗나감 6-10 명중 인챈트나 다른 다이스가 필요하신 분은 위키에 기재해 둬야 하며, 자신이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앓이도 보내고, 개인 이벤트도 보내고.. 온갖 걸 보낼 수 있는 웹박수: https://goo.gl/forms/SKs7SBRwrQZfsmfr2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D%8B%B0%EC%97%98%EB%A6%B0%20%EC%82%AC%EB%A6%BD%20%EC%95%84%EC%B9%B4%EB%8D%B0%EB%AF%B8 시트스레: >1525406542> 이전스레: >1528118363> 임시스레 겸 선관스레: >1525430363>
“냐아아 냐아아아 냐오오오옹.” "AHHHHHHHHHHHHH-" "프랑스의 택시운전사는 아닝데! 유럽의 택시운전사는 아닝데! 지구의 택시운전사는 아닝데! 우주의 택시운전사는 아닝데에에에!!!" "네가 인정하지 않아도 나는 네 사랑의 라이벌이다." "애인이었어!" "샤랄라라랄라라- 사랑의 힘이여" "맞아. 다 우리가 아름다운 죄야."
언젠가부터 계속 거슬리는 문제가 있었다. 왜 누님은 이 도시를 떠나지 않는것인가? 아무리 자유분방(거의 광기에 가깝지만)하고 숨기 좋다지만 반대로 치안은 하루하루 목에 칼이 수십번 들어오고 능력이 있다면 이용당하거나 이용하거나. 또는 암살당하거나. 게다가 위조 신분은 능히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근데 왜?
"한 가지 사적인 질문입니다."
누님의 발을 잡아두는것이 뭐지? 정보상으로써의 일? 기반만 잡히면 일도 아니다. 그럼 범죄경력? 위조신분 수십개를 만들수 있다. 동료? 내가 아는한 직접적인 만남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로라시아라는 이름의 암굴. 그것은 이 세상에 실존하며, 향락과 쾌락의 극치를 빛내는 네온사인으로 가득찬 세상임과 동시에, 폭력과 비린내나는 붉은색의 색채로 가득찬 약과 배신과 화약의 냄새로 가득찬 세상이었다.
티엘린은 그곳에서도 중심의 뿌리를 가진 거대한 조직으로서, 그 명성과 악명을 모르는 이는 이 암굴에는 존재하지않는다. 아군이라면 적으로 두기 싫어지는 두려운 존재이며 적이 된다면 하루라도 살아있는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두려움에 살아갈수밖에 없는 그런 존재.
소녀 역시 티엘린이라는 이름은 익히알고 있으며, 그곳의 보스와도 친분은 있었다. 적인가 아군인가를 논한다면 소녀는 어느쪽도 아니였다. 빚을 만들어놓거나 손해보는걸로 빚을 깎아버리거나 이로운 일도 해로운 일도 상당히 영향을 끼쳤으며, 관계적으로 생각한다면 은협방의 산주와 티엘린의 보스인 아라는 혈연적으로는 먼친척관계였기에 교류역시 있었다.
물론 소녀는 은협방과는 이미 절연한지 오래지만. 절연과는 별개로 은협방의 일이나 티엘린의 일을 마다 하지는 않는다.
그러한 연유에서 오늘의 파티도 마찬가지였다. 소녀는 한손에 축축해 젖어가는 선물상자를 들고는 사교파티를 가장한 이 음지의 모임속 정원에 이르고 그것을 받아야할 사람에게 건내주고는 말했다.
여러 마피아, 삼합회, 야쿠자같은 폭력 조직이 뒤엉킨 파티는 이 안에서 살인이 일어나면 그녀가 직접 나서서 죽여버리겠다. 라는 선언으로 인해 아슬아슬한 균형점을 잡고 있었다. 어차피 그 살인의 범위는 나가는 순간 없어지기에 나갈 거면 완전히 나가던가. 기회를 노리며 안에 죽치고 있던가겠지.
아라는 무얼 위해 그렇게 공식적으로 파티를 연 건지. 모를 일이다.... 어차피 이 향락적인 도시에서 파티는 그리 희귀한 일은 아닐 터인데. 파티는 길게 이어질 것이다. 그녀는 이미 닳아 없어진 것을 느긋하게 바라보고는 체르니가 건넨 젖은 선물을 바라보았습니다. 의뢰를 주고 의뢰를 수행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지금은 딱히 적이 아닌. 으로 정립하고는 주는 선물을 살짝 풀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가 항상 하고 다니는 귀걸이와 함께로군요." 좋아요. 체르니 양. 항상 나다닐 수 없으니 이리 의뢰를 하는 것이지만 말이지요. 리고 느긋하게 말하며 담배를 안한다면 신데렐라라는 칵테일이라도 한 잔 하지 아니하겠나요? 라고 가볍게 권유해봅니다. 아라 역시도 그다지 진지해 보이지는 않았답니다. 아라가 진지해진다면야. 끝이지 아니할까요?
의뢰 타겟은 귀를 자르고 콘크리트에 쳐넣어 바다로 던져라. 라는 걸로 마무리를 지었지만 은협방 산주 영향을 안받았달까봐 하는 짓이 똑같다 라고는 절대로 말하지않는다. 그런 허언을 입밖으로 내놓으면 아무리 소녀라도 멀쩡한 꼴로는 못돌아간다. 괜히 뿌리뿌리 거리는게 아니라 지배권을 나누자면 영향력이라는게 급이 다르니까. 그건 은협방의 의뢰를 거절을 쉽사리 못하는 것과도 일치한다.
마찬가지로 티엘린의 의뢰역시 거절을 한다는건 한동안 일을 끊어먹어야할 각오를 가지거나 빚하나 지우는걸 염두해둬야하고.
"일 중에는 음주를 제한하기에 사양하죠. 쉬는날이었다면 거하게 스크류드라이버라도 홀짝거렸겠지만. 술들어가면 아무리 저라도 3할정도는 빗나갑니다. 킬러의 소양으로선 실격이죠."
이 앞으로도 일이 있었고, 이번에는 은협방의 네일아트를 가장한 유서깊은 보구인 백학도(白鶴刀)를 써야만했기에 미리 손톱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힘좀깨나 쓴다고 허언을 일삼기는 했지만 나름 믿는 구석은 있었으니까 말이지." 정보를 제외하고는 확실한 쪽으로 일을 넣었을 따름이란다. 아마도 조직원이 가서 장부나 정보를 모두 쓸어담고 있을 것이지.. 무어, 더 말해 무엇할까. 어쩌면 내가 보스가 된 것이 안타까운 일이로구나. 라고 입술을 톡톡 건드리며 하는 말은 절대 허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녀가 보스가 아니었다면 그정도의 전력이 도시에 풀려나는 사태인걸요.
"신데렐라는 논알콜이니 괜찮지 않으려나." 라곤 해도 안 마신다는 이를 붙잡을 정도로 간악무도하진 않단다.. 라고 덧붙이다가. 어머. 엄청 이상한 말을해버렸네. 라고 웃습니다.
"이 도시에서 나만큼 간악무도한 이가 있을 리가."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헛된 소리를 하는구나. 라고 느긋하게 말하고는 손톱을 정리하는 그녀를 흘깃 바라보다가-그녀는 백학도에 대해서 모르진 않겠지요.- 핑거푸드를 하나 집어먹습니다.
"티엘린은 더 커지진 않아도 되지." 그저 약점을 없앨 뿐. 이라고 생각하고는 섭취한 적이 있던가요? 라는 말에 어머. 섭섭하구나. 생각보다 아는 이에게는 자비롭단다? 라고 말하지만 그녀도 알고는 있습니다. 믿는다라는 건 이런 곳에선 의미가 떨어지는 것인즉.
"이 자리에서 누군가 죽는다면 그 원인이 되는 놈을 내가 직접 족쳐버리기로 했으니." 아마 여기 내에서는 살인이 나진 않겠지. 그래사 저 안쪽에는 은협방도 있고, 베리아트 구역도 있고 운투 구역도 뒤섞인 혼돈일지니..라고 농담처럼 말합니다. 그러니 안심은 해도 좋아도, 긴장을 놓지는 않는 자센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라고 웃습니다. 그리고 언니라던가 사무적이라던가의 말로는 고개를 기울이며 턱에 손가락을 대고 갸웃하고는
"어머. 그럼 나는 체르니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걸까나.. 어린 시절의 울먹거리던 사진이나 동영상 같은 걸 팔락팔락 흔들어야 하는 걸까나.." 일단 아예 인간을 벗어난 건 아니기에 그런 말도 할 수 있는 것이지 아니하겠나요? 농담으로 말한 건지 진짜 그런 게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는 없겠지만..
"그게 거짓이 아니길 빌겠습니다. 전 이 혼돈이 좋거든요. 이 죽다만 망령들이 놀아나는 광란의 댄스파티장을."
소녀는 이 혼돈이 언제까지나 영원하기를 그리고 그속에서 썩어문드러져 죽기를 간절이 원하였기에 그말에 한정해서는 진심을 다해 이야기했다.
"무서워라. 근데 그거 자신한테는 적용안되는 킬링룰이잖아요? 파티 안주삼아 멍청한놈 귀때기 가져오라는 시점에서 이미 룰위반하고 있는거아니에요? 아하하하."
슬쩍 떠보려는 심정에서 그리 이야기하고는 사적인 이야기로 이야기해주면 좋겠냐는 소녀의 질문에 옛날이야기를 들고오자니 소녀는 옛날의 친척을 만난것처럼 볼을 부풀리고는 아이처럼 이야기했다.
"에이! 참 놀리는것도 여전하네. 그래서 잔학무도에 대해서 논하자면야. 공적으로는 그냥 아무말도 안할거야. 긍정하는것도 부정하는것도 아닌 웃음으로 넘길테지. 그렇지만 사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언니만큼 이 마굴에서 제일 미치광이같은 혼돈의 춤을 추는 반쯤은 망령들의 왕이잖아? 난 그런점은 좋아해. 이 혼돈이 어디까지고 현상유지를 한다면야 더할나위없이 나에게 있어선 이곳이 가운데 손가락 치껴들고 찬양할 낙원이지.
암흑가의 균형을 유지한다면야 나는 언니에게 협조적일거야.
단지 요즘은 균형을 깨뜨리려는 썩어빠질 Bitch가 페로몬을 풍기고다녀서 역겨워서 구역질나는게 문제지. 언니도 잘알거야. 주변에 가까운 인물이니까."
"죽다만 망령들이 노는 광란의 파티장.. 어울리는 말이야." 구더기가 기어다니고, 피에 취한 이들이 피에 약을 섞어마시는 것도 관람하기에 좋아. 라고 느긋이 중얼거리다가 자신에게는 적용 안 되는 킬링룰이란 것에 눈을 깜박입니다.
"어머. 적어도 이 안에서 죽인 건 아니지 않니?" "나름 조카의 정신건강을 위해 선언하기 전 배신자를 담뱃대로 때려죽인 거 외엔 피를 안 묻혔단다?" 그렇지만 이 저택의 담벼락을 넘어가는 순간 누가 누굴 죽여도 상관 없으니. 라고 느긋하게 말합니다. 내가 선언한 건 이 파티가 열리는 저택 안에서는 이었는걸? 이라고 선언의 장확한 말을 덧붙여줍니다. 그리고는 유현의 말을 듣고는
"이 마굴의 혼돈을 탄생시킨 건 내가 아니지만 집어삼키고 길러낸 건 나라 해도 무방하지." 망령의 왕이라니. 너무 띄워주면 부끄러워진단다? 라고 노래하듯 말하다가 그게 누구일까나. 하고 모르는 척 합니다. 정말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나긋나긋한 목소리는 시치미를 떼는 거란 걸 잘 알고 있음에도 정말 모르는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이었죠.
"균형을 깨뜨리면 모두가 무너질 따름이지." 글쎄. 어쩌면 오랜만에 내가 얕은 잠에 들어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라고 중얼거립니다.
느긋하게 캔맥주를 다 마셔버리고 빈 캔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카랑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닿은 캔을 까딱까딱 기울이다가 세하를 보며 히죽 웃었다.
"나도 진심이야. 진심으로 네가 나와 척을 진다면 그에 상응하는 반응을 돌려줄 테니까, 기대해도 좋을지도?"
궁금하면 이 자리에서 선언해봐. 나를 적으로 돌리겠다고. 그렇게 말하며 혀로 입술을 훑으니 그 역시 희미한 조명빛을 받아 반짝인다.
"네가 원하지 않아도 난 길게 오래 살거야. 우리 달링 데리고 할 것도 산더미처럼 많은 걸? 그거 전부 하고 충분히 쉴 때까진 못 죽어. 절대 안 죽어."
암. 못 죽지. 못 죽어.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일어났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덮고 있던 담요가 떨어지고 흰 다리가 훤히 드러났다. 그대로 걸어가 새 캔을 꺼내들고 세하가 앉은 소파 등받이에 스윽 기대어 캔을 땄다. 찰칵, 치익- 경쾌한 소리가 세하의 귀 바로 옆에서 울렸으리라.
"어지간해선 여길 나가지 않는 나와 무슨 얘길 하자고 그러니. 아니면 뭐 하고싶은 얘기라도 있어?"
이 자식이 감히 누굴 술안주거리로 삼으려고 하는 건가. 됐다며 흥, 콧김을 내곤 고개를 휙 돌렸다. 나와 달링의 아름다운 추억을 이깟 술안주로 내놓을까보냐. 어림도 없는 소리.
"나이=모솔 경력인 네가 감히 이 누님의 연애사를 맛보려고 해?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꼬맹이."
손을 뻗어 세하의 볼을 아프게 꼬집었다 놓는다. 사담이니까 이 정도지 사업 얘기 중이었으면 바가지 씌울 거였다며 가차없이 말했다.
"가서 총각 딱지나 떼고 와라, 체리보이."
낄낄. 때마침 세하가 들고 있던 말린 과일에서 줄기가 달린 체리를 꺼내었다. 그대로 입에 쏙 넣고, 과육은 씹어먹고 씨는 손바닥에 툭 뱉었다. 그리고 줄기는 혀로 오물오물 하다가 뱉었는데, 매듭이 두개나 메인 상태로 나왔다. 손도 안 쓰고 잠깐 우물거린 것 정도였는데. 그것들을 근처 쓰레기통에 털어 버리곤 세하가 집은 잡지를 보았다.
"아- 그거. 볼 건 다 봐서 필요 없는데. 너 가져갈래?"
반찬으로 쓸 거리도 없어서 말이지. 깨끗하니까 걱정말고. 능청스레 말하더니 나더러 변태라는 세하에게 스윽 몸을 가까이하며 중얼거렸다.
"그 변태 앞에서 무방비한 사람이 누군데, 어? 아까도 진심이었는데 봐준거야~"
봐주지 않았다면 찍어누르기로 끝나지 않았을 거라면서 음습하게 웃었다. 그러곤 다시 뒤로 휙 물러나 맥주를 마시며 반대편 소파에 앉았다. 그 매끈하고 흰 다리를 요염하게 꼬면서.
치사하게 꼬집기라니! 게다가 애도 아니고 어머니에게도... 당했구나. 당했었지. 가벼운 한숨을 쉬며 빨개진 볼을 슥슥 문질거리다가 가져가라는 말을 듣는다. 이걸? 이 적나라한걸 가져가라고? 형님이 경멸스런 시선으로 쳐다볼 것이 뻔하다.
"누님? 아무리 누님이 상식적이지 않으시다지만 이걸 가져가라는건 무슨...."
가까히 다가오는 누님을 약간 싫다는 표정으로 보며 몸을 뒤로 뺐다. 변태다. 이 누님은 진짜로 변태야. 어떻게 외간 남자가(물론 이 도시엔 정조 개념이 없다지만) 이리 버젓히 있는데 저런 옷차림이라니.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형제들이여. 나는 아직 수련이 부족한 듯 하오.
"제발 진심으로 그러지 말아주십쇼. 친한 사람끼리 그러는거 아니랍디다."
한 모금 남은 맥주를 쭈욱 들이킨다. 시원한 목넘김과 짜릿한 탄산이 목을 간질인다. 자연스럽게 캬ㅡ 라는 소리와 함께 입을 닦는다. 그리고 입에 육포를 넣어 우물거린다. 뭔가 부족해서 아쉬워진다.
고작 잡지 하나에 그래서야 되겠냐며 코웃음을 치고 어깨를 으쓱였다. 은 세하. 이 꼬맹이는 누구보다 격정적인 성정을 품고 있으면서 아닌 척 하는 좀 얄미운 녀석이었다. 너는 아닌 척, 너는 다른 척 해도 결국 이 도시에 있다는 건 똑같...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비슷하던 걸 증명하고 있는 셈인데 말이다.
제발 진심으로 그러지 말아달라고, 친한 사람들끼리 그러는 거 아니라는 말에 싸늘하게도 흘겨보았다.
"누가 누구랑 친해, 너랑 내가? 너 뭐 착각하고 있는 거 아냐? 난 네 재력을 보고 고객으로 받아준 거지 절대 사적인 관계가 아니야. 돈 잘 쓰는 VIP 정도로는 생각해도 네가 당장 여길 나가 총 맞고 배 찔려 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않을 거라고."
착각은 자유라지만 적당히 하려므낭. 놀리듯 빈정거리고 빈 캔을 휙 던진다. 완벽한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간 캔이 쓰레기통으로 쏙 들어가고, 나는 다시 소파에 드러누웠다.
"난 별로 식욕 없어. 그리고 여긴 부엌도 없고." "너한테 달라붙는 여자들, 걔네도 다~ 돈 보고 달려드는 빗-치들이란다 아가야~"
세상에는 정체를 감추고 사는 사람이 많다. 이 로라시아만 해도 수많은 마피아들이 제 이름을 감추고 사는 경우가 많다. 너의 경우에는 특이한 게 제 모습까지 감추고 살았다. 어느 쪽이 진짜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네 변장은 감쪽같았다. 굳이 어느 쪽이 진짜냐 찝어 말하자면 스프레이도 화장도 안한 맨얼굴이 되겠지. 오늘은 아니다. 오늘은 베리타verita로써 있는 날이다.
'나이프, 나이프, 나이프...... 다 칼종류였었지? 총은 무조건 소음기 달린 종류로. 라이플은 많이 가져갈 필요 없어. 응. '
거래를 할 땐 항상 아버지 아님 내가 나갔다. [남에게 맡기기 싫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못나갈 땐 거래는 내 몫이었다. 하필 금요일이어서 내가 나왔다. 금요일만 아니었어도 단체 연습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대체 누가 일정을 잡았는지 모르겠는데 돌아가면 꼭 그놈 정강이를 차 주고 말 것이다. 아버지 미워! 라 해봤자 이미 늦다. 오늘의 거래할 상대님께서 이미 나와계시다.
"안녕하세요~~~~~~~~~~~~~"
너무 늦었나? 좀 늦었죠? 생글생글 웃으며 가방을 들어보였다. 돈 가져왔습니다! 자! 이제 부탁드린 물건을!
여복이 터져도 정도가 있지. 이번에도 레이디라고? 게다가 연상? 이 빌어먹을 도시의 여자들은 날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란 말인가. 히트맨 누님에 정보상 누님에 이젠 하다하다 생기발랄한 누님? 거 참 고맙습니다 신이시여. 내 가족 모두를 대려간 상으로 모태솔로인 나에게 이런 여복을 주시다니! 가운데 손가락이나 드십쇼.
"네네. 안녕하십니까 누님. 성급하게 굴지 마시고."
지난번과는 다른 느낌의 거래상대. 조금 성질급하고 활기찬, 그 누님과는 정반대의 인상. 극과극이라고 하면 얼추 느낌이 비슷할 거 같은데.
"일단 물건 확인부터 하시고, 그 다음 거래. 만약 내가 사기라도 치면 누님이 곤란해지지 않겠어요?"
하필이면 금요일에 일정이 잡혀서 온 거지만 말이다. 지금쯤 다른 애들은 열심히 연습하고 있을 것이다. 차석이 왜 밥먹듯이 빠지냐고 선생님께서 또 화내시겠지. 뭐어 상관없다. 난 최대한 안 빠지고 있는 거니까. 베시시 웃으며 상대가 내놓는 물건들을 흝어보았다. 훌륭하다. 이 정도면 됐다.
돈이 든 가방을 슥 들이밀다 어디서 본 적 있냐는 말에 고갤 갸웃였다. 세상에 얘가 지금 뭔 말을 하는 거람?? 웃음이 나왔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다시 말해볼래? 계승이 뭐어??
"크으렇게 아는 척이 하고 싶어?? 미아~~~~안! 근데 정말 나 너 못봤어요! 어디서 봤는지 모르겠는데 이 누님은 오늘 너 처음 보거든! 아마 착각한게 아닐까 싶은데에! "
뭐가 즐거운지 베리타는 생글생글 웃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눈 깜짝할 사이에 익숙하기 이를데 없는 뭔가가 시야 가까이 올라왔다. 아마 이 바닥에서 이걸 안 써본 사람은 없을거다.
"똘똘아. "
철컥.
"거래하기 싫죠? "
안전장치는 풀어놓지 않았지만 언제든지 풀 준비가 되 있다. 아빠의 주거래처를 박살내는 건 싫지만 저 입이 조잘대는걸 계속 듣긴 싫다. 괜히 내가 스프레이 뿌리고 다니는거 아니거든 응. 갈색머리 아저씨라고 했음 진짜 안전장치 풀 뻔했다. 진심이다. 보안은 지키라고 있는 거니까.
"너무 나대면 재미없는데 그치이. 우리 오래 보자 응? "
권총을 겨눈 채로 웃는 게 달콤하기 그지 없다. 너무나 위화감이 드는 얼굴이다. 어디까지가 상냥이고 살의인지 모를 정도로.
"거 누님 성질머리 하고는. 머리에 총구를 들이민다는건 말이죠. 반드시 널 죽여버리겠다. 라는 거니까, 자중해 주세요."
은 패밀리의 이름을 숨기고 가명으로 활동하면 종종 생기는 일이다. 태도가 마음에 안들어서니, 물량이 많이 않다느니, 심지어는 만만해보여서 총구를 준비해두는 경우도 왕왕있다. 이름을 바꿔볼까. '아현'이라는 이름은 너무 만만해보이나? 게다가 요즘들어 자꾸 숙이고 들어갔더니 이놈이고 저놈이고
그냥 싹 다 죽여버릴까.
아니지. 이성적으로 생각해라 은 세하. 지금까지 이름을 감추고 성을 감추고 허허실실 망나니 노릇을 한 이유가 한 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예컨대, 지금의 진짜 나를 아는 것은 정보상 누님과 체르니누님. 이 둘 뿐이다. 아. 그 암사자, 아라 누님도 포함시켜야 하나.
"내가 누님 조직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지금까지 쭈욱 아저씨가 왔는데 누님같은 분이 오셔봐. 누구라도 사칭이거나 계승자라고 생각할껄요? 이성적으로 판단하시라는거죠."
나태하고 나른한 오후, 아니 저녁? 어쩌면 아침일지도. 온 종일 실내에만 있으면 시간감각이 무뎌진다.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해 컴 디스플레이에 시간과 날짜를 없애버린 것이 한몫 할지도 모르지만. 시간 따위는 필요 없다는 비뚤어진 자아의 표현일수도 있고.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킬킬거린다. 헤드기어 속 황금빛 눈이 가늘어지며 웃는다.
당일도 고객이 여럿 다녀갔다. 이 로라시아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려고 그러는지, 뒤숭숭한 정보들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서 나름 바빴달까. 그래도 그 중에 '아는 얼굴'은 없었다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 없음이 있음으로 바뀌는 건 한 순간이었지만서도.
"...응?"
이전 고객에게 정보를 주고 값을 받은 뒤 보낸지 몇 시간 지난 거 같지도 않은데 또 누군가가 정보상 쪽으로 오고 있었다. 귀를 쫑긋거리며 오는 이가 누구인지 파악한 나는 요즘 반가운 얼굴이 자주 보인다고 중얼거렸다. 저쪽도 내가 반가울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손님맞이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다. 헤드기어를 벗고, 역시나 헐벗고 있던 몸에 헐렁한 셔츠와 짧은 핫팬츠를 꿰어 입었다. 근래 들어 그나마 멀쩡한 차림이었달까. 부스스한 머리는 그대로 둔 채로 고객을 맞이하는 방으로 넘어갔다. 아직 상대가 오기도 전이었다.
"역시 무슨 일이 있어날지도~"
접대용 테이블에 걸터앉아 입구 쪽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 중얼거림이 끝남과 동시에 열리는 문. 열린 문 너머에서 들어오는 사람을 보며 기다렸다는 듯 싱긋.
생각하자. 범죄를 저지르려 할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그가 필요한 사람은 기껏해봐야 두세명 정도였다. 그 곳에 무사히 잠입하기 위해선 소수지만 특별히 유능한 인물들이 있어야 했다. 아쉽게도 성당 내에서는 인원 수를 채우지 못했기에, 이곳까지 찾아오게 된 것이지.
그는 왕 게임을 할때와 똑같은 복장으로 문 앞에 서있었다. 유명한 정보상이지만, 그녀를 보는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찌어찌 면식 정도는 틀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얼굴도 못 보고 돌아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운이 좋은걸. 그렇게 생각했다.
" 실례합니다. "
문을 열고 밝은 목소리를 내어 그리 말했다. 그리고 자신을 보고 손을 흔드는 헤일리에게 꾸벅 인사하며 안으로 들어간다. 그는 그녀가 앉은 자리의 맞은 편에 있는 의자까지 걸어가 걸터앉았다. 그 다음 테이블에 한손을 올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 확실히 오랜만이네요? 뭐, 그동안은 정보를 얻을만한 일이 없긴 했지만요. "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살짝 두드린다. 새로 생긴 버릇이라고나 할까.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문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묘하게 밝은 목소리였다. 그리고 묘하게 불쾌한 목소리였다. 몇 번 들은 적 없는 목소리지만, 매우 불쾌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말했다.
"이야, 그 기분 나쁜 목소리는 여전하네. 얼굴도 멀쩡해 뵈는게 아쉬워~ 어딘가 흠집 한두개 쯤은 나주지 않을까 했는데 말야."
너-무 스페셜리스트 하단 말이지. 그래서 더 기분 나빠! 가차 없이 면전에 대고 말하곤 깔깔 웃었다. 오히려 그 웃음소리가 기분 나쁠 정도로 경쾌하게.
말하지 않고 권하지 않았는데도 자리에 앉아 테이블에 손을 얹는 그를 보며 킥, 잔웃음을 흘렸다. 마치 자주 와 본 사람처럼 익숙하게 행동하는게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그가 이대로 일어나 내 목을 긋는다고 해도 이상을 알아차리지 못 할 것 같았다. 무서울 정도로 장소와 상황에 스며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람이라 느껴졌다.
"그렇지~ 당신네들은 그다지 정보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으니까. 뭐, 그게 좋은거야. 뭐든 의지해버리면 스스로 서는 법마저 잊어버리고 말거든."
여긴 순수하게 멍청한 인간들이 많아서 먹고 살기 좋아~ 그렇게 말하곤 한 손을 들어 그의 턱을 슬쩍 들어올린다. 그대로 시선을 마주하며 말했다.
"원하는 건 이미 준비되어 있어. 당신은 그저 고르기만 하면 돼. 그 전에, 값을 치를 준비는 되셨을라나?"
예술 쪽에 종사한다면 누구나 가지는 문제점이다. 무슨 짓을해도 가면처럼 보여버려서, 항상 속에 숨기는게 있을거라는 탐탁찮은 의심을 받기도 한다. 그의 경우에는 진짜 숨기고 있는게 맞다곤 하나, 그렇다고 모조리 꼭꼭 감추고 있으리라는 법은 없다. 뭐, 그래서 평소 쓰던 말투를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만들어주었다. 확실히 그렇게 하면 의심받을 일이 줄어들기도 했고.. 물론 이곳에서는 더러운 위선으로 보이겠지만.
" 필요할때만 찾아오는 편이 좋으니까요. 아가씨께서 말하신대로. "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헤일리의 말을 그대로 되돌려준다. 문맥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적당히 살펴본다면 뜻은 동일하다는 것을 알수 있을 것이다.
"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그럼. "
그가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내자, 문을 열고 중년의 남성이 들어온다. 큰 보폭으로 테이블까지 다가온 남성은 그 위에 커다란 가방을 올려놓고 그의 옆에 담담히 섰다.
그는 헤일리의 답을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며 남성에게 가볍게 손짓했다. 남성은 들어올때와 같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갔다.
" 죄송합니다. "
돈을 두배로 받아야 겠다는 말에도 선선히 응했다. 먼저 알지 못했던 이쪽 잘못이지. 애초에 비밀 거래에 다른 사람을 들이는 것도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기도 하고. 그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완전히 기가 죽은 것처럼 행동한다. 물론 방금 전 들어왔던 남성이 뭔가를 발설할 확률은 0%. 예외는 없었다.
" 이대로 돌아갈수야 없지요. 본론부터 말하자면.. "
말을 끊고는 여러번 눈을 감았다 떴다. 아무래도 잠깐 고민하는 눈치였다.
" ..잠입에 능한 사람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
그는 방금 전과는 달리 진지한 말투였다. 그야 가벼운 말투로 상대해도 좋을 일은 별로 없을테니까. 물론 기분이 미묘하게 변한 것도 한몫했다. 이런 일도 비즈니스의 일환인데, 아깝게도 아까 전 큰 실수를 저질러준 덕분에 알아갈수 있는 것도 걷어차버리게 생겼다는 것이다.
사죄를 해도, 고개를 숙이며 기가 죽은 듯한 모습을 보여도 내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한없이 무르나 원리원칙에는 고지식할 정도로 스토익한게 바로 나였다. 그걸 몰랐던 알고 그랬건 나를 건드렸단 사실은 변치 않으니 태도를 바꿀 의향은 없었다.
불청객이 나간 후 어떻게 하겠느냔 물음에 그는 요구를 말해왔다. 그 역시 좀전과 달리 진지한 말투였다. 분위기의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겠지. 거기서 처음과 같이 가볍게 얘기했으면 거래고 뭐고 쫒아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앞으로 두번 다시 거래를 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극단적이지만, 그만큼 거래의 비밀성과 '나'의 유출을 중요시 여긴다는 의미기도 했다.
"잠입이라. 쯧."
단호하게 혀를 차곤 리스트를 손 끝으로 한번 훑는다. 들여다 볼 필요도 없다. 그저 한번 휘리릭 넘겨보고, 열 명의 것을 골라 테이블에 착 내려놀았다.
"현재 가장 빨리, 가장 확실하게 쓸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들이야. 이 중에서 추천을 하자면 이 사람하고 이 사람, 그리고 이 사람. 몇 명이 필요한진 모르겠지만 이 셋은 필수로 넣는 것을 추천하지."
그 여자는 어느 날 느닷없이 나타나 당연한 듯 거기 있었노라고 아마도 그녀를 제일 처음 본 사람이 말했다.
새파란 머리칼을 흩날리며 금빛 눈으로 세상 전부를 먹잇감으로 보는 매와 같은 모습이었다고.
"냐하하, 과장이 심해!"
그 얘기를 들은 당사자는 그렇게 말했다지만, 글쎄. 진실은 알 수 없는 법이다.
그것을 감추고 왜곡하는 사람이 있는 한.
✿
정보상 헤임. 베리아트 출신이며 여성이고 헤임이라는 닉네임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는 초 비밀주의의 정보상. 어떤 정보라도 알고 있고 심지어 누가 언제 찾아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안다고 할 정도로 모든 것을 아는 비상식 중의 비상식적인 존재.
그 모든 수식어가 나 하나를 가리키는 말이라면 믿겠는가. 응. 딱히 믿지 않아도 된다. 네가 믿지 않아도 이야기에 영향은 없으니까.
"막 이러고~ 냐하."
그러니까 그냥 들으면 된다. 어차피 아무런 영향도 발생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음,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까? 내가 헤임이 된 시점부터? 아니면 어느 가련한 소녀의 출생부터?" "애매한 건 별로니까 처음부터 하자. 어차피 시간은 차고 넘치잖아? 그냥 듣기만 하면 되는 주제에 반항할 셈은 아니지?" "응, 응! 좋네. 그럼 시작한다~ 글자 하나도 빼먹지 말고 들어~"
듣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겠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며 부스스한 머리칼을 한번 흩뜨렸다.
"옛날 옛날 한 몇 년 쯤 전에~ 어떤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여자아이는 태어나 모친의 젖 한번 빨아본 적 없고, 부친의 품에 안겨본 적도 없는 어딘가 불쌍한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기다리고 기다리면 언젠가 부모가 자신을 돌아봐줄거라고 생각해 열심히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정말 정말 열심히 노력했지만-"
"돌아온 것은 가혹한 진실과 차갑고 싸늘한 냉대였습니다."
놀랍게도 아이는 부모의 친자식이 아니었던 겁니다!
말을 이어가도 돌아오는 반응은 없다. 관중의 경청 상태가 나쁜 것일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얘기를 이어갈 뿐이었다.
"진실을 알아버린 아이는 좌절했고, 부모는 그런 아이를 버렸습니다. 아주 아주 아주 매정하고 잔혹하고 비정하고 무정하게 '잘라' 버렸습니다. 어딘가의 강에, 어딘가의 산에 '던져' 버렸습니다. 아이 혼자서는 살아남지 못 할 곳에 버렸습니다. 아이를 버린 것으로 그들은 마음에 평화를 찾고 돌아갔습니다만, 돌아가는 길에 사고가 나서 죽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살아남았습니다.
살아버렸습니다."
아아 이 무슨 가혹한 운명의 장난일까요오~
여전히 무반응인 청중을 향해 전혀 진지하지 않은 목소리가 울리고, 말을 계속했다.
"홀로 살아남아버린 아이는 아주 간신히 목숨을 붙든 정도라서, 혼자 살아가기까지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런 아이를 지나가던 친절한 사람이 주워줬습니다. 아니 아니, 아이가 줍게 만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어쨌거나 아이는 살았습니다.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아이를 주워준 사람은 결코 친절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망가진 몸이 갓 나은 아이에게 몹쓸 짓을 가르치고, 그것으로 자신을 따르게 만들었습니다. 몸을 범하는 것보다 감정을 짓밟는게 더 효율적이란 걸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순순히 그 밑에서 그를 따라 감정을 죽이고, 생각을 멈추고, 그저 시키는대로 했습니다.
시키는대로 죽이고 시키는대로 버리고 시키는대로 빼앗고 시키는대로 조작하고 시키는 모든 것을 해내었습니다. 그 즈음 깨달은 것이 자신에게 그런 쪽의 재능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살육'에 특화된 재능 말입니다."
그래서 버림받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아이는 아주 잠깐 생각하기도 했지만요.
나는 걸터앉은 자리에서 다리를 흔들거리며 근처에서 집어온 생수를 한모금 마셨다. 그리고 다시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키는 것만 하다보니 슬슬 시키지 않은 것들도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거둬준 사람의 일을 훔쳐 배웠습니다. 마침 그 사람이 하는 일이 정보를 사고 파는 일이었습니다. 아이는 그 일의 소소한 뒷처리를 해왔던 겁니다. 그래서인지 그래서일지 모르지만 일을 훔치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모두 그 사람이 가르쳐 준 것이지만, 불평불만은 없었습니다. 없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아이를 눈치 채었을 때는 목숨마저 훔쳐진 뒤였거든요."
이렇게 스윽 하고, 단 한번의 칼질로.
한 손을 들어 엄지로 목을 깔끔히 긋는 시늉을 한다. 그러곤 자리에서 일어나 두 팔을 번쩍 쳐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의 뒤를 잇는 '헤임'이 된 것이랍니다! 자, 박수 박수~"
와아~ 짝짝짝짝. 단조로운 박수 소리가 실내에 울렸다. 여전히 관객으로부터의 반응은 없는 채였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본래 헤임은 사실 남자였고! 정보상은 2대째고! 그게 바로 나란 것! 시험에는 안 나오지만 머릿속에 새겨두세용!"
"뭐, 기억할 수 있는 머리가 있다면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나는 내 발 아래 펼쳐진 관객석을 보았다. 새빨간 피로 채워진 바닥을, 그 위를 뒹구는 '관객'들의 시체를.
넓디 넓은 홀 안을 가득 채운 시체와 피의 마블을.
"당신들은 운이 참 좋은 거야. 이건 아무도 모르는 얘기거든. 저승길 가는데 심심하지 말라고 들려준 거니까, 감사히 여기라구~"
키득키득키득. 웃으며 폴짝 뛰었다. 뛸 때마다 아티스틱하게 붉은 물이 든 화이트 셔츠가 팔락인다. 나는 피가 고인 바닥을 딛지 않으려고 테이블과 테이블을, 시체와 시체들을 밟으며 입구까지 이어진 징검다리를 건넜다. 비로소 깨끗한 바닥에 발을 디디게 되자 개운하게 기지개를 켜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뭐든지 아는 정보상 헤임입니다~ 요청하신 에프터 서비스가 끝나 연락드리는 바이니, 확인하시길 바라요. 그럼 앞으로도 절찬 애용 부탁합니당~"
내 할 말만 끝낸 후 폰을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가차없이 밟아 부숴버리고 확인사살하듯 내부데이터 칩까지 모조리 박살내고서 다시 한번 기지개를 켰다.
"일이 끝났으니 집에 가서 잠이나 잘까~"
휘적휘적, 타박타박. 걸어가는 발이 가볍기도 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 마냥 가볍고, 가벼워서 날아갈 것만 같아보였다.
그는 헤일리가 앞으로 내놓은 세 명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한 명은 본적 있는 얼굴이었고, 다른 둘은 소문만 간간히 들어본 정도인가. 사람은 많이 필요하지 않으니 이 정도로 충분하겠다 싶었기에, 그대로 받아들였다. 나머지는 성당에서 어느정도 충당해볼까.
" 이정도라면 괜찮습니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추가로 지불한다면 알 수 있습니까? "
그녀가 알지 못하는 정보는 없다고들 하니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한번 말해보았다. 구체적으로는 바라지 않았다. 단지 어디 즈음에 있는지만 안다면 나머지는 알아서 처리할테니까. 그럴 확률은 낮은 편이나. 거기가 다른 조직의 영향 범위라면, 그건 좀 곤란하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생각을 마쳐보면, 커다란 가방이 문득 눈에 들어온다. 방금 전 남성이 두고간 그 가방이다. 겉으로 보기에도 꽤나 묵직해 보이는것이, 아마 푼돈이 들어있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그 안에 들어있는 돈의 양을 알지 못한다. 단지 보내주는 것만 받을 뿐이니까. 단순히 생각한다면 두 배를 지불하더라도 남을 것 같지만.. 또 모르는 일이 아닌가.
// 꽤나 유명한 피아니스트. 겉으로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그가 믿는 종파는 교주가 곧 신의 현현과도 같다는 교리를 따르기에 흔히 사이비라고 불리운다. 또한 청부 살인, 감금등의 불법 행위도 저지르기 때문에 사실상 종교 집단이 아닌 범죄 조직에 가깝다. 그는 이를 알면서도 교주인 갈색 머리의 소녀(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를 따라 행동한다. 조직(성당)의 보스(교주)인 소녀의 측근으로, 그는 조직원(신도)의 위치에 서있으나 다른 간부(신부)들보다 그 위상이 낮지 않다.
대통합 후 베르투스 패밀리가 지도상에서 세력을 물려 목적이었던 차량 산업을 휘어잡는지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별 탈없이 차량 산업을 먹은 것은 좋았으나, 지금 삼황은 어디 한군데 싸움을 걸고 세력을 먹어치우기가 참 애매한 상황인지라 그저 입 다물고 기회를 노리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다는게 김 빠지는 상황이다. 그냥 차라리 어느정도 면식이 있는 조직과 상담 하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마침 그친구 얼구로 볼 겸 해서 말이지.
" Ave Maria, gratia plena, Dominus tecum. Benedicta tu in mulieribus, et benedictus fructus ventris tui Iesus. Sancta Maria, Mater Dei, ora pro nobis peccatoribus, nunc, et in hora mortis nostræ. Amen."
"라야, 처음부터 기도문의 중간을 읊으면 어쩌니. 교주님이 노하실거란다."
"네에~"
대외적으로는 나는 레온 베르투스의 외동딸이고, 이 친구가 내 대역을 맡는 만큼 시선이 없어지기 전까진 연기가 필요하다. 물론 성당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연기를 풀어도 되지만.
' 프란츠.. 손님이 온 것 같아요. ' ' 바깥에서 인기척이 느껴져요. 어서 나가보세요. '
그런 소녀의 말에 그는 가만히 허리를 숙여 인사한 후 뒤를 돌았다. 아무 말도 하지않고 성당의 문 앞까지 걸어간 그는 천천히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집중했다. 자주 들어본 목소리. 그리 생각한 그는 기도문이 멈추자 곧 문을 열었다.
" 어서오세요. "
문 앞에는 그가 예상한 두 사람이 서있었다. 그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단정하게 수도복을 차려 입은 그의 모습은 언뜻 보면 생소할지도 모르지만, 그와 적당히 알고 지낸 사이라면 오히려 익숙한 모습일 것이다. 말을 마치고 잠깐 입을 다물더니, 들어오라는 듯이 문을 조금 더 열어보인다.
그는 살짝 놀란 듯 했지만, 곧 웃으면서 다시 대답한다. 음, 너무 티를 내버렸나.. 아무튼 조금 더 안쪽까지 들어가면, 수도복을 입은 남성이 가만히 오른편에 서있다. 팔짱을 끼고 이쪽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으나 별 문제는 일으키지 않을 것 같다. 무미건조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아마 아무 일 없을 것이다.
흔히 교회나 성당에서 볼수 있는 기다란 의자가 좌우에 놓여있지만, 문득 한켠에 놓여있는 테이블과 두 개의 의자는 일부러 준비한 것으로 보일 정도로 부자연스러웠다. 그는 그곳까지 그녀를 안내한뒤 먼저 자리에 앉았다.
" 저희에게 차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겠죠. " " 굳이 정하자면, 방탄차량이 필요합니다. "
무사히 빠져나오려면 빠르게 이동할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다. 그녀를 더욱 반갑게 맞이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뭐 그렇지 않더라도 기쁜 마음이었겠지만, 때 마침 찾아온 도움이니 조금 더 들떴을 뿐이다.
수트의 안주머니에서 카탈로그 북을 꺼내 차량 리스트...가아닌,표지를 찢어그 사이에 든 주문 차량 발주서를 꺼낸다.
"특별 주문제작으로 2대, 1대는 자네에게, 1대는 안의 친구에게 선물 해 주도록 하지."
상용품을 거래로, 커스텀 오더는 선물로, 베르투스 브랜드의 장사 원칙은 그러하다. 물론 이것 또한 주 고객층의 사정을 생각한 일종의 배려다. 보통 일반 조직원들이 노려지는 경우와 VIP가 노려지는 경우의 화력차를 생각하면 더더욱. 두 사람 전용으로 두대, 간부용 슈프림 모델 1대, 일반 조직원용 버본 모델 1대.
지금 여기서 돈을 준다면, 여러모로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현금으로 주는게 제일 안전하겠지만 이럴때는 또 다른 법이다. 물론, 당연히 통장은 그의 명의로 되어있지 않을 것이다. 딱히 성당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숨기고 있지는 않으나, 그의 신분은 이 지역을 나가면 바뀌게 되니까.
" 감사합니다. 역시 돈은 조금 더 보내드려야 겠네요? "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인 그는 그녀의 질문에 슬그머니 수도복을 입은 남성을 바라본다. 남성이 서있는 모습 그대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다시 그녀쪽을 보며 말했다.
" 네, 괜찮으신듯 합니다. "
안에서는 아마 두손을 모은 소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는 하얀 천으로 가려진 중앙의 단상을 흘금 보더니 미소지었다.
스코프 너머로 보이는 시야에는 암브로시아의 보스인척하는 대역이 서있었다. 대외적으로는 보스라고 알려진 진정한의미의 보스는 아니였다. 물론 잠재고객을 아깝게 내버릴 생각을 하지는 않기에 그것을 그저 고객의 프라이버시로만, 그리 생각하고 입에 체인을 걸어놨으니 소녀가 발설할일은 전무할테지만. 문제는 소녀가 한 말에는 중의적인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지금 어떠한 거래를 하는지는 소녀로서는 알길이 없지만 타겟의 정보에 의한다면 양귀비를 기르는 썩을 약쟁이라는 것과 나름 큰돈을 움직이는 카르텔이라는 정도라면 거래는 뻔하다. 카르텔 다운 카르텔식의 거래다. 저런 환상에 배드 트립(불쾌한 체험)으로 떨궈지는 낙오자들을 생각한다면 즐기는 놈이 머리가 숭숭 뚫린 머저리자식이라고 평할 소녀였지만 문제는 그것보다 그 타겟이 거래하는 상대가 암브로시아라는 점.
둘째로 균형을 무너뜨리려는 썩을 자식이 하나 있는데 그 자식이 노리는게 암브로시아라는 점. 물론 암브로시아 만이 타겟은 아니였다. 가령 소녀의 본가인 은협방도 타겟중 하나였으며, 그 자식은 은협방의 분가면서도 이 도시를 더럽게도 증오한다는것이다.
실상, 상대가 어떤 이인지에 대해서는 정보상(헤일리)를 통해 적당히 들었기에 상황을 보아 걸러내려고 했다.
약, 총기등의 무기 거래를 나서는 것은 자신이였고 비류는 방금전까지 자신과 거래를 하던 사람이 허공에서 떨어진 바이크와 그 무게와 낙하하는 속도까지 더해져서 이제는 그저 그런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리는 것과 튀는 피에 슬금 뒤로 한발 물러나며 동시에 일사분란하게 안쪽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어 나타난 방해꾼을 향해 겨누는 조직원들의 행동에 비류가 천천히 팔짱을 끼며 상냥하게 웃어보였다.
"거래를 끝내버린 건 그쪽의 아가씨로군요. 고맙다는 말은 안할게요. 그래.. 명성은 익히 들었답니다. 그래서, 아가씨."
보스로서 거래장소로 나왔기 때문에 비류는 팔짱을 낀 채로 상대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조직원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부드럽게 그쪽으로 기대며 다정하게 말한다.
"그대의 바이크 아래에서 뼈도 못추리고 납작하게 변해버린 그의 물건을 그대가 중간에서 낚아챈 것 같지는 않고.. 우리에게 할 이야기라도? 아니면 저에게 할 이야기가 있나요?"
조직원들에게 총을 내리라는 가벼운 제스처를 하면서 비류가 장갑을 낀 손으로 자신의 턱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소녀는 방금전까지 총을 겨눈 조직원들을 야수의 눈동자로 슬며시 훑어보고는 미소지으며 여성의 말에 인사한다. 실제로도 만남자체는 처음이었다. 이 조그마한 마굴에서 마주친건 처음이라는게 오히려 이상하다 싶을정도인데도.
"흑사병이든 검은건반이든 부르는건 자유. 하지만 친가의 이름으로 아가리를 털면 조직보스고 뭐고 얄짤없어. 그건 개같은 이름이니까."
절연한 이름으로는 부르지말라는걸 겁도없이 소녀는 이야기하면서 본론으로 직결했다.
"당신이 거래하기전에 이미 엿먹은 머저리 조직이 대가리를 깨라고 돈을 좀 쥐어줬거든. 내가 언제 돈이 되지않는 일로 남의 거래를 방해한적이 있던가. 뭐, 그게 아니더라도 조만간은 한번쯤 얼굴을 들이내밀고 이야기나 해보고싶었어. 암브로시아하고는. 내가 지금 하나 보기만해도 중지를 치껴올려서 욕해야할 친척이 싸질러놓은 똥덩어리를 치우는 잡역부가 되야만 할 지경이거든."
친척은 말도 할것없이 은세하라는 이름 아래의 창설된 이 개떡같은 도시의 한 조직과 그를 말하는 것이었다.
"친가 일은 질색인데, 이 Fuck과 Shit으로 가득찬 낙원을 그자식이 깨부수려고하는걸 내가 냄새를 좀 맡아서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소녀는 이미 곤죽이 되버린 타겟의 가방을 걷어차버리고 쏟아져 나온 아편덩어리를 짓밟고는 지포라이터를 던져 태워버렸다. 그건 약을 거래하는 사람들의 코로는 분명 소녀가 말했던것 처럼 가짜의 향이 나고있었다.
두자루의 검을 고이싸놓고 있는 것을 보며, 소녀는 맹수의 눈으로 흘깃보고는 한번쯤은 이쪽의 검과 일합정도는 겨뤄보고싶다는 승부욕에 침을 삼켰다. 그렇지만 그런 연유로 이 장소에 온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지금 상황에서 싸움을 거는건 소녀에게 있어서 돈 한푼안나오는 손해다. 재미조차도 없고.
"Cheap한 돈자루 들고 빚탕감이라고 이야기하자면 너네 조직원중 하나의 모가지를 찍어버릴거야. 킬러로서의 프라이버시가 구겨지거든. 그런 궁둥짝이나 발로차는 이야기는 됬고-."
눈치가 참 빠른 여자다 라고 소녀는 생각했다. 하기야 한 조직의 우두머리를 연기하고 있는자가 멍청할리가 없다. 이번일도 내가 가로채기 안했다면 그쪽에서 처리할 일일게 분명했다.
"세하 그 개자식이 은협방에 아가리를 들이밀고있거든, 동시에 너희들한테도. 이상할정도로 사람을 모으고 있다는걸 들어서 그걸 전해주려고 했단말이야. 일단 이런말을 하는 시점에서 난 그 Bitch가 의뢰를 해와도 거절할테지만, 그쪽에서 세하를 친다면 의뢰를 받지. 그러니까 이건 자기 PR인 셈이야. 만남자체는 우연이었지만. 어차피 은협방하고는 절연했다고 한들 그쪽을 무시할수도 없고. 뭣보다 산주가 후한 거래를 제의할 생각인가보던데 너네 조직하고도."
시내 지가보다 50% 저렴한 가격에 공급제의를 하겠다나 뭐라나 하고 소녀는 두리뭉실하게 이야기했다.
"뭐, 항쟁이 있다면 중립노선 탈거지만 그쪽이 필요로한다면 일해주겠다고 말하는것. 애초에 난 부외자고."
그는 내가 추천한 셋 이상은 고르지 않았다. 탁월한 선택이지. 그 셋에 비하면 나머지 일곱은 있으나마나한 정도였다. 그들이 그 정도면 또 나머지는 어떻겠는가. 그러니 그의 선택은 매우 탁월하며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지금 위치라."
새로운 요구에 어디에 뒀었는지 모를 폰 하나를 꺼내들더니 화면을 몇 번 두드린다. 그렇게 나온 결과와 인재 신상표를 몇번 번갈아보고 대답했다.
"셋 다 대기중이야. 지금 당장이라도 부를 수 있어. 위치는-"
거기서 잠시 말을 끊는다. 말을 멈추고 시선을 돌려 아까 남자가 두고 간 가방을 보았다. 그 안에 얼마가 들었는지 짐작해보듯. 몇 초간 응시 후 고개를 끄덕이고 인재 신상표 아래쪽을 가리켰다. 거기엔 아마 은신처로 보이는 곳의 주소와 그들과 직통으로 연결되는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여기로 연락하면 부르는 대로 오겠다는군. 이것까지 해서 딱 저 가방만큼의 정보야."
원래라면 그것까진 아니겠지만 아까 두배를 부른 것 때문에 생각보다 바가지를 씌운 셈이 되었다. 연락처는 따로 적어가라고 말하곤 남은 리스트를 말아 쥐며 그를 보았다.
"아까의 무례를 생각한다면 이 정도에서 끝내야겠지만, 오늘 벌이가 좋았으니 특별히 서비스 하나 해주지. 하나만 더 내어주겠어."
비매품은 안 내줄거니까 적당히 거르고 묻길 바라. 그 말 이후 턱을 괴었다. 무엇을 물을 거냐는 표정으로 응시하면서.
어깨를 가볍게 으쓱하면서 천천히 양손을 뒤로 옮겨서 깍지를 낀 비류가 주먹을 잠시 쥐었다가 폈다. 눈 앞의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나 아마도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겠지. 일합. 딱 일합이면 좋겠는데. 묘하게 구미가 당기는 듯 살짝 비류는 자신의 마른 이술을 혀로 축였다.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말이죠. 저런.. 그건 안돼요. 저희쪽 조직원들의 목을 찍는다면 그에 걸맞는 행위를 해드려야하는데. 그런 건 원하지 않아요."
미미하게 피차 피를 보지는 말자는 이야기를 상냥하고 다정한 뉘앙스로 이야기하고는 비류는 머리를 쓸어올렸다가 천천히 머리카락을 장갑낀 손으로 꼬면서 입을 다물었다. 그 귀여운 도련님이? 은협방이야 그렇다고는 쳐도 이쪽을? 어쩐지 지나칠 정도로 자신을 떠보더라니.
"그 귀여운 도련님께서 사람을 모으는 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군요. 물론 이쪽을 어찌어찌 떠보려는 것 같기는 했지만."
비류는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흥미롭다는 듯이 이야기를 듣다가 가볍게 말아쥔 손으로 웃음을 흘리는 자신의 입가를 가린 뒤 조금 생각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다.
결론은 이쪽이 필요하다면 일해주겠다는 뜻. 그 귀엽게 굴어댄 도련님께서는 이쪽도 칠 계획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
"비폭력, 평화주의, 우호적인 위치. 저희 암브리시오의 모토는 정확히 그 세가지랍니다. 항쟁을 한다면 저희 또한 중립을 지킬거구요. 체르니, 당신께서 제안하신 내용이 몹시 구미가 당기기는 하지만 항쟁에 갑자기 뛰어들게 되면 저희는 바닥에 떨어진 두부처럼 산산히 부서져요. 힘이 없으니.."
알아서 몸을 사려야지요. 비류는 머리카락을 꼬던 손을 다시 자신의 턱에 가져가서 천천히 쓰다듬었다.
신상표 아래쪽에는 각각 세명의 연락처, 그리고 주 은신처등이 적혀있었다. 그는 그것을 주시하며 몇 번 다시 훑어본 다음 시선을 떼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올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필요한 때는 아니다. 그러니 기억해둘 수밖에 없지. 가방만큼의 정보라, 그렇다면 돈을 추가로 가져와야 하는걸까. 그동안 모아둔 돈이 충분히 넉넉하니 별 문제는 없을것이나.. 그렇게 생각한 그는 그녀의 말에 다시 입을 연다.
" 정말 물어보아도.. 괜찮은지 모르겠군요. "
그는 살짝 망설이는 듯 보였다. 방금 전의 잘못이 특히 걸리는게 아닐지. 그리곤 잠시 주먹을 부드럽게 쥐었다 펴더니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 성당의 정보는 이곳에 얼마만큼이나 퍼져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
그동안 숨기고 있던 것들도 있다. 하지만 그게 발설되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른다. 뒷조사는 그의 역할이 아닌 다른 자가 하고 있었고, 그 결과를 그에게 알려주지 않았으니. 그랬기에 그녀에게 물어본 것이다.
"의협단체를 들먹이는건 은협방도 마찬가지. 그렇지만 힘이없다는건 너무 겸손을 떠는군. 핫스파이스에다가 설탕을 한사발 끼얹은것처럼 달달하게 토나온다고. 무슨 이야기인지 알잖아. 송곳니를 먼저 드러낸쪽이 그자식이라면 가만있을 조직도 아니면서 너무 약한척하네. 난 고객 프라이버시는 남한테 안뿌리는 주의라서, 킬링룰을 위반하지만 않으면 말이지. 그냥 이 반쯤 죽은 망령들이 춤추는 광란의 도시가 내가 뒈져버리기 전까진 멀쩡하게 돌아갔으면 한다는 거야. 결국 말하는게 뭐냐면 아가리를 손목에 틀어물기 시작하면 부르라는 말이었어. 돈은 싸게 불러주지. 그게 나중 비즈니스관계에는 좋으니까."
그리고, 하나더라며 소녀는 이야기했다.
"너네 조직에 장부에 사쿠라질하는 애송이가 눈앞에 있는데 정보료랑 의뢰료를 받아볼까. 시장에 신원불명의 루트가 있단 말이야. 추척해보니 암브로시아야."
노을색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비류는 자신의 행동에 송곳니를 드러내는 체르니의 모습에 턱을 쓰다듬으면서 빙그레 웃었다. 로라시아를 어슬렁거리고 다니는 맹수들이 너무 많지. 스스로를 맹수라고 생각하지 않는 비류의 짧은 감상이였다. 자신은 맹수라기보다는 짐승이다.
체르니가 손톱을 정리하며 따분하게 중얼거린 말에 그녀는 후후하고 웃음을 흘렸다. 만족스럽다는 듯, 아니면 다행이라는 듯한 느낌이 가득한 웃음은 작고 조용했다.
"체르니 당신에게 의뢰를 할 정도라면 최악의 사태까지 수를 둬야겠군요. 싸게 해주신다니, 영광이랍니다. 머릿속에 잘 입력해두도록 할게요. 그리고 약한 척이 아니라 정말로 약한 조직이 맞답니다."
우호적이고 평화주의에 비폭력을 내세우는 상냥하고 유약한 보스의 아래에 있는 조직은 약한 법이지요.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짐짓 한숨을 섞어서 약한 소리를 늘어놓던 비류가 웃음을 띄운 채 체르니의 말에 고개를 슬쩍 기울였다.
"좋아요. 하지만 의뢰는 하지 않겠습니다. 보스가 있는데 당신의 손을 빌릴 필요는 없으니까요. 정보료로 코묻은 돈자루를 건네드리죠."
비류는 바로 옆에 서있던 조직원에게 손짓했다. 바닥에 서류가방을 내려놓은 뒤 뚜껑을 열고는 조직원은 그 서류가방을 체르니가 있는 쪽으로 쭉 밀었다. 깨끗한 돈이랍니다. 세탁을 하실 필요는 없어요. 비류는 천을 풀어서 건네는 도검 두자루중에 하나를 집어드는 시늉을 했다가 다른 조직원의 손에 아직 쥐어진 총을 받아든다.
하하핫! 체르니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녀는 맑고 상쾌하게까지 느껴지는 웃음을 흘렸다. 이 흑사병, 혹은 검은 건반이라는 별칭을 지닌 여자아이는 자신의 정체를 어림짐작하고 있다. 그러니까, 자신의 본 정체가 무엇인지.
칼을 겨눠야하는 쪽은 어느쪽? 비류는 곁눈질로 체르니를 바라보다가 이내 총을 쥔 손의 검지를 입술에 댄다. 빚으로 달아놓는다는 말에 녀는 그것으로 대신 답했다.
신랄한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비류는 자신의 도검 두자루를 들고 있던 조직원이 겁에 질린 눈으로 자신과 지폐를 세고 있는 체르니를 번갈아가며 돌아보다가 시선이 마주치자 털썩 무릎을 꿇는 것을 빙긋- 상냥한 미소를 지은 채로 응시했다.
바닥을 구르며 천이 벗겨져서 모습을 드러낸 도검을 향해 허리를 숙인 그녀가 그대로 검을 뽑아들었다. 딱 한차례의 예기가 번뜩인다.
"정보 감사합니다. 체르니. 당신의 실언은 못들은 척 넘어가도록 하죠."
목을 얕게 베었다. 피가 솟구치는 것을 막으며 바닥을 기는 조직원의 모습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검을 돌려쥐고 위에서 아래로 박아넣는다. 둔한 감각이 장갑을 낀 손을 타고 흘렀지만 상냥한 목소리와 함께 시선을 돌려 눈을 곱게 휘며 웃는 그녀의 낯짝에는 피가 튀어있었다. 뺨에 튄 피를 손등으로 닦아내며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보인다.
딱히 기분이 나쁘다거나 불편한 감정을 담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안도하는 느낌의 한숨을 내쉰 그는 오직 자신만이 정보를 알고 있다고 말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그 정보는 어디에서 구하는 것일까? 약간의 의문도 생겼지만 단지 그것 뿐이었다.
" 그것들이 팔아 넘길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인지는.. 뭐, 그건 제가 정하는게 아니군요. "
그러니 가만히 입을 다무는게 맞다. 누군가가 불필요한 원한을 가지지 않는 이상 정보가 퍼질 일은 없다는 뜻이기도 할테니까. 그는 사실상 대화보다는 그녀의 말을 찬찬히 듣는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일이라. 무엇을 뜻하는 걸까, 알려주지 않는다 말하고 있으니 억지로 알아내고 싶지도 않지만..
"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
당장 안다고 뭔가가 바뀌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어차피 성당은 이 로라시아 섬에서 미묘하게 동떨어진 조직에 불과하니까. 설령 무슨 일이 난다고 해도 빠져나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었다.
흑사병이나 검은 건반이라는 이름으로 이 마굴에 망나니같은 학살을 저지르고 다님에도 의뢰가 끊기지않고 그 악명이 끝나지않는 이유가 소녀에게 있다면 단하나. 자신이 세운 킬링룰은 자신한테도 달아놓는다는점. 그리고 조항이 많음에도 한번도 그것을 어긴적이 없던것이 신뢰로 작용하기때문이다.
그래도 소녀 자신으로서는 가면을 벗어낸 의중은 어떠한가 그것이 궁금했다. 이 마굴에 해가 되는 존재인지는 판단해야하니까.
"Okay. 그건그렇고 이정도로 예리하면 잘린지도 모르겠군. 혹시 총알을 잘라봤다던가?"
아니 그건 미신이지 하며 소녀는 뒷말은 농담이라며 다시 바이크에 시동을 걸었다.
"그럼 슬슬 가보련다. 귀신을 본거같아서 나름 오싹해서 기분다 잡쳤거든. 명함은 하나 줄게. 그리고 행여나 싸움상대를 찾는거라면 한번정도는 좋아. 그럼."
꿈을 꾸었다. 그곳에서도 나는 양친을 잃어비린 슬픔에 젖어 비탄을 금치 못했고, 절망하고 세상을 저주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에게는 의지가 있었다는 것. 그는 무모함을 알면서 도시를 파멸시키려 했고 모든이들에게 멸시 받고 무시당하며 날카로운 비수를 감추었다. 그의 가문을 몰살로 이끈 배신자들의 목을 베기 위해. 배신의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묵했던 자들의 파멸을 위해. 그들을 옹호하는 어리석은 자들의 죽음을 위해. 자신을 용서치 못하고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도시의 붕괴를 위해. 그는 숨죽이고 인내하고 때를 기다렸다.
물론 그 결과는 참담했지만.
과연 그는 무엇이였을까? 그는 나의 미래인 것인가? 아니면 또다른 나인 것인가? 나는 '그'였고 그는 '나'였다. 만약 그가 나의 미래라면 나의 복수는 결국 나 스스로를 파멸시켜 어미니와 제국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이 아닌가. 또한 아버지를... 만약 그가 또다른 나라면, 결국 나는 실패할 것이다. 그와 내가 다른 점이 있던가?
그는 사람을 믿지 못하고 감정을 숨기며 살아왔다.
나는 사람을 너무 쉬이 믿어 감정을 숨기며 살아왔다.
나와 그의 다른점은 그저 믿음의 강도일 뿐. 믿음을 주고 살아가기에는, 이 세상은 너무나도 잔혹하다. 애초에 사람에게 믿을만하다 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없지만.
그렇다면 다시금 나에게 물어본다. 나는 무얼 원하는가? 복수? 아니면 출세? 명예? 나는 어머니를 방패삼고 변명 삼아 이루고자 하는 것도 이루지 않는 어리석은 자인가? 내 자신도 믿지 못하는 나는, 무얼 원하여 헤메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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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 그곳에서의 나는 한 제국의 황자였고 학생이었으며 복수자였다. 나와 같은 그는 사람을 너무 쉽게 믿어 휘둘리고 빼앗기고 감정적이기에 연기를 한다. 나도 마찬가지겠지만. 차라리, 저 꿈에서의 내가 진짜 '나'였으면 했다.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나의 결말은, 너무나도 뻔할테니까. 아마 지금쯤이면 정보상 누님꼐서는 나의 정보를 사방팔방 뿌렸을테고, 혼돈의 균형(개소리지만)을 중시하는 누님께서는 날 죽이러 오겠지. 은 패밀리는 내 목에 막대한 상금을 걸테고 어중이 떠중이 들과 모든 히트맨들은 내 몸이 찰흙이라도 되는야 갈기리 나를 찢어놓겠지. 푸하하하. 더럽게 재밌는 세상이야. 내 모든 것을 앗아간 인간들이 모든 것을 잃어버린 나를 다시 죽이러 오다니. 염치도 모르는 놈들이야. 농담거리도 되지 않지만.
하지만 적어도 은 패밀리의 목은 물어 뜯고 죽어주마.
만약 저 꿈속의 내가 진짜 '나'라면 살아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적어도 너는 나를 기억해줄테니까. 또한 나를 반면교사 삼아 이런 복수는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고. 그러니 한 번 너의 꿈속의 나를 지켜봐. 그리고 믿어. 너는 나처럼 모든이들에게 손가락질 당하지는 않잖아? 그러니까...
언제나 같은 정장차림이 아닌 편안한 얇은 재질의 긴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그녀는 긴 머리카락을 올리고 모자를 눌러써서 가린 뒤에 거리를 걷다가 익숙한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잠입도 이것보다는 쉽겠네."
가끔은 혼자 움직이고 싶은데 하도 따라다니는 조직원을 따돌리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방 창문을 통해 뛰어내려서 슬쩍 빠져나온 것이였다. 혼잣말로 투덜거리면서 비류는 문을 가볍게 두드리고 난 뒤 문을 열었다. 양 손목에 짓물렀다가 나은 흉터가 자신의 체격보다 품이 큰 셔츠 소매가 밀려 올라가며 언뜻 드러났다가 사라진다.
"헤임."
나왔어. 비류는 푹 눌러쓴 모자의 챙을 잡고 슬그머니 들어올리며 빙그레 웃었다. 꽤 급하게 왔는지 그녀는 턱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는다.
와도 억지로 술마시면서 평생 같이 일하자고 들러붙으려고 할게 뻔해서 싫은건 마찬가지지만... 퇴근하라는 연락도 없고.... 9시는 다가오네...하하............전 사장님 이 ㅆ.............월급 올려준다면서 오픈하고 안정될 때 까지 저 가게에서 오픈하는거 도와주고 몇 개월 그냥 일해달라고 할 때 거절했어야 했다.......
보통은 한없이 헐렁하고 헐벗은 모습으로 지낸다만, 가끔 다른 곳에 갈 일이 있으면 옷을 제대로 입었다. 그래. 예를 들면 에프터 서비스 요청을 수행하러 나간다던가. 그럴 때면 가까운 곳에 적당히 기어들어가 쉬다 나오곤 했지. 지금처럼.
"우- 피냄새...."
붉은 피가 흩뿌려진 하얀 셔츠를 팔락이며 중얼거린다. 얼굴이나 드러난 살갗은 대충 닦았는데 옷은 역시 어쩔 수가 없었다. 뭐, 얼핏 보면 무늬처럼 보이기도 하니까 괜찮으려나?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구깃하고 헐렁한 셔츠를 툭툭 털고 있었다.
"응?"
예고 없이 열린 문소리에 고개를 빠끔 돌아본다. 열린 문 너머에서 들어온 사람을 보고, 약한 왁스로 앞머리를 시원하게 넘겨놓은 덕에 훤히 드러난 얼굴에 금빛 눈이 빙그레 휘어지며 웃는다. 걸터앉아있던 테이블에서 휙 내려와 비류를 향해 돌아서자 낙낙한 셔츠깃이 팔락였다. 그대로 웃으며 다가가 한 손을 들었다. 가는 손가락이 미처 닦이지 못 한 땀방울을 훑어내며 한번 쓸어내리곤 거둬졌다.
코끝에 맴도는 피냄새에 비류는 슬금 미간을 찌푸렸다. 이 미친 도시에서 피 안묻히는 이가 없다고는 하지만, 피냄새는 익숙해질 수 없다.
테이블에서 내려와서 다가온 헤일리가 땀을 닦아내자 그제야 옷차림이 눈에 들어온다. 얼핏 보면 그럴듯한 문양이지만 셔츠에 묻은 피에 그녀는 조금 더 미간을 찌푸렸다가 왁스로 넘겨진 헤일리의 머리를 가볍게 헝크러트리고는 툭 하고 안기듯이 화분을 건넸다.
"잠깐 빠져나왔어. 어이구.. 피냄새."
카게무샤라는 건 쉬이 움직일 수 없었기에 고양이처럼 창문으로 뛰어내렸다는 걸 알려주듯 대강 입고 있는 얇은 긴팔 티셔츠에 묻은 나뭇잎을 털어내며 그녀는 푹 눌러쓰고 있던 모자를 벗곤 작게 중얼거렸다.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냐는 물음에 비류는 맨손으로 이번에는 헤일리의 턱을 한번 쓰다듬으며 상냥하게 덧붙힌다.
비류가 머리를 흩뜨리자 싫다는 것을 보여주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거부했다. 간만에 왁스질 한 건데 흩뜨려놓으면 꼴이 영 아니게 되잖는가. 결국은 조금 흐트러진 머리를 궁시렁거리며 만지다가 넘겨주는 꾸러미를 받아들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뭐야?"
머리가 흐트러진 건 잠시 잊었는지 금방 꾸러미에 관심을 돌린다. 바스락거리며 포장을 열자 보이는 화분에 엥, 하는 표정을 지으며 비류를 보았다. 그리고 다시 화분을 보고, 그것을 두어번 반복했다. 그러다 턱을 어루만지는 손길에 그르릉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 손에 얼굴을 부볐다.
"흐응. 나쁜 건 아니지만~ 난 친구 이상이 더 좋단 말이지이?"
키힛. 왠지 비릿한 웃음을 흘리곤 그녀가 넘겨준 화분을 만지작거렸다. 허브 같은데, 난 이런거 키우는데 영 소질 없는데 말이지... 죽이는 거라면 모를까, 응? 히히.
뺨을 잡아당기자 불만스러운 소리를 흘리다가도 아프단 소리는 않는다. 안 아프니까. 비류가 자꾸 그러면 곤란하다고 하자 그런 거 모른다 뭐~ 라며 능청스럽게 굴었다.
"숨이 넘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말할 거라구~ 포기하지 않을 거야?"
아하항. 진심인지 농담인지 모를 어조로 말하고 소파로 가서 앉는 비류를 본다. 급할게 뭐 있다고 저리 땀을 흘리나. 근처에 화분을 내려놓고 어디선가 쥘부채를 하나 꺼내왔다. 안타깝게도 냉방 시설이 좀 부족한 곳이라서 말이지. 비류의 옆에 앉아 부채질을 살랑살랑 해주며 말했다.
"종일 방 안에서만 사는 내가 저걸 잘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거야? 흠. 스트레스 풀기라고 해도~ 흐응~"
번화가하고는 떨어진 길모퉁이에 허름한 중화식당. 간판은 네온사인이 맛이 간건지는 몰라도 하루종일 깜빡거리고 있기를 반복하고있고, 현관 슬라이드 문 구석언저리에는 거미줄이랑 먼지가 그윽하게 쌓혀있는 것을 볼 수 있기 손님은 드물고 아는 사람정도나 알법한 그러한 식당임에 틀림없을것이다. 다만 그러한 파리날리는 식당에도 일주일에 하루정도는 예외적인 상황이 벌어지고는 한다.
가게주인은 백발이 희긋희긋보이는 노친네로, 가게 테이블에 앉아 쭈글쭈글해진 신문을 보다가 담뱃재가 수북한 재떨이에 담배를 눌러 비비고는 소녀를 반기었다. 이러한 인연도 제법 된 모양인지 노인은 말은 그렇게 해도 소녀를 싫어하지는 않는 분위기가 누가 보더라도 동네 할아버지랑 이웃집 꼬마 여자애같은 분위기 일터였다. 단지 소녀가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손에 피를 묻히고 다니는 인간의 백정이 아니였다면 그 이야기가 틀리지않았다는게 단점이지만.
"그래도, 내가 영감님 나이되면 사람잡는 일은 그만두고 길목좋은곳에 가게나 차릴가는 생각은 해보고있어. 그때까지나 살아있으면 좋겠네 영감님." "나가 무슨 불로약초라도 쳐묵어야 할소리를 잘도 지껄이는구먼. 됬고 일이나 해라. 니가 우리 가게 매상다뽑으니까 말이여." "Okay."
소녀는 노인의 말에 애초에 그런 이유로 왔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주방으로 들어가 옷을 종업원용인지 뭔지 모를 차이나드레스풍의 복장으로 구비해둔것을 꺼내입고는 기다란 검은색 염색머리를 근처 굴러다니는 고무줄로 묶어올린다. 본래라면 위생모자정도는 쓰는게 정상이지만 이 마굴 변두리에 그런 법규에는 중지나 치껴올릴사람이 더많다. 그리고 이정도만 해줘도 여기선 나름 위생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재료는.. 어디보자."
소녀는 냉장고를 열고, 노인이 구비해뒀을 식재료들을 하나하나 체크해본다. 고기는 허름한 가게에 대비해서 어디서 이런걸 구했나 싶을 선홍빛의 신선한 돼지고기가 있고, 당근이나 파, 생강과 같은 야채류도 나름대로 이 동네치고는 양호한 편. 몇년간 이런 일을 해왔던 소녀와 노인이었기에 지금은 말을 안해도 이정도는 챙긴다는 무언의 조약이 걸려있는거나 마찬가지였다.
소녀와 노인의 만남은 지금으로 부터 X년전. 소녀가 은협방과 절연하고 방황하던 무렵에 노인은 동정이라도 했던 모양인지 음식을 대접한적이 있었다. 물론 노인의 요리는 형편없어서 소녀는 마구마구 입에 그걸 쑤셔넣었다가 바로 접시를 노인에게 집어던지고 내뱉었던것이 이 기나긴 인연의 시작이었고, 그 후에는 소녀가 썩 요리실력이 괜찮아 일손을 자주돕고는 했다. 지금에 와서야 킬러일이 자리잡은 시점에선 이렇게 주말 저녁정도나 시간을 내주는 수준에 이르렀지만.
"그럼 흑사특제 꿔바로우 개시하겠습니다♪"
재료는 찬장의 식용유, 전분, 소금, 후추, 간장 그리고 수돗물, 냉장고의 돼지고기와 당근,파,생강. 재료는 충분했으며, 소스까지도 이정도면 충분하게 만들기에 싱크대 옆에 있던 중화칼로 고기를 손질하고 나무방망이로 얇게펴주고는 후추를 뿌려 잡내를 잡는다.
그런다음에는 튀김옷으로 전분과 물을 1대1비율로 나무젓가락을 휘휘저어 섞는것으로 심플하게 마무리, 물을 살짝 걸러내고는 뻑뻑해진 전분튀김옷에 고기를 담아 잘 버무려준다. 그것으로 튀김옷을 입힌 고기는 완성이다.
다음은 중화팬에 기름을 부어서 180도를 맞추는것으로, 미리 튀김옷 덩어리를 던져 3초만에 올라오는것으로 그 온도를 맞추고는 고기를 하나하나 신중을 가해 기름에 튀기기를 시작한다.
"검댕아. 손님오니까 서둘러라." "소스만 만들면 끝이야."
그때쯤이었을까 냄새가 올라오기도 전에 단골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곧 인산인해를 이룰정도는 아니지만 노의 말대로 가게 매상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할만큼 테이블이 가득찼다. 노인 역시 그쯤되면 테이블의 담배꽁초랑 신문도 정리하고 손님을 맞이한다.
"하기야. 소양이랍시고 요리를 그리 가르쳤는데 이정도는 되어야 나도 직성이 풀리지."
소녀는 과거적 친가를 떠올리고 질색하던것을 고개를 휘저어 잊어버리는 시늉을 하고는 야채를 중화식칼로 쏭쏭거리는 소리를 내며 썰어내 중화팬에 담고 튀긴고기를 채에 걸러 흐르는 기름을 빼둔다.
그리고 남은 녹말가루랑 간장을 섞어 간장녹말물을 만들고 야채를 불에 국자로 드글드글 볶은다음, 설탕과 소금으로 밑간을 하고 간장녹말물을 섞어서 소스를 완성한다.
"영감. 접시는 준비했어?" "홀에 놓아놨으니 개시하그라." "Okay."
튀겨진 고기를 그릇에 일정량씩 담고 소스를 작은 접시에 담아 취향에 맞게 선택해 먹으라는 식으로 마무리 지으면 꿔바로우는 그렇게 완성이되고 가게의 예외적인 상황이 펼쳐진다.
"자자 주말특제 꿔바로우 개시합니더!" """와아아!!"""
여기는 마굴 변두리의 허름한 중화식당. 그렇지만 하루정도는 손님이 가득차는 유명한 식당. 하지만 그 음식을 만드는게 마굴의 걸어다니는 흑사병이라는 사실은 제법 아는사람은 많지않다.
부채질 소리가 울리는 내부의 조용함에 비류는 헤일리를 향해 옮겼던 몸을 쭉 펴서 기지개를 피며 똑바로 정면을 보며 앉은 채 소파 뒤로 양팔을 걸치고는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기댄다.
머리카락이 목과 소파 사이에 걸렸지만 그녀는 그것에 신경쓰지 않았다.
"말만이라도 고맙네."
고개를 젖히고 천장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면서 키득거리는 웃음과 함께 기운이 쭉 빠진 목소리로 웅얼거리다가 그녀는 아른거리는 옛 기억을 지우기 위해 눈을 다시 감았다.
"술도 안마시고 담배도 안피니까. 도시에 안어울리게 엄청 유니크한 사람이잖아? 의존을 할 정도의 정신이 있을까 싶어."
식물에 집중하고 그것에 의존증을 보일 정도로 푹 빠진다면 모를까. 자신도 헤일리만큼은 아니지만 허브가 아니라 선인장을 샀다고해도 한달안에 말려죽일지도 모른다.
모호한 농담을 건네면서 헤일리가 말을 마치고 제풀에 웃는 것에 같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래서, 허브는 핑계고. 너 보려고. 적어도 이 미친 도시에서 네가 유일하게 내 친구라고 할수 있는 존재잖아? 중얼거리던 비류는 자신의 머리를 쓸어올리다가 툭 하고 소파에 떨어트린다.
본편은 잘못된 이상과 꿈안가지고 사건 안일어났으면 나름대로 백성들의 지지받는 공주님은 됬을 실력(황위계승은 그래도 밀리겠지만.) 느와르에선 절연안하고 꾹참고 살았으면 딱 산주아래 오른팔자리에는 있었을듯.
그나마 느와르 체르니는 총 칼맞아 죽을일은 있어도 무모한 도전은 안해서 그나마 나은 미래려나. 본편은 이룰가능성은 백사장에서 유리구슬 찾는 난이도고 고통그자체를 걸으려한다는것. 애초에 좋은 결말을 생각안하고있다. 해피엔딩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본인한테는 아주 절망적인 말로를 주려고.
천천히 눈을 깜빡이다가 눈가를 손바닥으로 덮고 비류는 늘어지듯이 소파에 앉아있었다. 사랑해 마지않는, 처절하고 애잔하고 더할나위없이 사랑해서 그 역겨움과 혐오에 가득찼던 그 얼굴은 쉬이 잊혀지지 않는다. 피냄새는 헤일리에게서 나는데 그녀는 자기 자신에게 피냄새가 눅진하게 늘러붙은 기분을 느꼈다.
짐짓 상쾌하게 웃음을 지으면서 눈가를 꾹꾹 누르던 것을 멈추고는 헤일리의 말에 고개를 슬쩍 그쪽으로 기울였다.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고 눈을 가늘게 뜬다. 사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통에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다.
후회하지 않아? 비류는 반쯤 너덜너덜해진 조직원을 끌고 내려 언니의 앞에서 직접 처형하면서 그 동요하는 얼굴을 보며 내뱉었던 자신의 말을 기억했다. 상처받아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당신은 내 뺨을 때렸었다.
헤일리의 손이 얼굴에 닿자 슬쩍 바라보고는 그녀는 눈을 감고 서늘한 온도에 얼굴을 기댔다.
"살인도 그것과 마찬가지려나. 아, 내부의 일도 일인데 내가 우리 보스한테 심술을 좀 부려서 말이야. 뺨을 대차게 맞아버렸거든. 그래서는 안됐는데..."
주인에게 혼난 강아지마냥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중얼거리면서 비류는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리는 헤일리의 손에 기대어 가만히 부빈다.
"내가 있는 곳은 고인 물 같은 곳이잖아. 누가 오지 않으면 그대로 고여있을 뿐인, 어떤 반응도 없는 곳."
어쩌면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곳. 한결 같은 모습, 한결 같은 풍경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반기지만 결코 머무르게 해주지는 않는 고인 물-맹독-같은 곳. 그곳에서 안정을 찾는다면 남는 것은 중독 밖에 없으리니.
고양이처럼 내 머리칼로 장난치는 비류를 그냥 두었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머리칼이 뺨을 간질이고 목을 간질이지만 손을 밀어내지는 않는다. 그런 방치가 서로의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나도 너도 알아. 그렇기 때문에 이 관계가 유지 될 수 있는 거겠지. 불안정하고도 불안하며 몹시도 가느다란 이 관계가.
단 한번의 튕김으로 끊길 관계가.
"어디에서 다시 태어나도 다시 만날거라 생각해. 그리고 나는 네 친구가 될 거야. 장담하지."
단언컨데 확신할게. 그렇게 말하고 느릿하게 쓰다듬던 손을 부드럽게 잡아 끌어온다. 살짝 오므려있을 손을 입술로 가까이 끌어와, 간지럽히듯 문질러 안으로 파고들어 숨겨지듯 가려져있던 손바닥에 기어코 입술을 맞댄다. 마치 키스를 하듯.
"......"
일련의 과정이 흘러가는 동안 비류의 손가락 사이로 나른한 금빛 눈동자가 한치의 떨림도 없이 바라보고 있었으리라.
몇 초간 입술을 부빈 후에야 손을 놓아준 나는 그 얼굴에 드리웠던 욕구와도 같은 짙은 빛을 지우듯 웃으며 말했다.
하핫ㅡ. 비류는 상쾌하게 웃었다. 고인 물. 변하지 않는, 변하지 않는 친구가 있는 곳. 자신의 언니가 숨쉬고 있는 그곳은 내가 죽어야할 무덤. 네가 있는 곳은 안식처인가.
"그래. 친구. 다시 만나게 된다면 내 친구가 되어줘. 나또한 네가 내 친구가 되기를 고대할게. 단언컨데, 확신하지만 우리는 다시 만난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관계를 유지할거야."
조금 더 최악이고. 네게 속내를 털어내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아슬아슬한 간극을 유지하게 될테지. 손바닥에 닿는 입술에 비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다가 소리 없이 미소를 띄었다. 소맷자락이 올라가며 자신의 손목의 흉터가 눈에 띄었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나른한 금색 눈을 바라보는 노을색 눈동자가 서로 다른 빛깔이듯 너도 나도 전혀 다른 아람이다.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면서 너는, 나를, 나는 너를.
친구라고 부른다.
"응, 돌아가야지. 나보다 더 상처받은 그녀의 곁이 내가 죽어야할 무덤이니까."
헤일리의 입술이 스쳤던 자신의 손바닥에 입술을 댔다가 비류는 푸른 머리카락을 손에 쥐고 입술을 댔다. 거슬러 올라가 이번에는 헤일리의 이마에 꾹 누르듯 입을 맞추면서 중얼거린다. 가만가만 입을 맞추고 그녀는 몸을 일으켜서 자신의 머리를 추슬러서 모자를 눌러썼다.
아 돌려볼까.. .dice 1 16. = 14 1. 성격반전 2. 오프 더 레코드 3. 10년 후 4. 성별반전 5. 현대 고교물 6. 블러x본풍.. -이를테면 '로라시아 섬은 아바돈으로 들끓었으며 그 곳에 남은...'- 7. 프린스, 프린세스 메이커. 여러분들은 모두가 경쟁ㅈ.. 8. 10년 혹은 10+a년 전 꼬꼬마 유치원 9. 궁중 암투물(서양풍과 동양풍 중 선택) 10. 마법소년소녀물 11. 동화풍 12. 스포츠물 13. 흑화 14. 색상반전..? 15. 그냥 본편 들어가.. 16. SF
그러고보니까 여태까지 일상을 안 하면서 그냥 여러분들 느와르 일상 돌리는 것만 보고 팝콘씹었었는ㄴ데 느와르 시엔이는... 마약제조자인데...... 역시 티엘린 조직에서 약 만들고 있겠지... 요...... 일상을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마감에 쫒기며 설정도 못 붙여줬어...
>>665 그냥... 뭐랄까...... 카게무샤라서 머리 길어진 거는 너무 예뻤을것같구...(이건 퇴폐적인 점 아님ㅇㅇ) 나는 언니의 검이라던가... 그 시스콘? 적인 게 느와르에서도 잘 반영되어있고... 그런 거 진짜 넘 멋지구... 종종 느와르 독백 올라올때 넘 좋았어요......☆
"....미안하지만 왠지... 그 이름 말고 다른 이름은 당신이랑 매치하는게 귀엽지 않을것 같았어요."
진은 멋있지만 핏츠는 멋있지 않다는 말을 술때문에 조금 빨개진 콧망울의 그녀가 진지하게 말하자 옆의 사람이 그것을 흘끗 훔쳐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분명히 당신이 술을 한 잔 사준 여자는 다른 싸구려 창녀들과 비슷하게 먼지가 뭍고 어딘가가 깨져있고 닳아버리는 흔한 물건과 같은 느낌을 갖고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방금 햇살을 머금은 여름의 풋사과처럼 풋풋하고 상큼하여 농익기를 기다리는 과실과 올망거리는 꽃봉오리의 느낌도 간직한 사람이였다.
"그러다가 가끔 이럴때 한 잔 걸치고 그냥 들어가는거에요?"
성실하네-. 라고 하며 눈꼬리를 휘어 웃는 그녀는 당신의 무표정하게 보이는 눈을 마주보다가 자신의 머리를 한 팔로 괴며 무언가를 쓸데없이 생각하는듯, 혹은 찌푸리는듯 입가를 찡긋거린다.
"어머. 그럼 이건 요괴 퇴치용 신주에요? 후후... 뭐. 귀찮게 구는 언니들이랑 비슷한 짓을 지금 하는 중이긴 하니까 할 말은 없지만요?"
그러다가 당신의 말에 고개만 다시 돌려 당신을 보고 저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래도 너무 질색하진 마요. 난 이런식으로 붙잡고 얘기하다가 빠빠이 하는거 좋아하거든ㅡ."
그러다가 다른 사람이 아는척을 하자 그녀는 적당히 웃으며 흔한 인삿말을 나누고 손을 흔들다가 다시 당신을 잠깐 보고는 어딘가 먼 허공을 보며 말한다.
"다들 비슷한 얘기를 하다가 비슷하게 나가는거지만... 이런데는 그런 이야기 듣는게 재미있잖아요? 아. 물론. 아니라면 말고!"
사실은 그보다 더한 것도 있지만 알바가 아니였다. 어차피 사람은 죽는다고 생각했고, 죽은건... 그녀에게 위헙이 안된다. 그녀를 괴롭게 하는 것은 살아있는 것들이다. 죽인것들은 늘... 꿈에서만 나타난다. 제 뱃속에 있던 그것도, 저와 같이 노래를 부르길 좋아했던 그 불쌍한 여자도... 그녀에게 더이상 위협은 안되었다.
"그런데... 설마 그러면 전 귀신처럼 생겄나요? 아! 그러면 귀신이니까 돈낼 필요 없죠?"
일부러 좀 무섭게 웃다가 피식 웃으며 장난을 치고 돈을 꺼낸다.
"농담이에요. 뭐 여긴 귀신도 돈을 받아낼 것 같지만. 어쨋든 전 그럼 이만 가볼게요. 즐거웟어요, 진씨."
가까이, 조금 더 멀리. 모든 곳에서. 선명한 폭발음이 들리는 것은 착각이 아니다. 아마도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칭 '상류층'들의 모든 교양과 예술성을 내보이는 자리에서 이러한 참극이 일어났다는 것을. 방금 전까지 피아노의 선율이 들려오던 그곳에서 고막이 찢어질 듯한 소리가 퍼져나간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 젠장, 완전 헛다리를 짚다니.. 설마하니 저 놈일줄은. " " 철수해, 프레데릭. 이번엔 글러먹었어. 바깥에 차가 있으니 빨리 나와! "
그렇게 말하며 달려가는 검은 눈의 남성과 프레데릭이라 불린 사내는 하나같이 신경질적인 얼굴로 무대 한 가운데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다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천천히 걷던 그는 문득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천막 뒤로 사라져 다시 보이지 않았다.
" 로베르트, 저거 표정봤냐? " " 지금 그런걸 신경쓸때가 아니라고. 더 늦기 전에 이곳을 떠야해. "
"..그래, 그래야지. 이름이 뭐더라? 프.. 뭐였는데. " " 프란츠 발터. " " 좋아. 내가 저 새-- 는 꼭 감방에 쳐넣어주지. "
그렇게 황급히 뛰어나가는 그들의 모습에는 왠지 모를 오기까지 느껴졌다. 관객들이 어지러이 주변에 흩어져 있어 연주회장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 아직 떠나지 않았던 것인지 그것을 힐끗 쳐다보던 그가 돌연 무대 중앙으로 다시 걸어들어왔다.
" 신사 숙녀 여러분, 이곳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질서를 맞추어 차분히. 안전요원의 지시를 따라 대피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한켠으로 밀려있던 스탠딩 마이크를 잡고 그리 일러준 그는 손에 쥔 권총을 허공으로 높이 들어 몇번 쏘아내더니, 크게 웃으며 다시 말한다.
" 아하하하, 죽고 싶지 않다면 어서 도망치세요! 여러분들은 그 분의 비호를 받지 못했으니, 남은 것은 도망치거나 죽거나. 둘 중에 하나 뿐이랍니다. "
아니면, 가련하게도 팔 한짝이 나가 떨어질지도 모르겠네요?
" 미친 놈, 별 개---- 를 다하네. 당장 대가리에 총을 박아줘도.. " " 프레데릭. " " ..알았다고. "
사람이 몰려있는 정문과는 달리, 그들은 바깥으로 통하는 작은 통로에서 그 말을 듣고 있었다. 궁지에 몰리면 다급해져 눈 앞에 있는 것을 빼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정문의 사람들은 모두 혼란에 빠졌고, 문 뒤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 채로 문짝을 쾅쾅 두드린다.
그렇게 문을 연 사람들이 본 것은 줄 하나에 의지해 둘둘 묶여있는 무언가. 그리고 그것에 붙어있는 거의 타들어간 심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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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는 여기서 끝. "
" 로렌스 도련님, 아직 끝이 아닌데요? " " 귀찮아. 그 뒤로는 어찌저찌 추격전 벌이다가 건물 옥상에서 서로 머리에 총겨누고 탕. 했다고 해. " " 정말 그렇게 해도 괜찮을까요.. "
-토마토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그거 알아? 예전엔 토마토는 창녀들이나 먹었대. ...그땐 토마토가 악마의 열매라 먹으면 지옥에 떨어진다고 했나봐. 그래서 아무도 안 사니까 돈없는 창녀들이 어차피 지옥에 떨어질텐데 뭐가 무섭겟냐고 먹었대."
그녀는 자신이 만든 스파게티를 돌돌 돌려서 입에 넣고 오물거리다가 한 번에 삼키고는 씨익 웃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누가 같이 도망가자고 하면-
"나 그 사람 애를 가졌어요."
"푸흐흐... 역시 싫지? 지금까지 날 어떻게 생각했어? 예쁜 애? 불쌍하고 가련한 소녀? 그리고... 더러운 창녀? 하하. 그냥 꺼져요. 농담이야. 엊그저께 생리를 했는걸. 그래도 그 말은 없던일로 하자고. 그냥 친구로만 지내요 우리. 도망가봣자 어디로 갈건데요? 날 데려가서 들키지 않고 잘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바보같고 순진하네. 그런데요..."
그녀는 어딘가 으스러진 사람마냥, 그을린 은에 햇빛이 비추듯이 아련하게 반짝이며 웃다가 당신을 바라보고 똑똑히 말하였다.
사람 하나 없는 고독한 적막속의 저택에서, 나는 존재했다. 주변에 나뒹구는 술병과 이미 말라버려 악취가 올라오는 재털이. 그리고, 절망과 해방감에 휩싸여 있는 나. 소파에 누워있다시피 앉아있는 나는, 생각했다. 만약 내가 복수를 꿈꾸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은 패밀리의 충실한 개로써 입지를 다진 후 정통성과 수완으로 후계자의 자위를 손에 넣을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멍청한 생각을. 이미 실패해버린 복수를 다시 꿈꿀 수 있는가 라는 질문도 해본다. 결과론적이지만 당연히 대답은 NO다. 이미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내 동지들과 재산, 그리고 내 자신까지.
은 패밀리는 만만하지 않았다. 물론 그들에게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전쟁으로 기억될테지만, 그들은 결국 승자였고 나는 패배자다. 그들은 다시 일어날 것이고 나는 사그라들어 재로 돌아가겠지.
끼익거리는 문소리와 함께 형님이 들어온다. 전쟁으로 인해 한쪽 눈을 잃어버린 그는, 나와는 반대쪽의 눈을 잃어버렸다. 그는 오른쪽, 나는 왼쪽. 욱신거리는 왼쪽눈을 슬쩍 만져본다. 환상통이라 하던가? 결손된 부위에서 일어나는 환각적인 통증. 이 욱신거림과 찌릿함은 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형님. 나는 실패했어요."
『알고있습니다. 아우님.』
"그래도, 후회는 없어요. 나는."
『그것 또한. 그리고, 이 저택을 도피처로 선택한 이유도.』
하나만 남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군데군데 드러나있는 핏자국들과 피가튀어 작품성이 바닥까지 떨어진 초상화들. 내 어머니와 아버지의 초상화. 그리고 가족사진. 천천히 일어나 옷소매로 피를 닦아보았다. 10년 묵은 피가 그리 쉽게 지워지지는 않겠지. 나 또한 마찬가지일테고.
청명하게 빛나며 하늘을 수놓는 별들과 은하수를 은실삼아 자수를 놓은 듯한 이 풍경. 우리 가족이 그렇게 좋아하던 하늘의 풍경이다. 이 테라스는 변한게 없었다. 아버지가 등불을 놓으시고 책을 읽으시던 푹신한 소파와, 나를 안고 누워 자장가와 가요를 부르던 어머니의 간이침대와 축음기. 저 높은 하늘을 눈에 담기 위해 때를 써 받아낸 천체 망원경. 그리고, 언제라도 가족들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마련한 작은 사진기. 그리운 추억과 아련한 감정이 밀려온다. 이곳은,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이자 내가 죽을 무덤이다.
"형님. 이곳이 어딘지 알아요?"
『알고 있습니다. 보스께서 제일 중요하게 여기시던 곳이니까요.』
"맞아요. 저 소파는 아버지가 언제나 돋보기 안경을 쓰고 등불 아래서 책을 읽었죠. 눈 나빠진다는 말을 수십번은 넘게 했지만, 고집스럽게도 읽으셨죠. 저 침대는, 어머니께서 나를 안고 토닥이며 노래를 불러주셨죠. 아버지가 좋아하는 노래와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번갈아가면서 틀고, 부르셨죠."
『그것 또한 알고있습니다.』
"잘 아시네. 역시 형님이야. 그래서, 아버지를 여기서 죽게 했어요?"
『........』
"난 알고있었어요. 형님이 내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게 한 배신자라는 것을. 그리고 나를 탈출시킨 은인이라는 것을."
왜일까. 그 때의 당신은 왜 나를 살린 것일까. 차라리 죽게 놔둘 것을. 배신자라는 당신의 추악함과 나를 살려준 당신에 대한 감사. 나는 어떻게 당신을 바라봐야 하는 걸까.
"왜 살렸어요?"
『그 당시, 은 패밀리에서는 제물이 필요했습니다. 명목적인 제물을요. 그렇기에 은 패밀리의 간부들은, 가장 탈이 없고 세력이 약하지만 가장 위험한 이 외가를 제물로 삼은 것이지요.』
"아니, 나는 사전 청취가 듣고싶은게 아니에요. 다시 말할게요. 왜 나를 살렸어요?"
『보스의 마지막 유언...』
"개소리 집어쳐!"
테라스의 난간을 세차게 내려쳤다. 약간 금이간 난간에 피가 조금씩 스며들어간다. 아픔보다는 분노가 차오른다. 왜? 어째서? 당신이 그런 뻔뻔한 소리를 하는거야?
"차라리 죽였어야지! 당신은 날 잘 알았잖아! 가족이 없으면 아무 의미 없는 나약한 소년이었다는걸! 왜? 내가 가족들의 죽음을 나몰라라 한채 이 도시를 빠져나가거나 조용히 살기를 바랬던거야? 그런 멍청하고 잔악한 예상을 왜!"
『저는 은 패밀리의 배신자이며, 이 조직의 배신자였습니다. 저는 보스와 부인에게 도망치라 하였지만 그 분들은 거절하셨습니다. 당신때문에.』
"그래. 그렇다 치자고. 그래서? 결국 당신은 배신자라는거잖아? 게다가 당신의 손으로 내 가족을 부숴버렸지."
『.........』
"나는 당신을 용서할 수 없어. 이 지옥같은 도시에서 나는! 복수만을 위해 살았고 복수를 위해 죽었어! 속죄? 당신에겐 그런게 필요없어!"
품 안에서 권총을 꺼냈다. 아버지가 사용하시던 내 이름과 어머니의 이름이 금박으로 새겨진 장식의 총. 그리고 그것을 그에게 겨누었다.
베르투스 모터스. 그 혼란스러운 불과 유황의 파멸속에서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살아남은 패밀리, 아니 이제는 기업이 되어 시장 지분율의 큰 파이를 차지한 패밀리였던 그 조직의 총수이자 CEO인 레온 베르투스는, 높디높은 마천루 밖의 야경을 바라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발을 빨리 빼두길 잘 했지."
조금만 늦었어도 베르투스 패밀리 또한 불과 유황의 파괴속으로 사라졌겠지만, 베르투스의 사자는 눈치가 빨랐다. 아니면 제 친우에게 뭔가를 들었다거나. 어찌되었든, 공장 설비를 알음알음 로라시아 밖으로 빼돌려 그곳에 정착한 패밀리는, '패밀리'가 아닌 '모터스'의 이름을 걸었고, 그 결과 지금의 거대한 기업체에 이르렀다.
"로라시아에 영광을."
조소하는듯환 목소리로 로라시아에 축배를 들던 레온은, 그대로 잔에 든 버본을 전부 목 안으로 삼켜버렸다.
지금 와서 곰곰히 생각 해 보니 내가 과거에 저지른 일에 대한 후회가 물밀듯이 몰려온다. 과거의 나야, 왜 그런짓을 저지른거니. 다급히 디바이스를 켜 침착하게 타이핑을 해 나가기 시작한다.
[ 어 음...안녕? 나 기억하지? 지난번엔 미안해. 나도 내 나름대로 어디 이름 걸린데 하나라도 알아봐서 그러다 차라리 단체행동 안하고 이름만이라도 올라와있으면 그래도 내가 보험 정도는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건데 나도 모르게 불이 붙어서 원래 의도했던거랑 완전히 달라져 버렸네. 아무튼 정말 미안해, 그리고 잘 들어줄 자신은 없지만 힘든 이야기 있으면 나한테 이야기 해도 돼, 앗. 강요하는건 아니니까 너무 부담가지지말고! 아무ㅌ ]
무기력하게 늘어진 손에 들린 디바이스가 울린다. 짧게 두번 울리는 건 문자메세지의 알림. 느릿느릿하게 손을 들어 디바이스를 가까이 가져왔다. 화면을 켜자 반짝이는 빛에 눈매가 살짝 일그러졌으나, 곧 반쯤 내리깐 눈으로 문자의 내용을 보았다.
[ 어 음...안녕? 나 기억하지? 지난번엔 미안해. 나도 내 나름대로.... ]
"......"
흐리멍텅한 금빛 눈이 천천히 내용을 읽는다. 다 읽을 즈음 화면이 저절로 꺼져서, 다시 눌러 켜보지만 방금의 문자만 보인다. 새로운 연락은 없다.
기다리는 사람에게서의 연락은, 오지 않는다.
"......"
오지 않는-
"...시끄러."
휙. 퍽.
메마른 입술이 역시나 마른 목소리로 중얼거리더니 대뜸 디바이스를 내던졌다. 벽을 향해 날아가던 디바이스는 그대로 부딪혀 망가지나 싶었으나, 그림자가 휙 올라와 잡았다. 그대로 바닥에 고이 내려놓으며 그림자도 잠잠해졌다.
그것을 풀린 눈으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푹신한 침대에 엎드린 채로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숨이 차도, 답답해도. 그대로 가만히. 가만히...
"................으..으...ㄱ...."
한참만에 흘러나온 탄식과도 같은 소리와 함께 손이 부들거릴 정도로 세게 시트를 쥐어뜯는다. 이미 몇 번 그랬는지 근처의 시트는 구깃하다 못 해 찢어질 것만 같았다. 거기에 손톱까지 꺾였는지, 드문드문 붉은 자국까지 보이는 것이-
퍽!
시트를 쥔 손이 돌연 내려쳐졌다. 부드럽고 스프링 좋은 침대 매트리스였기에 내리친들 아무런 해는 없었다. 그럼에도 손은 몇 번이나 반복해서 내려쳐졌다. 손짓 한번 한번이 분에 차서, 만약 매트리스가 아닌 벽 따위를 쳤다면 단박에 손등뼈마저 상했으리라.
그걸 십수번 하고서야 지친 듯 팔도 손도 늘어졌다. 팔이 잠잠해지자 이번엔 고개가 돌아가 퀭한 얼굴이 드러났다. 한 사나흘 제대로 못 잔 것 같은 얼굴이 새하얗고 불그스름한 손을 빤히 보다가 피식 웃었다. 아니 그건 웃음이라기보다 숨이 잇새로 흘러나오며 나는 소리에 불과했다. 웃는다기에, 입꼬리도 눈매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으니까.
"꼴불견...이야..."
사막처럼 버석하게 마른 목소리가 단 한마디, 그것만을 중얼거리고 끊겼다. 더는 말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았다. 누가 내린 것처럼 눈이 감기며 숨이 점점 얕아져갔다.
마치... 죽어가는 것처럼.
"......"
미약하게 숨쉬는 등만이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혼자인 그 방에서, 가느다란 숨의 끈이 그렇게 위태롭게 이어지고 있었다.
웃기지. 아바돈을 상대로 나는 살아남았고 단 한번의 실수로도 죽을 수 있는 상황에 놓였어도 두려움이나 공포는 없었다. 차라리 여기서 죽는다면, 당신은 슬퍼하려나? 하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디바이스를 조작해서 언니에게 평범하기 짝이 없는 안부 문자를 보내고 침대 위에 드러누워있다가 디바이스에 보이는 헤일리 미뉴엣이라는 이름을 발견한다.
나는, 디바이스를 다시 조작했다. 톡, 톡. 디바이스를 조작해서 문장을 만들어낸다.
『헤일리. 우리 할 이야기가 많은 것 같지 않은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를 너의 친구라는 공간으로 들여보냈다면 그날, 그곳, 그 상황에서 네가 보인 그 모습에 대한 것을 설명해주길 바라는 게 큰 욕심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이야기를 들어야겠다.
ps. 이야기할 마음이 들었을 때에 장소와 시간을 정해서 답장해주길.』
나는 잠시, 전송 버튼에 손가락을 올려놓은 채 잠시 고민하는 듯 턱을 한번 쓰다듬었다가 그대로 전송버튼을 눌렀다.
디바이스의 알림이 울리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눈을 떴다. 눈을 감을 즈음엔 아직 하늘이 밝았으나, 깨어보니 창 밖이 붉고 어두워져 가고 있을 시간이었다.
"......"
멍하니 일어나 앉아서 열린 창 너머를 바라본다. 여전히 넋이 나간 눈은 촛점조차 흐렸다.
천천히 몸을 기울여 다시 누우려다가 문득 시야 너머에 반짝이는 빛을 눈치채었다. 빛에 끌리듯 느릿느릿 고개가 돌아간다. 저물어가는 햇빛 외의 빛은 없었기에 그것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저-쪽 벽 아래에 떨어져 있는 디바이스에서 반짝이는 빛이었다.
새로운 메세지의 알림이었다.
"......"
고개가 돌아간 방향을 따라서 몸이 움직였다. 손을 앞으로 디디고 무릎을 세워 엉금엉금 기어 침대 가장자리로. 그러다 한순간 손이 허공을 짚었고 몸은 그대로 무너지듯 바닥으로 떨어졌다. 제법 높직한 침대였기에 떨어디는 것은 거의 추락에 가까웠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굴러떨어져선 잠시 상황 파악이 안 되듯 눈만 깜빡였다.
"...뭐야..."
꼴사납게 진짜... 한참만에 나온 말은 그거였다. 으휴. 낮게 한숨을 쉬곤 몸을 제대로 일으켰다. 그러고나서야 디바이스를 집어와 문자를 보았다.
"...?"
비류의 문자를 보고, 라야의 문자도 다시 보곤 머리를 긁적인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으음. 낮게 앓는 소리를 흘리곤 비류의 문자에 답을 보냈다.
[--일 뒤 --시에 --에서 만나.]
시일은 사흘 정도 뒤였고, 시간은 저녁 이후였다. 장소는 시가지의 외진 곳에 있는 한 카페.
메세지의 전송을 확인한 후 다시 바닥에 드러누워버렸다. 어째서인지 그림자가 일어나 침대로 데려가주려고 했으나, 그것을 뿌리치고 그대로 바닥에 들러붙었다.
비냄새가 눅눅하게 묻어나는 공기가 본국의 공기와 비슷하다. 트레이닝이라도 할 생각으로 훈련장에 들어서서 천천히 몸을 풀고 검을 쥐지 않은 채 손바닥으로 땅을 짚은 뒤 그대로 물구나무를 섰다. 여성스러운 곡선, 그와 반대로 단단하게 자리잡은 근육들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기분에 심호흡을 느릿하게 내쉬면서 물구나무를 선 상태로 천천히 팔을 굽혔다가 편다. 위와 같은 행동을 반복, 반복.
스무개 정도 했을 때, 턱까지 차오르는 숨에 그제서야 바닥을 짚었던 양손 중 하나를 떼어내서 허리 뒤로 옮긴 뒤 아슬아슬하게 버텼다. 속으로 스물까지 센다.
땀이 흘러서 훈련장 바닥에 떨어진다. 팔근육이 덜덜 떨리면서 더이상은 무리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기에 그대로 훌쩍 곧게 하늘로 뻗었던 다리를 내려서 바닥에 착지했다.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들썩거리는 어깨를 천천히 돌린다. 머리가 복잡했다. 실습, 아니 실전이 지나고 시간이 흐른 탓에 굳은 몸을 풀어줄 겸 나오긴 했지만 여전히 머릿속은 복잡했다.
소매가 말려올라가서 손목의 흉터가 언뜻 시선 끝에 잡힌다. 담담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 흉터를 가리듯이 소매를 바로 잡고 다시 몸을 움직인다.
>>969 암브리시오가 요새처럼 되어 있다보니 방벽 위에서 싸움질(?)을 자주 했기 때문에.... 저런 훈련을 자주하는... 음....? 설명을 하면 안되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 비류가 변칙적인 공격을 자주 하거든. 실습때에는 한 레스에 여러가지 공격을 첨언할수 없어서 단순하게 썼지만. 칭찬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