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들☆ :>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각 스레마다 이를 위반하지 않는 수위 관련 규범을 정하고 명시할 것을 권장합니다.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타 스레와의 교류 및 타 스레 인원의 난입 허용 여부(이건 허용한다면 0레스에 어디까지 괜찮은지 명시해둡시다)와, 스레에 작성된 어그로성 및 저격성 레스의 삭제 여부, 분쟁 조절 스레의 이용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각 스레의 스레주에게 있습니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분쟁 조절 스레"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처음 오신분은 어려워말고 잡담 주제글에 도움을 청해주세요! 각양각색의 스레들을 가볍게 둘러보는 것도 적응에 효과적입니다.
로라시아 섬은 원래 호수였다는 건 사실 역사서에도 없으니까 말이지요.. 그도 그럴 것이, 로라시아 섬은 호수였고, 프롱 해는 육지였다고요! 그 정도로 굉장한 지각변동이 있었기에 아예 기록이 유실되었답니다아... 몇천년이나 지난 일이지요.
그걸 아는 당신은 직접 들었나요?
아뇨! 전 그걸 직접 제 눈으로 보았답니다..
주의! 데플은 없지만 부상 등으로 구를 수는 있습니다. 어두운 분위기도 존재하고요. 개인설정, 개인 이벤트, 환영합니다. 완전 초보라 미숙한 스레주입니다.. 잘 봐주세요..(덜덜덜) 모두들 서로를 배려하고 활발한 어장생활! 캡이 응원합니다!
전투 시스템에서 다이스를 사용합니다!! 라고 공지하지 않는다면 그냥 공격하시면 됩니다. 다만 공지할 경우에는 명중빗나감 다이스를 굴립니다. 다른 다이스가 필요하신 분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돌아가는 둘의 걸음은 어느정도 걷다가 멈추기를 반복하였다. 한동안 너무 지쳐서 따라오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 교관은 멈춰서서 가만히 서있는 디트리히를 보자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무엇을 보느냐" "...밤하늘을 봅니다"
뒤늦게 교관 역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숲의 하늘엔 반짝이는 별이 수없이 많이 그 빛을 보여주고 있었다. 검은색 천에 유리 조각을 뿌린 것 처럼 반짝이는 별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둘. 교관은 코트 자락을 만지작 거리며 디트리히에게 질문했다
"왜 밤하늘을 보고있었느냐" "자유로워서 보고 있었습니다. 하늘에 떠있는 별이 너무나도 자유로워 보여서 보고 있었습니다"
"별이 부럽더냐?" "이름이 있어서 부럽습니다.." "너에게도 이름이 있다 디트리히" "교관님 그것은 이름이 아닙니다. 식별코드 같은..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입가에서 천천히 흘러내리는 하얀 입김. 어린 디트리히는 손을 비비며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교관은 무심한 눈동자르 그런 디트리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작디작은 그 모습을 보고있자면 교관은 하루에도 수십번 죄의식을 느꼈다. 디트리히 또래의 많은 아이들이 그를 향해 울부짖는 모습을 보자면 밤에 눈물을 쏟아내지 않고선 감정이 버티지를 못했다.
"아넨에르벨" "?" "너의 성이다. 디트리히 아넨에르벨" "...무슨 뜻 입니까 교관님?"
입술을 깨물며 뭐라 할 말을 찾던 교관은 처음으로 디트리히와 눈을 마주쳤다. 어린애의 눈동자라곤 보기 힘들었다. 삶의 고통을 맛보고 희망을 잃은 그 눈동자엔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보이지 않았다.
"유산 이라는 뜻 이다..." ----------------- --------------- ---------------- -------------- 돌아가는 길에 교관은 무심하게 물었다.
"꿈이 무엇이더냐." " - " "질문에 침묵으로 답하라고 가르쳤나?" "아닙니다"
딱딱하면서도 형식적이지만 그들 만의 대화법. 교관은 코트자락을 꽉 잡으며 다시 물었다.
"꿈이 무엇이더냐" "..저에겐 꿈이 없습니다." "-" "저에겐 꿈이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다른 사람의 꿈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프란츠는 무난한 선택을 한다. 너무나 무난하다. 한쪽 검은 염력으로 던지고 다른 검은 양 손으로 쥐고 다시 파고들기. 페인트인가? 그런 얕은 수로는 이길 수 없어,오히려 지금 이 상황에서는 나쁜 수다. 나는 프란츠를 노려보며 묻는다.
"정말 최선이라고 생각해?"
프란츠도 내 두 눈이 따로 노는건 잘 알텐데. 나는 한쪽 눈으로는 프란츠를,다른 한쪽 눈으로는 단검을 응시한다. 그리고 반격에 들어간다.
마리아의 총구가 불을 뿜는다. 허공에 떠있던 프란츠의 단검은 총탄에 정확히 맞아 날아올 타이밍을 놓쳤다. 그리고 검을 양 손으로 붙잡고 달려오는 프란츠의 공격은 날 폭이 넓어진 월광검의 날부분으로 가드한다. 프란츠의 공격을 피하자 곧 바로 백스텝을 밟아서 프란츠의 공격을 간발의 차로 피하고,양 손으로 월광검을 잡고 가드하는 자세를 잡고 돌진한다.
그리고 월광검의 인챈트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프란츠는 내가 뭘 하려는지 알아챈것 같지만 이미 살짝 늦었다. ...그래도 프란츠정도의 실력이면 다 피할거다. 프란츠는 많이 당해봤으니까.
내가 허공에 월광검을 털어내듯 휘두르자,월광검의 인챈트는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면서 앞으로 흩뿌려졌다. 여기까지는 피할 수 있겠지.
"길게 싸우는 것도 그러니까.이제 끝내보자고!"
그 다음 공격은,칼날의 인챈트는 떨어져나가고 검신의 끝부분에만 인챈트가 남아 가벼워진 월광검을 한 손으로 붙잡고 돌진하는 찌르기다. 이게 마지막이다. 더 끌고싶지도 않고,프란츠가 이것까지 깨트린다면...그만큼 강해진 프란츠에게 져도 억울하지 않다.
-초기 르투아르쟝의 이름은 르투아르 데르크. 라연장 초기 이름이 얀 데이스였는데 둘을 쉐킷함 -초기엔 얘가 혼혈이었다. 대놓고 드러내도 혼혈이 나쁜 취급 안 받아서(지금도 그다지 나쁜 취급은 아니다) 그냥 드러내는.. -부모님이 의문적인 존재에게 살해당했다. 그래도 유산을 물려받아서 나름 괜찮다. -능력이 좀 달랐다. 언령같은 것이었는데. 초기 설정상으로는 정신계 능력은(디버프, 환각, 저주 등등) 전부 아바돈에게 반감먹는다는 설정이었어서.. 공격력이 안습이었다.. -외관도 조금 달랐다. 처음엔 얘가 레드와인 빛 머리깔이었다. 다만 청포도빛 눈은 금빛 도는 것만 빼면 유지됨
[은 제국의 황녀에 대한 보고서 (2차)] 아카데미에 대한 적응은 빠르게 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 능력역시 제국의 황가 출신 답게 뛰어나며 기존의 능력과 다르게 소환계 이면서도 높은 지능과 자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임. 황위에 대한 관심은 불명. 최근 들어 접선에 성공. 본격적인 관찰에 들어가겠음. -종료-
방에서 각 인물들을 감시한 보고서를 작성하던 디트리히는 눈을 감고 조용히 방을 빠져나왔다. 최근들어 회장님의 연락이 늘어났다. 공화국 내부 사정은 어떤걸까? 간혹 회장님이 연임에 실패한다면 날 놓아주실까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아마 그럴 경우는 없을 것 같다. 공화국은 돈이 힘이고 권력. 내가 아는 바로는 회장님보다 돈이 많은 공화국 사람은 없다.
산책을 하면서 돌아다니던 중 그는 익히 아는 사람을 대면했다. 이건 또 우연이네..
"짜잔! 황녀님 안녕! 잘 지냈어? 왕게임 이후로는 처음이지?? 실습은 어때? 이야.. 큰일이였지 뭐야 갑자기 일이 생겨서" "보고싶지 않았어 나???"
그는 애매한 대답을 끝마치고는 테오도르를 바라본다. 단검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검을 맞대고 있는 상황이 되자 그도 뒤로 물러섰다. 곧 돌진해오는 테오도르를 피하기 위해 옆으로 물러섰으나..
" ..! "
인챈트의 불안정함. 어디선가 많이 봐왔던 장면이다. 그래, 이 다음에는 분명 그게 오겠지. 그는 예상과 함께 인챈트 파편이 휘날리자 옆으로 빙 돌아 파편을 피하면서도 거리를 벌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 상대에게 가까이 붙었다. 물론 그게 끝은 아니었고, 곧 한 손으로 검을 찔러오는 테오도르를 보자 빠르게 검을 들어 막아보았지만.
" 이런, 이번에도 져버렸네요. "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들고있던 자신의 검이 손에서 튕겨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그것을 보자마자 뒤로 천천히 물러나며, 테오도르를 향해 가볍게 목례했다.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뭔가가 달라졌을지도 모르는데. 그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3학년이 되고부터서 이런저런 일이 많이생겼고 기존에도 큰 커뮤니케이션이 없던 사람들과도 접점이 많이 늘었던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그중에는 언젠가 어떤식으로든 연관이 될테고 불리한 것을 쳐내는것과 유리한것에서 유리한 입지를 취하는 것이야 말로 내가 할수 있는 일의 최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누군가는 분명 내 진의를 파헤치려드는 자일지도 모른다고 그런 생각을 하고는 한다. 그랬을 경우에는 물론 이쪽도 곱게 당하고 있을 생각은 없지만.
물론 눈앞의 디트리히를 말할거같으면 아직은 모르겠다. 물론 가능성을 생각하자면, 저러한 사고를 치는것조차 일종의 블러핑일 가능성도 부정할수는 없겠지. 가뜩이나 혹시나 내 비밀을 파헤치려는 존재가 있다면에 대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참에 디트리히와 마주쳤기에 조금 표정관리가 안되서 미간을 좁힌걸 펴느라 고생한다.
"당일날에 은제국에서 일이 있어서 저는 참여하지 못했답니다. 어떤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자세히 들은 이야기는 없었거든요."
그런데 평소보다 친한척 말을 걸어서 조금은 당황했다. 마주친거야 우연일수도 필연일수도있겠지만 지난번 왕게임때나 첫만남을 말하고자 한다면 그리 좋은 인상을 남기는건 아니였을텐데 말이다. 생각이 너무 깊게하고 있는거였을까.
"당신을요? 별로요. 다만 당일날 실습참여는 정말이지 아쉬워서 학교에 빨리 돌아오고는 싶었습니다."
"...이건 진짜 아깝네,응,프랑이 백스텝 밟았거나. 단검을 회수했다면 어떻게 끝났을지 몰랐거든."
끝나고서야 생각한거지만,단검을 잊고있었다. 나는 프랑이의 단검을 주워서 프랑이한테 건네줬다. 거 참,나도 아직 멀었구만. 크게 크게 가면 안되고 욕심 버리면서 이런 사소한 것까지 다 신경을 써야하는데 말야.
그리고 프란츠는 굉장히 무서워졌다. 예전에는 이렇게 인챈트 파편을 앞에 흩뿌리면 백스텝 밟기에 바빴는데 제대로 파고들었으니까. ...그래도 실전에선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연습이랑 실전이랑은 엄연히 다르니까!
어쨌든 고생했다고 프랑이의 등을 팍팍 쳐준다. 그래,지고 이기는게 뭐가 중요하냐. 오늘 프랑이 네가 50미터 달리기 기록도 갱신하고,쌍검술도 실력이 한층 늘었고,예전보다 굉장히 강해졌다는걸 확인한게 중요한거야! 음,내가 너무 꼰대같이 생각하는건가?! 아마 그렇겠지? 내가 프랑이 가르치는 선생님도 아닌데.크흠. 자중해야겠다.
자아,그런데...솔직히 양심 없긴 하지만 그래도 궁금하긴 하거든. 나는 갑옷과 까마귀 가면을 벗어 던지고 가방에 쑤셔박으면서 프랑이한테 묻는다.
"그래서 프랑이,무슨 일 있긴 있던거야? 표정이 좀 안좋아보이던데. 마,우리 친구잖냐. 고민 있으면 다- 얘기 해봐라. 내가 비록 아는 것도 얼마 없고! ...하는짓 보면 애기라는 얘기도 듣지만! 프랑이의 고민은 잘 들어줄 수 있어! 무슨 고민이 있다면 나한테 꼭 얘기해! 응?!"
진심이다. 이건! 응! 친구 좋다는게 뭐냐! 이럴때 고민 털어 놓을 수 있는게 진짜 친구 아니긋냐?!
그는 테오도르가 건넨 단검을 받으며 다시 칼집에 돌려놓았다. 상황이 급해져서 그런지,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한걸까. 그에게 빠른 공격으로 밀어붙이는 상대만큼 대처하기 어려운 것도 없었다. 속도야 비슷할지 몰라도 판단 능력이 부족하다는게 결점이었기에, 자신이 조금 더 평정심을 유지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테오도르가 그런 자신을 위로하자, 그는 잠깐이지만 숨을 여러번 내쉰 뒤에 고맙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그에게는 친구나 다름없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더욱 밝은 모습만 보이고 싶었다.
" 네? 제가 안 좋은 표정이라도 지었었나요..? "
그 이후로 나온 말이 꽤나 예상치 못한 말이었는지, 그는 의아해 하면서도 대답한다. 오늘은 이상한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 같은데, 잘 안된걸까? 아무튼 그는 고민을 이야기 해보라는 테오도르의 말에 이어 대답했다.
"우리만남이 친구라고 하기에는 아직 그러한 관계라고는 생각되지않는걸요. 지인(知人) 수준아닌가요? 진정한 벗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7할은 모자란거같은데."
철선을 펼치지도 않았는데 디트리히는 문제의 철선을 경계하는듯했다. 그건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친하게 지내는척 할이유가 크게 없는데 접근성의 의도가 조금은 섞여있다고해야할까. 오늘은 좀 이상하지않나하는 그런 생각이 문득들었다. 단순히 기분탓일까.
"황위계승권이 없다고해서 꼭 일을 하지않는 것은 아니라고 할수는 없지요. 오히려 황위계승을 포기한 입장으로서는 신뢰하지않을까요. 황위계승자의 입장으로서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조금 어머님의 의도하고는 다르게 일이 벌어질수도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당신이 어째서 그렇게까지 제 일에 관심이 있었는지요?"
물론 이러한 사정뒤에는 대외적으로 소문이 나쁜 3황녀로서의 내입장을 고려한 이미지 개선으로서의 어머니나 오라버니, 혹은 언니의 의도일터였지만. 단지 말을하면 할수록 무언가 깊게들어가려는것이 약간은 경계할필요를 느꼈다. 어쩌면이라는 게 사실일수도 있으니까.
"것보다 지난번 왕게임에 찍은 사진들은 현상을 마쳤습니까? 이것저것 활용할곳이 많거든요."
약점을 잡는 야비한 짓을 할의도는 아니였지만 다른사람과의 접근과정에서 소재로서 활용하는 방안은 충분히 가능해서 기다리고 있던참이다.
"아까부터 궁금했지만 그러한 의도에 왜? 라고하는 조건이 충족되지않는군요. 그렇게 하고싶다는 이야기만있을뿐이지. 수상합니다?"
디트리히의 성격을 생각하자면 이 황녀라는 지위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않았지만 요몇일간보다는 조금 커뮤니케이션의 증진을 급속도로 늘렸다는것에서 무언가의 위화감을느끼고있던걸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내가 경계를 많이하는것인지, 실제로는 그저 순수한 의도일수도 있다. 그렇지만서도 돌다리는 두들겨보고 건너야한다. 내앞길에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뒤늦게 알게된다면 후회할테니까.
"세하 말인가요? 호칭을 보아하니 꽤나 친해진것같습니다? 흐음.. "
어떻게하면 떠볼수있을까 진의를. 오늘은 내가 예민한걸수도 있지만, 이건 대상을 경계할것으로 판단해야한다고 머리속으로는 그러한 쪽으로의 의견으로 기울어지는것이다. 일단은 화제가 바뀌었음으로 그쪽으로 되돌리는것에서 생각을 일시적으로 유예해둔다. 그렇지만 다음번에 그를 만난다면 조금쯤 이야기를 할필요성에 대해서는 검토해보아야하겠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화제를 돌린 순간, 디트리히에 대한 내 머리속의 이미지가 완전히 경계하는 것으로 바뀌어갔다.
"술을 입에대지않았다?"
행운인걸까. 아직 완전한 진의를 알게된것은 아니지만 추궁을 할수록 실수가 발견된다.
"거짓말. 당신은 술에 입 하나 대지않았잖아요? 내가 그 상황속에서 누가 무엇을 마셨는지 확인하지않았을거라고 생각합니까? 디트리히."
순간적으로 내 얼굴의 웃음기가 지워졌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정확하게말하면 이쪽이 진짜 얼굴이다. 한번은 거울을 봤었는데 스스로도 사람으로서 가질얼굴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건 공허하디 공허한 무표정이면서도 무엇인가 읽을수없는 그것이 공포로 다가오는 그러한 얼굴이었으니까.
아무 생각없이 방긋 웃으며 세하에 대한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친하지 라고 얼버부린다. 그러나 이윽고 갑자기 그녀의 얼굴에 생겨나는 공허함과 미약한 광기에 디트리히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저번주의 기억일텐데 제법 잘 기억하잖아. 역시 황가의 사람이라 눈치가 다른걸까...?
'어쩔거야 디트리히?' '리더 어쩌면 좋을까?' '해결해야지' '의심을 사면 곤란해' [은 제국] [황녀] [회장님] [공화국] [왕게임] [파티] [술] [단서를 맞춰서 이루어내는 거짓말] [폭력] [협상] [포기] [처분] 여기서 일을 그르친다면 그보다 곤란한게 있을까? 회장님에겐 뭐라고 말해야할까? '회장님 유현 황녀가 저를 수상하게 생각합니다. 그만할게요 ㅎㅎ' 그럴수는 없다. 억지로 혼자 살아남았는데 이번 일 까지 실패할 수는 없으니까. 생각해라 디트리히. 손에 얼마나 많은 피를 묻히며 살아남았는지 떠올려라.
"그럼 누가 무엇을 마셨는지 기억나? 난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고? 황녀님이 바텐더가 되서 레이디 킬러라는 술을 만들어주는 것 까지 멀리서 보고 있었으니까" "그 때 황녀님은 사람들에게 술을 나눠주느라 정신 없었지? 정말로 기억하는게 맞을까? 무엇 때문에 그렇게 무서운 표정으로 날 보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무고해. 난 그날 확실히 마셨다고? 마지막에 왕으로 뽑혀서 명령을 내리기 전에 말이야"
텐게르: 바다에서 풍어제가 열린대서 물고기 몇 마리를 줬더니 바다 괴물이래..(시무룩) 리그트: 뭐 보냄? 텐게르: 메갈로돈, 육식성 대왕고래, 시 서펜트. 칼라미티: 야 이 미틴놈아. _____________
리그트: 잉크를 쏟아서 책이 피에 푹 적셔져버렸어... 텐게르: 물에 빨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리그트: 아냐. 그러면 그 물이 다 엉망이 되어버릴거야.. 어쩔 수 없지. 그냥 주는 수 밖에. 칼라미티: 야. 그럼 적어도 축복이라고 해주고 줘! 리그트/텐게르: 아. _____________
칼라미티: 나의 지젼 짱세고 멋있고 쩌는 세계창조 계획을 보아라! 텐게르:(본인이 짠 것도 있지만 숨김) 칼라미티: ㅋ 겨우 그거가지고 뭐가 짱세고 멋있고 쩌는 세계창조냐! 텐게르: 그랬는데 지금은 ㅋㅋㅋㅋ 나라면 먼저 인간부터 쓸고 시작했을 텐데.. 칼라미티:(시무룩) 리그트: 나..나도 창조계획 짰었ㅇ...
낮에 한바탕 하고, 그대로 기숙사에 돌아갔다가 깜빡 곯아떨어졌었다. 이번엔 어떤 꿈도 꾸지 않을 정도로 푹 잤다. 그랬더니 일어나니까 컨디션이 어느 정도 돌아와 있더라. 아까 먹은 포션 덕도 좀 본 듯 했다.
"....괜찮나..?"
거울 앞에서 앞머리를 들추고 얼굴을 살폈다. 완전히 나은 건 아니었지만 아주 살짝 부은 정도로 그쳐있었다. 하루이틀 더 지나면 나을 정도로. 해열 패치를 붙일까 하다가 관두고, 머리를 슥슥 내려 최대한 가려보았다. 원래부터 층진 머리라 어수선하게나마 가려지는게 다행이었다. 가리기는 그 정도로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원피스에 얇은 숏가디건. 엊그제 까진 무릎을 딱 가려주는 좋은 길이었다.
"저녁 먹고 와야지."
낮엔 두고 나갔던 안경을 쓰고 기숙사를 나갔다. 식당에 가기는 늦었으니, 이대로 시가지에 나갔다 올 셈이었다.
해는 저문지 오래요 돌아다니는 학생도 적은 길을 느긋하게 걸었다. 낮은 굽의 밴딩 샌들은 이럴 때 걷기 좋았다. 가벼운 발소리를 내며 시가지의 거리를 걷다가, 아직 문을 연 어느 카페로 들어갔다.
"레드벨벳이랑 아메리카노 한잔이요."
끼니를 떼우러 왔지만 막상 쇼케이스의 케이크를 보니 이쪽이 더 당기더라. 아주 잠깐의 고민 끝에 레드벨벳 조각과 커피 한잔을 주문했다. 잠시 후 나온 것들을 들고, 어디에 앉을까 하다가 안쪽 자리로 향했다. 창가가 아닌 안쪽, 쿠션의자가 있는 자리로.
"잘 먹겠습니다."
설마 이런데서 누구 아는 사람을 만나겠어, 그런 건 꿈에도 생각지 못 한 채 천천히 커피를 식히고 있었다. 쿠션에 몸을 푹 묻은 채로.
"틀린말은 아닙니다. 그것으로는 충분한 이유가 될수있을테죠. 저도 교우관계를 늘려가는 과정은 정말 좋은행위라고 여기고 있어요. 단지 그런 생각을 할뿐입니다. 이때까지 괴짜라는 소문때문에 다들 피해서 혼자 밥을 먹고다니면서 태연하던사람이 이제와서라는 그냥 궁금증이겠네요."
약간은 억지다. 그저 심리적으로 압박을 해왔을때 받아낼수있는것이 무엇인가하는 그러한 연유로 맹공을 가했을뿐. 이곳이 논파된다하더라도 큰문제는 없다.
"당연히 기억하지요."
사건을 요약해볼까.
"제가 레이디 킬러 칵테일부류를 만들기 시작한게 헤일리씨가 우연히 음료로 착각하고 잔에 담긴 술을 마신것을 계기로 이것은 재밌는일로 발전할수 있겠구나 하고 확신을 했지요. 그당시의 심리까지 기억하고 있답니다. 처음에 만든 스크류 드라이버를 음료로 착각하고 마신게 라연씨였죠. 그다음에 분위기를 고조시키려 어스퀘이크를 조제하려했을때 당신의 도움을 받았고, 당신은협조했습니다. 여기는 분명 기억하고 있을테지요."
본인이 협력한 일인데 모른다고하면 오히려 여기선 더 불리해 질것이다.
"안타깝게도 어스퀘이크에 걸려드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시엔씨가 근처에 오긴했지만 그녀가 마신건 초코우유였습니다. 그런걸 보고 아 이건 안걸리겠네. 하고 아쉬워하며 그다음으로 만든게 예거밤이었습니다. 예거트레인을 뒤에서 시연하는걸 보고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가령 진씨는 신기해하면서 그걸 13잔이나 마시고 뻗어버렸고 겐씨는 맛을 보더니 저한테 따지고는 진씨를 부축해가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저보고 악마같은 사람이라고 그러더군요. 의도를 생각하면 악마같은 짓을 한게 맞지만."
사건은 계속해서 기억하고 있는데로. 어쩌면 레코더를 작동시키듯 나는 기계적으로 대답하고 있는걸지도 모르겠다.
"제가 의도한 상황은 아니였지만 혼란이 가속화되면서 제가 굳이 만들지 않고서라도 마티니를 마신 인디고씨도 있었거니와, 당신이 그때 자기는 관련이없다고 녹화하고 있던것도 기억합니다. 틀리지않았겠지요? 그렇지요?"
추궁하는것은 반복해서. 그것이 효과가 큰법이다.
"루이씨가 이후 칵테일 코스모폴리탄을 마시는것을 목격했지만 그건 그분의 여유로운 일이었고 혼란과는 관계가 없었죠. 당신이 마지막에 왕이 되어서 명령하기까지도 당신은 음료하나 손대지않았습니다. 이건 확신할수있습니다. 반박을 어디한번 해보시지요. 저는 하나하나 기억하고있지만 당신은 그렇죠 어떻게든 변명을 둘러대서 상황을 무마할 입장일테니까. 계속해볼까요? 당신이 말한조건인 왕으로 뽑혀 명령을 내리기 전까지의 상황에서 술과 관련된것을 조목조목하나 지금 이렇게 말했습니다. 계속해서 말해볼까요? 네?"
그것은 화내는 말투도 아니였다. 그저 사무적으로 건조하지만서도 정확한 발음으로 마치 기계가 사건을 요약하는듯한 그러한 느낌이었다. 황녀는 정상의 범주는 아니였다. 이것만으로도.
견문을 넓힌다, 라는 의미는 과연 어떠한 뜻 일까.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그에 대해 물어봐서 얻을 수 있는 대답은 영 시원치 않았다. 전부 다 두루뭉실 한 대답만 오고 갈 뿐, 아무런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었다는 것. 일부중에는 다른 사람을 만나는것 또한 견문을 넓힌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학원에 와서 제법 그 '견문' 이라는 걸 넓힌 것 같다. 정말로, 정말로 여러 사람을.. 갑자기 진이 보고싶어졌다.
"흐아아암."
갑자기 졸려졌기에 학교 내의 공터 구석에서 침대를 만들어 자려고 했다. 시원한 바람, 적당히 들려오는 주변 소음. 게다가 푹신푹신한 침대. 최적의 조건이 완성되었다. 반듯한 잔디 위에서 자는것도 좋다는 말이 있다지만 그건 다 실제로 자보지 않은 사람들의 말이다. 얼마나 따가운데. 제기랄. 별로 잠을 자는건 아니지만 편하기에 계속 누워있는데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
"음?"
굳이 이런 구석에 온 사람은 도대체 누구란말인가. 나를 흠모하는 누군가.. 일리는 없을테고. 고개를 들어보니ㅡ
"단지 생각의 변화나 심성의 변화 혹은 생각을 고쳐먹었다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거야? 확실히 황녀라면 교우관계에 의심이 섞을 수 밖에 없겠지. 상처 받았지만.. 이해한다구?"
마치 피해자인 처럼 연기한다. 자연스럽게 얼굴에 가짜를 뒤집어 쓴다. 선생님이 말하셨다 언제나 침착하라고. 침착했기에 나와 대원들은 은 제국에서 빠져나왔다. 수상한 가면이 괴한을 제압하는 그 나라에 침투하고 살아남았다. 왕국에서 살아남았다 아바돈에게서 살아남았다. 상대가 누구든 난 언제나 시키는대로 했다. 그러니까 살아남았다. 지금 도...
"그런 반론을 시작해볼까?"
"황녀님이 술 전반에 대해 관련이 있는 건 맞아. 하지만 황녀님의 시선은 나에게 고정되어 있던게 아니지?" "그 상황은 여러 사람이 벌칙을 당하고 있었고 나와 황녀님은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어. 딱히 그 틈이 아니더라도 내가 술을 마실 수 있는 타이밍은 많이 있었다는 거지. 난 이미 황녀님이 알려준것 처럼 술이 어디있었는지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보자면." "내가 술을 마셔서 실수로 하지 않았다면 고의로 그 테잎을 고장냈다는 건데. 나에겐 테이프를 고장 낼 이유가 없어."
"만약 있다면 말해주셔야 겠는 걸 황녀님?"
"디트리히 아넨에르벨은 어째서 테이프를 고장냈는가?"
결국 이 부분에 대해서 지목하지 못한다면. 모든 증명이 의미가 없이 붕 떠버린다. 황녀의 대답은 뭘까? 난 의심을 지울 수 있을까?
이제 정말 보충 시험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머리를 감싸쥐고 필사적으로 필기하고,안 외워지는 내용을 외워보자고 노트에다가 개발새발 내용을 적고 그 내용위에 까만색 싸인펜으로 줄 좍좍 긋고 다시 읽고... 이런 일을 반복하고 있다. 이미 카페 테이블 위에는 지우개 가루가 수북하게 쌓여있고,부러진 연필심들도 나뒹굴고 있다. 아아,진짜 시간 낭비 너무 많이 했어. 매일 매일 공부 빡세게 했어야하는데. 진짜 답이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해?! 시험까지 꼴랑 5일 남았어! 지금 열심히 해봐야 5일이라고! 5일안에 시험 대비 다 끝날거라고 생각해?!
"몰라..."
진짜 미치겠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ㅏ아아ㅏ아아아아아아아ㅏ아아아아아ㅏ아아아아ㅏ아아아아아ㅏ라아라아아앙아아아아아!!!!!!!!!
차라리 상급 아바돈을 죽이고 오라고 하세요,이사장님! 차라리 그게 더 나을거 같은데! 나는 이 미칠것 같은 시험범위랑 돌덩이마냥 딱딱해서 아무것도 내 들어오지 않는 내 머리를 저주한다. 일단 지우개 가루나 치우자. 테이블이 이게 뭐야.나는 한숨을 내쉬고 테이블 위를 후후 불면서 손으로 이리 저리 흩어진 지우개 가루들을 치운다. 그러던도중,익숙한 얼굴을 만났다.
...공부 해야하는데 이러면 좀 그렇긴 하지만,아는 사람 보고 그냥 씹기도 뭐하네. 노곤한 얼굴로 의자에 몸을 묻은 커피녀에게 나는 고개를 까닥이고 인사했다. 그리고 나는 한숨 푸욱 내쉬고 말했다.
오늘 식당도 사람이 가득하다. 자리가 얼마 없는것이 거의 매일이다. 그래서 합석하는게 대부분이다. 나는 점심으로 타코라는것을 샀다. 이 타코의 외피는 옥수수라 왠지 그리운 느낌을 준다. 자리가 없나 주변을 보다 2명이 앉을 만한 자리가 보인다. 한명이 이미 앉아 있네. 나는 최대한 부드럽게 보이며 다가간다. 내 키랑 체격때문에 무섭다는 평가를 들어서. 가서 살며시 웃으며 여성에게 물어본다. “저기. 자리가 없는데 합석해도 될까요?”
.dice 1 2. = 2 1 웃음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어 무섭게 보인다! 2 다행히 진은 안 위협적이게 보인다!
오늘은 꽤나 밖을 돌아다녔던 탓일까,평상시라면 이 시간대에도 정신 말짱하고 쌩쌩하게 잘 유지하는것이 가능했겠지만 지금은 계속 피곤한 상태였다.심지어는 제왕학을 독학하면서도 간간히 졸아버려,이대로 가다가는 분명 책을 읽다가 잠에 빠지고 말 것이 분명했다.그래서는 곤란했다.책을 읽다 졸아버리는 것이 습관화된다면 앞으로도 계속 그럴것이 뻔했으니까. 습관을 잘못 들이는것을 막기 위해서 결국 다시 가볍게 바람을 쐬기로 결정했다.
"..이상하게 여기 온 이후로 외출하는 일이 부쩍 잦아졌단 말이야....안 그래요?"
오늘도 여전히 그의 반려 레이가 그 곁을 함께했고,언제나 그랬듯이 반려에게 가볍게 말을 건네었다.전혀 못 알아듣는것 같아 보여도 다 알아듣고 용하게 반응한단 말이야.그 평가가 헛되이지 않게 레이는 주인을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살짝 톡 쪼았다.외출은 좋은 것이니 너무 불평하지는 말아라.대충 그런 의미였지.그래,알았다 알았어.
아무튼 이번에는 학교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로 마음먹고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독서하기에 지장이 없을 만큼 머리를 맑게 만들어둔다면 바로 들어가서 하던 일을 계속하던가 해야지.왠만하면 그냥 가벼이 구경만 하고 들어갈 생각이었....으나,공터에 다다르자 구석에 놓인 침대가 상당히 시선을 끌어버렸다. 대체 누가 이 공터 구석까지 침대를 끌고 나왔을지는 둘째치고,상당히 이질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벤치로 만족하지 못 했던 것일까.아니면 저도 모르는 새에 이곳의 벤치가 침대로 대체되었다던가.
어이가 없는 것이 지나자 이번에는 흥미와 호기심이 고개를 빼꼼 들었다.사람이 있는 걸 보아서는 아마 저 사람이 가져다놓은 것이려나.그것도 아니라면 정말로 자신이 생각했던것처럼 벤치가 침대로....각설하고,행여 자고 있지는 않을까 최대한 부드러우면서도 조용한 발걸음으로 다가갔다.그러나 상대는 이미 깨어난 상태였다.
"앗,제가 혹시 귀공의 수면을 방해한 건 아니겠지요..?만일 그런 것이라면,인사에 앞서 사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잠을 자고 있었는지,아니면 그저 눈만 감고 있었는지 알 방도가 없었기에 최대한 예의바르고 정중하게 사과를 하였다.
[처리할까][어떤방법으로][사고사][아니][세하][유현] [황녀님의 의심][역시 간단하지는 않구나][회장님에게는 뭐라고 보고할까][너무 성급했어] [여기서 손을 때는 것도 나쁘지 않을꺼야][하지만 실습이라면 결국 다시 만나야해]
생각이 정리된다. 황녀는 날 의심한다. 하지만 그 의심은 나란 존제 자체에 대한 의심이기에 나의 목적을 아직 간파하는 것 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앞으로 조심하면 된다. 기회는 많으니까. 천천히 시간을 들이자. 이 의심은 독이 되겠지만 결국 무기 수준으로 변질되지는 않는다. 침착하게 지켜보자. 디트리히 너는 수도의 이름을 받은 특전병이니까. 회장님의 기대에 어긋나면 곤란하다.
"실습 기대되네..."
기숙사의 방에 도착한 디트리히는 둔탁한 강철헬름을 들어올렸다. 자연스럽게 헬름을 쓰자 그의 눈동자색의 안광이 섬뜩하게 빛났다. 헬름의 안쪽에는 001 - 디트리히 라는 식별 코드가 적혀있었다.
//막레에요 고생하셨어요 황녀님! 아니요 불쾌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런 매도와 적의는 저희 업계에서 포ㅅ.. 아닙니다.
자신이 잠을 방해한것은 아닌가 우려해서 던진 물음에,서로 권리는 같다고 말하는듯한 뉘앙스의 대답이 돌아왔다.그렇다는 건 자신이 그렇게까지 큰 방해는 하지 않았다는 뜻이렸다.안심한듯한 표정으로 가벼운 미소를 입에 걸치고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행여 제가 귀공의 단잠을 방해하지나 않았을까 염려되었답니다."
말 하는것을 들어보아,상대방도 그렇게까지 앞뒤 꽉꽉 막히고 그런 사람은 아닌듯 싶어 보였다.자세히 보니 서로 일면식이 있었던 사이인것 같아,가만히 생각을 되짚어보니 그때 왕게임에서 마지막 왕의 벌칙이 걸렸을 때 벌칙을 수행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그 모습에 꽤나 반가운듯한 기색을 해 보이고서 방긋이 웃었다.
"어머,그러고 보니,왕게임에서 제게 고백을 해 주셨던 그 분이 귀공이셨군요?"
물론 그 고백은 왕의 명령으로 인해 어거지로 한 것이지만,상대방을 놀려먹는데 써먹기에는 더없이 좋은 건덕지가 아닐 수 없었다.자신은 원래 남을 놀려먹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던지라 오래 가지는 않을테지만,그래도 가벼운 농담마저도 던지지 않을 정도로 기계적이고 수동적인 인간도 아니었으니까.이런 농담정도는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어지는 말에 그의 시선이 잠깐 벤치를 향했다가 돌아왔다.하긴,확실히 편안한 휴식을 위해서라면 벤치보다는 침대가 훨씬 나았다.
"그건 그렇지요.그래도 설마 침대를 이곳까지 옮겨오실줄은 몰랐답니다.."
문제는 그 침대의 위치가 아늑한 기숙사 방이 아닌,이런 공터 한구석이라는 것이었다.왜 편안한 방을 놔두고서 이런 곳까지 침대를 옮겨와야만 했던 것일까.밤하늘을 보고 있기를 원한다면 기숙사의 창문으로만 보아도 충분할텐데.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 광경이었는지 아직도 조금 얼떨떨한 기분이 없지는 않았더란다.아,생각해보니 직접 옮긴것이 아니고 능력이라면 가능할지도 몰랐지만.
"으음,그닥 부럽지는 않지만 지금은 휴식이 조금 필요한 상태랍니다.은화 두 닢이라.."
자신에게 있어서 은화 두 닢 정도는 그냥 아카데미 옥상에서 펑펑 뿌려대도 괜찮을 그런 돈이었다.하다못해 아카데미에 재학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두닢씩 나누어준다고 해도 절대로 아쉽지 않을.그런 돈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침대 대여료로 은화 두닢을 받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이곳이 숙박 시설이라면 모를까,조금만 걸어가도 아늑한 침대가 나오는걸. ..문제는 막상 침대를 보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는 것이다.
"흐음.."
만약 제안을 거절한다면 저 딱딱한 벤치에서 휴식을 취해야겠지.그것은 굉정히 불편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왕족이니 서민들의 입장을 느껴보는게 당연하지 않겠느냐는듯 레이가 자신을 바라보았지만...당신도 알고 있잖습니까,레이.저는 성군은 못 된답니다.물음에 답하는 대신,사뿐히 침대 위에 올라앉아서는 미리 누워있던 겐을 지그시 바라보며 곱게 눈꼬리를 휘었다.
"왕게임때 그리도 친근하게 대해주셨는데,이번 한번만큼은 공짜로 해 주시면 아니되련지요..?♡"
"그때 귀공께서 제게 뭐라고 그러셨더라."많은 친구들과 같이 지냈어. 생각도 많이 했어. 네가 있어야겠어. 네가 아니면 안돼. 네가 아니면 달라. 틀리다고."....라고 하셨었지요,아마?"
그 외에도 이것저것 있었을텐데..하며,고혹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미소는 고혹적이었으나 내용만큼은 협박 그 자체였다.제법 악랄하게도 보일지 모를 행동이었지만,자신은 자신 나름대로 바가지를 막기 위한 수단을 사용한 것일 뿐이었다.
“같은 시골뜨기끼리 할만한 거네. 좋아 바꿔먹자.” 너도 나도 다 시골뜨기. 그래서 그런지 딱히 큰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좋은정도. “나도 그 접시에 있는게 뭔지는 궁금했는데 다 먹어 치우기 전에 너가 타코에 대해 물어봐서 다행이다.” 하고 타코를 자른것을 저쪽 접시에 얹어준다.
“그런데 이 음식은 뭐야?” 하고 건내준 움식을 포크로 찌른채 쳐다본다. 타코랑 비슷한 느낌은 드는데.
거짓말이다. 이제야 알았다. 생각해보니 얼굴을 보다가 괜히 봤다고 생각하며 다른곳을 봤었지. 기억 할 리가 없었다. 참, 세상도 좁기도 하지. 아니.. 학교에서는 결국 언젠가 만나게 되어있을테니 결국 그게 앞당겨진 셈인가. 그렇구만.
"아늑한 생활을 위해서라면 고생도 사서 해야지 않겠어?"
고생을 사서하고싶지는 않지만 어떠랴. 내가 하는 고생도 아닌데. 게다가 역시 침대를 여기까지 가져오는건 아늑한 생활과는 거리가 멀지. 하지만 이런곳에서 자는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여름은 좀 괴롭긴 한데. 아아, 짜증나는 모기자식들 죄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는데.
"그래. 은화 두닢. 두닢이니 두말하지 않을거야."
제법 그럴듯한 말을 했다고 생각했는지 잠시동안 빙긋 웃다가 이어지는 말을 듣고는 잠깐 생각한다. 아이고, 징그러워라. 사내놈이 저런 소리를내니 기분이 영 그렇군. 게다가 저 표정 하고는. 완전 여급오라비다. 좋아. 가격을 깎아주지 않으면 부끄러운 꼴을 보게된다 이거지? 흐음, 있는것들이 더한다더니 딱 그거네. 에휴. 하지만 답은
"no 다. 2달.. 아니. 은화."
수치심과 돈을 저울질하면 상인은 당연히 돈을 선택하지 않겠는가. 알게뭐냐. 난 이미 여러사람에게 변태취급이다. 이제와서 뭘. 젠장.
상대방도 자신을 알아차린듯한 모습에 소리내어 웃으며 답했다.설마 왕게임에서 그런 벌칙을 한 사람이 여기 누워있는 사람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으니.뭐 일단 그것은 둘째치고,상대방의 말을 들어보니 정말로 침대를 직접 끌고 나온듯 싶었다...? 아니아니,잠깐만요.저것을 정말로 혼자 끌고 나오신 것이신가요.당혹스러운 물음이 급하게 터져나왔고 곧 다시 입을 열었다.
"..이런 바깥이 아늑한 생활과 거리가 가깝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뭐..사람마다 각자의 생각 차이는 있을 테니까요.."
이 사람,강하다.처음으로 자신을 조금 당혹스럽게 만들었다.지금까지 잔잔함 속에 모든걸 감추어 두고 있었건만.다시금 지적하는듯한 레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서,간신히 감정을 수습하였다.진정하자 진정.살다보면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법이다.고작 이 정도에 놀라서 왕족으로써의 체면을 구겨놓는 일은 원하지 않았다.어느정도 마음을 가라앉히자 은화 두 닢을 다시금 강조하는 상대의 목소리.그리고 여전히 굽힘 없는 상대의 태도.오호라,그렇게 나오시겠다.
"흐응~그리고 또 뭐라고 하셨더라."두근거리지가 않아. 즐겁지가 않아. 너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라. 다른사람과 너는 대체할 수 없어."라고도 하셨지요?"
"그리고,"너는 동전 무더기 속의 금화와도 같다고 생각해. 더 이상은 기다리지 않을거야. 각오해주었으면 좋겠어."라는 말도 제게 해 주셨구요."
아까 전보다 공세가 더욱 집요해진것만 같았다.마치 이런 사소한곳에 쓸 사소한 돈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것처럼.누가 듣는다면 확실히 오해할법한 그런 대사를 고혹적인 미소를 유지한채로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고서 슬쩍 제 롱부츠를 벗고는 자연스럽게 침대에 올라오는 것이었다.
.....오너가 직접 한 마디 서술하자면 대답따윈 없다!애초에 벌칙인데 뭘 기대하겠는가!게다가 겐은 HL이니까 얘가 하는 말은 진심이 아니예요 너무 부담갖지는 않으셨으면 해서..! 하여튼,제법 위험하고 아슬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끝마무리를 지어 놓았다.제 어깨에 올라앉아있다가 얼떨결에 땅에 내려앉은 레이는 그 광경을 올려다보다가..결국 시선을 피해버리고야 말았다.
O lieb', solang du lieben kannst! O lieb', solang du lieben magst! Die Stunde kommt, die Stunde kommt, Wo du an Gräbern stehst und klagst.
Und sorge, daß dein Herze glüht Und Liebe hegt und Liebe trägt, Solang ihm noch ein ander Herz In Liebe warm entgegenschlägt.
오 사랑하라, 그대가 사랑할 수 있는 한! 오 사랑하라, 그대가 사랑하고 싶은 한! 시간이 오리라, 시간이 오리라, 그대가 무덤가에 서서 슬퍼할 시간이.
그리고 애써라. 그대의 마음이 타오르도록. 그리고 사랑을 품도록, 그리고 사랑을 간직하도록. 그대의 마음을 향해 또 다른 마음이, 사랑으로 따뜻하게 두근거리는 한.
어느샌가 손가락에도 검은 잉크가 묻어났다. 그는 아무런 반응없이 글을 써내려 갔다. 연모의 감정. 그 문장은 연정 그 자체로 이루어져 있었다. 사랑과,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받는 사람의 감정을. 아름다운 문장은 하나하나 곱씹어 보기에 충분했다. 아주 천천히, 충분히 제 마음에 와닿을 때까지. 마치 나무가 줄 지어선 숲을 거니는 것처럼, 은은한 파도 소리가 들리는 바다를 바라보는 것처럼. 그리고 그 아이의 모습을 여전히 떠올리는 것처럼.
어린 시절의 모습은 항상 기억에 남는다. 활발하고, 저돌적이며. 가끔은 산만하다며 주의를 받던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뛰어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어디든 무작정 달려나가 늘 걱정을 끼쳤다. 하지만 아이는 믿었다. 아무도 자신을 버리지 않으리라고. 아이는 그날도 늘 그렇듯이 거리를 거닐었다. 휘파람을 불면서도, 싱글거리며 웃으면서도. 보폭을 맞추어, 발소리를 맞추어 걸었다. 어느새 혼자 남겨졌다는 것을 깨달을 때에도, 주욱 걸어나갔다.
아이는 제 부모가 사라진 것을 알자 눈물을 훔쳤다. 그러나 언젠가는 자신을 데리러 오리라 믿었다. 그랬기에 멈추어도, 멈추지 않고 또 다시 걸었다. 아이가 느끼기에 수많은 집들을 지나 숲에 걸음을 들이기 전까지. 아른대는 나뭇잎들이 바스락거리며, 제각각의 소리를 내었다. 소리를 헤치고 들어가는 아이의 눈빛은 무언가 신기한 것을 본듯이 반짝거렸다. 숲의 입구 저 너머에는 아이의 파란 지붕 집이 언뜻 보일듯 말듯 했다. 그것을 보고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으리라 믿은 것인지, 아이는 마치 자신의 새로운 세상을 찾은 마냥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리고 아이는 보았다. 아마도 평생동안 잊지 못할 모습을.
- 거기 누구세요?
라고 첫 마디를 내며, 부드러운 갈색 빛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던 여자아이의 모습을.
여자아이를 부르는 이름은 다양했다. 그녀가 그녀의 부모와 있을 때는 소피. 그냥 소피였다. 가끔 장난치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을 때는 카트린느였지만. 그러나 아이의 앞에서는 언제나 마리로 불렸다. 아이는 그녀를 만나고 돌아올때마다 신기함과 흥미를 느꼈다. 귀족이라는 건 이렇게나 예의바른 사람들이구나. 아름답고, 우아하고. 또 아무 걱정도 없는 사람처럼 밝다. 그러한 생각은 점점 커지고, 아이의 안에서 느껴지는 것은 동경이었다. 그리고 더 깊숙한 곳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앞으로도 느끼지 못할 연정이 숨어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을 말하고 싶었으나, 그게 끝이었다. 여자아이의 모습은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고, 자연스레 아이는 다시 그곳으로 가는 일이 없었다. 아이의 부모님은 그것에 안심했다. 어쩌면 그녀의 부모도 그것을 원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연모의 감정은 꽃을 피우지 않고 가라앉았으나. 그녀의 행동만큼은 머리 속에서 가라앉지 않았다. 아가씨. 사람들이 그녀를 부르는 말들 중 하나였다. 존댓말. 그녀가 말했던 예의있는 사람의 기준이었다. 아이는 마치 중요한 무언가라도 되는 듯이 열심히 외워냈다. 적어도 그녀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이는 그녀가 기뻐하기를 원했다. 더 이상 만나지 못할 때에도, 아이는 그녀가 행복할 것이라 믿었다.
..Und mach' ihm jede Stunde froh, Und mach ihm keine Stunde trüb.
..그리고 그를 항상 기쁘게 하라. 그리고 그를 한시도 슬프게 하지 마라.
마지막 글귀를 적어둔뒤, 그는 노트를 덮었다. 지나간 일을 잊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에, 프란츠는 언제나 그녀의 모습을 기억해냈다.
정확히 하자면 아카데미 들어오고지만 발레는 그 이전에도 열심히 했으니까 굳이 자세히 설명할 필요까진 없다! 전투를 위해 배운거랑 원래 전공과는 하늘과 땅만큼 노력 차이가 난다. 어디까지나 내 본진은 발레다. 우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인뒤 대답했다.
"그치그치??? 사람 너모 많아써~~~~~~징쨔 울 팀원들도 제대로 못보구! 워커 신구 갈걸 그래써. "
얼굴 가려져서 암것도 앙보였다니까. 고갤 절레절레 젓고 한 숟갈 떠먹은 뒤 말을 이었다.
"비류우도 맘에 드는 사람 있으면 팀해! 팀으로 하면 조아. 건물주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이써. "
물론 우리 팀 건물은 다 라야 덕이니 엄밀히 말하자면 건물주는 라야다! 내가 아니다!!!! 비유가 좀 이상하게 된것같은데 팀 건물은 진짜 있는 것만으로도 맘이 놓인다. 훈련장 바글바글한데 낑겨있는거보다 쾌적하고 한적한 데서 공중제비 도는게 더 좋고 편하다. 어지간한 건 팀 건물에서 다 할수 있으니 굳이 공용을 쓸 이유가 없다. 그리고 팀 대항전을 하면 실습 등에서도 하기 편하니까. 높은 실습 점수를 원한다면 웬만하면 팀을 하자. 실전 경험에 도움이 된다. 그나저나 얜 배려가 많은건지 미행받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아까부터 계속 눈을 피하는데 원래 시선을 맞추길 어려워하나? 그렇다기보단 방향이 너무 확실한데. 그러고보니 울 아빠는 엄마 앞에서 거짓말했을때 말고는 항상 눈을 맞춰줬었지. 궁금한 건 너무 오래 참아둬도 독이기에 바로 그자리에서 던지기로 했다. 돌직구여도 괜찮다! 너무 직설적인게 문제이긴 하지만!
"긍데 말야 너어, "
우물거리며 운을 뗐다.
♬ 장담컨대 난 이 다음에 이렇게 외친걸 후회하게 될거다!
"너어 혹시 누구한테 쫓기니????? 갑자기 미앙! 긍데 궁그매서 구래! "
아 이제 후련하다! 눈을 초롱초롱 밝히며 한 숟갈 더 퍼먹었다. 좋아 앞으로 6분의 1! 두 숟갈만 더 먹으면 식판 들고 일어날수 있다!
//두번 날렸습니다 죽인다 메모장ㅡㅡ 리타 너무 돌직구했네요 원플 각 떠도 이건 할말없습니다 ㅠ
아닌가요?아.아니군요.언어적 오류가 있었음을 깨닫고서는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피로는 사람의 대화에 이렇게까지 악영향을 끼칠수도 있는 것이로구나.앞으론 피곤할때의 외출은 최대한 삼가고서,읽던 책을 고이 접어두고 조용히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너무 책에 욕심을 내어,자신의 컨디션이 망쳐지고 이미지도 깨진다면 안될 일이었으니까.뭐,생각해보면 자신도 기계가 아니니까 완벽할 수는 없었다.이 정도 실책은 어쩔수 없는 일이었지.
하여튼 페이스 조절에 성공했으니 이젠 다시 조절만 하면 되었다.가능성일 뿐이라는 말에 가벼이 웃으면서 그렇군요.하고 답하고는 이어 들려오는 말에 살짝 홍조를 띈 채로 답했다.어떻게든 끌어올리니 이 정도 연기는 되었더란다.
"뭐,조금은 그랬답니다.."
그리고 한결같은 상대방의 모습에 안타까운듯한 표정을 짓고는 슬며시 몸을 일으켰다.이런,이만큼 했는데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다니.그 한결같음은 조금 본받아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앗,너무 무심하신 거 아녜요..?"
그리고 이어지는 말.확실히 공감은 갔다.상대방이 아무리 믕력으로 만들어냈다고 한들 무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 수고비는 받아야 할테니.직접 끌고 나온것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아무렴.그 부분은 자신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그러시다면야,장난은 이쯤 하도록 하지요.많이 곤혹스러우셨을텐데 우선 저의 무례한 행동은 깊이 사죄드리도록 하겠습니다.귀공을 뵈었더니 갑작스럽게 그때의 일이 떠올라,가벼운 장난을 치고 싶었던 것 뿐이었답니다."
다시금 사죄드립니다.하며 침대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서,잠시 내려가있던 레이를 다시 제 어깨 위에 앉혔다.제 주인을 그저 빤히 응시하던 레이는 이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아무렇지도 않게 어깨에 앉아 깃털을 다듬었더란다.
"2은화를 귀공께 드리는지,안 드리는지가 더 궁금하다고 하셨지요?그렇다면,제 대답은 이것으로 대신해 드리겠습니다."
그러고는 딱 봐도 처음 제시한 가격의 열배는 넘게 들어있을법한 주머니를 건네고서 빙그레 웃어보였다.
"침대를 빌려 사용한 값 2은화에,오늘 제 무례함을 사죄드릴 값 48은화.총합 50은화 되겠습니다.이 정도라면,제 무례함을 조금은 용서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자신이 제시한 값은 턱없이 적다고 느꼈지만,안타깝게도 가지고 나온 주머니에는 은화밖에 들어있지 않았고 그것을 많이 들고 다니는건 저질체력인 루이에게는 버거운 일이었기에 아쩔수 없다고 생각했다.만일 은화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다음 번 만남에서는 금화로 대신해드릴수도 있답니다.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구토감이 밀려왔다. 상황을 판단하기 어려웠다. 질문을 받았다. 암브로시오 국가에 관한 이야기였다. 평이한 대답. 이어지는 질문. 대답. 다시 질문과대답. 의미없는 질의응답이 계속 되었을까. 어떤 질문이였지? 현재의 왕은 너와 무슨 관계인가 하는 질문? 아니였나? 모르겠다. 모르겠어. 비명은 커녕 말도 나오지 않는다바닥을기는벌레처럼몸부림을친다괴롭다. 아 그래. 무희들에 관한 질문이였다. 예언. 그것에 대한 답.
격통에 이를 악물고 몸부림치는 손을 누군가가 잡는다. 물? 눈물? 억지로 눈을 치떴다. 아. 아니야. 왜, 왕녀님 을 데려온거야?
다시 암전. .
"도망쳐. 류야."
암브리시오 국가의 왕과 왕비가 불의의 사고로 승하한 뒤, 무희들은 계승자이자 곧 왕이 될 자에게 말했다. 해악의 별을 가진 아이가 살아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왕이 되고 난 뒤에 죽이시옵소서.
발레말고도 여러가지를 배웠다는 말에 비류는 큭큭 여유롭고 느긋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확실히 전투로 다져졌다기보다는 조금은 다른 느낌을 주는 체격이였다. 균형이 잘 잡혀있다.
"첫 실습이여서 그런지 시끄럽기도 하더군. 사람도 많고. 그래도 개인 실습이여서 다행이지 않나? 그정도의 인원이 한곳에 몰려들어가면 그것도 혼란스러울테니."
그녀는 우물거리면서 하는 리타의 말에 하나씩 나긋하고 여유로운 비스듬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여가며 상냥함을 가장한 채로 천천히 대답해주다가 팀이라는 단어에 잠시 어깨를 으쓱였다.
"팀이라는 건 생각해볼게. 네 말대로 긍정적으로 건물주가 되어볼까?"
모호한 농담을 하다가 비류는 잠시 뜸을 들이는 것 같은 리타의 모습에 슬몃 눈썹을 치켜올리며 잠자코 기다렸다.
너어 혹시 누구한테 쫒기니???? 라는 말에 그녀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꾹 하고 목 근처의 옷깃을 잡다가 이내 천천히 여유롭고 느긋한 태도와 무던하고 담백한 표정을 지으면서 비스듬히 웃었다. 직설적이여도 엄청 직설적인 질문이였고 자신도 모르게 대답할 뻔했다. 아니, 아닌가.
"아니. 쫒기고 있지 않아. 버릇이다."
다행히도 이 빌어먹을 것은 저 질문과 답을 조건으로 들어놓지 않은 모양이다. 당연한거 아닌가. 거짓말까지 조건으로 들어간다면 평생 입닥치고 살라는거니까. 생각과는 다르게 그녀는 무던한 표정으로 대답을 해보인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강 눈으로 거리를 어림잡는듯 싶더니 이내 곱게 웃어보였다.거리를 어림잡는건 조금 무리였달까. 뭐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상대가 어디까지나 장난을 쳤다는것을 눈치채고 있었으니.진심이었다고 한다 하더라도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아직 왕게임에서밖에 마주하지 못한,친분이 거의 없는 상대였는걸.
"어머,그랬었나요?..하긴,뭐든지 공평한 것이 좋으니까요."
만약 그런 불공평한 일을 한다면 지금껏 2은화를 내고 대여한 사람들의 반발이 한층 커지겠지.상대방은 자신보다 도덕적인 개념이 더더욱 확실히 박혀 있는것 같았다.뭐,비도덕적인 면모가 그가 숨기는 것들 중 일부일 뿐이기는 했지만. 이어 괜찮다는 말이 들려왔다.그 말에 조금은 안도하긴 했으나,그런다고 해서 자신이 저지른 무례함이 싹 지워지는것은 아니었다.
"..아니요,못 들었을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허나 그것은 제가 오늘 귀공께 저지른 무례함에 대한 죗값이니,귀공께서 제시하신 침댓값과는 다른 부류의 것입니다.만일 죗값을 받아주지 않으신다면 앞으로 계속 그래도 된다는 의미로 판단.매일매일 귀공의 침실로 찾아가드릴지도 모른다구요?"
그리 말하며 다시금 아까 지었던 고혹적인 미소를 흘렸다.자신이 정말로 그런 정신나간 짓을 하진 않겠지만,행여 상대가 딱 2은화만 받으려 할까봐 전부 받으라는 의도로 한 말이었다.어짜피 2은화든 50은화든 자신에게는 별로 의미있지 않은 것들이었으니. 그리고 곧 상대가 옆에 침대를 하나 더 만드는 모습을 보고 역시나 싶었다.하긴,이 커다란걸 여기까지 끌고 내려왔을 리 만무하잖아.
"죗값으로 받기에도 그러시다면..침대를 24개 더 만들어주시는것도 나쁘지 않구요.물론 농담입니다."
그랬다가는 공터가 순식간에 침대로 뒤덮여버리겠지.나름 괜찮은 광경일 테지만 그와 동시에 꽤나 이질적인 모습일게다.아무튼,곧 만들어진 침대에 편안히 몸을 앉히고서 제 어깨에 올라앉았던 레이도 적당한 자리에 올려두었다.
동남아시아의 특징적인 음식들은 싸고 맛있으니 많이 드시기를 추천합니다! 아니면 방부제없는 그대로의 과일을 싼 가격에 먹는것도 나쁘지 않겠죠! 하지만 관광지에서 현지인들의 바가지가격과 싸움을 하시게 될겁니다! 여기서 디스카운트의 관록이 필요하겠죠! 일부 장소는 원화도 받습니다. 현지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원화 지불도 좋습니다.
최근에는 책을 읽는 것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때의 일때문인건 분명했지만, 안그래도 심란하던 때에 루이와 만난게 아마도 가장 큰 문제겠지. 이럴때는 보통 기숙사에서 나가면 더 큰 화를 보는게 분명했지만 수업도 안나가고 방에 있기에는 아무래도 수업참여율때문에 위험한 상황이기도 했다. 솔직히 그게 아니었다면 아무런 상관도 안하고 그냥 방에서 책이나 읽고 잠이나 잤을테지. 그래. 난 아무렇지도 않다.
"후우..."
사람에 치이면서 수업을 받다보니 어찌어찌 끝날때까지는 있었지만 역시 집중이 전혀 되지 않아서 문제가 심했다. 잠시 쉬러 나왔을때라도 사람이 없는 곳에 가면 좋았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게 나뿐이 아닌건지 복도에도 생각보다 사람은 많았다. 한동안 화장실에라도 가서 자고 있어야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아무래도 그건 아니었다. 계단 뒤의 공간, 산책로따위를 뒤져보면서 사람이 없기를 바랬지만 계단뒤에는 선객이 있었기에 얌전히 비켜주고 산책로는 우산을 안가지고 나와서 나가보지도 못했다. 모처럼 비가 오고 있는데도 나가지 못한다. 고역을 넘어선 무언가잖아...
"으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조용히 있을만한 장소를 찾아다녔지만 역시 보이지는 않았다. 복도 구석, 그림자만 비쳐서 아무도 지나가지 않을만한 장소에 쪼그려 앉아서는 책을 펼쳤다. 습기때문에 책에 문제가 생기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카데미에 와서 좋은점을 꼽자면 그 장점이 너무나도 많아서 셀 수는 없다. 다만 그 중 하나는 바로 말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책을 읽을 수 있다는거였다.
"비싸지.. 책."
그렇기에 몇번 책을 읽으러 도서관을 가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무슨 책을 읽는것이 좋을까. 좀 쉬운게 좋을 것 같은데. 복도를 지나간다. 조용한 시간. 그리고 들리는 비의소리. 과거의 나는 이 상황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겠지. 운치있는걸. 그런데 누굴까 저 사람은. 복도구석에서 책을?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소리와 어디론가 급히 가는 사람들의 발소리. 그리고 어딘가 상기되어있는 듯한 목소리까지. 나름대로 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이내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그렇겠지. 보통 이런 곳애서 책을 읽는 사람은 없는게 맞겠지.
"히익...!!"
갑자기 날 부르는 소리에 놀라서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주머니라고 했으니 나는 아닌가...? 아니지. 아마도 지금 날 바라보는 이사람이 한 것 같으니까 확실히 나를 부르고 있는 것 같다. 뭐지, 뭐지? 갑자기 이렇게 부를만한 사람이 없는데...?
"그... 아주머니아닌데..."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서 눈만을 내놓고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다른 건 몰라도 나이는 안그런데...
아저씨를 처음보냐니... 물론 아저씨라고 부를만한 사람을 처음보는건 절대 아니지만 뭐라고할까... 그렇잖아? 갑자기 말을 걸면 누구라도 그러잖아? 응, 내가 과민반응인건 잘 알고있다. 하지만 누구라도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오면 조금이라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증거는 없을거아냐. 아니 뭣보다 확실하게 나보다는 나이 많아보이는 사람인걸. 그런 사람한테 아주머니라고 들을 필요는 없잖아. 응.
"여기가 편한데..."
어디를 가도 시끄럽지않은가. 차라리 한자리에서 무언가에 집중하면 조금이라도 조용해지지않을까 싶어서 여기에 있는 것 뿐이다. 몸에 버섯이 자랄 것 같기는해도 그래도 사람이 신경은 잘 안쓰잖아.
"...에취!!!"
딱히 좋지않은 환경에 있었던 탓인지 자꾸 재채기가 나오고 있었다. 빈교실인가, 확실히 찾으려면 없지는 않겠지만 일부러 가는 건... 생각을 버리자. 전부터 생각했지만 이 학교의 학생들은 대부분이 긍적적인 모양인지라 네거티브한 심리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응. 포기하자. 어차피 끌려가거나 할 것 같으니까 말이야. 그럴거면 스스로 옮기는게 나아.
"누님도 아닌데..."
일어서면 호칭을 바꿔준다고는 했지만 미묘하게 비틀려있는 호칭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누님에 아주머니라니... 처음보는 사람한태 할 말은 아니지않은가.
"이름으로. 에녹 드라콘 휴브테-윤 카를로스 이그렌-카트아르 니까... 에녹으로 불러..."
다시 생각해봤지만 쓸데없이 긴 이름이다. 가끔은 혀도 씹을 수준인데 아무래도 왕족. 그래도 왕족이니까 이름을 줄이던가 하는건 어려울거고... // 괜찮습니다!점심시간이니까요!! 그리고 비류주 어서오세요!!!!
비라도 한바탕 쏟아질 것처럼 희끄무레한 날. 오늘 같은 날은 기분이 싱숭생숭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시가지에 나가서 기분전환이나 할까 싶어도 곧 내릴 것 같은 비를 생각하면, 괜히 구두 적시기 싫어지고. 훈련장은 역시 비 때문에 싫고. 이래저래 따져봐도 만만한 곳은 도서관 정도였다. 아.그래 그럼 그렇지. 내가 갈만한데가 도서관 말고 또 어디 있겠어.
행여나 젖어도 금방 마르는 얇은 흰 셔츠에 무릎 살짝 위까지 내려오는 네이비 스커트를 입고, 신발은 젖어도 괜찮은 캔버스 단화로. 적당히 나갈 준비를 하고 나가려다 문득 저번에 사온 초콜릿이 보였다. 아직 포장도 뜯지 않은 그것.
"...뭐, 배고프면 먹자."
전해줄 일은 없는 것 같으니. 나갈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하며 초콜릿 상자를 작은 에코백에 넣어 챙겨 들고 나갔더라지.
도서관을 간다고 해도, 이곳엔 도서관만 여럿이었다. 그 중에서도 사람이 잘 안 오고 구석에 있는 곳을 골라서 간 건, 그냥 오늘만큼은 남들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일까. 특유의 종이와 잉크향, 먼지 냄새가 나는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선 적당한 책 한권을 골랐다. 오늘은 기분전환이니까 소설로. 찾은 책을 들고 열람실로 들어가니 왠 걸, 개미 한마리 없네. 날씨가 이래서 더 안 오는가보다 생각하며 창가쪽 구석 자리에 앉았다. 에코백은 옆자리에 내려놓고 안경도 벗었다. 아무도 없으니까 앞머리도 살짝, 아주 살짝만 열어놓고 천천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고대의 로머들은 간혹 스스로의 능력을 봉하여 키우기도 하였고, 피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었지." "그걸 뜯어낸다면 너는 좀 달라지지 않을까? 수치도 새로 재야 하겠지만." 상담은 끝났다. 복도에 달린 거울을 보면 목에 시커멓게 매달린 초커가 보인다. 그리고 그것보다 아래에는 찌르면 피가 날 것 같은 목걸이 하나가 더 있지. 초커를 만지작거리면서 도서관에서 책이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그럴 작정으로 크로스백에 책을 챙겨온 게 아니겠는가. 디바이스로 반납할 건데. 라고 문자를 보내려고 했는데. 희끄무레한 날 때문인지 아무도 없던 도서관에 눈에 띄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안녕!" 애써 밝은 듯한 모습으로 인사하고 그녀의 앞자리에 앉으려고 합니다. 아. 그건 생각하지 맙시다. 술 먹어버렸는걸요. 술기운으로 다 잊었..을 리가 없습니다! 잘 지냈어? 라고 물어보려고 하면서 오늘 반납한다고 문자 줄 생각이었는데 우연히 만났네? 라고 말하다가 초커를 투명화는 안 시켰다는 걸 그제서야 깨닫긴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겠지요.
....그치만 비오는 날과 더불어 그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면 분명 라연의 안색은 평소보다 영 그렇다는 걸 간과하였지만요.
이렇게 놀랄 줄은 몰랐는데...?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헤일리가 앞머리를 흩뜨리는 것을 바라봅니다.
"엇 놀랐어..? 미안.." 바로 알아볼 줄 알았는데 책에 집중하느라 못 봤어? 라는 말을 하고는 앉을 수 있게 에코백을 치워주자 감사감사. 라고 말하면서 냉큼 앉습니다. 그리고는 구르고 넘어지고라는 걸 듣고는 많이 안 아팠으면 좋겠는데. 라고 말하고는 나야 뭐 구를 일이 있었겠냐만은. 이라고 말했답니다. ......구를 일은 없었죠.
"밥이야 당연히 잘 먹고 다니지.." 얼굴은.. 비오는.. 혹은 올 것 같은 날엔 무능까진 아니더라도 기운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으려나아.. 라고 답하면서 무심한 듯 하지만 신경쓴 걸 아는지 모르는지 희미하게 웃었다.
아팠던가. 잘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손으로 얼굴 한쪽을 감쌌다. 엊그제 봉에 맞았던 자리. 멍은 없지만 손대면 아직 부은 듯한 느낌이 남아있어 머리칼로 가려놓은 상태였다. 한번 쓸어내리곤 다시 책으로 손을 옮겼다.
"아. 하긴 네가 밥을 거를 애는 아니지. 그래. 날씨 탓이려나."
못 보던 초커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왠지 물어봤다간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을 보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일부러 언급은 안 하고 있다만...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뭐 보고 있었냐며 내가 보던 책을 보려 하길래 흠칫 놀라 책을 탁 덮어버렸다. 아. 읽던 부분 표시 안 했는데.
"그, 그냥 소설이야. 날씨도 이렇고 기분도 그래서 기분전환 좀 하려고."
그냥~ 그냥 소설이야. 라며 대충 얼버무리고 책 표지를 슬쩍 손으로 가렸다.
"어...어, 맞다. 너 그 날은 잘 들어갔어? 그, 파티 날."
화제를 돌린다는게 하필이면 그 날의 얘기가 튀어나왔다. 말한 뒤에야 그 날 그 때가 떠올라서, 라연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게 되버리긴 했다만.
"날씨 탓도 있겠지?" 의문문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그가 그의 안색의 원인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사여구는 붙이지 않았습니다. 책 내용이 궁금하다고는 했지만 막 보는 것도 예의는 아니잖아요?
"기분전환이구나.." 고개를 끄덕이다가 파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엑. 하는 소리를 냅니다. 그 날 라연이 잔뜩 당했었지요?
"......파..파티 날..." 어.. 잘 들어갔어! 아..아마도.. 라고 무지 당황한 얼굴이 되어서는 하하 웃으면서 술 때문인지 완젼 푹 자버렸거든.. 이라고 말했습니다. 뭐. 몸은 푹 잔 게 맞으니 거짓말은 아니지요. 그렇지만 나름대로 페이스를 회복해서 그럼 아가씨는 이 몸에게 보여주실 생각이 아예 없으셨나요? 그러면 슬퍼지는데요.. 라고 능글맞게 말해보려고 합니다. 능글맞은 척인 게 다 드러나긴 하지만. 그..그렇게라도 말 안하면 얼굴이 폭발해버릴 것 같...
술기운에 푹 잤다는 말에 그랬냐며 대답까진 했는데. 고개를 돌려 라연을 쳐다보는덴 무리가 있었다. 아, 앞머리가 있어서 망정이지. 없었다면 아마... 제대로 보지도 못 하고 책을 덮은 손만 꼼지락거리며 머릿속으로 다른 화제거리를 찾고 있는데 옆에서 들린 말이 나를 좀더 당황케 했던 거 같다.
"ㅁ, 뭐 뭘 보여줘?!"
뭘 보여달란거지, 책? 얼굴? 눈? 순식간에 어머어머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그 혼란한 와중에 뭐라고 또 대답은 해야겠단 생각에 아무렇게나 한마디 했는데.
"어,언,언제 누가 안 보여준댔어, 보여달라고나 하던가."
뭐 대충 그렇게 횡설수설 한 거 같았다. 고개는 휙 돌린 채 애꿎은 손가락만 꼼질거리면서.
"잘 들어갔다니 다행이다." 나는 또 개인실을 쓰니까 아무래도 누가 데려와준다거나가 불가능하지.. 라고 말한 다음 손이 꼼지락거리는 걸 못 본 척하면서 어색한 표정만 지을 따름이었습니다. 그리고 헤일리가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대답을 해야 하는데.. 분위기를 타버렸다. 라고밖엔 말할 수가 없습니다! 뭐. 그렇게 분위기를 타더라도 속에서는 말아먹어버리는 게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음.. 그러면 정식으로 요청드려볼까요?" 헤일리양의 맨얼굴을 보여드릴 수 있나요? 라고 나름 매너있는 공화국 신사인 양 물어보려고 합니다. 맙소사. 이런 말을 내뱉은 걸 알게 된다면 잔뜩 괴롭혀지고 말 거예요. 알고 있나요?
"음..정 싫다면 비밀 교환 같은 걸로 해야 하려...나?" 수습한다고 내뱉은 말이 그런 것이라니.. 정말로 나란 것은..
횡설수설한 말에 어쩜 저렇게 똑바르게 대꾸를 하는지. 그래도 정식 요청이니 뭐니 하는 말에 긴장이랄까 잔뜩 곤두선 기분이 조금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날선 고슴도치가 부드러운 쓰다듬에 가시를 눕히듯.
"뭐 그렇게까지 할 건 없거든. 보여달라고만 하면 보여줄 거였어. 그 날...도 그렇게 말 했잖아."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투덜거리듯 대꾸하곤 손을 들어 앞머리로 가져갔다. 그냥 가볍게 열어 드러낼까 하다가, 깔끔한게 좋지 않을까 싶어 조금 손을 대기로 했다.
"잠깐만 기다려."
어느새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하곤 하얀 손가락을 움직여 앞머리를 정돈했다. 조용한 가운데 머리칼 스치는 사락거림이 괜히 크게 들린 것 같다. 부스스하던 앞머리를 벼머리로 땋아 넘기니 시야가 환해지고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 상태로 여전히 라연에게는 등을 보인 채 말했다. 그러니까, 돌아보기 전에.
"비밀 교환..까지 할 건 없으니까. 그냥 내 말에 대답만 제대로 해줘. 그럴 거라고 말하면 돌아볼게."
"그렇지만 그건 예의가 아닌걸?" 그냥 보여달라고 말해도 되었다는 말이 돌아오기는 했지만 고개를 갸웃합니다. 그래. 그렇게 착하게. 라는 소리가 들린 것만 같았지만 애써 무시하려고 합니다.
"평생이 걸리지만 않는다면 언제든 기다려 줄 수 있는걸." 준비 다 되었다고 하면 게이트 타고 바로 올걸? 이라고 시덥지도 않은 농담을 하고는 비밀교환까지 갈 것 없고 대답만 제대로 해달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합니다.
"맹세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답해준다고 약속할게.." 뭔가 중요한 건가? 라고 생각했을지도? 아니면 무엇에 대해 물어볼 것인가? 라는 것을 생각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어보면 어떡하지? 란 걱정을 조금은 안았지만. 계약은 어길 수 없는 법. 네가 내 거 라는 걸 잊지마려무나. 닥쳐요 빌어먹을 부군ㄴ...아니 아버지.
차갑게 식은 머리를 정리하며 천천히 아카데미를 둘러봤다. 가정의 날이랍시고 학생들이 분주하게 재밌게 노는 모습을 보자니 참 슬프다. 지금 선생님은 건강하실까? 마지막으로 봤을 때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로머가 된다고? 명령 때문에..?' '회장님이 직접 명령하셨습니다. 그렇기에 아카데미에 잠입하려고 합니다.' '...능력계수가 전부는 아니라는 점 만 알아둬라. 능력계수가 낮은 사람이 이길수도 있어. 중요한건 센스야.. 언제나 기억해라. 재능은 꽃피우는 것, 센스는 갈고 닦는 것'
나에게 있는 재능과 센스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스스로 가진 능력에 한계점이 명확하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아무튼 그렇게 이제는 날이 더워 저물어가는 벚꽃을 보니 피식하고 웃음이 세어나왔다. 이제 슬슬 더워지고 여름이 오면 그런 이벤트가 찾아오지 않겠는가? 해변! 바다! 합숙!
회장님 선생님 이사장님 죄송합니다. 이 제자가 불순의 극으로 보이실지도 모르겠지만 보고 싶습니다. 살면서 한번도 구경하지 못한 해변이란걸 보고 싶습니다. 합숙이란걸 해보고 싶습니다. 담력체험이라니 세상에! 실습 인원들을 떠올리고 그 인원들과 함께 해변을 가는 걸 떠올린다.
뭘 기다려. 기다릴게 뭐가 있다고. 농담 같은 말에 아주 가는 웃음을 흘렸다. 멍청이. 다시 한번 중얼거렸다.
내 말에 대답이 돌아왔다. 맹세까지는 아니어도 대답해준다고. 너 약속한거다? 무르기 없기야. 그렇게 다짐을 받으면서 천천히 라연을 향해 돌아앉았다. 언제나 부스스하게 얼굴을 덮고 있던 앞머리는 가지런히 벼머리 땋기가 되어 넘겨져있고, 그 아래 숨겨왔던 황금빛 두 눈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로, 슬쩍 시선을 들어 라연을 쳐다봤다. 표정은....뺨을 붉힌 채 약간 안절부절하는 느낌일지도.
"......" "...이상..하지..?"
한동안 입을 다물고 우물쭈물하다가 그렇게 물었다. 아, 사실 이런 걸 물으려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오랜만에 타인에게 맨얼굴을 드러낸 터라 어색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디트리히 : 제가 여름합숙에 캠코더를 챙기는 이유.. 혹시 이사장님은 추억이라는 단어를 아십니까? 유감스럽게도 저에겐 가족에 대한 기억이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보태기위해 친구들과의 추억을 만들려는 것이죠.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닙니다. ..... (이후 체포되었다)
"멍청이라니.. 너무해.." 정말로 너무하다는 말은 아니고 장난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연기 정도는 가볍게 하는 라연이라서 진짜인 척 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는 하지 않고, 멍청이라면 멍청이일지도? 라고 덧붙입니다. 안 물러 안 물러. 라고 대답하고는 헤일리를 바라봅니다.
"와...." "요모조모 뜯어봐도 숨기고 다닐 건덕지는 안 보이는걸..?" 이상하지? 라는 말에는 에이.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예쁜 얼굴 막 숨기고 다녀서 세상 사람들 눈높이가 한단계는 낮아졌겠다. 라고 농담으로 말합니다. 티엘린 아카데미는 학생을 외모로 뽑나.. 이렇게 출중한 외모가 많아서.. 라고 말합니다. 확실히 황족이나 왕족도 외모가 출중하고, 평범한 학생도 잘생겼고 주위 평가이긴 하지만 라연도 예쁘장하게 생기기도 했고..
그의 행동에 비류의 표정또한 티나지는 않았지만 가볍게 맹수같은 눈동자를 빛내면서 디트리히의 눈빛을 똑바로 바라보고는 얼음으로 만들어낸 단도를 쥐고 티트리히의 턱을 노리고 휘두르려던 찰나였다. 본능적인 것치고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몸짓이였으나 비류는 이내 들려오는 그의 불만어린 소리에 그 단도를 손가락 사이로 몇번 빙글 돌려보인다.
"저런 디트리히. 아무리 우리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바라보니까 나도 모르게 반응해버렸잖아?"
이래뵈도 연약하기 짝이 없는 여자라고. 여유롭고 느긋한 태도로 무던한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모호한 말을 중얼거리며 불만어린 디트리히를 향해 대꾸하던 비류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여름 합숙인가. 그것 참 재미있겠군. 나는 안갈거지만."
물에 젖는 것도 싫다. 비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여러모로 레벨이 높다는 말에 디트리히를 빤히 바라보다가 단도를 자신의 왼쪽에 있는 나무를 향해 투척하듯 날리고는 팔짱을 낀다.
"무슨 일로 접근했냐니. 이봐 디트리히, 네가 사고를 치는지 안치는지 궁금해서 라고 답할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만."
겐: 왜 여기에 간이로 집을 만드느냐구요? 이사장님. 합숙에는 여러가지 변수가 있는법입니다. 누군가 실종되거나 바다에 빠진다거나 하는 그런 예측불가능한.. 그래서 저는 안전을 위해 안전도구를.. 예. 가격은 이정도 되고 혹시 필요할것 같아서 얼음이랑 여러가지 음식을. 전 학우들의 편의성을 위해서..!(간이 집 파괴당함)
차마 시선을 맞추지 못 하고 슬쩍 딴 곳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농담도 적당히 해야 농담으로 쳐주는거지, 라고 투덜거리듯 말하면서. 습관적으로 앞머리를 만지려 손을 들었다가 묶은 걸 깨닫곤 아, 하며 손을 내렸다. 항상 반투명한 베일을 쓴 듯 흐릿하던 시계가 깨끗해지니 보는 곳마다 달리 보여서 시선 둘 곳이 없었다. 그러니 더더욱 라연의 얼굴은 똑바로 못 보겠더라.
"...숨길 건덕지가 없긴 뭐가 없어. 여기 있는데."
내렸던 손을 다시 들어 눈가를 쓸어내렸다. 과거 조상이 저지른 '과오'의 현현. 증거. 표식. 아니라고 할 수 도 없는 영롱한 금빛 눈. 지금은 그렇게 대우가 나쁘지 않다고 해도, 내게는 내놓고 다닐만한 것이 아니었다. 이 눈과 더불어 이 머리도.
"그리고...."
일순 뭐라고 중얼거렸는데 목소리가 작아서 제대로 안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물어보면 제대로 말해줄지도?
"휘두를 거였으면 애초 너한테 접근했을 때부터 급소를 노렸지 않을까? 사람이 뭐라고 생각하냐니. 그게 이유가 필요하던가."
의외군? 하고 대답하며 비류는 이어지는 디트리히의 험하게 살았겠지라는 단어에 그닥? 이라는 뜻을 표현하듯 눈썹을 슬몃 치켜올리면서 그를 바라볼 뿐이였다. 실질적으로 제대로 붙는다면 얼마나 합을 나눌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비류가 시선을 돌리고 큭큭 여유롭게 웃는다.
"아쉽지도 않으면서 아쉬운 척은 하지 말아. 디트리히."
흉터도, 상처도, 이것저것 드러내어버리면 곤란하다. 그게 조건부가 되어버리는 건지도 모르고. 아직 아무것도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섵부르게 타인들과 모이는 곳은 조금 피하는 게 좋다. 예를 들면 은 제국의 그 황녀라던가.
"실수도 두번하면 실수가 아닌것이고 시비거는 족족 상대해주게 되면 그것또한 잘못일터."
여유롭고 느긋하게 팔짱을 낀 채 비류는 디트리히를 바라보다가 싱긋- 하고 비스듬히 미소를 지었다. 맙소사, 내가 너한테? 라는 말이 웃음기에 섞였다.
"그거 유감이로군. 두루두루 친해지는게 좋지 않은가. 유연한 교우관계도 나름대로 좋은 방법 이거늘."
바다를 얼려서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못본다- 인가. 비류는 비스듬히 미소를 지으면서 모호하게 여유롭고 느긋한 태도로, 무던하고 담백한 표정을 짓고는 대답했다. 그녀는 짜증을 내는 그의 모습에 속으로 혀를 한번 차고는 잠시 고개를 기울였다. 완연한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복은 제복으로 대신해야하나 생각하던 그녀가 배부른 맹수가 급소를 노리는 느긋한 눈빛을 벤치에 앉은 디트리히에게 슬금 옮겼다.
"하복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제 목의 문신을 손바닥으로 덮어 쓰다듬었다.
"제복으로 대신하면 된다. 얇은 재질이니까."
모호하게 그녀는 대답을 넘겼다. 노카운트. 고개를 여유롭게 한쪽으로 기울인 채 벤치에 앉은 그를 바라보는 시선또한 여유롭고 느긋했다.
나를 불렀던 그는 어째서인지 머플러를 던져주었다. 머플러는 이미 하고 있는데... 그냥 들고있으라는 소리일까? ...아마 맞는 것 같았다. 던져진 머플러는 잘 개어서 책과 함께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랫동안 찬 벽에 기대고 있어서였던건지 등이 시려웠다.
"완전히 변명이잖아..."
잘 들리지 않을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는 왜인지 일그러진 얼굴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았다. 그냥 이름이 길어서 그런걸까? 말한걸 보면 아마도 그게 맞는 것 같기는 한데... 제국의 황녀라도 만났던걸까... 뭐, 쓸데없이 이름이 길다는 건 동감이지만. 참견쟁이인 사람들 사이에선 도망치는건 불가능하다. 아마 이 머플러도 그런의미겠지. 어차피 하는 김에 물건이나 들어라! 같은걸까. 응, 이해 못하는 건 아니야.그렇고말고.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면 올바른 장소아니야...?"
아닌가. 사람이 완전히 없는게 가장 편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그정도로 편한곳은 없다. 당장에 기숙사에서도 방을 같이쓰는 사람이 꽤 시끄러워서 편하게 일기를 쓰지도 못한다. 한밤중에 그사람이 잠이 들고나서야 겨우겨우 조금씩 쓰게 된건데. ...적어도 기숙사가 책을 읽을 만한 환경은 아니다.
내 입이 다물어지고 라연의 입이 열리기까지 머무른 잠깐의 침묵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돌아올 대답이 설령 거절이더라도, 원치 않는 대답이더라도 웃으며 돌아서자고. 몇 번이고 속으로 되뇌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라연의 대답이 흘러나오는 것에 나는 그를 바라보는 눈이 조금 흔들렸던 것 같다.
잔뜩 굳은, 본 적 없는 얼굴로 가만히 있던 라연은 제 손으로 제 눈을 가리며 띄엄띄엄 말했다. 흘러나오는 말들은 깨진 거울 조각이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한번도 이렇게까지 흐트러진 적 없던 라연이었는데.
한순간이나마 내가 못할 짓을 해버린 것만 같았다. 스스로의 입으로 저런 말을 내게 해버린 것이 미안해졌다. 이제 되었다고, 더 말하지 말라고 막으려던 순간 들려온 말에 나는.
"......"
잿빛이 사라지고 드러난 금빛 적색 눈을 보며 나는.
"...좋아하고 싶으면, 좋아하면 되지, 바보야..."
먹먹하게 메인 목소리로 말하며 떨리는 손을 들어 라연의 얼굴을 감쌌다. 흘러내린 잿빛 눈물을 손으로 밀어 닦아주었다. 전에 없을 정도로 상냥하게 어루만지며 말했다.
"당장 전부를 받아달라고는 안 할게. 너도, 나도, 아직은 서로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잘 아는게 아니니까. 천천히, 조금씩... 너에 대해서 알아가게 해 줘. 그만큼 나에 대한 것도 보여줄게." "그래도 보여주기 싫은 부분을 억지로 보여달라고는 하지 않을 거야. 억지로 캐내려고 하지도 않을게. 네가 알아줬으면 하는 건 얼마든지 들어줄 거고..."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정리가 안 된다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지만 이 말만은 해야겠다 싶어, 시선을 마주한 채로.
"내가 모르는 네가 어떤 모습이더라도, 설령 네가 나를 배신하더라도 이 마음 변치 않을 거야. 나도, 생각 많이 했으니까."
비류는 기숙사에서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섰다. 허리춤에 찬 장도는 그녀가 어디로 가는지 명백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빙결이라는 능력의 특성상 그녀는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적당히 한가한 수련장을 점찍어 두었고 가을로 접어든 날씨는 훈련하기에는 꽤 나쁘지 않다. 비류는 수련장에 도착하자마자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며 몇번 제자리에서 가벼이 뛰다가 장도의 손잡이를 움켜쥐고 디딤발을 두고 다른 발을 미끄러트리듯 앞으로 내밀었다.
장도의 특성상 위로 뽑아드는 것보다 아래로 끌어내려 땅을 훑어내듯 휘두르는 게 효과적이다. 아니면 장도를 손에 들고 옆으로 뽑아내던가.
얼음을 덧씌운 칼날을 휘두르며 포괄적으로 공격이 가능한 범위를 체크.
"그리고 ㅡ."
쩌적- 하며 공중에 나타난 제법 두꺼운 얼음 송곳들을 몇개 띄워내어 칼날의 옆면으로 후려져서 날리려고했지만 비류는 실패했다. 그저 사방으로 박혀있는 수정같은 얼음들 사이에서 비류가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후우.. 이건 아직 무리인가보군."
얼음과 검의 공방일체를 하기에는 비류는 그저 파고들어가는 살을 내어주고 뼈를 바르는 검술이 더 알맞았다. 장도의 얼음을 가볍게 털어서 없앤 뒤 그녀는 다시금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수련을 위해서 소매를 적당히 걷어붙혔기 때문인지 그녀의 손목에는 흉한 흉터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날부터 그는 매일 짧게라도 수련장에 나갔다. 더욱 강해지고 싶은 마음도 물론 있었지만, 뭔가를 털어내기 위해 일부러 몸을 움직이려 하기도 했다. 잡다한 생각이 머리를 둘러싸서 이론 공부는 당분간 못할 것 같았으니까. 허리춤에 긴 검과 그것보다 약간 짧은 다른검을 차고 천천히 걸었다. 검집이 달칵달칵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그는 그 소리가 거슬린건지 손잡이를 잡아 흔들림을 멈추었다.
" 아. "
그렇게 발걸음을 내딘 순간, 그는 저번에 보았던 여학생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보이는 것처럼, 빙결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 그는 느긋하게 그녀 쪽으로 다가가 반가운 듯이 말을 걸었다.
" 또 만나네요? "
그는 말을 마치고 그녀의 무기에 눈길이 간 다음, 손목 부근의 상처로 시선이 이동했다. 그것을 본뒤에 그는 곧바로 눈을 돌렸지만, 왠지 오른손은 그의 왼팔을 살짝 쓰다듬고 있었다. 그러고는 소매를 탁탁 털어 옷에 붙어있던 먼지를 떼어낸다.
"응 나 바보 맞는 것 같아." 좋아하는 것조차도 안 되었는걸. 모르니까 바보 맞아.. 라고 말하고는 뭔가 덜덜 떨리는 마음을 달래려 합니다. 비명이 울릴 것만 같아서..
"알아가면 날 싫어하게 될지도 몰라. 붙어먹는 놈이라며 경멸하게 될지도 몰라. 그치만 나쁜 놈을 닮아서 나중에 가면 내가 못 놓아줄 것 같아. 내가 정말 싫어. 비참해. 그런데도 기분이 싫지 않아서..." 재가 눈물로 걷히고도 모자라서 몇 방울 더 흘렀습니다. 몸을 일으켜 자신의 머리카락을 안는 헤일리를 망설이다가도 바들바들 떨리는 팔을 뻗어 끌어안으려고 합니다.
분명 프란츠는 상처가 눈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그녀의 행동이 너무나 빨랐기 때문에 자세히까지는 보지 못했다. 뭐, 자세히 봤더라도 어디 다쳤나보다. 하면서 선선히 넘어갔겠지만. 아무튼 그는 자신을 눈치채고 말을 건 그녀에게 답했다.
" 물론이죠. 더 열심히 하기 위해서, 자주 오가고 있답니다. "
그녀의 여전한 표정을 바라보면서 대답한 그는 왼 주먹을 쥐었다 펴며 이완시키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팔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인지 그는 웃으면서도 순간 순간 걱정되는 눈빛으로 팔을 힐끔거린다. 그리고 그녀가 그것에 대해서 묻자, 그는 잠깐이지만 다시 팔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 너무 심하게 움직인 모양이에요. 조금 쉬면 나아지겠죠. "
최근에 너무 무리한 탓도 있겠지만, 아마도 ..의 탓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는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칼 손잡이에 손을 걸쳐두었다. 또다시 흔들리며 달그락하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아서 미리 막아두려는 행동이었다. 그는 문득 그녀의 검을 바라보더니, 흥미로운 듯이 말한다.
" 아가씨도 검을 쓰시는군요.. "
같은 무기, 개수가 같지는 않지만. 아무튼 똑같은 검을 사용한다는 것은 그에게는 충분히 눈길이 가는 일이었다. 어떤 검술을 사용할지, 어떻게 공격을 흘려내고 반격할지. 눈에 들어올때마다 궁금해 졌으니까.