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린 결과로 마침내 시체를 확인하게 된 센하는 그 정체를 알아채고 잠깐 동요하였다. 영문 몰라하며 고개를 기울이는 담당 경찰에게 자신의 머리카락을 하나 뽑아서 건넸다.
ㅡ남은 신체로 유전자 검사해보세요.
그대로 센하는 자리를 떴다. 정확히는 화재 위치에서 조금 떨어진 건물의 계단에 앉았다. 손으로 이마를 짚고 지끈거리는 머리를 가라앉히려고 한 다음, 휴대폰을 꺼내 나츠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새벽 4시를 향해 달려가는 시간에.
ㅡ...아...그, 아아...여오세요...? ㅡ나다. ㅡ...으으으응...? 나...? 어...세아...지음 시아이...머이, 시에 어이 가지... ㅡ...발음 똑바로 해, 나츠미. 못 알아 듣겠어.
방금 잠에서 깬 탓에 비몽사몽하는 나츠미의 말을 듣다가 뒤늦게 현재 시간을 깨닫고 짧게 미안하다고 전했다.
ㅡ별로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서 말이야...지금이 새벽인 줄도 잊고 있었어. ㅡ...아, 으응. 괜찮아. 상관없어. 그것보다는 무슨 일 있었나봐...?
겨우 발음을 바로잡은 나츠미는 과연 눈치가 빨랐다.
ㅡ아...그래, 밤 사이에 불이 난 모양이야. 진화 작업은 모두 끝났고, 지금 경찰이 수사 중이야. 그런데... ㅡ그런데?
말끝을 흐린 센하는 한동안 허공을 바라보며 침묵하였다.
ㅡ...아니다. 생각 정리가 잘 안 되네. 아직 완전히 확실한 것도 아니고, 아무튼 아마 나중에 또 연락할 거야. 끊어.
그 뒤에 센하는 잠깐 편의점에 들렀다. 맥주를 가득 사가는 모습을 보아하니 우울한 기분을 달래려는 듯했다.
술에 취한채 하염없이 시간을 보냈다. 얼마나 보냈을까, 누군가가 흔들면서 부르자 억지로 눈을 떴다. 깜빡 잠이 든 모양이었다. 술기운도 여전했다. 그 때가 한 오전 6시 정도였을 거다. 자신을 깨운 경찰이 전하는 말에 잠도 술도 다 깨버렸다. 놀란 기색도 잠시, 곧 차분해졌다.
-가 든 바구니 안에는 마치 종 모양과도 같은 꽃이 달린 줄기가 수없이 들어 있었고, 통과 닮은 꽃의 이파리, 붉고 하얀 겹꽃의 길고 얇은 이파리들이 들어 있고 늑대풀의 덩어리진 뿌리가 잔뜩 들어있구나. 내가 그것을 아주 가까이에서 바라보았단다. 붉은 겹꽃의 이파리 하나하나를 따내고, 짐승조차도 피하는 군락의 꽃들은 멀리 보는 자에 의해 뜯겨졌단다. 정원에 핀 그 통 모양의 꽃을 꺾꽂이하는 이들이 성행하기에 그것 또한 가벼이 모아왔지. -. 잘 보렴. 이것이 선물이 될 거란다. 마지막 선물 말이다..
...잘 안 써지네요...(흐릿)
라곤 해도 열시즈음에 약먹고 자다가 겨우 깨서 비몽사몽으로 쓴 것이라 생각하면 나빠보이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내일은 멀쩡해야해애...(로 약 먹음)
지금. 기쁜 나의 표정은 어쩌면 생기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촬영 중에야 의외로 병약한 느낌이 들도록 메이크업 한 것-사실 몸매관리 때문에 밑바탕은 받쳐져 있었다 카더라- 과는 조금 달랐지요. 입맛을 만족시킨다는 말에 처음 몇 입은 익숙햐지는 과정이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훅 들어오기 있기예요? 라는 말에 나도 훅 들어오면 당황해버릴걸요? 라고 웃습니다.
"훅 들어와서 본 모습이 좋다고도 생각되고... 이런 모습 보는 거 나뿐인 것 같아서 좋고... 맛았는 거 같이 먹는 것도 좋고.." 위험한 사람 같으니라고요. 심장에 해로워요. 라고 생각하고는 과분하다고 생각할 정도라는 말에.
"그러면 나도 과분하다고 생각하니까.. 헤세드의 과분함을 나한테 담고. 나의 과분함을 헤세드에게 담으면 좋으려나요." 라고 후후 웃습니다. 식사가 곧 나올 것 같은 인기척이 느껴지자 문 쪽을 바라봅니다.
심연: 얌전히 살면 그전이랑은 다를 게 없지 않느냐. 이 몸은 다르게.. 그래 앞쪽에 나와보고 싶어서 계획을 하였으매, 그것을 방해한 쪽이야말로 정당성이 심히 훼손되어 있구나. 그러나 나는 원인을 좀 더 증하고 있으니... 타미엘주: 한줄로 요약하자면 이렇게 노력했는데 방해한 놈에게서의 보상도 없어염? 입니다. 심연: 부적당한 요약이로구나. 좀 더 가하자면.. 타미엘주: 아 어쨌던간에... 그 독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타미엘이랑 타미엘 주위 사람들에게 먹여지는 일 없음! 안심인 겁니다!
서슬퍼런 눈빛을 거둬버리고 의외로 순순히 반성을 하는 센하에게서 저도 시선을 흐려버린다. ...쓸데없이 흥분을 해버린건 이쪽도 마찬가지잖아? 나야말로 목적도 잊어버리고 개인적인 원한을 토해내버렸으니까. 물론 센하의 그 말과 행동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지만, 그렇다고 제가 훈계할 입장은 아니였다는 것은 누가봐도 뻔히 알게 되는 것이였다.
...그래 이미 끝난 일이였다. 강이준을 용서할 일은 추호도 없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금방 깨닫는 것이였다. 과거의 일을 가지고 다툴 때가 아니라는 것 즈음은. 조금 전 강이준이 말했던 것처럼.
"...어..."
제가 말하고도 놀라 얼떨결에 작게 탄식을 내뱉었다. 베어내고, 찢어버리고, 도륙한다.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을 내뱉어 버릴정도로 증오했던가. 하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은 듯 평소의 무표정으로 돌아간다.
"설령 당신보다 강한 이라고 해도, 저희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 맡겨야 한다해도. 절대로 그냥 두지는 않을겁니다. ...이것만큼은 사적인 감정을 제하고 약속하지요."
조금 전보다 차분해지고, 침착한. 그래, 평소의 목소리였다. ...그러다 저의 눈빛을 지적하는 이준을 다시 쳐다본다. 얼굴이 살짝 찌푸려 졌던가?
"...당신에게는 변한것처럼 보입니까? 그렇게 보이기도 하는군요."
모호한 답을 내놓는 목소리는 점점 흐려져가서, 문장의 끝은 알아 들을 수 없을 정도였다. 누군가는 어른스럽고 성실하다 하였다. 또 누군가는 경찰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했지. 그런 말을 들을 적에는 항상 의문이 들었다. 내가 아는 자신은 그런 평가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어쩔 수 없었겠죠. 댁 같은 범죄자를 잡으려면 변할 수 밖에 없었으려니. ...저는 저의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남의 이야기를 하듯 눈을 천천히 깜박이며 담담히 읊조렸다. 강이준이 하는 말은 적어도 자신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였으니까. 애초에 싸우기 시작한 이유는 그저 자기자신을 위한 것이였다. 내 주변의 인물들을 건드는 것에 대한 분노는 저에게 남은 행복을 빼앗아버린다는 두려움. 누군가를 지킴으로서 자신의 과오를 용서받고자 하고, 그리고 저보다 악질의 범죄자를 징벌함으로서 발생하는 약간의 정신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