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That's what I was dreaming... ◆SFYOFnBq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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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1 (거의 끝나감) 23:05:22
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타치☆★☆★☆:>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각 스레마다 이를 위반하지 않는 수위 관련 규범을 정하고 명시할 것을 권장합니다.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타 스레와의 교류 및 타 스레 인원의 난입 허용 여부(이건 허용한다면 0레스에 어디까지 괜찮은지 명시해둡시다)와, 스레에 작성된 어그로성 및 저격성 레스의 삭제 여부, 분쟁 조절 스레의 이용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각 스레의 스레주에게 있습니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분쟁 조절 스레"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처음 오신분은 어려워말고 잡담 주제글에 도움을 청해주세요! 각양각색의 스레들을 가볍게 둘러보는 것도 적응에 효과적입니다.
흐릿한 형체가 어른거렸다. 그것은 과거의 나. 그것이 제정신이었다고 혹자는 말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그런 존재로서의 나는 선했지만. 그건 그저.. 애너그램일 뿐이다. 사라져라. 흐릿한 형체마저도 찢어버리기를.
그래. 그러려무나. 나는 학생을 사로잡을 터이니.
주의! 데플은 없지만 부상 등으로 구를 수는 있습니다. 어두운 분위기도 존재하고요. 개인설정, 개인 이벤트, 환영합니다. 완전 초보라 미숙한 스레주입니다.. 잘 봐주세요..(덜덜덜) 모두들 서로를 배려하고 활발한 어장생활! 캡이 응원합니다! 인사도 바로바로 하고, 잡담에서 끼이지 못하는 분이 없도록 잘 살펴보자고요!
전투 시스템에서 다이스를 사용합니다!! 라고 공지하지 않는다면 그냥 공격하시면 됩니다. 다만 공지할 경우에는 명중빗나감 다이스를 굴립니다. 다른 다이스가 필요하신 분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는 내 손수건을 보곤 자신의 가방에서 셔츠를 꺼내주었다. 그걸로 대신하라는 의미겠지. 그렇지만 나는 그 셔츠를 쓰는 대신 들고 있던 손수건으로 잽싸게 팔뚝 위쪽을 감싸 묶어버렸다. 그러자 흰 손수건에 피가 묻어 붉어졌다. 또 한껏 머금겠네. 그렇게 생각하며 손을 두어번 흔들었다.
"핏물 빼는 건 익숙하니까 괜찮아요. 그보다, 조금 아플지도 몰라요. 참으세요."
설명이 조금 부족하게 말하고 가볍게 손짓했다. 그러자 프란츠의 소매 아래로 드리운 그림자가 긴 끈처럼 주욱 뽑아져 나오더니 피가 나는 팔을 셔츠 째로 휘리릭 감았다. 마치 검은 붕대로 감은 것처럼. 살짝 조이도록 감아놓고 피가 멎을 때까지만 이렇게 두겠다고 얘기했다.
"이 정도면 됐으려나... 좀 더 세게 조여둘까요?"
태연스럽게 말하는 모습이 당황했던 건 가라앉은 듯 보인다. 아니면 그래보이도록 행동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단단히 감은 팔 위를 슬쩍슬쩍 건드려본 뒤 그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나저나...이런 상처를 붕대도 없이 그냥 다니시다니, 무모하네요. 선배."
치료가 싫으면 붕대 정도는 감으세요. 그 말을 하면서도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누가 누구한테 이런 말을 하는건지, 참.
프란츠의 말을 듣고 거의 반사적으로 튀어나간 대꾸였다. 음. 그래. 생각해보니 그런 느낌이네. 마치 흉터를 일부러 남기려고 그랬다는 뉘앙스였다. 나는 여전히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저번에도 말 했지만 저 웃는 얼굴은 꼭 가면 같았다. 다르게 생각하면 상대가 일정 선 이상 간섭하지 못 하도록 막는 용도일지도. 웃는 얼굴은 기묘하게도 더이상 캐묻지 못 하게 하는 마력 같은게 있으니까.
"...아, 맞다."
그를 응시하던 차에 문득 생각나 중얼거리곤 내 가방을 끌어왔다. 안을 보려고 들췄다가 아까 묻었을 핏자국을 보고 흠칫 놀라긴 했다만. 곧 아무렇지 않게 안에 손을 넣고 뒤적거리며 말했다.
"저 마침 효능 좋은 포션을 가지고 있거든요. 상처를 다시 터뜨린 실례도 있으니, 한모금 드릴게요. 사양하지 마세요?"
하하. 어쩐지 웃는게 웃는 것 같지 않은 어조로 말하곤 가방에서 잔과 물통을 꺼내었다. 예의 그 잔, 텐게르님으로부터 빌린 성배였다.
어설프게 거짓말해봐야 별 의미도 없을게 분명했다. 그는 말을 마친 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자세히는 말할 수 없지만, 만약 그 이유를 물어본다면 거짓없이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숨기려면 숨길 수 없는것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 포션 말인가요? "
그는 그녀가 꺼내든 성배를 보며 손가락을 의자 손잡이에 대고 살짝 톡톡 두들겼다. 물론 꺼내든 것이 성배인지 아닌지 그가 알리 없지만. 사양하지 말라는 말은, 거부하더라도 어떻게든 마시게 할 것이라는 뜻으로 보였다. 적어도 그의 생각이기는 했으나, 아무튼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는 자신이 어떤 충격적인 일을 말하더라도 큰 반응을 보일 것 같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처럼 행동할 확률은 훨씬 적다고 보는 것이다.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을 누군가를 찾으라고. 그 사람이 말했으니까,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했다.
" 겉 모습이 좀 화려해 보이는데.. "
효능은 포션에서 나오는거지 잔에서 나오는게 아니지만, 왠지 잔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애매했다. 이상하게 신성하다고 해야 할까.. 일단 그는 그녀가 건네주는 잔을 받아 그대로 천천히 마셨다. 쓰지 않다고 하니 편하게 쭈욱하고. 잔이 비워지자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왼 팔의 통증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곧 아무것도 남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소매를 걷어보고 싶었지만, 아직 팔을 감고 있는 그림자가 있어 일단은 그만두었다.
"눈에보이는게 꼭 진짜라는 법은 없어서 빤히 뚫어져라 쳐다봤다가 심연을 들여다보면 저는 책임 못지는걸요."
단순히 볼뿐이라는게 내 비밀에 이른다면 그때는 어떤식으로든 지금같은 평범한관계로는 남겨둘 생각이 없다. 말은 가벼이했지만 심연을 들여다본자는 결국 심연에게 응시당하게 될테니. 손해보는 행동을 굳이 하지말라는 의미를 담는다. 물론 눈치못채는게 정상일정도로 가볍게 말해서, 무슨소리인지는 알길이 없겠지만.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이해를 하지못하겠네요. 당신의 변태행위를 정당화하겠다는 뭐 그런 의미로 해석하면 되겠습니까. 당신이 제 머리카락을 관찰한다고해서 당신 머리카락을 관찰하는걸로 퉁치라는 소리로만 들리네요."
이윽고 이어지는말에는 웃음기를 머금고 말했다.
"드디어 변태인걸 인정하셨답니까? 뭐 그건그렇다 치더라도 학교라는 공간은 인간관계라 실타래처럼 꼬이는군요. 누군가가 누군가를 안다는게 복잡하게 얽히니까."
뭐, 이 남자라면 모르는 편이 좋을것이다. 정말로 적으로 돌아섰을때는 어차피 알게될 진실일테니.
"세치혀를 잘라버릴수도 있습니다?"
적당히 하라고 표정을 죽여버리고는 딴죽거는 진을 그렇게 기죽게만들려고한다.
"물론 앞서 이야기했던 말은 굳이 저한테 한정되는 말은 아닙니다. 가령 가닥을 잡은 이야기가 있다면 당신 주위에도 어느나라의 충견이 정보를 흘려보낼지도 모르죠. 예시가 그렇다는 말이고 다른 가능성도 배제할수는 없어요. 경험에 빗대서 이야기하자면 그런 녀석들은 얼굴하나 안바꾸고 배에다가 바람통하게 만들만한 각오는 가지고 있을걸요. 이용적인 가치가 없으면 가차없이 버릴테고 말이죠. 후후."
장난스럽게 대하는 것조차 연기로 다가올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눈앞의 겐은 다른 사정은 있을지언정 그런 부류의 냄새는 나지않았다. 그것조차 연기라면 확실하게 기책을 새로 잡아야겠지만.
"안좋아요. 앞서말했던것처럼 겉으로는 장난치고 어울려다니는 사람인척하는 누군가의 개가 이 학교에는 적어도 있으니까."
이건 반영구적인 인챈트라 스크롤이면 일회용인 대신 데미지를 올리거나...음음.. 되겠네요.
바람의 인챈트-시로코
사막의 열풍일지어다!
-인챈트를 발동시키면 공격에 사막의 열풍과도 같은 거칠고 뜨거운 바람이 더해집니다.(추가 데미지 80) -상성을 잘 타지 않는 대신 데미지는 적은 편입니다. -화속성의 적에게는 열기를 흡수해 약화시키고, 차가운 속성의 적에게는 이 바람이 시원하고 습윤한 기후를 부른다는 것에 이르러 차가운 속성도 약화시킵니다.(상대방의 속성공격력 일부 약화) -추후 해금시 ?가 가능해질지도.
적당히 농담 안하면 담궈버린다는 식의 농담을 전개하고는 화제를 슬며시 돌린다. 진지함이 너무 부족해진다. 이야기라는게.
"권력이니 실권이니하는건 결국 못가진자가 쓸데없는 환상을 가지는겁니다.
소매를 슬며시 걷어서 지난날의 상흔 들을 드러냈다가 다시 펴낸다.
"물론 떵떵거리며 사는 인생은 누구나 꿈을 꾸겠지만, 행복이라는건 결국 마음의 안정에서 나오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행복이라는 감정을 모르지만."
사전적 정의처럼 그저 개념을 읆는선에서 정리하고는, 안타깝게 보는 겐의 눈치를 읽어내고는 불쾌한 표정을 잠시나마 지어보인다. 동정이니 뭐니 아무것도 사정을 모르면서 그런 표정을 짓는건 역시 마음에 거슬리기 그지없는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개라기보단 주인뜻만따르는 맹견을 말하는거죠. 콜렉팅의 가치가 있다면 그쪽은 회초리로 굴복시켜서, 내것으로 만든다음 위험에 버림패로 쓰고싶은 녀석이고. 당신은 저 아니더라도 꼬리를 살랑거릴거같은 동네 강아지같은 느낌이지만. 사람한테 할말은 아니군요. 이미 말해버렸지만."
역시 보물찾기가 맞았었다.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녀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입에서 나온 뜻밖의 이름을 듣고는, 놀라면서도 재빨리 입을 열어 말했다.
" 텐게르님이 직접? 우와, 그건 신기하네요. "
가끔씩 이상한 공간으로 끌려 들어간다는 소문도 들려왔지만, 설마하니 신을 직접 만날 수 있을줄은 몰랐다. 라는 생각을 하며 그는 뭔가 반짝거릴 정도의 눈빛으로 성배를 다시 한번 바라봤다. 자신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은 아쉬웠지만.. 지금 중요한건 그런게 아니었다.
" 상처..라. "
그 정도의 물건이 치유의 능력을 지녔다면, 효과는 확실하다 못해 지나칠 것이다. 지워지는건 별로 원하지 않았는데 말이지. 손가락으로 왼팔을, 정확히는 왼팔을 감은 그림자를 살짝 건드린 그는 다시 그녀에게 말했다. 진심을 말하자면 보고 싶으니까. 음.
어쩌면 그 때 일생의 운을 다 써버린 것 아닐까 싶다며 우스개소리처럼 말했다. 그러면서도 성배를 보는 그의 눈을 보았다. 아이처럼 반짝거리는 눈. 저 시선에 담긴 것이 신기함일지 다른 것일지 모르겠지만 흥미를 보인다는 건 알 것 같았다. 그야 그렇겠지. 신의 물건이 눈 앞에 있는데.
팔을 확인해 보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그림자 위를 건드려보더니 보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해주면 좋겠다고. 그 대답에 나는 키득, 소리내곤 아까처럼 손을 까딱였다. 그러자 그림자가 감긴 팔이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휙 들리더니 내 쪽으로 내밀어졌다. 그가 느끼기에 팔이 무언가에 멋대로 끌려가는 느낌이었으리라. 나는 내게로 내밀어진 손을 잡았고 그림자는 한겹 한겹 벗겨졌다. 감길 때와는 달리 천천히 떨어지는 그림자를 보며 내 입술이 움직였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보는 기분이 이런 느낌일까요."
그건 물음이라기엔 한없이 단조로웠다. 혼잣말에 가까운 말이었다.
이윽고 마지막 그림자 조각이 떨어져 본래의 그림자로 돌아가고, 나는 친히 프란츠의 소매 단추를 풀러 총총히 접어 걷어올려주었다. 그리고 드러난 그 팔에는- 드러난 팔과 그를 번갈아 본 뒤 웃으며 물었다.
역시 인챈트가 필요하다. 여태까지는 내ㅏ 좀더 빨리 움직이고, 먼저 생각하는 것으로 이걸 어떻게든 이어갈 수 있었지만, 나는 한 사람이다라는 물리적인 한계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나는 일회성 스크롤이 아닌 인생 첫 인챈트를 하기로 했다. 어떤 것이 필요하고, 어떻게 동작할지는 미리 구상 해 뒀으니, 남은건 되는가의 여부만 체크하면 끝.
"......"
칼라미티 신전의 크리드를 찾아가보라 했던가, 일단 안까진 들어왔는데,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할지...
왼팔이 멋대로 그녀 앞으로 이끌려갔다. 딱히 저항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지만, 표정에서는 미묘한 느낌이 감돌았다. 상처가 사라진다면 더 아플 일도 없을테니 기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라진다면 그동안의 ---이 지워지는 것이니 아쉬울지도 모른다.
" ..아. "
소매 단추가 풀리고, 곧 완전히 드러난 팔은 깔끔함. 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었다. 손목은 상당히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하얀 빛을 띄고 있었다. 그 위도 마찬가지. 손가락으로 한번 쓸어보면 까칠거리는 흉터의 감각이 그대로 묻어나던 때는 이제 끝난걸까. 정말로? 그는 조용히 아쉬움이 담긴 탄성을 내었다. 오른손으로 살짝 더듬어보니, 멀쩡한 살의 감촉이 느껴졌다.
"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고.. 글쎄요. 뭐라 말하기가 애매하네요. "
여러 감정이 뒤섞여서 약간은 혼란스러웠다. 몇 년의 시간을 한번에 지워버려서, 고개를 슬쩍 갸웃하는 정도로는 감정을 제대로 바로잡을 수 없었다.
" 그래도 보기에는 좋네요. "
그렇게 내뱉은 한마디는 뭔가를 털어버리려 하는 느낌이 강했다. 그 이전에는 솔직히 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져 있었으니까. 물론 겉으로는 단지 이번의 상처때문에 그런 것처럼 보이겠지.. 아마도.
"라라라...." 크리드는 그래도 대화 두 번은 했다고 조금은 나은 안색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철의 시대로 굴러떨어졌을 때 나타난 어린 이었으니 황금의 시대를 알지 못하였으니까요. 그 목소리는 사람을 홀리고, 절대로 반역하지 아니하겠다고 맹세하고픈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지요.. 그러다가 들어온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고개를 갸웃하고는 인사를 건넸습니다.
"어서와- 인챈트를 하러 온 거니?" 느릿하게 인사를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뭐에 하고 싶다라던가. 무슨 인챈트인지는 들어봐야 하려나... 라고 중얼거립니다.
"그래도 형식상으로는 문제를 내야 하겠지?" 라고 말하고는 싱글싱글 웃습니다. 우아한 손짓으로 문제를 하나 냅니다.
"내가 칼라미티 성소로 가던 중 칼라미티 성소에서 나오는 7명의 대머리 남자를 만났는데 그 남자들은 각각 7명의 자녀를 두고 7명의 자녀는 각각 7개의 가방을 들고 있고 7개의 가방 각각에는 7마리 고양이가 들어있고, 그 고양이 각각은 7개의 방울을 달고 있었지." 그럼 칼라미티 성소로 가는 사람은 몇 명일까? 라고 묻습니다.
소매를 걷어낸 팔은 새것 그 자체였다. 깔끔했다. 상처라고는 단 1미리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것을 본 그의 반응은 한바탕 출렁거린 후의 잔잔함. 그런 느낌의 반응이었다. 겉으로는 가라앉았으나 속으로는 아직 물살이 흐르는 듯한 느낌을 짧은 탄식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요. 뭐, 그렇겠죠. 다쳤을 때 느꼈던 고통이나 감각마저도 거짓이었던 것처럼 이렇게 말끔히 사라져버리면..."
누군들 쉬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그것이 신의 힘이라 하더라도. 나긋하게 중얼거리며 그의 드러난 팔을 거슬러 올라가듯 쓸어올렸다. 손끝만으로 간지럽히듯, 매끈한 살갗을 쭉 타고 올라가 어깨를 넘어간다 싶더니 돌연 되돌아내려갔다. 돌아가며 처음에 묶었던 손수건을 풀러갔다. 하얗던 손수건은 그의 피를 한껏 머금어 새빨갛다 못 해 검붉어져 있었다. 그 손수건에 스민 피가 그의 상처를 증명해주는 흔적이었다.
"음. 전 이전이 어땠는지 모르지만 말예요. 선배가 보기 좋다면야 그런 거겠죠."
잘 된 걸까요? 웃으며 말하고 그의 소매를 도로 내려주고 단추까지 도로 잠근 다음에 내려놓았다. 그림자도 떨어졌으니 이제 그의 의지 없이 팔이 움직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검붉게 물들어 살짝 굳기까지 한 손수건을 무언가 만들듯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럼 이제 선배가 흉터를 남기려고 한 이유를 물어볼까요. 묻는다고는 해도 확인에 가깝겠네요." "그래요, 그래. 선배. 신을 믿는 건 좋지만 그 신앙심이 너무 지나친 건 과하단 생각은 안 해봤나요? 저번도 그렇고 선배는 보면 볼수록...미쳐있는 거 같거든요. 선배 안의 신에게."
중복 인챈트가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지. 겉의 후드집업을 벗고 까만 원피스만 입은 채로 박수 두번으로 수신호를 주자 손목의 팔찌가 촤르륵 펼쳐져 건틀릿 형태로, 원피스 위로 덮혀지듯 흉갑이, 발목에서부터 시작해 그리브가 덮혀지고, 마지막으로 6개의 금속 패널이 촤르륵 소리를 내며 전개된다.
아, 어쩔 수 없지. 이미 지나간 일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까. 그렇지만 기억만큼은 사라지지 않아. 어쩌면 다시 하나하나 그어나갈수도 있겠지. 네가 그렇게 했으면 좋겠네. 네가 그렇게 해야만 하겠지. 부디. 그럴수 있지? ..그런 생각이 빠르게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그동안 팔을 내려다보는 눈동자는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았는지 조금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손수건을 풀자 그쪽으로 시선이 옮겨가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눈을 감았다.
" 더 나아졌어요. "
하나하나. 천천히. 채워나가면 되는거니까. 그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쉽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갈라졌다. 평소라면 몇 번 목을 가다듬었겠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다시 눈을 떠 검붉은 손수건을 바라본 뒤. 그녀의 말을 듣고는 싱긋 웃으며 답한다.
" 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걸요. " "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도 주지 않고 있어요. 그럼 괜찮은게 아닐까요? 아하하. "
" 홀로 살아가라는 말씀이시군요. 피해를 끼친다면 격리되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에요. 응. "
이후 들려온 차가운 목소리에도 그의 표정은 여전했다. 편안하게, 느긋한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이어가는 그의 얼굴은 태연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가면따위 없었을지도 모른다. 단지 그 신앙까지 건드려 보았던 사람이 없었던거겠지. 설령 건드렸더라도.. 지금 이 상황과 다를게 있었을까.
" 지금껏 속이면서 살아왔었죠. 제 입으로 우정이라는 말을 담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겠지만, 소중했으니까 숨겼을 뿐이죠. " "잘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괜찮아요. 이건 단지 제 생각이니까. 아가씨께서 불편한 감정을 느끼더라도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
그가 원래부터 이렇게 뒤틀리지는 않았어. 라고 생각하더라도, 그의 말은 위선으로만 보일 뿐이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그와 신앙을 논할때면, 모두가 그를 미쳤다고 생각했으니까. 조곤조곤히 말하더라도 그 내용이 심히 어긋났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아주 얇디 얇은 얼음이 깔린 수면 위를 걷는 듯한 대화라고, 나는 생각했다. 반의 반 초라도 잘못 움직이면 그 아래 심연에게 잡아먹히는 그런 대화라고. 어느 한쪽이 진저리 치기 전엔 끝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그 아슬아슬함에 등골이 오싹한 스릴을 느꼈다고 하면, 나 역시 정상은 아닌 거겠지.
너무나도 태연한 그의 태도에 나는 조금 웃음이 났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그런 거다. 진짜배기네 이 사람. 그런 느낌이었다.
"걸작이네요. 선배."
다리를 꼬고 그 다리 위로 한 팔의 팔꿈치를 괴었다. 그 팔의 손에 턱을 얹곤 그대로 그를 바라보며 잔웃음을 흘렸다. 프흐, 흐흐흐...
"제가 조금 전제를 잘못 짚은 것 같네요. 선배는 그저 묻지 않았으니까 말하지 않은 것 뿐인 거였어요. 딱히 숨겼다기보다 상대가 그 부분을 파고들지 않으니까, 묻지 않으니까 아무 말도 안 한 거죠. 실례했네요. 잘못 생각해버렸어요."
한순간 나타났던 차가운 태도는 어디로 가고 처음과 같은 분위기가 되어 말을 이었다.
"그래요. 실체를 알았다면 더이상의 말은 필요 없겠죠. 음. 기분 나쁘지만 재밌는 사람이네요. 선배. 아. 불편하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이제 알았으니까."
내가 하려했던 것은 그의 사고방식을 뜯어고치고 싶은게 아니라 내가 느끼는 이 불유쾌한 감각의 근원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다소 불친절하고 예의라곤 밥 말아먹은 방법이더라도 내 기분을 해소할 수 있다면 하는게 내 방식이었으니까. 나는 그의 이상적인 신앙심을 고쳐보겠단 생각 따위는 처음부터 한 적도 없었던 거다.
턱을 괴지 않은 손으로 박자를 맞추듯 무릎을 톡톡 두드리면서 잠시 그를 응시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제 주변이나 선배 주변에 얘기는 않을테니까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말아요. 대신 부탁이 있는데 들어줄래요?"
별로 어려운 건 아니니까요. 방금 전까지 살얼음 위를 오가는 대화를 했다곤 생각지도 못 할 정도로 가벼운, 밝은 목소리였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면서도, 이해를 못한다니. 이상한 일이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던게 아니라 원래부터 그런 인간이었다는건. 더더욱 싫은 일이다. 그런데도 자신이 그런 인간이었다. 어떨때는 이타적인데도, 어떤 면에서는 기괴하게도 이기적이지. 그리고 그 중에서 한쪽 면만 드러내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어느쪽도 가면이 아닐때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 재밌다.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까요? "
그녀의 반응을 찬찬히 살펴보는 그는, 웃음 짓는 모습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그녀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본성을 끌어내는 능력. 아마 다른 사람과 만날때에도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본성 그대로였지만, 이럴때는 다른 면을 이끌어냈다. 라고 말하면 되는 것이다.
" 물론이죠. 그런 반응을 보여주신건 아가씨가 처음인걸요. "
그는 밝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고마움이라고 해야 하나? 아마 그것과 비슷한 감정이 섞여있는 목소리라고 하면 될것이다.
"그래야겠지. 더 철저히 준비하는 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 아니니까." 나는 전선에 직접 나서지는 않아서 말이야... 그런 종루가 좀 더 마음에 들더라. 라고 말하고는 고맙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인챈트 그 자체인 존재가 인챈트가 없어지게 놔둘 일이 있으랴.
"나 레이먼과 그 자손은 각자의 목숨이 다할 때 까지" [ 나 에르넨은 그대, 레이먼 델 포리아와 그 자손들의 대가 끊겨 포리아 공국이 시간을 따라 사라질 때 까지. ] "이 맹약을 지킴을 이 자리에서 선언합니다." [ 이 맹약을 지킴을 이 자리에서 선언합니다. ]
에르넨이 레이먼 델 포리아를 위해 만들어준 갑옷. 평상시에는 얇은 팔찌형태로 손목에 걸려 있다가, 사용자가 신호를 보내면 순식간에 갑옷과 보호패널 6개가 달린 방어무장으로 탈바꿈한다. 이 갑옷은 오로지 델 포리아의 직계혈통만이 착용할 수 있으며, 방어력 이외에도 델 포리아의 맹약을 상징하는 매우 중요한 물건이다.
연무장은 자신이 훈련하기에 최적의 장소야. 라고 그녀는 생각하고는 몸을 풉니다. 그녀의 능력은 그녀 자신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만 직잡적으로 아바돈에게 타격을 주려면 무기를 다루는 실력이 높아야 합니다.
인챈트를 할 수 있는 것도 도움이 될지도. 라고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장에 가볍게 나가서도 바로 무기를 소환할 수 있다면 그건 유용한 것이지요. 그리고 연무장에서 긴 월도를 들고 있을 때 검은 머리에 키가 큰.. 몇 번 마주친 그가 보입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이야기를 한 번 나눠보고 싶어서 다가가려고 합니다.
"안녕" 꽤나 담백한 인사였습니다. 별 건 아니고. 이야기 좀 나눠볼까 해서. 라고 재빠르게 덧붙입니다.
어릴 적의 상처만큼 나쁜 기억으로 남는 일은 없다. 그러니 좋지 않다. 당연히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직접 느껴본 사람이 아니라면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법이다. 누구든 전혀 느껴보고 싶지 않은 일이기도 하고. 그러니 더욱 더 좋지 않은 것이다.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이유였으나, 아무튼 그는 웃음기를 지우고 대답했다.
" 부탁이라는건 거절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
친절을 베푼다면 언젠가 돌려 받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주는 만큼 받는 것보다 이상적인 일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가 아까 전 주변 인물에게 알리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친절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것에 보답해야 했다. 그렇게 생각하긴 했지만, 잠시 뒤 들려온 말에 그는 축 늘어지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 신부님도 아가씨도.. 모두 똑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
그답지 않게 투덜대는 말투였다. 한편으로는 만나는 사람마다 이런 말을 할 정도라면, 별로 좋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생각하기도 했다.
" ..알겠습니다. 어떻게든 지켜봐야겠죠. "
부탁이니까, 받은 만큼은 해야하지 않을까. 최대한 줄여보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얼마나 갈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어머니께서는 언제나 저를 무릎에 앉히시고 음주가무를 즐기십니다. 옛 성현들과 주변의 큰 어르신들께서는 달을 벗삼고 피어있는 꽃들의 흥을 받아 즐기신다 하는데 어머니께서는 그렇게 하지 아니하시는지요? 또한 이 소자는 어머니의 옥체가 심히 염려되옵니다. 어머니의 기침에 마음이 찢어지고 불덩이 같은 손에 제 심장이 녹아내리는데 어찌하여 이리 음주를 즐기신단 말입니까?"
[아현아. 결론은 이 어미가 음주를 금하고 너에게 더욱 관심을 달라 이말이더냐?]
"소자는 그런것이 아니오라, 진정으로 어머니의 건강이 염려되어..."
[아현아. 나의 자그마한 미래야. 이 어미가 어찌 너를 소홀히 하겠느냐? 그러니 에잇!]
"으므니 보르 자바 느려뜨리지 마라 주시ㅂ시오.."
[어미 된자로써 나의 것이 이리도 귀엽거늘, 아드님은 이 어미의 관심이 싫으신지요?]
"그거스 아니지마.."
[그러면 되었습니다. 자. 이 어미에게 안기시지요. 아드님.]
"어머니... 어머니에게서 아버지 냄새와 곡차의 냄새가...."
[에잇! 건방진 아드님은 입을 다무시지요!]
ㅡㅡㅡㅡㅡ
그 날도 이런 날이었다. 청명한 하늘 안에 둥근 보름달이 떠, 온누리를 비추어 하얗게 물들 때.
티엘린 사립 아카데미. 전적으로 이곳에서의 신분차라는것은 없거니와 능력유무에 오히려 좌우받는 공간이라는게 맞는 로머를 양성하는 학교. 수많은 사람을 마주쳤지만 최근에는 복잡하게 얽힌 거미줄이나 실타래와 같이 변질된 관계들이 얽혀가고 있기에, 어떤사람을 어떻게 대처하고 취급하는가는 나에게 있어서 큰 과제였다.
가령 '헤일리 미뉴엣'은 어떠한가하면 나는 긍정적으로 그녀를 보고있었지만. 근래에 있었던 두번의 만남을 이야기하고자한다면 별로 좋은 반응을 얻어내기는 힘들었으리라. 거기다 비밀을 대가로 비밀을 건내준것은 어떻게 보면 스스로 음독을 한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근본적인 사람의 나쁨은 그녀에게 없지만, 한손에 뭉쳐지는 눈덩이가 언제 눈사태가 되어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게 큰 디메리트일터이다.
물론 내 본심에대해선 이야기한게 아니다. 약한척을 하고 적대심의 방향을 이상한 곳으로 돌려서 다른 가면을 뒤집어 씀으로서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아닌 그냥 껄끄러운 관계정도로는 무마하는데에 성공했지만, 역시 지난번 실습때의 그녀를 생각한다면, 먼 훗날에는 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것은 큰 위협이었다. 운명에 저항하는 존재라는것은 물론 그자체로는 훌륭한 인물의 상이지만, 상극이다. 물론 나는 운명주의자는 아니다. 그저 그분의 뜻을 이루고자하는 몽상가에 가깝지.
문제는 그거다. 어떻게 처신하는게 좋을까.
장기판 위에 잘깎인 말들을 손가락으로 굴려가며, 여전히 풀리지않는 고민을 뒤로한채 나는 수련장에 들어섰다. 딱히 이유는 가지지않은채 그냥 정처없이 떠도니 도착했다는 말이 어울릴까.
볕이 선명하게 내리쬐는 한낮. 따가울 정도로 뜨거운 볕을 피해 그늘을 찾는 뭇 학생들과 달리 나는 수련장에 있었다. 가벼운 민소매 셔츠에 자외선의 대책으로 얇디 얇은 가디건을 걸치고 타이트한 청바지 차림은 도저히 수련장과 어울리지 않았지만, 누군도 하지 않을 지적을 내가 신경 쓸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런 모습으로 수련장에서 나름의 수련이란 걸 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보기엔 장난 같은 수련일지라도 내겐 나름의 이유와 고민이 있었으니.
최근 반복된 실습에서 깨달은 건데, 무조건 예리한 날붙이를 내쏘거나 내지른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유효타가 되지는 않았다. 다수가 한 목표를 노리고 있는 만큼 미스나 오발이 나기 쉬웠다. 그것을 단단히 느낀 나는 기존의 무구 위주에서 공수가 가능한 형태로 그림자를 유용하는 법을 고심하고 있었다.
그래, 예를 들면-
그림자를 긴 사슬의 형태로 뽑아내는데, 그 사슬에 날카로운 가시를 달거나 치명적일 갈고리 같은 것을 달아 행여나 빗나가더라도 약간의 피해라도 줄 수 있게끔 하는 것이었다. 그 시범으로 보통 사슬을 만들어 내어 내 두 팔을 휘감아보았다. 촤르르륵 소리와 함께 팔을 꽉 감는 묵직한 감각이 나쁘지 않았다. 다만 아바돈을 상대로 할 때에는 좀더 크고 굵게 만들어야겠다며 팔에 사슬을 감은 채 이리저리 움직여보고 있을 때였다.
저벅...
"...흠."
수련장의 입구 즈음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싶어 돌아보니 예의 그 기분 나쁜 황녀가 들어오고 있었다. 살짝 몸을 돌리고 잠시 그 쪽을 응시하다가 이내 홱 돌아섰다. 저번에 선고했다시피 나는 그녀와 동급생으로서는 물론이고 그 외로도 상종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저 돌아서서 내가 하던 걸 계속 할 뿐이었다.
"......"
팔을 감은 사슬을 팽팽하게 당긴 채 이대로 가시를 세우면 어떻게 될까. 그런 것을 생각하며 저쪽엔 처음 이후로 눈길도 주지 않고 있었다.
혀를 차는 소리를 일부러 내고는 시선을 돌리는 헤일리의 예전 말을 떠올렸다. 상종할 생각이 없다. 랬던가. 아예 안본사람취급한다는건 인간적으로 무시당한다는 느낌은 적잖아 있었다. 물론 근본적으로 상대가 저런다고해서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냥 기분적으로 불쾌감이 있었다는 의미에서 혀를 본능적으로 찼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수련장에 들어오면서 본 그녀의 그림자능력에 대해선 분석적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그림자를 활용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림자를 매개체로한 물질형성류의 초상능력이라는 것은 그 능력을 가진자로서의 메리트가 충분했다. 사실 처음에 그녀와 접근을 할 생각을 했을때는 사람으로서의 인격보다는 그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넌지시 어디선가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물론 사람으로서의 인격성은 그냥 향신료정도고, 지금과 같이 사슬로 바꾸어낸 것을 볼때 역시 활용도가 높다. 굳이 무구를 만들어 내지않는다 하더라도, 그림자 자체를 운용하면 그만이라는것은 무기를 분실당하거나 뺏겼다라는 일을 방지해버린다. 거기다 불이나 얼음같은 자연현상을 일으키는 능력과 달리 목표하고자 하는 개체에게만 확정타를 먹일수 있다는 것은 아군에게있어 피아식별을 가리지않는 요소를 어느정도 배제한다. 물론 거기에는 술자가 형성한 무기자체를 활용을 잘해야한다는 가정이 필요하지만.
분석은 여기까지. 다만 눈치챈게 하나있다면 지금은 무엇을 하는지 대략적으로 촉이 왔다. 다수를 상대로하는 무언가를 고민하는것이리라. 사슬은 무기는 아니지만 저런식으로 활용한다면 다수에게 유효타를 먹이는건 가능하겠지.
그대로 상관 않고 갔으면 좋을 것을. 꼭 한마디 하는 건 성격 탓일까. 안 해도 될 소리를 해서 사람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겠지. 내가 타인의 뒷면을 들춰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새까만 재주다. 기분 나쁘고 불쾌하고 거슬리는 새까맣고 새까만 재능이다.
그러한 이유로 나는 듣지 않아도 되었을 그 말을 듣고 기분이 괜찮을 리가 없었다. 내 기준으로, 짧은 견식으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인종들은 정말 짜증났다. 그래. 열 받는다 이거야. 그래서 그 말에 말을 돌려주는 대신 오른팔을 움직였다. 이곳을 나가려는 듯 몸을 돌리는 황녀를 향해. 그 뻗은 팔의 소매로부터 가는 사슬이 여러가닥 뻗어나가더니 황녀의 주변 여기저기에 박혔다. 바닥이며 수련장 벽이며 할 것 없이. 딱 황녀만은 피한 것이 일부러 그랬음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무구=잡는 것이라는 공식에 얽매이는게 얼마나 미련한 생각인지 알기는 하고 떠드는 걸까."
한겨울 밤의 냉기와 같이 서늘한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가 자아낸 말은 명확히 황녀를 향한 말이었으나 내 오른팔 외에는 황녀를 향하고 있지 않았다. 마치 조금 전 황녀가 그랬던 것처럼 허공을 향해 내뱉은 말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은 고개를 돌려 황녀를 바라보며 이어졌다.
물론 관여하기 싫다라는건 자기가 했던 말이지, 내가 그러겠다고 하지는 않았다. 방금전은 요컨데 도발성이 짙은 오지랖을 일부러 내뱉었는데, 제대로 걸려들었다. 걷고있는 도중에 그림자가 사방으로 박혀나가는 것을 웃기지도 않다는듯 파편을 불러내어 부정형 움직임을 일으킨다.
"아즈라드. 폭식하렴."
자신에게 공격이 박히지않는 것은 대략적으로 날아오는 궤도와, 범위를 생각했을때 시비틀었는데 왜 가냐라는 걸 어필하는 듯한 전형적인 위협없는 술수였다. 그렇지만 거기에 어울려주는건 노림수임에도 심드렁하기 그지없었다. 끓는점이 너무 낮으면 재미가 없기 마련이기에, 능력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좀 준다.
"T...K...L...L!!"
주위로 꽂히는듯한 그림자의 사슬을 아즈라드는 씹어 뜯어버려 내뱉어버리고는 이해하기 힘든 괴성을 내질렀다. 내 주변에 있는것은 모두 물어뜯어 없애려는듯, 그것은 헤일리는 타르덩어리라고 이야기하고있었지만, 지금은 어딜 보더라도 흉악한 맹수가 주변을 휩쓰는 듯한 몸놀림이었다.
조금은 화가났다. 다가가려고 해도 이런식으로 나온다면, 한번정도는 꺾어보고싶었던 마음도 있었고. 좋은 기회를 살려보자.
"견식 낮은 사람의 이야기라고 치부하는거라면, 좀 실망인데. 나란 사람을 탁상공론이나 신봉하는 방구석 화초라고 생각했다면, 당장에라도 그 생각을 뜯어고쳐줄 생각은 있거든. 그리고 타르덩어리라는 말은 지금까지 들었던 말중에서도 제일 한심한 표현이었다고 말해줄게. 잘나신 그림자로 현실을 배껴 투영하기만 하는 주제에."
아, 이제서야 왜 내가 망설이고 있었는지 대략적인 감이 왔다. 어떻게 대해야할지가 아니라 언제 화를 분출하려고 할까였다.
"태산같은 철벽의 답답함을 어떻게 처리해야하나가 아니라 어떻게 박살을 내버리나를 생각하는거였어. 스스로의 생각을 잘못알고있었네. 논리회로적으로 문제가 있었나봐. 너라는 존재때문에."
.dice 1 16. = 15 1. 성격반전 2. 오프 더 레코드 3. 10년 후 4. 성별반전 5. 현대 고교물 6. 블러x본풍.. -이를테면 '로라시아 섬은 아바돈으로 들끓었으며 그 곳에 남은...'- 7. 프린스, 프린세스 메이커. 여러분들은 모두가 경쟁ㅈ.. 8. 10년 혹은 10+a년 전 꼬꼬마 유치원 9. 궁중 암투물(서양풍과 동양풍 중 선택) 10. 마법소년소녀물 11. 동화풍 12. 스포츠물 13. 흑화 14. 색상반전..? 15. 느와르 16. SF
내가 타르덩어리라고 지칭했던 그 덩어리 생물체가 사슬을 물어뜯었지만 그것은 의미 없는 짓이었다. 뜯기 전에 이미 형태를 잃고 그림자로 돌아가고 있었으니. 사슬이 박혔던 몇몇 자국만이 사슬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증거였다. 역시 의미 없지만.
그게 시작인 건 확실했다. 별 거 아닌 감정싸움의 시작은.
나름 맹수인 척 하는 심연생물을 거느린 황녀가 고압적이랄까 열받게 하는 어투로 말하자 어디 해보란 듯 그쪽을 향해 돌아섰다. 아, 내 말에 저쪽도 열이 받긴 했는지 조목조목 따지고 드는게 그래 꼴에 자존심 있다 이거냐 그런 생각이 든다. 생각을 뜯어고쳐 준다는 둥 박살을 낸다는 둥 아주 재미지게도 말하는 것에 나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대꾸했다.
"그 덩어리를 보고 있자니 그런 한심한 표현밖에 생각이 안 나서 말야. 그 말은 결국 그게 제일 잘 어울린다는 거 아니겠어? 인정하는게 어때. 응? 내 능력이 단순히 현실을 배끼는 걸로 보인다면 그 눈의 안목 역시 알만 하네."
그런 눈으로 누굴 감별하고 앉았냐. 싸늘하다 못해 음습하게 낮은 목소리가 목 깊은 곳에서부터 흘러나왔다.
"어떻게 박살을 내버리나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지? 그래. 어디 한번 해 봐. 할 수 있다면."
그 말과 동시에 내 발 밑, 그리고 인접한 사방의 그림자로부터 온갖 날붙이들의 형태가 수도 없이 솟아나오기 시작했다.
[티엘린의 무시할 수 없는 암흑의 조직중 하나의 중간보스×××는 자신의 밑에 있는 사채업자에 의해 빚을 탕진하지 못하고 가족들을 팔게 된 채권자의 딸을 사서 자신의 애인으로 두었다. 반쯤 채념하며 그의 애인이 된 소녀. 하지만 어느날 그녀의 앞에 절대 이뤄지면 안될 열망을 품게 하는 만남이 찾아오는데...]
>>492 월야. 그녀의 존재는 여왕의 명령 아래 자신들에게 반하는 불순분자들을 없애며 어둠속에서 작은 소국의 영향력을 나무가 뿌리를 내리듯 더 깊고 넓게 나아간다. 더욱 더 깊어지는 어둠, 더욱 잔인해 지는 권력 아래서 한 명의 월야로 이곳 티엘린의 어둠속으로 들어와 칼을 휘두르는 여성이 있으니...
여러분은 잡힌 실습을 하기 위해서 야트막한 야산으로 향했습니다. 아무래도 홀로그램일 가능성이 높으려나요? 란 예상을 하기도 하고... 야산에 들어가기 전의 공터에 게이트에서 좀 걸어서 모일 수 있겠지요. 인솔하는 교사는 보이지 않네요.. 그래도 공문은 남기고 갔나보네요.
-공문. 잠깐 교무회의가 있어서! -오늘 불참자. 윤라연-사유. 병가 잠깐 기다리면 올 거니까! 라고 말하는 게 들리는 듯한 교사의 공문의 배경으로 어쩐지 둥실 뜨고 있는 달이 평소보다도 더 선명하게 빛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달의 여신은 리그트 신께 일어난 일을 보고하는 존재라고 하였던가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무언가 불온한 분위기가 흐르던 가운데. 무언가 떨리는 듯한 소리가 들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교수님이 오시기 전에. 방송장비에서 방송이 나오는군요.
-오늘의 실습은 취소되었습니다. 취소되었습니다. -특히 H-2실습장은 빠르게 대피할 것을.... 지지직거리면서 연기를 내며 스러져버리는 장비.. 그러고보니 여러분들이 있는 실습장이 H-2였잖아요? 어쩐지 밝은 불빛...절대로 그냥 불꽃은 아닌 듯한 게... 나오는 듯하는데요....
게이트를 지나서 야산으로 올라가는 그녀의 걸음은 여유롭고 느긋했다. 욱신욱신 아파오는 왼쪽 팔뚝의 상처는 적당히 붕대를 감아서 단단하게 고정시켜놨기 때문에 오늘 하루는 불편할리가 없었다. 실습이 아닌 이상 요즘에는 입는 일이 드물던 제복을 오랜만에 챙겨 입었기에 흐트러진 제복을 한번 잡아당기고 삭취검과 본래 쓰던 검 두자루를 차고 있었다. 비류는 평소와 다름 없었다.
여유로운 미소와 무던하고 담백한 시선이 전부 평소였다. 다만 한쪽 귓볼에 언제나 걸려있던 송곳모양의 귀걸이가 없다는 게 평소와 다를 뿐이였다.
잠시 교무회의가 있다면서 금방 오겠다고 하는 교사의 공문을 보다가 문득 비류는 시선을 들었다. 달이 평소보다 선명했다. 짧은 머리칼을 손으로 쓸어올린 뒤 잠시 천천히 무던하게 눈을 감았다가 뜬다. 실습이 취소될거라고 이야기했던 크리드의 말대로, 방송이 나오는 것을 듣고 있었지만 이어지는 방송에 잠시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H-2 면, 지금 있는 실습장. 르투아르가 무기를 꺼내는 것에 그녀는 천천히 삭취검이 아닌 평범한 장도를 검집 째로 비틀어 빼내고 손에 쥐었다.
첫 실습에서는 의미없는, 그러나 자칫 정신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는 아바돈의 단말마가 무방비하게 새어나갔고, 두 번째 실습에서는 위험인물로 보이는 자가 난입했었다. 이번에는 갑작스러운 취소 사태다. 티엘린은 로머 양성의 명문이라면서 이상하게도 통제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면, 로머 양성의 명문이기 때문에 아바돈에게 가장 많이 노려지는 것인가.
아무튼 「도망치라면 도망쳐라」가 스승님의 말씀이었다. 위험한 일에 나서는 것은 정의롭지만, 죽을 수도 있는 일에 굳이 뛰어드는 것은 만용이라는 것이었다. 저마다 전투 태세를 갖추고는 있지만, 대피령은 대피령이니까.
“그렇다면…” 나는 중얼거렸다. “도망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러나 물러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싸울 마음의 각오를 했다. 전에 산 나무 봉, ‘솜사탕 막대’를 움켜쥐었다.
한숨을 푹 쉬더니, 그 이전에 챙겨나왔던 펜듈럼을 손에 꼬옥 쥐고는 주위를 가만히, 두려운 듯한 눈으로 살폈다. 이거 괜찮은 거야? 지금 이 상황 괜찮은 거에요?
"......도망치고 싶어."
그렇지만, 그렇지만 도망쳐서는 안돼. 그리고 이 펜듈럼도...... 생각해보면 내 죄과가 높아서 제대로 쓸 수가 없댔지. ......정죄를 언젠가는 받아야 하는데. 그러니까 이건 잠시 놔둘까. 그녀는 다시 펜듈럼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곤 생각하다가 일단 인형을 하나 생성해두었다.
실습이 취소되었다는게 뭔 오렌지 까놨는데 알고보니 레몬인 소리야?????? 완전 열심히 준비해놓고왔는데 어???? 장난하냐 징쨔???? 게다가 다짜고짜 대피하라니 이건 또 뭔??? 이거 노린거지? 그치? 저 불꽃 뭐야 대체????? 아 짜증나네!! 홀로그램 기대했더니 웬 진짜가 오는거같지 응?????
"아~~~~맘에 안두러. 지잉쨔 마메 안두러!!!!"
져 아직 유서더 안 써꺼등여 예!!!! 온 힘을 내 짜증내는 것과는 다르게 양 손으로 창을 쥔 채 오른발을 뒤로 빼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우이씨 두고 봐! 오늘 나 창만 들고 온거 아니거등!!! 어차피 대피도 못할거 끝까지 불타다 간다! 아 빡치네!!! 지쨔 가만 안두꺼야 너어어!!!!
다음 실습은 야외였다. 지정된 장소로 가기 위해 게이트를 타고 나왔는데, 인솔교사는 보이지 않고 왠 공문 한장만이 보였다.
"뭔데...?"
교무회의에 다녀온다는 첫째줄은 아무래도 좋았다. 내 눈길을 끈 것은 두번째 줄, 불참자와 그 사유였다.
"......"
나도 모르게 이가 으득 갈렸다. 그것은 짜증에 가까우며 동시에 무력감을 표하는 행동이었다. 아파서 연락이 안 됬던 건가. 아파서, 아파서였다면, 아파서였어도 한마디 말 정도는 해줄 수도 있었던 거 아닌가. 다시 이가 갈렸다. 그 엇갈림 사이로 입술이 씹혀 핏방울이 맺혔으나 개의치 않고 휙 돌아섰다. 작게 맺힌 핏방울이 립스틱처럼 입술에 번졌다.
그대로 집합장소에 다다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모여있던 누구와도 마주하지 않은 채 한구석에서 조용히 실습을 기다리고 있는데 방송장비로부터 불길한 말이 흘러나왔다. 실습이 취소되었다는 말. 그 방송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장비에 원인 모를 불이 붙어 쓰러졌다. 하...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 사태의 원인을 찾으려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달, 달이라. 유우는 숨을 멈추고 환한 달빛을 한 시도 깜빡이지 않고 모두 눈에 담아내었다. 그 달의 표면이 어떻게 보이던간에, 유우의 주홍색 눈동자에 비치는 둥근 원반과 같은 그것은 꼭 형색이 태양과 같이 일렁거린다. 다만 유약하게 넘실거리는 불의 춤사위는, 하늘 한 가운데서 수직으로 꼿꼿이 땅을 밟고 서있는 그의 부글거리는 꼬리에만이 영롱하였다.
"초야에 불이라.... 불...."
어쩐지 기괴한 듯, 또는 등골에 한기를 불어넣는 차가운 미풍이 곱게 깔린 잔디를 쓸고 지나갈 때, 유우는 까닭 모르게 터져나오는 광명에 지긋한 눈빛을 두고는 나직한 목소리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바람은 적당했고, 사방에는 불이 옮겨 붙었더라니.
'집중해라.' "미안."
답지 않게 자못 퉁명스러운 말투로 화답한 뒤에 그는 고개를 털었다. 이제서야 평소의 표정을 회복하고는 의복의 옷 매무새를 고쳐 입었다.
"맙소사. 너네였어?" "대피 소식이 너무 늦었나.." 크리드로군요! 크리드는 자기 몸 만한 거대한 대검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허공에 부드럽게 걸터앉은 검은 머리카락과 샛노랗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은색 같기도 한.. 그러니까 달과 같은 눈을 지닌 미녀가 크리드에게 다가왔습니다.
"어머. 인간이라니.." 크리드. 많이 불리해질 것 같은데? 라고 방긋 웃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달의 여신으로 숭배받던 림나티스와 비슷한 외모인데요?
"도망치는 게 좋을지도..." 라고 크리드는 말했고. 킨티아. 그러니까 림나티스는 웃으면서 거대한 고드름을 그들에게 날리려 합니다.
"어머어머. 크리드. 그들을 도망가는 하는 건 이 림나티스가 용납하지 않는답니다." "아르테미스라고 불리던 시절 포악함으로 엄청 유명했잖아." 이런 xx라고 크리드가 욕하면서 그 고드름 하나하나 대검으로 쳐내고, 산이 그 고드름 하나를 맞아서 구덩이가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움푹 파헤쳐지고 다시 쌓아지는 걸 반복하던 와중.
킨티아가 부드럽게 웃으며 여러분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여러분들은 앨리와 놀아줘야겠네요. 가여운 앨리는 누구를 찾아왔을까요?" 크르렁대는 소리가 들리며 거대한 4발짐승의 모습을 지닌 앨리라 불리는 아바돈이 킨티아의 그림자로부터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일단 나는 그녀를 막도록 하마.." 그... 내가 둘 다 신경을 못 쓰니까.. 라고 말합니다.
앨리
1차 HP: 10만 M/A: 500/10000(over)
다이스식 .dice 0 10. = 7 5이상 성공 0-크리티컬 여러분의 Hp는 현재 1만..이라고 재조정할 생각입니다.. 구슬파워라고 생각합...(한 번 맞고 골로 가면 안 되잖아요.. 부활은 크리드가 할 순 있지만..)
저 여자는 누구야? 저 앨리라는 건 또 뭐야? 어떻게 해야 할 지도 이젠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해?
"......아, 모르겠다."
그녀는 가위를 꺼내듭니다. 그 전의, 재봉가위입니다. 그러곤 슬픈 듯 저 아바돈을 바라보다가 인형을 몇개 더 만들더니 그 인형들을 한번에 다 소모해서...... 앨리라고 했던 그 아바돈에게 마비독 저주를 겁니다. 마비와 함께, 고통까지 가는 괴악한 저주입니다. 이런 걸 왜 걸 줄 아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걸어야 합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 비류는 거대한 대검을 들고 나타난 크리드의 모습에 눈 앞에서 엄청난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여유롭고 느긋한 태도로 턱을 한번 쓰다듬으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저 모습은 대체 뭘까 하는 생각도 잠시 바로 눈 앞에서 싸우는 것을 바라보던 것도 잠시 노을색 눈동자를 슬금 굴려서 킨디아의 그림자에서 나오는 네발 짐승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상대하는 건 `저거`라는 거지?"
방금 전에 고드름을 쓰려던 것을 봐서는 같은 속성이려나. 잠시 가늠해보려는 듯이 비류는 장도를 뽑아들고 검집을 적당한 곳에 내던진 뒤, 장도에 얼음을 뒤덮고 짐승과 거리를 벌린 채 장도를 휘둘렀다. 날 위에 덧씌워져 있던 얼음들이 쏘아지면서 주먹만한 송곳으로 바뀌었다.
“좋아, 할 수 있어. 겁 먹지 말자, 인디고.” 이제는 습관처럼 된 주문을 걸었다. “네 발 달린 아바돈은 상대해 봤잖아.”
아군을 지키는 데만 신경쓰면 아바돈에게 모두 당하고 만다. 나는 앞으로 나섰다. 놈이 제발 내게 신경을 써 주길 바랐다. 내 몸은 내가 능히 지킬 수 있으니까, 날 무시하고 아군을 공격하는 일만 없기를 비는 것이었다. 대충 속내는 이랬다. ‘내가 네 적수야. 한눈팔지 말고 나만 봐.’
걸음은 빠르지만 서두름 없이 나섰다. 뛰면 넘어지고, 걸으면 늦는다. 성큼성큼 아바돈이 가까워졌다. 구역질을 참으려 손톱으로 손바닥을 꾹꾹 눌렀다.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바닥에 널부러진 고드름을 뭉쳐서 솜사탕 막대에 붙이자, 제법 훌륭하게도 뾰족한 송곳이 돋친 방망이가 되었다. 허나 코앞까지 다가가기 전까지는 닿지 않을 것이었다. 일단은 중거리 견제를 우선해야 하므로 놈의 발밑에 가시를 세웠다. 직접 공격은 무리라도, 행동을 제약하기만이라도 한다면 다행이다.
“꼼짝 마, 멍멍아.” 나는 말했다. “이름이 앨리라고? 아바돈을 기르는 인간은 최악이야. 내가 구제하겠어.”
잠시동안 심상치 않은 상황속에서도 이아나는 림나티스가 아름다워 잠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었다. 하지만 곧, 시엔이라던지 비류, 헤일리, 유우, 리타가 보이자 정신을 차린다. 4발달린 거대한 아바돈이 그림자에서 나타났다. 혐오스럽고 무섭다. 하지만 그냥 이런 이유로 공격해야 하는 것도 싫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친구가 위험해진다. 친구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위험하고, 크리드의 발목을 붙잡게 되어버린다.
'어쩔 수 없나.'
이아나는 자신의 할 일을 알기에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흐르는 저 하늘을 물어채는 범처럼 태산에 날아들어 숨어드는 새처럼 땅에서 땅 끝까지 넘나드는 곰처럼 온 산의 풍물 불이 터지네
샛별은 하늘 속에 대바늘을 찌르네 꽃들은 입을 열어 폭포수를 틀었네 강나루 모여드는 강물이 바라보네 휘영청 어랑 타령을 하자
흘러가라 하루하루야 세월은 산에 꿰다놓은 수선화 창을 하라 바람바람아 사랑은 사람은 별을 헤네
서로가자 굽이굽이 쳐가자 하늘의 달 너머까지 밤아가라 훠이훠이 가거라 산위에 걸린 저 달은 태평가
서로가자 굽이굽이 쳐가자 새벽의 달 너머까지 날을 새자 겨망없이 새가자 바위에 앉은 새소린 풍류가
달과 같은 눈, 태산에 견줄 고드름, 시인이라도 된 양 팔자 좋게 숱한 비유로 점철된 말을 읊으며 느릿하게 이리저리 고개를 움직여 치열한 공방전을 관망하듯 보고 있다. 일견 산 하나를 거꾸로 세운 것 같은 고드름이라면 빙산의 하나와도 같을텐데, 바다를 떠다니지 않고 애먼 지상의 지조 높은 산 봉우리들을 흙더미로 만들고 있으니 나는 지금 하나의 지각변동을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던가.
한참을 시덥잖은 생각에 빠져있을 듯 하다가도, 슬그머니 그림자 사이로 걸어나오는 해괴한 짐승을 보니 그것을 노려보듯이 바라보다가 그것의 정면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두세걸음을 걸어가며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뒤편에서 불꽃의 편광이 가열차게 타오른다.
"삼미三尾 개방. 앨리야, 너는 꼬리가 몇개니?"
그저 허공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길로 내저었을 뿐임에도 그 경로를 따라 타오르는 불꽃에서은 하나로 형체를 모아 여우를 이루어 그 짐승을 향해 내달렸다.
(전직) 달의 여신에 웬 커다란 개까지 오늘 정말 내 제삿날이 확실한 모양이다! 농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유서 써두고 나올 껄 그랬다. 이건....아무리 생각해봐도 오늘 집에 가기엔 글러먹은 상황이다.....오늘 안에 승부가 날지도 장담키 힘들다. 진짜 죽을수도 있을거같다. 다행히도 전직 여신님은 우리의 크리크리께서 상대해주신다고 하니 우리 학생들은 얌전히 저 멍멍이를 상대하면 되겠다. 그냥 멍멍이가 아니라 좀 많이 큰 멍멍이다. 이름이 앨리란다. 덩치에 안맞게 이름만 귀엽다.
"야!!!!! 엉니 안 한가하거든!!!!!! 얌전히 맞아라 잉뫄!!!!!! 안 그럼 가만 안두꺼야!!!!!!!! "
진심으로 절규하듯 외치며 창을 들고 멀리서부터 돌진해 적당히 거리를 둔 시점에서 점프해 머리 위로 창을 내리 찍으려 시도했다. 진짜 엉니 살아서 집가게 해조라 엉!!!!!
"어머나. 아바돈을 기르는 사람이라니? 인간이라는 구제불능의 것들에 나를 비하다니." 이 몸은 리그트 신의 눈인 월녀신 아르테미스이자 동물들의 주인인 림나티스이니라. 감히 네 놈의 얄팍한 식견으로 그리 판단하는 것이냐. 우렁우렁 울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머리에 박히는 듯할지도 모릅니다.킨티아의 눈과 함께 달이 번쩍거리더니 달빛으로 이루어진 금이자 활에 시위를 걸어 화살을 인디고에게 쏘려고 하였으나 크리드가 그것을 막아 빗나가게 하였으나. 그 뒤에 있던 산이 일순간에 구덩이가 되었습니다.
"크리드. 저것들을 공격하려면 널 치워야 하겠군." "앨리.. 공격하려무나." 크리드를 치우지 않으면 저 이들을 죽일 수 없다는 것에 크리드에게 오라는 듯 손짓한 뒤. 앨리는 크르렁거리지만 마비독의 저주를 받아 취약해졌지만 인디고에게 공격을 하려고 합니다. 인디고의 공격을 받았지만 그에 굴하지 않는군요.
.dice 1 10. = 6 공격력 5천. 아바돈은 크리티컬을 뺐습니다.
르투아르도 여러 무기를 소환해서(3개) 그 아바돈에게 꽂아넣으려고 합니다. .dice 0 10. = 10 몇 개명중? .dice 1 3. = 2
그리고 헤일리의 공격을 맞았습니다. 강력한 공격에 한 번 주춤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멀쩡하군요. 그리고 인디고에게 공격을 시도한 뒤 난입한 진에 의해 눈이 가려지고 거대한 바위가 위에 직격으로 떨어지자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를 냈습니다.
"......내가 피를 토하더라도 이것만큼은 해야겠다. 진짜 저거 기분나빠. 저 이상한 아바돈, 저 네발짐승 저거 진짜 기분나쁘다고... 게다가."
그녀는 뭔가를 말하려다가 입을 다뭅니다. 그러곤 그녀는 저 아바돈을 닮은 인형과, 다른 인형들 몇개를 만듭니다. 그러곤 바로 눈을 꼭 감더니 아바돈을 닮은 인형을 푹, 하고 재봉가위로 복부를 찌르려 합니다. 만들어뒀던 인형 하나가 파사삭, 사라집니다. 눈을 감고 찔렀기에 제대로 된 위치를 찔렀을지는 모르지만.
오, 이런. 비류는 바로 근처에서 험악하게 싸워대는 크리드와 킨티아를 바라보던 것도 잠시 다시금 슬금 시선을 옮겨서 장도의 손잡이를 움켜쥐고 자세를 낮췄다. 가늠해보려고 하는 공격은 빗나갔으니, 직접적으로 부딪혀보는 게 더 낫다라는 판단을 하면서 지끈거리는 왼팔의 통증을 무시한다.
거대한 바위로 인해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짐승의 모습의 바로 앞에서 스텝을 밟아 짐승의 옆으로 스쳐지나가며 옆쪽을 향해 장도를 휘둘렀다. 베어낸 상처에서 얼음을 붙히려고 하며 그대로 딱 하고 손짓했다.
여우의 불꽃은 별 타격을 입히지 못한 듯 보이고, 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돌덩이를 직격으로 맞은 듯 보임에도 불구하고 사지 하나 저려보이는 모습조차 보이지를 않으니, 육체가 얼마나 강건한지 가늠도 채 안된다. 그러니 이 성가신 금수의 가죽을 찢기 위해서는 뭐가 동반되어야 하는가.
그 답을 알려줄 것이 있기는 하다.
"눈동자여, 불리를 보여다오."
양 손을 검은 수정 목걸이에 가까이 하고 정신을 집중했다. 어떤 약점을 지녔는지, 진실은 때로는 보기에 거북한 법이지만 반지가 있으니 조금은 덜하기라도 하겠지.
저 멍멍이 참 쨔잉나게도 타이밍 안맞는다! 이를 아득바득 갈며 몇 걸음 물러서 거리를 둔 뒤 다시 창을 들고 돌진해 다리 부분을 향해 밑에서 위로 찍어올리려 했다. 당연하지만 내가 키가 작기 때문에 아주 높이 점프하지 않으면 내려찍기가 어렵다. 이건 쫌 슬픈 일이다. 쫌 맞아라 잉뫄!
벽을 세워 막으려고 했지만 시간이 턱없이 모자랐다. 앞발이 닿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중량감이 머리를 후려쳐 휘청거렸다. 현기증이 시각을 에워싼 순간은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 균형을 잡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월요일 아침 침대에서 도무지 일어나지 못하듯,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직접 아바돈과 닿는 건 이게 처음인가.’ 나는 잠꼬대하듯 무작정 생각했다. ‘아니, 싸늘한 야옹이랑 상대할 때도 그랬던가. 정말 죽을 수도 있겠는데. 죽으면 어쩌지. 어지럽다. 엄마랑 아빠는? 해더는? 아카데미 사람들은? 내가 먼저 죽어 버리면, 셴은 어쩌지? 역시 도망치는 게 나았나. 그래도 도망칠 생각은 없지만.’
거슬리는 이명이 귀에 울릴 때쯤 나는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나는 코피를 닦고 있었다. 고드름을 얼기설기 붙인 솜사탕 막대를 들고 전력으로 휘둘렀다. 몽둥이의 끝이 호를 그렸다. 눈이 먹먹해 어디를 때리는 건지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생존 본능은 의지보다 빠르게 팔을 이끌었다.
“크아아”라고 했나. “와악”이었나. 아무튼 무언가 내가 아우성을 부르짖었다는 것만큼은 생각났다. 목이 아팠다.
누가 혀를 잘 못 놀렸는지 달의 여신-킨티아가 실습생들 쪽을 공격했다. 하지만 그 공격은 크리드에 의해 막혔다. 그것을 계기로 킨티아가 크리드에게 돌아선 것은 좋았으나 거대한 아바돈의 위협은 여전했다. 딱히 두려운 것은 아니었지만서도.
아바돈의 이름이 앨리인지 뭔지인지 들린 것 같은데. 나는 내 그림자 사슬을 주렁주렁 단 아바돈을 올려다보았다.
"그 꼬라지에 제법 제대로 된 이름을 갖고 있네. 와, 부럽지도 않아라."
곧 그 이름이 쓸모 없게 해줄게. 감정 없는 목소리로 읊조리곤 고개를 까딱였다. 그러자 사방에서 뻗어나간 사슬들이 음산하게 출렁거리기 시작한다. 음습한 박자를 맞추며 마치 춤을 추듯 일렁이던 사슬들. 그 모든 사슬들은 내 손짓 한번에 수백의 갈퀴가 되어 옥죄고 있던 아바돈의 몸을 난자해들었다.
으드득, 트득, 으지지지직---
사슬이 갈퀴로 변모하는 소리와 동시에 아바돈에게 파고들어가는 소리가 겹쳐 울리는 것이 내게는 그것 이상으로 기분 좋은 하모니가 따로 없었다.
다음에는 열심히 점프해서 목을 노려보도록 하자! 왜 다음이냐면 지금은 도저히 공격할 타이밍이 아니기 때문이다! 멍멍이 밑으로 숨자는 생각도 해봤는데 창을 생각하자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아 글렀네! 빔이면 틀림없이 팔 날라가기 쉬운데!!!!! 절단시엔 타임 리밋이 골치아프기때문에 이건 꼭 피해야한다. 어차피 치유 가능하긴 한데 일단은!!!! 피하자!!!!! 골치아프니까 옆으로 뛰어서 공격을 피하려 했다. 진짜 다음엔 목으로 갈거니까!! 각오해라 멍멍아!!!!!
실습지에서 일어나는 광경을 이야기하자면, 인외마경이 앞쪽에서 펼쳐지는것과 눈앞에 나타난 앨리라는 이름의 괴물. 그리고 자처하기를 리그트의 눈이자 달과 동물을 다루는 초월자. 크리드가 거기에서 격전을 하고있다는 것으로 요약할수있다. 다른말로는 일반적인 세계가 아닌 뒷면의 초월적 이면들이 눈앞에 나타난것. 다만, 적대하는 존재이기에 쉽사리 어떻게한다는 판단은 내리지않고 관측하다 공격에 휘말림으로서 조금은 열이 뻗쳤다.
이럴줄알았으면 그냥 이 실습건은 오지않았는게 나았을런지.
다만 앨리라는 존재는 결국은 나를 포함한 이곳의 존재를 죽이기에는 충분하지않을까. 생존의 목적이라면 어느정도 이번에는 적대를 표하는것을 선택할수밖에 없었다.
"아즈라드. 가서 꿰뚫으렴."
부정형의 존재는 마치 지형을 헤엄치는것처럼 달려가 이형의 존재인 앨리의 아래에서 모든것을 찢어버릴듯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발목을 씹어삼키려 시도한다. 문제는 적이 광선형의 파동을 쏠 준비를 한다는것이었기에, 일단은 중심을 무너뜨리는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공격의 궤도가 틀어지는것만으로도 전세를 돌리는것은 지금상황에선 그나마 해볼만한 도박이니까.
일단 다시 치유를 시...도 하려다가 광선이 나오자 마자 두꺼운 바위 뒤로 허겁지겁 달려가서 피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동료들의 곁에서 지원을 해야만 하므로 목소리를 아끼지 않고 다시 입을 엽니다.
이번엔 버프에 집중해서...
"봄의 깊은 꿈의 윤관선을 흐려놓고 지나가다 되돌아오네 꽃잎도 그 하는 모습을 따라 희미한 빛 아래서의 고요함 발 끝에서 달래는 달 토끼는 춤추고 별들의 사이를 날아다니는 휘바람소리 물보라가 차고 박차고 달려가 내가 뿌리는 별들은 돌고 또 도는 작은 꽃봉오리 피우고 피워서 달님에게 부탁해
평온한 그림자에 엷게 화장을 모른 채 모른 채로 에잇 하고 던졌어 꽃봉오리는 행방을 모른 채로 내려다 보니 작아보이는 구름 틈새 사이로 싹을 틔운 동그란 꿈이 선향 불꽃 물보라가 치고 불꽃이 날으네 물어보았던 별들은 차례로 차례로 표정을 바꿨어 피우고 피워서 빙글하고 도네 춤추는 무희와도 같은 희미함으로 생각해 생각해 움직이는 인영과 서로 등을 맞추어 아아 달린다"
저걸 어떻게 피하지. 그래도 한번 피하려고 시도는 해 봐야 할텐데. ......모르겠다. 나는 최대한 피하려고 시도하며, 앨리라고 했던 그 아바돈에게 저주를 걸으려 합니다. 무슨 저주냐고요? 그냥, 평범한 맹독 저주요. 그런데 손이 떨리고, 자꾸 생각이 흐트러집니다. 실수할 것만 같아요.
으직. 으직. 으직. 갈퀴들이 생살을 찢어들어가는 소리가 그렇게 황홀할 수가 없었다. 더, 더, 더 울려퍼지길 원했다. 저것이 고통스러워 하는 소리가. 내 그림자가 그 목숨을 갉아먹어들어가는 소리가!
"하아아아..."
차가운 열기에 찬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런 내 귀로 들려오는 노랫소리가 너무 간지럽게, 달콤하게 들려와 지금 이 기분을 고양시키는 것 같았다. 하아. 다시 한번 짧은 숨을 내쉬고 아바돈을 보았다. 때마침 공격을 하려는 듯한 그 모습에 나는 입꼬리를 올렸던 듯 하다.
"그래. 발악도 해야 재밌지." "어디 한번 해 봐."
그 공격을 막을 생각은 않은 채 다시 사슬들을 불러내었다. 아까의 몇배는 되는, 수백개의 가시 사슬과 닻 추가 아바돈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날라들었다.
철컹, 촤르륵- 쇄애애액-
귀가 얼얼하다 못 해 멀어버릴 정도로 사나운 파공음이 다시 한번 밤공기를 어지럽혔다. 무수하게 난자했다.
감았던 눈으로 보인 것은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 다리 하나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듯한 한 마리의 강아지. 쉽게 연관 짓기 어려운 접점이지만 진실이 그러하다면 믿고 따르는 수 밖에.
"거기가 아닙니다."
불꽃의 사출로 추진력을 얻어 아바돈의 머리 근처로 움직이고, 이동과 같은 수치의 출력을 유지하며 아바돈의 얼굴 부위를 향해 팔꿈치를 앞에서 돌진한다. 타격이 성공한다면 그 아바돈의 공격 궤도는 빗나갈테고 동료들도 무사할테지만, 운이 따라준다는 가정 하에 노리는 방향은 하늘 위의 비범해 보이는 여인이었다.
공격이 성공하건 실패하건 광선의 근거리에 진입했으니 약간, 혹은 그 이상의 피해는 감수해야겠지.
노랫소리가 들렸다. 아까부터 계속 들리긴 했지만, 이제는 이상하게도 귓가에 누군가가 바로 속삭이는 듯했다. 짐작하건대 이아나 양이었다. 노래로 힘을 불어넣어 주는 그 2학년. 동기니까 이름 정도는 알고 있다. 사실 그뿐이지만. 귀를 쑤시던 이명이 노랫소리에 묻혀 조금은 잠잠해지는 듯 했다. 아니면 노랫소리 덕분에 내 달팽이관이 정말 낫기라도 한 것일까.
아무튼 막대 끝에 뭉쳐 놨던 얼음 덩어리가, 아바돈을 내리찍자 깨지더니 덜컹 하고 떨어지고 말았다. ‘역시 인챈트가 시급해.’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싸움에 집중해야지.’
아바돈의 입가에 불길한 기운이 모이자 나는 숨을 힘껏 들이마시고 발밑의 땅을 녹였다. 그렇게 생긴 2미터 정도의 구덩이로 들어가, 녹은 지반을 들어올려 두꺼운 지붕을 덮었다. 이를테면 완전히 마당에 파묻은 장독대 같은 꼴이 된 것이다. 어둠침침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아바돈이 내는 소음이나 노랫소리 같은 것은 다소 둔탁한 소리로 변해 울렸다. 이렇게 다량의 반죽을 경화시키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위험을 직감했을 때는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어떡해야하지. 이젠 진짜 어떡해야하지. 인형 다 날려버렸는데 어떡하지. 더 만들까? 그래, 더 만들자. 근데 이 짧은 순간에 몇 개나 만들 수 있을까? 모르겠다. 일단은, 일단은... 어라.
"......!"
참격이 날아온다. 최대한 피해야겠지. 근데 왜 발이 안 떨어져? 아냐, 움직여야 해. 최대한 피하자. 그리고, 그 순간을 노려서 저 아바돈을 닮은 인형을, 그 전에 만들어두었던 그것을 제대로 찔러 헤집어야지. ......가능할까? 손이 떨려, 무서워. 그렇지만...... 아아, 역시 무섭다. 그러니까 눈을 감고.
그렇지만서도, 상대라는 존재자체가 일반적인 학생을 전제로 싸우는게 아닌 다수상황에서야 겨우 할만한 게임과같은, 결과적으로 개개인으로서는 불리하기 짝이없는 상황같게만 보였기에, 여전히 전세가 좋다고는 말할수 없었다. 그저 누군가가 뒷다리가 약점이라 이야기한것을 엿들었던 것으로 다음번공격에는 집중적으로 그곳을 노리자고만 생각했다. 엄연히 내 능력을 활용하려면 직접적인 유효타로 끈질기게 낮은 데미지를 입히는 것을 전재로 하지만, 굳이 큰공격을 노릴필요는 없다. 상대에게 명중만 한다면 그만큼 피해받은것을 만회하는게 가능하니까.
"저건.. 전방을 쓸어버리겠군. 아즈라드!"
준비동작을 예사롭지 않게 보자마자 날카롭게 들어오는 참격을 아즈라드를 재회수한다음 타고올라가 참격이 닿지않는 공중으로 도약하려 시도한다. 그러니까 큰 공격을 굳이 맞는것보단 회피를 우선시하기로 한것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지하에 경사면을 만들고 땅굴의 지붕을 걷어냈다. 아바돈이 턱을 치켜들고 나를 내려다봤다.
“하나만 묻자.” 목이 걸걸해서 쇳소리가 났다. “녹는 건 어떤 기분일 것 같아?”
사면을 따라 달음박질해 올라가며, 막대를 쥐지 않은 왼손을 뻗었다. 아바돈이나 생물체를 녹이려면 직접 몸을 닿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녀석이 무언가 또 다른 공격을 하려는 것도 같았지만,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아바돈의 옆구리 언저리로 손가락을 내밀었다. 아무데나 불구로 만들어서 주저앉게만 만든다면 내 승리다. 네펜데스가 파리를 녹이듯, 시간을 들이면 충분히 녹일 수 있다.
‘하지만 저 아르테미스인가 뭔가 하는 녀석은 어떡하지?’ 손에 뭉클한 감촉이 맴돌았다. 어쩌면 허공을 움켜쥐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녀석을 쓰러뜨리고 나면 크리드와 합세해서 붙어야겠지. 할 수 있을까.’
저 물안갠지 뭐시기 덕에 아무튼 빔은 잘 피했다! 빔만 피하면 나머진 어찌됬든 상관 안하기 때문에 광역 공격은 그냥 적당히 피해가며 가기로 했다. 왼쪽으로 빙 돌아 돌격하다 손잡이 부분을 내리찍어 점프 후 머리 위로 팔을 올려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으려 시도했다. 이번엔 기필코 목을 노리고 만다! 실패해도 상관없다! 다른 곳에 공격이 들어가도 상관없으니 공격만 먹혀라!
후우우... 일이 엄청 안되는군. 놈이 계속 해서 날뛴다. 이녀석도 내가 위에 있음은 알고 있으니 계속 떨쳐내려 할거다. 계속 여기 있는건 결국 놈이 뭔가 방법을 찾아낼거다. 계속 해서 같은 포지션을 취하는건 뭔가 약점이 생긴다. 눈은 포기하자. 대신... 놈의 목에 전기 부가 스크롤을 붙이려 한다. 놈의 머리에 직격으로 전격을 먹이는것이다. 뒷발로 긁어내려 하지 않는한 절대 못 벗길거라 생각한다.
한꺼번에 쓸어버리려는 심산인가? 더할나위 없이 날카로운 발톱, 찰나이지만 본체의 공격이 진정으로 닿기도 전에 앞발의 궤도에 무참히 쓸려가 사지 전신이 몇가지의 편린으로 흩날리는 악랄한 공포가 다가왔다. 뼈도 못추린다는 말이 바로 이런 시기에 적법한 말일테지. 일격이라도 제대로 짓쳐들어온다면 꿈틀대던 악몽이 악몽으로 끝나지만은 않을 것이다.
죽는 것은 엄연히 두려운 일이다. 언젠가 다가올 일이래도, 가능하면 멀고도 먼 훗날로 미뤄두고픈게 어쩔 수 없는 본심이고 그러한 생존의 본능을 나는 애써 부인하고자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그래야 할 염원이고 나의 안녕을 위해서 먼 뒷편으로라도 불을 뿜어 날아간다면 공격을 피할 수 있는가, 하는 거리 계산까지도 마친 상황이었다.
허나 내 팔에 덧씌워진 불꽃은 이성적인 조작에 무색하게 커다란 짐승의 발을 이루었고, 전신의 근육에서 짜내어지는 힘은 동시에 상완에 쏠려 이 휩쓸림에 전면으로 맞서고자 하였다. 즉, 내가 공세를 늦출 기미가 내게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엔의 공격에 멈칫하고는 유현이 아즈라드를 타고 올라간 걸 신경쓰지도 않는 듯합니다. 피한 것은 잘 된 것 같아요.
'야. 니 저질 피로는 강화가 될 것 같니?' 솔까말 수치 겨우 3천인가 그 정도로는 내가 강화를 해줄 수가 없다고. 저 아바돈 피라도 먹여. 라고 종알대는 까칠한 소녀의 목소리가 순간 비류에게 들린 것 같았습니다. 내 진정한 모습을 만나려면 열심히 피를 먹여도 모자랄 거야! 그거랑은 별개로 공격은 실패하였습니다. 삭취검이 약간 제머새로인 것보다는 얼음 송곳을 피한 탓이겠지요.
인디고의 녹는다는 기분이 어떤 거냐는 물음에 그것은 애처로운 울음소리를 내었습니다.
-정신이 녹고. 아예 재구성되는 것이란... 무엇일까요. 모르겠어요. -싫어! 라고 중얼거리는 속삭임이 들렸습니다. 이아나의 치유는 인디고에게 잘 들었습니다! 1250을 회복합니다!
"일단은 저도 계속 공격하고 있으니까요!" 르투아르도 쏠쏠하게 공격포인트를 쌓고 있었습니다. 창을 쏘아내는 식으로요. 하지만 지금은 멈칫합니다.
헤일리의 공격이 확 들어가자. 강력한 울부짖음을 내었습니다. 그것은 멈칫하는데요.. 공격을 왜 망설이는 걸까요?
진의 공격은 갑자기 얌전해진 그것으로 인해 빗나갔지만 다시 한 번 더 시도할 수 있을 겁니다. 리타의 공격은 그것이 슥 피하자 피해집니다. 다만 유우의 공격은 그것이 피할 의지가 없었던 건지. 그대로 맞으려 합니다.
공격을 피하지 않은 이들은 공격을 맞지만. 다행히도 지금 그것은 공격을 할 의사가 없어 보입니다.
“뭐야…!” 나는 두리번거렸다. 이아나 양이 대답한 건가? 그것도 아니면 다른 학생이? 하지만 이아나 양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노래를 부르고 있고, 말을 들을 만한 다른 이도 없다. “설마 대답한 건가?”
아바돈이 휘청거렸다. 아마도 지친 것이겠지. 맹공을 온몸으로 받아내서 기세가 한풀 꺾였으리라. 크리드가 우리를 언제까지고 엄호해 줄 수는 없으니까, 최대한 빨리 일을 끝마쳐야 한다. 다시 손을 꽉 움켜쥐었다. 녀석의 몸뚱아리를 녹여 들어가서, 솜사탕 막대로 속을 헤집으면 피해는 충분히 들어갈 것이다.
노랫소리는 계속 흘렀다. 흐르는 개울물이 흙을 촉촉히 적시듯, 내 몸도 음율의 떨림에 따라 편안함을 찾아 갔다. 아바돈에게 아까 당한 상처가 제법 나아졌다.
“이아나 양, 어, 계속 엄호해 줘요!” 나는 낯가림 때문에 말을 조금 더듬었다. 존칭을 쓴 건 둘째치고서라도 말이다. 사실 초면이었으니까. “부탁합니다…!”
사람과 아바돈이 대화할 수는 없다.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 시린 느낌이 얼굴 안에서 흘렀다. 코피였다. 다시 흐르는 코피를, 막대를 붙잡은 오른팔의 옷소매로 닦으며, 왼손을 뻗어 아바돈의 왼쪽 앞다리 어깻죽지를 붙잡았다. 그리고 쥐어 터뜨릴 듯이 세게 움켜쥐었다. ‘녹아라, 녹아 버려!’ 나는 속으로 외쳤다. ‘말할 수 있으면 똑바로 대답해! 어떤 기분인지!’
“싸우기 싫으면 도망치라고!!! 죽기 싫으면 도망치란말야!!” “맞서지 말고 뒤돌아 도망치라고... 그러기만 하면 아무도 널 공격하지 않아! 그러니까 도망쳐!!!” 내가 뛰어 내리더라도 공격은 못 막을 것이다. 나는 스크롤을 두개를 꺼내 재빨리 밑으로 던져 공격을 막아보려 한다. 만약 이녀석이 속이는거라해도... 방어막 때문에 우리를 공격 못 하겠지.
-나는...나는... 누구였지? 나는 앨리였어. 나는 강아지였어.. 그녀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 킨티아. 그래 킨티아가. 림나티스로서 동물들의 주인인 월녀신이..나를.. 약간의 이성을 되찾은 듯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주인님. 어디 있어요.. 눈이 안 보여서 제 도움 없이는 나다니지 못하는데... -공격하라고 해서 공격했어.. 돌려보내준다고 했어.. 그것은 울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인디고의 공격을 받아 그것은 형체를 잃고 나동그라집니다. 낑낑대는 소리가 들리다가 그것은 한쪽 다리가 불편한. 아마 그것으로 인해 돌려보내질 운명이었던 골든 리트리버가 되어 바르작거리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여러분들의 반대편으로 낑낑대며 겨우겨우 기어가다가 어둠 속에서 나온 로라시아의 발끝에 툭 부딪쳐 그 맑은 눈망울을 들었습니다.
로라시아의 몰골은 더러워져 있었습니다. 얼굴에 찰과상이 났고,피가 똑똑 흘러내려 옷을 더럽히고 있었습니다. 주위의 상태를 보면 그런 꼴도 이상한 건 아니겠지요. 산이 구덩이가 되고, 호수가 증발하고 산이 되었으니 말이지요.
....삭취검이 종알대는군요. -로라시아! 로라시아... 저 존재의 피를 먹는다면 많을 텐데! 목걸이나 유리병이나 로브나 화살도 무언가 수군대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로라시아는 그 앨리에게 한 쪽 무릎을 꿇고 부드럽게 쓰다듬었습니다. 피가 털에 묻어나는군요.
"....그래. 모두를 원망하고, 죽음으로 몰고 가려무나.. 저들은 널 방해하는 존재일 뿐이니까.." 로라시아는 손가락을 물어뜯어 그 피를 앨리의 위에 쏟아부었습니다. 앨리는 그런 로라시아의 손가락이 아프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그 손가락을 핥으려고 하였습니다.
"자. 앨리. 네 이지는 내가 가져가 주마.." "나의 피에서 하급 아바돈이 무수히 태어났을지니. 모태라고 보아도 되지 아니하겠는가. 모두를 죽여버리고, 끝내버리렴" 네가 진정으로 따르던 소녀마저도. 라고 노래를 부르듯 말하고는 캐릭터들을 바라보며 웃었습니다.
"죄과를 쌓게 한 것일 뿐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 전부 다 죽이도록 해야 할까. 라고 속삭입니다.
괴물의 정체는 개였다. 품종으로는 골든 레트리버인가. 그 점을 알아냈다는건 아바돈이라는 것은 결국 정죄자니, 타락자니 하는 키워드들을 조합했을때 추론할만한 것은 떠올렸다. 그것과는 별개로 상황은 결과적으로 대화적인 무언가를 시도하는것은 실패. 공격하는 이들의 인과를 막아내는데에 실패한것이 화근이 되어 돌아왔다.
'이것들이고 저것들이고 방해만되네. 정말이지..'
적이 공격을 멈춘사이에 스크롤능력인 기다리는 눈동자나, 혹은 격정의 화살을 활용해서라도 무언가 얻어낼 정보를 얻어내고 외부존재와는 격리를 시켜야만 할판이었는데. 그것을 그저 적의 함정이라고만 생각한건건가.
혀를 세게 차고는 주위에 있던 사람들을 노려보고는 강림한 지난번의 그 기이하고도 강대한 존재라고 판단되는 로라시아와 마주친다.
"피..?"
로라시아의 손가락에서 흘러나온 피가 앨리라는 강아지를 다시 기괴한 존재로 다시태어나게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과정이 비슷할터다. 내가 다시 태어난것과 개념적인 면에선...
막아야만 한다. 라는 목소리가 머리속에 울려퍼졌다. 순간적으로 머리속의 논리적인 부분이 타들어가는것만 같았다.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
"화살.. 왜이렇게 떨리는거지."
허리춤에 묶어놓은 화살이 무언가 심하게 요동치며 수군거리는것만 같았다. 막을수있는건 아니였지만 쏘아보자. 저 이면의 존재의 감정을 잠시나마라도 알수있다면. 무언가 바뀔수도, 또는 내가 바라는 목표와의 접점을 찾을지도 모른다.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왜 방해를…!” 나는 외치려다가, 결국 중얼거리고 말았다. 쇳소리가 짙어졌다. “방해한 거야….”
손에 묻은 앨리의 흔적을 닦았다. 저 사람이 난입해서 훼방을 놓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잠깐이라도 무력화시킨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적어도 그렇게는 생각했다.
결국 앨리는 개였다. 그러면 개가 아바돈이 된 걸까. 하급 중에서도 최하급인 아바돈이 퇴화해서 개나 여우 같은 금수가 된다고 들었건만, 뭔가 잘못 알고 있었던 걸까. 킨티아니 뭐니 하면서 지껄이는 것들을, 싸우고 있는 사람의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또, 혼조경감은 기숙사에 두고 왔기 때문에 무의미했다. 하지만 결국 한 가지 사실을 추론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존재가 개를 아바돈으로 만들었다. 아바돈을 무력화하자 개의 형태로 돌아갔다. 그리고 저 여자는 아마 개 주인.’
아바돈의 어머니인가. 그렇다면 스스로도 아바돈이겠지. 이상하게도 별로 역겹지 않지만, 손가락에서 흐르는 저 핏방울은 닿기도 싫을 정도로 끔찍한 느낌이 들었다. 저 피가 아바돈의 토대라면, 개에게 피를 끼얹으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아바돈의 피는 로머의 수치를 향상시켜 주지만, 아바돈에게라면…. 퇴화한 아바돈인 개에게라면….
‘아바돈이 된다!’ 나는 공포에 떨었다. ‘아주 강한…!’
문득 실전이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실습 때처럼 여유를 부리다가는 금방 죽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저 자식을 막아야 그나마 살아남을 방도가 있겠지만, 저 피를 쏟는 것과 정면승부하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노랫소리 덕분에 뇌진탕은 조금 완화된 듯 했지만, 입술과 코에서 피가 흘러 얼굴이 지저분해졌다. 솜사탕 막대를 녹여 끝을 뾰족하게 굳혔다. 상대는 상급이었다. 나 같은 로머 견습생이 상대할 수 있는 적수가 아닐지도 몰랐다. 하지만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최전방에서 싸워야 한다. 하나라도 더 많은 가시를 아바돈의 살에 박아넣어야 하고, 그리고 결국은 나 또한 살아남아야 한다. 주먹을 꽉 쥐었다. 점점 강해지는 음산한 기운에 전투 태세를 갖추었다.
“허억, 하아, 여러분…. 아바돈이 말을 건다고 해서 듣지 마세요…!” 나는 구역질을 참았다. “아주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아요.”
- 앨리가 공격을 멈췄습니다. 일반적인 아카데미 학생: (아바돈이 공격을 멈추고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수상하지만 일단은 응해 보자. 경계 태세를 늦춰선 안 되겠지만...!) 인디고: (저거 아바돈인데 죽여야 되는 거 아닌가??) 녹아라! 녹아!
- 로라시아가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인 아카데미 학생: (저 자는 홀로그램 실습 때 난입했던...! 인디고가 앨리를 공격하는 바람에 난처해졌어. 일단은 로라시아의 확실한 정체부터 파악해야 해!) 인디고: (저거 위험해 보이는데 싸워야 되는 거 아닌가??) 준비하세요 여러분!
인디고는 호랑말코입니다. 아바돈 문제에 너무 교과서대로 접근해서 오히려 융통성이 없달까요. LAMB(성향 수치)가 -86(거의 이리 수준)이라서 성질이 더러워진 것도 있지만요...
실습을 왔는데 대피!!!! 킨티아랑 크리드가 싸우면서 킨티아가 학생들 죽이려고 앨리를 보냄 학생들이 앨리를 죽기 직전! 로라시아 난입 앨리를 엄청난 아바돈으로 만들어주어따! 그리고 이아나가 이와중에 모두에게 힐하는 척 하면서 앨리도 같이 힐 그걸 안 유현이 이아나를 다그치고 진이랑 인디고랑 다른 사람들이 공격을 하려고 한다...?
>>842 제가 이해한 바로는... 또 훈련이 이상하게 꼬여서 실습실에 킨티아와 커다랑 개 형태의 아바돈, 그리고 크리드가 나타납니다. 크리드는 킨티아랑 싸우고 우리 레스캐들은 개와 싸웁니다. 개를 빈사 상태로 몰아넣자 뭔가 대화 여지가 있어 보였으나 결국 실패. 뒤에 나타난 로라시아가 그 개를 각성시켜 강하게 만들어냅니다.
정도..? 빈사 상태때 공격을 안 했으면 뭔가 대화가 됬을지도... 라는 소리가 있긴 했지만 이미 물 건너 갔습니다! 진도 공격을 막아 보려 했지만 실패. 그래서 약간 인타까움을...
앨리는 그냥 살면 되었는데. 킨티아가 억지로 회귀시켜서 로머를 죽이도록 해서... 만일 진짜로 죽인다면 앨리는 죄과를 쌓게 되고(회귀되어서 더 쌓임)...
킨티아, 로라시아-죄과를 쌓게 함 앨리-졸지에 죄과를 쌓게 됨.
>>857 딱히.. 없습니다. 뛰어난 외모나.. 약간 관점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요. 오히려 신성함 계열로 발각되는 경우가 좀 있습니다. 괜히 신으로 숭배받은 게 아니예요. 킨티아도 월녀신 아르테미스나 림나티스 혹은 림네아.. 동양적이라면 항아나 츠쿠요미스러운 걸로 숭배받았는걸요.
스카기아의 배신 이후로 벌어지는하피 무리들의 대공습은 공국 입장에서는 늘상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급한 호출을 받고 돌아와서 본 이번 공습은 좀 이상하리만치 거세고, 난폭하다. 본래라면 간만 보다가 비스마르크 휘하의 물고기형 아바돈들을 보면 물러났을 하피들일 터인데, 어째서인지 필사적으로 공국의 대공망을 물량으로 무력화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아직까지는 소모되는 속도가 더 뻐르지만, 공국의 방어능력이 소모속도보다 뒤쳐지는 그 순간, 이 공국은 끝장이다.
"제발, 조금만 버텨줘...!"
패널 사이를 배리어로 이어 만든 거대한 방주가 무너지지 않도록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면, 분명 물러갈거야. 분명 포기하고 돌아 갈거야!
[ 스카기아는 배신자. ]
거대한 물보라가 공국의 하늘을 뒤덮었고, 하피들이 모조리 물보라에 날개가 젖어 저항도 하지 못하고 휩쓸려나간다. 이정도로 대규모의 물보라를 불러 일으킬 존재라면...에르넨. 물보라가 한차례 휩쓸고 간 하늘에는, 온몸이 물로 이루어진 작은 체구의 아바돈, 에르넨이 서 있었다.
[ 맹약을 깬건 너희 인간들이 아니었구나. ] [ 시간이 없어. 공국의 친구들아. 빠른 시일내로 스카기아를 몰아내야 해. ]
때로는 과감히 무기를 버리고 온전히 습격에만 집중하여 최적의 대응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 있어서는 진의 반격이 효과적인 대처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주먹은 내 가슴께를 노리고 들어온다. 즉, 그의 상체는 나와 엇비슷한, 단지 약간의 높낮이 차이를 두고 있을 뿐 역시 내 양손 또한 무리없이 반응에 나설 수 있는 리치 차이로 좁혀졌다는 것이다.
우선 내 몸은 지상에서 띄워져 있으며, 강한 추진력으로 돌진 중인 상태에서 단단한 정권에 곧바로 부딪히면 어지간한 충격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거리 상에서 어떻게 대처해올지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다.
나는 뻗어오는 진의 주먹을 한 기둥으로 삼아 두 손으로 그 팔을 꽉 붙잡고 밀어내 반발력을 일으켜 공격이 닿지 않도록 상체를 살짝 뒤로 뺌과 동시에 양 발을 뻗었다. 이미 니킥 자세로 한 쪽 무릎을 접은 상태였기에 곧바로 뻗는 동작으로 연계할 수 있었고 진의 목과 함께 그가 뻗었던 주먹과 연결된 팔을 함께 종아리와 허벅지 사이에 넣어 조이는, 이른바 삼각조르기를 시도하려 한다.
꽤 쌀쌀한 날씨다. 낮에는 그리 화창하게 빛나던 태양은 찬란한 밤의 여왕을 피해 산 아래로 슬그머니 몸을 숨겼다. 중천에 떠있는 저 여왕은 어찌도 저리 아름다울까. 어머니께서는 저런 달을 좋아하셨다. 저런 달이 뜰 때 마다 어머니는 나를 무릎에 앉히고 음주가무를 즐기셨고 아버지는 저 달 아래서 검을 휘두르며 달의 잔상을 베셨다. 이제 그 때는, 더 이상 다시오지 않지만.
사실, 나오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기숙사에 홀로 앉아 달을 쳐다보는 것이 너무나도 우울하여. 감성에 젖어 울어버릴 것 같아 산책을 하기 위해 이 거리로 나왔다. 녹음이 푸르지는 않지만 격식있는 건물이 마음에 들었고 보드라운 흙길은 아니지만 규격을 이루어 오밀조밀 모여있는 길은 줄을 맞추려하는 어린아이들 같다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어버렸다.
달 밝은 이 밤에 밖으로 나온 것은 거의 잠결이었다. 잠들 시간이 되어 자리에 누웠고, 그대로 잠들었는데, 기묘한 꿈 때문에 잠을 깨어 그대로 나와버리고 만 것이다. 그것은 기묘하다기보다 습하고 비릿하며 불쾌한 꿈이었지만 아직 잠이 덜 깨인 내게 그 감각마저도 멀게 느껴졌다. 너무나 멀어 그런 꿈을 꾸었던가 싶을 정도였다.
"...아..."
정신이 얼핏 들었을 때는 이미 기숙사 밖이었다. 그것도 실내복 차림으로. 무슨 정신었는지 몰라도 숄을 걸치고 나와서 춥지는 않았다. 숄을 제대로 걸치고, 앞머리를 잘 가다듬어 내린 뒤 그대로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앞에서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그 소리를 따라 고개를 드니 달빛이 반짝이는 머리칼이 보였다. 나는 그에게로 다가가 어깨를 툭 건드렸다.
예상보다 확실한 반응에 다시 한번 호쾌하게 웃었다. 아무리 고고하고 올곧다 해도 아직 어리니 이런 식으로 흔드는 거에 익숙할 리가 없지. 안타깝지만 그는 내 눈에 들어도 너무 들었다. 놀려먹는 재미가 쏠쏠한 상대로 말이지. 이거 알면 또 빼액 하려나.
"아아. 뭐 이 정도야. 마침 답답했던 참이니 이대로 둘래. 바람 들어서 시원하니 좋네."
풀어헤친 옷깃을 그대로 두며 그렇게 말했다. 딱 봐도 추스를 생각이 없어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럴 거고. 그대로 가볍게 뒷짐을 지며 무엇을 물으려나 들어보았다. 꽤 진지하게 나온 그 말은 이러했다. 제국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따르고 있는데, 그것에 의문이 생겼다, 뭐 그런 내용이었다. 나는 잠시 생각하듯 고개를 모로 슬핏 기울였다가, 다시 돌아오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게 사실인지 확인해보면 알 일 아니겠어? 정말 그 사람이 네 목적에 도움이 되는지, 제국에 도움이 될지 말이야."
한결같은 마음이나 변치 않는 결심 같은 건 없다고, 설령 자신의 마음일지라도 언제나 돌아보며 본래의 목적을 잃지 않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 사람이 너보다 상전이고 권력 있는 사람이라 확인이 용이치 않다면, 적어도 의심하는 걸 멈추지 마. 그래야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어."
"안목이 저급인건 자신한테 침뱉는 격이 아닐까. 그래서 네가 어디까지 내 능력을 아는거지? 보이는게 다라고 그렇게 생각하는거야? 물론 나란 사람도 네 능력을 다알고있다라 말할수는 없지만, 저열한 평가를 내려 절하한건 그쪽이 먼저일텐데. 나란 사람은 그저 나란 사람의 관목으로 말했을뿐인데, 너무 과민반응한건 그쪽이 아니야? 끓는점 한번 정말 낮네."
짜증뻗치는건 둘째치고 감정싸움자체는 일부러 불을 더 지피는 식으로 상대에게 이성적인 판단을 덜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있었다. 결국 분노는 방심에 이르게하니까. 지금의 내가 뱉고있는 이 대화조차도 사실을 말하자면 반쯤은 가면을 뒤집어쓴것이다. 짜증이 나지않는 것은 아니지만 과장이 섞이지않은것은 아니라는 의미였다.
"그럼 네 표현대로 '타르덩어리'한테 어디 한번 농락 되어보렴. 아즈라드. 너의 대한 모욕에 대해서 한번 갚지게 보답을 해보자꾸나."
모습을 드러낸 이질적인 생명체. 아니 생명체라는 표현으로는 형용되지못할 눈알과 곤충다리와도 같은 가시덩어리. 그리고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모를 구강과 날카롭게 먹이를 탐하는 치아. 그것은 주인의 뜻을 따른다기 보다는 눈앞의 먹잇감을 노리고 침을 흘리며 탐내는 한마리의 기이한 짐승과도 같았으며, 그것은 땅을 마치 바다와 같이 유영하며, 주인인 나를 태워 공중으로 뛰어 도약시킨다음, 반대 방향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 도약을 선공으로서 두어, 날카로운 금속음을 내는 철편을 활짝 펼쳐내고는 그대로 하강하여 헤일리를 향해 대각선방향으로 호를 그리며 그어버리려 시도했다.
한편, 그러는 동안에 아즈라드는 뒷편으로 숨어 주위에 펼쳐진 그림자로 이루어진 무구의 밭을 두갈래로 몸을 변형시켜 원형을 두르고는 그것을 물어 뜯어 내동댕이 치려는듯 이빨을 드러내려한다.
이름 - 압둘 알하자드에서 따옴 능력 - 게걸스럽게 모든것을 갉아먹는 외우주의 데몬술탄을 최대한 너프. 외형 - 기본적으로는 데몬술탄의 혼돈스러운 규격외의 생김새를 모티브로 했으나 일반적으로는 테켈리리를 외치는 중장비의 외형으로 묘사. 진짜모습은 없다. 보기나름. 스크롤 능력 - 기다리는 눈동자는 루비로도 썼지만 위대한 옛것인 기다리는 어둠. 크아이가. 실제로 눈깔괴물이고 사람의 눈으로는.
저 논리정연하고 조목조목한 말들이 나를 화나게 하려는 목적이라면, 반은 그렇게 됐다고 감탄하며 박수라도 쳐주고 싶었다. 그리고 대꾸하겠지. 너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고. 그것은 결코 분노에 차서 나오는 말이 아니리라. 오히려 미소를 머금은 채 나오리라. 차게 식은 두 눈에 보이지 않는 냉철함을 두른 채.
"농락은 무슨."
보란 듯 무구를 만들어내니 아니나다를까 황녀 쪽에서 먼저 달려들었다. 저만한 덩치로 날렵하게 뛰어오르는 건 놀랄 만 했다. 꽤 하네. 하지만 감상과 손속은 다른 법이니까. 나는 황녀가 뛰어 사라진 뒤 천천히 돌아섰다. 그리고 나를 향해 내려치는 철선과 무구의 밭을 뜯어내려는 덩어리를 그저 바라만 보았다.
"2:1이라 이건가. 하."
같잖다는 듯한 짧은 조소와 함께 머리카락 아래로 드리운 그림자가 확 뻗쳐나간다. 마치 거대한 휘장처럼 펄럭이는 그림자가 철선의 공격을 대신 받고 반으로 갈라졌다. 그것이 스르르 떨어진 뒤에 나는 없었다. 철선으로 위장을 하고 그림자를 타 황녀의 시선 바깥 쪽으로 몸을 움직인 것이었다.
그림자에서 몸을 반쯤 내민 채 손가락을 튕겨 딱, 하는 소릴 내자 덩어리가 물어뜯으려던 무구의 밭이 일제히 변화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무구의 형상을 띄고 있던 그림자들이 신호 한번만으로 날카로운 가시를 단 사슬이 되어 사방으로 뻗쳐나갔다. 그 수는 형상되어 있던 무구의 수를 아득히 뛰어넘어 셀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슬들은 제각각 의지를 가진 듯 변칙적으로 움직이며 덩어리와 황녀를 옭매어들려 했다.
그림자 자체가 함정이라 이건가. 하지만 파편에게 있어서 옭아멘다라는 개념은 통용되지않는다. 그것은 일정한 형태가 없다. 옭아매려고한들 아주작은 틈새로 그것은 비집고 들어가 탈출할뿐이었다. 액체라기에는 고체적이고 고체라고하기에는 유연한 무언가니까. 물리적으로 공략하려면 결국은 술자를 노려야한다. 결국은 이 능력의 한계를 커버하려면.
"하늘을 활용해야겠지."
아즈라드는 수많은 가시밭을 눈에 보이지않는 속도로 형체를 일그러뜨리며 빠져나와, 공중으로 뛰어오른다음 주변에 있던 사슬들을 낙하의 충격파를 일으켜 완전히 망가뜨리려 했다. 마치 황녀의 주위에는 아무것도 남기려고 하지 않은듯이.
그리고 동시에 술자인 나는 시선 바깥으로 돌아간 헤일리를 포착하는데에 혼신을 다하며 철선으로 다가오는 사슬더미를 같잖다는 표정을 지으며 읽어낸듯이 쳐내려고했다.
육안으로는 도저히 셀 수 없을 정도의 가시밭을 참 요령 좋게 빠져나가는 덩어리를 보며 질색하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징그러워. 으. 덩어리가 그렇게 빠져나간 것과 달리 황녀는 철선으로 대응하는 것이 고작인 듯 했다.
"하늘이라. 좋은 생각이지."
공중으로 뛰어오른 덩어리가 낙하해서 사슬들을 망가뜨리려는 듯 했지만, 그걸 순순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 덩어리가 뛰어오르고 낙하하는 그 사이에 사슬들의 일부를 합쳐 거대하고 촘촘한 그물을 펼쳤다. 잡으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물의 눈을 빠져나오는 사이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키는 걸로 충분했다. 한순간이면 돼.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지."
그물을 펼치는 것과 동시에 황녀를 노리는 사슬들의 움직임을 바꿨다. 단순하게 달려드는 듯 하던 사슬들의 가시를 더욱 위협적인 갈퀴의 형태로 세우며 앞뒤 양옆을 동시에 노려들었다.
"그래서 나도 위를 좀 쓰려고."
그 말처럼 덩어리를 향해 펼쳤던 그물에서 아래로, 황녀의 위를 노리며 수많은 가시창들이 내리찍어들었다.
낙하하는 아즈라드는 그러한 상황을 곧바로 파악하고는 입을 칠성장어와도 같이 변형시키고 그것을 거대하게 확장하여 사슬망을 뚫는것이 아닌, 제주인채로 집어삼켜 씹어버렸다. 순간적으로 시야가 아즈라드의 몸속으로 간것은 끔찍한 경험이라고 누군가는 표현하겠지만 나는 눈하나 껌벅이지않고 이빨들 사이의 틈새속에서 자신을 보호했다. 통제권을 까다롭게만 다룬다면야 이정도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덩어리가 그물이나 그 외-황녀 포함해서 전부 집어삼키는 걸 보고 다시 한번 떨었다. 어우 끔찍해. 생긴 것도 저런데 저 안은 얼마나 끔찍할까. 어우... 황녀가 덩어리 안에 들어간 사이 나는 서서히 주변의 사슬들을 거두었다. 형태를 풀어내니 본래의 그림자로 돌아가 사라져간다. 그 자리에서 녹아내리듯 바닥에 늘어져내렸다. 스련장 전체에.
"내 그림자가 현실을 투영할 뿐이라고 하더니, 그걸 흉내내는 그건 뭔데."
그대로 뛰어올라 나를 덮치려 드는 덩어리를 보고 실소했다. 내가 했던 것처럼 촉수들을 내리 찍으며 동시에 덩어리 자체가 이를 세우며 나를 위협해왔다. 이야... 그걸 물끄러미 보다가 씨익 웃었다. 그 웃는 얼굴과 몸이 새까맣게 물들더니 화악 펼쳐지며 거대한 돔을 형성했다. 내 몸이 풀어지며 그물이 아닌 완전히 가두는 막이 되어 덩어리 자체를 완전히 가두려 했다. 그럼 나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여어."
바닥에 펼쳤던 그림자의 속을 타고 황녀의 사각에서 튀어나왔다. 그림자를 도움닫기로, 공중제비를 돌던 황녀의 위로 뛰어올랐다. 해를 등지고 있었으니 내 전면에는 역광으로 인한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지루하게 해서 미안하군. 이건 보답이야."
매혹적인 미소를 입가에, 온 얼굴에 띄우며 황녀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그 몸짓은 단순한 헛짓으로 보였지만 몸짓과 동시에 그림자가 형태를 이루며 날카로운 낫이 되어 황녀를 향해 그 날을 세웠다. 보통 낫과 달리 톱니와 같은 날을 가진 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